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67화 (6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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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9월 7일, 남경 외곽에 대한 중국군의 공세는 더욱 거세졌다. 일본군은 악질적으로 저항하거나 수세에 몰려서 퇴각할 수밖에 없었다.

광복군 제 1 지대는 오늘부터 직접 전투를 치르게 되었다. 광복군 제 1 지대는 첫째 날, 둘째 날에 예비대로 대기를 하고 있었기에 전투를 치뤘던 중국군 부대랑 교체를 하였다. 광복군 제 1 지대에 속해있던 병주의 소대 역시 이번에 전투에 직접 참가하게 되었다.

-별 이상은 없는가?-

병주는 무전기에서 들리는 김원봉의 말에 간단하게 대답했다.

“현재 이상 무입니다.”

-지금 자네의 소대가 진격하는 지역은 상당한 격전이 벌어지고 있다네. 그러니 병사들 잘 챙기고.-

“예.”

병주는 김원봉에게 간단히 대답하고는 무전기를 허리춤의 가죽집에 넣고, 38식 보총을 양손으로 가볍게 들어 전진하고 있었다. 그를 호위하는 소대 본부 분대원들 역시 양 손으로 소총을 잡고 은엄폐 후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며 이리저리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병주 자신 역시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다가 뭔가 생각이 났는지 다시 허리춤의 가죽집에 넣어둔 무전기를 다시 꺼내고는 버튼을 눌러서 통신 상대를 바꾼 뒤 입을 수신기에 대고 말한다.

“1분대. 1분대 들리나?”

-예. 1분대장 고호윤. 양호.-

“현재 위치는?”

-지도상에 정확히 다 278 가 337에 있습니다.-

병주는 지도를 잠시 꺼내며 제 1 분대가 어디에 위치했는지 확인하고, 다시 지도를 넣었다. 그리고 병주는 고호윤의 보고에 미소를 지었다. 사실 지도를 알아보는 기술 독도법을 전부 소대원에게 가르쳤다. 그리고 그 성과는 지금 나타나고 있었다. 병주는 얼굴을 다시 평소처럼 고치고는 1분대장 고호윤에게 물었다.

“혹시 전방에 적이 보이는가?”

-아직까지 안 보입니다.-

“지대장께서 현재 제 1분대 앞에 아군과 적이 교전 중이라고 한다. 그러니 주의하면서 이동하여 아군을 돕도록 해라.”

-예!-

1분대의 분대장 고호윤에게 명령한 병윤은 2분대, 3분대에도 명령을 내렸다. 다만 2,3분대의 위치는 1분대와 다르기 때문에 2,3분대의 상황과 상태에 따라 적절하게 판단하고 명령을 내렸다.

한편, 무전기로 병주의 명령을 들은 1분대장 고호윤은 소총을 내려놓아 무릎에 갖다 대고 자신의 목에 걸려있는 망원경으로 전방을 관찰한다. 병주가 말했던 것처럼 전방은 흙먼지로 가득했고, 멀리서 피 냄새도 나는 것 같았다. 고호윤은 씁쓸하게 웃으며 망원경을 내려놓고, 병윤에게 무전기로 말한다.

“현재 전방 550m 지점에 소대장님이 말씀해주신 교전지 발견.”

-상황 지켜보고 투입해.-

“알겠습니다.”

고호윤은 다시 망원경을 들어 전방을 바라본다. 전방의 흙먼지가 걷어지자 중국군, 일본군 쌍방 간에 총격전이 벌어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중국군은 지형지물을 엄폐물로 이용해서 쌍방 간의 총격에 유리한 입장이었는지 일본군 병사들이 밀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일본군 병사 한 명이 경기관총을 꺼내더니 그 걸 모래주머니 위로 거치해놓고 방아쇠를 당기면서 총격전의 형세는 변했다.

-두두두두두!!!-

중국군 병사는 엄폐물을 잘 활용하여 일본군 병사의 경기관총 사격에 별다른 피해는 없었지만 더 이상 전진하지 못했다. 고호윤은 중국군의 진격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더니 자신의 바지 주머니 속에서 저격용 조준경을 꺼내 자신의 38식 보총에 결합시켰다.

자신의 소총에 결합된 저격용 조준경에 오른쪽 눈을 갖다 대고 엄폐하고 있는 중국군 병사들을 향해 경기관총을 신나게 쏴대는 일본군 병사의 미간을 조준한다. 소대장 병주에게 저격하는 법을 단단하게 배웠던지라 고호윤이 보는 조준점은 한 점 흐트러짐이 없었다.

