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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임시정부 청사 비밀의 방, 그 곳 안에는 김구, 그리고 헐리 대사, 나머지 한 명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김구가 굳은 얼굴로 헐리 대사를 쳐다보며 말한다.
“미군정이라. 정말 미국의 뜻이 그러하오?”
헐리 대사는 조금 분노가 느껴지는 김구의 말투에도 불구하고 침착하고 냉정하기 그지없는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잘 생각해보십시오. 일제라는 강압적인 지배자가 전쟁에서 패해 물러나고, 그 뒤의 한반도는 정말로 안정되고 온 힘을 다해 재건에 매진될 까요?”
김구는 헐리 대사의 말에 꿀먹은 벙어리가 되면서 할 말을 잊는다.
“......”
헐리 대사는 김구의 얼굴을 보고 만족한 미소를 지으며 할 말을 계속한다.
“제가 예상하기로는 아마 억눌려있던 말들이 활화산처럼 퍼엉 하고 터질 것 같습니다. 또 제가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독립된 한반도 내부에서는 공산주의냐 자본주의냐 이념으로 인한 혼란이 예상됩니다.”
“으으음.”
임시정부 안의 파벌싸움을 알고 있는 김구는 헐리 대사의 말에 이해가 가는지 침음성을 흘린다.
“미군정이 그에 대해 해답은 아닐지언정 어느 정도 혼란을 가라앉히게 해주겠죠. 물론 그 미군정도 영원하게 가지는 않습니다만.”
그 말에 김구는 눈빛을 반짝이고 헐리 대사에게 묻는다.
“몇 년을 예상하고 있소?”
“미군정의 통치기간을 말씀입니까?”
“그렇소.”
“최소 3년. 3년은 있어야 아마 당신들의 임시정부가 순조롭게 세워질 환경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3년이라. 정말 요구는 그 것 대로이오?”
“우리 미국의 입장을 이야기해드리자면 한반도는 계륵입니다.”
“계륵. 버리자니 아깝고 차지하자니 손해가 가는 그런 상황 말이오?”
“정확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왜 계륵이라고 생각하시오?”
“우리 미국정부 측에서는 한반도의 지리적 이점에 대해서 많이들 생각하고 있습니다. 일본, 중국, 소련 국경에 한 가운데에 놓인 반도. 어느 쪽이든 우리 미국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죠.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피폐한 한반도 주민들을 책임지기는 싫습니다. 우리들의 물자들과 돈을 될지 안 될지 모르는 곳에 쏟기는 싫습니다. 아마 우리 미국정부 의회에서 난리가 나겠죠. 왜 쓸데없는 곳에 돈을 쓰냐고.”
“......”
김구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미국 정부의 속내를 탐색한 것 같았다. 미국 정부 입장에서는 정말 계륵과도 같았다. 하지만 그건 그 쪽의 입장, 한반도의 정통정부로 거듭 나야 되는 김구의 입장에서는 그런 사정따위는 아무래도 좋았다. 김구는 얼굴을 바꾸고 헐리 대사에게 말한다.
“귀측의 입장은 잘 알았소. 아마 미군정 3년을 제시한 이유도 그 기간 동안만 책임지고 우리보고 책임지라는 뜻 아니겠소?”
“정치적 책임은 그 정도로 할 것입니다. 하지만 경제적 지원은 우리 미국 정부의 상황을 봐서 계속될지 끊어질지는 아무도 모르죠.”
“으음. 잘 알겠소. 그럼 이제 3번째 안건에 대해서 타협해보겠소. 어떻소?”
헐리 대사는 그 말에 싱긋 웃는다.
“좋습니다. 오래시간을 끄는 것 보다는 이 자리에서 해결되는 것이 낫겠지요.”
김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헐리 대사에게 설명하기 시작한다.
“우리가 왜 3번째 조건을 걸었냐면 우리 민족에게 익숙한 정부형태가 이 정도이니 그런 것이오?”
그 말에 헐리 대사는 피식 웃으며 반문한다.
“과연 한반도 내부에 있는 사람들은 귀측의 정부를 정통성이 있다고 믿겠습니까?”
