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0화 (5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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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한창 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는 병재의 앞에는 수감된 조선인 환자들이 줄을 섰다. 저번에 병재를 비롯한 조선인 군의관들이 치료한 것이 성과가 있었는지 줄을 선 사람들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병재는 상세하게 수감된 조선인 환자들을 진료하며 치료했다.

병재는 지난 번 기록한 환자들의 기록이 담긴 진료 명세서들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환자가 바뀔 때마다 기록하는 것을 빼지 않았다. 이런 행동은 병재가 처음 의사 일을 시작하면서 했던 습관들 중 하나로 병재는 이런 것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고 머릿속에 모든 환자들의 상태를 기억할 수는 있지만 굳이 그러지 않았다. 병재에게 이 기록하는 습관은 마치 끊기 힘든 버릇이 되어버린 지 오래다.

병재는 자신의 앞에 앉아 있는 환자의 얼굴을 보고는 진료 명세서들을 살핀 뒤 맞는 얼굴을 찾았다. 그리고 그 환자의 이름과 증상들, 그리고 치료한 방법과 약의 처방 등이 꼼꼼히 적어 놓은 것을 다시 한 번 검토한 후 병재는 비로써 환자를 향해 말했다.

“어디보자. 김진호씨는 요통 증세가 있으시군요. 지금 통증을 느끼나요?”

“요즘 고통은 없어요. 한 수 십 년은 겪었다고 생각했던 허리의 통증이 선생님의 치료를 받은 이후부터 통증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금은 말끔히 사라졌어요.”

50대 중년 남성 김진호는 병재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처음 병재에게 치료받기 전만 하여도 김진호의 표정은 요통으로 인해 죽을상이었다. 더욱이 급히 피난을 떠났기에 요통의 증세는 더욱 심해졌다. 그 후 조선인들이 따로 수감되면서 앞으로의 불안감에 증세는 더욱 가속화되었다. 그런데 그런 김진호에게도 하나의 빛이 떠올랐다.

김진호는 자신의 허리를 검지로 꾹꾹 누르면서 통증이 있는지 없는지 살피는 병재를 바라보며 기쁜 얼굴을 지었다.

‘정말 천운이었지. 왜놈들이 미군들은 무작정 학살한다고 난리도 아니어서 피난을 떠났는데 도 중 미군에게 붙잡혀 수감된 후 설마 했지만. 왜놈들이 한 말이 모두 거짓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지. 암. 그리고 수감된 후 이 분의 치료를 직접 받은 나는 행운아야. 행운아라고. 지금까지 있던 이 지긋지긋한 허리의 통증이 없다고. 난 이제 허리를 자유자재로 움직일 수 있어. 조금 움직이면 죽을 것처럼 고통스러운 게 사라졌다고. 내가 여기에 수감되서 이런 행운을 얻을 지는 다들 꿈에도 모를 거야. 그런데 휴우 생각해보면 아찔해. 일본군을 따라서 피난에 성공한 인간들이 어떻게 될지. 내 딸도 거기에 휩쓸렸는데 잘 지낼까?’

그렇게 김진호의 생각이 끝날 때쯤 병재의 진료도 끝났다. 병재는 밝은 미소로 김진호에게 말했다.

“이제 모든 치료는 끝났습니다. 이제 환자 분은 허리 때문에 아플 일은 없을 것입니다. 다만 허리에 무리한 일을 가한다면 재발할 위험성이 있으니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김진호는 병재의 당부에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말한다.

“내 이 지긋지긋한 허리의 통증을 기억하면 허리에 무리한 일은 생각도 못할 거요. 아유... 내 이 놈의 허리 통증 때문에 고생한 걸 생각하면.”

“하하. 그래도 전 김진호씨가 지금 이렇게 건강해져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또 그렇게 기억하면 재발할 위험성은 없겠군요.”

병재의 말에 김진호는 동조한다.

“그 말이 참말입니다.”

“그리고 제가 살펴보았을 때 잔병은 없으니 이제 일어나셔도 좋습니다.”