고호윤은 검지에 방아쇠를 확 힘을 주지 않고, 천천히 힘을 더해 서서히 당겼다. 어느 순간 검지의 힘이 방아쇠의 한계를 넘자 총성이 울려 퍼진다.

-타앙!-

고호윤은 다시 한 번 보총에 설치된 조준경으로 자신이 사격했던 일본군 병사의 모습을 관찰했다. 경기관총을 쏘던 병사는 갑작스런 총격에 사망했는지 두두두 공포스러운 소리를 내던 경기관총은 멈췄다. 그 때, 경기관총의 부사수이던 일본군 병사가 갑작스럽게 경기관총을 잡고 다시 사격하려고 하자, 고호윤은 다시 한 번 조준경에 힘을 주고 아까처럼 방아쇠를 당겼다.

-타앙!-

이번에도 고호윤은 실수 없이 저격에 성공한 듯 보였다. 경기관총을 발사하려던 병사는 이마에 구멍이 뚫린 채 앞으로 쓰러졌다. 그러나 고호윤은 경기관총을 쓰지 못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거 가능하려나?’

병주에게 훈련받아서 저격 실력이 일취월장으로 성장한 고호윤이지만 자신조차 이 기술이 가능할지에 대해선 의문이었다. 그러나 고호윤은 마음을 다 잡고 조준경에 경기관총의 총구를 조준했다.

‘일단 해보자.’

그렇게 마음을 먹은 고호윤은 서서히 방아쇠를 당겼다. 그리고 아까처럼 총성이 울려퍼진다.

-타앙! 틱!-

고호윤은 다시 조준경으로 경기관총을 살펴보았다. 경기관총의 총구가 어느 정도 손상되어 있었다. 아마 사용할 수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판단한 고호윤은 고개를 분대원 들에게 돌리고 외쳤다.

“진격하려는 중국군 병사들을 엄호해라.”

그 말에 고호윤 밑에 있던 분대원들은 고개를 끄덕이며 각자 자신의 자리로 흩어져 엄폐한다. 그리고 고호윤이 말한 명령대로 분대원들은 자신의 자리를 잡고 중국군 병사들이 진격할 수 있게끔 엄호사격을 실시했다.

-타탕! 탕! 탕! 탕!-

갑작스런 1분대의 엄호사격에 일본군 병사들은 전혀 대응하지 못했다. 간혹가다 용기를 내어 고개를 드는 병사도 있었지만 고호윤은 그런 병사를 바라보며 저격으로 그 병사의 미간을 뚫어버렸다.

-와아아아!-

중국군 병사들은 자신들을 엄호해주는 고호윤의 분대를 눈치 챈 것 같았다. 그들은 곧 돌격할 준비를 한다.

“맹렬히 사격해! 지금 중국군들이 돌격하려고 한다.”

고호윤의 말에 작게 고개를 끄덕인 분대원들은 총신이 휘어지든 말든 상관없다는 듯이 계속 방아쇠를 당겨 엄호사격을 한층 강력하게 행했다. 고호윤 역시 아까처럼 병사들을 저격한다. 고호윤은 어느 정도 중국군 병사들이 자신을 상대하는 일본군 병사들에게 가까워졌다고 느끼자 손을 들고 말한다.

“사격 중지! 오사할 수 있다.”

그 말에 분대원 들은 총을 내려놓았다. 망원경으로 중국군 병사들이 자신들이 목표한 진지의 점령에 성공한 것을 본 고호윤은 허리에 찬 무전기를 꺼내 병주에게 보고했다.

“현재 중국군 소대 하나가 전선을 돌파했음.”

-알았다. 그 뒤를 따라 계속 엄호해줘라.“

“예. 그렇게 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보고한 고호윤은 무전기를 다시 허리춤에 차고는 소총에 결합된 조준경을 떼어낸 뒤 다시 원래 있던 주머니 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고호윤은 주변의 분대원들을 살피고는 병주가 말한 명령을 이행했다.

“지금부터 우리는 저 중국군 소대를 졸레졸레 따라다니며 그들을 엄호한다.”

고호윤의 단호한 말투에 분대원들은 긴장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병주의 소대에 배치된 전차의 전차장에 임명된 김도진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잠망경을 통해 바깥을 보면서 주위를 둘러본다. 첫 전투로 인해 김도진의 얼굴은 긴장으로 가득했지만 그 긴장 속에서도 김도진은 적이 어디 있는지 잠망경을 돌리며 전차 밖을 살펴보고 있었다.

