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5화 (4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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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6월 2일, 태평양 사이판 위안부의 한 오두막에는 어둠이 가득했다.

-하악! 하악!-

한 여성을 갖고 노는 황색 군복을 입은 일본군 병사 노리토모 히사구치는 연신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기뻐서 즐거운 것이 아니라 마치 악마가 인간을 갖고 놀며 즐겁다는 것에 가까웠다.

히사구치는 자신의 손을 여성의 허벅지를 때리며 말했다.

“허리 좀 써봐. 이 년아.”

-철그럭 철그럭-

여성의 손목에는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수갑은 쇠사슬로 연결되어 있었으며 그 쇠사슬은 침대에 고정되어 있었다. 즉 여성은 침대에 묶여 있었다. 여성의 표정은 무표정 그 자체였다. 얼마나 남성과 많이 결합했는지 허벅지를 때리는 고통에도 아랑곳 하지 않았다.

여성의 무반응에 히사구치는 짜증이 났다. 그리고 그 짜증은 분노를 일으켰다. 히사구치의 분노는 행동으로 이어졌다.

-쫘악!-

“천황 폐하의 적자가 은혜를 내려주는데도 반응을 안 해? 이래도?”

그러나 히사구치는 노호성과 함께 뺨을 후려갈긴 위안부 여성을 바라보았지만 여성은 아무런 표정이 없었다.

히사구치는 그런 여성의 표정에 싫증이 났는지 침을 여성의 얼굴에 퉤하고 뱉었다.

“칙쇼. 역시 요괴라고 불리는 여성이군. 젠장. 하는데도 짜증이 나는 건 처음이야. 빌어먹을 역시 오래 산 요괴인가?”

히사구치는 여성의 얼굴을 살폈다. 여성의 얼굴은 흉했다. 미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흉터로 가득하고, 붓기로 가득했다. 인간이라는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마치 썩은 고깃덩어리처럼 느껴졌다. 그 때문에 표정을 짓기 힘들었다. 아프다는 감정과 슬프다는 감정, 그리고 즐겁다는 감정과 분노하는 감정조차 지을 수 없었다. 오로지 무감각, 무표정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얼굴 보니 그 소문의 요괴답네. 젠장 빌어먹을 윗대가리는 먹을 건 먹고는 요괴 년을 버린 것이 확실하군.”

요괴. 일본군은 여성을 그렇게 불렀다. 아무도 그 여성이 언제부터 위안부에 있었는지 잘 몰랐다. 일본군 병사들 중 아무리 고참이라고 불리는 작자라 하여도 그가 신입일 때, 항상 그 요괴라고 불리는 여성은 있었다. 몸 버릴 듯 다 버린 그 요괴라고 불리는 여성은 병사들 사이에서 경원시되는 존재였다. 병사들 중 성욕을 참을 수 없는 병사들만 그 요괴라는 여성을 찾아갔다. 바로 이 여성의 앞에 있는 히사구치처럼 말이다.

“이거 이러다가 내 기 빨리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요괴라는 여성의 얼굴을 바라볼 때, 거사를 치렀던 노리토모 히사구치는 진짜 요괴라도 만난 것처럼 한기를 느꼈다. 그러나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어 그저 역겨운 얼굴을 봐서 그렇다고 생각한 노리토모 히사구치는 얼핏 자신이 아무런 저항을 할 수 없는 여성을 보고 한기를 느낀 것이 한심한지 짜증이 났고, 그 짜증은 저 여성의 얼굴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 생각했다.

“젠장 내가 이런 요괴랑 관계를 맺다니. 한심하군. 한심해.”

남자는 항상 사정을 한 뒤에 허탈감에 빠진다. 그건 히사구치 역시 마찬가지였다. 히사구치의 허탈감은 곧 짜증과 불쾌로 이어졌다. 그러다 히사구치는 좋은 생각이 났는지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래. 히히히. 요괴는 인간들에게 해를 끼칠 수 없도록 봉인과 격퇴를 했다고 옛날 사람들이 말했지. 나도 그 영웅처럼 해야겠군.”

히사구치는 단도를 꺼내 그 요괴라는 여성의 배를 그었다. 그러나 생명을 앗아갈 듯 단도를 그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새기는 듯 그었다. 히사구치는 단도를 마치 요괴를 봉인하는 주문처럼 한자 한자 그렸다. 히사구치는 배뿐만 아니라 허벅지에도 그렸다. 자신이 마치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를 봉인하는 영웅이 된 것처럼 말이다.

그렇게 조각 장인처럼 조심스럽게 한자 한자 새긴 히사구치는 요괴라 불리는 여성을 바라보고는 말했다. 히사구치의 몸을 긋는 절차에도 요괴라 불리는 여성의 생명은 끈질기게 이어나갔다.

