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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중경의 한 연구 대단지 안에는 장개석 총통과 연구 기술 총괄직을 맡은 감연이 이번에 나온 시제품을 시연하고 있었다.
-구르르릉! 구르르릉!-
장개석 총통은 멀쩡히 굴러가는 시제품 전차를 보고 담담한 표정을 짓는다. 시제품 전차의 이름은 44식 중전차로 이미 지어졌다. 44식 중전차는 경사가 있는 언덕도 자유자재로 넘나들고 있었다.
그러나 41식 중전차 역시 그런 기능을 가졌기에 장개석 총통은 그리 놀라워하지 않는다. 44식 중전차는 가다가 갑작스럽게 유턴한다. 매우 빠른 속도의 선회력, 그리고 선회할 때 필요한 거리는 41식 중전차보다 짧다.
“흐음. 기동력은 만족이군. 그 외 화력을 보지.”
그 말에 따라 감연은 무전기를 들고 말한다.
“표적 발사하랍신다.”
-예!-
44식 중전차 안에 있는 전차장이 패기 있게 대답했고, 44식 중전차는 이제 표적을 향해서 나아간다. 중간 중간에 바위라든지 기타 방책, 그리고 장애물 등이 있었지만 44식 중전차의 돌파력에 의해 저지하지 못하고 찌그러졌다.
그리고 표적 앞에 당도한 44식 중전차의 포신은 표적을 조준한다. 표적은 41식 중전차였다. 44식 중전차의 흉맹한 포신에서 포성이 울려퍼진다.
-씌익~! 콰아아앙!-
단 발에 41식 중전차의 포탑이 날라 갔다. 44식 중전차의 위력은 담담하던 장개석 총통을 벌떡 일어서게 만들었다. 장개석 총통은 44식 중전차를 보고 마치 엄청난 보물을 얻은 사람의 표정이었다.
“좋아. 아주 좋아! 총괄장! 아주 잘했어.”
장개석은 감연의 어깨를 툭툭 쳤다. 역시 기대했던 대로 감연은 잘 해냈다. 그 단단하다고 소문난 41식 중전차의 포탑을 한 방에 날려 보내는 위력, 빠른 기동력, 마지막으로 방호력까지 고루 갖춘 명품 중의 명품이었다.
“감사합니다. 총통 각하.”
“원하는 것이 있다면 얼마든지 들어주지.”
감연은 그 말을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저. 이번에 사람을 교체했으면 좋겠습니다. 제 나이에 총괄장직에 있는 것이 너무 버겁습니다.”
장개석은 또 그 소리냐는 표정을 짓는다.
“사람이 없다. 자네밖에 할 사람이 없어.”
“저 말고 대륙에 사람이 많습니다.”
“사람만 많으면 뭐하나, 능력이 있어야지.”
“으으으... 솔직히 너무 힘듭니다.”
“그 대신 월급이라도 잘 받잖아. 그리고 열심히 해오고 성과도 잘 냈는데 그 무슨 소리야.”
“미국 칼텍이 전학삼이라는 중국인 박사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라면 충분히 잘해낼 수 있습니다.”
“전학삼?”
“예. 중화민국에서 서구로 유학시킨 자들 중 천재로 손꼽힙니다. 그 사람은 충분히 저를 대신해서 할 수 있습니다.”
“으음... 고려해보지. 하지만 자네는 아직 그만둘 수 없다네.”
“으으으...”
“자네의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어. 일단 자네가 말한 대로 전학삼이라는 사람을 찾아보지. 그러나 별 기대는 하지 말게.”
“예. 알겠습니다.”
결국 감연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한 가지 가능성을 장개석에게 소개했다는 것에 만족했다.
‘설마 그 양반 천재라고 하던데. 나보다 못하지는 않겠지. 난 야학만 나왔는데 말이지.’
감연은 장개석이 빨리 전학삼을 불러와서 총괄 직을 맡겼으면 했다.
