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99 / 0633 ----------------------------------------------
[1부] 흩어진 가족들
한창 병윤이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에게 기간산업의 운영에 대해서 설명, 견학시키고 있을 이 시간에 총통관저 안 총통실에는 긴장감이 나돌았다. 장개석은 굳은 얼굴로 자료들을 살펴본다. 장개석 앞에 있는 인원들은 하나같이 얼굴이 마치 형을 기다리는 죄수들처럼 되어 있었다.
-뿌드득-
장개석은 자료를 다 본 후, 화가 너무 났는지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뽑아서 저 앞에 있는 놈들을 쏘고 싶었다. 하지만 장개석은 총통, 중국의 만인지상에 올라온 자로 그는 한 숨을 내비치며 침착과 냉정을 되찾는다. 하지만 그렇다하더라도 분노를 버리지는 못했다.
“좋아. 설명해 줄 수 있겠나?”
장개석이 말하는 말투는 마치 사형집행인이 사형수에게 유언을 말하라는 것처럼 장개석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의 귀에 듣기로는 혼백이 나가는 듯 했다. 장개석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이 우물쭈물 하면서 침묵하자 장개석은 꾹 참고 다시 한 번 말했다.
“설명해 줄 수 있겠냐는 말이야.”
“......”
침묵을 끝까지 지키는 사람들의 모습에 장개석은 결국 분노가 폭발한다.
-콰앙!-
장개석은 앞의 탁자를 부서지듯 세게 치고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친다.
“말이라도 하시지? 왜 설명을 못하지?”
그 말에 앞에 있는 사람들은 마지못해서 개미만한 목소리로 변명한다.
“저... 그게...”
“저 그게 뭐? 자세하게 설명해봐. 안 들려.”
장개석의 분노가 담긴 눈빛에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움츠려들었다. 장개석은 그들의 모습에 더욱 짜증이 났다. 장개석은 뒤에 있는 호위병사들에게 눈짓을 하면서 말한다.
“이 새끼들 군수비리로 처형시켜.”
“예. 총통각하!”
호위병사들은 얼른 몸을 움직여 장개석 앞에 있는 사람들을 포박하려고 했다. 그러던 찰나에 그들 중 누군가가 크게 외친다.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십시오. 총통 각하!”
하지만 장개석의 한쪽 눈이 올라가면서 오히려 그 인원에게 되묻는다.
“용서? 지금 용서라고 했나?”
장개석에게 소리친 인원은 그 말투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하지만 입은 몸과 상관없이 살기위해서 놀린다.
“전 얼마 먹지도 않았습니다. 전부다 헤쳐먹지 않습니까? 전 그들에 비해 깨끗하다고 자부할 수 있습니다.”
장개석은 그 말에 으르렁거리며 말한다.
“얼마 먹지도 못했다고? 깨끗하다고 자부해? 지금 네 녀석이 한 소리야 지금? 이 구족멸살시킬 자식들이 뭐? 깨끗하다고? 지금 이 자료에 확실히 나와 있는데 깨끗하다고? 이 미친 자식들이 누구를 희롱하는 거냐? 내가 헤쳐먹는 것을 봐주니까 정도를 모르네.”
그 말에 장개석 앞에 있는 사람들은 사색이 되었다. 분노가 담긴 장개석의 말은 계속되었다.
“이 자식들! 남경에 있는 국민들에게 배분될 물품들 90%를 빼돌리고 팔아넘기고는? 뭐? 깨끗해? 이 씨발 내가 빙다리 핫바지로 보이냐? 이 자식들아! 그래 사회에 헤쳐 먹으라는 분위기가 있는 건 사실이다. 그런데 네놈들은 도가 지나쳤어. 이 개자식들아! 국민들에게 돌아갈 것을 삥땅치고는 남경 재건을 하건 말건 지배만 부르면 장땡이다. 이거지?”
그 말에 앞에 서 있는 사람들 중 누군가가 발악하며 장개석에게 외친다.
