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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21화 (2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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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0년 9월 17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광복군의 창립행사가 열렸다. 중국군 간부 여러 명과 임시정부의 인사들과 유력자 두 명, 각 종 신문사와 여러 외교사절이 참가한 행사였다. 물론 유력자 두 명은 병윤과 감연이었다. 현재 광복군의 초기 인원은 30명의 간부가 전부였다. 병윤이 이야기를 들어보니 병사는 나중에 차츰차츰 모집할 예정이라고 한다.

병윤은 오랜만에 장개석과 주변 정부의 고위공직자의 관계를 이용 및 뇌물을 줘서 현재 광복군의 무장을 장개석 직할부대와 동급이 되도록 만들었다. 즉 38식 보총은 물론 각종 중화기 및 군수물자를 지원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다만 지원받는 돈은 병윤과 감연이 책임지기로 하며, 광복군의 활동은 9개 준승사항을 통해 중경정부에 통제시켰다.

물론 임시정부의 인사들은 9개 준승 사항에 대해서 분개하고 있는 입장이었지만 중국군사위원회는 이것을 들어주지 않는다면 모든 지원을 끊는다고 통보했기에 눈물을 머금고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창군되었다. 모든 훈련 행사들이 끝나고 축하연이 열렸는데, 거기서 병윤과 감연은 차려진 음식만 먹고 식만 구경하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에게 다가가는 사람들은 많았다. 왜냐하면 지금 두 사람은 중국 공업의 핵심이었기 때문이다. 소총부터 전차, 비행기까지 모든 것을 만드는 공단의 책임자였고, 그 때문에 장개석은 이런 작은 축하연까지 병윤과 감연을 감시 및 호위할 호위병사들을 파견할 정도였다.

병윤과 감연은 음식을 천천히 먹다가 어느 순간 임시정부의 주석인 김구와 같이 먹게 되었다. 사실 두 사람이 먼저 먹고 있었지만 김구가 대뜸 합석한 것이지만 말이다.

“만나서 반갑네. 이렇게 광복군 창군행사에 참여한 것에 대해 감사하네.”

아직 어려일까? 김구는 두 사람에게 하대를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은 그런 것을 신경 쓰지 않고 대답했다.

“예. 반갑습니다. 이번 광복군 창군한 것에 대해서 축하드립니다.”

병윤이 천천히 숟가락을 내려놓고는 대표적으로 김구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자네들이 이번 광복군의 지원에 대해서 의견을 피력해주었다고 들었네.”

“사실 중국군 내부에서 지원은 합의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누가 지원하는지에 대해서 의견이 나오는데, 저희들이 자청해서 지원을 맡기로 한 것 뿐입니다.”

“그렇군. 그래도 상당히 고맙네. 군대를 운용할 꽤 많은 자금을 자네들이 지원했다는 사실에 정말 고마울 따름이야.”

“하하. 괜찮습니다. 저희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할 뿐이지요.”

그 때, 누군가 김구와 병윤과 감연이 있는 테이블로 다가갔다. 김구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리니 거기에 김구의 비서이자 장남인 김인이 서 있었다. 김구는 다가온 김인을 보고 흠흠거리며 헛기침을 하더니 이내 병윤과 감연에게 김인을 소개했다.

“현재 내 비서이자 장남인 김인이네. 인사하게.”

김인이 먼저 바르게 인사하자 병윤과 감연은 허둥대며 일어서서 마주보아 인사한다. 갑작스러운 등장, 갑작스러운 인사는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병윤과 감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번 광복군 창군에 대한 지원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저는 김구 주석 각하의 총비서인 김인이라고 합니다.”

“아 반갑습니다. 저는 중경의 공단 총책임자인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저도 반갑습니다. 여기 병윤과 마찬가지로 공단을 책임지는 송감연이라고 합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인사를 마친 세 사람의 행동에 김구는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김인을 자신의 등 뒤로 서게 했다.

“하하하. 미안하게 되었군. 내 갑작스럽게 소개를 했으니 말이야.”

병윤과 감연은 솔직히 말해 식은땀이 났지만 분위기가 잘 이어나가자 ‘뭐 문제는 없겠지’라는 심정으로 당황했던 기분을 진정시켰다.

