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54화 (54/633)

0054 / 0633 ----------------------------------------------

[1부] 흩어진 가족들

이 끔찍한 광경, 여성의 상태는 그야말로 상상 이상이었다. 다리는 구더기들이 들끓어 썩고 있었고, 숨만 온전히 붙어 언제 죽을 지도 모르는 이 상황 속에서 병재는 할 수 있는 최대한의 노력을 다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여자 어디서 익숙한 기분이 드는데.’

병재는 여성을 치료하다 말고 익숙한 기분에 잠시 의아해했다. 그러나 그런 의문은 나중에 뒤로 미룬 뒤에 우선 해결해야할 것이 있다.

‘면역체계가 붕괴하고 있어. 젠장. 면역 체계를 고치면 저 여자가 버티기 힘들텐데. 저 여자가 과연 버틸 수 있을까? 아냐.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지? 일단 저 여자의 생기부터 붙잡아 둬야겠어.’

병재는 다급히 침들을 찔렀다. 환자들을 치료하는 그 여유만만하고 자신만만한 평의 표정과 다르게 병재의 얼굴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다. 종군기자 재킴은 신중하게 또 긴장어린 표정을 짓는 병재를 처음 봐 뭔가 신기한 기분이었다.

‘저 미스터 길도 긴장을 만들게 하는 환자도 있다니... 아마 다른 이였다면 죽었다고 선언하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겠지.’

병재는 심력에 심력을 기울여서 여자의 체력을 회복시키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병재는 침을 빼내자 여자의 호흡이 한결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젠장. 상태가 매우 위중하군. 일 분 일 초만 늦었어도... 저 여자는 송장으로 변했을 거야. 하아 괜히 일본인 포로수용소의 일을 맡았나? 분노가 치밀어 오르기는 처음이군.’

병재는 여자의 상태를 보고는 극심한 혼란과 동정과 분노를 느꼈다. 병재는 재빨리 메스를 들어 종아리에 상처를 짼 후 썩은 피를 뽑았다. 썩은 피가 나오자 예의 썩은 냄새는 더욱 극심하게 났다. 병재는 다급히 의무병에게 소리쳤다.

“RH- AO형 수혈팩 빨리!”

병재의 다급한 외침을 들은 의무병은 호들갑을 떨며 병재가 말한 혈액 팩을 찾아 병재에게 건네주었다. 그리고 병재는 혈액 팩을 아까의 그 종아리에 꽂았다. 썩은 피를 거르는 동시에 혈액팩의 새 피를 넣는 병재의 모습은 숭고하기까지 했다.

병재는 손가락 두 개를 여자의 손맥을 가져다 대어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회복되고 있군. 휴우. 저 여성의 살고자 하는 의지가 없었다면 이미 시체로 변한 지 오래겠지. 그런데 무엇이 저 여성을 지금껏 살게 만든 것일까?’

사람의 의지는 불가능한 일을 가능하게 만드는 경우가 간혹 가다 있었다. 병재는 그 경우를 처음 접한 사람이 되었다. 일단 여성의 치료 첫 단계는 끝난 것 같았다.

‘일단 면역체계는 잡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어. 휴우. 간만의 위중한 환자라 살이 떨리는군.’

병재는 썩은 피를 빼낼 때, 구더기들을 전부 제거했다. 그리고 간만의 재생치료술까지 곁들었다. 일단 기본 바탕이 되었으니 면역체계를 잡아야 했다. 눈에 보이는 구더기들을 전부 제거하였지만 아직 몸속에 남아있는 병균들까지 잡고 면역체계를 다시 가동시켜야 환자의 기본 치료가 끝나는 것이다.

병재는 침을 꽂고 침을 통해 여성의 몸 속 장기 깊숙이 존재하고 있는 병균들을 느꼈다. 병재는 눈을 빠르게 뜨고는 재빨리 침들을 다시 꽂았다. 그리고 병균들을 하나하나씩 각개격파하기 시작했다.

종군기자 재킴은 병재의 빠른 손놀림에 무슨 서커스를 보는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병재는 마치 무언가에 미친 사람처럼 침을 꽂고 빼는 행위를 반복했다. 어깨에 침을 꽂다가 갑자기 종아리에 침을 꽂으며 팔꿈치에 꽂다가 발바닥에 꽂는 행위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목 부분에 침을 찔러 넣으려고 할 때쯤 뭔가 익숙한 것을 발견했다.

‘서... 설마...’

병재는 눈을 껌뻑 거려 다시 한 번 살펴보았다. 목의 옆에 있는 점. 어릴 때 여동생 효순이와 같이 장난치다 매번 봤던 점. 그 점이 이 여성의 목에 있었다.