“말도 안 됩니다! 중국의 4대 일가는 전부 다 헤쳐 먹는데. 우리는 왜 안 됩니까? 군대 내부에서 쌀, 무기 빼돌려서 팔아넘기는 것 다 알고 있는데. 왜 우리는 안 됩니까? 그리고 10%만 배분해도 충분한 일 가지고 너무 뭐라 하시는 것 아닙니까?”
장개석 총통은 그 말에 결국 얼굴이 굳어졌다. 장개석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은 발악한 인원에 대해 경악한 표정을 지었고, 그 사람들을 포박하려는 호위병사들도 표정은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발악한 인원은 아직도 억울한지 할 말 안 할 말 다 한다.
“솔직하게 공씨 일가는 재정이 없다고 돈을 막 부풀리면서 부분을 먹고, 송씨 일가는 미국에서 오는 원조물자들을 빼돌리지 않습니까? 진씨 일가는 말 할 필요도 없는 조폭들이고, 그리고 또...”
“그리고 또? 뭐? 난 중국 전체를 빼돌려 먹는 개새끼라고?”
장개석은 발악한 인원의 말을 대신 대답해준다. 하지만 발악하는 인원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중경공단을 세운 두 아이가 없었다면 이미 전쟁은 끝났습니다. 그들을 앞세우면서 부패를 가릴 생각은 마십시오. 국민들에게 달콤한 집, 달콤한 음식, 달콤한 생활들 모두 길병윤, 송감연이 책임지지 않습니까? 총통은 두 아이덕분에 중국을 재건하는 업적을 거저 얻는 것입니다. 두 아이가 없었다면 총통은 패하고 일제에게 목이 잘릴 것입니다.”
장개석의 얼굴은 더욱 굳어졌고, 화를 참기 힘든 나머지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순간적으로 뽑아 발악한 인원에게 발사한다.
-탕!-
발악한 인원은 총알이 이마에 맞았는지 억울하다는 표정과 함께 이마에 피가 새어 나왔다. 장개석은 쓰러지는 인원을 보고 욕을 한다.
“왕빠단! 이것으로 유언은 됐겠지. 뭐해? 저 녀석들도 포박해. 공개처형한다.”
“예 총통 각하!”
호위병사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급히 장개석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포박하고 방문 밖으로 끌어낸다.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는 장개석은 그들을 바라보면서 연신 왕빠단! 왕빠단! 외친다.
견학을 끝낸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임시정부로 돌아가는 차를 탔지만 차 안에서 서로 대화는 없었다. 친하지 않아 어색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오늘 있었던 일에 대해서 충격이 너무 컸던 모양이었다.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을 태운 차량들은 곧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에 도착한다. 그들이 차에 내리자 그들을 맞이하러 오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바로 임시정부의 각료들이었다.
주석 김구가 그들을 바라보고는 말한다.
“어떤가? 참여소감은?”
그 말에 유난히 병윤에게 질문을 많이 했던 김추용이 얼빠진 얼굴로 대답한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모르겠습니다.”
“모르겠다니? 그게 무슨 말인가?”
“비유를 하자면 나는 걷고 있는데 상대는 비행기를 타고 경주하는 기분입니다. 조선이 독립 후 기간산업을 창설하였을 때, 중경공단만큼의 규모는 불가능합니다.”
“...... 그 것까지는 바라지 않아.”
“휴우. 모르겠습니다. 아마 수십 년을 걸쳐야 저 정도 수준에 도달할까 말까입니다. 조선에 기간산업을 육성하고 싶다면 우리들 힘으로는 수십 년은 걸린다고 보면 됩니다.”
김구는 그 말에 조금 얼굴이 굳어진다.
“왜 그렇게 생각을 하는 거지?”
“기간산업, 기간산업 하는데, 거기에 필요한 기술기반들과 기계들은 어떻게 만들어야 할지 감도 안 잡힙니다. 차라리 기술들과 설비를 외국에서 수입하는 것이 지름길이겠습니다.”
“......”
김구는 김추용의 말을 들으면서 얼굴이 차츰 굳어진다. 중경공단이 그 정도였나? 김구는 그런 의문이 들었고, 김추용을 뺀 나머지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얼굴을 관찰했다. 하지만 그들 역시 김추용과 같은 감정인 것 같았다. 김구는 한 가지 물었다.