“예.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김진호는 연신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선 병재의 진료 및 치료 차례를 다음 사람에게 넘겨줬다. 환자는 환자의 가족들의 부축을 받아서 병재 앞의 의자에 앉았다. 왜 그런지는 환자를 보면 알 수 있었다. 현재 환자는 무릎 밑의 정강이와 발이 없었다. 있는 것은 오로지 허벅지였다. 그런 환자를 보고도 병재는 눈 깜박이지 않고, 아까의 김진호처럼 진료 명세서를 확인 및 검토를 한 후 환자를 쳐다보았다.

“박종구 씨의 다리는 어떻습니까? 재생은 잘 되고 있습니까?”

“......”

병재의 말에 박종구는 침묵을 지켰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박종구는 지금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박종구는 부들부들 떨면서 자신의 다리를 쳐다보았다. 병재의 치료를 받기 전부터 박종구는 하체라는 존재를 느끼지 못했다. 박종구가 5살의 어린나이에 기찻길에서 놀다가 사고를 당해서 하체를 잃어야만 했다. 박종구는 그렇게 순식간에 장애인이 되고 말았다.

아마 가족들이 박종구를 아끼지 않았다면 가족들의 없는 살림에 박종구는 지금쯤 버려지고도 남았을 정도였다. 박종구의 가족들은 사이판에 일찍 진출했다. 조선에서는 도저히 희망이 없어서 박종구를 책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족들은 사이판에 가면 돈을 벌 수 있다는 생각에 조선에서 모든 것을 팔아치우고 사이판으로 향했다.

그러나 사이판에 막상 도착하니까 박종구의 삶은 그다지 변화하지 않았다. 그래도 손을 쓸 수 있기에 공장에 앉아서 할 수 있는 일은 할 수 있었지만 단지 그 뿐이었다. 더욱이 조선인에다 장애인이라 차별을 받아 임금도 엄청 적게 받았다. 생계를 유지하기에 턱없이 부족해보였지만 박종구는 만족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엄청 적게 받지만 자신이 돈을 벌 수 있다는 사실과 가족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다는 사실에 위안을 받았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경제대공황이 터졌을 때, 박종구는 일자리에서 쫓겨났다. 그리고 지금까지 박종구는 가족들에게 들러붙어서 할 일 없이 살았다. 그 때의 박종구는 고개를 들 수 없었다. 가족들은 박종구를 돌봐주겠다고 약속했지만 가족들의 상황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힘들어져 갔다. 그렇게 년 수가 지나면서 가족들은 지쳤다. 태평양 전쟁이 터지고, 박종구의 가족들은 노역에 공출까지 합해서 힘들어져 갔다.

그렇지만 가족들은 박종구를 돌봤다. 비록 자신들이 힘이 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약속은 저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사이판 전투가 터졌을 때, 박종구와 가족들은 피난을 갔다. 일본군의 통제를 따라 피난길에 올랐지만 어느새 미군에게 붙잡혀 수용시설에 수감되었다.

그러나 수용시설의 생활은 피난길에 오르면서 시작된 고생에 비하면 천국이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포로로 잡힌 일본군이 조선인 수감자들을 통제한다는 소식에 불평불만을 터뜨리고, 잘못하면 폭동까지 일어날만한 상황에서 조선인들을 수감시킨 미군 측에서 부랴부랴 통제권을 조선인 군의관들에게 넘겼다.

병재를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은 아무래도 미군과 친했기에 자신들의 불평 불만 등을 잘 수렴해서 미군 측에게 전달하고, 그들의 요구는 바로바로 해결되었다. 더욱이 조선인 군의관들은 조선인 수감자들의 질병 치료 및 예방을 했던지라 어느새 가득 찼던 불평불만 등을 가라앉혔다.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 역시 조선인 수감자들과 동조했다. 같이 불평불만하고 같이 요구하고 다 했다. 그 후 병재를 포함한 조선인 군의관들이 조선인 수감자들의 병의 치료를 시작했다.

