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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41화 (4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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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약산 김원봉, 1898년 3월에 출생하여 지금까지 조선의 독립을 위해 살아온 독립운동가. 독립을 위한 비밀 결사단을 조직하여 일본의 체계에 피해를 입힌 자. 일제가 내건 현상금 중 최대의 액수가 걸린 사람. 2년 전부터 군대를 이끌고 광복군에 합류한 자이자 직접 일본군을 상대하는 자라고 간부후보생 몇 명들이 말했다. 물론 길병윤의 작은 형 길병주도 그걸 들어서 알고는 있었다. 하지만 만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그러나 병주 역시 만만치 않은 실력을 가진 자였다. 오로지 일본제국을 엿먹이기 위해 탈영하고 소대원들을 무사히 이끌어 광복군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은  놀라움의 극치이다. 특히 추격하는 일본군 하나 중대를 피해 없이 전멸시킨 전과는 능력을 증명하기에 아주 좋은 사례였다. 물론 소문은 나지 않아서 모르는 사람은 대다수였지만 그 것을 특히 주목하는 이들이 있었다. 대표적으로 병주 앞에 앉아있는 김원봉이 대표적인 예이다.

병주가 이끄는 소대의 소문을 들은 김원봉은 자신의 군대 보충 차 처음 병주를 찾아가 보았을 때, 그의 가치를 한 눈에 알아보았다.

‘이 자. 보통이 아니군.’

왜놈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던 김원봉이건만 김원봉은 병주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을 느꼈다. 그래서 웃는 낯에도 속으로는 긴장을 했다. 김원봉은 병주에게 합류하지 않겠냐는 말 한 마디를 던진 뒤 말을 계속했다.

“내가 주위 사람들에게 듣기로는 자네가 한 개 소대를 이끌고 탈영하던 와중에 일본군 한 개 중대가 추격했다고 들었네. 맞는가?”

진지한 표정을 짓는 김원봉의 진중한 목소리에 병주의 얼굴은 싹 바뀌면서 묻는 말에만 대답했다.

“정확히는 한 개 중대에 한 개 소대가 더 붙여있었습니다.”

“보통 도망치는 와중에 추격당하는 것이 제일 위험하다고 알고 있네.”

병주는 그 말에 별 거 아니라는 듯 싱긋 웃고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 것도 때에 따라 다르죠. 추격하는 놈들을 함정 속에 빠뜨리면 아무리 화력이 강한다한들 다 죽을 목숨이죠.”

그러나 김원봉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간단히 말하는군.”

“물론 때에 따라서 간단하죠. 아니면 간단하게 만든다거나.”

병주의 말을 들은 김원봉은 한쪽 눈이 올라갔다.

“그 때 당시 어떻게 전투했는지 알려줄 수 있나?”

병주는 그 말에 쇼파 사이 탁자에 놓인 종이와 펜을 들고 그 때 당시의 전투 상황의 지도를 그리기 시작했다. 김원봉은 병주의 행동에 흥미진진하게 바라봄과 동시에 당시의 지리정보를 상세하게 기억하고 작성하는 병주의 능력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는 표정이었다.

‘전투 당시 지리 정보들을 저렇게 자세하게 그릴 수 있나?’

자신이 항일운동을 했던 경험 때문에 지리의 중요성을 상식처럼 알고 있는 김원봉이지만 병주가 아예 지도를 작성하며 그리는 모습에 두 손 두 발 다 든 모습이다. 더군다나 김원봉은 지도에 지형을 그리는 것을 동시에 병주가 빨갛게 색칠한 작은 원형 종이 여러 개와 파랗게 색칠한 작은 원형 종이 여러 개를 전투 당시의 지형이 그려진 지도 위에 올려놓는 것을 보고 놀라움은 더해갔다.

“말로만 설명하기 그래서 이렇게 당시 지도와 아군과 적군의 배치까지 올려놓겠습니다. 직접 보시고 설명을 듣는 것이 더 빠르겠군요.”

