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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25화 (2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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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목불인견의 참상이었다. 병재는 왜 구로다 센죠가 악마인지 몸으로 느꼈다. 징용자들을 일렬로 세워놓고 구타했을 때부터 알아봤지만 병재는 구로다 센죠의 본격적인 성격을 처음 맛보았다.

-쫘악! 쫘악!-

병재의 등에는 피들이 흘렀다. 병재는 저항할 수 없게 두 손이 밧줄로 천장위로 향하도록 묶여 있었다. 병재의 발은 대지를 밟을 수 없었고, 밧줄로 병재의 몸을 지탱했다. 구로다 센죠는 변태적인 눈빛으로 병재의 등을 채찍으로 마구 휘두르면서 소리쳤다.

“크크크. 이 버러지 자식!”

-쫘악!-

흥분에 몸을 맡기게 되면서 그 떨림이 채찍에 전해졌고, 그 채찍은 병재의 등에 고통스럽게 박혔다.

“읍! 읍!”

병재는 비명을 지를 수 없었다. 병재의 입에는 재갈이 물려있었기 때문이다. 구로다 센죠는 남의 비명을 즐겨 듣지 않았다. 비명을 듣게 된다면 신기하게도 채찍에 힘이 들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구로다 센죠는 항상 재갈을 물렸다. 온 힘으로 내려칠 수 있도록 말이다.

방을 지키는 병사들은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않고 병재의 고문 받는 모습을 선선히 지켜봤다. 그리고 자기들끼리 농감먹거리를 하고 있었다.

“저 조선인, 얼 만큼 버티고 죽을까?”

“지금까지 버틴 걸 보고 몇 분은 버티겠지.”

“내기 안 할래? 몇 분 버티는지?”

“오 좋다. 좋아. 난 10분 버티는 걸로 하지.”

“난 15분.”

두 병사는 오히려 키득키득 웃으면서 병재가 자신이 예상한 시간만큼 버텨주었으면 하고 장난스럽게 빌었다.

“으으읍!”

아직까지 버티며 소리 낼 여력 있는 병재의 모습에 싫증난 구로다 센죠는 이내 채찍을 집어던지고 벌겋게 달궈진 인두를 들면서 채찍자국으로 피를 연신 흘리는 등에 지져댄다. 상상을 초월한 고통, 병재의 눈은 크게 떠졌다.

“읍! 읍!”

고기 굽는 소리와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운다. 살을 파고드는 뜨꺼움에도 병재는 정신만큼 잃지 않았다. 사실 보통 사람이라면 이미 기절해서 도중 죽거나 그 직전에 이르겠지만 병재는 기절하고 싶었지만 기절치 않고 버텼다. 버티고 싶지 않았지만 버텼다.

“흐흐흐. 꽤 잘도 버텨내는군. 버러지새끼, 그런 정신력이 있으니까 그런 배짱 좋은 짓도 저지르지. 불충하게도 그런 정신력으로 천황폐하께 봉사하는 일을 하지 않고 말이야.”

구로다 센죠는 인두로 등 여기저기를 찔러댔다. 항상 고기 굽는 냄새와 지지는 소리는 구로다 센죠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그는 지금이야말로 삶에 충실한 느낌이었다. 이 흥분감, 짜릿함 이런 기분을 궁극적으로 느끼고 싶었다.

그렇게 구로다 센죠의 가학적인 욕구가 채워지는 동안 병재의 정신은 오히려 또렷해졌다. 눈이 가물가물하고, 비명소리가 울려퍼지며 기절해야 하는 것이 정상인데도 병재의 정신은 마치 찬 물을 맞은 듯 또렷해진다. 그에 따라 구로다 센죠에 대한 증오심이 생겼다.

‘내 기필코 기회가 된다면 네 놈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주마!’

두려움, 굴욕감등의 감정을 갖는 것이 보통사람의 심리였건만 병재의 감정은 이상하게도 증오심, 인내심이 생겼다. 사람취급하지 않는 구로다 센죠에 대해 갈기갈기 찢어버리는 상상에 오히려 희열을 작게 느꼈다.