“역시 요괴는 격퇴하는 것이 아니라 봉인하는 게 제 맛이지.”

히사구치는 이제 저 요괴가 두렵지 않았다. 자신이 봉인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제 저 요괴는 지옥 속에서 영원히 고통 받아 인간에게 끼친 해의 죄과를 마땅히 치를 것이라고 그렇게 여겼다.

“시간이 됐네.”

히사구치는 어두운 오두막에 유일하게 걸려있는 시계를 보고는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부리나케 오두막을 나갔다. 이제 오두막은 요괴라 불리는 여성 홀로 남겨졌다. 그 여성은 질기디 질긴 생명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언제나 시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흐리멍텅한 눈빛은 시계바늘에 고정했다.

자신은 여기서 얼마만큼 지났을까? 이제 기억이 나지 않는다. 자신을 잡아가둔 일본군 병사들은 자신을 이제 요괴라 불렸다. 남자 잡아먹는 요괴, 언제나 기분 내키는 대로 죽여도 되는 요괴였다.

여성에게 그나마 삶을 유지해주는 것은 저렇게 시계추가 또각또각 흔들리는 시계였다. 시계바늘이 움직이는 것을 보면서 여성은 유일한 기억을 더듬는다. 아편과 마약에 절어있고, 질기디 질긴 생명을 이어나가지만 언제나 그 기억만큼은 생생했다. 아니 모든 의지를 가지고 그 기억만큼을 붙잡고 있었다.

여성의 기억 속에는 얼굴모를 한 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연신 자신을 붙잡았다. 어디론가 멀리 떠나는 자신을 붙잡고 떠나지 말라고 말했다. 그의 말 한 마디가 기억났다.

‘필요 없어. 난 누나가 안 갔으면 더 좋겠어.’

그 아이는 신기하게도 자신을 누나라고 불렀다. 그 아이만큼은 자신을 소중히 여긴 기억이 남아 있었다. 여성은 그 아이의 얼굴을 확인하고 싶었다. 비록 요괴라 불리는 자신이고,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요괴이지만 그 아이의 얼굴만큼은 보고 싶었다. 그렇게 여성은 시계바늘을 바라보며 자신에게 남긴 유일한 기억만을 더듬은 채 생명을 이어나간다.

사이판에 주둔하고 있는 일본군 사단 내의 한 부대의 행정실 안에 앉아있는 군수과장 이키치 요기나가는 서류들을 넘기면서 행정병들에게 말한다.

“뭐 폐기할 것은 없지?”

그 말에 행정병들은 대답대신 문서 하나를 요기나가에게 건넸다. 요기나가는 행정병들이 대답을 아낄 정도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찬찬히 살펴봤다. 문서에는 폐기해야할 물품들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위안부 여성도 있었다.

-폐기물품. 조속히 폐기바람-

-서류 : ......-

-군수품 : ......-

-위안부 : ... , 길효순-

“길효순?? 설마... 이 여자 뭐지? 어이. 이 여자 누구야?”

요기나가는 위안부 품목을 살펴보다가 궁금한 걸 행정병들에게 물었다. 행정병은 상관의 물음에 즉각 대답했다.

“병사들 사이에 사이판의 요괴라고 불리는 여성입니다. 질은 지금 폐기 직전의 상태라서 성욕을 참지 못한 병사들 일부만 다니고 있는 실정입니다.”

“허 요괴라...”

요기나가는 사이판의 요괴라는 행정병의 말과 지금껏 장교 생활했던 기억을 더듬어 가면서 길효순이라는 여성의 정체를 파악했다.

“아! 그 위안부 초창기에 배치된 여성 말인가?”

“어? 저희들은 잘 모르는 것인데 인사과장님은 알고 계십니까?”

요기나가는 행정병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아아. 그런 게 있어. 사실 위안부 설립 초창기에 중국 전선 상하이에 팔려나갔어. 그 때, 내가 장교로서 신입으로 활동하던 때였지. 그 때, 얼굴이 꽤 예뻤어. 지금이랑 천지차이로 말이야. 그 미모 값 때문인지 소문이 나서 지금과 달리 장교들 사이로 다뤄졌거든. 허 참, 나도 한 때는 그 여자 사용했었는데 말이야. 그 때, 상하이에서 위안부로 들어온 같이 지내는 중국의 아이 둘이 있었는데, 그 여자 자신은 생각 안 하고, 자신이 끼고 있던 팔찌를 줘 버리더군.”

행정병들은 요기나가의 추억이 담긴 설명에 침을 꿀꺽 삼켰고, 얼굴로 요기나가에게 다음의 이야기를 재촉했다.

