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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스미스 중장은 계속해서 질문을 퍼부어댔다.
“그렇다면 자네가 가진 의학은 어떻게 배운 건가?”
“원래 고향 부근에 한의사를 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 사람을 스승삼아서 배운 것입니다.”
그 말에 스미스 중장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지만 뭐 세상은 신기한 일들이 있으니까 라고 그냥 넘어갔다.
“아 그렇군. 그런데 자네 수술도 했던데. 외과의학은 따로 배웠나?”
“예. 그 부분은 정식적으로 배울 수 없어서 독학했습니다.”
따로 배웠다는 병재의 말에 스미스 중장은 놀라면서 이내 병재에게 시선을 집중시키고는 계속 입을 열었다.
“음 알겠네. 그렇다면 내 가장 궁금한 질문을 하겠네. 저 바드레드 일병의 팔을 어떻게 재생시킨 건가?”
“그건... 설명하기 복잡합니다.”
스미스 중장은 상관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옆에 의학을 알고 있는 사람인 군의관이 있으니 상관없네.”
“알겠습니다.”
병재는 자신의 재생치료 의학에 대한 간단한 설명을 했다. 복잡한 의료단어들과 치료과정의 복잡성에 대해 스미스 중장도 얼굴을 굳혔지만 반면 오드밀러 군의관은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병재의 말에 집중했다.
“그래서... 이렇게 되는 것입니다.”
“으음. 군의관 어떻소? 가능한 방법이요?”
오드밀러 군의관은 병재가 말하는 내용들을 열심히 받아 적었다가 스미스 사단장의 말에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아아.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사실 그가 말하는 방법이라는 것은 저로써는 처음 듣는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저 바드레이 일병의 잘린 팔이 재생되었으니 아마 그의 말이 사실일 것입니다. 제가 감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그의 실력은 사실일 것입니다. 더군다나 그가 말하는 의학지식은 상당히 고차원 적입니다. 그러니까 비유해자면 한 천재 과학자가 원시인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들을 설명한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즉 저 동양인 의사는 사기꾼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오히려 그는 우리 군의관들보다 의학 수준이 상당히 월등하고 고차원적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으음...”
스미스 중장은 오드밀러 군의관의 말을 듣고 안타까운 눈빛을 내비쳤다. 일본과의 전쟁을 치르면서 죽은 장병들과 사지가 잘려 불구가 되는 장병들이 늘고 있었다. 전사하는 것이야 어쩔 수 없다고 하지만 전쟁이 끝나고 불구가 되는 장병들에게 살아갈 희망은 없을 것이다.
‘정말 재생치료라는 것은 그만 할 수 있는 일인가? 으음. 안타깝군.’
스미스 중장은 생각을 그만하고, 하아 한숨을 내쉬면서 의자에 앉아서 자신들을 바라보는 병재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휴우. 알겠네. 자네의 질문들은 여기까지 하지. 그런데 말이야. 내 제안 하나 해도 괜찮겠나?”
“예. 말씀하십시오.”
“자네 군의관을 할 수 있나?”
“......”
병재는 잠시 할 말을 멈췄다. 그리고 생각한다.
‘조금 있으면 수용소로 끌려간다는 소식이 있는데... 군의관이라... 젠장. 타라와 징용자 생활 때문에... 일단 끌리는군. 수용소에서 갇혀 있다가 고향에 못 돌아갈 수는 없는 일이니 말이야. 하는 게 낫겠지?’
“예. 하겠습니다.”
병재의 긍정적인 대답에 스미스 중장은 반색하며 말한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군. 언제든지 말만 하게. 필요한 지원은 모든지 할 테니.”
병재는 스미스 중장의 말에 조금 생각하고는 이내 그에게 한 가지 청한다.
“으음. 그렇다면 한 가지 있습니다.”
“뭔가?”
“원래 같이 탈출할 동료들 네 명이 있습니다. 그들과 같이 일할 수 없습니까?”
스미스 중장은 가만히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정도야 가능한 일이지. 그 외에는?”
“물품이 필요할 때만 제외하고는 없는 것 같습니다.”
