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66화 (6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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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9월 6일 오전 8시, 전투가 벌어진 날로부터 다음 날이 시작되자 중국군의 공세가 다시 시작되었다.

-쿠쿵!-

포탄은 기관총이 있던 진지에 떨어졌고, 흙먼지가 확 피어올랐다. 그리고 흙먼지가 시간에 따라 차츰 걷어지면서 진지에 설치된 기관총은 온 데 간 데 없었고, 그 진지에 틀어박혔던 병사들의 시체는 온전하지 못했다. 사지가 조각조각 난 시체를 보면 욕지기가 나올 지경이었다.

그런 상황이 어제 힘겹게 공세를 막아내던 일본군 진지에서 계속 벌어졌다.

“으아아아악!”

신병 토미오카 기니요키 이병은 공포스러운 포탄의 낙하 소리와 눈을 뜰 수 없는 참혹한 광경에 정신이 나가 비명소리를 질렀다. 지금 신병을 제지해줄 수 있는 고참 들은 아무도 없었다.

“으으으으...”

토미오카 이병은 자신을 유일하게 지켜줄 수 있는 소총만을 양손으로 붙잡은 채 본능적으로 안전한 곳을 찾고자 시선을 두리번거렸다. 그러나 시선을 두리번거려 봐도 비처럼 쏟아지는 포탄에 안전한 곳은 없었다. 참호 속에서 웅크려 자신의 몸을 보존할 뿐이다.

고개를 옆으로 돌리자 자신의 옆에는 바닥에 핏자국을 드러내며 사방으로 내장기관과 살덩어리가 조각조각 흩어진 광경을 목격하며 토미오카 이병은 마치 귀신을 만난 사람처럼 혼비백산한 표정을 짓고 비명을 지른다.

“히이이익!”

토미오카 이병은 다리가 굳어지고 있었다. 다리를 움직여 봐도 다리가 말을 듣지 못했다. 지금 자신 주위에 사람은 없다. 이제 곧 자신도 저렇게 된 다는 끔찍한 상상에 토미오카 이병은 몸을 떨었다. 징병되고 이 곳 전쟁터에 왔는데, 이 참혹한 광경에서 눈을 돌릴 수 없었다. 이곳에 배치되기 전 고향에서 듣기로는 중국전선에서 백전백승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말이 있었는데, 그 것들은 다 거짓말이었다.

토미오카 이병은 손을 벌벌 떨며 한 손으로 군복 안주머니를 더듬어 무언가를 꺼냈다. 하나의 로켓, 그 안에는 가족의 사진이 찍혀 있었다. 사진에는 항상 웃고 있는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누나, 미소를 짓고 있는 어렸던 시절의 자신이 있었다.

“돌아가고 싶어... 돌아가고 싶어...”

토미오카 이병은 벌벌 떨리는 손에도 불구하고 로켓을 바라보며 마음의 안정을 찾고자 했다.

-콰아앙!-

토미오카 이병의 귀에 포탄 소리가 들렸다. 포탄에 의한 먼지는 토미오카 이병의 시야를 방해하여 토미오카 이병의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하... 콜록! 콜록!”

어느 정도 먼지가 걷혀지자 토미오카 이병은 연신 기침을 해댄다. 그리고 자신의 몸을 뒤덮은 흙들을 털어냈다.

“헉! 헉! 아무도 없어...”

토미오카 이병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는 전에 자신의 고참이었던 사람의 시체들뿐이었다. 토미오카 이병은 눈물이 났다. 자신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 자신을 잡아먹을 듯 때리고 구타하는 인간들이었고, 사람으로써 참을 수 없는 모욕을 가했던 인간들이었지만 그들의 시체를 보자 통쾌함보다는 공포심과 불안감만 극대화되었다.

“크...”

토미오카 이병은 신음소리를 내며 다시 로켓을 군복상의 안주머니에 넣었다. 그리고 시선을 좌우로 두리번거리며 양 손으로 소총을 꽉 잡았다.

그 때였다.

-끼이이잉! 끼이이잉!-

전차가 구르는 소리가 들렸고, 토미오카 이병은 몸을 벌벌 떨었다.

‘희... 희망이 없어...’

어제 전사한 자신의 동기는 전차를 향해 무모하게 돌격하다가 전차의 기관총에 맞고 사지가 날라 갔다.

“어... 엄마 보고 싶어요.”

토미오카 이병은 자신의 엄마를 찾으며 이 지옥 같은 참호 속에서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그 때, 참호로 다가오는 전차 뒤에 전차를 엄폐물로 삼아 전진하는 병사 3명이 토미오카 이병이 있는 참호 속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그 세 명은 참호 속에서 몸을 움주린 채 벌벌 떨고 있는 토미오카 이병을 보고 피식 비웃었다. 그리고 병사 중 한 명이 유일하게 교육받은 일본어 한 단어로 말했다.

“항복?”

