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83화 (83/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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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0월 7일, 미국 시카고 재생치료센터 505호실, 아침 해가 밝았다. 아침의 기분 좋은 햇살이 창문을 통해 방 안 곳곳을 활기 넘치게 만들어준다. 창문틀에 나란히 있는 화분 위의 허브들도 햇빛에 반갑다는 듯 생기 돋는 모습들이었다.

“끄으응...”

침대 위로 고개를 엎드려 앉아서 자고 있던 병재는 햇빛 때문에 눈이 부셨는지 가까스로 눈을 뜬다.

“얼마나 잔 거야...”

병재는 자신의 왼쪽 손목시계의 시간을 보았다. 시계의 시침은 어느새 7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병재는 충분히 잠을 잤는지 몸과 얼굴에 생기가 돌았다. 병재는 의자를 치우고 침대 위를 바라보았다. 침대에 누운 자신의 여동생 효순은 곤히 자고 있었다.

“...... 갔다 올게.”

병재는 아직 자고 있는 효순에게 그렇게 말하고는 어제 입었던 옷 그대로 몸만 움직인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서 방문을 열고, 방을 나갔다. 홀로 남겨진 효순은 그대로 침대에 몸을 맡긴 채 곤히 자고 있다.

-쏴아아악!-

화장실의 수도꼭지를 틀어 병재는 세수와 머리만 다듬는다. 얼굴을 보니 평범하기 그지없었다. 병재는 그 정도만 되었다 싶어서 꾸미지 않는다. 그 때 병재의 뒤에서 한 목소리가 들렸다.

“어라. 선생님. 오늘도 일찍 나오셨네요?”

병재는 옷차림을 간단히 하고 자신의 앞에 놓인 거울을 보면서 자신에게 말을 건 사람의 정체를 확인했다. 병재에게 말을 건 사람은 왼쪽 팔과 왼쪽 다리가 잘려져 붕대만 감겼다. 그리고 오른쪽 발, 오른쪽 손으로 잡은 목발로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병재는 그 사람을 한 눈에 알아차린다.

“알터 대령이었군요. 어떻게 잘 지내고 있습니까?”

영국군 사단 포병대에 속한 알터 대령은 유럽 전선에서 나치군의 대포병 사격에 당해 이런 신세가 되었다. 간신히 목숨만 붙었지만 솔직히 말해 알터 대령의 앞날은 암담하기 그지없었다. 알터 대령이 바라보는 미스터 길 그가 없다면 말이다.

알터 대령은 병재가 반가운지 싱긋 웃으며 말했다.

“저야. 항상 잘 지내죠. 지금 이런 꼴 이런 신세가 되었지만 제 부하들이 치료받는 모습을 보니 희망이 생깁니다.”

사실 알터 대령은 혼자 이런 부상을 입은 것이 아니었다. 그 주위에 있던 간부들과 병사들 역시 알터 대령 못지않은 부상을 입었다. 사단의 응급부대의 도움이 없었다면 알터 대령과 그의 휘하 일원들은 하늘의 아버지께 갈지도 모르겠지만 하늘의 아버지가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지상에 남아 있었다.

솔직히 알터 대령과 그의 휘하 일원들은 행운아들이었다. 그들이 이런 엄청난 부상을 당해 불구자 신세가 되었을 때, 딱 타이밍 좋게 병재의 소식이 들렸으니까 말이다. 미국 시카고에 세워진 재생치료센터는 알터 대령과 그의 휘하 일원들에게 희망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그 희망은 알터 대령을 결코 실망시키지 않았다. 알터 대령은 자신의 책임감 때문인지 몰라도 자신의 휘하 일원들부터 치료를 받게 했다. 자신의 잘못된 판단 때문에 자신의 휘하 일원들이 이런 꼴을 당했으니 알터 대령으로선 죄책감과 책임감으로 자신의 치료 순서를 뒤로 돌렸다.

그리고 현재 부상당한 알터 대령의 휘하 일원 중 반이 재생치료를 성공적으로 받으면서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 거기다 격전으로 인한 혜택으로 2달 간 전쟁터로 가지 않고 주위 요양터에서 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당신의 순서가 오니 기다리시면 됩니다.”

알터 대령은 그 말에 싱긋 웃고는 말한다.

“아아. 전 상관없습니다. 내 휘하의 병사들의 치료받는 모습에 나의 죄책감도 덜어지니 말이요. 대신 내가 치료받은 후, 그 때의 그 포격에 전사한 사람들에게 속죄를 해야겠지만 말이요.”

“......”

병재는 알터 대령의 씁쓸함과 죄책감, 책임감이 뒤섞인 얼굴을 보면서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알터 대령은 그렇게 말하다 자신의 볼일을 봐야하는지 목발을 이용하여 간신히 소변기 앞에 선 후 소변을 봤다.

