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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회장실 안, 병윤, 진세연은 가만히 김구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김구의 얼굴에는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이 이야기를 해야 하나? 아니면 말아야 하나? 라는 고민감도 엿보인다. 하지만 김구는 곧 얼굴을 바로하고는 슬슬 입을 열기 시작했다.
“우리가 중국정부로부터 도움을 많이 받는 편이기는 하지만 뭔가가 부족하다네. 솔직히 이야기하지. 지금 중국은 일본에게 대반격을 가하고 있는 실정이고, 태평양에서는 미국이 일본의 목을 조여 오는 실정이야. 아마 일본의 패망은 시간문제일 것이고, 그에 따라 조선의 독립은 머지않았겠지.”
“......”
김구의 이야기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런데 과연 독립한 후에는 조선이 우와 독립이다 하면서 영원토록 행복해질까? 난 항상 그게 의문이었지.”
병윤은 김구의 말을 이해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꿈은 높고 달콤하지만 현실은 하찮고 시궁창 같다는 그런 말씀입니까?”
“그래. 내 말이 그 것이지. 생각해보게. 우리가 중국 대륙에 있는 이유는 장개석 총통의 호감도 있지만 사실 일본에 대항한다는 이유가 가장 크지. 그런데 독립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진세연은 김구의 예상에 침을 꿀꺽 삼켰다.
“아마도 필요 없으니 팽 아닙니까?”
“팽이라? 정말 그렇게 생각하는가? 난 말이지. 장개석 총통이 우리 임시정부에 왜 도움을 줬을까? 단순히 윤봉길의 의거 때문에 우리를 도와주는 것은 한 가지 계기일 뿐이라고 생각하네.”
“으음... 이런 말을 왜 저에게 하는 지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 외교부장 송자문에게 상담할 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병윤은 조금 당혹스러운 얼굴로 김구를 바라본다. 하지만 김구는 여기서 이야기를 접을 얼굴은 아닌 것 같았다.
“송자문이라. 글쎄 이런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사실상 서론이라고 생각하네. 아직 본론은 시작하지 않았어. 계속 들어볼 텐가?”
병윤은 조용히 생각에 잠겨 왜 김구가 이런 이야기를 꺼내놓는가 어느 정도 추측을 해본다. 왜 자신에게 이런 서론을 꺼내는 것일까? 민족혼을 불러서 각성시키자는 의도? 그건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김구가 병윤 자신을 찾아와 지원을 해주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다. 병윤에게 민족혼을 불러일으켜 일을 돕게 한다는 그런 안일한 생각으로 김구는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을 것이다.
‘아직 정보가 부족하군. 계속 이야기를 들어볼까?’
어느새 병윤의 시선은 김구에게 향한다. 김구는 자신을 바라보는 병윤의 눈빛이 자신의 속내 마음껏 훑는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병윤에게서 흘러 나오는 분위기는 지금껏 인생을 살아왔던 자신보다 더 위압적이고 항거할 수 없는 무거움을 느꼈다.
‘하하하... 이런 아이의 아버지는 도대체 누구길래... 이런 아이를 낳았는가? 저 아이의 형인 병주 군도 그렇고. 미국에서 명성을 떨치는 이 아이의 큰 형도 그렇고.’
김구는 병윤을 바라보며 그렇게 생각하고는 이야기를 계속했다.
“독립이 된다면 우리 임시정부로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알고 있나?”
“당연히 정통성과 행정력을 회복. 그리고 국내 세력들의 협조가 당연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김구는 병윤의 말에 그렇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는 말이지. 나라를 독립시키는 일이 첫 번째로 할 일이라면, 그 나라의 정부가 되는 것은 두 번째 일이지.”
“으음...”
“내 말은 이런 것이야. 독립은 시간문제이지. 다만 그 곳의 정부가 되고 재건하는 것은 부차적인 일이야.”
“그래서 제게 지원을 얻어야 하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김구는 여기가 본론이라는 생각에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저 아이라는 껍데기를 씌운 괴물이자 거인을 설득해야 한다. 김구는 속으로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되뇌고는 자신을 뚫어보라 쳐다보는 병윤의 눈빛을 바라본다.
“나라의 재건에는 여러 가지 있지. 행정력의 회복과 세계의 인정이 제일 먼저이기는 하지만 나라의 발전에 필요한 요소들이 많네. 대표적으로 부와 과학, 그리고 교육.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네.”
“부, 과학, 교육...”
“나라를 일제로부터 독립시키면 제일 먼저 어떤 상황이 터질 것 같은가?”
