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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6월 11일, 미군의 공습부대가 사이판에 지어진 비행장을 공습하면서 사이판 전투는 시작되었다. 제공권을 완벽히 장악한 미 공군은 그야말로 무리 없이 사이판의 적 부대들을 효과적으로 공습했다.
사이판에 주둔했던 일본군은 자신들이 예상했던 시일보다 빠르게 공격하는 미군들을 보고 당황하기 그지없었다. 더욱이 물자난은 더욱 가속화되어 일본군은 사이판을 제대로 수비할 수 있는 전력이 부족했다.
6월 13일이 되자 고속전함 7척이 사이판을 향해 포격을 가하기 시작하지만 별 효과는 없었다.
6월 14일 되자, 화력지원함정들이 포격을 도와주기 시작하면서 포격이 제대로 먹혔다. 일일이 목표지역이 제대로 파괴되었는지 확인하면서 포격한지라 효과는 별 만족스럽지 못했지만 어느 정도 상륙작전의 발판을 마련하게 되었다. 그러나 혹시나 모를 일본군의 반격을 대비해서 구축함, 전함을 비롯한 모든 화력지원이 가능한 함정들은 포격을 계속했고, 뇌격기들은 이륙해서 해안에 설치된 일본군 진지에 기총소사를 하여 상륙에 방해하지 못하게끔 위협했다.
상륙작전 당일인 6월 15일, 오전 8시에 되어서야 상륙병력을 실은 상륙장갑차들이 일제히 작전을 개시했다.
-촤악 촤악-
상륙장갑차들이 바다를 가르자, 짠 맛이 나는 바닷물들이 튕겨나가 상륙장갑차에 탑승한 미군 해병들의 얼굴에 묻었다. 그러나 미군 해병들의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고, 심장은 심하게 두근두근 거렸으며 눈은 앞으로 상륙지점을 향해 있었다. 전투를 앞두는 미군 해병들은 서로 간에 대화는 없었다.
상륙장갑차들을 탑승한 미군 해병들 중에는 지난 번 타라와 전투에서 병재를 구출했던 헤이드 병장의 분대 역시 있었다. 헤이드 병장은 거칠게 바다를 가르며 상륙지점을 달려가는 상륙장갑차 위에서 혹시 모를 위험에 고개를 숙이면서 상륙지점을 바라보았다.
상륙장갑차가 산호초 지역에 도달하자 숨어있던 일본군들이 일제히 공격을 시작했다.
-슈우우우웅! 콰앙!-
“전부 머리 숙여!”
헤이드 병장은 주위의 분대원들에게 급히 소리쳤다. 분대원들은 그 말에 머리를 숙여 자신이 총탄 맞는 불행이 안 닥쳤으면 했다. 살 떨리게 상륙장갑차 옆으로 총탄들의 궤적이 지나갔다. 일본군이 쏜 총탄들은 다행스럽게도 상륙장갑차 정면에 맞은지라 어느 정도 피해를 격감시켰다.
상륙장갑차들이 일제히 해안에 도달하자 상륙장갑차에 탑승하던 미군 해병들 중 반은 엄호를 시작했고, 반은 하차했다. 그리고 완벽히 하차한 해병들이 엄호를 개시하자 아직 하차하지 못했던 해병들이 마저 하차했다.
그 것은 헤이드 병장의 분대 역시 마찬가지였다. 서로 간의 엄호 하에 헤이드 병장의 분대는 별 피해 없이 해안에 발을 디뎠다. 헤이드 병장을 포함한 분대원들은 발목까지 바다로 잠겨 불쾌한 기분이 났지만 자신이 죽을 지도 모르는 공포에 맞닥뜨리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다.
“어서 움직여. 공격해!”
헤이드 병장은 아직까지 저항하고 있는 일본군 병사들을 바라보며 M1 개런드를 들어 일본군 병사들을 조준했다. 그리고 천천히 방아쇠를 당긴다.
-타앙! 퍽!-
헤이드 병장이 조준한 일본군 병사는 목에 총탄을 맞고 즉사했다. 일본군 병사가 고꾸라지는 것을 확인한 헤이드 병장은 분대원들에게 외쳤다.
“작전은 O-1 선까지 확보하는 것이 목표다. O-1 선까지 있는 일본군들을 공격하여 격멸한다. 알았으면 움직여!”
헤이드 병장의 외침에 분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각자의 총을 들어 아직까지 저항하고 있는 일본군 하나하나를 사살했다.
해안까지 도달한 상륙장갑차들이 일본군 총탄을 막기에 제격이었다. 그래서 헤이드 병장과 분대원들은 작전 목표 O-1선을 향해 전진하는 상륙장갑차들 뒤에서 일본군들을 발견하면 공격했다.
