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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신영규의 말은 설득력이 있었는지 방 안의 포로들 모두가 생각에 잠기게 만들었다. 같은 고향친구인 피현유는 어떻게 너가 그런 말을 하다니? 라는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신영규는 자신의 말이 그렇게 충격에 다가왔는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신영규의 말은 맞아 떨어지기 시작했다.
-끼익!-
조선인 포로들이 갇혀있는 방문이 열리고, 포로들을 맞이해준 건 작은 태극기가 그려진 군복을 입은 어떤 군인이었다. 신영규는 그 군복의 인물을 잘 알고 있었다.
‘저... 사람은... 전쟁터에서 나를 기절시킨...’
신영규는 놀란 얼굴로 방문을 연 군인을 쳐다본다. 군인은 포로들의 상태가 이상있는지 눈으로 확인한 후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너희들 중 이상 있는 자 거수.”
그 군인은 명백하게 조선어를 쓰고 있었다. 포로들은 그 말에 어리둥절하다가 이내 침묵을 지켰다. 군인은 그 모습을 보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신영규를 보고 말한다.
“너는... 아 내가 기절시킨 포로군. 지금부터 심문을 할 것이다. 그럼 나에게 기절한 너부터 시작하지.”
신영규 자신을 지목하는 군인의 말에 신영규는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며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군인은 잠시 얼굴을 찡그리고는 다시 한 번 말한다.
“그래. 너. 너 말이다. 너”
신영규는 군인의 짜증나는 말투를 들었는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납득한 표정으로 일어섰다. 앉아있는 포로들은 서로 웅성거리고 있었다.
“정말 괜찮을까?”
“그런데 왜?”
군인에게 지목당한 신영규를 보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포로들은 어느 한 목소리에 침묵한다.
“조용! 심문 절차는 차례대로 진행할 테니 그 때까지 조용히 있도록.”
포로들은 기백있고 당당한 목소리에 입을 다물었다. 군인은 신영규를 데리고 방 안에서 나간다. 신영규의 같은 고향친구인 피현유는 군인을 따라가는 신영규를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그렇게 신영규를 제외하고 방 안에는 다시 포로들만 남았다.
한편, 신영규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연신 주위를 둘러보면서 자신을 부른 군인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그러다 궁금증을 참지 못한 신영규는 어디론가 발걸음을 옮기는 군인에게 물어봤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리고 여기는 어디...”
신영규의 질문에 군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면서 간단하게 일축한다.
“따라 가보면 안다. 모든 의문은 거기서 말하도록.”
신영규는 그 말에 입을 다물었다. 군인과 신영규는 어떤 방 안에 들어갔다. 방 안에는 그 군인과 같은 복장을 입은 심문관으로 보이는 사람과 소총을 든 호위병 2명이 있었다. 군인은 심문관처럼 보이는 사람에게 경례를 올리면서 기백있게 말한다.
“포로 중 한 명을 데려왔습니다. 소대장님.”
신영규는 그 군인이 심문관에게 경례하면서 소대장님이라는 단어에 주목했다. 소대장이라고 불리는 심문관은 잠시 생각하는 자신을 바라본다. 신영규는 심문관의 눈빛에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몸이 자동적으로 벌벌 떨었다.
‘무슨 눈빛이... 크...’
심문관은 신영규에게 가볍게 자리를 권한다.
“앉아서 대화하지.”
“예...”
신영규는 심문관의 말에 자동적으로 몸이 반응하면서 심문관을 마주보고는 의자에 앉았다. 심문관은 신영규를 쓰윽 보더니 볼펜을 들고 서류를 작성하면서 말한다.
“자네 이름은?”
“신영규라고 합니다.”
“나이는?”
“이제 22살입니다.”
“허 나이는 나보다 한 살이 많군.”
심문관의 말에 신영규는 헉 했다. 그러나 신영규는 자세히 보니 심문관이 어린 얼굴인 것을 확인했다. 신영규는 속으로 심문관에 대해 생각했다.
‘나보다 한 살 어린데. 저런 눈빛과 분위기라니...’
심문관은 계속해서 신영규에게 질문한다.
“고향은?”
“강원도 평창입니다.”
“평창 어디?”
“평창 대화면 대화리입니다.”
심문관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리며 서류의 빈 칸에 볼펜을 들고 작성했다.
“일본군 지원자인가? 아니면 징병자인가?”
“징병자입니다.”
“그렇군. 징병 당시에는 무슨 일을 했는가?”
“으음. 그게 소작했습니다. 소작.”
“소작이라... 알겠네. 이제 기본적인 것을 작성했으니까 이제 궁금한 것을 질문해도 좋아.”
“당신들은 누구십니까? 그리고 여기는 어디입니까?”
신영규의 질문에 심문관은 씨익 웃으며 그 질문에 대답한다.
“우린 광복군 제 1 지대에 소속된 소대지. 난 임시 심문관을 맡은 소대장 길병주라고 한다. 그리고 이곳은 제 1 지대가 잠시 거점으로 삼은 곳이야. 정식적인 포로수용소는 아니지.”