‘아냐 우연일 거야. 진정하자. 진정해. 목옆에 점이 있는 사람은 많아. 진정하자. 응? 병재야.’

병재는 다시 한 번 심호흡하고 다시 한 번 여성을 살펴보았다. 여성을 처음 바라볼 때 익숙한 기분이 들었는데 아마 이것이 그 기분의 정체라고 병재는 생각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다. 혹시 말이다.

병재는 여성의 오른쪽 겨드랑이에 난 점을 발견하고 눈이 급격하게 커졌다.

“......”

병재는 여성을 치료하다 말고 갑작스럽게 침묵을 지켰다. 그러다 병재는 다시 한 번 아까의 목옆에 난 점을 살펴보았다.

“하... 하하... 하하하...”

병재는 실성한 사람처럼 하늘에 대고 웃었다. 재킴은 갑작스럽게 미친 사람처럼 웃는 병재를 긴장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아니 그 여성의 치료가 잘못 되었는지도 모르는 일이라고 재킴은 생각했다.

“......”

병재는 한동안 침묵을 지키더니 이내 병재의 눈가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 이게... 이게... 뭐야... 이게... 이게... 이게... 뭐냐고...”

재킴은 병재가 한 말을 알아듣지 못했다. 지금 병재가 말하고 있는 언어는 조선어였기 때문이다. 병재는 눈물에 찬 눈빛으로 여성을 바라보았다.

“...... 젠장. 빌어먹을.”

병재는 울분을 참지 못한 채 갑작스럽게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병재는 복잡한 표정을 지으며 여성의 치료를 계속했다. 재킴이 병재의 눈빛을 볼 때, 하나의 절박함이 보였다. 이 여성만큼은 꼭 살려야겠다는 절박함이 보였다.

재킴이 얼이 빠진 얼굴로 병재의 치료를 지켜봤다. 아니 재킴 뿐만 아니라 의무실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얼이 빠진 얼굴로 병재의 치료를 지켜봤다.

병재는 약 한 시간동안 미친 사람이 된 것처럼 치료를 행했다. 그리고 병재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해... 해냈어. 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다했어.’

병재는 자신이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과 기술을 쏟아 부었다. 오로지 자신의 여동생인 길효순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길효순의 생기는 강하게 느껴졌다. 이제 병재 자신의 손에서 벗어나 길효순 스스로의 싸움을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병재는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지금 병재의 심정은 무척이나 하늘을 찾고 싶었다. 하늘에 있다는 절대자가 정말로 자신의 기도를 들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병재는 아직도 병재의 치료를 얼빠지게 쳐다보았던 재킴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병재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재킴에게 말했다.

“재킴 당신에게는 감사하다고 말씀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재킴은 아! 하고 정신을 차리고 병재를 정면으로 바라보았다.

“그 여성분은... 그 여성분은 살 수 있는 것입니까?”

“...... 살 수 있습니다. 아니 살아야 합니다.”

재킴은 병재의 살아야 한다는 말에 의아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재킴은 병재와 저 여자의 관계가 무엇인지 병재가 저 여성을 그리 목숨을 걸듯이 치료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병재의 눈빛을 볼 때, 재킴은 자신이 기자임에도 불구하고 병재에게 그 여자와의 관계에 대해서 물어볼 용기가 나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재킴의 추측까지는 막을 수 없었다.

‘혹시 연인? 아니면 가족? 그 것도 아니면 또 다른 소중한 사람? 그래도 미스터 길의 얼굴을 보아할 때, 저 여자와 관계는 상당히 친밀하다는 것은 확실하군. 젠장 물어볼 용기가 안 나.’

“저어. 저 혹시 치료받을 수 있을까요?”

그 때 저 여성이 오기 전부터 병재에게 치료받고 있었던 병사 한 명이 손을 들고 병재에게 말했다. 병사의 요청에 병재는 아차! 하고는 병사에게 다가가 말했다. 아까의 슬픈 눈빛과 씁쓸한 표정을 묻어둔 채 말이다.

“죄송합니다. 제가 시간을 많이 뺏었군요.”

그 말에 병사는 손사래를 치며 병재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저야말로 선생님의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다만 제가 빨리 치료받지 않으면 그만큼 전장 복귀가 늦어져서 말이죠.”

병재는 속으로 울분과 씁쓸함을 숨기고는 겉으로 입 꼬리를 밝게 지으며 병사의 치료를 계속했다. 약 몇 분이 지나 병사의 무좀치료는 끝이 났고, 병재는 자신이 치료한 병사의 기록을 작성하고, 그 병사에게 약을 줬다.