15일 저녁이 될 때까지 공격은 계속하여 첫 날 작전목표인 O-1선을 확보했다. 그에 따라 지휘부들이 확보한 상륙지점에 임시시설을 세웠다.
그 속에는 미 제 2 해병사단에 소속되어 있는 군의관인 병재 역시 마찬가지였다. 병재를 포함한 군의관들은 임시로 지어진 시설에 약품들과 메스, 헝겊, 거즈 등이 포함된 물품들을 놓았다. 그렇게 하여 제 2 해병사단의 의무시설이 일단은 완성되었다.
그 후부터 전투를 치름에 따라 발생한 환자들을 본격적으로 치료하기 시작했다. 상륙하다 일본군 총탄에 찢겨져 중상을 입은 환자부터 박격포에 사지가 날라 가기는 했지만 일단은 산 환자까지 병재의 눈에 끔찍한 장면은 계속되었다.
“엄마! 엄마!”
마지막 생이라는 것을 익히 알고 있을까? 상당한 중상을 입어 죽기 직전에 다달은 병사의 입에서 연신 어머니를 외쳐댔다. 그러나 병재는 이에 아랑곳 않고 그 부상병의 생명을 되돌리기 위해 노력했다.
“죽지 않아! 엄마 볼 수 있을 거야.”
병재는 그렇게 외치며 부상병의 상처에서 흐르는 피를 지혈했다. 병재는 일단 침을 이용해 임시적으로 지혈을 막았고, 몸에 가득한 피는 헝겊으로 닦았다. 그리고 병재는 외쳤다.
“RH+ O형 수혈팩 빨리!”
병재의 다급한 외침에 의무병 한 명이 병재가 원하는 수혈팩을 찾아 건네줬다. 병재는 수혈팩을 확인하더니 이내 자신이 찾는 게 맞는지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수혈팩이 연결된 바늘을 부상병에게 꽂았다.
“휴우...”
병재는 아주 급한 일을 끝내자, 침들을 이리저리 움직여 혹시나 모를 병균의 침입을 소염했고, 주어진 약들을 이용하여 간신히 급한 일을 끝마칠 수 있었다. 그렇게 치료에 들인 시간은 겨우 5분이었다.
의무병은 손을 이리저리 빠르게 움직이는 병재의 모습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았다. 그러면서 ‘자신도 이렇게 할 수 있나?’ 라고 자신에게 반문했지만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다음 환자는? 다음 급한 환자는?”
의무병의 생각은 병재의 다급한 외침이 들리자 깨졌다. 의무병이 잠시 머뭇거리자 병재는 다시 한 번 말했다.
“중한 환자 없어?”
“아! 여깁니다.”
의무병은 자신의 할 일을 망각하지 않고 병재의 다음 목표에게 안내했다. 병재의 다음 목표인 또 다른 부상병은 그 전의 부상병처럼 매우 심각하지 않았지만 그 또한 심각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병재는 빠른 손놀림으로 그 부상병을 치료했다. 치료에 걸린 시간은 2분, 빠른 손놀림으로 심각해 보이는 병사의 치명적인 부상을 일단 막았다.
그러나 병재의 빠른 손놀림과 무관하게 병재가 치료해야할 전체 환자의 수는 늘어만 가고 있었지만 일단 처치가 되지 않으면 즉사할 환자의 수는 급격히 떨어지고 있었다.
그렇게 병재는 실전 속에 늘어난 부상병들의 치료를 전담했다. 그리고 시간을 들여 일단 급한 환자들을 모두 치료하자 다른 군의관에게 배당된 급한 환자들의 치료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절박한 순간이 매번 오갔지만 병재의 치료는 탁월했다. 그리고 그 병재에게서 배운 군의관들의 치료 역시 확실했다. 치료가 급한 환자들의 처리가 모두 끝난 것이다. 그 때부터 병재의 의학 실력이 활용되기 시작했다.
포에 맞아 사지가 잘린 환자들의 재생치료부터 단순한 환경변화에 의한 풍토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까지 병재는 전부 다 치료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병재는 치료를 전담함에 따라 사이판에서의 시간은 계속 흘러갔다.
밤이 되었다. 그 때까지도 병재의 활약은 계속 되었다. 어느새 병재 뒤에서 졸졸 따라다니며 병재의 치료를 돕던 의무병 타이튼 윌리엄은 질린다는 눈빛으로 병재를 쳐다봤다.
‘저게 의사인가? 하아. 힘들 구만.’
의무병 타이튼은 아직까지도 빠르게 치료를 하는 병재를 안쓰럽게 쳐다봤다. 그러나 병재의 표정은 급한 것이 전부였지, 딱히 힘이 든다는 표정은 없었다. 오히려 타이튼 자신이 더 힘들었다.
‘안 힘든가?’
“소독제. 소독제는 어디에 있어?”
