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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새벽이 지나고 해가 뜬 아침, 앙상하게 마른 몸집을 지닌 병재, 병주, 병윤의 어머니인 김민숙은 겨우 눈을 뜰 수 있었다. 어제 밤, 다친 몸을 이끌고 살기위해 일을 하고 난 뒤 계속 굶주렸다. 그 때문에 김민숙은 아기를 안고 기절하고 말았다. 기절 전 마지막으로 든 생각은 자신의 죽임. 그리고 홀로 남겨질 아기에 대한 걱정뿐이었다.
김민숙은 정신이 먼저 들자마자 곧바로 누군가가 떠올랐다.
‘내 아기. 우리 아기.’
그 생각이 번쩍 떠올랐을 때, 김민숙은 팔 옆에 체온을 느꼈다. 몸 전체를 감싼 체온은 아니었다. 팔에 댄 듯 느낄 수 있는 면적의 체온이었다. 김민숙은 본능적으로 그 체온의 주인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있었구나. 우리 아기’
김민숙은 체온을 느끼자마자 아기가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하며 눈물을 흘렀다. 앙상한 몸에 또 굶주림에 신경이 곤두 쓰고, 온 몸에 힘이 없지만 자신의 아기가 살아있다는 것에 본능적으로 기쁨의 환희를 느꼈다.
김민숙은 그렇게 잠시 동안 아기와 같이 체온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이 순간의 기쁨이 영원하기를. 이 순간의 기억이 영원하기를 김민숙은 그렇게 하늘에 빌었다.
기쁨의 소용돌이가 잠잠해지자 김민숙은 힘겹게 눈을 떴다. 빛에 눈이 부셨다. 그러나 김민숙은 순간 당혹스러운 감정을 느꼈다.
‘여긴 어디지?’
김민숙은 기억을 더듬어 봐도 이곳은 처음이었다. 김민숙은 낯선 장소, 낯선 환경, 낯선 공기와 낯선 분위기를 본능적으로 느꼈다.
“으으...”
남아있는 힘을 써서 눈도 간신히 떴건만 김민숙은 처음 보는 환경에 혹시 모를 두려움을 느끼고, 상체라도 일으킬려고 용을 썼다. 김민숙은 용을 쓴게 통했는지 허리를 꼿꼿히 세울 수는 있었다. 다만 그 것 뿐이다. 팔도 얼굴도 움직일 힘이 없다. 간신히 눈동자를 굴러서 이곳이 어디인지 파악하는 것이 전부였다.
-끼익-
그 때, 김민숙이 일어난 것을 감지라도 했는지 문이 열렸다. 문을 통해 방에 들어온 인물은 김민숙보다 어려 보이는 얼굴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젊은 여성이었다. 그 여성은 빈손으로 오지 않고, 그릇에 죽을 가져왔다. 여성은 김민숙의 상태를 보더니 이내 죽을 옆에 두고, 숟가락을 천천히 김민숙의 입에 떠먹여주었다.
김민숙은 익숙한 죽이었지만 이렇게 굶주려서 죽기 일보 직전에 먹는 죽의 맛은 평상시와 달랐다. 천상의 맛 그 자체였다. 김민숙은 죽을 음미하고 싶었지만 입에 들어간 죽은 곧바로 식도를 타고 위장으로 들어갔다.
그렇게 한동안 젊은 여성은 김민숙의 입에 죽을 천천히 떠먹이고는 그릇이 비자 얼른 치웠다. 그리고 여성은 눈동자를 힘겹게 돌리는 김민숙을 바라보며 말했다.
“처음 보는 장소에 깨어나셔서 많이 놀라시는 표정이내요.”
죽을 천천히 먹어 그나마 힘이 생긴 김민숙은 그 여성의 말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사실 저희가 당신을 구한 이유는 어머님의 장남인 길병재 씨가 간청해서 구했습니다.”
여성의 말에 김민숙의 눈은 커졌다.
‘벼... 병재가...’
김민숙은 눈물을 또르르 흘러내렸다. 김민숙은 여성에게 묻고 싶은 말이 많지만 죽을 먹었는데도 말 할 힘이 없어서 입을 열지 못했다.
여성은 김민숙의 표정을 살펴보고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일단 회복할 시간이 필요한 것 같네요.”
젊은 여성은 그 말을 하고는 천천히 일어나서 빈 그릇을 들고, 방을 나가 천천히 문을 닫았다. 김민숙은 방 안에 자신과 옆에 곤히 자고 있는 자신의 아기가 남자 조용히 눕고는 이내 남는 힘을 써서 몸을 옆으로 돌리고는 자고 있는 자신의 아기를 꼬옥 껴안으며 눈물을 흘렀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아기는 김민숙의 속도 모른 채 평안히 천사처럼 자고 있었다.