“아침 점심 저녁마다 한 포씩 먹으면 당신을 괴롭히는 무좀이 사라질 것입니다. 그래도 혹시나 재발방지를 위해 쉬는 시간마다 통풍을 해주세요.”

무좀 치료를 받은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약을 받은 뒤 어기적어기적 병재가 근무하는 의무실을 나갔다.

병재는 재킴에게 다시 고개를 돌리고는 말했다.

“전 저 여성의 상태가 끝까지 지키도록 하겠습니다. 그러니 기자 분께서는 밖의 편한 곳에서 쉬었으면 합니다.”

“......”

재킴은 병재의 단호한 어조의 말에 말없이 고개를 작게 끄덕이고는 의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고, 발걸음을 한 발짝 뛸 때마다 재킴은 고개를 살짝 뒤로 돌려 병재를 바라봤다.

병재는 침대에 누워있는 여성 옆 의자에 앉아서 계속 지켜보았다. 아마 병재는 저 여성을 지키기 위해 밤을 샐 것 같았다.

‘필요 없어. 난 누나가 안 갔으면 더 좋겠어.’

여성은 계속 기억을 더듬는다. 이제 고통도 초월한 것 같았다. 육체의 감각은 없었다. 자신은 왜 이 아이와 떨어지려고 하는 것일까? 그리고 왜 나 자신은 어디론가 가고 있을까? 여성은 기억나지 않았다. 오로지 들리는 것은 목소리였다. 아이의 목소리만이 유일한 기억이었다.

그 때 기억이 흩어지려고 했다. 이제 그 기억만 없으면 깜깜한 어둠만 잠식되었다. 여성은 기억 속에 자기가 가고자 하는 곳이 끝없는 어둠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발걸음은 떨어지지 않고 계속 어둠을 향해 나아갔다.

‘난 안 갈 거야! 난 저기로 돌아가야겠어.’

여성은 뒤를 돌아 아이를 바라보지만 어느새 여성의 뒤에는 아이는 온 데 간 데 없고 끝없는 어둠만이 있을 뿐이다. 아무 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 그리고 자신은 그 어둠에서 잡아먹히는 감정을 느꼈다.

‘아... 안 돼. 제발. 난 저 아이를 만나야...’

“......”

여성은 힘겹게 눈을 떴다. 매번 들었던 시계추 소리는 없었다. 순간 여성은 깨어나자마자 사지가 절단날 것 같은 극심한 고통에 얼굴을 크게 찡그리고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러나 여성은 소리를 지를 수 없었다. 아니 목소리가 안 나오는 모양이었다. 그 때였다.

-푹! 푹! 푹!-

누군가 여성의 몸을 침으로 찔러넣게 되자 신기하게도 여성의 고통은 사그라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성은 고통이 적다고 할 뿐 여전히 힘이 없었다.

“제... 젠장. 모르핀과 또 메타암페타민 금단증상이군. 얼마나 마약을 처방한거지. 이런 빌어먹을...”

여성의 귀에 익숙한 언어가 들렸다. 바로 유일한 기억 속에서 소년이 외치는 언어의 종류였다. 여성은 겨우겨우 힘을 내어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렸다. 여성의 눈에는 자주보는 일본인 황색 군복이 아닌 처음 보는 군복이 눈에 보였다. 그러나 동양인인 것은 매한가지였다. 그리고 남성이었다.

“....으으으으...”

동양인에 남성, 설마 자신을 겁탈하려는 일본군 병사인가? 그 때, 여성은 남성의 눈빛을 처음 봤다. 그는 여성을 볼 때, 예의 자신을 장난감처럼 보는 눈빛으로 쳐다보지 않았다. 마치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눈빛이었다.

“깨... 깨어났나? 나다. 효순아. 나다. 내 오빠 길병재다.”

자신을 길병재라 부르는 남성은 효순이라 불리는 여성을 흔들어 자신을 알아보라고 외쳤다.

“......”

그러나 효순은 아무 것도 기억나지 않는다는 눈빛이었다. 거기다 말을 할 수 없었다. 소년의 목소리 외에는 아무 것도 기억할 수 없었다.

“제길. 트라우마로 인한 함묵증이군.”

병재는 여성을 보더니 눈물을 흘렀다. 그리고 병재는 이때를 위해 의학 기술을 쌓아올린 것을 증명하듯 효순을 치료했다. 효순은 병재의 치료를 받을 때마다 고통은 천천히 없어지고 몸이 편안해진 것을 느꼈다. 병재는 효순을 보고 작게 말했다.

“너랑 할 이야기가 산더미처럼 있지만 일단 쉬어라.”

그 말을 끝으로 효순은 다시 눈꺼풀이 잠겼다. 그리고 새근새근 편안히 잠에 빠져들었다. 병재는 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의무병 2명에게 고개를 돌린 뒤 말했다.