두 사람이 동상이몽을 하는 동안 구로다 센죠는 어느새 때리다 지쳤는지 허억허억 거린다. 사람취급하지 않고 오로지 패는 것에 인생을 걸다시피 하는 구로다 센죠는 이렇게 지친 것이 처음이었다. 조금만 본성을 드러내도 사람 하나 죽는 것이 보통이건만 저 녀석은 자신이 숨쉬기 힘들 정도로 버텨냈다. 구로다 센죠는 자신이 지쳤다는 것에 대해 생소한 감정과 함께 굴욕감이 느껴졌다.

‘젠장 저 녀석은 왜 죽지 않는 거지?’

덩달아서 문 입구에서 몇 분 만에 죽는지 내기를 걸었던 일본군 보초 두 명도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끈질기게 생명을 이어가는 병재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지만 이내 표정을 고쳤다. 왜냐하면 둘 다 내기 돈을 잃지 않아서 일 것이다. 구로다 센죠는 시선을 병재에게서 보초 두명에게 돌린다. 그리고 간단히 입을 열었다.

“이거 치워.”

구로다 센죠는 인두의 끝부분으로 병재를 콕콕 찌르면서 보초 두 명에게 지시했다. 징용자에게 화를 풀 긴하지만 아랫사람에게도 잔악한 구로다 센죠의 성향 때문에 보초 두 명은 자신의 위치에서 허둥지둥 빠르게 움직이면서 병재의 손목을 묶던 밧줄을 풀고 병재를 질질 끌었다.

-털썩-

징용자들이 아플 때마다 찾는 방이자 주로 병재가 치료할 때마다 찾는 방이다. 그 방문을 열은 일본군 보초 두 명은 마치 짐을 내팽개치듯 끌고 온 병재를 방바닥에 던져 놓았다. 보초 두 명은 이 방을 찾을 때마다 얼굴을 찡그렸다.

상처범벅인 징용자들의 피냄새와 땀냄새, 그리고 알 수 없는 약냄새들이 뒤섞인 냄새는 온갖 환경 좋지 않은 곳을 다닌 자라도 인내심이 단번에 사라질 것이다. 보초 두 명은 일이 끝난 듯 병재를 방바닥에 내팽개치고는 방문을 세게 쾅 닫고 자기들 일하러 떠났다.

졸지에 방에 홀로 남은 병재의 눈이 번쩍 떠졌다. 온 몸이 구타당하고, 채찍질 당하고, 인두로 지져져서 힘이 빠진 것이 자명하지만 의지를 내면 몸이 움직인다는 사실에 병재는 감사했다. 그리고 운이 좋게도 자신이 치료하는 방에 놓아졌다는 사실에 괴소를 지었다.

‘크흐흐. 친절하게도 이 방에 놓다니 다행이군.’

피가 흘러내리는 상처와 그에 따라 욱신거리는 고통이 병재의 뇌를 자극했지만 병재의 정신은 아까 같이 또렷했다. 고통조차도 병재의 행동을 방해할 수 없었다.

병재는 방구석에 가까스로 기어가더니 그 위치의 바닥을 드러낸다. 바닥이 드러나자 거기에 잘 포개져있는 상자 하나가 있었는데 병재는 그 상자를 꺼내고는 상자뚜껑을 열었다.

상자뚜껑이 열리자 상자 안에는 붕대와 소독제, 그리고 병재가 제조한 환약, 그리고 병재의 전매특허인 침들이 있었다. 병재는 소독제를 상처에 살살 둘이 붓고, 환약을 바른 후, 붕대로 감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침들을 꺼내어 병재의 몸 곳곳을 자신의 손으로 쑥쑥 찌른다. 이렇게 자신을 치료하는 최소한의 행위를 끝나자마자 병재는 한숨을 내쉰다.

‘하아. 그 개자식에게 걸리고도 살아남았군.’

