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49화 (49/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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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헤이드 병장이 건강을 되찾은 것은 6월 22일 오전이었다. 헤이드 병장의 분대의 분대원들 역시 병재가 신경써준 덕택에 헤이드 병장의 치료가 끝날 때까지 쉴 수 있게 되었다.

사이판에서 미군과 일본군의 전투는 한층 더 격렬해졌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승리의 여신은 미군에게 미소를 지어주고 있는 상황이었다. 현재 미군은 사이판 면적 반을 점령하는데 성공했다. 화력, 병력, 지원 장비 모든 것이 부족한 일본군은 미군의 한층 더 강화한 공세에 속수무책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은 전선을 이루고 있는 모든 지역에서 패배하고 또 패배했다. 그리고 그에 따라 미군들에게 투항하는 민간인들과 포로가 늘어나고 있었다. 투항한 민간인들과 포로들은 헤이드 병장이 공격하다 심각한 부상을 입었던 차란카노아 설탕 공장 밑의 수용소에 수감되었다.

미군은 수감된 포로들과 민간인들을 나눴고, 수감된 일본군의 부사관들을 통해 포로들과 민간인들을 통제했다. 그런데 문제는 일본인과 같이 수감된 조선인들은 일본군 부사관들의 통제에 극렬하게 반발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골치를 썩힌 미군은 조선인들을 일본인들과 따로 분리했다. 그리고 이 조선인들의 통제를 마침 중상자를 치료하고 있던 조선인 군의관들에게 맡겼다. 바로 병재와 정필중, 노송규, 김강연, 채병호가 그들로 같은 언어와 같은 고향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들에게 강제로 일을 떠맡겼다.

병재를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은 그런 강제 명령을 받는 것에 별 불만사항은 없었다. 요즘 부상병들의 빠른 치료 덕분에 여유 시간을 가진데다가 향수병이 있었는지 같은 고향 사람을 만난다는 것에 조금 기분이 들떴다.

병재는 자신을 호위하는 미군 병사들과 함께 수용소에 수감되어 있는 조선인 수감자들을 일일이 찾아갔다. 그리고 부상 혹은 질병이 있다면 즉시 치료해줬다. 그리고 병재의 재생치료 역시 그 곳에서 효력을 발휘했다.

그 때문인지 일본인들과 섞여 일본군 부사관들을 통해 통제한다는 사실에 분통을 터뜨리던 조선인 수감자들의 분위기는 요즘 들어 잠잠해졌다. 아니 오히려 군들의 호위를 받는 병재를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을 기대하고 있는 분위기였다.

오늘도 병재는 자신의 근무지에 있던 환자들을 처리하고 호위하는 병사들과 함께 차를 타고 조선인들이 수감되어 있다는 임시 수용시설로 향했다. 임시 수용시설의 관리소장 에드워드 시렌 소령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찾아온 병재를 보고 반가운 얼굴을 한다.

“하하 병재 아닌가? 요즘 따라 매일 찾아오는군. 일은 쉬엄쉬엄 하라고. 요즘 부상병들의 치료에다 이곳에 수감된 조선인들을 위무까지. 이러다 자네 몸이 탈날지도 몰라.”

에드워드 시렌 소령의 말에 병재는 싱긋 미소를 짓고 말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죠. 뭐. 요즘 부상병들도 줄어들고 해서 여유시간이 좀 남습니다. 여유시간동안 할 일이 없으니 몸이 자동적으로 여기를 찾습니다.”

시렌 소령은 병재의 ‘아직은 끄떡없다는’ 말에 너털웃음을 짓는다.

“하하. 이봐 자네 몸은 자네 것이 아니야. 자네가 탈이 난다면 자네의 치료를 기다리고 있는 병사들이 눈물을 지을 거야.”

“그렇습니까? 이거 조심해야겠습니다. 이러다 병사들에게 잡혀 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요즘 수감소의 분위기는 어떻습니까?”

