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98화 (9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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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0월 17일, 다음날이 되자 기상나팔 소리와 함께 4중대 3소대의 이시 생활관 안에 있는 인원들은 하나 둘 개인 침대 위에서 일어나기 시작한다. 손호준도 역시 눈을 뜨면서 껌뻑인다.

“으음...”

조금 노곤한 얼굴의 손호준은 주위를 둘러보다가 이내 이불을 정리하고 주섬주섬 군화를 신기 시작한다. 어제 성강소가 군화를 잘 닦았는지 군화는 윤기가 난다. 그리고 발을 넣자 군화 안의 쿠션이 느껴진다.

“진짜 군화만큼은 잘 만든다 말이야.”

어떤 군화보다 더 편하고 더 튼튼한 것은 없다고 느꼈다. 다만 조금 무겁다는 것이 단점이라면 단점이었지만 손호준은 그런 단점을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익숙한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 관물대에 비치된 방탄조끼와 방탄장갑, 그리고 방탄견갑 및 방탄상하박막이을 바라보면서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지난 번 일본군 휘하에서 전투할 당시 악몽을 떠올릴 정도로 위력이 대단했다. 총알에 맞아도 죽지 않고 전진하는 당시 중국군의 모습이 떠올렸기 때문이다.

손호준은 고개를 휘젓고는 방탄세트에서 시선을 뗀다. 그리고 방탄세트 위에 있는 전투모를 썼다. 전투모는 위에 태극기가 표시되어 있었다. 이것이 일제에게서 나라를 잃기 전 원래 조선의 깃발이라고 들었다.

손호준은 감상 젖지 않고 익숙한 표정을 짓고는 전투모를 바로 쓴다. 그리고 개인총기함을 잠구고 생활관에서 나갈려는 소대원들 따라 자신도 나갔다.

연병장에 중대별 소대별로 모였다. 단상 위에는 당직사령이 마이크에 대고 아아하면서 작동을 확인하고 있었다. 조교 신지상이 외친다.

“오와 열! 오와 열! 맞춰!”

그 외침에 4중대 3소대의 항병 소대원들은 자동적으로 오와 열을 맞춘다. 그 옆 소대, 옆옆 소대들도 조교의 외침에 오와 열을 맞춘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당직사령 김도진의 마이크 소리가 들린다.

“아아 잘 잤나? 오늘도 맑은 하늘이군. 안 그런가?”

그 물음에 단상 밑에 모인 항병들은 산이 떠나가라는 듯 크게 외친다.

-예! 그렇습니다!-

“거참 목청 좋은 인간들이네. 오늘은 어제처럼 사격 훈련 및 별다른 훈련은 없고, 한글교육을 실시한다.”

-와아아아아아!!!-

김도진의 한글교육이라는 단어에 항병들은 크게 기뻐하며 외쳤다. 어제 훈련과 같이 힘든 훈련은 안하니까 항병들이 절로 목소리가 나온다. 김도진은 그런 항병들을 바라보며 피식 웃는다.

“오늘 전파사항은 이걸로 끝이다. 조교들 체조하고 뜀걸음 준비시켜.”

그 말에 단상 밑의 조교들이 큰 소리로 외친다.

-옛!-

이윽고, 체조가 시작되었다. 조교 신지상의 구령에 맞춰서 4중대 3소대의 항병들은 체조를 하기 시작한다. 어제 훈련에서 몸을 회복시킬 때 쓰는 체조가 아니라 계속 하면 몸이 좋아지는 체조였다. 항병들은 조교의 몸동작에 따라 아니면 몸이 익숙한 대로 체조를 하고 있었다. 손호준 역시 그들 따라서 체조하지만 이미 몸이 익숙한지 딴 생각을 하고 있어도 체조동작은 틈을 잡을 수 없을 정도로 완벽하다.

체조가 어느정도 끝나자 뜀걸음이 있었다. 조교 신지상이 외친다.

“오늘은 가 구획 가 구획이니까 잘 따라오도록.”

‘가 구획’이라는 말에 4중대 3소대의 항병들의 얼굴에는 벌써부터 힘든 기색이 눈에 보였다. 뜀걸음을 하는 구획들은 총 3가지로 나뉘는데 가 구획이 가장 힘든 구획이었다. 거리도 거리지만 뜀걸음 하는 지형이 욕이 나왔다. 가 구획의 지형은 오르막 내리막을 반복하는 구획으로 항병들이 가장 뛰기 싫어하는 구획이었다. 처음 군대에 들어왔다면 가 구획을 뛰다가 뒤처지며 퍼질 것이다.