사실 구로다 센죠에게 걸릴 때, 병재는 목숨걱정을 할 정도였다. 매번 징용자들이 그 악독한 자식에게 걸릴 때마다 죽어나갔다. 병재의 경우는 그 상황에서 예외인 경우였다. 아마 내일도 돌아다니는 자신의 모습을 볼 때마다 구로다 그 개자식이 깜짝 놀랄 것이다. 그러나 병재는 곧바로 쾌차할 마음은 없었다.

‘이대로 환자신세를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그러나 병재는 한숨을 다시 내쉰다.

‘환자에서 벗어나봤자 구로다 그 개자식에게 눈이 띄었으니... 희망이 없군.’

어느새 자신의 앞길이 암담하다고 생각하는 병재이었다. 비록 이 방에서 치료행위로 살 수 있는 식량을 얻는다고 하지만 이대로 살 수는 없었다. 하지만 병재는 자살할 마음 따위 없었다. 아니 오히려 이런 상황에서 생명의 의지를 불태웠다. 구로다 그 개자식을 발기발기 찢어버릴 때까지 버텨야했다.

‘가장 간절한 생각이 그 개자식을 찢어발기는 생각이라니 나란 인간도 참으로 안됐군.’

병재는 이 아이러니한 생각에 자조적인 감정이 들었다. 조금 시간이 지나자 혹독한 고문에서 나온 상처들이 아물어가고 온 몸의 힘들이 다시 들어왔다. 병재는 숨겨두었던 부식으로 배를 채웠다.

병재 자신이 회복될 시간을 몇 시간동안 정처 없이 기다리고 있을 때, 이 방을 찾아오는 징용자들이 들어왔다. 오늘도 환자들이 찾아온 것이다. 환자가 된 징용자들은 붕대로 감싼 병재의 모습에 이해가 가는 듯 동정심 어린 눈빛이었다.

“그 혹독한 구로다 센죠에게 걸리고도 살아남다니 당신 참으로 운이 좋소. 아 당신이 운이 좋은 게 아니라 당신에게 치료받는 우리들의 운이 좋은가?”

병재에게 말을 건 징용자는 허기지고 배고팠지만 살려는 의지가 담긴 눈빛은 병재 못지않았다. 병재는 자신에게 말을 건 징용자의 모습을 눈동자로 이리저리 살펴보았다.

“환자군요.”

병재의 간결한 대답에 징용자는 피식 웃는다.

“뭐 그 구로다 센죠에게 구타당하고 고문당한 당신만큼은 아니지만 말이오.”

“그런가요? 그래도 돌팔이 노릇은 할 수 있으니까 상관없지 않겠어요?”

징용자는 병재의 말에 지당 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돌팔이도 나름 돌팔이 아니겠소?”

“그렇게 칭찬해주시니 몸 둘 바를 모르겠군요. 당신의 이름은 뭐죠?”

이제야 자신의 이름을 묻는 병재의 질문에 징용자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병재는 평소 환자들의 기록을 따로 하는 편이라서 신기할 일도 없었다. 물론 그 종이랑 연필은 병재에게 치료받은 일본군 병사들에게 얻은 것이지만 말이다.

“내 이름은 신조완이요.”

병재는 붕대로 칭칭 감긴 손으로 잘도 수첩에 연필로 끄적끄적 적었다. 그리고 자신의 관찰을 토대로 이 환자의 질병, 상처 등을 기록했다.

“치료를 할 테니 저기로 누우세요.”

그 말에 신조완은 병재가 가리킨 깨끗한 바닥에 누웠다. 병재는 아까 이리저리 보았던 신조완의 신체부위에 침들을 쑥 놓았고, 입에 따로 마련해둔 약을 넣었다. 그러고는 이리저리 손을 움직이며 침들을 빼다가 다시 놓는 짓을 반복했다. 그렇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신조완은 아까부터 몸에서 나온 고통이 사라진 것을 확인했다. 그리고 활기를 되찾은 몸의 움직임에 신기해했다.

“화... 이거 몸이 가뿐해지니 기대 이상이군.”

