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96화 (9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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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드디어 신지상이 이끄는 항병 소대원들의 사격 차례가 다가왔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먼저 사격하는 인원들을 바라보며 자신의 소총을 확인한다.

‘왜놈들에게 있었을 때는 비교도 안 되는 소총이군.’

손호준은 일본군에 징집당한 때를 생각했다. 거기서는 이곳과 비교하기가 미안할 지경으로 개판이었다. 소총의 질도 개판, 훈련도 개판, 먹는 것도 개판, 병영부조리와 부패는 수준급, 거기다 조선인이라고 차별까지 행해지며 인간방패로 내세운다.

정말 여기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는 개판인 곳이다. 손호준은 포로로 잡힐 당시의 절망을 회상한다.

‘젠장 왜! 소총탄이 안 먹혀!’

당시 적군이었던 중국군들은 총 맞아도 안 죽고 나아갔으며 수류탄, 그리고 박격포탄으로 저지시킬 수 있었다. 손호준은 그 때 당시만 하여도 사기 없이 전투를 치렀고 그냥 포로로 잡혔다. 저런 군대에 있을 바에야 차라리 포로로 잡히는 것이 나았기 때문이다.

포로 생활 당시에는 중국군은 일본인, 조선인으로 나누며 수감했다. 왜 따로 구분해서 수감했는지 시간이 지나 알게 되었다. 중국군 상층부에선 일본인은 그냥 잡 포로 취급했지만 조선인들은 회유 가능한 존재로 인식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일본인들의 포로 생활은 열악한 반면 조선인들의 포로 생활은 그럭저럭이었다.

나중에 손호준을 비롯한 항병 포로들은 장개석의 결정으로 인해 광복군으로 넘어가게 되었다. 그 때 광복군에게 넘겨질 당시 광복군 상층부에서는 항병들을 환영했다. 조선인들로만 구성된 군대, 그리고 빵빵한 지원들. 정말 일본군에 있을 당시와 비교하면 천지차이였다.

그 때, 손호준이 퍼뜩 회상을 깰 만큼 고호윤이 크게 외친다.

“전 사로 사격 끝. 전부 탄창 빼고 총알 남아있는지 확인.”

그 말과 동시에 각 사로마다 있는 조교들이 소총에 결합된 빈 탄창을 빼내고 약실 안에 총알이 끼어있는지 확인하고는 이상 없다고 보고한다.

“결과확인 후 표적지 교체.”

그 말이 외쳐지자 동시에 각 사로의 병사들과 조교들이 표적지를 확인한 후 그 표적지를 떼고 새로운 표적지로 교체한다. 그리고 각 사로에 돌아가 자신의 사격결과를 확인한다. 반 수이상은 결과가 좋았는지 웃지만 그 외 나머지는 안 좋았는지 조금 얼굴이 굳는다.

고호윤은 표적지를 다 교체한 후 인원들이 다시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외친다.

“전부 소총 들고 옆으로 퇴장.”

그 말에 사격했던 항병 소대원들은 소총을 들고 척척 발걸음을 옮기며 옆으로 퇴장한다. 그리고 다음 차례가 들어온다. 그 차례에 손호준과 성강소가 포함되어 있었다.

사로에 들어올 때마다 몇 사로 입장이라고 크게 외치면서 입장했다. 손호준도 그에 따라 크게 외친다.

“3사로!”

손호준은 자신이 외친 사로에 들어갔다. 그리고 전 사로에 인원들이 들어가자 고호윤이 다시금 외친다.

“소총 노리쇠 후퇴 전진!”

그 말을 듣자마자 손호준은 장전손잡이를 세 번 잡아당긴다.

-철컥 철컥 철컥!-

“격발”

-틱!-

고호윤은 이 절차에 이상없다고 확인한 후 다음 구문을 외친다.

“조교들 각 사로의 인원들에게 탄창 인계.”

그 말과 동시에 각 사로의 사수 옆에 앉아있는 조교들이 사수들에게 탄창을 건네준다. 손호준은 그걸 받아서 자신의 소총에 결합한다. 그리고 장전손잡이를 앞으로 밀어 넣는다.

“준비된 사수로부터 사격 개시!”

고호윤의 말이 들리자마자 손호준은 자신의 소총을 들어서 가늠쇠와 가늠자를 일치시킨다. 그리고 일치된 조준점을 표적지 검은 점에 갖다 된다.