“만약에 말이야. 우리가 길병윤, 송감연 두 아이를 빼낸다면 어떻게 될까?”
김추용은 그 말에 김구를 바라보며 눈이 커지면서 경악한다.
“...... 그 둘을 영입할 수 있다면 제가 한 말을 잊어주십시오.”
“그건 왜지?”
“만약 둘을 거두고 조선에서 공업을 육성한다고 하면 수 년 내에 일제는 물론 저 구라파를 따라 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수 십 년을 지원한다면 미국, 소련도 넘볼 수 있겠죠.”
“...... 그 말을 들으니 확신이 가는군.”
“그 둘을 빼올 방책이라도 있습니까? 제가 만약 장개석이라면 전 목숨을 걸고 두 아이를 못 빼내오도록 막겠습니다. 그 둘의 가치는 그 정도입니다.”
“후후후. 그래?”
김구의 얼굴은 마치 보물을 발견한 탐욕과 광기가 가득한 눈빛이었다. 김추용은 그 눈빛을 보자마자 몸을 움찔 거렸다.
“제가 할 말은 그 정도입니다. 운영법에 대해선 걱정하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중경공단 회장이 조선인이라서 그런지 철저하게 배려하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네. 오늘 하루 수고했네. 그럼.”
김구는 김추용에게서 시선을 돌리고 다음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에게 시선을 돌린다. 그렇게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환영식은 끝이 났다.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의 각료들과 조선인 기간산업 참여자들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주석 김구는 비밀의 방에서 기다리고 있는 이 2명을 만난다. 그들은 양인이었으며 중년 남성이었다. 하지만 한 명은 양복을 차려 입었고, 한 명은 군복을 정갈하게 차려 입었다. 김구는 그 2명을 보고 인사를 하고 말한다.
“기간산업 참여자들의 환영식 때문에 조금 늦었소. 그 것에 대해서 양해를 해주셨으면 좋겠소.”
그 인사에 양복을 입은 백인중년남성이 웃으면서 반응한다.
“그 쪽의 중요한 일인데 당연한 말씀 아니겠습니까?”
“그렇게 여겨주시니 감사하오. 헐리 대사. 그럼 우남이 보낸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야기를 들어보겠소.”
둘의 정체 중 양복을 입은 한 명은 주중미국대사인 헐리 J.패트릭 대사였다. 헐리 대사는 웃으면서 김구에게 말한다.
“우리 미국의 입장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제 태평양전쟁은 일제의 패배로 돌아가게 될 것이라고 잘 알고 있습니다. 맞습니까?”
“그야 당연한 말씀 아니겠소?”
“일제가 패망한다면 한반도의 문제는 어떻게 처리하느냐가 문제인데...”
“그거야 문제될 것 없지 않소? 임시정부에게 그대로 넘겨주면 될 것 아니오?”
헐리 대사는 그 말에 조금 비웃는듯한 표정을 짓고는 김구에게 말한다.
“프린스 리에게 들었지만 참으로 순진무구합니다.”
“...... 그 의도는 무엇이오? 우남에게 소식을 들었을 때는 그 쪽에서 임시정부를 용인하다고 하였는데.”
“물론 용인은 합니다. 하지만.”
“하지만?”
“전쟁에서 우리 미국도 이익을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얼굴이 험상궂게 변하면서 헐리 대사를 째려본다. 하지만 헐리 대사는 외교 쪽에서 닳고 닳은 경력의 소유자 얼굴을 뻔뻔하게 내민다.
“한반도에서 당신들의 이익이 무엇이 있소? 식민지로 삼을 것이오? 당신들이 밀약으로 일제에게 팔아넘긴 한반도에서 이미 수탈은 다 이뤄졌소.”
헐리 대사는 밀약이라는 말에 얼굴이 조금 굳었지만 이내 정상으로 회복한다.
“그 점에 대해선 제 개인적으로 사과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한반도가 다 수탈당했다고 식민지로서 이득이 없는 것은 당신 말대로 사실입니다.”
“그러면 뭐가 한반도에서 얻을 이득이오?”