“한반도 내부에서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오. 조선의 독립을 이만큼 준비하고 건국에 이만큼 준비한 세력이 없다는 것을 말이오.”
“흐음. 그렇군요. 귀측의 정부가 그만큼 준비했다는 것에 이해는 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당신들이 임시정부의 각료 그대로 이전한다는 방침은 동의할 수 없습니다.”
“그건 왜 그렇소?”
“한반도 내부의 사람들의 의견을 들어봐야 되지 않겠습니까? 만약 귀측의 정부 각료들이 그대로 이전하는 것에 대해 한반도 내부의 사람들이 인정한다면 우리 미국 측에서 인정하겠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잠시 생각했다. 그리고 헐리 대사가 말한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생각하다 한 가지 생각이 번쩍 들었고, 그 생각을 말한다.
“선거를 통해 정통성과 정당성을 확보하라 이 말씀이오?”
헐리 대사는 정답을 맞춘 학생을 대하는 선생님처럼 미소를 짓고는 박수를 짝짝 친다. 그리고 헐리 대사는 얼굴을 바로하고 말한다.
“예. 우리 미국 측의 입장은 그러합니다.”
“......”
김구는 헐리 대사의 말에 잠시 고민했다. 선거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이 무엇일까? 김구는 곧 한 가지 결론에 도달한다.
“내 묻겠소. 미국 측이 정식적으로 우리 임시정부를 한반도의 정통정부라고 인정하는 것이오?”
“그건 당연합니다.”
“그럼 미국 정부에서는 선거 운동 중 누구를 후원할 것이오?”
“......”
헐리 대사는 김구의 말에 속이 조금 찔렀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안색을 회복하고는 헐리 대사는 김구를 쳐다보며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대답한다.
“우리 미국에 협조하는 사람들을 후원해야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3번째 조건에 대해서 제동을 걸었군. 알겠소. 그럼 미국 정부가 후원하는 인물이 정확히 프린스 리와 그를 따르는 세력이 아니오?”
“정확합니다. 우리 미국 정부의 의견에 동감하는 이는 그들밖에 없습니다. 당신들과는 조금 안타깝다고 생각하지만.”
“그 점에 대해서 타협을 조금 하겠소. 그럼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정통정부로 이전되었을 때, 우리 측 인물과 귀측이 후원하는 인물들을 조율하겠소.”
헐리 대사는 이 말에 본론이라는 생각에 얼굴을 바로하고는 진지한 얼굴을 짓는다.
1시간의 토론을 거쳐 결국 3번째 안건에 대해 타협할 수 있었다. 미국 측이 후원하는 인물 반과 임시정부 측이 후원하는 인물 반을 선정할 수 있었다. 김구는 이 인원들을 보고 이해한다는 심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비어있는 인물들은 미군정 측에서 선정하는 것이오?”
헐리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 미군정 측에서도 덕을 조금 봐야하지 않겠습니까? 이 자리들은 한반도 내부의 사람들의 몫으로 남겨둡시다.”
“으으음. 5번째 조건에 부합되는 인물이 올라가서는 안 되오.”
“그건 제 입으로 장담할 수 없지만 제 추측으로는 아마 귀측의 의견대로 될 것 같소. 친일파는 친미파로 변할 수 있는 존재들, 하지만 무작정 끌어안다가 독이 되는 그런 존재들입니다. 아마 당신들이 내준 목록들을 따르면 적어도 그 독들을 가려낼 수 있겠죠.”
“하아. 그 말을 들으니 조금 안심이 되오. 그런데 그 옆에 있는 군인은 미군정의 총책임자로 선발된 인물이오?”
헐리 대사는 그 말에 싱긋 웃으며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이미 구면인데 서로 소개를 할 필요는 없겠지요.”
헐리 대사의 말에 옆에 있던 군인이 일어나서 김구에게 악수를 청한다.
“잘 부탁합니다.”
김구는 이미 군인의 얼굴을 알고 있다는 눈초리를 하며 그 군인을 반가워하는 기색이었다.
“장개석의 새로운 고문관인 앨버트 코디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아니오? 반갑소. 그대라면 우리 한국에 대해서 잘 알고 있으니 적합한 인물이군.”