시연장에서 돌아와 총통실의 의자에 앉아있는 장개석은 웨드마이어 참모장을 불러냈다. 얼마정도 시간이 지나 장개석의 부관은 웨드마이어 참모장을 데려왔고, 장개석은 그를 보고는 자리를 권한다.
“앉으시오.”
웨드마이어 참모장은 그 말을 듣고 고개를 꾸벅이고는 장개석이 권한 자리에 앉는다. 장개석과 웨드마이어가 탁자를 사이에 두고 서로 마주보고 앉게 되자 장개석이 먼저 말을 꺼낸다.
“요즘 들어 당신의 활동은 날 흡족하게 만들고 있소. 진심으로 협력해주셔서 감사하다는 입장을 전하고 싶소.”
“하하. 우리 미국은 언제나 중국의 친구입니다. 이번 달 첫 날에 남경 탈환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신 것에 대해 축하의 인사를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그 것이 어찌 내 공덕이오. 다 휘하 장군들이 작전을 잘 짠 후에 공략한 덕분이오. 이제 남경을 공략하였으니 내년에 본격적으로 화북을 탈환해야겠지요.”
“예. 총통 각하께서 하실 일이 잘 풀리길 기원합니다.”
“그래야지요. 그럼 이제 슬슬 본론으로 넘어가겠소.”
그 말을 한 장개석의 분위기는 진지하게 바뀌었고, 웨드마이어 참모장도 그 분위기에 따라 자신도 긴장한다.
“무슨 말씀을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제가 들어줄 수 있는 일이면 전폭으로 들어드리겠습니다. 말씀해주십시오.”
“음. 그러면 말하겠소. 미국 본토에 우리 중화민국이 유학 보낸 자들이 있을 것이오. 그 중에는 전학삼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을 우리 본국으로 귀한했으면 하오.”
장개석의 요청에 웨드마이어는 그 전학삼이라는 사람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다 이내 모르겠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러나 대답은 표정과는 다르다.
“전 솔직히 총통 각하께서 왜 그 사람을 찾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본국에 연락을 올리겠습니다.”
“꼭 좀 부탁드리오.”
“그런데 왜 그 사람을 보내달라고 하는지 알아도 되겠습니까?”
웨드마이어 참모장의 질문에 장개석은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대답한다.
“그 사람이 요즘 능력이 자자하다고 내 귀에 들렸소. 지금은 전쟁 통이라 하지만 그의 재능은 우리 중국에 있어 도움이 될 것 같소.”
“그런 이유라면 알겠습니다.”
“아 꼭 좀 말씀을 전해드리오.”
그 후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 정도 겉을 돌다가 이내 끝이 났다.
1944년 10월 5일, 광복군 제 1 지대에서 파견 나온 병주와 병주의 중대는 오늘 중경 역에 도착했다. 병주가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자신과 그 중대원들을 반갑게 맞이해주는 인원들을 볼 수 있었다. 임시정부에 속한 인원들 중 두 명이 현수막을 당당하게 치켜 든 것을 볼 수 있었다. 병주가 본 현수막의 내용은 이러했다.
-남경 탈환에 앞장 선 역전의 용사들이자 대한의 건아들을 환영한다.-
병주는 그 현수막을 보고 생각한다.
‘대한이라...’
그 때, 병주에게 다가와서 악수를 건네는 이가 있었다. 바로 광복군 총참모장에 오른 철기 이범석 장군이었다. 이범석 장군은 어깨를 툭툭 치면서 병주를 치하했다.
“매우 수고했네. 내 자네와 자네 휘하들의 활약을 익히 알고 있네.”
병주는 그 말을 듣자마자 이범석 장군에게 경례를 올리고 보고한다.
“현 시각부로 중대장 길병주 이외 107명 중경으로 귀환 완료하였습니다.”
“일단 여기서 보고 듣는 것은 그러하니 자세한 건 본부 건물에 가서 하지.”
“예!”