“알겠군. 그럼 그렇게 하지. 저 친구에게 군복 하나 주고 일을 맡기게. 난 일이 있어서 이만...”
“예 알겠습니다.”
스미스 중장은 작전참모들을 제외한 참모들을 대동하며 방에서 빠져나갔다. 그 후 작전참모는 병재를 바라보다가 오드밀러 군의관에게 말했다.
“남는 군복과 가운 하나 있습니까?”
“예. 다행히 남는 것 있습니다.”
“그럼 그렇게 처리해주고 일은 군의관에게 맡기겠습니다.”
“예. 알겠습니다.”
작전참모는 그 말을 끝으로 자신도 스미스 중장을 따라 방을 나갔다. 그렇게 해서 병재는 졸지에 미군 군의관이 되었다.
11월 24일, 아직 미군들이 일본군 잔당들을 소탕하고 있을 때였다. 병재는 군의관이 되자마자 정필중을 포함한 네 명을 불러 모았다. 멋있게 미군 군복을 차려입은 병재의 모습에 네 명은 깜짝깜짝 놀랬다.
“허 언제 미군의 의사가 되었는지 모르겠군.”
정필중은 병재의 군복을 위아래로 바라보면서 탄성을 질렀다.
“그래도 징용자보다는 낫겠지.”
노송규 역시 병재를 바라보면서 중얼거렸다.
“하 형씨는 내 성공할 줄 알았어. 우리 역시 덕을 보게 됐수다.”
채병호는 예의 말투로 병재를 칭찬해줬다.
“그래봤자 노총각으로 살 걸.”
김강연은 어제처럼 결혼이야기를 꺼내며 병재를 놀려댔다. 병재는 넷을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를 포함한 우리 다섯은 미 장병들의 부상을 치료해주는 역할을 할 것입니다. 그래서 말인데 네 사람은 저의 말에 따라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그거야 당연한 말이지.”
네 사람은 병재의 말에 힘차게 외쳤다. 병재는 그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 눈앞의 글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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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이름] : 좋은 의사들
[모임 장] : 길병재
[모임 원] : 정필중[능력각성X], 채병호[능력각성X], 노송규[능력각성X], 김강연[능력각성X]
현재까지 모임원은 최대 50명까지 가능합니다. 능력각성이 안 된 모임 원을 다시 각성시키려면 ‘이름 모임 원 능력각성 승낙’, 각성된 모임 원을 다시 각성시키지 않으려면 ‘이름 모임 원 능력각성 취소.’ 라고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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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병재는 모임에 필요한 네 가지 기술들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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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통] : 조직
[이름] : 조직숙달
[숙련등급] : 명인
[숙련도] : 78단 66%
[상세] : 정치 계통에 해당되는 기본기술이다. 정치에 대한 계통의 기술들의 효과를 5560% 증가시키고, 정치에 관련된 기술들에 대한 몸의 피로증가와 정신의 피로증가가 없어진다.
[계통] : 조직
[이름] : 조직학
[숙련등급] : 명인
[숙련도] : 95단 12%
[상세] : 모임에 대한 기본 기술이다. 모임원이 사용하는 모든 능력과 기술들의 효과를 5900% 증가시키고, 몸의 피로 증가와 정신의 피로 증가가 없어진다. 그리고 모임원들의 능력 및 기술습득 속도를 5900% 증가시킨다.(단, 이 효과를 발휘하는 범위는 모임장의 습득한 기술의 숙련등급을 넘지 않는 하에 한한다.)
[계통] : 교육
[이름] : 교육숙달
[숙련등급] : 명인
[숙련도] : 83단 12%
[상세] :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본기들이다. 교육계통에 속하는 모든 기술들의 효과를 5660% 증가시켜준다.