“하하하. 진정하십시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한반도 문제는 우리 미국에게 있어서 골칫거리나 마찬가지입니다.”
“골칫거리? 아까는 이득을 챙긴다고 하더니 골칫거리라니? 그게 무슨.”
“냉정하게 생각해보십시오. 일제가 물러나면 동아시아는 누구의 손에 재편될 것 같습니까?”
“그거야 당연히 중국이지 않소? 그런데 그게 한반도랑 무슨 상관이오?”
“상관은 있지요. 만약 코리아가 독립하게 된다면 당신들의 입장은 어떻게 될 것 같소? 우리가 보기에는 당신들은 중국의 부하1,2,3 이렇게 보고 있습니다.”
“......”
김구는 그 대답에 할 말을 잃었다. 헐리 대사의 말은 냉정하게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궁금하기는 했다.
‘왜 아까 처음에 이득이라고 했지? 설마...’
헐리 대사는 김구의 얼굴 표정을 보고 싱긋 웃는다.
“알아차린 것 같군요.”
“우리 한반도를 미국의 전진기지로 세울 전략이오? 그 것도 중국을 견제할?”
“그 정도의 이익이 없다면 우리로서는 한반도에 눈길도 돌리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번 제안을 하는 이유는 미국에 있는 프린스 리와 또 조선인 군의관들 덕분이라는 것 잊지 마셨으면 합니다.”
“으음...”
우남 이승만이야 미국에서 세력을 구축하고 있으니 당연하게 넘어갈 일이지만 조선인 군의관들이라니? 김구는 곧 누군가를 떠올렸다.
“길병재와 그의 동료들...”
“특히 미스터 길 덕분에 우리 대통령 각하께서 한반도 문제에 긍정적으로 관심을 표했습니다.”
“끄으응. 좋소. 그럼 미국 측이 요구하는 바는 무엇이오?”
“요구사항은 간단합니다. 한반도에 친미적인 정부를 세웠으면 합니다.”
“친미적이라. 속국으로 삼겠다는 말이오?”
“속국은 조금 표현이 그렇군요. 속국이라는 말보다는 우리 미국에 대해 특혜를 주었으면 합니다.”
“자세한 건 그렇다 치더라도 우리 측의 요구를 조금 들어주셨으면 하오.”
“말씀해보십시오.”
“첫째, 우리 임시정부를 확실히 한반도의 정통 정부로 인정할 것.”
헐리 대사는 문제가 없었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둘째, 우리 정부가 조직한 광복군에 대해 인정할 것.”
그 말에 헐리 대사는 조금 얼굴이 굳어지지만 이내 납득한 표정이었다.
“셋째, 한반도 독립당시 임시정부 각료 그대로 유지하면서 정통정부로 이양할 것.”
그 말에 헐리 대사는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그건 말도 안 됩니다. 첫째, 둘째는 그렇다 치더라고 셋째는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
“...... 휴우. 좋소. 셋째는 타협하도록 하겠소. 그럼 넷째는 한반도가 독립한다면 자력갱생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원조를 다해주시오.”
“으음. 그 점은 우리 정부의 사정을 보면서 결정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섯째는 우리가 제시하는 악질 친일파를 제거하는데 모든 협력과 노력을 다해줄 것이오.”
“으음. 그 문제는 우리정부 측에 문의해보겠습니다.”
“그 외의 사항들은 우리가 따로 회의하면서 결정하겠소. 우선 셋째를 제외한 나머지 요구사항은 필히 들어줘야 할 것이오.”
“첫째, 둘째는 반드시 그러하겠습니다. 하지만 넷째와 다섯째는 문의를 해보고 결정하겠습니다. 그럼 우리측의 요구사항은 한반도에 미군정을 세울 것입니다.”
김구는 미군정이라는 단어에 조금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김구는 이 말을 하는 헐리 대사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그의 속내를 탐색하고자 했다.
============================ 작품 후기 ============================
중국 몰락의 징후와 미국의 한반도에 대한 입장을 조금 밝혔습니다. 아무래도 미군정은 한반도에 세워질 것 같습니다.
작가에게 댓글은 힘이자 용기입니다. 우리 모두 용기를 작가에게 선사해주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