이범석 장군은 역 앞에 대기시켜놓은 차량에 병주를 탑승시키고 운전병에게 본부로 가라고 지시한다. 이범석 장군은 호의적인 시선으로 병주를 바라보며 말을 건넨다.
“자네의 활약은 익히 들었네만. 자네 야포 운영이랑 전차 운영을 비롯해서 많은 것들을 교육시켰다고 들었네. 그 것이 사실인가?”
“예. 임천분교에서 기본적인 것을 배웠습니다.”
“호오. 그 곳에서 그런 것도 가르쳐 주는가?”
“딱 한 번뿐이지만 실제 다뤄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가? 잘 됐군.”
이범석 장군은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으며 다시 풍경을 바라본다. 그 때 둘을 태운 차량이 목적지에 도착했는지 정차한다. 운전병은 시동을 끈 뒤 내려서 차량 뒷문을 연다.
이범석 장군은 차량에 먼저 내리고 그 뒤를 따라 병주 역시 차량에서 나간다. 병주는 이범석 장군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광복군 본부를 살펴본다. 병주는 길을 따라가면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전에 봤던 조그마하던 광복군 본부는 확장공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이범석 장군은 병주의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요즘 들어 병력을 확장하고 있다네. 장개석 총통이 무슨 영문인지 몰라도 조선인 항병들을 전부 광복군에게 넘겼지. 그 때문에 그 병력들을 수용하기 위해 확장공사를 다 하고 있네.”
“그런데 그 공사를 할 비용은 어떻게...”
“아 그건 자네 친동생이 해결해줬어. 고맙게도 병윤이 사비를 들여서 공사를 시켰지. 훈련장 및 통신소, 식당, 생활관, 각 종 시설들을 전부 공사하고 있지. 아마 완공된다면 수만의 병력들이 여기서 편하게 생활할 수 있을 거야.”
“그 정도입니까?”
“그래. 자네도 그렇고 병윤이도 그렇고, 감연이도 그렇고, 이 시기에 인재들이 계속 우리에게 쏟아져 나오고 있어. 앞으로 나라를 되찾게 된다면 자네들이 나라의 초석이 될 걸세.”
그렇게 서로 대화하다가 두 사람은 목적지 앞에 도착했다. 이범석은 방문을 열고 병주에게 말한다.
“안으로 들어오게.”
“예!”
병주는 이범석을 따라 방 안으로 들어왔다. 병주가 주위를 둘러본 방 안은 꽤나 고풍스러워 장군이라면 마땅히 있을만한 장소라는 분위기가 확 들었다. 이범석은 그 방 안이 익숙한지 아무런 표정도 짓지 않고 방 안 가운데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그리고 병주에게 자리를 권한다.
“앉게나.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지.”
“예.”
병주는 천천히 이범석이 권한 자리에 앉는다. 두 사람은 탁자를 마주보고 앉아서 분위기를 보고 있었다.
“자네도 제 1 지대장에게 들어서 알겠지만 이번에 우리 광복군이 항병들을 적극 받아들여서 한 개 사단을 편성했지.”
“제 중대가 그 사단에 편입되는 것입니까?”
이범석 장군은 병주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네. 하지만 자네의 역할은 사단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을 생각이야.”
“그 것이 무엇인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전쟁을 겪어본 항병출신이라고 하지만 일본군과 광복군의 문화차이는 꽤 심하지. 그래서 그 항병들이 광복군 안에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
“그렇다면...”
“그래. 자네가 남경 탈환 전에 했던 행동들과 전투 중에 했던 행동들을 알아봤다네. 자네 가르치는데 상당히 재능이 있더군. 앞으로 사단 내부에 신병교육대를 운영할 생각이야. 자네는 그 신병교육대의 대대장을 맡아주면 되겠네.”
“예?! 전 중대장도 이제 막 진급했는데. 또 진급합니까?”
“능력이 있으면 진급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나? 그 신유철이라는 군단장이 자네를 아주 칭찬했다는군. 앞으로 자신의 군단에 참모로 들여보내라고 말일세. 그렇게 된다면 대대장을 넘어서 참모장까지 갈 수 있지.”
