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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101화 (10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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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1월 4일, 광복군 제 1사단 작전회의실에는 분위기가 감돌았다. 회의실 안에는 사단장, 참모들뿐만 아니라 연대장, 대대장까지 참여하고 있었다. 사단장 김홍일은 상석에서 양옆 의자에 앉아있는 바라본다.

“모두들 모인 것 같군. 이 회의를 연 이유를 알고 있는 인원도 있을 것이고, 모르는 인원도 있을 것이야. 확실한 것은 우리 광복군이 활약할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것이 중요하지.”

김홍일의 말에 양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 조금 들뜬 감이 없지 않아 있었다. 그 때, 광복군 제 3연대장에 부임한 김학규가 눈을 반짝이며 말한다.

“그렇다는 말씀은 1월 초에 있을 화북공략에 우리 사단도 투입된다는 이야기입니까?”

김홍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한다.

“그렇지. 누구 덕분에 화력도 보급도 잘 되어있으니 중국군 상부 측에서 안 쓸 수가 없겠지.”

누구 덕분이라고 강조하는 김홍일의 말에 회의실에 앉아있는 모든 이의 시선이 한 곳으로 쏠린다. 바로 신병교육대대의 대대장인 길병주였다. 병주는 시선들의 쏠림에도 얼굴표정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한다.

“제 덕분이 아니라 제 동생 녀석 덕분입니다.”

김홍일은 피식하고 웃으며 말한다.

“이거나 그거나. 뭐 어쨌든 여기 있는 신병교육대대장이 꽤 역할을 잘 해준 것 같아서 기쁘군. 보급, 주둔지, 모든 것은 둘째 치고 항병들을 받아들여 훈련을 제대로 시킨 것과 더불어 사기도 왕성하게 하고, 한글 교육도 잘 해준 것에 대해서 말들이 많아.”

“제 일입니다. 전 최선을 다했을 뿐입니다.”

김홍일은 그 말에 조금 민망한 표정을 짓고 흠흠 거리며 헛기침을 한다.

“흠흠. 자네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잘 알겠네. 그럼 우선 우리 사단이 어디로 진군, 탈환하는지 목표부터 말해주어야 되겠군. 우선 내가 신유철 군단장에게 듣기로는 신유철 군단은 아마 산서성 서쪽을 공략하게 될 거야.”

그 말에 이미 예상은 했는지 회의실 안에 앉아있는 사람들의 수군거림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 그 때 누군가 김홍일에게 물어본다.

“산서성 서쪽이라면 철도를 따라서 공격합니까?”

김홍일이 질문하는 이를 살펴보니, 병주가 질문한 것이다. 김홍일은 그를 바라보며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에 대해 말한다.

“내가 알기로는 철도든 지형지물이든 큰 상관은 없네. 왜 그러는가?”

“철도라면 일본군이 주력으로 틀어막을 것이고, 그 외라면 보급 때문에 곤란을 겪을 것 같습니다.”

“이유는 뭐지?”

“산서성 서쪽에서 연결된 철도가 바로 낙양 시인데. 낙양에서 서쪽이라면 산맥으로 조금 가로막혀 있습니다.”

사실 산서성 서쪽은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교통이 큰 불편을 느꼈다. 김홍일 역시 사단장으로써 지형지물에 대한 것은 잘 파악하고 있었다.

“나도 그걸 잘 알지. 그래서 조금 고민 중이고. 그래 무슨 방법이라도 있나?”

“제가 권해드리고 싶은 말은 산맥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의견입니다.”

“...... 이유가 궁금하군.”

“일본군은 상당히 전력과 병력이 부족합니다. 그 이유에 대해선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병력의 부족은 넓은 중국 영토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합니다. 그런 가운데 일본군이 할 수 있는 최대의 선택은 어떤 것이 되겠습니까?”

“자네 말도 이유가 있군. 하지만 산맥에 대한 단점은 자네가 설명한 것 같은데 내 말이 틀리나?”

“물론.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말입니다.”

김홍일은 눈을 반짝이며 병주에게 설명을 더 요구한다.

“상식적이라? 그래. 맞는 말이야. 항상 전쟁은 상식을 파괴하는 일은 반복했지. 그 상식을 파괴하는 방법은 뭔가?”