며칠이 지났다. 김민숙의 몸은 굶주림에 벗어나자 정상을 되찾고 있었다. 김민숙은 이제 편안히 몸을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자, 김민숙을 간호했던 젊은 여성은 다시 찾아왔다.
“몸은 어떠세요?”
젊은 여성의 상태를 묻는 말에 김민숙은 고개를 끄덕이며 감사를 표한다.
“문제없어요. 저를 이렇게 보살펴 주셔서 감사를 표해요.”
“호호호. 감사는 길병재 씨에게 해주세요. 저희들은 그저 길병재 씨가 부탁해서 들어준 일이거든요.”
“그래도 감사해요. 시간이 조금 늦었으면 저와 아기는 이미 죽은 목숨이었거든요.”
“그렇게 들으니 하느님이 길병재 씨의 간청을 들어준 것 같네요.”
젊은 여성의 말에 김민숙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 묻고 싶은 말이 있는데. 당신들은 누구신지...”
젊은 여성은 그 말에 뭔가 깜빡했다는 얼굴을 짓고는 흠흠 헛기침을 하며 자신을 소개한다.
“저희들은 미국 하와이의 한인들을 돕는 한인동지회의 일원이에요. 지금은 미국과 협력하여 조선의 독립을 위해 노력중인 단체지요. 원래 미국에 본부가 있지만 이렇게 조선의 정보를 얻기 위해 지금처럼 조선에서 비밀로 활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리고 저는 한인동지회 조선지부의 송지혜라고 해요.”
젊은 여성, 한인동지회 조선지부의 일원인 송지혜는 원래 성격이 그런지 방실방실 김민숙을 쳐다보며 싱긋 웃는다.
“그런데 우리 병재가 그 쪽 단체하고는 어떤 사이길래... 제가 알기론 병재는 징용한 걸로 알고 있는데.”
송지혜는 그 말에 아까의 웃음을 접고는 흠흠 거리며 대답한다.
“사실 길병재 씨가 징용당한 것은 맞아요. 그러나 지금은 잘 지내고 있어요. 미군의 군의관에 재직 중이거든요. 그리고 사실 우리 한인동지회가 길병재 씨의 덕을 많이 보고 있어요. 이렇게 어머님을 구출한 것도 전적으로 길병재 씨 때문이거든요.”
그 말에 김민숙의 눈동자는 커졌다. 이후 잠시 동안 그대로 있더니 김민숙은 안도의 한 숨을 내쉰다.
“정말 다행이에요.”
같은 시각, 김충호는 희희낙락하며 승리의 미소를 지은 채 길병재를 바라보았다. 길병재는 마치 자신을 칭찬해달라는 김충호의 표정에 불구하고도 오히려 마구마구 칭찬해주고 싶었다.
“김 형 고맙습니다.”
“내 말하지 않았는가? 내 목숨을 구한다고 말이야.”
“어머니를 보살피는데 드는 비용은 얼마든지 청구하세요.”
그 말에 김충호는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원 사람도 참. 나와 우리 동지들을 쫌생이로 볼 생각인가? 자네가 우리 한인들에게 의료지원을 해준 것만 생각해도 오히려 비용을 지불해야하는 것은 우리야.”
길병재는 그 말에 싱긋 웃고는 말했다.
“그래도 김 형은 저의 부탁을 들어주셨습니다. 그 것은 진심으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자네가 그 자리에서 열심히 활동하는 것이 우리를 돕는 거야.”
“예.”
길병재는 김충호에게 전염되었는지 연신 희희낙락 웃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병재는 다시 자신에게 주어진 업무를 활동하기 시작했다. 2월 달에 자신이 재생치료를 선보였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그 것을 보고 따라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사실 존스 홉킨스 대학에서 썼던 논문도 양의학적인 관점으로 재생치료를 할 수 있다는 소개와 다름없었다. 그리고 논문의 내용대로 치료했다는 사실 역시 병재가 시범을 보인 것에 불과했다.
그 결과, 미국에서 치르는 각 전투마다 발생하는 불구가 된 상이군인들 전부가 하와이로 몰렸다. 그 중 어머니와 같이 온 존 제틀 역시 마찬가지의 경우였다. 존 제틀은 원래 이탈리아 전역에서 활동하던 군인이었다. 천부적인 마마보이였던 존 제틀은 자신은 미국을 사랑하고 자유를 지키는 사람으로 인정받고 싶어서 의지하는 어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자원입대했다.
약 2달 간 진행된 신병교육에서 존 제틀은 울고 싶은 기억과 추억도 가졌다. 그렇게 신병 교육을 당당히 마친 존 제틀은 전쟁터를 떠나기 전, 자신을 면회 온 어머니에게 당당하게 말했다. 이제 나는 어머니를 지킬 수 있는 강인한 남자로 거듭나겠다고 말이다. 그렇게 당당히 포부를 내비치고, 전쟁터로 떠났다.