“미안하게도 내 궁금한 사항이 있네만.”

김구는 표정이 매우 송구스럽게 지으며 입을 열었다.

“저희들이 답할 수 있는 문제라면 답해드리겠습니다.”

병윤과 감연은 뒤에 있는 호위 병사들의 눈치를 보며 김구의 말을 답했다.

“내가 철기(이범석 장군의 호)에게 들으니 조선에서 살다가 이 곳 중국대륙에 흘러가게 되었다고 하던데.”

병윤과 감연은 김구의 말을 듣고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잠시 끄덕이면서 긍정의 표시를 보낸 뒤 입을 열었다.

“예. 철기아저씨에게 들으신 것이 맞으실 것입니다.”

병윤의 말에서 ‘철기아저씨’이라는 단어를 잡은 김구는 이내 잠시 생각했다.

‘철기아저씨? 그러고 보니 저 두 소년 철기의 집에 자주 놀러 다닌다고 하던데 이내 아저씨 하는 사이로 발전했나보군.’

이렇게 이범석 장군과 병윤, 감연의 사이를 추측한 김구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 이야기 하겠네. 자네들 공단을 책임지지 않나? 그런데 우리 임시정부가 자체 자금을 조달할 일이 없고 전부 중경정부에게 지원을 받는 입장이지. 사실 우리 임시정부의 자금 수입원은 중경정부의 지원과 해외동포의 독립지원금이 전부이지. 그래서 하는 이야기인데 우리가 중경공단에서 할 수 있는 사업이 없겠는가?”

“으음... 그 건...”

병윤은 곤란한지 한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수염도 나지 않은 턱을 만져봤자 맨 살밖에 느끼지 못하겠지만 병윤은 대답을 하기 어려울 때나 당혹스러울 때, 턱을 쓰다듬었다.

“힘든가?”

“제가 자체적인 권한으로 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임시정부와 연관된 중경정부의 입장에서 외교적으로 조율해야할 일인 것 같습니다.”

김구는 이 이야기를 듣고 병윤의 입장을 생각하더니 이내 한숨을 쉰다. 사실 그렇다. 지금껏 중경정부의 지원을 받고, 일본군에 대항한다고 하지만 자기들 네의 땅에서 병사들을 창군하는데 더 이상 신세를 질 수 없지 않은가? 더욱이 뻔뻔하게도 사업을 요청한다고 하면 아마 중경정부로선 거절할 가능성이 높다. 오히려 지금까지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장개석조차도 자극시킬지 모른다.

“흐음. 외교적으로 해결된다면 사업은 언제든지 도와줄 수 있다는 말이군.”

병윤은 김구의 그 말이 맞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의 표시를 남겼다. 김구는 병윤의 반응을 보고 조금 곤란한 표정이었다. 김구의 생각은 이랬다.

‘휴우. 이거 미치겠군. 까다롭기 소문난 장개석과 교섭을 해야 하는 것인가? 중경정부를 만족시킬 만한 조건들을 생각해봐야겠군.’

하지만 중국의 사정을 자세히 알고 경험이 많아 중국에 대해 노련했던 김구조차도 임시정부가 중경정부를 만족시킬만한 카드는 없다고 생각했다. 지금 임시정부를 지원하는 이유도 사실 항일하려는 자세와 독립투사 윤봉길의 활동의 성과였다.

‘일단 나라를 되찾으면 이라는 조건을 가지고 생각해보자. 흐음. 이건 안 되겠군. 조건 자체가 잘못됐어. 중경정부는 우리 임시정부가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는 아닌 거 같군. 그렇다면 뭘로 만족시키지?’

김구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방법이 없다고 결론이 나자 결국 얼굴을 찌푸릴 수밖에 없었다. 김구는 정말로 하기 싫었지만 이것밖에 방법이 없다고 결론이 되자 한 숨을 푹 쉬었다. 그리고 피곤한 목소리로 병윤에게 말한다.

“내 미안하군. 조금 오래 생각했네.”

“하하. 아닙니다. 마땅히 생각할 시간을 드려야 하지 않겠습니까?”

