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95화 (9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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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결국 사격은 사격장에 온 항병 소대 순서대로 진행되었다. 조교 신지상이 이끄는 4중대 3소대의 경우는 예의 총기 사격 자세 훈련을 시작한다.

조교 신지상과 그를 따르는 항병 소대원들은 어떤 특정한 지형지물에 도착한다. 신지상은 지형지물을 바라보면서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지형지물은 현재 숲 속으로 나무, 그리고 바위들이 곳곳에 있었다. 신지상은 좋은 훈련이 되겠다고 생각하고는 시선을 자신이 이끄는 항병 소대원들에게 돌린다.

“총기 사격 자세 훈련의 설명이 필요한 자 거수.”

거수라는 말에 항병 소대원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았다. 어제 신지상에게 듣고 훈련을 해봤기 때문에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항병 소대원들은 아무도 즐거워하지 않는 표정이었다. 그들의 얼굴은 긴장감으로 얼룩져 있었고, 벌써부터 힘든 기색이 나타났다.

신지상은 그들의 면면 하나씩을 살펴보고는 피식 웃었다.

“거수 아무도 없으면 위치로!”

-위치로!-

항병 소대원들은 신지상의 ‘위치로’라는 단어를 듣자마자 바로 복명복창하고 지형지물 곳곳에 흩어졌다. 그리고 그들은 지형지물에 각종 자세에 엄폐하고는 표적을 노리며 사격 자세를 취한다.

신지상은 항병들의 엄폐가 잘 되었는지부터 확인했다.

“거기 발 조심! 실전에서 총탄에 발 뚫린다.”

신지상의 지적에 항병은 얼른 지적된 발을 도로 거둬들인다. 신지상은 그 것을 시작으로 곳곳에 지적질을 하면서 완벽한 엄폐자세를 취하도록 만들었다.

어느정도 항병 소대원들의 엄폐를 취하는 모습이 완벽하다고 느낀 신지상은 품속에서 바둑통 하나를 꺼낸다. 항병 소대원들은 그 걸 바라보고는 시작되었다는 눈빛을 반짝이며 벌써부터 힘든 기색이 보인다. 신지상은 익숙한 손놀림으로 항병들 총구 위 바둑돌을 하나하나 올린다.

항병 손호준의 소총 총구에도 하얀 바둑돌이 올라왔다. 바둑돌이 올라오자 벌써부터 손이 조금 떨린다. 신지상은 날카롭게 손호준을 바라보더니 이내 다음 사람의 총구 위에 하얀 바둑돌을 올리러 발걸음을 뗀다.

‘휴우. 시작되었군. 지옥의 총기 사격 자세 훈련.’

손호준은 이 훈련을 지옥이라고 표현했다. 그건 그 뿐만 아니라 이 훈련을 받는 모든 항병 소대원들 역시 마찬가지라는 표정이었다. 이 훈련은 완벽히 엄폐되어있어야 하고, 거기다 표적을 향해 사격 자세를 취해야한다. 문제는 그 자세를 취한 후 어느정도 정지되어 있다는 사실이다. 거기에다 그 자세를 취하기 위해선 완전군장의 상태로 있어야 된다는 조건이었다.

손호준은 등에 멘 군장의 압력에 벌써부터 팔과 다리가 조금씩 저려온다.

‘으으. 안돼. 조금만 더 참아.’

어제의 훈련 덕분에 손호준의 팔과 다리는 말썽을 부렸다. 아무래도 체력의 회복이 덜 된 모양이다. 그에 반해 손호준 옆의 성강소는 잘만 자세를 취했다. 그리고 나름 자세가 편안한지 총구의 흔들림도 손호준에 비해서 덜했다. 손호준은 그 모습을 지켜보면서 괜히 이렇게 자세를 취했나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 때 모든 항병들의 소총 총구 위에 하얀 바둑돌을 올려놓은 신지상이 외친다.

“격발!”

그 말과 동시에 손호준은 검지에 힘을 단계별로 준다. 그리고 천천히 방아쇠를 잡아당긴다.

-틱!-

총알이 장전되어 있지 않았는지 탕 소리 대신 틱 소리가 났다. 그리고 손호준의 총구 위에 있던 하얀 돌은 아직까지 무사한 모양이었다. 손호준은 그 하얀돌을 바라보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우. 이걸로 한 번인가?’

격발을 10번 모두 안정되어야 합격이었다. 훈련에 합격된 인원들은 다른 인원들이 훈련하고 있을 때 동안 쉴 수 있는 권리가 주어졌다. 손호준은 ‘시작이 반이다’라는 생각으로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다.