김원봉은 말을 하지 않고, 병주의 행동을 지켜봤다. 병주는 먼저 파랗게 색칠한 작은 원형 종이를 아군으로 가정했고, 빨갛게 색칠한 작은 원형 종이를 적군으로 가정했다. 그리고 시간에 따라 아군과 적군의 위치가 바뀌는 것을 시시각각 보여주면서 아군은 왜 여기에 배치했는가? 그리고 어떻게 대처했는가? 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해주고, 여기서 일어날 수 있는 변수들과 그 변수들에 대한 대비까지 설명해주었다.

김원봉은 병주의 설명을 계속 들으면서 마음속으로 병주를 평가했다.

‘이 녀석은 진짜다. 물건이야 물건! 나도 저렇게 하기 힘든데 왜 저 녀석이 간단하다고 자신만만하게 말을 했는지 알겠군. 잠룡. 저런 녀석이 일본군에 탈영한 것이 다행이라고 느끼는군.’

김원봉은 병주의 설명을 토대로 자신의 머릿속으로 상상했다. 병주의 지휘 하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병사들, 그리고 예상치 못한 기습에 무력하게 당하는 일본군 병사들, 일본군은 자신들이 가진 무기들을 전혀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지형 때문에 속수무책으로 당했고, 병주의 소대원들은 자신들이 가진 화력을 극대화시켰다. 추격한 일본군 소대가 당하자 일본군은 예비대를 투입시키지만 병주의 소대원들은 그 것까지 예상하면서 예비 분대들을 투입하여 포위망을 펼쳤고, 이어지는 전투의 끝은 일본군의 전멸이었다.

“아무래도 제 잘난 척으로 여겨지지만 전투는 이렇게 해서 마무리했습니다. 어떻습니까? 의문점에 답변은 되셨습니까?”

김원봉은 병주의 말을 듣자 상상을 마무리 짓고는 표정을 바꾸었다.

“이런 말을 들어서 더욱 유혹이 되는군. 자네 정말 능력이 엄청나군. 그래서 더욱 제안을 하고 싶네. 자네 소대장이라고 했는가? 제 1지대의 소대장을 맡아주었으면 좋겠네.”

김원봉의 고평가에 병주는 어쩔 줄 몰라 하는 표정을 지었고, 잠시 생각하더니 곧 고개를 숙이며 답변했다.

“생각할 시간을 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김원봉은 이미 이런 일은 예상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고민을 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군. 마음이 정해지면 연락하게.”

김원봉은 쇼파 앞 탁자에 종이 하나를 내려놓고는 방을 나갔다. 응접실에 혼자 남은 병주는 김원봉이 남긴 종이를 살펴보았다. 종이의 내용은 연락할 연락처와 김원봉이 하고자 하는 말이 적혀 있었다.

-자네의 능력은 대단하다네. 하지만 자네는 신념을 정하지 않은 모양이군. 나아갈 길을 잃는 방황하는 아이 같다네. 뭔지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이제 결정해야할 시기가 온 것 같네. 그 결정에 따라 자네에게 독이 되었든 약이 되었든 모르는 일이야. 그러나 만약 자네가 나에게 온다는 결심만 한다면 내 보증하지. 결코 자네에게 독이 되지 않도록 하겠네.-

병주는 종이의 글들을 읽고는 자조하면서 혼잣말을 한다.

“신념을 잃었다라... 잘 모르시는 말씀이군. 하지만 당신이 말한 것은 한 가지 들어맞았어. 결정. 난 결정을 해야 할 시기가 다가온다는 것을 말이야.”

병주는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곧바로 일어서고는 응접실을 나갔다.

강의시간이 끝난 뒤의 쉬는 시간이 되었을 때, 병주는 응접실에 있었던 일들을 강덕재와 김도진에게 이야기했다.

“그러니까 광복군 제 1 지대에 편입되어달라? 그렇게 말했어?”

강덕재가 김원봉이라는 말에 얼굴을 찡그리고는 병주에게 되물었다.

“예. 아직까지 결정을 유보한다고 말했습니다.”

“넌 생각이 어떤데?”

강덕재는 넌지시 병주에게 물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그 사람에 대해 잘 알지 못하거든요.”

강덕재는 그 말을 듣고 잠시 고심하더니 곧 얼굴을 굳히고는 충고했다.

“내가 아는 바를 말해주면 그 제 1 지대는 김원봉 그 사람 사병단체인 조선의용대가 광복군에 합류하면서 이름만 바뀐 것 일거야. 한 마디로 제 1 지대로 편입된다는 말은 그 사병단체에 가입된다는 말이지.”