손호준 역시 가 구획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몸이 떨었다. 그리고 숨이 벌써부터 가빠온다. 오늘은 훈련이 없어서 좋았지만 훈련 대신에 뜀걸음을 힘들게 하도록 윗대가리들이 결정한 것 같았다.

“자 선두부터 뛰어! 목소리 크게!”

-악!-

항병 소대원들의 선두부터 출발하기 시작하면서 손호준 역시 따라가기 시작한다. 4중대 3소대의 행렬은 연병장을 벗어났다.

10분 뒤, 연병장에 헥헥 거리며 들어오는 항병들이 눈에 보였다. 항병들의 얼굴은 그야말로 ‘아 더는 못 뛰겠어. 나 뒈질 것 같아’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을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이윽고 조교 신지상이 이끄는 4중대 3소대의 항병들도 연병장에 들어온다.

손호준은 얼굴에 땀이 가득했고, 입은 거친 쉼을 연속해서 내뱉는다. 그래도 군인은 군인인지라 힘들더라도 끝까지 연병장 안으로 들어와 오와 열을 맞추며 제자리 뜀걸음을 한다. 그리고 조교 신지상의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그만!”

-헥! 헥!-

그 소리와 함께 4중대 3소대의 항병들은 상체가 꺽이면서 연신 커헉 커헉 거리며 폐부가 찔릴듯한 고통을 내뱉는다. 신지상은 그 모습을 보면서 연신 쯧쯧 거린다.

“너희들도 이제 익숙해질 만하지 않았냐? 언제까지 헥헥 거릴 거야?”

조교 신지상의 구박에도 항병들의 거친 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그리고 항병들은 조교 신지상을 보고 한 가지 이구동성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익숙해져야 하는 것이 아니라 댁이 괴물 아니야? 어떻게 그 코스를 산책하듯 뛰다닐 수 있지?’

조교 신지상은 그런 항병 소대원들의 생각도 헤아리지 않고 한 마디 외친다.

“숨 그만 몰아쉬고, 체조해.”

그 말에 어제 훈련의 체조처럼 항병 소대원들은 거친 숨을 참고 체조를 하기 시작한다. 체조를 하니 어느 정도 거친 숨이 가신 것 같았다. 조교 신지상은 그들을 보고 말한다.

“세면대에 씻을 사람 씻고, 아침 먹을 때까지 대기해라.”

항병 소대원들은 조교 신지상의 말에 대답한다.

“예. 알겠습니다.”

결국 신지상의 뒤를 따라 항병 소대원들은 임시 생활관으로 들어간다. 오늘 아침 점호도 끝이 났다.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당직사령 김도진이 예견한 대로 한글 교육이 실시되었다. 항병들 중 문맹인 사람이 많아서 취해진 조치였다. 또 민족정신을 기른다는 목적도 있으니 일석이조였다. 한글 교육이 실시됨에 따라 항병들의 문맹 상태도 차츰차츰 벗어났다. 그 이후로 조교들이 설명하면서 답답해하는 현상이 어느정도 줄어들었다는 효과가 있었다고 한다.

1944년 11월 2일, 회의실 안에 병윤이 김구에게 약속한 대로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 20여명이 모였다. 그들 20명을 선정하는 데는 임시정부 내에서 많은 격론들이 나눠져 있었지만 어떻게든 기일 내에 결정하고 말았다.

“자료를 보시면 알겠지만 가장 기초적인 산업인 비료산업은 이렇게 운영됩니다.”

병윤의 설명에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각자에게 주어진 자료들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하지만 꽤 어려운 용어들이 뒤섞여 있어서 그런지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얼굴이 조금씩 굳어진다.

결국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 중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저 이 자료를 보니까 질소 고정법을 이용하여 암모니아를 직접 생산한다고 되어 있는데 어떤 방식으로 직접 생산이 가능합니까?”

병윤은 질문한 이의 얼굴을 살펴본다. 김구에게 듣기로는 이름이 김추용이라는 자였다. 약 40대의 중년 남성으로 풍성한 머리를 자랑하는 자였다. 병윤은 그를 지그시 바라보고는 이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해준다.

“기계로 가능합니다. 자세하게 설명해드리면 화학반응부터 말씀드려야 하는데 괜찮겠습니까?”

직접 설명해준다는 병윤의 말에 김추용의 얼굴은 헬쓱해진다. 김추용은 필사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거부한다.

“아닙니다. 됐습니다. 그냥 기계 설치하고 설비 운용하면 되겠군요.”

“조금 설명이 어려운 사람은 뒷장에 그림으로 되어있는 부분이 있을 것입니다. 그 것들을 살펴보시면 됩니다.”