“전차장님. 어디로 이동합니까?”

조종수 김손영은 자신의 얼굴 앞에 있던 잠망경과 자신의 눈의 거리를 벌리고 고개를 돌려 전차장 김도진을 바라보며 묻는다. 김도진은 김손영에게 고개를 돌리지 않고, 자신이 보던 잠만경의 시야만 보는 채로 김손영의 묻는 말에 대답한다.

“직진해. 아직 적은 없는 것 같다.”

“예.”

조종수 김손영은 핸들을 양 손에 잡고 액셀을 밟으며 김도진이 명령한 것처럼 전차를 직진시킨다. 약 몇 분이 지나자 김도진은 무언가 발견했는지 잠만경에서 거리를 벌리며 포수 조규동에게 말한다.

“오른 쪽 진지에 적 발견했다. 지금 기관총을 거치해두고 쏠 것 같군.”

김도진의 말대로 현재 전차는 어떤 일본군 진지 앞에 도착했다. 진지에 자리를 잡은 일본군 병사들은 진지에 설치된 기관총을 양 손에 잡아 위압감이 느껴지는 전차를 바라보며 긴장어린 기색을 한다. 그리고 기관총의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두두두두!-

기관총 주변에 있는 병사들 역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수류탄을 던지며 김도진의 전차에게 저항하고 있었다.

-쾅! 쾅!-

기관총과 수류탄의 폭발이 전차를 덮친다. 하지만 전차의 겉은 아무렇지 않았다. 그 전차의 모습에 경기관총과 수류탄으로 저항하던 일본군 병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바뀌었다.

자신의 전차가 공격받았다는 충격조차 느끼지 못한 김도진은 잠만경을 통해 공격이 통하지 않아서 경악하는 일본군 병사들을 바라보며 비웃었다.

“흥! 야포나 대전차 로켓이 없으면 이건 천하무적이라고. 그래도 꼴에 대항했으니 내가 하나 선물을 주지. 규동아 선물 하나 줘라.”

포수 조규동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조준경으로 경악하는 일본군 병사들을 향해 포를 돌리고 조준하면서 말한다.

“이거나 먹고 그 빌어먹을 신사에 갈 준비나 해라.”

그 말을 한 후, 조규동은 곧 바로 전차포를 발사했다.

-퍼엉! 콰앙!-

직사포로 발사된 포탄은 저항하는 일본군 병사들의 생명을 순식간에 앗아갔다. 포탄의 충격도 꽤 컸던지 흙먼지가 피어올랐다.

김도진은 잠만경을 통해 그 모습을 확인하고 흙먼지가 걷혀지자 적진지를 확인한다. 적진지는 완벽히 붕괴되어서 이게 진지였다는 사실조차 알 수가 없을 정도였다.

그러다 김도진은 잠만경을 이리저리 돌리며 주변을 바라보다가 무언가 발견했는지 흥미로운 미소를 짓는다.

“호오. 중국군 병사들이 돌격하고 있군.”

그 말에 조종수 김손영이 잠시 잠만경에 눈을 떼고는 고개를 돌려 김도진에게 묻는다.

“어떻게 합니까? 선봉에 섭니까?”

“그래. 선봉에 서. 전투에서 우리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적의 무기는 부족하다.”

“그래도 가능성은 있다는 소리입니까?”

“우리가 재수 없으면 말이지.”

“예. 중국군 병사들이 공격하고 있는 방향을 살핀 후 그 쪽으로 돌격하겠습니다.”

“조심해라. 혹시 대전차 지뢰가 있을지 모른다.”

“예. 조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 말을 한 조종수 김손영은 자신의 말대로 조용히 전차를 움직였다. 그러나 김도진의 걱정은 기우였는지 중국군 병사들을 가로막는 진지를 향해 가는 동안 지뢰 하나를 발견하지 못했다. 대신 자신의 전차와 진격하는 중국군 병사들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발견했다.

김도진은 잠망경을 통해 전차의 진격을 가로막는 철조망들이 엉키게 설치되어 있었다. 김도진은 철조망들을 확인하자 얼굴이 찡그려진다.

“휴. 철조망이군. 일단 철조망 앞에 왔다 갔다 하면서 적진지를 깨부수자고. 괜히 철조망을 돌파하다 바퀴에 철조망이 엉킬 수 있으니까 말이야.”

