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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병윤이 생각한 일은 간단했다. 바로 첫손님을 자신이 가장 알고 있는 사람이자 중국군에 있는 사람, 바로 신유철 형님을 선정한 것이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그 신유철 형님 밑에 배속되어 있는 병사들을 목표로 삼은 것이다. 병윤과 감연은 자신의 계획들을 매번 집으로 찾아오는 신유철에게 말했고, 신유철은 그 말에 동의하면서 자신의 병사들을 두 사람에게 유도했다.
처음의 병사들은 이게 뭐하는 짓인지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두 사람의 가게를 이용해보니 엄청나게 만족스러웠다. 그 때문에 이런 가게를 소개시켜준 신유철에게 충성심을 다하게 되었고, 병윤과 감연은 결과적으로 돈을 벌게 되었다. 그 뒤 병사들을 중점으로 입소문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야! 이거 정말 잘 개조되었군.”
입소문을 타고 이 가게에 방문한 군인은 새로 개조된 총을 이리저리 둘러보고는 밝은 미소를 지으며 감탄했다. 그런 감탄한 군인의 모습에 감연은 미소를 지으며 화답한다.
“하하 별 말씀을요.”
감연이 겸연쩍게 웃으며 대답한다. 사실 개조한 것은 쉬웠다. 오죽하면 혼자서 지하실에 비치된 기계를 이용해 정당 5분 만에 개조를 끝내겠는가?
중국 군인은 감연에게 돌린 시선을 다시 총으로 돌린 뒤 양 손에 붙잡은 총을 통통 튀면서 무게감을 확인했다.
“전보다 가볍고.”
무게 확인을 끝낸 군인은 조준을 취한다. 가늠쇠와 가늠자를 취한 것이 전보다 쉬웠다. 이렇게 빨리 조준점을 잡기는 쉽지 않은데 아마 줄어든 무게감 덕분인지 더욱 쉽게 조준할 수 있었다.
“조준점도 좋고.”
이번에는 방아쇠를 당기며 탄창을 끼웠다. 개조 전에는 아예 총에 삽탄을 했지만 개조 후에는 조금 번거롭지만 탄창을 끼워야 했다. 그러나 탄창의 탄 용량이 삽탄한 것보다 배는 증가했기에 군인은 그나마 좋다고 생각한다. 더욱이 총에 직접 삽탄하는 것은 탄이 끼워진 탄알대가 잘못 삽탄되는 번거로운 경우도 있기 때문에 오히려 탄창식이 편했다.
탄창을 결합하고 방아쇠를 내렸다. 그리고 조준한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긴다.
-틱!-
총이 격발하지 않고 귀엽게 틱이라는 소리를 냈다. 사실 끼운 탄창에는 탄들이 없는 상태이다. 즉 빈 탄창으로 방아쇠를 당긴 것이다.
그러나 군인은 불만 없는 표정이었다. 사실 탄들은 부대 내부에서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실탄들이 장착된 총으로 부대 외로 외출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다만 중국군 사정상 직접 총을 수리하거나 개조하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외출하면서 병사들이 직접 해결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차선책으로 부대는 실탄만 관리하고 총은 병사들이 관리했다.
“이거 신임 배장(소대장)이 총 수리와 개조는 여기서 하는 것이 낫다 길래 어느 친척의 홍보인 줄 알았더니만. 이거 너무 좋군.”
군인은 이리저리 총을 살펴보면서 만족한 표정이었다.
“만족하시니 다행입니다.”
“앞으로 단골손님 많아지겠어. 아니 내가 두 번째 단골이 되는 것인가?”
“하하하. 죄송스럽게도 손님 앞의 손님들이 몇 번 왔다가서...”
“이런 내가 늦었군. 뭐 그래도 가게의 단골로 인정하라고. 일이 있으면 매번 찾아올테니.”
“감사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렇게 호탕하게 웃던 군인은 손목에 낀 시계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런 늦었군. 계산은 여기 있네.”
“살펴 가십시오.”
감연은 계산한 지폐의 액수를 확인하고는 희희낙락 거렸다.
“어디보자. 뭐 정가네.”
감연은 돈의 수입을 장부에 기입하고는 다시 계산대 앞에 가서 손님들을 기다렸다. 그러다 잠시 후 안에서 병윤이 나타났다.
“넌 이제야 오냐? 지하는?”
병윤은 걱정거리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내가 일에 실패한 적 있어?”
“원. 잘난 척은. 지하의 기계들은 전부 다 점검한 거야?”
“하! 내가 누구야? 천하의 길병윤이야. 그 정도면 껌이라고 껌.”
