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63화 (6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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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병주에게 야포의 운영병으로 임명받은 네 명은 105mm 야포를 애증어린 시선으로 쳐다본다. 계산병 공단규는 종이에 써져있는 수식을 보고 한창 중얼거린다.

“그러니까 적의 좌표가 잡히면 어떻게 방위각을 말하며...”

그러다 계산병 공단규는 머리가 열이 나는지 신경질 나는 목소리로 말한다.

“아오! 소대장님이 쉽게 알려줬고, 난 다 이해했는데 또 왜이러지?!”

소대장 병주는 계산병 공단주에게 정말 쉽게 설명해줬다. 한낱 무지렁이인 공단주 자신도 병주의 설명에 다 이해를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공단주의 복습을 위해서 병주가 종이에 수식을 적어서 건네주기까지 했다.

“젠장! 난 진짜 뭐 안 되나?!”

그 때, 한창 헉헉대는 부포수 중 한 명인 김태휴가 계산병 공단규를 타박한다.

“조용히 해. 넌 몸은 안 힘들잖아. 우리는 죽을 지경이라고. 젠장 이 더럽게 큰 야포에 걸맞게 포탄도 무지하게 무겁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계산병 공단주는 오히려 신경질 나는 눈빛으로 부포수 김태휴를 쳐다본다. 저들은 모를 거다. 자신의 역할이 얼마나 힘들지를 말이다. 몸이 힘들지 않다고 해서 계산병이 안 힘든 거 아니다.

“웃기는 소리 하네! 야! 역할 바꿔. 아오! 이게 쉬워 보이는 줄 아나? 차라리 내가 부포수 할게.”

그 말에 부포수 김태휴는 이게 왠 떡이냐 라는 정말 반색한 눈빛으로 계산병 공단규를 쳐다본다.

“그 말 진짜지? 다른 말하기 없기다.”

계산병 공단규는 순순히 수식이 적힌 종이를 건네준다.

“이거나 보고 이야기해봐.”

계산병 공단규를 타박했던 부포수 김태휴는 수식이 적힌 종이를 낚아채고는 종이의 내용을 찬찬히 살펴보다가 얼굴이 차츰 굳어졌다.

“이. 뭐야 이 꼬부랑 글씨들은. 그리고 이거 무슨 기호 같은데.”

“봤지? 자 바꾸자.”

그 말에 반색했던 부포수 김태휴는 뭔지 하나도 모르겠는 종이의 내용을 보고 뭔가 잘못 걸렸다는 느낌이 들어서 계산병 공단규를 제지한다.

“아 잠시만 기다려봐.”

“또 왜?! 몸이 쉬워 보이는 거야. 얼른 바꿔줘.”

공단규의 재촉에 부포수 김태휴는 오히려 다시 종이를 계산병 공단규에게 건네주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한다.

“아니다. 너 계속해라. 차라리 몸이 힘든 게 낫겠다.”

“아오! 말을 꺼낸 건 너잖아. 빨리 바꿔. 내 머리 터지겠다고!”

“아 됐어. 그래 너 힘들어 됐지?”

“지랄하지 말고. 바꿔져.”

그 때, 부포수 김태휴와 계산병 공단규의 말다툼을 지켜보던 그 둘의 선임인 포수 이선운은 그 둘을 조용한 목소리로 말한다.

“뭘 그 거 가지고 싸움? 조용히 안 함?”

포수 이선운의 특이한 말투가 들리자 부포수 김태휴와 계산병 공단규는 순간 입을 다물었지만 서로 둘을 바라보는 시선은 전기가 오고 가는 듯 파지직 하는 모습이 보였다.

“젠장 조준하고 손잡이를 이리저리 빙글빙글 돌다가 맞추는 것도 정밀해야 하고, 비상시엔 또 뭐? 아오. 난 왜 포수 한다고 난리였지?”

일등병의 계급인 포수 이선운의 한탄어린 중얼거림에 또 다른 부포수인 이등병 윤주환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래도 이 일병님은 저희처럼 좆 빠지게 포탄을 옮기지 않아도 되지 않습니까? 저거 한 번 들어보십시오. 허리 빠집니다. 진짜.”

“야. 내가 이거 하는 거 쉬워 보인다고 생각해? 참나. 소대장에게 배우기는 했지만, 이거 손잡이 돌리는 게 얼마나 팔이 빠지는 줄 알고 있냐? 방위각 맞춘다고, 또 조준해서 적을 맞추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기나 해? 아오. 난 왜 야포를 왜 운영한다고 손들었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만히 있는 건데.”