“사실 내가 어떻게 했는지 알아? 좀 열 받더라고. 난 그 여자가 진심으로 남자를 대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팔찌를 받은 중국의 아이 둘을 처리했지. 그 여자 보는 눈앞에서 말이야. 흐흐흐. 그 때 정신나간 비명소리는 달콤했는데 말이야. 그 후엔 나도 어떻게 되었는지 잘 몰라. 상하이에서 장교들에게 사용되다가 어디론가 끌려갔거든. 그런데 지금까지 살아남다니. 참으로 생명이 질기군. 보통 그렇게 험하게 다루면 몇 년 지나지 않고 죽던데 말이야.”

행정병들은 요기나가의 악마 같은 말에 긴장어린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그 생명은 여기서 다 한 모양이군. 쯧.”

요기나가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말했다.

“그럼 폐기물품들은 언제 처리할까요?”

“일단 물건과 서류들은 급한 대로 처리하고, 그 폐기할 위안부들은 시간을 들여 천천히 정리해. 이런 일은 꽤나 공을 들여야 하니까 말이야. 그리고 그 요괴라는 여성은 가장 마지막에 처리하도록.”

“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요기나가는 키득키득 웃고는 말했다.

“우리 대일본제국을 위해 봉사했던 기간만큼 폐기할 시간도 조금 늦춰주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해서 말이야.”

행정병은 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아. 그 때 참, 얼굴도 반반 했었는데 말이야.”

요기나가는 그 망가지기 전 요괴라 불리는 여성의 원래 얼굴을 기억하는 듯 아쉬운 표정이었다.

하와이는 한층 사이판으로 가는 출정준비에 바빴다. 병재 역시 군의관 신분인 만큼 벗어날 수 없었다. 병재가 소속되어 있는 제 2 해병 사단이 소속되어 있는 사이판 상륙부대들의 총 책임자인 홀란드 스미스 중장은 군 상층부 및 정부 통칭해서 윗대가리들에게 출중한 의학실력을 보여주는 병재 때문에 압박을 받았다.

왜냐하면 병재와 군의관 몇 명이 하와이에 남아 상이군인들의 재활치료를 전담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전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홀란드 스미스 중장은 우직한 자신의 성격 탓인지 얼마 있지도 않아서 출정인데 갑작스럽게 명령의 번복은 있을 수 없다고 여겼다. 하지만 상층부의 의견도 무시할 수 없었기에 홀란드 스미스 중장은 대신 하와이에 남기라는 군의관들을 이번 사이판 전투를 끝마치고 나서 편성을 하라고 통보했다.

군 상층부와 정부는 여러 번 홀란드 스미스 중장을 설득했지만 결국 포기하고는 홀란드 스미스 중장의 타협안을 받아들였다.

인부들은 부두 한 구석에 쌓인 군수품들을 수송선에 하역하고 있었고, 병사들은 자신의 장비들이 이상 없는 지 점검하고는 자신의 상관에게 보고하여 수송선에 올랐다.

병재와 군의관들 역시 짐 챙기기에 바빴다. 병재와 친밀한 사이인 오드밀러 군의관은 손으로는 자신의 짐을 챙기는 와중에 시선은 병재를 향하고 말을 건넸다.

“정말 안 남아도 되겠어?”

오드밀러 군의관은 정부의 요인이 병재에게 설득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는 지 그 일에 대해 꺼냈다. 그 말에 병재는 지난 번 있었던 사건을 회상했다.

사이판으로 출정하기 며칠 전의 일이었다. 그 때도 많은 환자들을 처리했던 병재는 잠시 쉬는 시간에 누군가 찾아왔다.

‘미스터 길, 당신은 여기 하와이에 남아 주었으면 합니다.’

‘당신은?’

‘아 제 소개가 늦었군요. 전 보건부에 소속되어 있는 하버트 테디 라고 합니다.’

보건부 소속 공무원인 하버트 테디는 뜬금없이 병재를 찾아와 출정하지 말라고 요청했다.

‘전 제 2 해병사단에 소속된 군의관입니다. 상부의 명령이 없지 않는 한 전 떠날 수 없습니다.’

하버트 테디는 그 말에 얼굴을 찡그렸다. 그 이유는 하버트 테디가 먼저 병재가 소속되어 있던 사단장 홀란드 스미스 중장을 찾아가 같은 용건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홀란드 스미스 중장은 하버트 테디의 말을 시큰둥하게 듣고는 간단하게 축객령을 내렸다.

‘미스터 길. 솔직히 말해서 우리 미 정부는 당신이 본토로 넘어와 미국 재활치료센터를 맡아주셨으면 합니다. 당신은 험난한 전쟁터에 있기에는 능력이 매우 아깝습니다.’

그러나 병재는 하버트 테디의 속도 모른 채 고개를 절레절레 돌렸다.

‘아직 저는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도 제가 듣기로는 이번 사이판 전투를 마지막으로 근무처가 바뀐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은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당신의 의사가 중요해서 하는 말입니다.’