조교 신지상은 아직 바둑돌을 떨어뜨리지 않는 항병들을 바라보며 속으로 조금 감탄한다.

‘어제 훈련을 지겹게 받았으니 이 정도의 성과를 보이는가?’

하지만 신지상은 자기 할 일을 다 한다. 감탄은 감탄이었고 자기 할 일은 할 일이었다. 신지상은 항병들에게 한 번 더 외친다.

“격발!”

그 외침과 동시에 틱 틱 틱 거리는 항병들의 격발소리가 울려퍼진다. 그 때 신지상은 하얀 바둑돌을 떨어뜨린 항병 소대원 몇 명을 발견했다. 그리고 신지상은 검지로 그 인원들을 가리키며 외친다.

“너 그리고 너! 탈락!”

“으윽!”

“앙돼!”

탈락소리를 들은 항병 소대원 몇 명은 울상을 짓는다. 그러나 신지상의 얼굴에는 자비란 찾아볼 수 없었다. 신지상은 그 인원들을 제외하고 나머지 인원들을 향해 외친다.

“격발!”

계속해서 신지상의 격발 소리가 울려퍼진다. 지옥의 훈련은 계속되었다.

몇 분이 지나 훈련에 통과하지 못하는 인원들이 점점 늘어났다. 10번의 격발 소리가 외쳐질 때쯤 벌써 반수이상이 탈락했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다행히도 그 인원들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틱!-

손호준의 총구 위 하얀 바둑알은 고정된 채 움직이지 않았다. 손호준은 속으로 가슴을 쓸어내린다.

‘운이 좋았군. 휴우.’

신지상은 마지막까지 통과한 인원들을 살펴본다. 그 속에는 손호준과 성강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신지상은 통과한 인원들을 확인하고는 외친다.

“통과한 인원들에 한해서 휴식. 탈락한 인원들은 다시 한다.”

“으윽!”

“팔이 저립니다!”

“다리도 저립니다.”

“살려주십시오. 조교님.”

조교 신지상은 그 말들을 듣고 험상궂은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쉬게 해달라는 탈락자들에게 험악하게 말한다.

“누가 탈락하라고 했냐? 닥치고 다시!”

“우으. 너무하십니다.”

결국 조교 신지상의 험악한 눈빛에 탈락한 인원들은 순순히 굴복한 뒤 다시 훈련을 시작했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통과한 인원들과 뭉쳐서 다닌 뒤 어느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이 망할 군장을 벗은 뒤 털썩 주저앉아 쉰다. 손호준의 얼굴과 몸에는 땀이 가득했다. 손호준은 덥다고 느꼈는지 군복 목부분을 잡고 팔락팔락 거리며 바람이 들어오게 한다.

“으으. 덥다. 아니 힘들다.”

성강소는 그런 손호준의 모습에 피식 웃는다.

“나도 덥다. 하아. 한 번에 통과해서 다행이지. 저 훈련 미쳤다고 볼 수 있어.”

“그래도 우리가 생각하기에는 합당하지 않겠냐?”

“그건 그렇지. 필요하지 않은 훈련은 없는 것 같아. 전부 실전에서 쓰일법한 훈련법이지.”

“그래. 맞는 말이야. 지랄 맞게 힘든 것만 제외하면.”

손호준은 그 말을 듣고 목이 타는지 군장 옆 부분에 메인 수통을 꺼낸 뒤 뚜껑을 열은 후 수통의 물을 마신다.

“캬아! 시원하군. 휴우. 이제 좀 피로가 가시겠네.”

갈증을 해소한 손호준의 표정은 행복 그 자체였다. 어느정도 체력을 회복되었다고 판단하자 손호준은 다시 수통마개를 닫고 수통을 군장 옆으로 넣는다. 그리고 일어나서 이 곳 신병교육대대에 입소하면서 배운 스트레칭을 한다.

“끄응 차! 끄응! 하아 몸이 조금 풀리는데.”

성강소는 그 모습을 보고 나도 해야겠다고 결정했는지 자신도 손호준을 따라 자신도 스트레칭을 행한다. 그 모습을 보고 느끼는 바가 있었는지 통과한 인원들도 따라서 스트레칭을 했다. 손호준은 스트레칭을 다 했는지 몸이 탈탈 풀리는 느낌이 들었다.