신조완은 아까부터 당했던 부상이 없어진 모습에 기쁜 모양이었다. 비록 허기지기는 했지만 그래도 생명을 붙드는 것에 감사했다.

“이거 고맙소. 내 이 은혜는 잊지 않겠소.”

신조완은 얼른 자리에서 일어나 병재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고는 방을 떠났다. 신조완을 시작으로 병재는 환자들을 치료하기 시작했다. 작업하다 다친 징용자, 눈에 띄어서 일본군 감시자에게 걸려 구타당한 징용자, 속병 앓다 이제야 치료받는 징용자들을 병재는 수월하게 다 치료했다. 마지막 환자의 치료를 끝낸 병재는 오늘 기록한 자신의 수첩을 하나하나 보았다.

왜냐하면 이런 것을 다시 볼 때 기술 [의료]의료숙달이 오른다는 글들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렇게 적은 수첩들을 다시 보는 습관을 들였다.

-턱!-

마지막 수첩의 표지를 덮은 병재는 어느새 숙련도가 오른 기술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비록 숙련단계가 단계인지라 찔끔찔끔 오르기는 하지만 병재는 이런 습관을 귀찮아하지 않았다.

‘오늘은 지친 날이군.’

병재는 빈 종이에 자신의 일기를 적었다. 비록 몇 줄의 일기였지만 이걸 적음으로써 자신의 생명을 확인하는 아이러니함을 느꼈다. 구로다 센죠에게 찍혀서 구타당한 것과 고문당한 것들을 겪으면서 느낀 감정들을 적으면서 병재의 오늘 하루도 끝냈다.

11월 8일, 병재는 오늘 점호에 출석하지 않았다. 황군의 정신이다 뭐다하면서 소리치는 구로다의 모습이 예상되기는 했지만 그렇게 고문당하고도 멀쩡한 모습으로 점호에 참석하는 것이 오히려 더욱 의혹을 증폭시킬 것이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병재는 하루 종일 그 방에 있었다.

한편 같은 시각, 경성, 전문학교에 재학 중이던 길병윤의 작은 형인 길병주는 편지를 뜯었다. 병주는 편지를 찬찬히 빠짐없이 훑어보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보낸 이가 ‘최주평’이라는 사실에 피식 웃었다.

“잘 지내시는 것 같군. 형님은.”

보통학교에서 당시의 선생님이던 최주평과 인연을 맺게 된 병주는 그 때부터 형 동생 하는 사이로 지내왔다. 그렇기 때문에 최주평이 병주에게 편지를 쓰는 것은 그다지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사실 병윤이 가출할 때, 최주평이 병주와 병윤을 같이 찾아준 경험이 있기에 각별했다.

최주평은 현재 만주국의 만주군에 입대해서 이렇게 편지로 보내는 사이였다. 시간 날 때 마다 이렇게 내려와서 병주를 만났다. 그리고 그 때마다 술을 같이 마시면서 그 동안 있었던 일들을 털어놓는 편이었다.

최주평의 편지는 병주의 안부를 묻는 내용이었다. 병주는 이렇게 신경써주는 최주평의 모습에 화답하듯 편지를 썼다. 그리고는 내용이 다 써 내린 종이를 봉투에 넣어 봉투 구를 풀로 붙였다.

“이건 내일 우편에 넣어야겠군.”

언제 소식이 당도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예의라고 생각한 병주는 배시시 웃는다. 그 후 병주는 책상 위에 펼쳐진 책을 들고는 읽던 곳에서 다시 읽기 시작한다. 현재 병주는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재직 중인 지식인이었다. 병주가 이번 경성경제전문학교에 수석 입학한 것이 병주의 고향에 자랑거리로 내세울 정도였다.

물론 집의 사정상 병주의 학비는 충분히 줄 수 없었겠지만 그 때문에 병주는 학비를 벌기 위해서 밤에 온갖 잡일 등을 하여 학비를 겨우겨우 충당했다. 물론 병주의 잠재력을 보고 지원해주는 사람은 없지 않아 있었다. 하지만 병주는 자존심 때문인지 다 거절했다.