존 제틀이 배치된 곳은 이탈리아 전역이었다. 당시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전투는 매우 치열했다. 특히 단단히 승기를 잡고 있는 와중에 거세게 공격하는 아군과 절박하게 저항하는 적군이 그러했다.
전쟁터에서 존 제틀은 가장 먼저 드는 감정이 후회였다. 함께 신병교육을 받았던 전우 한 명이 적군이 쏜 포탄 한 발에 온 몸이 터져 갈기갈기 찢겨져 나갈 때, 존 제틀은 제정신을 차리기 힘들었다. 그저 거칠게 저항하는 적군의 몸을 조준하여 물리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운명의 시간에, 존 제틀은 적군의 매복에 걸려 기관총 세례를 받았다. 다행히 주변 전우들의 반격에 매복은 물리쳤지만 존 제틀의 불행은 그 때부터 시작이었다. 중상을 입은 뒤, 군병원에서 눈을 떴을 때, 존 제틀은 믿을 수 없는 사실을 알아내고야 말았다.
‘내 팔... 내 팔 어딨어... 내 팔...’
그 때 당시 난동을 부린 것이 기억에 남았다. 알아보니 존 제틀의 상태가 워낙 심각해서 팔을 자르지 않고는 생명이 위험했던지라 존 제틀의 의사를 묻지 않고, 군의관이 임의대로 팔을 잘랐다고 한 것이다. 그 때부터 존 제틀은 불구가 되었다. 어머니에게 어머니를 지킬만한 강인한 남자가 되기는커녕 자신을 지키는 것도 힘든 불구가 되었다라는 사실이 존 제틀에게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지게 만들었다.
불구가 된 존 제틀에게 정부는 간단하게 의병 제대만을 통보했다. 팔이 잘라진 불구에게 가슴을 후벼 파는 통보였다. 그리운 집에 갔을 때, 어머니는 없는 팔에 매번 눈물을 흘렀고, 아버지는 혼절하였다.
그 때, 존 제틀은 어머니에게 이렇게 말했다.
‘죄송해요. 전 어머니를 지킬 수 있는 강인한 남자가 되겠다고 약속을 했는데...’
그 후 존 제틀은 어떻게 지냈는지 모르겠다. 불구가 된 자신을 좋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미정부가 상이군인에게 매달 지급하는 돈을 제외하고는 주변사람들의 반응은 수군거림 속에서 약간의 비웃음과 대부분의 동정이었다.
불구가 된 몸에서 존 제틀은 힘겨운 적응의 시간을 보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고 믿으면서 노력했다. 그 노력에 어머니까지 응원의 메시지를 보냈다. 그러나 세상은 냉혹했다. 불구가 된 존 제틀에게 쏟아진 시선은 존 제틀을 힘겹게 만들고 말았다.
가족 외에 환영하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불구라는 이유로 일자리에 들어가지 못한 심정은 그 누구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니, 면접에서 보자마자 병신이라는 말 한 마디를 들을 때마다 존 제틀의 가슴을 후벼 팠다.
존 제틀은 세상의 냉혹함을 겪은 뒤에 자포자기했다. 존 제틀은 학창시절 때, 자살시도를 하였던 이를 비웃은 적이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그 자살시도를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간신히 어머니가 말려서 살게 되었지만 존 제틀은 앞으로 살아갈 힘과 희망이 없었다.
그리고 몇 달이 흘렀다. 2월 달에 어머니가 존 제틀에게 신문을 가지고 찾아왔다. 불구를 치료할 수 있는 재생치료의 발견. 절망 속에 자포자기했던 존 제틀에게 눈이 확 띄는 구문이었다.
그러나 당시 내용을 살펴 본 존 제틀은 피식 비웃으며 어머니에게 말했다.
‘엄마. 저거 다 사기에요. 신문사가 무슨 돈을 받았는지 몰라도 이런 엉터리 내용을 믿으면 안 된다고요. 저런 것 믿었다가 우리 집 망할지도 몰라요. 그리고 이 걸 보세요. 재활치료를 할 수 있다고 증명되었다고 했지. 상용화는 되었다는 소리는 아무 것도 없다고요.’
하지만 희망을 발견한 어머니는 한사코 존 제틀에게 말했다. 사기라도 좋으니 한 번 받아보자고, 그러나 귀찮았던 존 제틀은 무시하고 말았다. 그렇게 3달간 어머니의 설득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어머니의 잔소리와 설득에 지겨운 마음이 들었던 존 제틀은 누군가 만났다. 사실 같은 처지에 있던 사람들끼리 만나는 경향이 있었는데 존 제틀도 그러했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구가 되었던 한 전우가 있었는데, 그 역시 존 제틀과 마찬가지로 불구가 된 상이군인이었다.
