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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9월 8일, 중국군의 공세는 계속되었다. 남경에 폭격기의 폭탄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한 건물 한 건물이 목표가 되어 완벽하게 무너져 내렸다. 다행히 지나 방면군 사령부는 지하에 있었던지라 폭격의 피해는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러나 이 사령부의 회의실에 앉아있는 오카무라 사령관의 얼굴은 그와 상관없이 울긋불긋 했다. 오카무라 사령관은 한 숨을 쉬고 의자에 기대 얼굴은 멍한 상태로 있었다.
“그래... 지금 전 전선에서 패퇴하고 있다고?”
참모장들은 그 말에 침묵을 지켰다. 오히려 자신들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뼈저리게 통감한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숙일 뿐이다.
오카무라 사령관은 순간 극도로 분노한 표정을 지으며 지휘봉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탁자를 내려쳤다.
-타앙!-
꽤 비싼 지휘봉이었는데, 오카무라 사령관의 분노를 이기기는 힘들었나 보였다. 오카무라 사령관의 분노에 지휘봉이 반으로 부러졌다.
“현재 아군의 전선은?”
참모장들 중 작전참모장이 나서서 말한다.
“전선은 계속 축소 중에 있습니다. 이대로 가면 남경 외곽은 빼앗길 것 같습니다.”
“저번에 생화학탄 쓰라고 명령을 내렸을 텐데? 효과 있었어?”
“...... 효과는 첫날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없습니다.”
그 말에 오카무라 사령관은 기가 막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침묵을 지킨다.
“......”
“적들은 방독면을 구비했던지라 생화학 공격은...”
“막을 수 있는 방법은?”
오카무라 사령관의 말에 작전 참모장은 꿀 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
“하아. 그 정도라 말이야? 반자이 돌격으로 반전을 꾀할 생각은 없었나?”
“그건 시행했을 때, 적 전차의 기관총에 무수히 죽어나갈 뿐이었습니다.”
“암담하군. 그럼 앞으로의 대비책은 있나?”
“지금으로는 남경의 시가전을 준비하는 것이 나을 것 같습니다.”
“시가전? 으음...”
“시가전은 순수한 보병전력의 대결이 주입니다.”
“그런데 적들이 포위한 채 도시를 포위만 시키면 우린 다 죽은 목숨 아닌가?”
“물론 그건 적들의 사령관이 이 도시의 시민들의 목숨조차 냉정하게 끊어버릴 생각이 아니라면 그렇게 되겠습니다.”
“......”
“비록 우리에게 비협조적이기는 하지만 이 곳 남경의 시민들은 수십만 명입니다. 그들을 공출해서 장기간 대비할 군량을 확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휴우. 좋아 그렇게 하게.”
지나 방면군 사령부의 작전은 그렇게 해서 결정이 났다. 그리고 남겨진 남경의 시민들에게 또다시 악몽이 찾아왔다.
왕정위는 자신에게 지나방면군 사령관의 통보에 얼이 빠졌다.
“그럼 우리를 포함해서 남경의 시민들을 전부 다 죽일 생각이다 이거 입니까?”
일본군 전령은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왕정위를 바라봤다.
“현재 중국군 공세는 더욱 격화되어서 이 곳 남경의 시가전을 대비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입니다. 이곳이 함락되면...”
왕정위는 암담한 표정이었다. 자신은 이렇게 끝장이 나는 것인가? 어서 살 길을 찾아야 한다. 왕정위의 얼굴은 다급한 기색이었다. 현재 전 중국인들에게 자신은 일본에게 영혼조차 판 매국노로 인식되어 있었다. 이런 결정이 남경 시민들에게 전해진다면 남경의 시민들은 폭동을 일으킬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선생님이 협조해주시리라 믿고 전 가보도록 하겠습니다.”
일본군 전령은 방 안에 왕정위를 홀로 남겨둔 채 방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왕정위는 절망한 표정으로 호화스런 의자에 주저 앉는다.
“이... 이를 어찌하면...”