“당연히 경제문제겠지요. 일본과 조선은 경제적으로 하나로 통일된 상황이자 모순적인 상황입니다. 일본으로부터 각종 생필품과 공업, 기계들을 받고, 조선에는 쌀과 광석 1차 적인 산물을 일본에 이출합니다. 아마 그 것들이 확실히 유리되겠죠.”
김구는 그 말에 그 것까지 예상하지 못했는지 조금 당혹스런 표정을 지었다가 병윤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맞는 말이야. 그럼 유리된다면 어떤 상황이 터지는지 예상은 되겠지?”
김구의 말에 병윤은 조용히 김구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 조선과 일본과의 유리, 그 것은 조선의 혼란을 의미하는 말이다. 악화되는 경제상황, 그리고 압제적인 지배자가 갑작스럽게 물러나고 온갖 불만 등이 전국에 속출될 것이라고 예상되었다. 그 혼란을 잠재우고 하나의 방향으로 이끌어가야 한다. 거기다 좌익이라든지 우익이라든지 이념분쟁이 극심해질 것이다. 그 이념분쟁은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광복군 내부에서도 발견할 수 있었다. 병윤은 암울한 표정을 지으며 조선의 암담한 상황을 예측한다. 김구는 갑작스럽게 암울한 병윤의 표정을 바라보며 자신이 말을 잘못 꺼냈는가? 아니면 병윤이 예상한 조선의 상황이 그만큼 암울하게 여기는 것 같은가?라고 고민했다.
“한 가지 말씀드리자면 제가 아무리 중경공단의 회장직이라고 하지만 전폭적인 지원은 중국정부의 허락이 있어야 된다는 말씀입니다. 제 개인적인 도움은 한계가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군요.”
김구는 그 말에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곳은 남의 땅, 서구의 속담에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고 하지 않았겠는가? 그러나 병윤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고 김구는 생각했다. 중국정부의 허락은 부차적인 문제였다.
“내가 정확하게 요청하고 싶은 것은 이것이야. 중국 연구 기술원에 우리 조선인들을 참여하고 시키고 싶고, 중경공단에 우리가 생각한 산업에 대해 참여하고 싶다는 말이야.”
그 말에 진세연은 얼굴을 굳히면서 김구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요청이 어떤 것인지 잘 알고 하시는 말씀이겠죠?”
“걱정 말게. 내가 이런 요청을 지원하는 이유는 나라의 연구, 그리고 공장의 운영방법을 임정에 근무하는 조선인들에게 숙련시켜 독립시킬 때 활용하고 싶어서 하는 말이야. 결코 중국의 기득권을 침해하고 싶지는 않다네.”
진세연은 조금 얼굴이 풀리지 않았지만 그래도 납득은 한 표정이었다. 그래도 김구에게 한 마디 했다.
“그 의도에 대해서는 중국 정부에게 확실히 밝혔으면 합니다.”
“알겠네. 그 건에 대해서 걱정 말게.”
병윤은 잠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김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좋습니다. 일단 개인적으로 전 찬성하겠습니다. 다만 그 지원에 대해선 제 개인재산을 가지고 지원하겠습니다. 그리고 제가 감당할 수 있는 권한 내에서 최대한 협조하겠습니다. 다만 그 이상의 지원은 중국정부에게 꼭 말씀드리고 싶군요.”
“걱정 말게나. 나도 자네를 곤란하게 만들 생각은 없네.”
“한 가지 묻겠습니다. 주석께서는 우선 독립이 된다면 가장 필요한 산업이 무엇이라고 생각되는지 알고 있습니까?”
김구는 조용히 생각하다가 병윤을 바라보며 대답한다. 그러나 자신이 생각한 바가 확실하지 않은지 조금 우물쭈물거리는 것이 있었다.
“한 가지 가정은 해도 괜찮겠지?”
“무슨 가정입니까?”
“만약 통신망과 교통망이 완전히 복구되었다고 가정한 거지.”
“흐음... 좋습니다. 그렇게 가정하고 이야기해보도록 하십시오.”
“내 걸리는 것이 있지만 내 대답은 한 가지야. 바로 비료산업이지.”
“농업을 최우선적으로 회복시키는 것이 목적이다는 말씀입니까?”
“그렇지. 상업, 공업은 농업이 제대로 되어야 할 수 있어. 물론 상공업을 발전시켜 남의 나라에 수출하여 농산물을 수입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이제 막 독립한 국가에 시장성이 있는 수출품이 어디에 있겠는가?”