“얼씨구. 배알 꼴려서 못 버티겠다. 젠장 처음 아버지에게 추천했을 때 건한 내가 병신이지. 병신이야.”
“어 너 병신이야.”
“뭐! 이 자식이!”
-끼익!-
한창 아웅다웅 다투던 병윤과 감연 앞의 문이 열리면서 전의 군인과는 다른 얼굴의 군인들이 들어왔다.
“너희들은 맨날 싸움이냐?”
그 말소리에 한창 아귀다툼을 하던 병윤과 감연은 고개를 돌리고, 목소리의 주인공을 확인한다.
“어. 형님은 매번 찾아오네요.”
병윤의 머리카락을 움켜쥐던 감연이 목소리의 주인공을 보고 별 감흥 없이 말했다. 목소리의 주인공이자 두 아이의 격별한 사이인 신유철은 두 아이의 얼굴을 보면서 피식 웃고는 말했다.
“난 여기 오면 안 되는 것 같다?”
그 말에 감연과 병윤은 얼른 서로의 살과 머리를 움켜쥐었던 손을 풀고 손사래를 쳤다.
“어이쿠! 제가 단골 중의 단골을 소홀히 대하다니 제가 죽일 놈입니다.”
“저도 그렇사옵니다.”
신유철은 두 아이의 행동에 정겹다는 듯 웃고는 말했다.
“그 것보다 내가 주문한 것은 해결했어?”
감연은 실실 웃고는 신유철의 묻는 말에 대답한다.
“그거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물건은?”
“병윤아! 갔다 와라!”
감연은 손을 앞으로 휘저으면서 물건을 가져오라는 손짓을 취하자.
“니가 가! 임마!”
병윤은 귀찮은 듯 감연을 뚱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이 자식이! 난 계산해야 한다고!”
“에이! 젠장! 알았다! 알았어! 이 원수 같은 자식아!”
병윤은 투덜거리면서 감연이 이야기한 물건을 가지러 갔다.
“너희들은 여전하구나.”
“그거야 하늘이 생기고 땅이 생기는 당연한 이치 아니겠습니까?”
그 때 신유철은 혼자 오지 않았는지 신유철 옆에 있던 한 군인이 신유철을 바라보며 말을 한다.
“정말 여기가 그 소문난 장소 맞나?”
그 말에 아까의 신유철은 마치 어려운 상사를 대하는 굽실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예. 선배님. 저희 배(소대)의 개조된 총들이 여기서 나옵니다.”
“확실해?”
“두 말하면 잔소리인데. 직접 보시고 확인하시면 제 말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조금 마음이 풀리는군.”
“하하. 제가 선배님을 생각해서 그런 것 아니겠습니까?”
“뭐 지켜보도록 하지.”
감연은 두 군인과의 대화를 듣고 신유철을 불쌍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형도 참 힘들게 사네.’
그 때, 상자 여러 개가 쌓인 운반수레를 질질 끌고 온 병윤이 두 군인 앞에 대동하고는 병윤은 제일 위의 상자를 들어 바닥에 내려놓고 상자를 개봉했다.
개봉한 상자에는 아까의 단골, 단골 거리던 전의 군인이 가져갔던 총과 똑같은 물품들이 있었다. 병윤은 그 총을 하나 집어서 신유철에게 건넸다.
“자 눈으로 확인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선배님.”
신유철은 그 말과 동시에 병윤에게 받은 총을 선배 군인에게 공손히 건넸다. 그 군인은 총을 이리저리 살피면서 확인했다. 그리고 단골이라 말하는 그 군인처럼 비슷한 행동을 취했다.
총을 통통거리면서 무게감을 확인하고 가늠자와 가늠쇠를 확인하면서 조준의 편이성을 확인하고 장전손잡이를 뒤로 당기고 탄창을 결합하면서 조준자세까지 취했다.
신유철의 선배 군인은 만족하는 표정이었다.
“이야! 대단하군. 좋아. 실질적인 것은 부대 내부에서 확인해야겠지만. 이 정도면 합격이야. 대 합격!”
아까까지만 하여도 반신반의하던 신유철의 선배 군인은 신유철을 향해 방긋 웃었다.
“하하. 선배님이 마음에 드시니 다행입니다.”
신유철도 굽실한 표정으로 선배 군인에게 동조한다. 그러다가 선배 군인은 얼굴을 바로 하고는 신유철에게 말한다.
“으음. 조금 미안한 말인데.”
신유철은 선배 군인의 바뀐 얼굴에 긴장한 눈치였다.
“이 물건 자네 배(소대)의 병사들에게 돌아가는 것인가?”
“예. 그렇습니다. 병사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저에게 위임한 것입니다.”