포수 이선운의 말에 윤주환, 김태휴, 공단규는 공감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가만히 있을 걸.’

역시 군대에 있으면 뭔가 한다고 나서는 것이 손해라는 진리를 뼈저리게 느끼는 네 사람이었다.

내일이 되자, 병주가 말했던 방호차량이 도착했다. 야포 운영반에 속한 네 사람은 상당히 튼튼해 보이는 방호차량을 보고 꽤 놀란 얼굴이었다. 그건 병주의 소대원들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이게 어제 말했던 방호차량이다. 아시다시피 전에 트럭이라고 설명했는데 보시다시피 짐칸이 있다. 이 짐칸에 야포를 조립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야포를 사용하지 않을 거면 짐칸으로 쓸 수도 있고, 병력도 수송할 수 있게끔 되어있다. 그렇지만 어제 말한 것처럼 일단 차량과 야포의 조립을 시범처럼 보이지. 야포 운영반!”

병주가 야포 운영반을 부르자 야포 운영반에 속해 있던 포수 이선운 휘하 세 명이 동시에 대답한다.

“예! 야포 운영반!”

“어제 야포를 해체하는 과정을 배웠으리라 믿는다. 이 기본 형태의 야포를 해체하도록.”

병주의 말에 야포 운영반에 속한 네 사람이 얼른 야포 곁으로 다가가 포가와 포신이 결합된 야포의 분해를 시작했다. 먼저 무거운 야포의 포신부터 차근차근 시작하여 여러 개로 조립된 포신을 기본 단위의 부품으로 해체했다. 네 사람은 병주의 교육을 단단히 받았는지 능숙하게 포신의 해체에 성공했다.

병주는 몇 몇 사람들을 지목하고는 말한다.

“저기 분해한 야포의 부품들을 방호차량의 짐칸에 실도록.”

그 말에 기존의 야포 운영반에 속해 있던 네 사람과 병주가 지목한 몇 몇 사람이 힘을 합쳐서 부품들을 짐칸에 실었다. 병주는 그 과정들을 지켜보다가 부품들이 방호차량의 짐칸에 다 실은 것을 확인하고는 끄덕거리며 병사들에게 시선을 돌렸다.

“일단 야포의 조립부터 시작할텐데. 어떻게 조립하는 지 보여주지. 야포 운영반!”

“예! 야포 운영반!”

“너희는 짐칸에 있도록. 내가 차량과 야포의 조립에 시범을 보일테니까.”

그 때, 포수 이선운이 반문했다.

“부품들이 무거울 텐데 혼자서 조립이 가능하겠습니까?”

“보통 사람에게는 어렵겠지만 난 아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병주는 다시 시선을 소대원들에게 돌리며 말한다.

“너희들은 야포 조립할 필요는 없으니 야포와 차량이 결합된 형태가 어떤 것인지 기억하도록 한다.”

병주의 그 말에 소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였고, 병주는 방호차량의 짐칸에 올라타더니 이미 짐칸에 있었던 야포 운영반 네 사람을 보고 말한다.

“야포 운영반 네 사람은 실질적으로 야포를 운영하니까 내가 어떻게 조립하는지 잘 지켜보도록.”

병주의 말에 야포 운영반 네 명은 고개를 끄덕였다. 병주는 먼저 어떤 부품을 차량에 끼우기 시작하면서 조준장치, 이어서 포신까지 조립했다. 부품들이 상당히 무거울 텐데 병주는 어떤 힘 한 번 안 쓰고 간단히 차량에 야포를 조립하는데 성공했다.

“어떤가? 다시 한 번 보여주길 원하는가?”

그 말에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던 야포 운영반 네 명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잘 보도록. 설명하면서 천천히 보여줄 테니까.”

병주는 야포 운영반 네 사람에게 차량에 야포가 결합되는 과정을 머릿속에 각인시키도록 계속 조립과 해체를 반복했다. 병주는 야포 운영반 네 사람이 조립과 해체 과정에 익숙하다는 눈빛을 보이자 그만두고 말한다.

“이제 야포 운영반들이 직접 해보도록.”

