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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77화 (7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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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0월 1일 아침 8시, 남경 시가전의 끝이 다가오고 있었다. 지금 적의 핵심 사령부를 목표로 공격을 강행하고 있었다.

-탕 탕 탕! 씌잉~ 콰앙!-

방책을 사이에 두고 총격전이 벌어졌다. 수류탄들이 날아다니고, 총탄들이 모래주머니에 박혔다. 일본군의 저항은 처절하기 그지없었다.

“발사해! 얼른!”

89식 척탄통을 바닥에 고정시키고 그 주위에 일본군 병사들이 오장의 말에 따라 거리와 방위각을 조정하고 박격포탄을 넣었다. 척탄통에 쏙 들어간 박격포탄은 척탄통의 바늘에 의해 뇌관이 자극을 받으면서 하늘위로 솟구쳐 오른다.

-푸슝~! 콰앙!-

박격포탄은 보기 좋게 방책 너머 중국군에게 도달했고, 어느 정도 방호장비를 갖춘 중국군 병사들에게 피해를 입히는 데 성공했다. 오장은 그 모습에 씨익 웃으면서 다음 사냥감을 노리려던 찰나였다.

-푸슝~! 콰아아앙!-

박격포 진지를 발견한 한 중국군 병사가 미국에서 수입한 바주카포를 들고 로켓을 쏘았다. 로켓은 보기 좋게 날아가 박격포 진지를 폭발시켰다. 그리고 박격포 진지 안에 있던 일본군 병사들은 비명을 지를 시간 없이 폭발에 즉사했다. 특히 주위에 박격포탄이 있었던 지라 박격포탄도 로켓의 폭발에 휘말려 폭발했다.

-콰콰쾅!-

결국 박격포 진지 하나가 완전히 박살났다. 그런 과정이 곳곳에서 일어났다. 또 다른 모래주머니 안쪽으로 기대어 자신의 소총에 총알을 넣고 있던 일본군 병사는 총알을 소총에 다 넣자마자 다시 고개를 내밀고 다시 적들을 향해 응사하려고 했다. 그러나 병사의 눈은 귀신을 본 것처럼 바뀌었고, 귀는 그 귀신의 귀곡성을 들었다.

-쿠르르릉! 쿠르르릉!-

모래주머니를 향해 기세 좋게 돌격하는 전차를 본 일본군 병사는 공포감에 벌벌 떨면서도 자신의 할 일을 다 했다.

“으으으! 적의 전차다! 전차다!”

병사의 공포스러운 외침에 일본군 지휘관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곧 장 이곳으로 다가오는 전차를 발견하고는 다급하게 말했다.

“뭐해?! 빨리 대전차 분대 투입해!”

그 말에 모래주머니 안에서 총알을 재던 병사들의 얼굴이 똥 씹은 것처럼 변했다. 하지만 명령은 명령. 그들 중 일부는 대전차 지뢰와 갈고리 폭탄을 장비했고, 일부는 아리사카를 들고 고개를 내밀어 전차를 공격하여 돌격조들을 엄호했다.

갈고리 폭탄과 대전차 지뢰를 든 일본군 병사들은 공포로 얼룩진 얼굴이었지만 적 전차로 일단 달려들었다. 전차에 가까이 가지 않으면 죽는다는 심정으로 온 힘을 다해 뛰어들었다. 하지만 현실은 시궁창이다.

-두두두! 두두두!-

41식 중전차에 설치된 기관총이 전차를 향해 돌격하는 일본군 병사들을 공격했다. 기관총에 맞은 일본군 병사들은 살과 뼈가 분리된 채 결국 헛된 목숨을 버리고 만다. 전차의 위력은 그 것뿐만이 아니었다.

전차의 포탑이 일본군 모래주머니를 향해 돌리자 일본군 병사들은 몸을 벌벌 떨었다. 지휘관도 그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소리쳤다.

“어서 후퇴! 뒤로!”

그러나 전차의 행동이 일본군 지휘관의 명령보다 더 빨랐다. 포탑의 포신에서 포탄이 발사되었다.