“햐. 훈련 후에 이런 걸 안하면 뭔가 찝찝해. 마치 화장실에서 똥 싸고 뒤를 안 닦은 것처럼 말이야. 왠지 훈련 중 쌓인 몸의 긴장들이 풀리는 것 같은데.”

성강소도 마저 스트레칭을 다 했는지 편안한 얼굴로 손호준에게 시선을 향하며 말한다.

“휴우. 맞는 말이다. 몸의 피로가 풀리는 것 같다. 아까 훈련의 힘든 것도 풀린 것 같아서 좋아. 이 건 진짜 잘 가르쳐주었다고 생각한다. 진짜로.”

성강소는 이 스트레칭의 효과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한 표정이었다. 아까 훈련하면서 쌓인 몸의 피로가 풀리고, 체력이 회복되는 것을 느꼈다.

“그런데 이 체조법은 대대장님이 창설했다고 하는데 사실인가?”

“뭐 그렇다고 이야기하니까 사실이겠지.”

“이 체조법이라도 있으니 다행이지. 이 체조법이 없다면 저 지랄맞은 훈련을 어떻게 견뎌?”

“왠지 병주고 약주는 것 같은 느낌이야.”

“어 나도 그렇게 느꼈는데.”

손호준과 성강소는 잘 맞는지 서로 키득키득 거렸다. 이 때 스트레칭을 마친 통과 인원들은 둘을 바라보면서 피식 웃고는 자기들도 서로 상대를 찾아 떠들어댄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면서 아까의 훈련에 탈락한 인원들도 반복되는 훈련에 차츰차츰 통과하는 인원들이 나오며 쉬고 있는 인원들 곁으로 합류했다. 마지막으로 통과한 인원들은 조교 신지상이 이끌고 왔다. 신지상은 마지막에 통과한 인원들에게 쉬게 해주고는 자신의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하더니 이내 항병 소대원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외친다.

“10분간 휴식한다.”

그 말에 따라 앉아있는 항병 소대원들은 크게 복명복창한다.

-10분간 휴식!-

항병 소대원들은 그렇게 크게 외치고는 다들 방탄 헬멧을 벗고는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휴식을 취한다. 조교 신지상도 항병 소대원들과 조금 떨어진 곳에 앉아 자신의 군장에 메인 수통을 찾아 마셨다. 그 때 조교 신지상에게 다가오는 항병 소대원 몇 명이 다가와 물었다.

“저 조교님. 우리 소대의 사격은 언제 하는 것입니까?”

신지상은 그 말을 들으면서 수통의 물을 다 마시고는 그 질문에 답한다.

“아직 우리 차례가 아니야. 차례가 오면 나에게 연락관이 오겠지.”

“그러면 그동안 우리는 계속 이 훈련을 합니까?”

“계속 쉬고 싶어?”

그 말에 물어본 항병이 손사래를 치며 부정한다.

“그 정도까지는 아닙니다.”

“조금 몸이 피로하면 그 체조법으로 몸을 풀어. 그러면 조금 나아질 거야.”

“으음. 알겠습니다.”

신지상에게 물어볼 것은 다 물어봤는지 항병은 물러나면서 신지상이 언급한 체조법을 하며 몸을 푼다. 신지상은 그들의 스트레칭을 보고 희미하게 웃는다.

‘휴우. 병사들의 체력 관리는 이 체조법이 최고군. 대대장님은 어떻게 이런 걸 잘 알고 있을까? 하아 신기하다 신기해.’

그렇게 병주에 대해 생각하며 신지상은 자신의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아직 10분은 지나지 않았지만 신지상은 10분이 지날 때까지 시간을 바라본다.

총기 사격 자세 훈련은 한동안 반복되었다. 그에 따라 신지상이 이끄는 소대원들의 정신적 육체적 피로도가 조금씩 쌓여갔다. 그렇게 훈련하던 도중 신지상은 시간을 확인하고는 갑작스럽게 항병 소대원들에게 외친다.

“그만!”

그 외침에 항병 소대원들은 총기를 거두고 자세를 푼다. 그리고 하악 하악 대는 소리와 함께 침을 뱉는다. 신지상은 피로도가 얼룩진 항병 소대원들의 얼굴을 살펴보면서 또 한 번 외친다.

“휴식을 취하도록 한다.”

신지상의 갑작스러운 휴식에 항병 소대원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는다. 신지상은 그 얼굴들을 확인하면서 왜 이런 명령을 내려줬는지 설명해준다.

“지금 내가 예상하기에는 곧 우리 소대의 사격 차례가 될 것 같다.”