시렌 소령은 병재의 어깨를 두드리고는 병재의 말에 고개를 좌우로 작게 흔들며 진저리가 난다는 표정을 지었다.

“에휴 난리도 아냐. 말은 안 통하지. 뭐 떽떽거리지. 그래도 자네와 그 친구들이 있으니까 다행이지. 자네와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내 일 처리가 얼마나 복잡해질지 모르겠다고.”

시렌 소령은 조선인들을 상대하는 일을 생각하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사실 병재와 정필중을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 덕분에 미군 병사들의 조선인을 향한 시선이 조금 좋아지기는 했지만 아직까지 인종차별을 하는 병사들이 없지 않아 있었다. 물론 그 병사들도 자신들의 중상을 치료해주는 것을 알기에 병재와 정필중을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 앞에서 직접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다. 문제는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조선인들을 대한 태도는 달랐다는 것이다.

시렌 소령은 그런 병사들의 사고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사실 보통 군인이라면 그런 병사들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고, 오히려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컸다. 하지만 시렌 소령은 전투 중 중상을 입어 불구가 되다가 병재의 재생치료를 받고 현재 정상인이 된 몸이다.

그런 시렌 소령이니만큼 조선인들에게 함부로 대하는 병사들을 안 좋게 바라보았다. 사고를 치는 병사들과 자신의 속도 모른 채 불평이 있는 조선인들 사이에서 시렌 소령은 골치가 아픈지 얼굴에 피로감이 확 오고, 어깨는 축 처졌다. 병재는 그런 시렌 소령의 모습을 바로 파악했다.

“요즘 많이 피곤한 얼굴이군요. 침이라도 놔드릴까요?”

시렌 소령은 피식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더니 곧 군복 소매를 걷었다. 바로 침을 놔달라는 뜻이었다. 병재는 시렌 소령의 팔목에 예의 침들로 찔러 놓았고, 침들의 위치를 바꾸는 짓을 반복한 뒤 침들을 수거했다.

피곤에 쌓였던 시렌 소령의 표정은 한결 편안해진 모양이다. 시렌 소령은 침을 맞은 직후 자신의 몸에 활기가 돌자 기쁜 표정을 지으며 병재를 향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병재에게 말했다.

“모르핀보다 자네의 침이 더 기다려지는군. 자네의 침만 맞으면 온 몸에 활기가 도니까 말이야.”

“또 피곤해지면 저의 의무시설로 찾아오세요.”

“하하하. 그러지. 그나저나 지금 시간이... 이런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군. 이제 슬슬 일을 시작해야겠어. 오늘도 자네 할 일은 꽤 있어.”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한 시렌 소령은 병재를 안내하기 시작했다. 병재는 호위병을 대동한 채 시렌 소령의 안내를 받아 조선인들이 수감된 수감 시설 안으로 들어갔다.

수용시설들은 천으로 된 텐트로 둘러싸여 있었으며 수용시설 안의 조선인들은 시렌 소령과 병재가 발걸음을 옮기는 것을 보고 기쁜 표정으로 그들을 바라본다. 아니 정확히는 병재를 본 순간 그들의 얼굴은 확 바뀌었다.

“이봐. 오늘도 그 분이 오셨어.”

“정말? 어디? 어디!”

“꼭 보니까 마치 왕이 부하들을 대동한 것처럼 보이는군.”

“위풍도 당당하군. 저렇게 능력이 있으니 양놈들에게 인정받는 것도 예사는 아니군. 도대체 누구 아들이기에 저런 아들을 길러냈을까?”

“미국에서 팔 다리를 재생치료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저 사람뿐이라는데?”

“에이 말도 안 돼. 그럼 이런 전쟁터에 오는 것이 말이 돼?”

“그 때문에 미군들 사이에서 저 사람의 인기는 지대하다고 하던데?”