그 말에 포수 이선운 휘하 세 명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병주가 했던 것처럼 차량에 야포를 결합시켰다. 결합하다 안 되는 것이 있다면 병주에게 물어봤다. 그렇게 반복 숙달을 하면서 야포 운영반은 차량에 야포를 결합시키는 과정을 머릿속에 각인시켰다. 병주는 야포 운영반에게 차량과 야포가 결합된 형태를 그대로 놔두라고 말하고는 다시 방호차량의 짐칸에서 내려 소대원들에게 말한다.

“보시다시피 방호차량에 야포를 결합시킨 형태이다. 그러면 이제 방호차량을 운전할 병사와 호위할 병사를 뽑겠다. 호위할 병사는 실질적으로 운전병만 지키면 되니까 일반 병사의 역할과 동일하니 따로 교육할 필요는 없겠지. 운전병 하고 싶은 사람 있나?”

병주의 말에 소대원들 중 몇 명이 손을 들었다. 병주는 손을 든 병사들의 얼굴을 보다가 이내 가장 적합해 보이는 병사를 확인하고 지목했다.

“좋아. 일등병 노산환이 방호차량 운전병에 속한다. 그리고 호위병은 너랑 가장 친한 이등병 신혜표로 정한다. 이의 있나?”

-없습니다!-

“좋아! 그럼 나머지 소대원들은 어제처럼 부소대장을 따라서 자기 할 일을 하도록. 난 운전병에 임명된 노산환을 교육시킬테니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소대원들은 어제처럼 부소대장 김도진, 강덕재를 따라서 해산했고, 일등병 노산환과 이등병 신혜표, 예의 야포 운영반만 남게 되자 병주는 운전병 노산환에게 다가가 말한다.

“넌 차량에 탑승하도록 한다. 내가 어떻게 운전하는지 가르칠 테니까 넌 옆에서 어떻게 하는지 보도록.”

“예!”

먼저 병주와 노산환은 방호차량에 탑승하였고, 병주는 방호차량의 시동을 걸고, 운전대를 잡았다. 병주는 차량이 운전하는 데 필요한 것들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병주는 오른 손으로 잡고 있는 막대기를 노산환에게 설명했다.

“이건 변속기다. 차량의 전진, 후진, 오르막길이나 내리막길을 갈 때나 여러 지형을 갈 때 필요한 거지.”

“자세히 말씀해 주시면 안되겠습니까?”

노산환은 안주머니에 수첩을 꺼내고 펜을 들으며 들을 자세를 취한다. 병주는 설명을 계속했다.

“그러니까 말이지. 이건...”

병주는 노산환에게 변속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해줬고, 노산환은 그 것을 빠짐없이 받아 적었다. 병주는 변속기 외에도 클러치, 액셀, 브레이크, 핸들까지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그리고 병주는 각 기기의 설명이 끝나자 어떻게 차량을 운전하는지 보여준다.

“자 이렇게 먼저 차의 시동을 걸면...”

-푸르르르 부르르릉!-

병주는 핸들 옆에 나 있는 열쇠구멍에 자동차 열쇠를 꽂고 돌리자 차의 시동이 걸렸다. 방호차량은 시동이 걸리자 마치 말의 울음소리처럼 내더니 안에 앉아있는 병주와 노산환의 좌석에 진동이 느껴졌다.

“이게 시동상태이다. 이제 액셀을 밟으면...”

병주는 액셀을 오른 발로 밟자 신기하게도 차가 움직이기 시작한다. 병주는 핸들을 왼 손에 잡고 오른 손으로 변속기 막대를 잡으며 차를 운전한다.

뒤의 짐칸에 서 있던 야포 운영반 네 명은 갑작스런 차의 움직임에 당황하는 기색이었다. 포수 이선운은 차가 가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며 말한다.

“아 깜짝이야. 간다면 간다고 말해줘야지.”

그 때, 병주가 그 말을 듣고 포수 이선운에게 사과한다.

“아 미안 미안. 설명하다가 이렇게 되었어. 다음부터는 말하고 운전할게.”

포수 이선운은 갑작스럽게 들리는 병주의 말에 더욱 깜짝 놀란다.

“헉! 아닙니다. 소대장님.”

그렇게 야전 운영반 네 명은 차량의 짐칸에 앉아서 짐칸 밖 풍경이 움직이는 것을 관찰했다. 방호차량은 주위 한 바퀴를 돌고 멈춰 섰다. 병주는 차를 멈춰 세우고 노산환을 바라보며 말한다.

“자 이렇게 차를 운전하는 거지. 이게 기본적 인 것이다. 그 외에도 여기에 통신설비가 있으니 이걸 어떻게 쓸 수 있는지 보여주지.”