-퍼엉~! 콰아아앙!-

포탄은 직사로 날아가 모래주머니에 닿자마자 폭발했다. 인명사살용으로 개발된 고폭탄 포탄이었다. 고폭탄은 탄두 앞에 뇌관을 넣어 목표물에 탄두가 접촉하면 포탄 그 자체가 즉시 폭발하는 물건이었다.

그리고 고폭탄의 위력은 놀라웠다. 모래주머니는 완벽히 박살나고 병사들은 피와 살덩어리로 분해되었다. 시체도 남기지 않는 잔혹함을 가진 41식 중전차는 곧 다음 사냥감을 향해 바퀴를 움직인다.

모래주머니 위에 거치된 경기관총을 붙잡은 일본군 병사는 방책 너머 엄폐하는 중국군 병사들을 엄호할 틈도 없이 계속 사격했다.

-두두두두두!-

기관총 탄띠는 물병의 물을 땅에 붓는 것처럼 빠르게 소모되었다. 그리고 탄띠에 남아있는 총알은 이제 별로 안 남았고.

-철컥! 철컥!-

결국 경기관총은 총알을 다 썼다. 그 때 옆의 부사수가 새 탄통을 열어 탄띠를 사수에게 건네주려던 찰나였다.

-탕! 탕! 타탕!-

경기관총이 사격하지 않는 틈을 타 엄폐하고 있던 중국군 병사들이 반격을 시작한 것이다. 결국 기관총 사수와 부사수는 경기관총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고, 자신에게 주어진 소총을 잡아서 응사할 수밖에 없었다.

-타탕! 탕! 탕! 퍽!-

그 때, 중국군 병사들 중 두 명이 엄폐하던 곳을 빠져나와 일본군 모래주머니를 향해 돌격했다. 그리고 일본군 병사가 쏜 소총탄을 맞았다. 하지만 그 병사는 죽기는커녕 충격도 받지 않고는 돌격을 계속했다.

그 병사들의 정체를 알아본 일본군 병사는 히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공포스런 얼굴로 소리쳤다.

“화... 화염방사병이다. 화염! 화염!”

“젠장! 닥치는대로 쏴. 수류탄 수류탄은 어딨어?!”

“박격포는 없어? 지원 지원을 요청한다!”

“으으으. 틀렸어...”

일본군 병사들은 공포심이 이는 표정과 다급한 어조로 저 두 명을 대항하려고 했지만 먼저 중국군 화염방사병이 도착했다. 화염방사병은 사정거리가 되는 곳에 발이 닿자마자 노즐을 풀었다.

-화악! 화르르르르르!-

거대한 불길이 일본군 모래주머니와 그 안에 있던 일본군 병사들을 향해 쏜살같이 달려든다. 일본군 병사들은 그 불길에 후퇴하려고 했지만 한 발 늦었다.

“으아아아아! 으아아아!”

“뜨거워! 뜨거워!”

“살려줘! 뜨거워! 엄마!”

옷과 머리에 불이 붙고는 화염의 고통에 일본군 병사들은 비명을 질렀다. 그러나 중국군 화염방사병에게 자비는 없었다. 오히려 노즐을 더욱 열면서 불길의 세기를 극대화했다.

-푸확! 화르르르르!-

이제는 고통스러운 나머지 몸을 바닥으로 데굴데굴 굴렀다. 그러나 불길은 꺼지지 않는다. 결국 하나 둘 일본군 병사들은 불길에 휩싸여 쓰러지고 이내 몸이 타 재가 되고 있다. 화염 방사병 뒤에는 혹시나 모를 공격을 대비해서 중국군 병사들이 소총을 들고 정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런 방식으로 일본군의 사령부를 지키는 방책들을 하나 둘 점령하기 시작한다. 전차, 바주카포, 그리고 화염방사병으로 대표되는 중국군의 공격에 일본군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일본군 사령부 안은 암울한 분위기로 가라앉았다. 일본군 지나 방면군 사령관 오카무라 야스지는 상석에 앉아 두 손으로 머리를 붙잡은 채 절망에 빠진 표정이었다. 참모장들 역시 입장은 다르지 않았다.