그리고 소변을 본 뒤 병재 옆에 있는 세면대로 힘겹게 위치를 옮긴 후 목발을 벽에 기대게 하고 나머지 한 손을 깨끗이 비누로 씻는다. 알터 대령은 그런 행동을 하면서 자신을 바라보는 병재를 보고 한 마디 한다.

“그렇게 쳐다 볼 필요 없습니다. 순서만 기다리면 이런 생활도 끝나겠지요. 그 동안 없는 팔과 다리의 소중함을 깨달을 좋은 시간을 가지겠죠.”

“최대한 빠르게 처리하겠습니다.”

“후후후. 그렇게 말하는 동안 내 휘하 일원들이나 잘 치료해주세요. 난 내 침대에 누워서 잠시 쉬도록 하겠습니다.”

알터 대령은 벽에 기댄 목발을 잡고 화장실 밖으로 힘겹게 이동한다. 그러나 병재는 그를 보고 부축하겠다는 마음을 가지지 않았다. 아마 저 사람을 부축하겠다고 행동하는 것 자체가 알터 대령에게 모욕일 것이라고 병재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 할 일에 최선을 다하자. 그 것이 그 사람이 바라는 일 이테니.”

병재는 혼잣말로 중얼거리고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화장실 밖으로 나갔다. 병재가 화장실 밖으로 빠져나가 복도에서 발걸음을 옮기고 있을 동안, 복도에서 걷는 사람들마다 병재를 알아보고 반갑게 맞이해주거나 인사해준다.

“선생님. 오늘도 신수가 훤합니다.”

“선생님 덕분에 제 새로운 팔이 잘 움직입니다. 고맙습니다.”

“선생님 덕택에 저는 새로운 인생을 살게 됐습니다.”

복도에서 만나는 환자들마다 병재에게 감사를 취한다. 저 사람 덕택에 병신 신세를 벗어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환자를 맞는 병재는 예의도 바르고 겸손하니 환자들은 병재를 더더욱 좋아했다.

병재도 만나는 환자들마다 인사를 한다.

“잭 씨는 조금만 기다리시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앤디 씨는 팔이 조금 자랐군요. 어제 제가 말씀드린 부작용에 대해서 어떻게 잘 대처하셨습니까?”

“도널드 씨는 완연하게 건강을 찾았군요. 나중에 부작용이 있으시면 변호사와 함께 저를 찾아오시면 됩니다.”

병재의 여전한 변호사 타령에 지나가던 환자들이 하하호호 웃었다. 뭐 실제로 병재의 치료는 완벽해서 지금까지는 변호사랑 같이 찾아온 전 환자는 없었다.

병재는 만나는 환자들마다 이름을 부르며 친근하게 인사를 받아주면서 자신의 진료실을 향해 걷고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을 들여 병재는 자신의 진료실 앞에 도착했다. 병재는 자신의 진료실 문 옆에 놓인 대기 의자들 자리가 자신의 치료를 받기 위해 기다리는 환자들로 꽉 차 있는 것을 확인했다.

환자들은 오늘도 정규시간보다 빠르게 나타나는 병재를 보고 수군수군 거린다.

“오늘도 선생님은 일찍 오시네. 9시 30분부터 정규시간인데 그 것보다 2시간 일찍 열다니. 그런데 간호사는 아직 안 들어왔잖아?”

“간호사야 상관없지. 우린 미스터 길의 치료를 받기위해 기다리잖아. 미스터 길이 일찍 오면 우리야 좋지.”

“미스터 길은 항상 성실한 것 같군. 원래 동양인들은 다 성실한가?”

“그거야 인간마다 틀리지. 어떤 인간은 게으르고 어떤 인간은 성실하잖아.”

“그런가? 그런데 미스터 길이 이 재생치료센터에서 아예 산다는 말이 있던데.”

“그게 뭐? 그거야 선생님 마음이지. 안 그러냐?”

“그건 그렇네.”

병재는 그들의 대화소리를 들으며 진료실의 문패를 바라본다. 문패에는 ‘Dortor Kil’s consulting room’이라고 되어 있다. 병재는 그 문패를 익숙한 눈길로 쳐다본 뒤 문고리를 열고, 안으로 들어간다.

안에는 익숙한 풍경이 보였다. 병재는 풍경을 신경쓰지 않고, 자리에 앉은 뒤 자신의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의 송수신기를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뚜루루루루 딸깍-

-예. 여기는 재생치료센터 안내 데스크입니다.-

“전 병재 길이라고 하는 의사입니다.”

병재의 말에 송수신기 너머 안내 데스크의 안내 사무원은 알아들었다는 듯 익숙한 어조로 말한다.