소독제를 찾는 병재의 말에 타이튼은 진이 다 빠진 몸에도 빠르게 몸을 움직여 소독제가 어디 있는지 눈을 돌렸고, 병재가 원하는 소독제를 발견한 뒤 그 걸 병재에게 건넸다.
‘하아. 쉬고 싶군.’
이번 실전이 처음인 타이튼은 오늘만큼 힘든 날도 없었다.
밤이 되면서 날이 어두워지자, 일본군들은 행동을 개시했다.
-덴노 헤이카 반자이!-
전형적인 일본군의 전술이 이 곳 사이판에도 나타났다. 시끄럽게 소리를 지르며 참호에 몸을 숨기고 있던 미군 해병들을 향해 돌격을 개시했다.
그 시끄러운 소리에 격전 중에 쌓인 피로를 풀고자 참호 안의 벽에 기대어 잠시 눈을 붙이고 있던 헤이드 병장이 다급히 깨어나 옆에 놓여진 총을 잡았다.
“분대장님! 조명탄을!”
경계를 서고 있던 분대원 한 명이 헤이드 병장에게 급하게 조명탄을 요구하자, 헤이드 병장은 작게 끄덕이고는 조명탄을 찾아 하늘을 향해 쐈다.
-피융 파앙!-
조명탄이 하늘에서 터져 시야가 잘 보이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 찬 공간이 밝은 대낮처럼 환해졌다. 지난 번 타라와에서 극심한 부상을 입었지만 의병제대를 하지 않고, 재생치료를 받아 아직까지 군복무 중인 바드레드 일병은 브라우닝 경기관총을 잡고, 헤이드 병장이 쏘아 올린 조명탄에 의해 일본군의 모습이 드러나자 브라우닝 경기관총의 방아쇠를 세게 꽉 눌렀다.
-두두두두두!-
가로 선으로 움직이는 브라우닝 경기관총에서 발사된 기관총탄에 돌격하고 있던 일본군 무리 반수가 맞아 정지했다. 위력적인 경기관총의 발사에 피해를 입지 않은 나머지 반은 여기서 갈라졌다. 경기관총에 아랑곳 않고 돌격하는 무리와 경기관총에 공포심을 느껴 즉시 엎드린 무리로 나눠졌다.
정말 용감하게, 아니 만용으로 진지를 향해 돌격하는 일본군 병사들은 곧 이어진 소총의 발사에 죽었다. 그리고 공포심에 엎드린 무리들만 살아남았다. 헤이드 병장은 일단 자신들에게 돌격하는 일본군 무리들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다가 이내 큰 목소리로 외쳤다.
“항복하고 싶다면 소총을 머리 위로 손들어.”
그 말에 공포심에 몸을 덜덜 떨던 일본군 병사들이 즉시 소총을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 그렇게 하여 헤이드 병장의 분대는 밤에 습격한 일본군 병사들의 포로를 잡게 되었다.
대부분의 일본군 병사들이 반자이 돌격에 실패는 했지만 일부 병사들은 적진 안으로 침투하는데 성공했다. 그들은 소리 지르지 않고, 돌격도 하지 않으며 몸을 숨길 수 있는 수풀 사이를 지나다니는 행동을 통해 미군들에게 들키지 않고, 침투할 수 있었다.
적진에 성공적으로 침투한 일본군 무리는 약 한 개 소대 규모정도 되었고, 그들은 서로 약속한 수신호를 통해서 수풀에 몸을 숨기거나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더 이상 침투할 곳이 없게 되자 그들은 행동을 개시했다.
-타탕! 탕탕탕!-
일본군 병사들은 들고 있는 소총 아리사카로 시설을 지키고 있던 경계병들을 사살했다. 그리고 신속히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시설이 하필이면 병재가 있던 의무대였다.
-탕! 탕!-
한참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던 병재는 귀에서 멀리 총소리가 나자 조용히 손에 잡고 있던 도구들을 내려놓고 얼른 고개를 돌렸다. 그 후 병재는 긴장이 역력히 나타난 표정을 하고선 자신에게 지급된 콜트 M1911을 손에 잡고는 두리번거렸다.
병재는 일단 환자들을 내버려두고 몸을 천천히 움직여 시설과 바깥의 경계를 이루는 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문고리를 잡아 돌리며 문을 여는 그 때였다.
-타앙!-
병재는 볼 수 있었다. 자신에게 곧장 날아가는 총탄의 모습을 말이다. 병재는 지금 아주 찰나의 순간을 연속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병재의 눈에 총탄이 아주 천천히 자신을 향해 날아가는 모습이 보였다. 병재는 곧바로 몸을 옆으로 돌렸다.
