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02화 (102/633)

0102 / 0633 ----------------------------------------------

[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1월 5일, 한반도 어느 비밀의 안가, 일단의 사람들이 방 안으로 들어간다. 그 후, 방 안에 기다리고 있는 사람을 보고는 안심했다는 듯 한숨을 내뱉는다.

“몽양 선생님. 저희들이 왔습니다.”

그 말에 방 안에 기다리고 있던 사람, 몽양이라고 불리는 여운형이 자신을 찾아온 이들의 얼굴을 바라본다.

“꼬리는 잡히지 않았겠지?”

그 말에 찾아온 이들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내 조심 계속 조심 끝까지 조심하면서 이곳에 왔습니다.”

여운형은 방 안에 설치된 파이프의 뚜껑을 열었다. 파이프는 바깥을 살필 수 있는 굴절 망원경 같은 것이었는데, 여운형은 망원경이 비추는 시야에서 인기척이 없는 것을 확인한다.

“좋아. 좋아. 잘 왔네. 이리와 앉게나. 동지들.”

여운형의 말에 찾아온 이들은 슬금슬금 앉았다. 지금은 일제의 감시가 더욱 심화되었던 때였다. 그 때문에 여운형은 조심 또 조심하던 시기였다.

“그래.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접촉은 해보았는가?”

그 말에 여운형을 바라보는 사람들 중 하나가 고개를 끄덕인다.

“4일전, 간신히 임시정부의 청사에 도착했습니다. 그리고 그 곳의 김구 주석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그런가? 김구 주석은 뭐라고 하던가?”

“별 말은 없었습니다. 지금 임시정부 측에서는 광복군 1개 사단을 편성에 성공하여 현재는 중국군 휘하에서 일본군을 격멸하기 위해 노력중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우리들을 신경 쓰지 말고 그 쪽에서 일을 최선을 다하라고 말했습니다.”

“으음. 그런가? 그리고 또 별말은 없었는가?”

“그리고 서대문형무소에 갇혀 있는 사람들 중 한 사람을 빼왔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아리송한 표정을 짓는다. 임시정부 측에서 빼오라고 할만한 인물이라. 그게 누구인지 참으로 궁금했다.

“빼오라는 인물은 누구인가?”

“길효남이라고 부르는 중년 남성이라고 합니다.”

“뭐?! 길효남?!”

여운형은 그 이름에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여운형의 반응에 사람들은 의문스런 표정으로 여운형을 쳐다본다.

“선생님. 그 이름에 왜 놀라시는 것입니까? 그 사람이 뭐 대단한 사람입니까?”

“...... 백범 김구. 만만치 않은 인물이군.”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선생님.”

“내가 빼내오라고 순위를 꼽은 적이 있지 않은가? 목숨을 걸고 포섭을 해와야 하는 사람들 중 제 1순위.”

그 말에 사람들은 그제서야 이해했다는 듯 깜짝 놀란 얼굴을 한다.

“왜 일제가 그 사람을 불령선인이라는 항목으로 집어넣고는 고문을 하지 않았는가? 그에 대해서 이상한 점은 못 느꼈지 않나?”

“......”

“그가 대단한 것은 아니야. 그는 보통 평범한 소작농 중 하나이지. 하지만 그의 아들들은 다르네.”

“으음. 길씨 3형제 중 첫째, 셋째를 말씀하십니까?”

여운형은 확신어린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래! 그 길씨 3형제 둘 중 하나만 취하면 국력이 배로 올라가니까.”

“그렇고 보니 선생님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첫 째는 미국에서 활동 중에 있으며 의신이라는 별명을 붙여질 정도라고 하더군요.”

“그래. 미국으로선 포로를 구출하다가 금덩이를 얻어걸린 셈이니까.”

“그리고 셋째는 선생님이 망한다던 장개석을 중국 최강의 자리로 만들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지. 그 덕분에 중국의 경제력은 미국을 쫓을 정도니까 말이야.”

“그런 사람들의 아버지가 바로 길효남...”

-꿀꺽-

여운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침을 꿀꺽 삼켰다. 왜 여운형이 김구를 생각하며 만만치 않다고 말하는지 알 수 있었다. 여운형이 그들을 바라보며 한 숨을 쉬고 말한다.

“휴우. 건국 중 가장 중요한 핵심인재들의 아버지가 바로 그 사람이야. 이 정도면 목숨을 걸고 포섭해야하지 않나?”

“......”

그 때, 사람들 중 한 사람이 여운형에게 물었다.

“그런데 어떻게 그 사람을 빼올 생각입니까? 무슨 방도라도 있는 것입니까?”

여운형은 잠시 동안 굳은 얼굴을 하고 뭔가 결심했다는 표정을 짓는다.

“어쩔 수 없지. 보석을 노리는 수밖에.”

“보석이라뇨?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내가 경찰들 중 알고 있는 이가 있네.”