이내 책을 다 읽은 병주는 책을 살포시 다 덮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하아. 공부할 마음이 안 나는군.’

병주의 학업수준이 상당해서 현재 교수들이 병주에게 일들을 떠넘기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병주는 교수들의 일들을 처리하고는 학비를 버는 형편이었다. 그런데 일부 교수들 중에서 병주에게 일본군에 지원하라는 권유가 있었다.

‘흥 내가 그 딴 군대에 입대할까보냐?’

병주는 병재가 징용에 끌고 간 것에 대해 앙심이 남아 있었다. 비록 병재의 징용이 그 개자식 박출환 때문에 끌려간 것임을 알지만 병주는 전적으로 박출환의 의견을 들어준 일제에 대해서 역정이 났다.

더욱이 병주는 나 말고 지원할 사람이 많다는 식으로 생각했기 때문에 그런 권유를 좋게 돌려서 말해 거절한 편이었다.

-끼익!-

병주의 방문이 열렸다. 예의도 없이 노크도 하지 않고 그냥 들어온 것을 볼 때, 예의 따위 신경 쓰지 않을 만큼 친한 사람일 것이라고 병주는 생각했다. 병주는 책상에서 문으로 시선을 돌리자 문을 열고 마치 자기 집처럼 들어가는 한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말쑥한 차림새, 그리고 지적으로 보이는 둥근 안경까지 쓴 한 청년이 보였다. 병주와 나이는 비슷해보였다. 물론 병주는 그 청년의 정체를 잘 알고 있었다.

“덕재형, 여기는 어쩐 일이요?”

덕재형, 이름은 강덕재라고 불리는 청년이 병주의 물음에 답했다.

“심심해서 찾아왔네.”

병주는 덕재의 말을 듣고는 피식 웃었다.

“뭐 커피라도 먹을래요?”

그 말에 강덕재는 손사래를 친다.

“아니 됐어. 너에게 얻어 마시는 것도 한 두 번이지.”

“얼굴이 조금 어두운 걸 보니까 형수랑은 사이가 안 좋은 모양이네요.”

강덕재는 병주의 농담아닌 농담에 피식 웃었다.

“요즘 알콩달콩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마라. 그건 그렇고 넌 결혼 안 하나?”

병주는 한 방 먹었다는 듯 벙찐다. 그러나 얼굴을 수습하고는 장난 끼 어린 말투로 대답한다.

“미국의 대통령 에이브라함 링컨이 결혼할 때 이렇게 말했죠. ‘나는 지금 생지옥으로 가고 있다’라고 말이죠.”

“그래서 결혼 안 할 것이냐?”

“지금은 생각 없어요. 덕재형님처럼 소꿉친구도 없고, 학교 다닐 때 여자아이에게 인기도 없는 편이라 여자 생각이 안 나네요.”

강덕재는 뻔뻔하기 그지없는 병주의 말에 한숨을 푹 쉬고는 말한다.

“그러냐? 자식. 그렇게 이야기한다면 선을 볼 여자를 소개시켜야겠군.”

그 말에 병주는 급히 손사래를 친다.

“아 왜 이러세요. 덕재형! 저 아직 결혼 생각 없어요!”

강덕재는 당황하는 병주의 모습에 즐거운지 오히려 싱글벙글이었다.

“왜? 그 경쟁률 엄청난 전문학교에 수석입학했겠다. 능력도 엄청나지. 교수들은 일을 전부 떠넘길 정도인데 거기다 얼굴도 되지. 장래성도 유망하기 그지없는 사람인데 여자가 줄 안서는 것이 이상한 일 아니겠어?”

“진정하세요. 덕재형. 저 알아서 결혼하면 안 될까요?”

“응 안 돼.”

============================ 작품 후기 ============================

문맥과 문법이 안 맞는 부분 수정했습니다. 혹시 그런 부분과 오타가 있다면 댓글로 달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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