그 말에 김추용을 비롯한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앞장을 넘기고 뒷장의 그림으로 된 설명을 바라보았다. 그림으로 되어 있으니 조금은 이해가 되었는지 얼굴들이 조금 풀어진 모양이다. 그 때, 한 명이 손을 들고 질문한다. 병윤이 손을 든 이를 바라보니 신규조라는 이름을 가진 정장이 잘 어울리는 40대 중년 남성이었다.

“말씀해보세요.”

“이 그림을 보고 알겠는데, 비료산업이 중요한 이유는 깨달았습니다. 여기서 파생되는 무연화약, 중화학공업을 육성시킬 수 있는 기초산업이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 그런데 저희들이 그 기계들을 견학할 수 없나 싶습니다.”

“......”

그 말에 병윤은 자시 고민하는 척 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여러분이 운영하실 기간산업은 이번 자료파악 뒤에 견학과정이 있습니다. 그 점에 관해서 걱정은 없을 것입니다.”

병윤의 선언에 회의실에 앉아있는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수군수군 거린다. 그 때, 김추용이 손을 들고 병윤에게 질문한다.

“제가 알기로는 비료는 농업에 크게 쓰이는 것은 저도 잘 알고 있습니다. 여기서 생산하는 비료는 무슨 용도의 비료인지 궁금합니다.”

병윤이 생각하기에 비료의 종류는 무수히 많았다. 비료의 종류는 무기질 질소비료, 무기질 인산비료, 무기질 칼륨비료, 복합비료, 유기질비료, 석회질비료, 규산질비료, 마그네슘비료, 붕소비료, 기타 비료로 나뉜다. 병윤은 무기질 질소비료를 떠올리고는 대답했다.

“기기는 질소 고정법을 주로 하는 비료입니다. 그러므로 무기질 질소비료가  생산하겠죠. 무기질 질소비료는 아주 중요합니다. 식물의 생장에 극히 필요한 요소가 식물이 흡수할 수 있는 질소 화합물입니다. 식물은 공기 중의 질소를 빨아들이지 못합니다. 그래서 땅에 있는 질소 화합물을 이용하여 생장하게 되는 것입니다. 여기가 여러분들이 알고 있는 지력의 개념이 되겠죠.”

“으음. 알겠습니다.”

“또 한 가지 말씀드리면 비료산업은 그냥 단순히 비료만 생산되는 산업이 아닙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질산을 생산할 수 있는 산업이라는 사실이죠. 질산은 또 화약제조 및 화학공업에 기초를 담당하는 산업입니다. 그래서 기간산업 중 하나를 꼽히는 것입니다. 이해 되셨습니까?”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병윤의 말과 분위기에 고개를 끄덕였다. 병윤은 그들을 희미한 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는 말한다.

“그럼 비료공장의 기초적인 설명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다음은 이 공장을 어디서 설치하는가? 또 기계는 어떤 방식으로 되는가? 그 외 인력배치 등을 알아보겠습니다.”

병윤의 말에서 핵심정보들을 알아볼 수 있다는 기회를 맞이한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눈이 반짝였다. 그리고 그들은 병윤의 입을 기다린다.

병윤은 차례대로 비료공장이 어떤 방식으로 운영되는지 설명했다. 기계 설치, 그리고 공장 위치, 그 외 기타부산물 생산, 인력 배치, 그리고 이와 연관되는 거래처의 연결 등등 경영자라면 필히 들어야하는 항목들이었다.

병윤의 설명은 이해하기 쉽고 매끄러워서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눈빛은 집중에 집중을 거듭했다. 수첩에 단어들을 받아 적는 것은 기본이었다. 어떤 이는 병윤에게 다시 설명하는 것을 요청하기도 했다.

병윤은 그 요청에 인내심을 갖고 다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해줬다. 어느 정도 설명이 끝나자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얼굴은 열기로 가득 차 있었다. 병윤은 그들을 보고는 말한다.

“이제 비료산업은 여기서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있으신 분 있나요?”

그 말에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아무도 손을 들지 않는다. 병윤이 보기에 다들 표정이 잘 이해한 것 같았다. 병윤은 그들의 표정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며 다음 말을 한다.

“그럼 제철산업으로 넘어가겠습니다.”

그 말에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비료산업에 해당되는 자료들을 넘기고 넘겨서 아예 자료 옆에 따로 두었다.

“제철산업은 강철을 대량 생산하는 산업입니다. 여기서 스테인레스 강이라든지, 합금강들을 생산하는 업종입니다. 그냥 철광석과 코크스를 넣었다고 되는 산업은 아닙니다. 불순물을 빼낼 수 있는 설비들과 강철 강도를 높일 수 있는 기술들이 접목되어야 합니다. 강철의 쓰임새는 다들 잘 알고 계실 것입니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 때 신규조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손을 들어 질문한다.