“못 고치는 병도 없다고 하지. 잘려진 팔 다리도 만들어주는데 오죽 하겠나?”

“그래서 미군들이 일본인들과 우리 조선인들에 대한 태도가 달랐구나.”

“뭐. 적군인 일본군이니 만큼 일본인에 대한 태도도 적대시할 수밖에 없지. 그런데 우리 조선인들은 그런 일본인과 덤으로 취급되는 모양이야. 젠장. 그래도 저 사람이 있으니 그런 오해는 풀렸잖아.”

“그래. 저 사람 덕분에 우리가 편히 쉴 수가 있잖아.”

“맞는 말이야. 저 분이 있으니까 앞으로의 불안도 없어지는 걸.”

“그런데 저 분은 하와이 출생이 아니라 조선 출생이라고 하던데...”

“뭐 소문이겠지...”

조선인 청장년들은 병재를 두고 말이 많아졌다. 시렌 소령은 자신의 뒤를 따라다니는 병재를 보고 피식 웃었다.

“조선인 수감자들은 매번 자네가 들어올 때마다 말이 많아지는군.”

“같은 고향 사람이니만큼 당연한 일 아니겠습니까?”

수감자들의 얼굴을 하나하나씩 살펴보는 병재의 말에 시렌 소령은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둘은 발걸음을 옮기면서 시렌 소령이 주로 근무하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갔다.

시렌 소령은 사무실 안에 비치된 책상과 의자에 앉았다. 그리고 시렌 소령은 책상 서랍에서 서류들을 꺼낸 뒤 병재에게 보여줬다.

“일단 어제 자네가 요청한 바에 대해선 상부에는 여력이 없다고 해서 대신 노획한 일본군 물자들을 이용하겠다고 하더군.”

문서를 바라보고 있는 시렌 소령의 말에 병재는 조금 불쾌한 기색이 있었지만 이내 납득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특별히 아프다고 거수한 사람들은 없네. 예전에 자네가 치료하던 사람들만 치료하면 자네의 오늘 할 일은 끝이야.”

“보통 이럴 때면 풍토병에 많이 시달리고 하는데, 이곳에 수감된 조선인들은 원래 사이판에서 살아온 사람들인가요?”

“1차 대전 뒤 잽들이 여기를 접수한 뒤에 개척하는 일본인 뒤따라서 조선인들도 들어 왔나봐. 그래서 그런지 풍토병에 관련된 것은 별로 없어.”

“그렇군요. 혹시 특별히 요청하는 사항에 대해선 말이 없었습니까?”

“그건 잠시만 있어봐.”

그 말에 시렌 소령은 아차! 하는 기색을 내뱉은 뒤 서랍에서 서류 하나를 더 꺼내고는 병재에게 건넸다. 시렌 소령은 처음 보는 글씨에 골치가 아픈 모양이다.

“휴우. 자네에게는 익숙한 글씨지만 난 도무지 어려워서 뭔지 하나도 모르겠군.”

병재는 조선어로 적힌 문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필요한 요구사항들을 파악했다. 그리고 그 것들을 시렌 소령에게 말했다.

“이 놈의 모기들은 아직도 극성이군요. 죄다 모기에 관련된 것밖에 없네요. 아니면 입을 옷이 없다고 하던데 그건 시렌 소령님이 노획한 일본군 물자들을 통해서 보내준다고 하니까 굳이 말을 할 필요도 없겠고, 먹을 물이 부족하다고 또 나와 있네요. 제가 가르쳐드린 임시 정수시설은 어떻게 하던 차였습니까?”

“아 그건 걱정 없어. 자네가 처음 임시 정수시설에 대해 말을 꺼낸 뒤에 바로 짓기 시작했으니 말이야. 아마 오늘 오후쯤에는 완성이 될 거야. 그리고 모기 하아... 모기 물리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일단 물자가 도착하면 모기장부터 만들어야겠지. 그리고 자네가 만든 그 말라리아 원충에 대한 예비약도 구비해뒀고, 혹시 몰라서 키니네까지 완비해뒀네.”