병윤은 김구의 대답에 조용히 생각하면서 판단했다. 병윤은 자신의 기억을 회상하면서 중경에 병윤과 감연이 정착하였을 때를 초점에 맞췄다. 그리고 장개석 총통이 비료산업을 해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우선적으로 맞는 말이군요. 그럼 임정 휘하 조선인들을 비료산업에 투입시켜야 될까요?”
“최우선적인 것은 비료 산업에 투입시켜야겠지. 우선적인 것은 여러 가지 있어. 그건 기계가공 산업, 제철 산업, 시멘트 산업이 되겠지.”
진세연은 그 말에 놀라서 외친다.
“기... 기간 산업!”
기간산업, 그 것은 모든 공업의 발전에 필요한 기초 산업을 의미한다. 비료 산업은 농업 발전에 필요한 산업이기도 하지만 무연화약을 만들 수 있는 산업이기도 했다. 거기다 각종 화학 산업을 육성시키는 토대가 되기도 한다.
기계가공 산업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요소인 기계를 만들 수 있도록 한다. 잘 만든 기계가 산업혁명의 토대가 되었으니 알만하지 않겠는가? 그리고 제철 산업은 그런 기계를 만들 1차 가공품을 생산하는 산업이었다. 거기다 건축, 토목은 물론 각 종 강철제품의 구성이 되는 강철을 생산한다.
시멘트 산업은 각종 근대식 건물을 건축, 공공기반시설을 건설하는데 꼭 필요한 산업이었다. 시멘트 산업이 없다면 공공기반시설을 만들 생각은 하지 않는 것이 좋을 것이다.
병윤은 거기다 두 가지 더 추가해서 김구에게 말한다.
“거기다 유리가공 산업과 발전소등도 있겠군요.”
김구는 병윤의 말에 동감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유리가공 산업은 건축은 물론 유리가 필요한 모든 산업에 들어갈 것이고, 발전소야 말할 필요가 없겠지. 어떻게 자네 권한으로 가능하겠나?”
병윤은 김구의 말에 잠시 생각한다. 자신의 권한이라. 병윤은 조용히 판단해서 자기 힘으로 그 것이 가능할지 잠시 고민한다.
‘기간산업. 나라의 공업발전에 꼭 필요한 산업이긴 하지. 그리고 장개석 총통이 나에게 맡기신 산업이 그 것들이고 말이야.’
사실 중국의 근대화는 병윤과 감연이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니었다. 더군다나 남경의 모든 기반들이 빼앗기고 시골이나 다름없는 중경에 와서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두 아이가 중경에 들어간 것이다.
시작은 그냥 소규모 총기생산 및 수리산업으로 시작되었지만 장개석은 두 아이의 가치를 알아보았다. 총기개발 및 수리하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겠는가? 단순한 손놀림? 그건 아니다. 총기라는 녀석은 상당히 고차원적인 물품이다. 부품 하나하나가 여러 차례의 가공을 거쳐서 나온다. 그냥 단순히 광석하나 캐고 제련한 후 형태를 갖춰서 만들어지는 녀석이 아니다.
총기를 생산할 수 있는 기계, 그리고 그에 맞는 광석과 제련법, 기술 등이 필요했다. 장개석도 처음 두 아이를 만날 때는 단순히 총기공장의 확장을 요구했지만 두 아이의 가치를 깨달았다.
총기생산을 위한 기간산업의 발전, 그리고 그 기간산업에서 파생되는 무수한 산업들의 창립, 장개석은 두 아이를 관찰하면서 두 아이가 근대화에 필요한 모든 기술을 가진 것을 확인했다. 장개석이 생각하기에는 두 아이는 중국 근대화의 핵이나 다름없었다. 지지부진하던 근대화도 두 아이가 합류하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것이다.
지금 서구권에 수출하는 전차라든지 총기, 그리고 차량, 비행기, 모든 제품들이 중경공단에서 쏟아져 나온다. 그 것들을 생산하는 기술이 누구에게서 나왔겠는가? 바로 병윤과 감연 두 아이였다. 그 때문에 장개석이 처음 두 아이를 보호하는 것과 동시에 감시하고자 호위 병사들을 붙여둔 것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 병사들이 없다고 하지만 그렇다하여도 두 아이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지금도 남의사와 CC단이 중경공단에 근무하면서 감시와 호위의 눈을 번뜩였다. 아마 오늘의 만남도 그들의 눈에 들어왔을 것이다.
“우선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외교부장에게 말씀하든지 아니면 장개석 총통에게 허락을 구해야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합니다.”
“으음...”
