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6 / 0633 ----------------------------------------------
[1부] 흩어진 가족들
중국 중경정부의 총통실 안에는 두 사람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벌어졌다.
“당신은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오?”
총통 장개석은 자신의 아내 송미령을 화가 난 표정으로 역정을 냈다.
“당신도 내 말이 설득력 있는 거 잘 알잖아요?”
“그래도 지금은 안 돼. 지금은 전쟁 중이야. 그 두 사람만큼 중경공단을 잘 운영하는 사람이 없는 거 당신도 잘 알잖소? 그리고 군수품목들을 다 설계 생산 하는 것들 모두 두 사람덕분인데.”
“지금이라고 제가 말했어요? 저도 잘 알고 있어요. 하지만 전쟁 후에는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나요?”
“으음...”
“잘 생각해보세요. 두 사람은 떠돌이에 불과해요. 비록 그 두 사람만큼 재주 있는 사람도 없고 전쟁인 와중이라 둘을 쓸 수밖에 없어요.”
“그러면 둘을 대신해 쓸 수 있는 사람은 있소? 있다면 이야기나 해보시오.”
“아 화내지 말아요. 중국대륙에 사람이 천지인데 그 두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까요?”
“그러면 기술은 어떻게 하오! 기술까지도 대체할 수 있는 인원들이 있소?!”
“그건...”
송미령은 그 말에 말문이 턱 막혔다. 공단 운영하는 사람이야 대체할 사람들이 많다. 다만 물건의 기술까지 대체시킬 수 있는 사람은 없기 때문이다.
“당신 말대로 전쟁 후라고 가정하고 생각해봅시다. 전쟁 후, 중국전토는 폐허가 되어 있을 것이오. 전토를 재건하는데 필요한 물자들 전부 공단에서 생산할 수 있는 거 당신도 잘 알잖소? 더군다나 돈도 필요한데, 그 돈을 버는 거 어디서 다 하오? 그것도 공단에서 하잖소? 전쟁 후에 아 다 끝났다. 설렁설렁해야지라는 마음으로 하지 않을 수 없지 않소?”
“하지만 당신 말대로 공단을 운영하는 데 두 사람이 필요한 거 알겠는데, 생각해봐요. 언제까지 두 사람만 의지할 생각이에요? 중국에 재건하는데 꼭 두사람만 필요하나요?”
장개석은 책상을 두 주먹으로 쾅 쳤다. 송미령은 그 화난 행동에 깜짝 놀랐지만 이내 얼굴을 다시 고치며 말했다.
“두 사람은 충성심을 기대할 수 없어요. 더욱이 두 사람이 임정의 이범석과 만남을 지속하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요?”
“그 것은 개인적인 친분일 것이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개인적으로 임정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거 당신도 잘 알잖아요?”
장개석은 매우 열이 났던지라 머리를 뒤로 젖히면서 진정시킨다. 사실 나가라고 소리치고 싶었지만 열 받게도 송미령의 말이 설득력이 있다는 사실이었다. 이내 장개석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그럼 어쩌자는 이야기이오?!”
“간단하잖아요. 일단 전쟁 중인 지금은 말고, 전쟁 후에 지분을 팔라고 하고 쫓아내면 되잖아요. 그리고 당신이 생각하는 대체 인력들 다 미국에서 지원을 약속했어요. 만약 두 사람이 운영할 때보다 성과가 없다면 제가 직접 가서 루즈벨트의 머리통을 잡아당길 테니 걱정 마세요.”
“젠장! 당신 처남의 돈이라도 받아먹었소?!”
송미령은 속으로 찔렸는지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어머머! 이 이가 지금!”
“알았소. 하지만 지금은 안 되오.”
“그건 저도 잘 알고 있으니 걱정 말아요.”
“나가보시오.”
송미령은 장개석의 손을 잡은 뒤 이후 방을 나갔다. 그리고 송미령은 총통관저 안에 어떤 방으로 들어가 누군가를 만났다.
“어떻게 됐어?”
중국군 군복을 보기 좋게 차려입은 중년 남성이 송미령을 바라보았다. 송미령은 그 남성을 뾰로통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씨알도 안 먹혀요. 그러니까 왜 그런 부탁을 해가지고.”
송미령은 그 남성을 보고 연신 투덜거렸다. 자신이 생각해도 장개석의 말이 맞았다. 사실 장개석에게 찾아가 이런 말을 한 것도 저 남성 때문이었다. 저 오라버니의 부탁 때문에 장개석에게 찾아와 말을 걸었더니 욕만 쳐 먹었다.
“아니 미령아! 그럼 가만히 있으라는 이야기냐?!”