조종수 김손영은 김도진의 명령이 합당하다고 여겼는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고개를 끄덕거리며 대답한다.

“예. 왔다 갔다 하면서 적들의 시선을 혼란하게 만들겠습니다.”

그 만족스러운 대답을 들은 김도진은 이번엔 포수 조규동에게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포를 정확히 쏘기 어렵겠지만 최선을 다해봐.”

조규동은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얼굴을 찡그렸다. 표적들이 움직이거나 아니면 자신이 움직일 때 조준하고 쏘는 것이 얼마나 힘들지 잘 모를 것이라고 조규동은 생각했다. 그러나 조규동은 조준장비를 양손으로 꽉 잡으며 조준경으로 살펴보니 전차가 움직이기에 그에 따라 표적도 움직였다.

조규동은 조준의 난이도에 오히려 도전욕구가 치솟아 올랐다. 그는 양손으로 조준장비를 조금씩 돌리며 움직이는 표적에 대해 정확히 조준하고 순간 포를 쏜다.

-퍼엉! 콰앙!-

중국군 병사들의 진격을 막던 적진지 하나가 전차의 포탄에 맞고 붕괴되었다. 곧 이어서 적진지 하나도 멀리서 쏘인 야포의 포탄에 맞아서 붕괴되었다. 기도진은 그 모습을 보고 휘파람을 불었다.

“휘익~! 야포 운영반이 잘하고 있나보군.”

김도진은 잠망경을 돌려서 전차 밖을 살펴본다. 자신의 맛있는 먹이를 찾는 맹수처럼 김도진은 잠망경을 이리저리 돌리다가 곧 돌리는 것을 멈추고 한 곳을 바라보며 집중했다.

“어? 적에게도 전차 하나 있었나?”

김도진은 신기한 눈빛으로 적 진지에 보호되어 있는 적 전차를 보았다. 적 전차는 일본군 97식 중전차 치하로 현재 치하의 포는 전차로써 쓰이기 보다는 야포 혹은 박격포로 쓰이는 것 같았다.

“저거 하나 전차뚜껑 열어야겠군. 포수야 준비해라.”

포수 조규동은 그 말을 듣고 입꼬리를 올리며 조준경을 이리저리 돌려 김도진이 말한 치하를 찾아 조준경에 맞도록 포의 방위와 거리를 맞춘 뒤 발사한다.

-퍼엉! 씌이익! 콰앙!-

김도진의 전차는 포탄이 발사됨과 동시에 앞뒤로 반동이 왔다. 김도진은 이 반동에 아직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다. 그 때문인지 김도진은 전차의 발사 후 반동에 투덜거린다.

“무반동포는 어떻게 없나? 매번 발사될 때마다 지진이 오는 것 같아.”

포수 조규동과 장탄수 심효곤, 조종수 김손영은 김도진의 말에 공감이 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동조한다.

“일단 적은 어떻게 되었나? 확인해 볼까?”

김도진은 잠만경을 통해 야포나 박격포로 사용되고 있던 치하가 어떻게 되었는지를 확인한다. 치하는 포탄에 정통으로 맞았는지 폭발 후 연기가 오르고, 치하의 차체와 포신은 주저앉았다.

“대파군. 치하로 이 전차를 대항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솔직히 치하가 불쌍하군. 매번 이런 전차를 상대로 싸워야 하니까 말이야.”

전차 안 김도진은 대파된 치하 중전차를 불쌍하게 여김과 동시에 중국군 병사들의 진격을 도왔다. 전차포로 적진지를 파괴하는데 성공하고, 중국군 병사들 중 일부가 니퍼로 김도진의 전차가 지나갈 수 있도록 철조망을 떼어냈다.

전차는 그 틈을 통해서 철조망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철조망으로 보호되고 있던 적 진지들을 하나 둘 씩 격파해 나갔다. 간혹 전차에 박격포탄이 떨어질 때도 있었지만 그 때마다 전차는 별 피해가 없었다. 오히려 김도진은 숨겨진 박격포 진지를 찾았다고 좋아 했다.

그 후 김도진의 전차는 계속해서 진격하면서 수 십 개의 적진지와 수 개의 적 전차와 차량을 폭발시키며 맹활약을 선보인다. 오늘 김도진과 그의 승무원들의  전과는 병주가 시간을 들여 교육을 시킨 보람을 느끼게 만들어줬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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