“답은 간단합니다. 하늘입니다.”

“하늘? 아 공군 말이군.”

“예. 일본군은 아무래도 적은 병력을 방어하기 쉬운 자리에 배치할 거라고 예상됩니다. 이건 사단장님과 여기 계신 선배님들도 잘 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렇지. 그 보급이라는 것을 공군으로 대신하자는 말인가?”

“예. 육지로 옮기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공병들을 동원해서 산맥에 철도를 뚫으면 상관없겠지만 그건 시간 낭비, 돈 낭비가 되겠습니다.”

“......”

김홍일은 병주의 말에 합당성이 있는지 잠시 판단하고 있을 때, 제 3연대장인 김학규가 병주를 바라보며 한 가지 묻는다.

“솔직히 공군을 이용하여 보급을 해결하자는 자네의 생각은 좋네. 하지만 비행기를 이용하려면 거기에 필요한 면적 공간이 필요한데 마땅한 지리정보들이 있는가?”

그 말에 병주는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더니 탁자 위에 지도 하나를 펼친다. 의자에 앉아있는 인원들이 살펴보니 지도에는 산맥의 무수한 분지들이 있었다. 아직까지 공격하라는 명령은 없었지만 아마 이 지도가 있다면 비행기를 운용하는 것에 대해 그다지 어렵지 않을 정도로 유용한 정보였다.

김홍일은 지도를 차례차례 살피면서 수 백 개가 동그라미 처진 분지들을 살펴보면서 감탄한 얼굴을 짓는다. 그리고 병주와 지도를 번갈아 바라보면서 이내 미소를 짓는다. 언제 이런 지도들을 작성했는지 모르겠지만 김학규도 병주의 성의에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홍일은 병주를 바라보며 한 가지 묻는다.

“꽤나 놀랍게 해주는군. 이 정도면 산맥을 통한 공격도 가능은 하겠어. 그런데 어떻게 이 지도들을 작성하였는지 궁금하군.”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런 지도를 작성할 수 있는 이유를 설명한다.

“제가 신유철 군단장과 어느 정도 친분이 있었습니다. 그 때, 사단장님께 지리정보의 획득에 대해 보고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김홍일은 저번에 병주가 군단에 가면서 정보들을 획득한다는 보고를 올릴 때, 조금 황당한 표정을 지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신병교육대대장이면 항병들이나 훈련시키지 웬 정보획득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짜증을 낸 적이 있었다. 아무래도 이번 일을 위한 포석으로 준비해둔 것 같았다.

“그랬군. 이 걸 얻기 위해서 매번 자리를 떴군. 동시에 항병 훈련에 대한 것들도 수행하면서 준비를 해왔던 것인가?”

“물론 제 독단적인 판단과 행동으로 인해 사단에 손해를 끼친 점에 대해선 잘못을 빌고 싶습니다.”

그 말에 김홍일은 하하 웃으며 말한다.

“사단의 앞날을 위해서 이런 일을 하였는데 당연히 용서를 해주어야지. 대신 나갈 때는 어떤 일을 하고 나갈지에 대해서 정확한 보고를 하도록 해주었으면 하는군.”

병주는 죄송스런 표정을 짓고 고개를 숙이며 대답한다.

“예. 명심하겠습니다.”

김홍일은 병주에게 시선을 떼며 회의실 안에 있는 사람들을 돌아본다.

“어느 정도 정보를 획득했고, 신병교육대대장의 말에 이견 있는 사람 있는가?”

“......”

김홍일의 말에 회의실에 앉아있는 사람들은 조금 침묵한다. 김학규가 조용히 손을 들어 한 가지 묻는다.

“저 사단장님. 이 정보들의 신뢰성에 대해선 인정하겠습니다. 그런데 우리 사단을 지휘하는 군단본부 측에서 우리 사단을 위해 수송기를 따로 내어줄까 궁금합니다. 그 외에도 일본군이 산맥 쪽에 대해 감시를 소홀히 할 수 없다는 배경은 잘 알겠습니다. 하지만 대비책은 세우지 않았을까? 그에 대해 심려가 있습니다.”

김홍일은 김학규의 이견에 합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작전참모인 이준식이 김학규의 의견에 동의하면서 한 가지 말한다.