“으음... 광복군이란 무엇입니까?”
“뭐. 간단하게 말해서 일제로부터 조선의 독립을 위해서 활동하는 부대야. 현재는 중국군 휘하에 편입되어 있지. 그 외 궁금한 것은?”
“아까 기절에서 깨어나 보니 제가 있던 방 안은 전부 조선인 포로들이더군요. 혹시 무슨 의도가 있으십니까?”
병주는 날카로운 신영규의 질문에 신영규의 얼굴을 훑어본다. 그리고 예의 눈빛으로 신영규를 쳐다보며 말한다.
“눈치가 있군. 맞아. 의도는 있지.”
“그럼... 혹시 포섭하려는 의도로?”
“머리가 있기는 하군. 맞아. 일단 자네는 징병제로 끌려갔으니 적어도 일제에게 충성심은 없는 것 같군.”
신영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전투 중 똑바로 하라고 등에 군홧발로 찬 지휘관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열불이 났다. 그러나 한편 고향에 계신 부모님들이 걱정된다. 그 때문인지 신영규는 고민을 했다. 그 때 병주는 싱긋 웃고는 말한다.
“부모님 걱정이라면 안 해도 좋아.”
신영규는 자신의 속내를 파악한 병주의 그 말에 깜짝 놀랐다.
“그건 왜입니까?”
“생각해보게. 지금 전쟁 중이야. 가뜩이나 물자 병력이 없는 일제가 자네가 포섭되었다고 자네의 부모님을 집중 추궁하겠나? 그럴만한 행정력도 부족할 것이고, 또 자네가 포섭되었는지 어떻게 아는가? 그리고 그 쪽 심리를 아는데 그 쪽에선 자네를 귀찮게 포로로 분류하는 것보다 전사자로 작성할 것이야.”
“으음...”
신영규는 그 말에도 고민이었지만 병주의 말에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가뜩이나 공출이다 뭐다해서 집안 살림이 거덜 났고, 자신은 징병되어 먼 중국대륙의 전쟁터로 끌려오며 안에는 병영부조리와 구타에 분노가 치밀어 올랐고,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더욱이 웃긴 것은 조선인이라고 또 차별했다.
“생각할 시간을 주지. 우선 내가 하고 싶은 제안은 이거야. 우리 광복군에 들어갈 것인가? 말 것인가?”
그 말에 신영규는 병주에게 한 가지 물어봤다.
“제가 당시 전쟁터에 있을 때, 소총을 쏘고 죽지 않는 병사들이 있었습니다. 그 병사들은 전부 당신 같은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병주는 그 말에 손가락으로 자신의 방탄복을 가리킨다.
“이거 말인가?”
“예.”
“이건 중경공단에서 개발되고 만들어진 방탄복이야. 우선 자네가 일본군에 있을 때 받은 아리사카 있지? 그건 안 통한다고 보면 돼.”
신영규는 그제야 의문이 풀렸다. 소총을 쏴도 죽지 않는 병사가 일어나서 달려드는 모습은 지금도 공포가 일었다. 병주는 신영규의 표정을 보고 피식 웃었다.
“왜? 하나 갖고 싶나?”
신영규는 그 말에 자신도 모르게 끄덕거렸다.
“뭐 지금은 안 돼. 자넨 지금 아군이 아니잖아.”
“그럼 아군이면 받는 것입니까?”
“그렇지. 이 방탄복 외에도 방탄헬멧, 소총, 탄창, 대검, 뭐 보병이라면 가져야 하는 모든 장비들을 받지.”
“으음... 아까 이야기하던 것은 유효합니까?”
“그 생각할 시간을 준다는 그 말?”
“예.”
“유효하지. 자네의 표정을 보니 지금 결정하기 어려운 표정인 것 같군.”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보겠습니다.”
“알겠네. 그럼. 1분대장 이 녀석 아까의 방 안으로 데려다주고 다음 사람 불러와.”
그 말에 1분대장 고호윤은 경례를 행하면서 크게 대답했다.
“옛!”
1분대장 고호윤은 고민하는 표정의 신영규를 데리고 조선인 포로들이 있던 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 둘이 방 밖으로 나가자 병주는 신영규에 대해 속으로 평가했다.
‘머리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 녀석이군. 교육을 잘 받으면...’
병주는 자신의 교육 계열 기술들을 믿었다. 저 녀석은 진주 속의 보석이다. 병주는 그렇게 생각했다.
‘아마 고호윤과 같이 경쟁하게 될 것 같군.’
병주는 신영규를 높게 평가하면서 신영규가 자신의 제의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한편, 발걸음을 옮기는 신영규는 고호윤을 따라다니면서 한 가지 물어봤다.
“그런데 저 소대장 길병주라는 사람은 누구입니까? 저보다 어린데도 불구하고 눈빛과 분위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마치 무슨...”
고호윤은 신영규의 말에 피식 웃으며 동조한다.