헐리 대사는 그 둘의 모습에 후후후 웃고는 말한다.
“그나마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아시아 문화에 정통한지라 우리 미국 측도 선정한 상태입니다. 아마 변수가 없다면 미군정의 총책임자는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합니다.”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얼굴에 김구는 기쁜 듯 화답한다.
“우리 정부 측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원을 말씀해보시오. 내 아끼지 않고 돕겠소.”
“말씀만으로 감사합니다.”
그렇게 웨드마이어 고문관을 맞이한 김구는 돌연 시선을 헐리 대사에게 향한다. 헐리 대사는 갑작스런 김구의 시선에 조금 당황하다가 이내 냉정과 침착을 되찾는다. 김구는 흠흠거리며 그를 보고 말한다.
“이건 임시정부 측의 의견이 아니라 내 개인적인 의견인데 들어보시겠소?”
헐리 대사는 난데없는 김구의 사견에 무슨 소리냐? 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이내 궁금증이 돈 헐리 대사는 김구의 말을 들으려고 한다.
“말씀해보십시오. 개인적인 의견이 조금 궁금하군요.”
김구는 헐리 대사의 반응에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중국정부에 협조하고 있는 두 사람을 빼왔으면 하오.”
김구가 말하는 두 사람, 헐리 대사도 잘 알고 있었다. 헐리 대사는 조금 의외와 당연하다는 감정이 뒤섞인 복잡한 눈빛으로 김구를 쳐다본다.
“...... 역시 당신도 생각하고 있었습니까?”
“미국 정부 측에서는 손해는 아닐 것 같소만?”
헐리 대사는 그 말에 눈빛을 반짝이며 싱긋 웃고는 김구의 시선을 바라본다.
“손해는 아닙니다. 오히려 당신의 말을 적극적으로 듣고 싶군요. 혹시 두 사람을 빼올 좋은 방도라도 있습니까?”
김구는 헐리 대사가 자신의 말에 동의하자 싱긋 웃으며 한 가지 말한다.
“그 방법을 위해 미국 측의 힘이 필요해서 말이오.”
“으음. 어떤 방법이기에 우리 미국 정부의 힘이 필요한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두 사람을 빼오는 대신 뭐로 중국정부에게 넘겨줘야 하는지 계산이 안 되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중국정부측이 두 사람에 대하는 가치는 중합니다. 알고 계십니까?”
“그런 가치를 지닌 인재이니만큼 빼오고 싶지 않소?”
“......”
헐리 대사는 조금 고민한다. 두 사람을 빼오는 데는 이견이 없다. 그러면 어떤 방식으로 빼와야 하는가? 김구는 그의 얼굴을 보고 한 가지 정보를 말한다.
“송자문. 송자문을 어떻게 이용하면 될 것 같지 않소?”
“송자문이라. 우리 미국 정부가 원조하고 있는 물자들을 빼돌리고 있는 세력의 주범 아닙니까? 좋은 말을 확인한 것 같습니다.”
“물론 송자문으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 않겠소? 어느 정도 양념을 쳐야하오.”
“양념이라. 그 것도 맞는 말입니다. 지금은 전쟁 통이라서 그런지 두 사람에 대해 불만은 있을지언정 별말은 안 하는 분위기더군요. 지금은 안 통하는 거 아십니까?”
“물론 그 때까지 준비를 해둬야 하지 않겠소? 장개석이 마지못해 두 사람을 내치는 그런 상황으로 몰고 갑시다.”
“흐음. 중국인들의 특유의 중화사상을 건드리는 방법도 있기는 한데.”
김구는 헐리 대사의 말에 눈빛을 반짝였다.
“좋은 방법인 것 같소. 그럼 때를 맞춰서 불만을 야기하는 방법이 어떻겠소? 조선인들을 내쫓아라. 저 두 조선인이 모든 것을 차지한다. 이런 구문 말이오.”
헐리 대사는 김구의 말에 싱긋 웃는다.
“꽤나 당신도 무서운 사람이군요. 좋습니다. 이 방법은 언제 시행하면 좋겠소? 제가 예측하기에는 내년 6월쯤에 전쟁이 끝날 것 같은데.”