왕정위는 앞으로의 참사가 예상되는지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아니! 우리를 공출한다니 이런 법이 어디 있습니까? 제 꼴을 보십시오. 전 아무 것도 없습니다.”
거지꼴의 시민 중 하나가 일본군 병사에게 항명했다. 시민들 대다수가 거지꼴의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다. 전투가 벌어지기 전 일본군의 수탈도 수탈이었지만 전투에 들어서자 중국군의 폭격기가 폭격을 개시하자 이젠 살던 집까지 잃게 되었다.
그러나 시민들을 거지꼴로 만든 일본군 병사는 신경질 나는 어조로 외쳤다.
“협조하라면 협조해. 아니면 여기서 모두 죽고 싶나?”
일본군 병사들이 소총의 대검을 앞세운 채 눈의 살기를 내뿜자 거지꼴의 남경 시민들을 암담한 표정을 지으며 결국 자신의 목숨을 살기위해서 어쩔 수 없이 공출명령을 받들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 병사들은 시민들이 임시로 피난처를 지은 곳을 돌아다니면서 식량과 각 종 물품들을 약탈했다. 거기서 일본군 병사는 시민들에게 자비라는 것은 없었다.
공출에 협조적이지 않은 시민들이 있다고 하면 군홧발로 밟거나 소총의 개머리판으로 때렸다. 그리고 심하면 소총의 대검으로 목을 찔러 버렸다.
짐승 같은 일본군의 만행에 시민들은 치가 떨렸지만 자신들에게 힘이 없었다. 더욱이 저들에게 부역한 것도 있는지라 밖의 중국군 병사들에게 자비를 기대하기 힘들었다. 이래나 저래나 시민들은 죽을 목숨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하응흠 장군은 자신을 쩔쩔매게 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하응흠 장군은 그 상대에게 아부의 톤으로 말한다.
“총통 각하께서 이렇게 왕림해주시니 이 하응흠 사기가 백배입니다.”
그 상대, 장개석 총통은 하응흠 장군에게 통보한대로 남경 공략 작전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시찰하러 왔다. 장개석 총통은 하응흠 장군의 말을 무시하는지 손으로 붙잡은 서류들의 내용을 열심히 살필 뿐이었다. 하응흠 장군은 그 장개석 총통의 모습에 자신의 걱정이 앞섰다. 그 때 장개석 총통은 모든 서류를 다 보았는지 한 숨을 내쉰다.
“흐음... 미묘하군.”
“예? 미묘하다니.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미묘해. 아주. 지금 내가 본 서류들을 보면 작전은 제대로 된 것 같군.”
그 말에 자신이 까일까봐 불안했던 하응흠 장군은 기쁜 표정을 짓는다.
“이 서류를 보니 지금까지 남경외곽을 전부 점령한 것 같군.”
“예. 현재 집단군 둘로 나뉘어서 북부, 남부 이렇게 동시에 남경을 포위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전선을 조이고 있습니다.”
“적이 시가전을 준비한다라? 이게 무슨 말이지?”
“아 그게. 일본군이 매번 외곽에서 패퇴하자 남경 외곽을 내버려 둔 채 남경 안으로 후퇴하고 있습니다.”
“그래. 방법은?”
하응흠 장군은 장개석의 말에 갑작스럽게 당혹하다가 이내 자신의 기억 속에 신유철이 말한 것을 기억한다.
‘장군님. 적들이 시가전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그건 왜지?’
‘외곽의 진지를 포기하는 모습이 보고에 있습니다.’
‘그런가? 그럼 적들이 시가전을 준비하면 어떤 방법이 있지?’
‘시가전은 사실상 매우 골치가 아픕니다. 남경 외곽을 공격했을 때와는 달리 보병 전력이 주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건 왜지?’
‘시가전은 모든 건물들이 엄폐물이 됩니다. 제가 저번에 스탈린그라드의 전투기록을 보니까 아무리 전력이 막강한 정예군이어도 보병 화력만 통할 뿐입니다. 그리고 적들의 저격이 극대화되는 전장입니다.’