“이 여성 좀 잘 돌봐줘요. 아무래도 겪은 일도 있으니 처음 보는 남성이 보이면 극심한 두려움이 있는 것 같으니까. 만약 갑작스럽게 깨어나면 크게 허기진 증상이 있으니까 식량부터 주세요. 그리고 이 약을 주면 다시 잠들게 될 것입니다.”

그 때 의무병 두 명은 병재의 말을 바로 받아 적었다. 그리고 다 받아 적었는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병재는 그 모습에 피식 웃음을 지었다. 의무병 한 명이 우물쭈물한 표정으로 병재에게 물었다.

“저 그런데. 군의관님. 저 여성과 어떤 관계였는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 한 가지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주 소중한 사람이었다는 것만 알려드리죠. 전 이제 할 일이 있어서.”

“예. 알겠습니다.”

질문을 던졌던 의무병은 병재를 경외의 눈빛으로 쳐다본 뒤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의무병 두 명은 병재에게 그가 말한 약을 받은 뒤 여성을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았다. 의무실 밖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병재는 걱정스럽고 안쓰러운 마음으로 편히 누워 자고 있는 효순을 향해 뒤를 돌아봤다.

이번에 병재와 같이 포로수용소에 갈 조선인 군의관은 김강연이 되었다.

“쩝. 이번이 일본인 포로수용소의 일이 마지막이 될 거 같군요.”

얼굴을 찡그린 김강연은 병재를 바라보면서 투덜거린다. 그러나 김강연의 말을 잘 받아주었던 병재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어제의 여성은 정말로 의외였습니다. 그리고 역시 형님이십니다. 그 상태의 여성을 어떻게 치료할 수 있는지 존경스럽습니다.”

“미안하지만 지금은 그 여성에 대해 이야기 좀 하지 말았으면 좋겠군.”

그 말을 하면서 얼핏 살기가 도는 병재의 말에 김강연은 바로 입을 다물었다. 그 둘은 어색하게 차의 좌석 옆에 보이는 풍경만 바라만 바라보면서 시간을 축냈다.

차가 일본인 포로수용소에 도착하자 병재와 김강연은 조심스럽게 내려서 미군 병사들의 호위를 받았다. 그리고 조금 발걸음을 떼자마자 포로수용소 관리소장인 시렌 소령이 예의 미소로 그 둘을 반겼다.

“휴우. 이번에 마지막이야. 아마 이번 일만 자네들이 해주면 일본인 포로수용소에 갈 일은 없을 거야. 그 뒤로는 다른 군의관으로 교체해준다고 하니 믿어보세.”

시렌 소령의 말에 병재와 김강연은 고개를 조용히 끄덕거렸다.

“요즘 전투를 이기고 있으니 포로들과 그에 따른 환자들이 대폭 늘었지만 어쩔 수 있겠나? 그 대신 새로운 불구자는 뺐네. 내가 불만을 듣겠지만 뭐 어떻겠나?”

병재는 그저 말없이 고개를 끄덕거렸다. 말을 건 시렌 소령은 뻘쭘한 표정으로 병재를 쳐다본 뒤 김강연에게 말했다.

“지금 미스터 길에게 무슨 일 생긴 건가? 왜 말이 없지.”

“저번에 병재 형이 근무하고 있는 의무실에 반시체인 여성이 들어왔는데 그 때부터 저래요. 휴우.”

“그 여성? 아. 알겠군. 하기야 그 여성의 사진과 소문을 듣고 분노하지 않은 미군들도 없었을 거야. 나도 그렇지만 말이야.”

“그런데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병재 형은 그 여성과 어떤 친밀한 관계였다고 말하는데 저도 뭔지는 잘 모르겠네요.”

시렌 소령은 발걸음을 옮기는 병재를 쳐다보고 김강연에게 말했다.

“미스터 길은 속도 좋군. 아니면 명령을 받드는 것에 대한 우직함일까? 만약 내가 미스터 길이었다면 위에 항명을 거세게 할 텐데 말이야.”

“병재 형의 속은 저도 잘 몰라요. 그래도 오늘로써 일본인 포로수용소의 일이 마지막이니 별다른 사고라도 안났으면 해요.”

시렌 소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건 나도 그래. 이런 병재와 거리가 떨어졌군. 얼른 따라가자고.”

김강연은 시렌 소령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부리나케 병재 뒤를 졸졸 따라다녔다.

============================ 작품 후기 ============================

휴우. 사고나 일어나기 전입니다. 마치 폭풍전야 같군요.

그러니 저에게 사랑의 댓글을 많이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