“괴물같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예? 그게 아니라 무슨 높으신 장군처럼 위압감이 있다고...”
“겨우 장군으로 평가하다니 자네는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군.”
“그게...”
“지금 어려보이고, 연륜이 적다고 하지만 현재 소대장님의 능력만큼은 어느 사람을 초월한다. 그 것 하나만큼은 기억해두도록.”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신영규는 어이없다는 말투로 고호윤에게 말한다.
“좋아 내 질문하나 하지. 네가 군단장의 직위에 올랐다고 가정하자고. 만약 이 남경 시가전을 공략하기 위해서 어떻게 작전을 짤 건가?”
그 말에 신영규는 말문이 턱 막혔다.
“으음... 그게 병력과 화력을 앞세워서 차근차근 점령하도록 하겠죠.”
“어느 정도 생각은 있군. 그 자세한 작전은 어떻게 할 건가? 작전구역을 시일마다 어떻게 배정할 것인가? 예비대는 언제 투입하고, 병사들의 체력관리, 그리고 보급 작전은 어떻게 할 건가? 그 외에도 신경 쓸 것은 많아. 화력투사 후 병력들의 투입 시간의 결정과 후퇴 시간의 결정. 마지막으로 공세종말점은 어떻게 할 건가?”
“...... 그걸 사람이 어떻게 합니까?”
“그런 사람이 있다면?”
신영규는 그 말에 설마 하는 표정이었다. 고호윤은 신영규의 얼굴을 보고 피식 웃었다.
“아까 심문하던 소대장님 있지? 그 사람이 그걸 모두 했지. 그 외에도 전차의 운영법과 야포를 사용하는 법, 응급치료 외에 독도법, 지리를 파악하여 병력을 배치하는 방법, 능력은 상상 그 이상이지. 한 마디로.”
“괴물...”
신영규는 얼이 빠진 얼굴이었다. 아까 병주라는 심문관이 그런 사람이었다니. 그리고 자신은 그 대단한 능력을 지닌 인물과 대화한 것이다.
“지금은 병력이 없어서 소대장 직에 있지만 광복군이 확대 개편하면 능히 사단장, 군단장에 임명받을 위인이다. 특히 이번 남경공략 작전을 세운 중국군 군단장 신유철 장군을 도우기도 했지.”
“허... 세상에...”
“넌 그런 사람에게 제의를 받은 거다. 아까 표정을 보니까 너를 높게 평가하는 것 같더군. 마치 숨은 인재를 보는 눈빛 그 자체다. 하아. 부럽군.”
“내가... 그런 사람의 선택을... 난...”
신영규는 말을 있지 못하고 얼이 빠진 얼굴로 생각에 잠겼다. 고윤호는 그런 신영규의 표정을 보면서 싱긋 웃고는 아까 포로들의 방문 앞에 정지하고는 열쇠로 문을 열었다. 그리고 고개를 아직도 얼이 빠진 신영규에게 돌리고는 말했다.
“자 들어가. 그리고 아까 제의는 잘 생각하도록.”
신영규는 그 말에 얼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거렸다. 고윤호는 신영규를 방 안으로 들어가게 한 후 다음 사람을 부른 후 포로들이 있는 방문을 잠궜다. 신영규는 방 안 구석에 발걸음을 옮긴 후 털썩 주저앉았다.
방 안에 둘러 앉은 조선인 포로들은 구석에 앉아있는 신영규를 보고 수근거렸다. 그 때 고향친구 피현유가 신영규에게 다가와 물었다.
“아까 심문할 때, 뭐라고 했어?”
“...... 그냥 이름, 나이, 고향, 그런 기본사항들 뿐이었어. 그리고 지원자인지 징병자인지 물어보더라.”
“그 외에는?”
“저들은 광복군이라고 하던데. 광복군에 들어갈 건지 말건지 물어보더라.”
“으음... 광복군이 뭐지?”
“듣기로는 조선의 독립운동을 하는 군대라고 들었어.”
“허... 아직도 그런 사람들이 있었어?”
피현유는 독립군의 정보에 대해 어느 정도 들은 것 같았다. 아마 고향 어른들에게서 만주에서 조선의 독립을 위해 활동하는 군대가 있다 정도이지만 말이다. 그런 군대의 포로로 잡히다니. 피현유는 뭔가 알 수 없는 미소를 짓는다.
“그래서 넌 어떻게 하기로 했어?”
“생각할 시간을 준다고 하더라. 조금 고민하려고.”
“와아. 넌 그 기회를 놓치냐?”
신영규는 짜증나는 얼굴을 지으며 피현유에게 신경질을 부렸다.
“고향의 부모님은 어떻게 하려고? 아차...”
순간 신영규는 말실수를 했고, 얼굴을 굳힌 피현유에게 미안한 표정을 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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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주의 이야기는 조금 더 길어지겠네요. 하아...
작가에게 댓글은 힘과 사랑입니다. 모두들 사랑을 베푸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