[계통] : 교육
[이름] : 훈련
[숙련등급] : 명인
[숙련도] : 78단 9%
[상세] :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기술들을 훈련시킬 수 있다. 숙련도에 따라서 다른 사람에게 빠르게 이해를 시킬 수 있으며, 몸에 익히는 속도도 증가시켜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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징용에 끌려가기 전에 심의호 선생 집에서 비록 남의 여자였지만 같이 일했던 여자인 조신혜를 이용해 이 네 가지 기술들을 숙달시켰다. 정치숙달과 조직학에 따라서 모임사이의 거리가 결정되어진다. 그래서 원래 맺었던 조신혜와의 모임은 이번 징용으로 인해 거리가 멀어지자 병재는 스스로 그 모임을 깼다. 그 후 병재는 자신의 개인정보창을 다시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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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정보창]
등급 : 217
경험치 : 98 / 454
이름 : 길병재
칭호 : 의신(모든 능력치 + 20)
생명력 : 1250/1250
근력 : 127(107+20)
체력 : 115(95+20)
민첩 : 135(115+20)
정확 : 327(307+20)
창의력 : 129(109+20)
손재주 : 323(303+20)
권위 : 517(497+20)
통솔 : 516(49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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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언제 봐도 이건 엄청나군.’
때때로 버거운 능력치의 수치는 병재도 놀라웠다. 어제의 수술은 저 수치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목의 신경을 건드리지 않고, 어떻게 총알을 뺄 수 있는지 그리고 침들을 어떻게 정확히 놓을 수 있는지 이 모든 것들이 저 능력의 수치에서 비롯된 일이다.
병재는 글들을 확인하고는 다시 네 사람을 바라보았다.
“오늘부터 상당히 바빠질 것입니다. 준비해주십시오.”
네 사람은 병재의 말에 집중하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이후부터 군병원의 일들이 빠르게 처리되었다. 오드밀러 군의관을 비롯해서 간의사들은 다섯 사람을 놀란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특히 저 군복을 차려입은 동양인 군의관인 병재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병재는 공장에서 프레임으로 찍듯 환자들을 바로바로 진료하기 치료했다. 어떤 외상, 증상 이런 것 전부 다 빠르게 적고 치료는 조치하는 데 5분도 채 되지 않았다. 더욱 놀란 것은 자신들이 바라보는 눈에도 빠르고도 명확했다는 사실이다. 특히 오드밀러 군의관을 포함한 군의관들이 병재의 모습에 집중했다. 자신들이 알지 못하는 기술, 그리고 의학들이 병재의 손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약을 어떻게 처리하는가? 수술을 어떻게 하는가? 병재가 가지고 있는 침술 이외의 양학에도 군의관들은 곁눈질로 계속 배워갔다.
특히 환자들을 다 치료하고 남는 시간이 되면 병재를 따라다니는 네 명에게 자신의 의학기술들을 가르쳐줬다. 군의관들은 그 때를 노려 병재에게 가르침을 청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군의관이 바로 오드밀러 군의관이었다.
재생의학을 자세히 관찰했던 오드밀러 군의관은 그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병재를 따라 배우기 시작하였고, 그에 따라 자존심에 어물쩍거렸던 군의관들 역시 오드밀러 군의관을 따라서 병재에게 배웠다.
11월 28일, 타라와 전투는 공식적으로 끝났다. 미군들은 일본군 잔당에 소탕하고 타라와 환초들을 다시 되찾았다. 완벽히 환초들을 장악한 것을 확인한 미군은 2대대를 남기고 나머지 병력들의 하와이로의 철수가 결정하였다. 그 것은 군병원에 있던 군의관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속에는 전 징용자였던 병재를 포함한 다섯 명도 있었다.
차례차례 수송선에 올라타는 병사들과 장교들 뒤로 병재를 비롯한 일행들 역시 따라 탄다. 몇 몇 미군 병사들은 타라와 섬을 쳐다보고는 지긋지긋한 표정이었다. 그건 병재의 일행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들에게 있어서 저 섬은 지옥이었다. 언제나 빠져나갈 수 없고, 오로지 그 곳에서 탈출하는 방법은 죽음밖에 없었다. 그러나 일행들은 탈출에 성공했다. 비록 일본군이 아니라 미군들의 손으로 탈출했지만 말이다.
“야 저기 봐. 저 사람이 그 유명한 의신이라고 하던데.”
“사지가 잘려도 저 사람 손에는 사지가 돋아난데.”