“이걸 어찌해야 한단 말이야...”

오카무라 사령관의 절망어린 혼잣말에 참모장들은 침묵을 지켰다. 이제 이 상황을 타개할 방법이 없었다. 그 전술 전략가로 유명한 장군이라도 이 상황을 타개할 수 없을 것이다.

“하아... 이런 시점에서 대책을 세우라고 닦달하면 내가 미친놈이겠지...”

오카무라 사령관은 고개를 숙이며 침묵을 지키는 참모장들의 얼굴을 씁쓸한 표정으로 한 명 한 명씩 쳐다본다.

“이런 대패. 내 사죄로서 마무리하겠다.”

그 말에 참모장들의 고개를 번쩍 들었다.

“그 말씀은...”

“이런 대패. 천황폐하가 내리신 병사들의 목숨을 함부로 한 죄. 달게 받겠다.”

“......”

참모장들은 그 말에 할 말을 잃었다. 오카무라 사령관은 책임을 할복으로 대신할 생각인 것 같았다. 참모장들은 서로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사령관님. 항복합시다.”

“......”

“이제 더 이상 나아가봐야 병사들의 의미 없는 죽음뿐입니다.”

-뿌드득-

어금니를 꽉 깨문 오카무라 사령관은 허리춤 가죽집에 넣어진 권총을 꺼내 탁자 위로 놓는다. 참모장들은 사령관의 행동에 깜짝 놀랐다.

“항복이라... 웃기는군. 병사들을 저승으로 보내놓고 나란 인간이 살 수 있을 것 같으냐?”

“하지만 사령관님!”

“닥쳐! 이곳에 주둔했던 병력이 얼마인지 아느냐? 20만이다! 무려 20만이라고! 하나의 군단급 병력이 통째로 날라 갔어. 그런데 나만 비겁하게 항복하고 살라고? 그런 변명이 통할 것 같아?”

“......”

“여기까지 온 이상 천황폐하께 더 이상 불충을 안겨드리기는 싫다.”

“죄송합니다.”

“준비해라.”

결국 오카무라 사령관은 참모장들의 도움으로 할복했고, 참모장들도 권총을 자기 관자놀이에 대고 쏘았다. 일본군 사령부는 그들이 자살한 뒤 약 한 시간이 지난 후에 발견되었다.

하응흠 장군은 사령부 안에 할복한 오카무라 사령관의 시신과 자살한 참모장들의 시신들을 보고 눈살을 찌푸리면서 역겹다는 듯 말한다.

“흥. 잡스러운 새끼들. 저거 얼른 치워.”

“옛!”

하응흠 장군의 말에 호위 병사들이 시신들을 들고 방 밖으로 나간다. 병사들이 나간 것을 확인한 하응흠 장군은 무전기를 꺼낸 뒤 송신기 부분에 입을 대고 말한다.

“이 곳 남경 점령을 완료했다고 총통 각하께 전달해라.”

-예. 알겠습니다.-

하응흠 장군은 방 안을 살펴보면서 감회가 새로웠다. 7년 전, 일본군의 기습으로 시작된 중일전쟁에서 국민당 정부의 수도인 남경을 빼앗기는 일대 최악의 치욕을 겪었다.

중경에서 새롭게 시작할 수밖에 없었던 나날들. 다행히 두 아이덕분에 중경공단이라는 힘이 생겼고, 그에 따라 중국군 역량도 나날이 늘어갔다. 그리고 오늘 이 치욕을 갚은 것이다.

하응흠 장군은 오카무라 사령관이 앉았던 상석에 앉으면서 탁자 위에 다리를 올렸다. 이제 남경 점령도 완료했으니 장개석 총통은 자신을 치하할 수밖에 없었다. 치하뿐만 아니다. 아마 역사 속에 자신의 이름도 남겠지 하응흠은 그렇게 생각했다. 하응흠 장군은 그렇게 상상하자 자꾸 웃음이 나왔다.