“예? 그 개잡놈들 중에 알고 있는 이가 있다니 누구입니까?”

“친일파들 사이에서 일제가 망하는 걸 눈에 보이는 눈치 빠른 인물이 있네. 그리고 그들이 나에게 끈을 놓기 시작했지. 난 그들과 연관되기 싫어서 그랬지만. 어쩔 수 없군.”

“......”

“친일경찰들 중에서 조금 높은 자리에 앉아있는 친일파가 나에게 끈을 대기 시작했지. 그에게 조금 전해야겠어. 길효남을 고문하라고.”

“예?!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선생님. 포섭할 이를 고문하다니?!”

여운형은 독한 마음을 먹었다는 듯 얼굴을 바로 잡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일제 측에서 길씨 삼형제들을 포섭할 여지로 자기 아버지를 붙잡아 있는 형국이야. 다행이도 그들 중 누구도 넘어가지 않아서 그렇지만 말이야. 하지만 일제의 참을성은 곧 한계에 도달할거야. 거기서 우리가 먼저 선수를 쳐야지.”

“그런데 그게 고문을 해야 하는 이유가 됩니까?”

“내가 말하지 않았는가? 보석을 노린다고.”

“보석이라 하면 고문으로 인한 병보석? 일제가 병보석으로 처리한다고 하여도 순순히 내어줄 생각은 없을 것 같습니다만. 아마 가택연금 처리하겠지요.”

“그 것이 내가 노리는 것이야.”

“그 것을 노리다니? 설마.”

“그래. 내가 아는 의사들 중에서 사망선고를 하고 빼와야지.”

“끄응”

사람들은 침음성을 흘린다. 그 때 누군가 여운형에게 말한다.

“꼭 고문해야 합니까? 그러다 죽으면 우리 모두 헛고생합니다.”

“...... 그 것도 있지. 사실 도박이야. 그 일 외에는 방법이 없어.”

“정말 없습니까? 검사와 법조계 인물에게 뇌물을 주는 것도 있고, 또 선생님께 끈을 대는 친일파들 중에서 시체처리로 바깥으로 빼올 수 있을 것인데요.”

여운형은 그 생각도 알고 있다는 표정을 지었고, 또 그 방법은 생각을 했으나 아니라는 표현으로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내가 그 외에 그 방법들을 생각 안 한 줄 아는가? 하지만 이 건 알아두게. 길효남이라는 인물은 일제의 천황과 총독부의 인물들에게 집중 감시를 받는다는 사실을 말이야.”

“아...”

결국 사람들은 여운형의 방법 외에 다른 방도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런데 선생님. 일제가 그 사람을 병보석으로 풀려나고 가택연금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가택연금에서 사망선고하고 빼오기는 쉽지 않은 일인 것 같습니다.”

“의사들 중에 가사시키는 방법을 아는 의사가 있어. 사망선고는 가사로 처리해서 감시를 속여야 하네.”

“......”

“이 정도의 위험을 짊어져야 한다네. 앞으로의 나라를 위해 갈고 닦으려만 말이야.”

“끄응.”

결국 여운형을 바라보는 사람들은 불만족스럽지만 납득했다. 그건 이 방법을 꺼냈던 여운형 역시 마찬가지였다.

친일 경찰들 중 고위직에 앉아 있던 유송관은 자신의 부하인 같은 친일경찰인 지대규를 불러서 넌지시 물어본다.

“그래. 그 몽양선생이라는 분은 뭐라고 하디?”

그 말에 지대규는 조금 아리송한 눈빛으로 유송관에게 말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조금 고민스러운 표정이었다. 유송관은 다급하게 외치며 말한다.

“아 얼른 말해! 그 끈 대기 싫어하던 양반이 왜 연락을 받았는지.”

“조금 황당한 것을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황당하다니 뭐가?”

“어떤 이를 고문해달랍니다.”

“고문이라고? 누구를?”

“서대문 형무소에 한 사람이 있다고 하던데. 지금 그 사람은 불령선인의 죄목으로 갇혀 있다고 합니다. 그 사람의 이름은 길효남. 그를 고문해달랍니다.”

“뭐?! 길효남?”

유송관은 여운형처럼 깜짝 놀란 얼굴을 하고 지대규에게 그 것이 사실이냐는 눈빛으로 연신 쳐다보았다. 지대규는 그런 눈빛에 억울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예. 그 사람만을 꼭 집어서 고문해달라고 합니다.”

“끄응... 이거 어렵게 되었구만. 역시 그 사람이 왜 나에게 연락을 했는지 몰라도 이런 어려운 일을 청하다니 말이야.”

지대규는 조금 의문스런 표정으로 유송관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냥 불령선인 아닙니까? 가서 고문하면 간단한 일이 아닙니까?”

유송관은 그 말에 지대규를 한심하게 쳐다보며 말한다.

“그렇게 간단했으면 내가 왜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어?”

“아... 그러면 혹시 무슨 상황이라도.”