길병재라고 불리는 미군 조선인 군의관이 처음 박종규를 진찰할 때 했던 소리가 바로 재생치료라는 것을 받아보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처음엔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은 길병재라는 조선인 군의관을 솔직히 그 때 미친 놈 취급했다. 그게 가당찮은 소리냐며 말하기까지 했다.

그 때, 시렌 소령이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에게 보증을 했다. 만약 재생치료가 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전 재산을 주겠다고 증서까지 쓸 정도였다. 그런 시렌 소령의 보증에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은 미심쩍지만 그 미친 놈 같은 길병재의 치료를 받았다.

그리고 치료를 받은 직 후부터 병재가 말하는 증상이 나타났다. 바로 박종구가 주어진 먹을 것들을 마구잡이로 먹기 시작한 것이다. 그 때 그의 가족들은 혹시 병재와 시렌 소령에게 속은 것이 아닌지 불안해했었다. 박종구의 아귀 같은 식사가 멈춘 뒤, 가족들은 박종구를 걱정했다. 그렇게 불안한 밤을 재우고 하루가 지나자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은 기적을 경험했다.

‘다리가 자랐어. 허벅지가 생겼어.’

박종구가 처음 일어나고 가족들에게 한 말이었다. 가족들은 박종구의 말에 눈을 비볐다. 그러나 아무리 눈을 비벼도 박종구의 하체는 자랐다. 허벅지가 자란 것이다.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은 이게 꿈인지 생신인지 확인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그 기적에 대해 얼떨떨했다.

그리고 박종구의 기적은 조선인 수감자들에게 퍼져갔다. 생길 리 없는 박종구의 하체가 생겼다는 사실은 조선인 수감자들에게 엄청나게 다가왔다. 그런 기적이 자신들에게 생길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미군들은 정말 엄청난 사람을 보냈다. 무려 불구가 된 사람들까지 치료할 수 있는 사람을 보내다니 말이다. 그래서 조선인 수감자들은 병재를 주목하고 또 주목했다. 그리고 오늘 병재가 찾아오자 계속 수군수군 거렸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리고 병재의 치료는 계속되어 지금은 무릎까지 자랐다. 박종구는 아직까지도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믿지 못했다. 그건 그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였다.

“박종구씨. 다리는 괜찮습니까? 혹시 부작용은 없습니까?”

그 때, 병재가 재차 박종구에게 물었다. 그러나 그 대답은 박종구 대신 그의 가족 중 하나인 큰 동생의 입에서 흘러 나왔다.

“형의 부작용은 없습니다. 형은 지금 말을 잇지 못하는 상황인 것 같습니다만 선생님이 말씀하신 부작용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 쪽 분 이름이?”

“예. 전 박종구의 큰 동생인 박종현이라고 합니다.”

병재는 박종구의 큰 동생 박종현을 바라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다행이군요. 혹시 모를 부작용 때문에 시렌 소령님이 전 재산을 잃게 될까봐 걱정했거든요. 하여튼 문제가 없다니 다행이군요.”

“그런데 선생님. 정말 우리 형님의 다리가 자랄 수 있는 것입니까?”

병재를 바라보는 박종현은 박종구처럼 얼떨떨했다.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지조차 박종현 역시 믿지 못한 표정이었다. 박종현은 눈물을 흘러내렸다. 어렸을 적이라서 기억은 나지 않지만 자신의 형은 하체 없는 장애인이었다. 그리고 불구였다. 장애인은 평생 장애인이라고 박종현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 생각이 박종구의 다리가 자라날 때쯤 깨졌다. 상식의 파괴는 아직까지도 박종현의 생각을 어지럽혔다.

“환자 분의 건강은 걱정 마세요. 아마 발끝까지 자라게 될 테니까요.”

“흑 흑 선생님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박종현은 아직도 얼이 빠진 박종구 대신 울고 있었다. 박종현은 자신이 어릴 적에 자신의 형 박종구가 동네꼬마들에게 하체 없는 병신이라고 놀림을 받을 때마다 울분이 났다. 왜 우리 형이 놀림 받아야 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 후 동네아이들과 박종현이 싸움을 했던 적이 많았다. 그리고 박종현의 마음에 박종구의 존재는 크나큰 상처가 되었다.