“이제 난 중국의 위대한 장군으로 한 발자국 걷은 거다. 하하하.”

결국 하응흠 장군은 호탕하게 웃으며 자뻑한다.

한편, 항병들을 받아들이면서 확대개편한 병주의 중대 역시 남경 점령을 완료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병주는 김원봉에게 연락을 듣고는 기쁜 얼굴을 짓는다.

-하하하! 이제 여기서의 전투는 끝났어. 우리의 승리라고.-

“축하드립니다. 지대장님.”

-그런데 항병 출신들은 잘 싸웠던가?-

“그 격전에서 살아남은 병사들입니다. 빠르게 적응하고 있습니다.”

-호오. 그런가? 알겠네. 그럼 거점에서 보세나.-

“예.”

병주는 무전기를 끄고는 그걸 허리춤의 가죽집 안으로 넣었다. 그리고 박수 두 번을 치면서 모두들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하게 했다.

-짝! 짝!-

“모두 주목. 이 시간부로 남경의 점령을 완벽히 성공했다는 소식이다.”

병주의 소식에 중대원들은 놀란 얼굴을 하다가 이내 기쁜 얼굴로 변한다. 그리고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소리를 지르며 서로 부둥켜 껴안고 난리 났다.

“와아아아아아!”

“와아아아아! 조선독립 만세!”

“광복군 만세!”

병주는 병사들의 반응을 보고 싱긋 웃는다. 이제 저들을 데리고 거점으로 철수하면 될 것이다. 그 때, 고호윤이 병주에게 다가오면서 말한다.

“중대장님. 거점으로 복귀입니까?”

병주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대답한다.

“그래. 거점으로 돌아간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시간이 지나 중대원들의 감정이 잠잠해졌다. 병주는 그들을 이끌고 거점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을 옮기는 와중에도 중대원들의 표정은 왁자지껄이었다. 그리고 그들의 기쁜 감정은 어느새 몸에 영향을 미쳤고, 사실상 속보로 거점을 향해 걸었다.

병주는 거점 앞 입구에 도착하자 자신을 맞이해주는 사람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지대장 김원봉이었다. 김원봉은 병주와 무전기로 대화한 직후부터 자신을 기다린 것 같았다.

병주는 자신을 기다린 김원봉에게 경례했다.

“충성!”

“충성! 잘 돌아왔네.”

“지대장님이 잘 지원해준 덕택에 이렇게 살아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하하하. 아부는 그만하게. 이제 남경에서의 전투도 끝났으니 잠시 쉬어야지.”

그 때, 병주는 무언가 고민하다가 곧 김원봉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지대장님. 우리 부대의 철수는 언제 합니까?”

“나도 잘 모르지만 아마 내 예상으로 며칠 후가 되겠지. 왜 그런가?”

그 말에 병주는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김원봉에게 말한다.

“이번 전투를 끝으로 우리 중대는 중경으로 복귀합니다.”

김원봉은 그 말에 얼굴이 잠시 굳어진다. 그러더니 자신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 소식은 알고 있네. 장개석이 조선인 항병들을 모아서 광복군에게 전달해준 소식을 들었네만. 그 결과 하나의 사단이 만들어진다는군. 자넨 거기에 들어가는 건가?”

“예. 아무래도 그렇게 될 것 같습니다.”

“휴우. 자네의 능력은 거기서도 잘 적응할 수 있었지. 그래도 우리 지대는 자네 덕택에 큰 도움을 얻었으니 자네에게 고마워해야 마땅하지.”

“그저 명령일 뿐입니다.”

“그런가? 하하하. 그래도 나중에 보면 술이나 한 잔 사주지.”

병주는 그 말에 씨익 미소를 짓는다.

“전 상당히 말술이라서 괜찮겠습니까?”

“이런 나도 지지는 않네만.”

김원봉과 병주의 눈빛 사이에는 번개가 치솟아 오른 것을 볼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휴우 결국 남경 시가전은 여기서 종료하겠습니다.

작가에게 댓글은 힘과 사랑입니다. 모두들 댓글을 베푸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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