“으음...”
“주위의 반응이라면 걱정하지 말게. 다들 자네의 활약상을 보고 그 자리에 앉는 것을 당연하다고 여기는 분위기니까 말이야.”
병주는 이범석 장군의 제안에 결국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말한다.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그 제안을 받아들이겠습니다.”
“하하하. 이거 급속 진급하는구만. 축하하네.”
이범석 장군은 기쁜 얼굴로 병주에게 악수를 건넸고, 병주는 그 악수를 받았다. 이범석 장군은 목을 가다듬고 말한다.
“이번에 만들어질 사단은 광복 제 1 사단이야. 물론 중국군 휘하에 편입되지만 앞으로 활약을 기대해도 좋다네.”
“그 사단장에 누가 들어갑니까?”
이범석 장군은 당연하다는 표정을 짓고 대답한다.
“김홍일 장군이 내정될 것이네.”
병주는 그 말에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김홍일 장군이라. 그 사람이라면... 윤봉길 의사께서 던지신 물통 폭탄을 제조했던 사람인가? 그리고 합리적인 판단과 지휘로 이름이 높다고 하시니 기대해도 좋겠지.’
이범석과의 만남에서 헤어진 병주는 병윤의 집으로 찾아갔다. 그 곳에서 병윤을 만나려고 했는데 병윤 옆에는 익숙한 얼굴이 하나 보였다.
‘저 사람은...’
남경 탈환에 엄청난 활약을 한 군단의 군단장 신유철 장군이었다. 저번에 탈주하였을 때 천율장군이라는 위세를 떨치면서 분위기를 봤고, 남경 탈환 작전에서 그의 작전계획에 도움을 주기도 한 사이였다.
그런데 신유철 군단장은 병윤과 이미 아는 사이인 것 같았다. 신유철은 병윤 앞에서 온갖 감정을 드러내며 대화하고 있었다. 이번 남경 작전 때문에 힘들다는 둥, 어느 유능한 녀석 없냐는 둥 병윤과는 친밀한 사이인 것으로 보였다. 신유철의 하소연에 쩔쩔 매던 병윤은 고개를 잠시 옆으로 돌릴 때, 병주를 발견하고 소리쳤다.
“어! 작은 형 언제 왔나여?”
“이제 방금 막 도착했다.”
신유철은 병윤 따라 고개를 돌려 병주를 발견한다. 신유철은 병주를 보고 놀란 얼굴을 지으며 병윤과 병주를 번갈아 본다.
“친 형제 지간이라고 이야기는 들었는데 얼굴은 좀 다른 거 같군.”
신유철이 봐도 솔직히 병주의 얼굴은 병윤과 달리 잘 생겼다. 마치 친 형제지간이 아니듯 얼굴차이가 났다.
“와~! 이 형님. 형님 얼굴은 어떤 줄 알고 그런 소리를 하시는 거죠?!”
그 말에 신유철은 뻔뻔하게 얼굴을 내밀고 병윤에게 말한다.
“나야 여자들이 졸졸 따라올 정도지. 저 정도는 아니지만 말이야.”
“켁! 명성보고 좋다고 졸졸 따라다니는 여자들. 전 사양합니다.”
병주는 병윤과 신유철이 서로 장난치며 말하는 모습에 기분 좋은 듯 웃었다. 신유철이 병주를 보고 말한다.
“그런데 저 작은 형이라는 사람 너랑 나이가 비슷하냐?”
“저랑 2살 차이밖에 안 나요. 그런데 왜요?”
“아니다. 그냥 신기해서 너의 얼굴은 왜 이렇게 삭았나 하고 의문이 들어서. 난 저 사람이 너의 동생인 줄 알았지.”
“와! 웃기네! 이 형 아주 웃기네요!”
병주는 둘의 대화를 듣고 키득키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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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학삼, 현대 중국어로 첸쒜썬이라고 하는 중국 과학의 아버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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