병주는 차량에 설치된 통신장비의 전력 버튼을 누르며 통신을 켰다. 그러자 놀랍게도 통신장비에서 소리가 들렸다.

“여기는 까마귀 일 까마귀 일 현재 그 쪽 통신 상태는 양호한가?”

-치지직! 양호!-

“알겠다. 그럼 계속 수고하도록.”

-양호!-

“자 이렇게 하는 거다. 그 외에 전력 단추 옆에 돌리는 단추가 있는데 이걸 돌리면 통신상대를 바꿀 수 있게 되지. 모르겠으면 다시 보여주지.”

운전병 노산환은 병주의 말에도 아리송한 눈이었다. 병주는 그 눈빛에 피식 웃음을 지으며 말한다.

“한꺼번에 설명하니까 아직 이해를 못했나 보군. 차근차근 설명하지.”

병주는 그렇게 노산환에게 차근차근 설명하여 노산환이 자신의 할 일에 익숙해지도록 도왔다. 그리고 운전병을 호위할 신혜표에게도 노산환에게 들려주었던 교육을 다시 했다. 신혜표는 왜 자신이 이걸 배우냐고 말했지만 병주는 만약 전투 중에 운전병 노산환이 전사하거나 부상당한다면 너가 대신할 수 있도록 하는 일이라고 답했다.

그리고 방호차량의 도착에 이어 전차 두 대도 도착했다. 꽤 육중해보이는 전차 두 대에 소대원들은 감격한 눈빛이었다. 소총탄과 기관총탄들은 거뜬히 팅겨낼 것 같은 육중하고도 단단해보이는 자태에 소대원들은 황홀감을 느꼈다.

“저... 정말로 우리에게 이것까지 배치되는 것입니까?!”

“그래. 내가 지휘부에게 알랑방뀌를 껴서 얻어온 것이다. 제 1 지대에 정식적으로 배치되지만 이들 중 하나는 우리 소대에게 배치된다.”

그 말에 소대원들은 헉하고 놀랍다는 표정을 짓는다. 언제 이렇게 보급이 잘 될 때가 있었는가? 병주는 그런 소대원들을 바라보며 득의양양한 표정으로 말한다.

“단 전차장은 부소대장 중 한 명으로 임명된다. 나머지 전차를 운영할 병사들은 따로 뽑지. 전차를 운영해보고 싶다는 병사들 거수.”

그 말에 소대원들 전원이 손을 번쩍 들었다. 병주는 그 모습들을 보며 피식웃고는 말한다.

“진정들 하라고. 하고 싶은 사람이 왜 이렇게 많은 거냐?”

부소대장 김도진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병주를 쳐다보며 말한다.

“소대장님. 전 꼭 전차장이 하고 싶습니다. 이 전차에 저의 남자다움을 느낍니다. 전차를 잘 몰 수 있으니 절 뽑아주십시오.”

병재는 김도진의 그 말에 조금 부담스러운 눈치였다.

“조금만 기다려. 우선 병사들을 뽑아야지.”

병재가 그렇게 말하며 김도진을 진정시키자 이번에는 옆의 부소대장 강덕재가 의문점을 제시한다.

“우리에게 배치된다고 들었지만 이건 도대체 어떻게 구한 거냐? 중국군에게도 귀한 물건이라고 하던데 말이야.”

“아 그건 제 동생의 선물이라서...”

“선물? 아 그 중경공단을 운영하는 회장님? 그라면... 전차 두 대를 선물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겠지.”

“야포와 방호차량, 기타 보급품들 모두 병윤이 알아서 챙겨준 것이지요.”

“허어 참... 놀랍군.”

부소대장 강덕재는 원칙상 소대장 병주에게 존댓말을 써야 하지만 존댓말을 쓰면 불편하니까 서로 이렇게 말하는 처지였다. 병주도 그게 편했고 말이다. 병주는 그 말에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원래. 이거 필요 없다고 말했는데. 저도 모르게 따로 챙겨줬네요. 중경역에서 출발할 때 비로써 알게 되었으니 말이죠.”

“아 부럽군. 나도 그런 동생 녀석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말하는 강덕재의 모습에 병주는 피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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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 장면은 좀 있다가 나올 예정입니다.

많고 좋은 댓글은 작가에게 큰 힘과 사랑이 됩니다. 그러니 작가는 댓글을 구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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