-오늘도 성실하게 일하시네요. 원래 정규시간이 9시 30분인데. 선생님은 항상 두 시간 일찍 하시니 우리가 곤란하네요.-

“하하. 그 쪽에는 미안하지만 제 치료를 받기위해 기다리는 환자들을 보니 편히 있을 수 없을 것 같군요.”

-그런데 메리 간호사는 아직 출근하지 않았는데. 어떻게 불러들입니까?-

“저 때문에 그 사람 피곤하게 하지 마세요.”

-하기야 혼자서도 잘 하니 문제없을 것 같네요. 예. 알겠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병재는 그 말 한 마디를 한 후 송수신기를 원래 자리로 내려놓은 뒤 자리에서 일어나서 치료할 준비를 마치고는 쌓인 진료기록서들을 가져와 한 눈에 확인한다. 그 뒤 병재는 발걸음을 떼 방 안에서 문을 열고 고정시킨 뒤, 다시 자기자리로 앉는다. 그리고 책상 위에 놓인 알림 종을 손바닥으로 누른다.

-땡! 땡! 땡!-

진료실 밖에 기다리고 있던 환자들에게 이 소리는 반갑게 울려퍼진다. 대기의자들에 앉아있는 환자들은 순서대로 한 명씩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다. 병재는 처음 진료실로 들어오는 환자의 몰골을 살핀다. 그리고 그 환자를 기억했다는 듯 병재는 진료기록서들 중 하나를 꺼내 확인하면서 이름을 말한다.

“벡스터씨. 검은 안대는 사용하기 불편하지 않습니까?”

벡스터라고 불리는 환자는 왼쪽 눈 부근에 검은 플라스틱으로 된 안대를 쓴 채였다. 그 안대는 일명 검은 안대라고 불렸는데 눈 부분에 보이지 않도록 검정색 플라스틱으로 되어있고 얼굴 면에 접촉하는 부위는 고무로 되어있다. 사실 왜 이런 검은 안대를 사용하였냐면 병재는 눈을 재생시키기 위함이라고 대답할 수 있다.

눈 먼 총알 혹은 사고로 눈에 사고를 당하여 보이지 않거나 아예 눈동자가 빠지는 끔찍한 상태가 된 환자들이 간혹 가다 있었다. 그런데 눈 자체를 재생시킬 때 세균에 상당히 민감한 지라 병재는 눈의 재생치료를 위한 검은 안대를 주문 제작했다. 그 결과물이 바로 벡스터가 왼쪽 눈에 쓴 검은 안대였다.

벡스터는 검은 안대가 불편한지 병재에게 투덜거린다.

“선생님이 쓰라고 해서 썼는데 솔직히 말해서 잠 잘 때 불편합니다. 정자세로 자면 상관없는데 저는 잘 때 몸을 뒹구는 경우가 많아서 옆으로 몸을 돌릴 때 검은 안대 때문에 눈 부근이 아파서 잠 깰 때가 많거든요.”

“하하하. 그래도 며칠만 참아주세요. 눈을 재생치료 할 때 사실 세균에 민감한 지라 이런 특수 장비가 없으면 안 됩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말씀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요. 지금 검은 안대를 벗습니까?”

병재는 그 말을 듣고 벡스터의 검은 안대 주위를 관찰한다. 그리고 고개를 젓고는 환자 벡스터에게 말한다.

“아직 눈의 재생치료가 완전하게 안됐으니 지금 벗으면 병균이 침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불편하더라도 참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럼 언제 벗어도 될까요?”

벡스터의 말에 병재는 잠시 머릿속으로 벡스터가 완치에 걸릴 시간을 계산한 후 대답했다.

“오늘 치료받고 난 후 3일 뒤 다시 저를 찾아오시면 그 때 벗어도 되겠습니다. 지금은 마지막 치료라고 생각하세요.”

벡스터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래 3일만 참으면 자신에게도 새 눈이 생기는 것이라고 벡스터는 그렇게 희망을 가졌다. 병재는 벡스터의 반응을 보고 치료를 시작했다.

병재의 손놀림은 벡스터의 남은 눈으로 보기에 매우 빠르고 정교했다. 그리고 침이 눈 주위를 푹 푹 들어가는데도 찔렸다는 통증이 없었다. 병재는 침으로 벡스터의 왼쪽 눈을 재생치료 하도록 자극했다. 계속해서 병재는 침으로 기혈을 따라 찌른다. 벡스터가 보기에 병재의 얼굴은 엄숙하고도 진지했다. 허투루 치료하지 않는다는 기백이 돋보였다.

벡스터는 남은 한 쪽 눈을 주위로 굴리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느덧 치료가 끝났는지 병재는 침을 거둔 후 벡스터에게 말한다.

“오늘의 치료는 끝났습니다. 약 처방은 잠시 기다리세요.”

병재의 말에 벡스터는 마치 말 잘 듣는 학생처럼 대답한다.

“예. 선생님.”