“오빠는 지금 판국이 어떤 판국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 거 에요?!”
중년 남성, 송미령을 바라보며 찌푸리는 얼굴을 가진 남자의 이름은 송미령의 오라버니인 송자문이었다. 중국 4대가문의 일원인 송자문은 현재 경제를 담당하는 관료였다.
“잘 생각해봐라. 엄청난 규모야. 남경의 그 마을 같은 규모랑 비교가 안 된다고. 거기서 생산하며 벌어먹는 다면 우리 가문은 평생을 희희낙락하며 살 수 있다고.”
송자문의 밝은 미래를 상상하며 욕심으로 가득 찬 표정을 본 송미령은 어이없다는 듯 소리쳤다.
“지금 오빠 욕심 부릴 때에요?!”
송미령의 소리에 송자문은 다시 얼굴을 고친다.
“물론 지금은 아니지.”
“휴우. 그러면 됐어요. 저도 두 떠돌이가 우리 중국의 재산을 잠식하는 것에 대해서 마음에 들지는 않아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요?”
“그래. 그건 맞는 말이다. 그래도 말이야. 계속 그렇게 이야기해야 전쟁이 끝난 직후에 설득력을 얻는다고.”
송미령은 장개석에게 계속 욕을 얻어먹으라는 송자문의 뻔뻔한 말투에 표독하게 쳐다봤다.
“그렇게 보지 마라. 나는 가문을 진심으로 생각해서 하는 이야기니까 말이야.”
“휴 알겠어요.”
그렇게 송미령은 그 말을 하고 방에서 나갔다. 혼자 남겨진 송자문은 길병윤과 송감연을 생각하자 얼굴을 찡그렸다.
현재 송자문은 외교부장을 맡고 있었다. 다만 그의 출신이 자본가라서 공장을 운영하기도 했는데 남경에 정부가 있었을 때, 남경의 공장들은 송자문이 담당하기도 했다. 즉 송자문은 장개석을 지원해주는 자본가들의 장이기도 했다.
지금은 모든 기반이 담긴 남경이 일본군에게 빼앗기고, 아무런 연고가 없는 중경에 틀어박혀 있었다. 송자문이 공장들을 중경에 다시 기반을 뿌리를 내릴려던 찰나에 선수를 친 두 사람이 있었다. 바로 길병윤과 송감연이었다. 길병윤과 송감연은 장개석의 만족을 넘어서는 능력을 보여주었다.
대표적인 예가 바로 중경공단이었다. 남경공단보다 규모는 수 백 배 이상이었고, 공업능력은 이미 일본을 제치고 미국을 바라볼 정도였다. 그에 따라 벌리는 돈도 송자문이 남경공단에서 벌었던 돈의 양보다 훨씬 능가했다. 그 때문에 송자문은 그 중경공단을 바라볼 때마다 배가 아팠다. 물론 자신의 가문원들이 중경 공단에 파견되어 있다고 하지만 자신이 그 둘의 자리를 대신하는 상상을 자주 꾸기도 했다. 아마 중경공단을 차지한다면 백 대는 놀고 먹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중경공단에서 한창 바쁜 얼굴의 청년 같은 청소년의 얼굴을 가진 병윤이 있었다. 이제 몸은 자랄 대로 자라서 멀리서 보면 청년이지만 얼굴을 보면 소년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이제 수염도 자라는지라 매번 면도했고, 정장을 빼입은 모습을 보면 젊은 날 성공한 사람처럼 보였다.
“흠흠. 송자문은 잘 하고 있으려나.”
병윤은 총통관저에서 한창 흉계를 꾸미고 있는 송자문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중경공단의 회장직에서 자신들을 몰아 낼려는 송자문의 행동은 사실 병윤이 몰래 부추긴 결과였다. 사실 병윤과 감연은 이범석에게 포섭되어 임정과 같이 행동하기로 약속한 사이였다. 그런데 둘이 장개석 품에서 벗어날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때, 이범석이 한 가지를 이야기해주었다.
바로 토사구팽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걸 이용해서 벗어나는 것이 어떠냐고 말이다. 사실 둘은 고향에 돌아가고 싶었다. 일본제국 때문에 못 돌아가는 것 일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딱히 중경공단에 대해 미련이 남지 않았다. 그래서 전쟁이 끝난다면 둘은 지분을 바로 팔아버리고 고향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둘의 능력을 아는 장개석이 붙잡을 가능성이 컸다. 그렇기 때문에 이범석은 토사구팽을 이용하라는 말을 했다.