“후우. 그런가? 그렇다면 말하겠네.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재정을 잘 알겠지만 대부분 중경정부에 의존하거나 소수 해외동포들의 모금에 의해 꾸려진다네. 그래서 말인데, 혹시 해외동포들의 모금을 이용해 공단에 투자할 수 있겠는가?”

김구의 장활한 제안을 들은 병윤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긍정적인 얼굴로 고래를 끄덕였다.

“그런 것이라면 가능합니다. 다만 공단의 경영권에 관여하는 주식의 매매는 불가합니다. 대신 경영권 참여대신 배당금을 더 주는 배당권의 매매는 가능합니다.”

김구는 병윤의 소개를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김구에게 있어서 임시정부의 재정건전성을 타개하는 방법으로 배당주는 오히려 환영할 만한 일이었다. 병윤이 꽤 도움을 주는 제안을 했던지라 김구는 기쁜 마음이 얼굴에 드러났다.

“아 고맙네. 내 자네에게 큰 빚을 지었네.”

김구는 반가운지 병윤에게 악수를 청했고, 병윤도 도움이 되었다는 김구의 말에 조금 기분은 좋은지 고개를 숙이고 악수를 받았다. 병윤의 옆에 있던 감연은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입이 심심할 때 음식물 하나를 꾸역꾸역 넣었지만 말이다.

그렇게 임시정부는 한인들이 모금한 돈을 가지고 중경공단의 배당주들을 사들였다. 장개석이 임시정부의 행동에 의문을 표한 것이 당연했지만 병윤은 오히려 중경정부의 신세만 받는 것이 미안하고 또 중경공단의 경영권을 침해시키지 않는 목적이라며 경영권 참여가 불가능한 배당주를 소개시킨 것이라고 답했다. 물론 장개석은 찝찝했지만 자신과 중경정부에게 손해는 없기에 그냥 넘어갔다.

중일전쟁은 한창 고착화되고 있었다. 기세등등한 일본군은 점령지의 안정화에 주력하기 바빴다. 더욱이 남경의 참상이 중국인들에게 알려지면서 점령지에 혼란이 가중되었다. 그렇지만 일본군의 대응은 매우 놀라웠다.

물자를 풀어서 점령지를 위무, 안정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고, 오히려 중국인들의 재산을 약탈 및 학살, 강간 등 범죄행위를 통해서 중국인들에게 공포의 감정을 심어주어 저항을 분쇄시킬려고 했기 때문이다. 이런 작전은 일본군은 신멸작전이라고 불렀고, 중국군은 이를 삼광작전이라고 불렀다.

삼광작전이란 살광, 소광, 창광이라는 단어로 이루어져 있는데, 살광은 다 죽여, 소광은 다 태워, 창광은 다 뺏어라는 뜻으로 중국인들이 그렇게 불렀다. 일본군의 천인공노할 행위들과 반대로 중경공단의 생산품들을 통해서 일단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은 중경정부의 행위의 대결은 눈에 보고도 뻔했다.

우선 일본군의 점령지에 현지 중국인들과 침투한 중국군들의 유격전이 행해졌고, 그 덕분에 일본군들은 더 이상 전진시키지 못하고 전선은 더욱 더 고착화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시간을 벌 수 있었던 장개석과 중경정부는 우선 군수물자와 병기는 되었으니 가장 중요한 군율과 조직 체계들을 손보기 시작했다. 우선적으로 자신의 직속군대들부터 시작했다. 신유철이 운남강무학교를 간 것도 그의 일환이었다. 예전부터 그랬지만 장개석은 외국의 군사고문들을 초청하는 데 온 힘을 다했다. 특히 유능한 군사고문들을 원했다.

사실 장개석의 직속군대를 정예군대로 탈바꿈시킨 한스 폰 젝트 장군은 독일과 일본의 동맹이 이루어지면서 독일로 철수되었던지라 장개석은 유능한 고문관들의 초청에 더욱 열을 올렸다.

한편, 병윤과 감연이 운영하는 중경공단은 별 문제점은 없었다. 아니 저번에 광석수급이 늦춰지는 것이 그나마 가장 큰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행히 물자 및 기계들, 인부를 보내서 겨우겨우 복구시켰지만 말이다.

병윤이 바라보는 공장은 매연이 없었다. 물론 환기시킬 환풍구를 갖추기는 했지만 말이다. 중경공단의 공장들의 필요전력은 공장의 지붕 위에 깔려있는 것들이 공급했다.