“그 때 가서 방법을 시행하겠소.”
“후후. 좋은 말씀 많이 나눠서 기쁘군요.”
“우리 임시정부 측도 많은 득을 얻은 것 같소.”
비밀의 방에서의 회담은 끝이 났다. 방 안 세 명 다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임시정부 청사를 나가 미국 대사관으로 갈 차에 헐리 대사와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탑승했다. 운전기사는 뒷좌석에 앉은 사람들의 얼굴을 보고 자동적으로 차의 시동을 걸었고 엑셀을 밟았다.
-부아아앙-
차가 흔들리는 와중에 헐리 대사와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옆의 창문을 통해 중경의 풍경을 바라본다. 중경은 많이 발전한 것 같았다. 집집마다 옥상에 설치된 가정용 태양광 발전기가 전기를 공급해주고 있으며 거리의 사람들의 얼굴에는 조금씩 만족감이 들어난다.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그 풍경을 바라보다가 옆으로 고개를 돌려 헐리 대사에게 시선을 두며 한 가지 묻는다.
“저 대사님. 임시정부 측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습니까?”
헐리 대사는 피식 웃는다.
“분수도 모르고 탐욕에 날뛰는 병신들? 아마 그 정도가 적당한 것 같군요.”
“......”
“그래도 어느 정도 알아먹었으니 다행이겠지요. 그리고 김구의 개인적인 의견에 대해서는 솔직히 저로선 만족했습니다.”
“으음. 두 아이를 빼내는데 성공하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그거야 두 아이의 선택에 달려있겠지요.”
“선택이라? 정말 대사님은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헐리 대사는 그 말에 하하 웃고는 대답한다.
“비유를 한 가지 하겠습니다. 두 갈림길이 있다고 가정합시다. 두 아이에게 두 갈림길에게 선택하라고 말하죠. 사실 두 갈림길 끝에는 우리에게 모두 금이 되는 길입니다. 당신은 두 아이에게 어떤 선택을 요구할 것입니까?”
“두 결과 모두 같지 않습니까?”
“예. 그렇죠. 두 결과 모두 같습니다. 그런데 우리가 힘들게 선택을 하라고 강요합니까? 중국 측에서 두 아이를 빼오면 어느 길로 가든 우리 미국정부는 이득이 됩니다.”
“...... 대사님의 생각을 잘 모르겠습니다. 대도록이면 미국 측으로 빼오는 것이 낫지 않겠습니까? 그들의 선택이라면 아마 독립된 코리아를 선택할 것이 분명할텐데.”
“그래서 말하지 않았습니까? 어느 쪽이든 이득이라고 말이죠. 과연 두 아이가 코리아 측에서 활약한다면 우리 미국정부에서 어떤 이득을 취할 수 있을까요?”
“아까 친미적인 정부를 구성하겠다는 이유가 이것 때문입니까?”
“사람이라는 동물은 말이죠. 선택을 주어야 고민하고 생각하는 존재입니다. 어떤 선택을 강요하면 따르는 이가 있고, 죽어도 안하겠다는 이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 선택들을 조작할 수 있다면?”
웨더마이어 고문관은 그 말에 등이 소름이 끼친다.
“대사님은 무서운 분이군요.”
“이 정도는 되어야 대사직을 할 수 있습니다.”
“끄응. 아마 전 죽어도 군인의 길을 택할 것 같군요.”
“후후후. 각자 개인마다 할 수 있는 재능은 다 다른 법입니다.”
그 말을 끝으로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더 이상 헐리 대사에게 묻지 않았다. 두 사람을 태운 차는 중경 대로를 힘차게 나아간다.
============================ 작품 후기 ============================
한반도의 분단 건에 대해서 제가 코멘트로 설명했습니다. 분단은 가슴이 아프지만 됩니다. 사실 한국전쟁도 일어납니다.
드디어 100화입니다. 아흐흑. 내가 100화를 써내려가다니. 이제 제가 구상하는 이야기의 1/10에 도달했습니다. 축하기념으로 저에게 댓글을 던져주세요. 우와아아아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