“철광석은 어떤 품질의 것을 주로 사용하고, 코크스에 대해선 어떻게 사용하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 말에 병윤은 질문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철광석은 품질에 따라서 제련방식이라든지 설비기기가 틀려집니다. 아무래도 운송비가 싼 고품질의 철광석을 많이 쓰입니다. 하지만 우리 중경공단은 아무 품질의 철광석도 가능합니다. 저품질이면 저품질이 주로 가는 설비로 가면 되고, 고품질은 고품질대로 따로 가면 됩니다. 그리고 코크스는 주로 유연탄을 많이 씁니다. 물론 그외 기타 석탄들도 가능하기는 합니다만 유연탄보다 기술과 돈이 조금 필요합니다.”

신규조는 중경공단의 기술에 감탄한 얼굴로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병윤의 말에서 단어들을 집어 수첩에 적었다. 병윤의 설명은 그 이후로 계속되었다.

철광석 품질을 고르는 방법, 코크스 품질을 고르는 방법, 전체적인 제련 과정의 설명, 그리고 온도와 압력에 따른 강철품질과 생산량, 강철의 강도를 증가시키는 기술, 고로 설치와 기외 기타 등등이 있었다.

병윤은 설명은 차근차근 행해진다. 아무래도 병윤이 대장간에서 금속들을 주로 다뤄봤기에 병윤의 제련산업에 대한 설명은 어느 대학 교수 이상이었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어느 대학생이 된 것처럼 열심히 강의를 받아 적고 있었다.

병윤의 설명은 제련산업 외에도 정밀기계, 공작기계, 태양광발전의 에너지산업, 화학산업 그 외 기간산업의 설명이 줄줄이 이어졌다. 결국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머리는 용량을 초과하게 되었고, 김이 올라왔다.

조선인 기산산업 참여자들은 임시정부에게 듣기로는 나라의 독립이후 공업화를 추진하기 위한 산업들이라고 나라의 대들보라고 했는데, 그 말이 정말 맞았다. 다만 너무 복잡하다는 것이 문제라면 문제였다.

그 후 병윤의 강의는 끝이 났고, 이윽고 병윤과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견학하러 회의실에서 나갔다.

-위이이이잉!-

비료공장 안의 거대한 기계들은 쉴 세 없이 돌아간다. 열기와 김이 치솟고, 포대에 냄새나는 검은 물질들이 기계팔로 인해서 담겨진다. 그리고 그 포대들은 차곡차곡 컨테이너 벨트 위로 돌아간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견학과정을 직접 눈으로 보게 되자 장관을 보는 것처럼 놀라웠다. 그 옆에 병윤과 이 공장의 사장이 그들을 보고 키득키득 웃었다. 공장 사장이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한 명을 붙잡고 질문했다.

“소감은 어떠십니까?”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장관입니다. 인간이 저런 거대한 기계를 설계 제작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입니까?”

“이 곳 중경공단이 만들어지고, 비료공장을 설립하게 되었을 때, 저기 계시는 회장님과 중국 연구 기술원 부총괄장님께서 기계를 직접 설계하고 제작했습니다. 저는 그냥 저 기계를 돌리는 역할 뿐입니다.”

그 말에 질문을 받은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는 놀란 얼굴로 병윤을 쳐다본다. 병윤은 그 시선에 만족스런 표정을 짓는다. 그 때 신규조가 병윤에게 물었다.

“도대체 얼마만큼 생산하기에 기계가 이렇게 거대합니까?”

병윤은 어깨를 으쓱거리며 가볍게 대답한다.

“중국 전토를 거래하니까 그 정도는 되어야 되겠죠.”

신규조는 턱이 빠진다. 중국 전토의 거래, 상상할 수 없을만큼의 거래량이었다. 그런 거대한 시장을 가진 규모의 산업이 중경공단의 하나의 요소라니, 신규조는 병윤을 재평가해야 했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기계 돌아가는 모습과 소리를 머릿속에 각인시키고, 이 공장의 사장에게 연신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그 대답에 대해선 병윤과 별로 차이가 없었다.

그 외에도 기간산업의 견학은 차례대로 이뤄졌다. 입을 쩍 벌어지게 만드는 거대한 기기, 그 기기를 설계 제작했단 병윤의 끝을 알 수 없는 능력, 상상을 초월하는 거래의 규모는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에게 복잡한 기분을 줬다.

그래도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꼭 참여를 했어야하는 일로 기억했다. 언젠가 직접 운영하는 날이 오고, 또 독립한 조선에서 사업하는 자신을 상상하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작가에게 댓글은 희망입니다. 옛날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조국 광복을 기원하듯 저는 댓글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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