“수송기의 소음이 조금 큰 것도 있습니다. 일본군이 아무리 귀머거리라도 수송기의 소음을 듣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은 아닙니다. 또 문제는 과연 우리 사단이 산맥을 문제없이 넘을 수 있을까? 그게 문제입니다.”

사단장 김홍일은 김학규와 이준식의 말에 동감하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야. 산맥이라는 곳은 침투하기 상당히 어려운 곳이야. 적의 방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산맥을 넘기는 쉬운 일이 아니지. 신병교육대대장 자네가 제시한 분지의 지형들을 활용해 수송기들을 이용하는 것은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어. 하지만 적들이 이것을 방지하지 않았을까에 대해선 의문이 남네.”

“예.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작전참모님. 사단의 이동에 지장이 있을까 걱정이라고 하셨는데. 사단이 진군할만한 이동로는 있습니다. 보급로가 안 되서 문제일 뿐 이동로는 있습니다.”

김홍일은 궁금한 눈초리로 병주를 쳐다보며 말한다.

“궁금하군. 그 이동로가 어떤 곳인지.”

병주는 김홍일의 말에 책상 위에 놓아둔 지도들을 순서대로 조합하여 나열했다. 그러자 흩어진 지도들은 차츰 모여들어 하나의 지도를 완성했는데, 그 지도를 보고 김학규와 이준식은 하나의 의문이 풀린다. 이준식은 병주를 바라보며 말한다.

“지도상에 있었던 화살표들은 이런 역할이었군?”

병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준식의 질문에 답한다.

“예. 보급로는 안 되지만 병력 이동로는 되는 곳입니다.”

“그런가? 하기야 이동로에 병사들과 보병장비만 운영할 수 있겠군.”

“예. 차량과 포병 장비들은 아무래도 조금 그렇지 않겠습니까? 그런 것은 아마 수송기를 통해 운반하면 될 것 같습니다.”

김학규는 조금 병주의 말에 무언가 걸리는 것이 있는지 한 가지 물어본다.

“내 한 가지 묻겠네. 산맥을 방비하는 일본군은 어떻게 할 생각인가?”

병주는 그 이견에 타당하다고 여기고 한 마디 대답해준다.

“죄송하지만 한 마디 말씀드려도 괜찮겠습니까?”

“말해보게.”

“우리 사단이 산맥을 통해 공격한다면 철도를 공격하는 병력은 어떤 병력이 되겠습니까?”

“......”

김학규는 비로서 걸리는 것이 풀리는지 얼굴이 풀렸지만 동시에 이런 이야기를 마지막까지 안 꺼낸 병주를 얄밉다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김홍일은 병주에게 시선을 돌리고 한 가지 물었다.

“철도에 대한 공격은 군단이 직접 공격할 생각인가 보군.”

“제가 지리정보들을 획득하려고 했을 때, 신유철 군단장이 잠깐 귀띔해주었습니다.”

“병력이 부족한 일본군으로선 선택의 여지가 없겠군. 산맥을 통해 공격이 예상된다고 하더라도 철도를 주로 방어할 수밖에 없겠어. 좋아. 그럼 우리는 산맥을 통해 공격하도록 하지. 이만한 이점이 있으니 한 번 해봐도 상관없겠지. 그럼 이제 이견 있는 사람이 있나?”

그 말에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외친다.

-없습니다.-

결국 사단의 회의는 산맥을 통해 공격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 자세한 작전을 수립하기 위해서 회의실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의견들을 들어보면서 세부 계획들을 짜냈다.

신병교육대대 병주의 방, 병주는 하아 하고 한 숨을 지르며 자신의 눈앞에 있는 인물을 살펴본다. 자신과 함께 남경의 시가전을 같이 행했던 강덕재는 전투의 공으로 병주와 같은 계급장을 달았다. 지금은 연대장 김학규를 직속상사에 둔 보병 3대대장으로 임명되었다. 그런 강덕재가 사단의 회의가 끝나고 같이 이곳으로 들어오고는 시선을 병주에게 고정한다.

“나 참. 산맥을 타겠다고?”

“예. 형님. 그러니 제발 그만 물어보세요.”

“고생하는 것이 눈에 보여서 그렇잖아.”