‘조금 흔들리는데. 호흡을 안정시키고, 천천히 격발하자.’

손호준은 전에 사격할 당시에 들었던 설명을 떠올렸다. 사격은 호흡이 안정되고, 격발도 확 당기면 안 된다고 들었다. 아까 그 지옥 같은 훈련을 받았는지 지금 조준하는 건 생각보다 간편했다.

‘좋아. 천천히.’

손호준은 천천히 방아쇠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검지의 힘이 방아쇠의 한계점을 넘자 소총의 공이가 탄의 뇌약을 때린다.

-탕! 퍽!-

표적지에 제대로 맞췄는지 아직 확인하지 못했다. 손호준은 신경쓰지 않고 사격을 계속한다.

-탕! 탕! 탕! 탕! 탕!-

그렇게 주어진 사격 6번을 다 마친 손호준은 소총에 손을 떼고 옆에 앉아있는 조교에게 말한다.

“사격 끝났습니다.”

조교는 그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이고는 사격할 때마다 나오는 탄피들을 수거하고는 확인한다. 그리고 결과에 이상이 없자 조교는 손호준에게 말한다.

“좋아 한쪽 무릎 앉고 대기해.”

손호준은 그 말에 순순히 한쪽 무릎을 꿇고는 정면을 응시한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각 사로의 사격들이 끝나갔다. 고호윤은 전 사로의 사수들의 사격이 마친 것을 확인하자 고개를 끄덕이고는 외친다.

“전 사로 사격 끝. 전부 탄창 빼고 총알 남아있는지 확인.”

그 외침이 들리자 손호준 옆의 조교는 소총의 탄창을 빼고는 약실 안에 탄이 있는지 확인한다. 그리고 말없이 한쪽 손을 든다. 바로 이상 없다는 표시였다. 고호윤은 그 손들을 바라보고는 외친다.

“결과확인.”

손호준은 소총을 놔두고 자신의 옆에 있는 조교와 같이 자신이 쏜 표적지를 확인한다. 표적지에 가까이 가자 결과가 나타났다. 조교는 윗주머니에 있는 볼펜으로 표적지에 뚫린 구멍들 주위에 동그라미를 친다. 조교는 그 결과들을 확인하고는 손호준에게 말한다.

“축하한다. 합격이다.”

조교의 합격이라는 말에 손호준은 기분 좋은지 미소를 짓는다. 조교는 그의 미소를 보고는 다음 말을 더 한다.

“사격솜씨가 좋은데? 역시 그 훈련이 효과가 있나봐?”

그 말을 듣자마자 손호준의 얼굴이 찡그려지며 암울해진다. 인정하기는 싫지만 그 훈련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조교는 손호준의 얼굴을 보고는 키득키득 웃는다.

“자자 표적지 교체하고 돌아가자고.”

손호준은 그 말에 아까 받았던 새 표적지를 표적 앞에 붙인다. 그리고 표적지를 가지고 조교와 함께 사로로 발걸음을 돌린다. 사격한 인원들이 전 사로에 되돌아간 것을 확인한 고호윤은 또 한 번 외친다.

“전부 소총 들고 옆으로 퇴장.”

그 말에 손호준은 자신의 소총을 들고 옆으로 몸을 돌리며 사로 순서대로 맞춰서 퇴장한다. 광복군 중위 계급장을 단 체격 좋은 한 사람이 막 사격을 끝마친 인원들을 바라본다. 손호준이 그 중위의 이름표를 보니 선동호라고 적혀 있었다.

“자자 사격 끝마쳤으면 표적지들을 나에게 줘.”

그 말에 사격한 인원들은 차례대로 표적지들을 선동호에게 건네줬다. 선동호는 그 것들을 확인하면서 최종적인 합격 불합격을 서류에 적는 것 같았다. 선동호는 서류 기입이 끝난 것을 확인하자 말한다.

“이번 사격 차례들은 전부 명사수가 있군. 전부 다 합격이네. 어여 너네 조교에게 돌아가고 쉬어라.”

-예!-

손호준, 성강소를 포함한 사격한 인원들은 크게 대답하고는 오와 열을 맞추어 아까 대기하고 있던 곳으로 되돌아갔다. 조교 신지상이 사격한 인원들을 반겨준다.