“저 사람 고치지 못한 병도 없다며?”
“내 친구 녀석은 군의관도 답 없다고 포기한 사람을 간단히 치료했다고 말했어. 물어보니까 약도 없다고 하던데 그 바늘을 이용해서 단박에 치료했어.”
“야. 내가 싸우다 잘못해서 지뢰를 밟아 발목이 날라 갔는데 지금 봐바. 발목 돋아났지? 와 나 진짜 그 때 생각하면 식겁했다고. 평생 장애인으로 살아갈까 놀랐는데 저 사람 덕분에 걸을 수 있다고.”
“사실 불구된 사람 중에 저 사람 손 안 거친 인간 있냐?”
“그건 그렇지.”
병사들이 병재를 바라보면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사실 병재가 군의관에 지내면서 있었던 일들은 전설과도 같았다. 어떤 미군은 어떤 벌레에게 물려 약도 없는 것을 병재가 단박에 치료했고, 어떤 미군은 군의관들도 답이 없다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수술조차 최대 5분 만에 가볍게 했다. 어떤 미군은 팔과 다리가 잘려져 절망에 빠져 자살하겠다는 소동을 하다가 병재의 재생의학에 팔과 다리가 재생된 후 아예 병재를 신처럼 받들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타라와전투를 치르면서 종군했던 종군기자들이 병재에 대해 인터뷰를 할 정도였다. 그리고 종군기자들 사이에서 병재를 보고 몇 세기를 넘나드는 기술을 가진 의사라고 집필했다.
며칠간의 항행 끝에 하와이에 도착했고, 약 8일의 전투였지만 수송선에서 내리는 병사들의 표정은 마치 몇 년을 계속 전투 속에 살아온 것처럼 노곤했다. 그 속에서 병재 일행들 역시 내렸다.
하와이의 부두에는 시민들이 몰려들어 병사들을 환영해주었다. 몇몇 병사들은 그런 환대에 미소를 지었다. 시민들 속에는 동양인들 역시 적지 않았다. 동양인들은 일본계, 중국계,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국계가 있었는데 한국계는 제일 적었다. 그러나 미군들을 맞이해주는 것은 민족이 따로 없었다.
부두에 모여든 동양인들은 옆의 백인시민들처럼 수송선에 내리는 미군들을 환영해줬다. 그리고 차례차례 내리는 미군들 속에서 병재의 일행들을 발견하자 조금씩 웅성거렸다.
“저 사람은 누구지?”
“그 니세이부대(일명 100대대, 재미일본인들이 주축으로 한 군부대로 대독전선에 참여함)에 참여한 자인가? 그 부대는 독일로 가지 않았어?”
“아니야. 자세히 봐. 장교잖아. 미군이 동양인을 장교로 받아준 적 있어?”
“몇 명 빼고는 없는 거 같은데. 그 사람들도 다 대독전선에 가지 않았어? 일단 식이 끝나고 물어보면 되지.”
병재를 비롯한 다섯 명의 정체에 대해 한창 수근 거렸던 동양인들은 환영이 끝나자 다시 제 갈 길을 갔다.
시민들에게 환영을 받았던 미군은 하와이 주재의 군부대로 돌아갔고, 그 속에는 병재를 포함한 다섯 명이 있었다. 군부대의 병원 안에 군의관들 역시 자신의 방을 찾고는 여독을 풀었다. 병재의 일행들 역시 오드밀러 군의관을 따라 방을 배정받았다. 정필중부터 시작해서 마지막으로 병재가 배정받았다.
“미스터 길. 자네는 여기서 짐을 풀고 지내면 되네.”
“감사합니다. 미스터 오드밀러.”
“하하. 아니네. 자네가 나에게 해준 것만 생각하면 이건 아무 것도 아니지.”
오드밀러 군의관은 기분 좋게 너털웃음을 짓고는 방의 열쇠를 병재에게 건네주었다. 병재는 열쇠로 방의 문을 열자 침대, 책상을 비롯한 수납장등이 있었다. 병재는 그 것을 보고 미소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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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력치 관련 수정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