김구는 그 말에 껄끄러운 표정을 짓는다. 옆에서 둘을 지켜보는 진세연은 한 숨을 내쉰다.
“아마 그 쪽으로는 외무부장이 갔네. 뭔가 이야기가 잘 됬다면...”
그 말과 동시에 책상 위에 있던 전화기가 울려퍼졌다. 진세연이 곧바로 달려나와 책상 위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들었다.
“예! 예! 총통 각하! 지금 두 분은 이 곳에 계십니다. 예! 예! 잠시만 기다립시오! 저기 회장님?”
진세연은 송수화기를 잠시 손에 든 채 시선을 병윤에게 돌리자 병윤은 전화가 자신에게 용건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는 진세연에게 송수화기를 건네받았다.
“예. 여기는 중경공단 회장 길병윤입니다.”
그 말에 병윤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바로 장개석 총통의 목소리였다. 그 쪽에서 들리는 장개석의 목소리는 무미건조했다.
-백범 김구가 이곳에 있는가?-
“예. 지금 이 곳에 있습니다.”
-방금 전 임시정부의 외무부장이 이곳에 왔군. 참으로 건방진 소리를 해대고 말이야.-
“그 쪽에서는 뭐라고 말씀을 나눴습니까?”
-그 쪽에 김구가 설명해준 것과 똑같을 거야. 공장 운영법이라던지 기간산업 기술을 배우겠다고 했겠지. 그래 자네 생각은 어떤가?-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긍정적입니다.”
-그건 왜지?-
“잘 생각해보십시오. 전쟁이 끝나고 재건을 하기 위해 시장이 확대되는 것은 총통 각하께서도 예상한 바일 것입니다. 거기다 각하께서 개인적으로 임시정부를 지원해주는 이유가 단순히 호감 때문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 중국의 영향력 확대 부분이 있겠지. 그 것이 임시정부의 지원과 상관이 있다는 건가?-
“예. 조금 더 생각해보시면 어떻게 될지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으음. 그렇군. 알겠네. 자네 의견대로 하지.-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전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럼 수고하게나.-
전화음이 뚝뚝 끊기고, 병윤은 송수화기를 다시 내려놓았다. 그리고 발걸음을 옮겨 제자리로 돌아갔다. 김구는 병윤의 표정을 바라보며 긴장과 기대가 섞인 얼굴을 내보인다.
“어떻게 대답은 잘 되었는가?”
병윤은 흠흠거리며 장개석 총통이 한 이야기를 김구에게 말해준다.
“예. 총통 각하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김구는 기분 좋은 미소를 짓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아까 대화소리를 들어보니 자네가 강력하게 권하더군.”
“하하하. 저도 조선인이기는 하지만 여기에 메인 몸입니다. 여기서도 손해는 아니니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군. 고맙네. 그럼 언제 보내면 되겠나?”
병윤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더니 한 가지 말한다.
“이번 달은 일이 크게 바쁩니다. 남경 재건 계획도 있고, 철도망 복구 계획도 있습니다. 거기다 탈환한 항구도시와의 연계까지 있습니다. 그러니 내달 5일 정도면 괜찮을 것 같습니다.”
김구는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의 사정을 이해한다.
“알겠네. 그럼 그 때까지 임정 내부의 사람들을 뽑고, 혹여나 모를 조선인 인재들을 선정하겠네. 그 때 보세.”
김구는 일어서서 병윤에게 악수를 권하자 병윤도 마저 일어서서 악수를 받았다. 악수는 굳게 잡아 서로 믿음의 증표가 될 것이다.
김구는 그 길로 회장실 바깥으로 나갔고, 회장실 안에 병윤, 진세연 둘이 남아 아까의 이야기에 대한 여파인지 한동안 몸을 쉰다. 정확히 말하자면 병윤은 생생한데 그 회담을 지켜보던 진세연이 일을 한 듯 지쳐 보인다. 진세연은 지친 몸을 쉬는 와중에도 시선을 병윤에게 돌려 한 가지 물었다.
“그런데 회장님. 왜 그런 제의를 동의한 거죠? 혹시 회장님의 민족혼 때문인가요?”
“그건 아닙니다. 뭐 지켜보세요. 중국에서도 손해는 아닙니다.”
진세연은 조금 의뭉스러운 표정을 지었지만 병윤의 득의양양한 표정에 어쩔 수 없이 믿을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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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윤은 알다시피 가족애는 있어도 민족애는 부족한 아이입니다. 병윤은 결코 윤봉길 의사나 안중근 의사처럼 훌륭한 인간은 아닙니다. 하지만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협력은 하는 그런 아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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