“전부 다 합격한 것 같네. 앉아서 쉬어라.”

“예!”

그 말에 손호준과 성강소는 자신의 군장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고는 군장에 등을 기댄다. 그리고 서로를 바라보며 대화한다.

“휴우. 오늘 훈련도 끝이 났네. 오늘 저녁밥은 뭐냐?”

그 말에 성강소는 투덜거린다.

“네가 좀 알아봐라. 넌 맨날 나에게 물어보기만 하더라.”

그 말에 손호준은 어이없게도 적반하장을 시연한다.

“에이 됐다. 됐어. 전우 녀석 부탁도 들어주지 않고 말이야.”

“네 귀찮음을 들어주는 것이 부탁이냐? 이 썩을 놈아?!”

성상소는 그 말을 외치면서 삐진 듯 군장에 등을 기댄다.

“그건 됐고, 우린 언제까지 여기에 있는 거지?”

“그건 왜 물어? 전쟁터에 나갈까봐 걱정이냐?”

“그런 지옥 같은 환경은 기억도 안 나냐? 포로로 잡혀서 다행이지. 그 때 당시 옆에 있던 녀석이 화염방사기로 불에 태워지는 것이 악몽으로 남는다.”

“......”

성강소는 그 말에 기분 잡쳤다는 표정을 짓는다.

“나도 그런 꼴을 당할까봐 걱정돼서 하는 소리이다. 우린 언제 고향에 돌아갈 수 있겠냐? 부모들도 보고 싶고.”

성강소는 그 말에 한 마디 한다.

“지금 살아있는 것이나 걱정해라.”

“......”

“그 끔찍한 지옥 구덩이에서 살아남기를 바라라고. 가족들은 그 때 만나도 늦지 않아.”

“하아... 엄마 아빠 그리고 형이 보고싶다.”

성강소는 그 말에 결국 성질을 낸다.

“약한 말 그만해! 나도 보고 싶다고. 젠장.”

이 대화를 끝으로 손호준과 성강소의 사격장에 있던 일은 끝이 났다.

신지상이 이끄는 4중대 3소대는 신병교육대대 주둔지로 되돌아왔다. 주둔지에는 임시건물들이 지어져 있었는데 4중대 3소대에 해당되는 건물을 찾고는 오늘도 노곤한 몸을 풀어헤친다. 신지상이 자신이 이끄는 항병 소대원들에게 말한다.

“샤워할 사람은 샤워하고 쉬도록.”

-예. 알겠습니다.-

“그럼 각자 들어가 쉬어라.”

그 말과 동시에 소대원들은 임시 생활관 속 자기자리를 찾아 개인정비를 취한다. 훈련으로 더럽혀진 군복을 벗고, 찝찝한 인원들만 한해서 샤워할 사람은 샤워하도록 했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군복을 벗고 정리한 뒤 속옷만 드러낸 채 비누와 수건만 챙기며 샤워하러 간다.

샤워실은 각 중대마다 배치되어 있던 지라 꽤 샤워를 할 사람으로 바글바글했다. 건물들 중 가장 먼저 지어진 것이 샤워장이었다. 이 곳 신병교육대대의 대대장은 가장 먼저 위생설비를 챙기는 편인 것 같았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샤워하기 위해 줄을 섰다. 손호준과 성강소는 샤워실 겉모습을 지켜보면서 말한다.

“겉모습만 보면 어느 목욕탕 집 같지만 말이야.”

“그러게 말이다. 안에는 목욕탕이 없다는 것이 문제이지. 하지만 뭘 바라겠어? 이렇게 샤워할 수 있는 것만 하여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그건 그래.”

서로 둘이 대화하면서 줄은 어느 정도 빠진 것 같았다. 그리고 둘이 샤워실 안으로 들어가 탈의실에서 옷을 벗고 김이 모락모락 난 샤워장 안을 바라볼 수 있었다. 사시사철 깨끗하고 뜨거운 물을 공급한다는 의미였다. 둘은 익숙한 눈길로 샤워장 안을 둘러보면서 비어있는 샤워기 앞으로 다가갔다. 그리고 샤워기의 꼭지를 틀었다.