다른 부대에서 생활했던지라 존 제틀은 그를 의병 제대 후 만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와의 만남은 세상의 냉대를 받은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가 되었다. 자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은 그밖에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만난 그의 모습은 존 제틀에게 당혹감이 들었다. 정상적인 모습으로 연신 반갑게 미소를 짓는 그를 보니 존 제틀은 배신감이 들었다. 그가 당한 불구는 거짓이라고 말할 정도로 그는 팔팔했다.
당시 존 제틀은 그에게 물었다.
‘왜 멀쩡한 거야?’
그 말을 들은 그는 마치 신이라도 본 듯한 광신적인 눈빛으로 대답했다.
‘신을 만났어. 내 팔을 재생시켜주었지. 신문에 소개되었던 그 사람은 진정 신이었어. 천사였어. 분명 나를 다시 시련에서 일으켜 세우려고 하늘에서 내려온 신의 전령이 나타난 걸 거야.’
존 제틀은 비정상적인 눈빛을 보인 그의 모습을 보니 잘 입은 정장에 옆구리에 성경이 하나 있었다. 그는 자신의 불구가 치료된 것이 신이 인간을 불쌍해서 천사를 내려온 것이라 굳게 믿는 듯 했다. 존 제틀은 자신의 눈으로 보았기에 다급하게 물었다.
‘어디서 치료받았어? 응? 어디서?’
‘진정하게. 형제여. 그 분은 하와이에 계셔. 그 분은 지금도 시련에 겪는 인간들을 구제하고 계신다네.’
그 말에 존 제틀은 어디서 본 듯한 기억이 흐릿흐릿 떠올랐다. 그리고 어머니의 잔소리와 설득이 기억나자 3달 전 신문이 떠올랐다.
‘하하하... 설마... 그게 사실... 이었나...’
존 제틀은 무기력했던 자신의 모습은 드디어 바꿀 수 있었다. 존 제틀은 그에게 감사를 표하고, 집에 돌아가 어머니의 설득을 들어주었다. 그리고 불구를 치료할 수 있는 유일한 장소인 하와이로 떠났다.
처음 가보는 하와이에는 전쟁 와중이라 군인들이 눈에 띄었다. 그리고 자신과 같은 불구를 겪고 있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불구가 된 사람들 대다수가 젊은 군인이라는 것을 확인했고, 불구에서 벗어나 환희의 눈물을 짓는 사람들도 눈에 띄었다.
존 제틀과 어머니는 그 때 희망을 가졌다. 그리고 그 의사가 근무하고 있는 군부대를 방문했다. 그 의사는 현재 군의관에 있다고 한다. 그러나 군의관임에도 불구하고 찾는 사람들의 표정은 절박과 희망이 가득했다. 그리고 그 군부대의 의료센터에 들어갔다.
존 제틀은 그 불구를 치료해주는 의사의 진료를 받기위해 수많은 대기환자들이 빠지기를 기다렸다. 존 제틀은 연신 불안한 표정으로 존 제틀의 어머니를 바라봤다. 한쪽 팔이 없는 처량한 신세의 존 제틀의 동정어린 시선은 존 제틀의 어머니를 자극했다.
“엄마. 나 괜찮겠죠. 나 나을 수 있겠죠?”
존 제틀의 어머니 노라 제틀은 암담한 시선으로 존 제틀을 바라본다. 그리고 손으로 입을 가린 채 눈물을 흘린다.
“괜찮을거야. 우리 아들. 아까 보았잖니? 자신의 사지를 연신 더듬는 사람들을 말이야. 살 수 있을 거야. 재생할 수 있을 거야. 그러니 믿으렴. 우리 아들은 이제 치료받을 수 있어.”
“...... 그래요. 믿을게요.”
많은 시간이 흘러 드디어 존 제틀의 차례가 왔다. 존 제틀과 노라 제틀은 불구를 치료할 수 있는 의사를 처음 보았다. 담담한 표정을 짓고 있는 소문의 군의관은 동양인이었다. 지금 태평양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상대가 저 군의관처럼 동양인들이었다. 하지만 소문의 군의관은 그런 존 제틀의 시선을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소문의 군의관은 존 제틀의 상태를 한 눈에 보더니 말했다.
“재생치료를 받기 원하십니까?”
그 말에 존 제틀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 군의관이 전쟁을 치르는 잽이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자신을 온전히 치료해줄 당사자는 저 앞에 있었다. 존 제틀은 자신의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자신을 병신으로 보는 그 때 당시로 돌아가기 싫었다.
“치료 가능합니까?”
소문의 군의관은 별 거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예. 완벽하게 치료를 하지 못하면, 고소를 해도 괜찮습니다.”
치료를 못하면 고소하라는 자신만만한 그의 말에 존 제틀과 노라 제틀은 비로서 가능성을 보았다. 다시 일어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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