토미오카 이병은 그 말에 얼른 고개를 끄덕끄덕했다. 지금 주위에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지금 항복하지 않으면 고참처럼 몸이 터져 죽을 지도 모른다는 공포심에 토미오카 이병은 고개를 과하게 끄덕이면서 눈물을 흘렀다.

‘적이지만. 살... 살았어. 살았다고.’

결국 토미오카 이병은 중국군 병사 세 명에게 포로로 잡혔다.

병주의 소대에 속한 야포 운영반은 매번 바빴다. 소대장 병주가 무전기를 통해 좌표를 보내면 계산병 공단규는 머릿속으로 아예 계산하며 방위각과 거리를 포수 이선운에게 외쳤다.

“방위각 1580, 거리 780”

이선운은 공단규의 말을 알아들었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야포의 조준장비를 조절한다. 왼쪽 손잡이를 돌려서 방위각을 맞추고, 오른쪽 손잡이를 돌려서 거리를 맞춘 후, 야포를 발사한다.

-퍼엉! 콰앙!-

야포는 큰 소리에 비해 반동이 적었다. 그 때문인지 야포를 쏜 이선운은 반동에 의해 피해를 입지 않은 것으로 보였다. 부포수 김태휴가 포탄 한 발을 포 안에 넣어 재장전 했다.

야포를 계속 사용하려면 포신을 식혀야 했다. 포신을 식히는 방법은 두 가지인데, 공기냉각과 물냉각으로 현재 야포 운영반이 사용하고 있는 105mm 곡사포는 공기냉각 방식이었다. 공기냉각은 시간을 조금 기다리면 알아서 식혀진다.

그 때 또다시 계산병 공단규는 무전기를 듣고 있었다.

-좌표 가256 나057-

“다시 한 번 말씀해주십시오.”

-좌표 가256 나057-

“수신 양호”

공단규는 어깨와 얼굴 사이에 무전기를 아예 붙인 뒤, 두 손으로 반 쯤 글자로 뒤덮인 종이의 빈 공간에 연필로 병주가 불러준 좌표를 적었다. 그리고 공단규는 현재 풍향, 풍속이 적힌 것을 확인하고, 병주가 알려준 계산방식을 이용하여 포수 이선운에게 외쳤다.

“방위각 2563 거리 665”

이선운은 공단규의 말에 잘 안 들렸는지 반문한다.

“뭐라고? 다시 말해봐.”

“방위각 2563 거리 665”

이선운은 공단규의 말을 이제야 알아듣고 야포의 조준장비를 이용하여 방위각과 거리를 맞춘 뒤, 바로 포를 쐈다.

-퍼엉! 콰앙!-

멀리서 포탄에 목표지역에 떨어져 폭음이 들렸고, 공단규는 무전기에서 병주의 목소리를 들었다.

-목표 포격 명중!-

“다음 목표는 어디입니까?”

-아직 기다려. 현재 목표는 잘 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현재 포탄 잔고는 얼마정도 남았지?-

공단규는 고개를 돌려 부포수 김태휴에게 조그마한 목소리로 말했다.

“야. 포탄 몇 개 남았냐?”

안그래도 포탄을 옮겨 힘들어 죽겠는 김태휴는 공단규의 말에 잠시 얼굴을 찡그리다가 고개를 돌려 포탄 잔고를 속으로 세었다.

“9발 남았다.”

김태휴의 힘들고 귀찮다는 말투에도 불구하고, 공단규는 김태휴를 애써 무시한 채 다시 시선을 무전기로 돌려서 병주에게 보고했다.

“현재 포탄 잔고는 9발입니다.”

-9발? 알겠다. 다 쓰면 후퇴해.-

“어디로 후퇴합니까?”

-잘 알면서 왜 그런 말이 나오냐? 탄약고로 가.-

공단규는 병주가 말하는 탄약고에 대해 잠시 생각하다가 곧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예. 알겠습니다.”

-아! 저기 목표 보이네. 좌표 나568 다995-

공단규는 계속 계산하느라 힘든 머리를 다시 한 번 사용해야 했다. 병주가 불러준 좌표를 적은 공단규는 방위각과 거리를 계산한 뒤에 포수 이선운에게 외쳤다.

“방위각 0357 거리 885”

포수 이선운은 돌리느라 손목이 저린 팔로 힘겹게 야포의 방위각과 거리를 맞춘 후 다시 한 번 쐈다.

-퍼엉! 콰앙!-

포성이 울려퍼지며 몇 초 뒤에 폭음이 났다. 그 때, 공단규는 병주의 신경질 나는 목소리를 들었다.

-목표 포격 실패! 제대로 계산 안 해? 이러다 진격하는 아군에게 오사나면 어떻게 해? 네가 책임질 거야?-

그 말에 공단규는 자신이 실수했는지 병주에게 쩔쩔매며 말한다.

“죄송합니다. 계산에 조금 착오가 있습니다.”

-다시 해. 아니다. 내가 불러줄까?-

그러자 공단규는 무전기 넘어 있는 병주에게 다급히 말한다.

“아 아닙니다. 제가 다시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 오사하면 넌 알지?-

“예! 예.”