그 말에 항병 소대원들은 서로를 바라보면서 웅성웅성 댄다. 신지상은 그런 그들을 바라보면서 추가 설명을 더해준다.

“아까의 체조법으로 몸의 피로를 풀고 사격에 만전을 기할 수 있도록.”

-예!-

갑작스럽게도 훈련이 종료되었다지만 항병 소대원들은 이런 경우를 자주 맞이하고 싶었다. 그들은 곧 신지상이 언급한 체조법으로 몸의 피로를 풀었다. 그리고 군장을 내리고 앉아서 서로 수군거리며 쉰다.

10분 정도 지나자, 신지상의 말이 옳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신지상의 상관인 고호윤이 신지상에게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신지상은 고호윤을 바라보며 경례를 올린다.

“충성!”

고호윤은 신지상의 경례를 받고는 자기 할 말을 한다.

“지금 자네 소대 전 차례가 사격을 준비하고 있으니 자네 소대도 내려가서 준비하고 있게나.”

“예. 알겠습니다. 모두 들었지? 전부 사격장으로 내려간다.”

그 말에 항병 소대원들은 쉬는 것을 중단하고 주섬주섬 군장을 멨다. 그리고는 고호윤과 신지상을 따라 배열에 맞춰서 차례대로 천천히 내려갔다.

고호윤과 신지상, 그리고 그가 이끄는 항병 소대원들이 사격장에 도착했을 때에는 이번 차례의 사격은 반 정도 진행된 것 같았다. 고호윤과 신지상은 내려온 소대원들의 인원을 확인하고는 서로 대화한다.

“이상 없는 것 같군. 총기 정비하면서 준비하게.”

“예! 알겠습니다. 교관님.”

신지상은 고호윤에게 경례를 붙인 뒤 시선을 다시 항병 소대원들에게 돌리며 외친다.

“다들 총기 정비하도록 한다. 전부 정비도구 꺼내서 정비하도록.”

그 말에 항병 소대원들은 주위 흙먼지가 없는 곳으로 가서 군장을 내려놓고는 자리를 깔아 정비도구를 꺼내 총기를 분해한 뒤 정비한다. 손호준과 성강소 역시 마찬가지로 자신의 소총을 정비했다.

손호준은 정비도구의 목록들을 살피면서 보급의 충실함에 감탄했다. 병사들에게 정비도구를 일일이 나눠주는 광복군의 보급 상태에 손호준은 자신의 정비도구들을 바라보며 언제나 감격한다.

“히야. 병사 한 명 한 명에게까지 정비도구를 나눠주다니.”

손호준의 감탄사에 주위의 항병들도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이며 나름대로 자신의 소총을 정비했다. 손호준은 아까 훈련을 통해 묻혔던 총기의 흙과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는 정비도구를 이용하여 정비했다. 마지막으로 꼬질 대로 총열 안을 깨끗이 닦아내고는 다시 소총을 조립했다. 손호준은 훈련 전의 상태로 되돌아간 소총을 바라보며 기쁜 마음이 얼굴에 표출된다.

그 후, 정비도구들을 차례로 정리한 후, 그 것들을 군장 안으로 집어넣었다. 손호준 자신이 가장 먼저 정비를 완료했는지 그 뒤를 따라 정비를 마치는 항병 소대원들이 눈에 보였다. 조교 신지상은 소총을 정비하는 인원들을 보다가 전부 정비가 완료되자 외친다.

“정비가 완료되었으면 저 쪽에 가서 줄맞춰 앉는다.”

-예!-

항병 소대원들은 신지상이 가리킨 곳을 빠르게 몸을 움직여 가고는 어느정도 줄을 맞춘 뒤 앉았다. 그동안 현재 사격하고 있는 소대의 차례가 거의 다 끝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 후 사격을 전부 완료했는지 전 사로에 배치된 인원들이 전부 한쪽 무릎을 꿇고 있었다. 고호윤은 그것을 확인하고 외친다.

“전부 탄창 빼고 총알 남아있는지 확인.”

그 말에 전 사로에 한쪽 무릎 꿇고 있는 인원들 옆에 배치된 조교들이 사격한 소총에 결합된 탄창을 분리시키고, 소총의 약실 안에 있는 탄들을 빼낸다.

“확인되었으면 결과 확인한 뒤 전부 소총 들고 퇴장.”

============================ 작품 후기 ============================

군필자라면 잘 아실 것입니다. 하지만 시대가 시대인 만큼 훈련상황은 꽤 틀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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