시렌 소령의 일처리에 병재는 만족한 표정을 짓고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외에 일부 병사들의 횡포에 대해선 으음...”

시렌 소령은 자신을 이렇게 스트레스 천지로 만든 주범들을 생각하자 얼굴이 찡그려지고 머리가 아픈지 손을 이마에 괴었다. 그는 답답한지 한 숨을 내뱉었다.

“그 일이 있은 직후부터 바로 상층부에게 이야기하여 인종차별에 대해 생각 없는 병사들을 보내달라고 부탁했네. 그런데 요즘 상층부에서는 차일피일 미루더군.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병재는 시렌 소령의 한숨에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도 일본인에 대해 적개심이 하늘 높이 찌르니까요. 그리고 일본인에 속한 동양인들도 그에 따라 같이 피해를 보는 상황이니까요.”

사실 병재에게도 뭐라 말하는 병사들도 많았다. 난 잽에게 죽어도 치료를 받지 못하겠다는 사람은 예사이고, 아예 병재를 보자마자 싸움을 거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이야 병사들 사이에서 병재를 모르는 이는 없었지만 말이다.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는 병재를 본 시렌 소령은 자신과 마찬가지의 고민을 안고 있는 병재를 좋게 봤다.

“그럴 거야. 그래도 시간이 걸리더라도 교육은 해야겠지.”

‘세월이 약이다’라는 말이 있지 않겠는가? 병재는 그 말을 떠올리며 자신이 더 노력해야 하는 걸 깨달았다.

“일단 조선인들을 모이게 하겠네.”

시렌 소령의 그 말에 병재는 고개를 끄덕였고, 시렌 소령이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 사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병재는 시렌 소령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그 둘과 그 둘을 호위하는 병사들의 발걸음이 멈춘 데에는 하나의 종이 있던 곳이었다. 그 종 옆에 책상의 의자에 기대어 앉아 있는 병사 한 명이 시렌 소령을 보더니 바짝 일어나고는 경례를 했다.

“충성!”

시렌 소령은 병사의 경례를 받은 후, 병사에게 말했다.

“별 일은 없나?”

“조선인들이 새로 작성한 서류들은 여기에 있고, 그 외 별일은 없습니다.”

시렌 소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시선을 병사에서 병재에게 돌렸다.

“일을 시작하지.”

시렌 소령의 말에 병재는 고개를 끄덕였고, 병재의 제스처를 본 시렌 소령은 종을 울렸다.

-땡그랑! 땡그랑!-

이윽고 시간이 지나 여기저기 있었던 수감된 조선인들이 하나씩 하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병재는 모이는 조선인들을 바라보며 외친다.

“자 모이세요! 모여요! 일을 시작합니다.”

병재의 큰 외침을 수감된 조선인들이 들어서 그런지 수감된 조선인들이 시렌 소령과 병재 앞에 모이는 속도는 더욱 빨라졌다. 시간이 조금 지나 조선인들은 전부 모였다. 시렌 소령과 병재는 누구 빠진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는 이내 한 사람도 빠진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였다.

병재는 조선어로 수감된 조선인들에게 말했다.

“저에게 치료를 받고 있는 사람은 제 앞에 줄을 서주세요.”

병재의 말에 수감된 조선인들 일부와 그 가족들이 병재의 앞에 줄을 섰다. 병재는 병사들이 끌고 온 철제 2단 수레를 자신의 옆에 두고, 예의 원형 의자에 앉은 뒤 줄을 선 수감된 조선인들의 진찰을 시작했다.

병재의 맨 앞에 선 수감된 조선인은 귀엽게 생긴 6살짜리 여자아이였다. 여자아이는 병재를 본 뒤 좋은지 꺄르르 미소를 지었다.