바로 태양전지였다. 공장을 처음 세울 때만 하여도 기계들을 돌릴 연료와 그 외 필요한 전기들을 계산했지만 병윤과 감연은 그렇게 돌리다가는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는 사실을 인지했다. 그 때문에 방법을 바꿨다. 중경에 웬만한 발전소는 없기에 발전소를 제외시키고, 그렇다고 석유가 중국대륙에서 발견된 적도 없기에 제외했다. 물론 석유는 수입하면 되는 일이지만 중일전쟁에 의해 해외 수입원은 전부 끊겼고, 있더라도 도로가 깔려져 있지 않는 중국대륙의 사정상 중경에 석유를 옮기는 비용이 더 들었다.

그러므로 어쩔 수 없이 태양전지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수력발전이 있기는 하지만 대규모의 돈이 들어가기에 국방 분야에 돈을 쏟고 있는 중경정부의 입장 상 그 것은 불가능한 이야기였다. 물론 석탄으로 때우는 화력발전도 있지만 그 것도 수력발전보다 덜 들어가지 큰돈이 들기에 거절당했다.

결국 할 수 있는 것은 태양의 힘을 빌리는 태양전지밖에 없었다. 사실 태양전지에 관련된 것은 조선에서 2년 동안 송씨 아저씨의 대장간에서 일하고 있을 동안 기계들을 만들었는데, 그 기계들을 돌릴만한 전력이 없던 지라 아예 태양전지를 만들고 기계들을 돌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공장들의 지붕에 무조건 태양전지를 설치했다. 그 것으로도 공장의 기계를 돌릴만한 전력은 충분하고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장을 전부 가동시키고도 꽤 남는 전력을 민가에 공급할 정도로 발전효율이 엄청났기 때문에 공장의 가동에 필요한 전력은 이것으로 해결되었다.

물론 태양전지도 단점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맑은 날만 태양전지를 사용할 수 있었기 때문에 날씨에 따라서 효율이 결정됐다. 그 때문에 전기를 저장하는 대용량 충전지를 만들었다. 즉 맑은 날에 발전되는 전기를 충전지에 충전시키고, 흐리거나 비오는 날, 또 태양 떨어지는 밤이면 그 충전지를 통해서 공장을 가동시켰다.

“하아 저 거 만드는데 얼마나 많은 고생을 했는지 기억해?”

감연은 공장 지붕에 설치된 태양전지들을 바라보면서 투덜거렸다. 둘이서 무기 수리 제조하는 사업이 커지고 커져서 이렇게 되었다. 덕분에 힘든 일도 많았고, 공학관련 책들을 요구하는 것도 많았다. 공장 돌릴만한 태양전지 만들 때도 밤을 새우면서 만들었다. 그 덕분에 중경공단이라는 넓은 공장들의 집합지가 만들어졌지만 말이다.

“고생했으니 된 거잖아?”

병윤은 감연의 투덜거리는 말에도 별 신경 쓰지 않는 듯 대답한다.

“쳇. 그건 그렇고 비료공장은 어떻게 생각해봤어?”

“어쩌겠냐? 해야지 뭘.”

병윤과 감연은 장개석이 어제 행했던 지시에 대해서 머리가 아픈 모양이었다. 지금 벌여놓는 일이 많은지라 몸이 열 개가 되어서도 부족한데, 장개석은 중국군이 안정적으로 먹을 수 있는 식량공급이 중요하다면서 비료생산 공장을 만들 것을 지시했다. 필시 중경의 지주인 유력자들이 뇌물을 찔러주면서 부탁한 것이 분명했다.

보통 비료는 자연산 퇴비와 화학비료로 나눌 수 있었는데, 퇴비는 화학비료에 비해서 효율이 떨어졌고, 기생충 문제가 있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퇴비 만드는 것에 비해서 화학비료는 대량생산이 가능했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비료를 많이 소모하는 지주의 입장에서 화학비료는 선호하는 비료였다.

“흐음. 비료 생산 공장에 질소를 고정시키는 기계와 설비들을 생각해봤어?”