병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옆 방으로 들어갔다. 그 방 안에는 온갖 유리병 안에 알약 및 말려진 약초들이 있었는데, 병재는 그 것들 중 한약과 양약, 벡스터의 치료에 필요한 약초들만 구분해서 벡스터에게 맞는 약을 조제했다. 그 후  아침, 점심, 저녁으로 구분된 종이포 하나씩에 조제한 약들을 넣고는 종이포들을 봉투에 넣는다. 그리고 병재는 그 봉투를 들고 방에서 나온다.

벡스터는 옆방에서 언제나 약을 들고 나타나는 병재의 모습을 익숙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병재는 담담하게 자리에 앉고는 봉투를 벡스터에게 건네면서 주의사항을 말한다.

“아침, 점심...”

“아침, 점심, 저녁에 한 포씩 먹으라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으니 굳이 반복해서 말 할 필요는 없어요.”

병재는 자신의 말을 가로채는 벡스터의 모습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한 마디 한다.

“환자 스스로가 잘 알고 있으니 이거 말 할 필요가 없네요. 그럼.”

“예. 순서를 넘기겠습니다. 다음에는 이 망할 안대를 벗었으면 좋겠네요.”

검은 안대에 대해 투덜거리던 벡스터는 봉투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진료실 밖으로 나갔다. 병재는 벡스터의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벡스터에 대한 진료기록서에 내용을 볼펜으로 기입한다. 벡스터의 차례가 완전히 끝나자 병재는 다시 책상 위에 있는 알림 종을 손바닥으로 내리친다.

-땡! 땡! 땡!-

벡스터의 경우처럼 병재의 진료실 안에 다음 환자가 들어간다.

약 2시간이 흐른 뒤, 간호사 복을 입은 메리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간다. 오늘도 역시 병재는 정규시간보다 일찍 환자들을 진료 및 치료하고 있었다. 메리는 그 광경에 자신도 모르게 한 숨을 짓고는 진료실 안 자기자리로 향한다.

어느덧 병재는 환자에게 약을 건네고는 진료기록서를 기입하고 있었다. 그리고 책상 위의 알림 종을 치려던 찰나 병재는 메리를 발견하고 인사한다.

“오늘도 출근하시느라 고생이 많군요.”

“누구보다는 속 편하게 있습니다.”

그 누구라는 말에 병재는 자신이라는 것을 잘 알고 싱긋 웃으며 간호사 메리에게 말한다.

“이런. 제가 정규시간보다 일직 출근하는 모습에 속이 상한 모양이군요.”

“그걸 알면 정규시간에 출근하세요. 좀.”

간호사 메리는 알고서 그런 말을 하는 병재가 미운지 타박한다. 병재는 그 말에도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는 곧 알림 종을 손바닥으로 세 번 울린다.

-땡! 땡! 땡!-

다음 환자가 진료실 안으로 들어갔다. 환자는 왼쪽 정강이가 잘려나갔는지 양 손으로 꽉 잡은 목발로 몸을 움직이면서 병재 앞에 있는 환자 자리로 털썩 앉는다. 병재는 그 환자에 대한 진료기록서를 뽑아 확인하고는 그 환자를 바라보면서 이름을 말한다.

“한스 씨군요. 요즘 다리의 상태는 어떻습니까?”

한스라고 불리는 환자는 시선을 병재를 돌린다. 한스의 눈빛에는 병재에 대한 존경과 숭배로 가득했다. 마치 신이라도 영접하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러나 병재는 그런 눈빛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옆에 서 있는 메리 간호사는 한스의 눈빛 때문에 당혹스러워 하는 병재의 모습이 자신이 보기에 재밌는지 키득키득 웃는다.

“다리는 잘 자라고 있습니다. 선생님. 이제 무릎까지 재생되었습니다.”

한스의 존경어린 말투에 병재는 부담스러워 하다가 이내 얼굴색을 고치고 마치 한스가 그런 행운을 맞이하는 것을 축하하는 얼굴로 바꾼다.

“환자의 치료가 잘 되니, 의사로선 마음이 기쁘군요. 이제 오늘 치료만 하면 정강이가 재생될 것입니다.”

한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패기있게 말한다.

“부탁드립니다. 선생님. 어제 아버지께서 저의 상태를 들으시고 많이 기뻐하셨습니다. 완치되면 아버지와 함께 찾아뵙겠습니다.”

“하하하. 제 여유 시간이 되면 찾아오세요. 그 때 보겠습니다.”

“예!”

한스가 병재를 바라보는 눈빛은 초롱초롱했다. 병재는 그런 눈빛에 아랑곳 않고 오늘 한스의 치료를 시작했다. 예의 침 놀림이 시작되었고, 간호사 메리는 병재가 치료하기 쉽도록 한스의 왼쪽 다리를 잡으며 일을 도왔다.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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