“으음...”

병주가 머뭇거리는 모습에 김도진이 쇄기를 박았다.

“내 참 형씨도, 내 알아보기로는 그 김원봉이라는 사람 빨갱이요. 빨갱이. 그 것도 진성 빨갱이란 말이요.”

그 말에 병주는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

“빨갱이가 뭐 별 거 있겠습니까?”

김도진은 병주의 그 말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당신 광복군 내 파벌싸움은 익히 알고 있소?”

병주는 그 말에 비로서야 아! 하고는 김도진이 하는 말을 알아차렸다. 강덕재가 김도진이 했던 말을 더 보강해주었다.

“광복군이 원래 보수 우익 단체야. 좌익 빨갱이는 따로 활동하는 편이지. 그들은 중국군 8로군 공산당군을 졸레 졸레 따라다니며 활동하는 편이거나 소련군에 있지. 원래대로라면 그렇지. 그런데 그 김원봉이라는 사람의 이념이 좌익임에도 불구하고 광복군에 투신한 것이지. 명목은 광복군의 규모를 확장한다고 하지만 내부는 글쎄? 김원봉, 그 사람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어. 만약 그 사람 밑으로 들어간다고 한다면 넌 시한폭탄을 떠앉게 될 거야.”

“...... 사실 거절할려고 했습니다.”

결국 병주는 결심했다는 얼굴을 하고는 단호히 말했다.

“거절할려고 했다? 그게 무슨 말이요? 형씨.”

“중경공단에 제 친동생이 있습니다. 이름은 길병윤.”

그 말에 김도진과 강덕재는 깜짝 놀랐다.

“뭐?! 그 중경공단을 운영하는 이가 자네 친동생이라고? 자네 중경에 간다는 것은 친동생이 있다고 말했는데. 그게 중경공단의 회장님일 줄은 몰랐군.”

“그 길병윤과 이름이 비슷하다고 여겼는데 형씨랑 친형제지간인 것은 몰랐네.”

강덕재와 김도진의 얼굴은 놀라움을 금치 못한 채 병주의 폭탄발언의 충격을 이기지 못한 표정이었다.

“그렇다면 거절을 하려고 하는 것도 이해가 되겠군.”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 말에 대답한다.

“예. 공산주의자와 자본가는 이념상 대칭점이니까요. 그나마 망설였던 것은 광복군에서 제 1 지대가 일본군과 직접 대적한다는 소문이 돌아서 그렇습니다.”

병주의 말을 들은 강덕재와 김도진은 얼굴을 굳혔다.

“확실한 것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일단 확실한 것을 이야기한다면 그 제 1 지대의 편입은 거절해야겠지요. 그 곳에 들어가보았자 제 존재는 제 1 지대의 분란거리에 처해겠지요.”

“알겠네. 나도 힘을 실어주지.”

“형씨. 나도 힘을 실어줄게.”

병주는 강덕재와 김도진의 작은 응원에 피식 웃었다.

한편 같은 시각, 하와이의 병재는 김충호의 벼락같은 소식을 들어 혼비백산한 표정이었다.

-콰앙!-

병재는 온 힘을 다해 책상을 탁하고 치자 책상은 병재의 힘을 이기지 못하고 두쪽으로 금이 갔다. 하지만 병재는 책상을 신경을 쓸 수 없을만큼 격분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격분은 병재 앞에 앉아있는 김충호에게 향했다.

“다시 한 번 말해보세요!”

“...... 미안하다.”

“다시 한 번 말씀해보시라니깐요!”

병재의 온 살기가 김충호에게 향하자 김충호는 바지에 오줌이 적실 정도로 두려움을 느꼈다. 그만큼 병재의 분위기는 장난이 아니었다.

“제 아버지가 서대문형무소로 끌려가다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

“그렇게 된다면 어머니는...”

병재는 그 말을 하고선 눈가에 눈물이 맺히고, 격분을 이기기 힘든지 이빨을 갈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뿌드득!-

“휴우. 이런 말을 해서 정말 미안하다.”

다행히 병재의 살기에서 벗어나자 김충호는 간신히 말할 수 있었다.