“작전은 1월 초에 개시되니까 그렇게 아시고 형님 휘하 병력들에게 산악행군에 대한 훈련계획을 잡으세요.”

“이런 미친! 산악행군이라니!”

병주는 피식 웃으며 한 술 더 뜬다.

“오히려 훈련받는 것이 편안하다고 느껴 질만큼 산악을 통과하는 일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강덕재는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그리고 병주를 원망하는 눈초리로 쳐다보며 말한다.

“야 이 자식아! 왜 그런 의견을 냈어?! 왜! 왜! 개같이 고생할 길을 왜 정하는데! 네가 엉!?”

“그러면 철도를 향해 공격할까요?”

“......”

철도의 요충지에서 전력으로 방어하는 일본군의 모습을 상상한 강덕재는 말을 잃는다. 병주는 방법이 없었다는 듯 어깨를 으쓱거린다.

“제가 판단하기에는 이 방법이 가장 나아보였기 때문입니다. 이 방법보다 나은 방법이 있다면 제시해줄 수 있겠습니까? 얼른 말을 바꾸겠습니다.”

“너란 녀석은 하아아...”

강덕재는 결국 포기했다. 아마 병주 녀석이 다 생각이 있어서 결정한 일 일거다. 그 때 병주가 책상 안에서 무언가를 꺼내며 강덕재에게 건네준다.

강덕재가 그걸 받아서 확인해보니 ‘HEYSHEY’S’라고 되어 있는 초콜릿이었다. 바로 미국에서 수입한 허쉬 초콜릿이었으며 광복군 군인들에게 인기가 있는 과자 중 하나였다.

“이건 또 왜 주는데?”

“그거 먹고 머리라도 식히라고 준 겁니다.”

“쩝. 그렇군.”

강덕재는 허쉬 초콜릿의 겉을 뜯고, 네모랗게 되어있는 초콜릿을 조금 뜯어서 입 안에 넣고 우물우물 거린다. 허쉬 초콜릿의 달콤 쌉싸름한 맛과 향이 입 안 구석구석을 감도는 것이 느껴진다. 그 덕분에 강덕재는 머리가 조금 풀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건 네 동생은 못 만드냐?”

그 말에 병주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답이 없다는 표정이었다.

“오죽했으면 이것을 수입으로 돌렸겠습니까? 식료품에 대해서 병윤 녀석은 재능이 없는 것 같습니다. 뭐 중국에 수출할 길이 열렸다고 미국 측이 좋아라 했지만 말이죠.”

병주의 대답에 강덕재는 조금 감탄한 표정을 짓는다.

“허어. 그런가?”

“그 녀석은 몸만 큰 아이라서 말이죠. 아마 초콜릿을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이해가 갑니다.”

“그 녀석이? 그 인간같지도 않은 능력을 보유한 녀석이 초콜릿을? 의외군.”

“제 동생을 인간같지 않다고 모욕하지 말아주십시오.”

“웃기는군. 자네 동생이랑 자네랑 다 똑같아. 아주 괴물들이야.”

“끄으응.”

병주는 한 방 먹었다는 듯 침음성을 뱉는다. 강덕재는 신이 나서 계속 떠들어댄다.

“솔직히 말해서 자네가 처음 이 곳에 왔을 때, 왜 연대장 직을 거부하고 신병교육대대의 대대장직을 원했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자네 덕에 우리 대대에 배치 받는 신병들이 참으로 질이 좋아. 아주 말이야. 어떤 마술을 부렸기에 항병들을 정예병으로 만들었는지 모르겠군. 그래 이래놓고 괴물이 아니라고?”

“아 그만하십시오. 괴물괴물 아주 지겨워 죽겠습니다.”

하지만 강덕재는 멈출 생각이 없다는 듯 계속 놀린다.

“이 살가죽만 쓴 괴물아. 인간 같지도 않은 녀석아.”

“쳇. 마음대로 부르십시오.”

포기했다는 듯 고개를 떨구는 병주의 모습에 강덕재는 재미없다는 표정을 짓고 그만둔다.

“자넨 놀리는 맛이 없어. 역시 괴물이야.”

“맘대로 하십시오. 괴물이라 부르든 말든.”

============================ 작품 후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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