-쏴아아악!-

샤워기의 힘 찬 물줄기가 손호준의 몸 구석구석을 강타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수온을 조절한 뒤 껐다. 그 후 손호준은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는 다시 샤워기를 틀었다.

샤워기의 물줄기가 다시 한 번 몸 구석구석을 강타하자 손호준은 그 물줄기가 마치 안마기와 같은 압력을 받았다. 훈련으로 지친 몸의 피로가 전문 안마사에게 받은 것처럼 풀리는 것 같아서 절로 미소가 흘러나왔다.

손호준은 몸 구석구석을 닦는 것뿐만 아니라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감았다. 그리고 샤워기를 꺼버렸다. 그 후 몸에 묻은 물줄기들을 어느 정도 털고 난 뒤 탈의실로 되돌아가 자신의 수건으로 몸을 닦았다.

“하아. 상쾌하군.”

손호준은 옷을 다시 입으면서 한 소리가 이 소리였다. 그 말에 성강소는 동의한다는 표정을 짓고는 손호준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러게 말이다. 왜 대대장이 이 샤워실을 먼저 지어놓았는지 알겠군.”

손호준과 성강소는 자신의 짐을 챙기고 샤워실 밖으로 나가 자신들의 임시 생활관으로 발걸음을 뗀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공사하고 있는 현장들을 바라본다.

“저건 언제 완공 되지?”

성강소는 어깨를 들썩거리며 답한다.

“나야 모르지. 일단 샤워장을 먼저 지어놨으니 다음은 식당, 생활관 순으로 완공하겠다고 하던데?”

“하아. 그렇군.”

둘은 그렇게 공사현장를 보며 서로 대화하면서 임시 생활관 내에 있는 자기자리로 도착했다. 임시 생활관이라고 하지만 어느 정도 병사들의 복지를 보장하는 편이었다. 각자 개인침대가 있는 것도 그렇고, 2m 가까이 되는 철제 관물대가 주어졌다.

손호준은 자신의 관물대에 세면백을 집어넣었고, 오늘 훈련에 쓰인 군복의 상의, 하의, 양말, 그 외 세탁물들이 있는 세탁망에 자신의 수건을 집어넣었다. 그 후 손호준이 옆의 성강소에게 말한다.

“빨래는 어떻게 할 거야?”

“니 차례니까 내 것까지 돌려.”

“이런.”

성강소는 손호준에게 자신의 세탁물을 떠넘기자 손호준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성강소는 그 얼굴을 보고 가볍게 말한다.

“어차피 손빨래 할 것도 아니잖아? 세탁 건조기가 있으니 거기에 돌려.”

“아 참 그렇지. 일본군에 있을 때랑 헷갈렸어. 그런데 지원 빵빵하다고 했는데 이렇게 드럼 세탁 건조기도 지원해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알았으니 갔다와.”

“엉.”

손호준은 자신의 세탁 망과 성강소의 세탁 망을 양 손에 들면서 임시생활관마다 마련된 화장실로 들어갔다. 화장실 안 좌측에는 소변기, 대변기들이 쫙 깔려있고, 오른쪽에는 드럼 세탁기들이 즐비했다. 손호준은 마침 비어있는 드럼 세탁기 안에 세탁망들을 집어넣고, 드럼 세탁 건조기를 돌렸다.

드럼 세탁 건조기는 드럼 세탁기에 건조 기능을 추가한 것으로 중경공단에서 생산된 물품 중 하나였다. 이번 광복군 1사단 창설당시 병윤이 지원해준 것이다. 병윤과 감연이 설계하였기에 세탁 건조기의 기능은 막강했다. 드럼 세탁 건조기는 세탁, 헹굼, 탈수, 건조 네 가지 기능으로 나뉘는데 그냥 버튼만 누르면 이 네 가지 기능이 한 번에 되는 편이다. 각 기능은 어느 정도 조작을 해야 알지만 말이다.

손호준은 얼마만큼 시간이 걸리는지 눈금을 보고는 대략 세탁, 건조 완료까지 시간을 계산할 수 있었다.

“밥 먹고 돌아오면 되겠네.”

손호준은 이 드럼 세탁 건조기를 정말 대단한 기기라고 감탄했다. 만약 고향으로 돌아간다면 이 기기를 들여놓았으면 좋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 작품 후기 ============================

드럼 세탁 건조기 하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작가에게 댓글과 영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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