하지만 자신의 형 박종구는 순박하면서 긍정적이었다. 아직은 세상 살 만하다고 말이다. 아무리 힘든 일 어려운 일 있어도 나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박종현은 지난번에 이해하지 못했던 박종구의 말을 지금에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

‘세상은 살만 해. 형의 말이 맞았어. 세상은 살만 하다고.’

박종현은 이제야 하늘이 형 박종구에 대한 시련을 모두 다 거둔 느낌이 들었다. 형 박종구는 이미 시련을 훌륭히 이뤘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보상을 받을 차례였다.

“치료에는 시간이 조금 필요하니 매번 찾아오세요. 그 때마다 처방할게요.”

박종현은 울먹이면서 고개를 끄덕거렸다.

이 모습을 지켜보는 시렌 소령은 지금 박종구와 그의 가족들의 기분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이 직접 병재의 치료를 경험했으니까 말이다. 모든 것이 나락에 떨어져 절망 속에 허우적거릴 때 누군가 손을 잡아 절망의 구렁텅이에서 건네준 이 기분. 시렌 소령은 마음 속 깊이 알고 있었다.

“저 녀석들도 마찬가지이군.”

“군의관님의 재생치료를 받는다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하겠지.”

“저런 분이 현재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맞아. 난 아직도 생각해. 불구가 되어 삶의 의욕을 잃었던 것과 아직도 희망이 있다고 찾아다니는 기분이었지. 만약 저 분이 없었다면 내 앞으로의 삶은 끝장났을 거야. 세상 사람들이 나를 동정과 멸시로 가득 찬 눈빛을 보지 못하면 알지도 못해.”

호위병 두 명이 병재를 보고 서로 대화한다. 사실 두 명도 병재에 의해 치료받은 사람이었다. 그 것도 병재가 합류하기 전 전투 중에 불구가 되어서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자신들은 멀쩡했다. 그리고 지금 병재를 호위했다.

“만약 저 사람이 미군에 합류하지 않았다면...”

“일본군에 있어서 계속 활동하고 있었다면...”

“아예 그런 사람이 없었다면...”

“우린 여기에 설 수 없었겠지.”

호위병은 서로 화답하면서 병재와 박종구, 그의 가족들을 보면서 싱긋 웃었다. 비록 그들이 잽들과 같은 동양인이라고 하지만 단지 그 것뿐이다.

박종구에 대한 병재의 치료는 계속되었다. 예의 침들이 종아리 끝단에 박혔고, 병재는 그 침들을 찔러 넣었다가 다시 거두고 다른 위치에 또 찔러 놓은 짓을 반복했다. 병재는 침들을 통해서 흘러나오는 감각 등을 통해 박종구의 재생치료를 진행했다. 사실 재생치료를 병재가 홀로 할 수 있는 까닭은 하나밖에 없었다.

‘정형도 이 걸 좀 봐야하는데 말이지. 왜 못 따라하는지는 잘 알겠지만 말이야. 침들로 세포 하나하나 자극해서 재생을 시키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지.’

병재의 재생치료는 엄청난 솜씨가 필요했다. 모든 세포 하나하나를 통제해서 자신이 원하는 대로 이끌어가게끔 만들어야 했다. 거기다 모든 세포의 역할을 느껴야 했고 알아야 했다.

‘나도 [의학]의학숙달을 익히면서 자동적으로 알게 된 거지만 재생치료는 솔직히 다른 사람이 하려면 버겁겠군. 그래도 희망이 있는 것은 정형뿐인가? 휴우...’

병재는 치료를 하는 와중에도 생각에 빠진다. 사실 모든 불구환자들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그 기분을 다른 군의관들은 느끼지 못할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병재가 힘들어 하지는 않는다.

‘아마 사이판 전투가 끝나면 난 여유 시간을 가지기 힘들겠지. 빨리 정형을 비롯한 모두가 이 경지에 도달해야 나도 시간 좀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지.’