‘죄송합니다. 정식으로 명령이 오기 전에는 전 아직 떠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제의는 긍정적으로 생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으음... 혹시라도 생각이 바뀐다면 이 연락처로 연락주시기 바랍니다.’

하버트 테디는 자신이 근무하는 근무처의 전화번호가 담긴 종이를 병재에게 건네고 떠났다.

그 것으로 병재의 회상은 끝이 났다. 병재는 안주머니에 그 종이를 꺼내 만지작거리더니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오드밀러 군의관에게 단호히 말했다.

“안전한 곳에 치료한다면 그건 보통 의사로 충분합니다. 하지만 전 군의관입니다. 군의관은 어떤 장소든 가서 치료를 해야 합니다. 그 장소가 총알이 빗발치는 전쟁터가 되었든, 사람 살 곳 못 되는 오지가 되었든, 숨 쉬기 힘든 고산지나 화산이 되었든 간 말이죠.”

“하지만 자네는 왜 위험을 자청하는지 난 잘 모르겠어.”

“그래도 사단장이 이야기했던 것처럼 이번 사이판 원정이 마지막일 것입니다. 그 후에는 아마도 의사를 기다리는 환자들을 돌봐야겠죠.”

오드밀러 군의관은 한 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그래. 너의 말이 맞다. 자신의 결정한대로 행동하려는데 누가 막겠냐...”

병재는 자신을 걱정해준 오드밀러 군의관이 고마운지 싱긋 웃었다.

“그래도 전 꼭 살아남을 거 에요. 비록 일반 병사들처럼 위험에 맞닥뜨리지는 않지만 말이죠.”

“그래. 자네야 그 타라와, 그 죽을 장소에서 죽도록 노역하면서 끝까지 산 몸 아닌가?”

병재는 그 말에 옅게 웃었다. 타라와에서 구출된 지 몇 개월이 지났지만 병재는 타라와의 노역생활이 어제 일처럼 생생했다. 그 끔찍한 환경과 생명의 위협은 영원히 머릿속에 각인될 것이다.

모든 짐들을 다 챙긴 병재와 오드밀러 군의관은 수송선으로 오르는 군의관들과 간호사들을 만났다. 그 속에는 병재에게 익숙한 얼굴들이 보였다.

“자네는 전쟁터에 안 간다는 소문이 있던데, 자네도 가는 건가?”

정필중은 말을 그렇게 하면서 병재에게 반가운 미소로 맞이해줬다.

“전 아직 이곳의 군의관이니까요. 그런데 모습을 보니, 수십 년 근무한 의사 원장님처럼 보입니다.”

병재가 정필중의 모습을 이리저리 바라보는데, 지금 정필중은 의사 복을 정갈하게 차려입고, 희끗희끗 흰 머리가 돋보이며, 지적이고 진중하게 돋보이는 뿔테안경을 낀 모습을 볼 때, 병재가 말한 것처럼 수 십 년 동안 계속 일해 온 경험 많은 의사 원장 같았다.

병재의 그 말에 정필중도 병재의 모습을 살펴봤다. 병재는 간단하게 안에 군복을 입고 의사복 하나만 덜렁 걸친 채 외모는 신경 쓰지 않았다. 한 마디로 병재의 모습은 의사 같지가 않았다. 그저 호기심에 의사 복을 한 번 입은 무지렁이 청년 같았다.

“하하. 그래도 난 아직 모르는 질병이 꽤 있는데 반해 자네는 그야말로 모든 질병을 치료할 수 있는 신의 아닌가? 역시 사람은 겉만 봐서는 모르는 일이지.”

병재는 정필중의 말에 피식 웃고는 헝클어진 옷 입무새를 바로 잡았다.

“옷을 정갈하게 입어라는 말로 듣겠습니다.”

병재의 말에 정필중은 긴장한 표정을 지으며 손사래를 쳤다.

“아아. 그러지는 말아. 자네가 옷차림을 신경 쓰면 난 뭐가 되겠나?”

“하하. 새겨서 듣겠습니다.”

병재는 호탕하게 웃으며 시선을 뒤로 돌아 하와이를 바라본다. 아직 병사들이 다 탑승하지 못해서 아직까지 승선하는 행렬이 눈에 보였다. 그리고 병사들의 승선을 기다리는 모습을 바라보며 승전을 기원하는 민간인들도 있었다.

그렇게 해서 병재는 미군의 군의관에 소속된 직후 첫 실전을 겪게 되었다. 그 실전 속에 병재에겐 어떤 잔혹한 일이 벌어지는지는 모른 채 말이다.

============================ 작품 후기 ============================

호머 심슨이 말했습니다. "평화와 치킨을"이라고 말이죠.

저도 호머 심슨처럼 바랍니다. "평화와 댓글을"이라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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