-쨍그랑!-
병재에게 향한 총탄은 뒤의 병에 맞았다. 약이 담긴 유리병은 총탄에 맞은 충격으로 깨지고 말았다. 하지만 병재는 지금 유리병을 신경 쓸 타이밍이 아니었다. 병재의 눈에는 확실히 보였다. 자신을 향해 조준하는 일본군 무리들이 말이다.
“저어어어어 배애애애애 시이이이인 자아아아아 노오오오옴 으으으으을 어어어어없 애애애애애.”
이곳을 습격한 일본군 소대의 소대장이 자신과 같은 동양인이 자신의 적의 군복을 입고 활보하는 모습에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느리게 외쳤다. 아니 병재의 눈에만 아주 느리게 외쳤다.
‘뭐 이렇게 보이지...’
자신의 생명이 위협받는다고 느껴지자 병재는 시간이 아주 느리게 가는 걸 보았다. 병재는 꽉 잡고 있는 콜트 M1911를 들어 아리사카 소총으로 자신을 조준하고 있는 일본군 병사들의 미간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아앙!-
병재는 시간이 틈틈이 날 때마다 콜트 M1911로 [총기]조준을 포함한 총기 관련 기술들을 연습했다. 그래서 그런지 한 발 쏘고 다음 일본군 병사의 미간을 향해 조준하기가 아주 간편했다. 그리고 자신이 올려둔 능력치도 한몫했다.
-퍼억-
병재의 콜트 M1911에서 발사된 첫 탄은 이제야 목표에 도달했다. 병재의 눈에는 일본군 병사가 미간에 총탄을 맞고 뒤로 넘어가는 모습조차 느리게 흘러갔다.
-타앙! 타앙! 타앙! 타앙!-
보통 인간의 눈에 인지할 수 없는 병재의 손놀림이 여기서 손 보였다. 병재를 상대하고 있는 일본군 소대는 병재가 마치 권총을 동시에 쏜다고 느껴질 것이다.
-퍼억! 퍼억! 퍼억! 퍼억!-
보통 사람들의 눈에는 한꺼번에 쏘아진 총탄이 이번에도 한꺼번에 미간에 맞았다. 병재를 조준하고 있던 병사들은 뒤로 느리게 넘어갔다. 갑작스럽게 선보이는 병재의 무위, 병재를 공격했던 일본군 소대장은 그 찰나의 순간에 생각했다.
‘괴... 괴물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공격을 멈출 수는 없었다. 그러나 그 때 병재가 먼저 빠르게 달려들었다. 일본군 소대장의 눈에는 병재가 마치 순간이동 하는 것처럼 보였다. 눈을 잠시 껌뻑이면 병재의 위치가 달라졌다. 그리고 약 1초 사이에 자신의 목이 병재의 손에 붙잡혔다.
나머지 병사들은 수도에 맞아 기절한 듯 보였다.
-끅 끅-
소대장은 목소리를 낼 수 없어서 끅끅 거렸다. 소대장은 병재의 눈빛을 바라보았다. 병재는 무관심한 눈빛으로 소대장을 찬찬히 살펴봤다. 그러나 소대장은 맹수가 자신의 목숨을 끊을지 말지 고민하는 모습처럼 비춰졌다. 그리고 그 때였다.
“손들어!”
어느새 기절한 일본군 병사들과 병재의 손에 잡힌 소대장 주위에 자신들을 조준하고 있는 미군병사들이 보였다. 병재는 미군 병사들이 보이자 자신이 잡고 있는 콜트 M1911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자신들이 미군에게 포위되었다는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일본군 소대장은 일단 공격을 자제하는 병재의 모습에 안도했다.
‘사... 살았어.’
그렇게 적진을 신중하게 침투했던 일본군 소대는 병재의 손에 병사 몇 명이 사살되고, 소대장을 포함한 나머지 모두는 무참히 포로로 잡혔다.
병재에게 닥쳤던 전투가 끝나고, 잠시 미군 병사들에게 조사를 받았다. 하지만 자신이 이곳에 소속된 정식 군인이라는 것과 병재를 알아본 병사들에 의해 병재는 다시 근무했던 곳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병재는 돌아가는 길에 생각했다.
‘아까 그 건...’
일본군 소대와의 전투에서 벌어진 기이한 현상, 주위의 시간이 느리게 흘러가는데 병재 자신만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는 것에 대해 계속 생각했다.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 본능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인가?’
병재는 그러다 생각이 났다. 왜 그런 현상이 일어났는지 말이다.
‘내가 깜빡 했군. 치료할 때도 그러잖아. 특히 집중하고 있을 때 말이야.’
병재는 환자들을 치료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집중을 했다. 그리고 자신의 손이 그렇게 빨리 움직이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당연하게 여겼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 전투를 치름으로써 병재는 그 현상에 대해 의식적으로 깨달았다. 그리고 자신은 집중을 함으로써 그 현상에 대해 조절할 수 있다는 것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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