“젠장할 그 자식들! 그 빌어먹을 왜놈들! 우리 여동생을 잡아가는 것도 모자라! 나를 징용으로 끌려가는 것도 모자라! 내 부모님을 인질로 잡다니!”

김충호는 병재의 분노를 묵묵히 들었다. 그러다가 병재가 벌떡 일어서고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겼다. 김충호는 병재의 행동에 깜짝 놀라며 말했다.

“자네 어디가는가?!”

병재는 그 말에 시선을 김충호에게 돌렸다. 김충호는 흉신악귀같은 살기가 담긴 눈빛에 헉했다.

‘젠장 일이 터졌군. 박사님이 말씀하시는 것과 똑같아. 이럴 때는...’

“자네가 직접 가족들을 구출하려고 그러는가?”

그 말에 병재는 다시 시선을 돌리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럴수록 왜놈들의 속임수에 넘어가는 것을 모르는가?!”

김충호의 절박함이 담긴 말에 비로소 병재는 우뚝 발걸음을 멈췄다.

“앉아봐. 이야기 아직 안 끝났어.”

김충호는 병재의 살기에 몸이 부들부들 떨었지만 병재를 다시 되돌리는 것에 성공했다. 병재는 아까의 흉신악귀같은 시선은 그대로였지만 대신 김충호의 말을 끝까지 다 듣는다는 표정이었다.

“내가 말해주지. 아버지 쪽의 안전은 걱정 없어.”

“그건 왜죠?”

병재의 으르렁거리는 말투와 살기에 김충호는 오금이 저렸지만 이내 정신을 수습하고는 계속 설명을 이어 나갔다.

“내가 알기로는 자네 아버지가 서대문 형무소에 갇히게 된 일은 전적으로 자네 탓이야.”

“그게 무슨...”

“정확히는 자네가 아니라 자네의 능력 탓이지.”

“......”

“자네의 그 재생치료가 왜놈들이 알아차렸지. 더군다나 중국의 공업을 책임지는 중경공단의 회장이 자네 친동생이라고 했던가? 그 곳에서 왜놈들이 공통점을 못 알아차릴 수 있을까?”

“하고 싶은 말이 뭐지요?”

“내가 추측 아니 확신하는 바로는 자네 아버지는 인질이야.”

-뿌득!-

병재는 그 말에 어금니를 세게 꽉 물었다. 김충호는 그 소리에 무시하고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자네 아버지는 무사해.”

병재는 그 말에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병재의 표정은 아직 풀리지 않았다.

“인질은 목적을 이룰 때 동안 살리는 것이 효율적이니까.”

“...... 제 어머니 쪽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김충호는 그 말에 아! 하고 말을 잊었다.

“제 아버지야 인질 신세이기 때문에 왜놈들이 목적을 이룰 때 동안 안전할 수 있다고 친다면 제 어머니는 어떻습니까? 셋이 살고 있는 집에 가장이 없다면. 과연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병재는 그 말을 하고선 벌떡 일어났다. 김충호는 병재를 멈춰 세울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한 마디를 던졌다.

“자네 어머니는 구출할거야. 구출할거라고.”

그 말에 병재는 시선을 김충호에게 집중했다.

“그러니까 어떻게 말이죠?”

“내 모든 힘을 동원해서 자네 어머니를 구출하거나 보호할거야. 내 모든 것을 총동원해서 말이야. 그러니까 진정하게! 진정해.”

병재는 비로서야 얼굴이 탁 풀리며 흉신악귀같은 눈빛과 살기를 거두었다.

“......”

“미안하네. 왜놈들이 자네 가족의 안위를 건드릴 줄은 생각도 못했어.”

“확실한 거죠?”

김충호는 자신만 믿어달라는 눈빛을 보내며 말했다.

“내 목숨을 걸지. 자네는 여기서 할 일이 많아. 자네가 그 곳으로 간다면 부모님을 확실히 구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더군다나 자네는 그 쪽 일이 아니잖아? 걱정 마. 아버지 쪽은 몰라도. 어머니는 확실하게 구출하지.”

그러나 병재는 김충호의 말에도 확신이 서지 않은 듯 머리카락을 부여잡고 괴로워했다. 병재의 머리는 위협받고 있는 부모님으로 가득했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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