병재는 앞으로 여유시간을 가질 때마다 군의관에게 재생치료에 대한 가르침에 시간을 투자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사실 재생치료만 내 장기는 아니지.’

병재는 자신만 할 수 있는 기술을 여럿 보유하고 있었다. 그 것들을 이제 군의관들에게 분산시킬 것이다. 병재가 생각을 마칠 때쯤 무의식적으로 움직이는 손놀림은 이제 끝났다. 병재는 침들을 모두 거두고 박종구 뒤에 있는 박종현에게 말했다.

“오늘 환자분의 치료는 여기서 마무리하겠습니다. 그리고 약은 여기에 있습니다. 아침, 점심, 저녁 간격으로 복용해주세요.”

박종현은 병재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병재가 건넨 약을 받은 후, 박종구의 다른 가족과 함께 박종구를 부축했다. 박종구의 치료 뒤에도 병재의 치료는 계속 되었다. 설사, 복통, 구토, 결핵, 열대성 말라리아에 대한 예방, 그외 기타 등등을 치료하고 기록하고 처방했다. 병재가 오늘 자신에게 할당된 일을 모두 마치자 시렌 소령이 병재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오늘도 수고했어. 내일은 그 정필중이라고 하는 조선인 군의관이랑 같이 오는 건가?”

“예. 오늘은 모두 비번이었으니 저만 왔지만 내일부터 한 명씩 순환하면서 같이 다녀야겠죠.”

“자네 동료들은 자네가 이렇게 고생하고 있을 줄은 잘 모를거야.”

시렌 소령의 말에 병재는 피식 웃었다.

“제 동료들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 대신 일을 하려고 하지만 저도 좋아서 찾아가는 것이니 걱정은 마세요.”

“후후. 역시 젊음인가? 젊어서 체력이 넘치는 모양이군.”

“젊음보다는 타고난 체질이라고 생각해주세요.”

“하하. 알겠네. 일단 오늘 조선인 수감자들이 작성한 서류들은 모두 여기에 있네. 몇 장 안되니 찬찬히 살펴봐.”

시렌 소령은 4장의 문서들을 병재에게 건넸고, 병재는 그걸 받아서 빠르게 번역하고는 번역된 4장의 문서들을 다시 시렌 소령에게 건넸다.

“좀 번거롭군. 자네가 없었으면 일처리가 매번 늦어지겠어.”

“저를 좋게 봐주시니 감사합니다.”

“아니야. 난 항상 자네를 좋게 보니 그런 감사의 인사는 하지 않아도 좋아.”

“예. 그러면 전 혹시 조선인 수감자들이 자신 스스로 알지 못하는 병을 앓고 있는지 확인한 후 제 근무지로 돌아가도록 하겠습니다.”

시렌 소령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럼 내일 보세나.”

“예.”

그 때, 병사 한 명이 시렌 소령과 병재가 대화하고 있는 곳을 향해 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다가왔다. 그 장소에 가까이 가자 병사는 시렌 소령에게 귓속말로 자신의 말을 전했다.

“저어. 관리소장님. 일본인 수용소에서 하나의 요구사항이 있습니다. 그 것이 강력하게 주장해 와서 제 권한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라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시렌 소령은 병사에게 고개를 돌린 뒤 용건을 묻는다.

“그래 무슨 일이 있기에 지금 찾아왔나?”

“예. 지금 재생치료를 할 수 있는 군의관 있지 않습니까? 그 미스터 길이라는 군의관 말씀입니다.”

병사가 뜬금없이 병재 자신을 언급하는 말에 병재는 눈이 휘둥글어졌다.

“자신들도 불구 환자가 있으니 재생치료를 받게 해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하아. 미스터 길 이거 자네 인기가 일본인에게까지 미치는군.”

시렌 소령은 미안한 눈빛으로 병재를 쳐다보았다.

============================ 작품 후기 ============================

머리를 짜내 한 편 연참했습니다.

그러니 댓글을 많이 좀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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