감연은 비료를 생산하는 데 가장 중요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보통 질소를 대량으로 고정시키는데 필요한 방법으로 프리츠 하버와 카를 보슈의 질소고정법이 사용되었다. 이 방법은 압력과 온도를 통해서 수소와 질소를 직접 반응시켜서 암모니아를 만드는 것이었다.

“뭐. 방법은 생각해뒀어. 아무래도 프리츠 하버의 방법이 제일 나은 것 같다.”

감연은 병윤의 말에 피식 웃었다. 사실 질소를 고정시킬 때, 그 방법이 제일 나은 것 같았다. 질소와 수소로 직접 반응시키는 것만큼 더욱 효율적인 방법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 그렇다면 그 무시무시한 장총통의 명령에 따라야지. 우선 인부들을 데리고 공장이나 짓자고.”

병윤은 감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일단 건물을 설계대로 건설하기 시작하면 둘을 비롯한 기술자들은 그 건물에 필요한 설비와 기계들을 만들 것이다. 즉 건설과 설비는 따로따로 만드는 방법인데, 덕분에 공장건설 시간이 단축될 수 있었다.

그렇게 비료공장을 건설하기로 정하고 행동을 개시했다. 기계와 설비는 금방 만들었다. 문제는 건물이다. 건물 짓기에는 시간이 걸렸다. 그 때문인지 그 시간 동안 병윤과 감연은 조금 밀린 일들을 처리하기로 했다.

비료공장은 11월 중반에 만들어졌다. 중경의 유력자들과 이례적으로 장개석 총통이 직접 방문했다. 산업의 기초를 담당하는 중요한 기반 공장이니 당연한 이야기라면 당연한 이야기였다.

물론 병윤과 감연은 장개석을 대접하는 일을 잊은 적이 없었다. 장개석과 유력자들과 축하연은 이어졌다. 서양에서 수입한 고급술들과 음식들, 그리고 중국에서도 귀한 음식과 차, 술들이 소모되었다.

평소에 장개석은 검소하게 생활하지만 이렇게 유력자와 축하연이 열릴 때는 호화롭기 그지없도록 바꿨다. 그 것이 장개석의 권력을 더욱 높여주는 걸 알기 때문이다. 유력자들의 만남이 끝나고 장개석과 병윤, 감연 세 사람만 방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하하. 잘했네. 자네들이야말로 나의 소하, 제갈량이네. 이렇게 멋진 공장을 건설했다는 것에 고맙네.”

장개석은 기뻤다. 사실 인재복이 없다고 투덜거리기는 했지만 병윤과 감연만큼 복덩이는 드물다고 생각했다. 장개석은 만약 그 둘 없이 일본군과 맞선다면 그 남경의 치욕처럼 중경을 넘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할 지경이었다. 그 둘이 개발한 소총과 각종 병기들, 그리고 건설한 공장들에서 쏟아져 나오는 물자들이 기세등등한 일본군의 공세를 버티는데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총통 각하께서 친히 위로해주셔서 저희들은 감읍할 따름입니다.”

“암. 그래도 잘한 일은 잘한 일이야. 덕분에 식량공급에도 안정화시킬 수 있지 않은가? 시일이 지나고 식량공급이 안정화되면 우리 중국군들도 대대적으로 반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저 잔악무도한 일본군 놈들의 엉덩이에 총알을 박아놓는다면 기분 좋은 일 아니겠습니까?”

장개석은 병윤의 말이 마음에 드는지 고개를 연신 끄덕였다. 일본군의 잔악무도한 공세에 그 남경의 치욕은 장개석은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치를 떨 지경이었다. 그 둘을 한창 치하하다가 장개석은 본론을 꺼냈다.

“흐음 조금 생각해봤는데, 중국군의 연료체계도 갖출려고 계획했다네. 사실 미국을 통해서 석유를 수입하고 있지만 지금 왜놈들이 우리의 수입 길을 틀어막지 않았나? 그 때문에 우리군의 트럭 및 장갑차, 전차들이 진격하지 못하고 비상시에만 쓰고 있는 지경이네.”

“그 말씀은?”

“석탄을 액화시켜 연료를 생산하는 공장을 하나 갖출려고 생각중이네. 석탄은 꽤 있으니 그 것만 액화시켜서 석유를 만든다면 연료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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