병윤은 그 말에 혹했다. 그래서 상황 상 불만과 욕심이 컸던 4대 가문을 몰래 몰래 부추겼다. 송자문을 이용해 송미령으로 장개석을 흔드는 것도 병윤이 의도한 바였다.
-따르르르릉-
그 때,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가 울린다. 한창 생각에 잠겼던 병윤은 전화기를 잡아 귀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귀 속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회장님. 가우스 미국 대사님이 방문을 요청하셨습니다.”
비서관인 진세연의 말을 들은 병윤은 잠시 생각했다.
‘미국 대사라? 나랑 별 상관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병윤은 사실 중경공단에서 생산된 물품들이 미국으로 수출하는 걸 잘 알고 있다. 그렇지만 그 것을 총 담당하는 자는 장개석 총통뿐이다. 다시 말해서 장개석이 직접 미국대사와 만나서 거래를 진행한다는 이야기였다. 뭐 바쁘다면 그의 처인 송미령이 대신할 때도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야기하면 병윤은 미국 대사와는 별 상관없는 관계였다. 한 마디로 미국 대사가 자신을 찾아올 까닭은 없다는 이야기였다.
‘무슨 용건인지는 모르지만 그래도 만나는 봐야겠군.’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예 회장님. 그럼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그 것으로 전화는 끊겼다. 병윤은 슬며시 전화기를 다시 원래대로 내려놓은 후 일어나 기지개를 편다. 책상 위에는 아직 처리 못한 서류들이 있지만 병윤은 그 것들을 가지런히 정리를 한 뒤 손님 맞을 준비를 했다.
잠시 후, 노크소리가 들리며 진세연은 주중미국대사인 가우스 대사를 방 안으로 안내했다. 가우스 대사는 역시 외교관 경력을 헛되이 하지 않았다는 것을 증명하는지 미소를 지으며 병윤에게 악수를 청한다.
“갑작스레 방문하게 되어서 죄송합니다. 저는 주중 미국 대사인 클라렌스 E. 가우스라고 합니다.”
꽤나 능숙한 자기소개를 한 가우스 대사는 병윤에게 악수를 청한다. 병윤은 악수를 받으며 자신의 소개를 한다.
“찾아뵙게 되어서 반갑습니다. 가우스 대사님. 저는 이 보잘 곳 없는 공단을 운영하고 있는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이 거대한 공단을 운영하고 있는 이가 누구인지 궁금했는데 이렇게 젊은 친구인 것은 꿈에도 몰랐군요.”
“많이들 의아하시더군요. 그래도 총통께선 나이보다 능력을 우선시 여기니 이 중요한 자리를 저에게 맡기시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 그렇게 해석할 수 있군요.”
“이렇게 서서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앉아서 이야기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렇군요. 그럼 신세 좀 지겠습니다.”
진세연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고는 고개를 숙이며 방 밖으로 나간다. 방 안에 두 사람만 남게 되었고, 병윤은 가우스 대사의 취향에 맡는 차 혹은 커피를 준비하면서 대접한다. 그렇게 서로 간을 보는 이야기만 하다가 슬슬 본 이야기가 나왔다.
“이렇게 차를 음미하는 것도 좋긴 한 데 이제 슬슬 제 일을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습니다.”
차를 한껏 음미한 가우스 대사는 이 말을 한 후 눈빛이 확 변했다. 가우스 대사의 눈빛이 날카롭게 변하면서 분위기도 바뀌었다. 병윤은 속으로 ‘이제 시작이구나’라고 생각하고는 가우스 대사의 눈빛을 호연하게 받았다. 먼저 가우스 대사의 입이 열리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우리 합중국의 사정이 좋다고 많이들 이야기합니다. 그러나 그 것은 사람들이 겉으로 보면서 하는 이야기이지요. 비록 전쟁에 이기기 위해서라고 이야기 합니다만 우리 합중국의 자원들이 전쟁에 많이 낭비됩니다.”
가우스 대사의 말을 들은 병윤은 가우스 대사의 말을 받아친다.
“그러나 합중국의 공업능력은 전 세계에서 제일 아니겠습니까? 뭐가 부족하다고 저를 찾아왔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하하 물론 우리 합중국의 능력은 제일입니다. 하지만 낭비되는 것은 사실 아니겠습니까? 아마 전쟁이 지속된다면 우리 합중국이 파산되지 않는다고 하여도 상당한 재정손실, 인명손실을 피할 수는 없겠지요.”
“그렇군요.”
“전쟁에서 수많은 자원들이 소모되는데 여기서 석유 또한 예외는 아니겠죠.”
‘석유? 그렇군.’