“그 사람은 인질이야.”

“인질이라니 그게 무슨.”

“총독부의 집중적인 감시를 받고 있는 사람이야. 그리고 내가 듣기로는 일제의 천황까지도 하루 일거수일투족 그 사람에 대한 보고를 받고 있다는 소식도 들었지.”

“...... 도대체 누구 길래? 그런 집중적인 관심을 받습니까? 제가 듣기로는 단순한 소작농에 불과하다고 여겨집니다만.”

“물론 그가 중요한 것은 아니야. 그의 아들들 중 두 명이 중요하지.”

“아들 두 명? 대단한 사람이라도 됩니까?”

“그래. 한 사람 한 사람을 포섭하면 지금 있는 국력의 배가 되는 그런 핵심인재들이라고 들었어.”

“국력의 배...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소리입니까? 그렇게 대단한 인물입니까?”

“그래서 지금 그 별거 없는 그 불령선인을 고문도 하지 않고 감옥에 넣어 감시하지 않은가? 즉 인질이라고. 그의 아들을 포섭하기 위한 용도로서.”

“으음... 그렇게 들으니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지대규는 그 말을 듣고선 비로써 이해했다는 표정이었다. 그리고 왜 유송관이 어렵다고 이야기하는지도 말이다. 하지만 유송관은 오히려 재밌다는 표정을 짓는다.

“내가 칠전팔기로 여기까지 올라왔지. 자네도 그 부와 지위를 누리고 싶지 않겠는가?”

“으음. 솔직히 말씀드리면 형님의 그 직감에 대해 믿습니다. 그런데 일제가 망한다는 것이 몸으로 체감되지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도 해내야지. 어떻게 하겠어? 이 일만 달성하면 끈은 잡은 셈이야.”

“그런데 그 총독부가 그런 태도를 취하는데 고문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빨리 찔러봐야지.”

“으음. 인질로 삼는데 고문 요청은 먹혀 들어가겠습니까?”

“성과는 지금까지 없었어. 태도의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니 절묘해.”

지대규가 바라보는 유송관의 얼굴은 반드시 일을 저지르겠다는 사고뭉치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조선총독부, 총독실 안에 있는 아베 노부유키는 의자에 털썩 앉고는 일을 보고 있었다. 그 때 비서실장이 나와서 아베 노부유키에게 말한다.

“저 총독각하. 유송관 성동서장이 찾아왔는데 맞이합니까?”

“성동서장이 또 왜? 무슨 일로?”

“자세한 것은 이곳에 찾아가 말하겠답니다.”

“쯧.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알았어. 들여보내.”

아베 노부유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표정을 가지고 비서실장에게 말한다. 비서실장은 문을 열어 한 사람을 데리고 온다. 아베 노부유키가 보니 한 30대 중반의 남성이 굽실거리는 얼굴로 자신을 쳐다본다.

“그래. 성동 경찰서 과장. 무슨 일로 나를 찾아왔지?”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어서 찾았습니다.”

“뭐가 궁금한데.”

“제가 아주 미묘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불령선인 주제에 고문 받지 않고 끝까지 버티는 버러지 같은 인물이 있다고 말입니다.”

유송관을 바라보는 아베 노부유키의 눈빛이 변한다. 유송관은 그 눈빛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속을 바로 잡는다.

‘이 걸 성공해야 돼. 그래야 끈이 놓인다고.’

“그 버러지 같은 불령선인이 설마 길효남은 아니겠지?”

유도심문이다. 유송관은 정신을 바짝 차리며 하하 웃으며 말한다.

“정확히는 모릅니다만. 그런 소문이 나돕니다. 총독 각하가 말씀하신 그 길효남이라는 작자가 그런 사람입니까?”

아베 노부유키는 정말 모른다는 유송관의 얼굴에 잠시 고민했다. 하지만 아베 노부유키는 유송관에게 한 마디 말한다.

“신경 끄게. 자네가 관심을 가질만한 인물이 아니야.”

아베 노부유키의 단언에 유송관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일을 저지른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전 공을 세우고 싶습니다. 은혜로운 일제 밑에서 이만큼 출세를 했는데 보답을 하고 싶습니다.”

“그 저의는 뭐지?”

“제가 듣기로는 어떤 불령선인 단체들이 그 인물과 연관이 되어 있다는 첩보를 받았습니다. 그 인간의 입을 불어버린다면 조선에서 암약하는 불령선인들을 붙잡을 수 있을 것입니다.”

아베 노부유키는 얼굴을 찡그린다. 그리고 유송관을 노려보며 말한다.

“그 작자가 불령선인들의 단체와 영향력이 있을 정도로 대단하지는 않아. 그건 내가 장담하지.”

그 말을 한 아베 노부유키의 눈빛에는 단호함이 깃든다.

============================ 작품 후기 ============================

작가에게 댓글은 연재의 근원이자 힘입니다. 모두들 작가에게 근원을!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