‘흐음... 외곽의 전투와 달리 전투 양상이 달라지겠군.’
‘예. 시가전은 보병 전력이 주입니다. 보병에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가에 따라서 승패가 달라질 것입니다. 또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그게 뭐지?’
‘남경에 남아있는 시민들을 포섭해야 합니다.’
‘그건 왜? 그들은 부역자일 텐데.’
‘남경의 시민만큼 우리를 도울 수 있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그들은 확실히 시가전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들이 남경 안 지리를 잘 알고 있으니까요.’
‘그렇군.’
하응흠은 신유철과의 대화 속에서 시가전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며 장개석 총통에게 기억 속 신유철이 말한 것들을 말했다.
“시가전은 보병 전력이 주입니다. 보병에 얼마나 많이 투자했는가에 따라서 승패가 달라질 것입니다.”
“흐음. 중경공단에서 쓸데없이 보병용 장구류와 보호 장비를 왜 생산하는지에 대해 따졌었는데. 이럴 때를 위해 만들어두었는가?”
“방탄복과 방탄헬멧의 방호력은 상당히 우수합니다. 중경공단에서 언제 그런 기술력이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이번 시가전에서 큰 힘이 될 겁니다.”
“미국에서 수입한 바주카포와 일본군에게 노획한 박격포는 잘 구비해뒀지?”
하응흠 장군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한다.
“시가전을 본격적으로 치루기 위해 창고에 안전하게 잘 있습니다.”
“또 시가전에 대비하기 위해 조언해줄 것은 없나?”
“그것은 으음... 이런 말씀을 드려도 괜찮은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장개석 총통은 하응흠 장군이 왜 뜸을 들이는지 궁금해 하는 표정을 짓는다. 장개석 총통은 하응흠 장군의 대답을 재촉한다.
“뜸 들이지 말고 이야기 해봐.”
“저. 각하. 시가전에서 중요한 것이 또 하나 있습니다.”
“그건 뭐지?”
“아무래도 시가전을 하게 된다면 도시 안의 민간인을 발견할 가능성이 큽니다.”
“...... 부역자들 말인가?”
“예. 물론 부역자들이라는 표현보다는 일본군의 인질이라는 표현이 더 정확합니다. 그들을 따로 포섭할 작전도 생각해야 합니다.”
“그건 왜지?”
“남경의 시민들이 시가전에서 중국군들을 직접 지원해주지 못해도 그들이 알고 있는 남경의 지리라든지 적군의 정보 등 유용한 것들을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장개석 총통은 그 말을 듣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뿌드득!-
“흥! 그딴 놈들 내 알바 아니야. 안 그래도 우리 병사들의 물품도 귀한데 그런 곳에서 부역자들에게 물품을 나눠준다고? 허참. 우리가 언제 이렇게 호구처럼 변했지?”
하응흠 장군은 이래서 말하기 싫었다. 장개석 총통의 분노는 계속되었다.
“젠장. 당생지 그 놈만 생각하면 이가 갈려. 자신이 호언장담으로 남경을 지키겠다고 해놓고 일본군 공격이 시작되자마자 자기 몸 하나 내뺐지. 군벌들도 다 마찬가지야.”
“......”
“그런데 우리가 왜 부역자들까지 신경 써? 우리의 병사들 중에는 남경 출신들이 많다. 그들을 활용해서 시가전을 대비하는 것이 좋아.”
장개석 총통이 그렇게 말하자 하응흠 장군은 딱히 할 말이 없었는지 침묵을 지킨 채 고개를 숙였다. 그러다가 장개석 총통은 뭔가 생각에 빠졌는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리고 뭔가 생각이 났는지 입 꼬리가 위로 올렸다.
“아니지. 잠깐 잠깐.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군.”
“총통 각하! 좋은 생각이라도 나셨습니까?”
“만약 우리가 부역자들을 떠앉는다고 가정하고 부역자들의 생활을 책임질 물품들은 있나?”