“와! 오징어같이 못 생긴 오빠 왔다.”

병재는 자신을 못생겼다는 여자아이의 말에 화는 나지 않고 오히려 피식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여자아이의 말을 들은 여자아이의 부모들이 안절부절 못한 표정이었다.

“죄... 죄송해요. 우리 애가 철이 없어서...”

“하하하. 괜찮아요. 저도 좀 못 생겼다는 이야기는 말을 많이 들으니까요.”

병재는 여자아이의 부모들에게는 이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의아해 했다.

‘그런데 내가 그렇게 못생겼나? 으음... 그래서 고향 마을 처녀들이...’

병재는 알게 모르게 눈물이 조금 맺혔다. 병재는 곧 정신을 차리고 꺄르르 웃고 있는 여자아이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요즘 진혜 아픈 곳 없어?”

“흥! 못 생긴 오빠에게 말 안 할 거야!”

진혜라는 여자아이는 조금 삐진 얼굴로 병재의 말에 장난을 치며 말했다. 진혜의 장난에 진혜의 어머니는 이마에 손을 얹고는 결국 소리쳤다.

“이진혜! 그게 무슨 말버릇이니!”

진혜는 갑작스러운 엄마의 성난 말투에 조금 울먹거린다. 병재는 겉으로는 진혜를 마치 할아버지가 손녀딸처럼 허허 대했지만 속마음으로는 못생겼다고 말하는 여자아이의 우는 모습에 조금 속이 시원했다.

“하하. 진혜가 장난치는 걸 보니까 요즘 아픈 곳이 없는 것 같네요. 이제 마무리 치료를 하고 끝마치겠습니다. 진혜야 만세 해! 만세!”

“만세!”

진혜는 아까의 울먹거림은 어디가고 애가 영악한지 아니면 순진한지 모르겠지만 병재의 말에 두 팔을 하늘 위로 뻗었다. 병재는 진혜가 입고 있는 옷을 배만 보이게끔 벗긴 뒤 자신의 귀에 끼고 있는 청진기로 진혜의 배를 갖다 대었다.

“앗 차거!”

진혜는 병진의 철제 청진기의 차가운 감촉에 몸을 부르르 떨었다. 병재는 청진기를 거두고 배만 보이게끔 벗긴 진혜의 옷을 다시 입혔다.

“별 이상은 없네요. 약만 먹으면 건강해지니 이제 무리가 없네요.”

“선생님 감사합니다.”

진혜의 부모가 병재를 보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사실 진혜가 처음의 상태를 보았을 때, 매우 심각했다. 어린 애가 못 먹어서 각기병에 걸린 것이다. 그런데 지금 진혜의 모습은 어느 여자아이 못지않게 활달하고 건강했다.

“앞으로 잘 먹이고 하세요. 식사 문제는 제가 따로 말씀 드릴 테니까요.”

진혜의 부모는 그 말을 듣자마자 울먹이고는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드린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너도 감사하다고 말해.”

진혜는 잠시 머뭇거리더니 이내 장난어린 얼굴로 병재에게 말했다.

“고맙습니다. 못 생긴 오빠!”

병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진혜에게 화답했다.

“건강해지렴. 못 생긴 꼬맹아!”

“흥~! 못 생긴건 오빠가 더 해!”

진혜는 병재에게 메롱하고 엄마 곁으로 달려나갔다. 그렇게 조선인 수감시설에서 병재의 첫 환자 치료가 끝났다.

============================ 작품 후기 ============================

그렇습니다. 병재는 못 생겼습니다. 조금 비교하자면 병재의 얼굴은 현재 강개리와 비슷하게 생겼습니다. 뭐 100년 전 구한 말 강개리라고 사진들이 많이 뜨지 않습니까? 그 사진의 주인공과 똑같이 생겼습니다.

요즘따라 댓글이 별로 없네요. ㅠㅠ 댓글 좀 주세요. 댓글은 사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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