공단규는 비록 병주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지금의 긴장감은 마치 병주가 바로 옆에 있는 것처럼 느꼈다. 공단규는 마치 소대장 병주가 지켜보고 있다는 상상하에 있는 머리를 짜서 다시 계산했다.

“방위각 0380 거리 871”

포수 이선운은 아까 쐈던 방위각과 거리가 조금만 달라지자 공단규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그 후 이선운은 긴장감 어린 표정을 짓는 공단규를 보고 피식 웃었다.

‘자식. 실수 했네.’

공단규를 보고 미소를 짓는 이선운은 시선을 야포로 돌린 뒤, 야포의 양 쪽 손잡이를 잡아 돌려서 방위각과 거리를 맞춘 후, 포탄을 쐈다.

-퍼엉! 콰앙!-

이번에는 제대로 맞았는지 무전기 속에서 병주의 평소 어조가 흘러나왔다.

-목표 포격 명중!-

공단규는 무전기에서 흘러나오는 병주의 한 마디에 휴! 하고 한 숨을 내쉰다. 다행히 계산은 실수하지 않은 듯 했다.

-머리를 조금 식혀. 야포도 냉각해야 하니까.-

“예. 감사합니다.”

공단규는 무전기를 내려놓았다. 그리고 주위 기댈 곳을 찾은 뒤 주저 앉았다. 포수 이선운이 공단규의 행동에 물었다.

“소대장님이 뭐래?”

“좀 쉬시랍니다.”

“그래? 알았다. 너희들도 포탄 옮기고 장전하느라 힘들었으니 앉아서 체력이나 회복해라.”

“옙.”

부포수 김태휴와 윤주환은 포수 이선운의 말에 한숨을 쉬고, 이마에 가득한 땀을 닦아냈다. 그리고 포탄을 옮기고 재장전 하느라 근육이 뭉쳐 힘들었는지 스스로 안마를 한다.

그렇게 야포 운영반의 힘든 하루가 또 지나간다.

이번 공격의 결과, 남경 외곽의 전선은 더욱 좁혀졌다. 이번 남경 공격을 총지휘하는 하응흠 장군은 신유철이 지휘하는 군단의 사령부에 찾아왔다.

“그래. 지금까지 너의 말대로 되었다. 다음은 뭐지?”

하응흠이 갑자기 신유철을 찾아오더니 하는 말이었다. 그러나 신유철은 하응흠의 행동에 익숙한 모양인지 표정 변화 없이 자료들을 주면서 답한다.

“현재 남경 외곽에 있는 박격포 진지들을 제거 중에 있습니다. 본격적인 시가전을 위해서 주변을 우선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응흠 장군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의문점을 말했다.

“그런데 적의 지원군이 안 오는 것 같은데. 이상하군. 이곳이 적의 총사령부가 될 텐데 왜 안 오는 거지?”

“현재 정보에 따르면 소규모의 적 원군이 왔지만 현재 패퇴 중에 있습니다.”

“자네가 처리했나?”

신유철 장군은 대답대신 고개를 끄덕거렸다.

“알겠다. 외곽방면 처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지?”

“최소 5일에서 최고 10일까지 걸립니다.”

“...... 늦는군.”

“빠르게 탑을 쌓으려다 이미 지은 탑을 무너뜨릴 수 없습니다.”

“좀 더 빠르게 할 수 없나? 곧 남경 공격에 총통님이 시찰을 나가신다는 통신이 와서 말이야.”

“그게. 현재 적들이 생화학탄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지라 진격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왜? 방독면이 없어? 다 챙겨준 걸로 기억하는데?”

“방독면 수량은 문제없습니다.”

“그런데 뭐가 문제인데?”

신유철은 얼굴을 잠시 굳히더니 이내 사실을 이야기했다.

“방독면이 귀찮다고 안 쓰다가 생화학에 걸려 죽은 병사들이 있습니다.”

“뭐? 귀찮다고 안 써? 하하하. 이런 머저리 같은 놈들. 귀찮다고 목숨을 내다버리다니. 알았어. 내 휘하에 있는 부대들에게 이야기할 테니. 또 다른 문제점은 없나?”

“그 외에 특별한 문제점은 없습니다. 야포와 대전차 진지를 부순 것이 효과가 있는지 병사들의 진격과 점령에 거칠 것은 없습니다.”

신유철의 말에 하응흠 장군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알겠다. 그래도 총통 각하가 오시니 최대한 빠르게 남경 외곽을 점령할 수 있도록 한다. 알겠지?”

“예!”

하응흠 장군은 그 대답을 듣고 발걸음을 옮겨 나갔다. 방 안에 신유철과 그의 부관 둘이 남게 되자 신유철은 머리가 아픈 지 머리를 부여잡았다.

“왜 하필 총통 각하께서 오시고 난리지...”

신유철은 골치가 아픈지 얼굴을 찡그렸다.

============================ 작품 후기 ============================

댓글 댓글 좀 주세요. 요즘 너무 적어서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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