병윤은 가우스 대사가 무엇을 용건으로 찾아왔는지 잘 알 수 있었다. 지금 석유 생산량은 미합중국이 제일이었다. 지금 미국과 전쟁 중이던 일본제국 역시 전쟁 전만 하더라도 석유수입의 구 할을 미국이 차지했으니 말이다. 이 곳 중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본과 전쟁 전만 하더라도 중국 역시 석유수입을 미국에게 기댔으니 말이다.
그러나 전쟁의 불길이 전 세계에 번지고 미국까지 번지게 되자 미국의 자원들이 전쟁에 소요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의 석유들은 전차, 비행기, 함정의 연료로 급속히 소모되고 있는 중이었다.
“다행히 중경공단에서는 석탄을 정제된 석유로 바꾸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합중국의 의회에서 자국의 비싼 석유를 보존하는 대신 타국의 값이 싼 석유들로 대체하고자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렇군요. 그럼 대사님이 찾아오신 이유도 석유수입을 위해서 입니까?”
“하하. 부끄럽지만 말이죠. 사실 이런 용건이라면 의당 총통각하를 찾아뵐려고 했지만 직접 기술을 개발했고 관리하는 담당자를 찾아뵈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습니다.”
“잘 알겠습니다. 다만 이런 거래결과는 총통각하께 알려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것은 대사님이 양해해주었으면 좋겠습니다.”
“하하. 다 알고 찾아왔으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일단 미국에 거래되고 있는 석유가격을 기준점으로 이야기하겠습니다.”
현재 병윤이 알고 있는 국제유가는 배럴당 1 달러에 가까웠다. 그러나 현재 미국이 감당하는 석유소비량은 상당하니 유가가 아무리 싸도 재정소모가 만만치 않았다.
“우선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가격은 배럴 당 0.5 달러가 최대입니다.”
가우스 대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천천히 끄덕인다. 그 정도라면 상당히 쌌다. 무려 국제유가의 반값이 아니던가? 가격은 그 정도면 되었다.
“그럼 감당할 수 있는 량은 얼마정도 됩니까?”
“일단 감당할 수 있는 량은 1달에 2억 배럴이 최대입니다. 다만 석탄을 최대한 수입할 수 있다면 그 량은 점점 커지겠죠.”
가우스 대사는 만족스러운지 미소를 짓는다. 그 정도면 되었다.
“하하 좋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하겠군요. 정식적인 계약은 총통각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이군요.”
이것으로 가우스 대사와 병윤의 만남은 끝났다. 가우스 대사는 연신 싱글벙글하면서 웃으면서 자리를 떠났다. 방 안에 홀로 남겨진 병윤에게 비서총관인 진세연이 다시 찾아왔다.
“이것으로 재고가 쌓인 석유들을 처리할 수 있겠군요.”
진세연의 말에 병윤은 피식 웃었다. 사실 연료가 부족하다고 장개석이 닦달할 때, 병윤과 감연이 석탄을 떠올리며 석탄을 석유로 변환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다만 문제라면 그 기술의 효용성이 너무 좋다는 것이었다. 아주 싼 값에 석탄을 석유를 바꾸는 것 때문에 석유가격이 석탄가보다 낮아지는 기현상까지 나올 정도이니 말이다. 그 덕분에 장개석의 닦달은 사라졌지만 쌓인 석유가 문제였다.
“예 그렇군요. 뭐 잘 되었죠. 이것으로 중국의 수출물품이 하나 늘어났네요.”
“석탄으로 석유 100배럴을 만들 때, 석탄 원가랑 모든 비용을 합쳐도 1센트밖에 안 된다는 것을 가우스 대사가 알까요?”
진세연은 이 말을 하면서 마치 장난꾸러기같은 미소를 지었다. 마치 사기꾼이 호구를 가지고 놀면서 어떻게 요리해먹을까? 라는 그런 표정이었다. 그러나 병윤은 그런 환상을 깨 부셨다.
“글쎄요. 아마 잘 알겠죠. 미국의 첩보기관들이 그런 것을 주목하지 않을까요? 그런데 가우스 대사는 그 것을 알았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왜죠?”
“그렇게 사실로 인식해야 미국 내 정유회사가 안 망하고 살아남을 수 있겠죠. 아마 사실대로 밝혀지면 미국 내 정유회사는 망할 걸요.”
진세연은 생각하더니 이내 병윤의 말이 타당하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였다.
“한 마디로 거짓을 진실로 치부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슬픈 사실이네요.”
진세연의 마지막 한 마디에 병윤의 얼굴은 굳었다. 그리고 속으로 생각했다.
‘우리가 구출하고자 한 누나가 안 죽고 살았다는 것이 진실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