“그 돈 얼마야?”
“예?!”
신유철은 짐작은 했지만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 돈 얼마냐고?”
“그 무슨 소리인지.”
“아 이 자식 눈치 없네.”
신유철은 잠시 동안이지만 얼굴을 찡그렸다가 다시 얼굴을 고쳤다.
‘젠장! 이 자식!’
그러나 신유철은 한숨을 짓고 항복 선언을 한다.
“저 그러니까 액수가 잠시 귀 좀.”
신유철은 선배 군인에게 귓속말로 말했다. 선배 군인은 금액의 크기에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는 이내 얼굴을 고치고는 이내 주머니 속의 지갑을 꺼내더니 지폐들을 신유철에게 건네며 말했다.
“자 이 정도면 됐지?”
신유철이 확인하니 정확히 자신이 지불해야하는 액수였다. 그나마 저 선배 군인이 삥땅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신유철은 풀이 죽은 목소리로 선배 군인의 돈을 받으며 우울한 목소리로 말한다.
“예.”
“서운해 하지마라. 사회생활 원래 이렇게 하는 거야.”
“예...”
“자식. 나 먼저 간다. 아 참 너희들 혹시 부대 앞으로 배달 가능하나?”
병윤은 잠시 둘을 보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주소만 보내주시면 내일까지 가능합니다.”
그 말에 신유철의 선배 군인은 만족한 미소를 짓는다.
“좋아. 그럼 부탁하지.”
“예.”
선배 군인은 희희낙락 표정을 지으며 가게를 나간다. 이제 가게 안은 병윤, 감연, 그리고 우울한 표정의 신유철 셋만 남았다. 신유철은 문밖의 선배군인에게 화난 표정으로 투덜거린다.
“이런. 젠장. 이러면 어떡하라고.”
감연은 신유철을 보면서 위로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말을 건넸다.
“형.”
“휴우. 미안한 말인데. 혹시 내일까지 내가 의뢰했던 것은 가능해?”
감연은 어려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의뢰야 가능한데. 문제는 저희도 일이 쌓여있어서. 내일까지는 조금 힘들어요. 하지만 형님이시니까 최대한 노력해볼게요.”
“그러냐? 에휴...”
힘들다는 감연의 말에 얼핏 절망이 느껴지는 표정을 지은 신유철은 한 숨을 쉬었다. 그 때 병윤이 한숨짓는 신유철이 안쓰러운지 옆에서 말했다.
“감연아. 저번에 총 새로운 거 만들지 않았냐?”
“그거 확인 안 해 봤잖아?”
그 때 신유철은 새로운 총이라는 말에 아까의 절망은 온데간데없이 눈빛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그 새로운 총이라는 것은 뭔데?”
“아 그거. 있어요. 우리끼리는 38년도에 만들었으니 38식 보총이라고 부르는 것인데 98식 보총을 까면서 개조하느라 차라리 직접 만드는 것이 낫다고 노래를 부르면서 만든 것인데. 아직 성능은 확인 못했어요. 그래도 뭐 확실한 것은 98식 보총보다 낫다는 것? 그 것 하나밖에 없어요.”
“그거라도 줘! 성능 확인이야 부대 안에서 해도 상관없으니까.”
“조금 값이 비쌀 텐데... 에잇! 형과 저희들 사이에 가격 따지는 것은 조금 의리 없다. 아까 받은 돈이나 주세요.”
“여기 있다.”
감연은 자기 혼자 결정하고는 신유철의 손에 내민 지폐들을 뺏었다.
“병윤아. 가져와라.”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했다.
“알았어. 형 조금만 기다리세요.”
그러면서 병윤은 예의 그 물건을 찾기 위해 다시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후 가져왔던 상자들을 다시 안에 정리하고 총 한 자루를 신유철에게 건넸다.
신유철은 병윤과 감연이 새롭게 설계하고 제작한 소총이 무엇인지 궁금해 하면서 이리저리 확인했다.
‘어디...’
신유철은 확인하기에 저번의 개조한 98식 보총보다 편하다고 느꼈다. 무게도 무게고, 조준하기에 편했다. 개조한 98식 보총보다 오히려 낫다고 느껴졌다. 신유철은 이 소총에 만족하는지 아까의 기분이 풀어진다.
“이 정도면 내 배(소대)에 속한 병사들도 불만은 없을 것 같군.”
그 말에 병윤과 감연은 어깨를 으쓱거린다.
“헤헤. 저희들이 누구인데요.‘
“하여튼 고맙다. 이 복동이 녀석들아.”
“하하하. 형이 좋다면 저희들도 좋죠. 뭐.”
병윤과 감연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