“...... 일단 남는 군용품으로 그들을 보살필 수는 있습니다. 그 외에는 중경공단에 연락해서 그들을 지원할 물품들을 생산해야 합니다.”
“좋아. 만약 그들을 하나하나 구출하면 선전 작업도 해야지.”
“그게 무슨 말씀인지?”
“눈앞의 적은 일본군만 있는 것은 아니잖아?”
“...... 아!”
하응흠 장군은 장개석 총통이 뭐를 말하는지 알겠다는 표정이었다.
“그래. 민심을 얻는다고 깝쭉대고 있는 8로군(중국 공산당군) 놈들도 대비해야지. 그리고 부역자들을 구출하면 시가전에서 얻는 정보들은 자네가 말하는 것처럼 효력이 있겠지?”
그 말에 하응흠 장군은 쩔쩔 맺지만 이내 결심했는지 속으론 에라 모르겠다는 심정으로 단호하게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제가 말한 대로 효력은 있을 겁니다.”
‘젠장 만약 없으면 어떡하지? 없으면 그 녀석에게 책임을 지워야겠군.’
신유철 그 녀석이 이런 작전을 자신에게 귀띔해주었으니 만약 작전대로 안 되면 그에게 책임을 지우면 된다고 생각한 하응흠 장군은 일말의 불안감을 지웠다.
“좋아. 그렇게 결정했으면 남경 외곽의 작전은 10일까지 전부 완료해.”
“예 알겠습니다.”
하응흠 장군의 대답에 장개석 총통은 기분 좋은지 고개를 끄덕거렸다.
1944년 9월 10일까지 중국군은 남경외곽을 점령하기로 작전을 결정하자 외곽 일본군의 방어진지에 대한 공세는 강화되었다. 더욱이 일본군이 남경에서 시가전을 대비한다고 시가전의 작전을 정해버리자 외곽에서 방어진지 안에 방어하고 있던 일본군은 남경 시내로 퇴각하기 시작했다.
물론 이를 예상한 중국군은 순조롭게 퇴각하는 일본군을 추격하면서 9일에 남경의 외곽지역을 전부 점령을 완료할 수 있었다. 그리고 장개석이 말한 10일까지 외곽지역 내에 남아있는 잔당들을 소탕했다.
장개석 총통은 본격적인 시가전을 15일로 잡았다. 시가전이 벌어질 때까지 중국군은 남경 시내에 대한 폭격와 포격을 한층 더 강화시켰고, 남경을 탈출하는 민간인들을 포섭했다.
남경의 민간인들은 하응흠 장군이 말한 대로 일본군의 위치와 또 지금 변한 남경 시내에 대한 지리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국군은 유용한 정보들을 얻기 위해 남경 시민들에게 일본군의 상황에 대해 물어봤다.
대다수는 우리가 이렇게 쉽게 탈출할 지는 꿈에도 몰랐다는 말뿐이었다. 그리고 자신들을 수탈하는 일본군에 대해 분노를 표시했으며 젊은 남성들은 자발적으로 남경 시내를 공격하려는 중국군에 입대했다.
피난민들의 이야기를 들어본 중국군 지휘부는 판단하기를 일본군은 남경을 탈출하는 시민들을 내버려두는 입장인 것 같았다. 일부는 부역을 시키면서 통제하려고 했지만 대다수는 탈출하도록 내비려 뒀다.
사실 일본군의 형편을 보면 시민들을 학살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왜 그런 결정을 내렸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 중국군 참모들은 일본군이 민간인을 학살하는데 필요한 총알이 아깝다는 것으로 추측했다.
일본군이 시민들을 내비려 둔 덕분에 중국군은 순조롭게 남경을 탈출하는 민간인들을 포섭할 수 있었다. 그리고 중경공단은 그런 피난민을 지원하기 위한 물품들의 생산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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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의 이야기는 한 동안 계속될 것 같습니다.
작가는 항상 댓글을 원합니다. 댓글 좀 던져 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