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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조선총독부 총독실 안에는 조금 긴장감이 흐른다. 그때, 비서실장이 아베 노부유키에게 귓속말을 한다.
“총독 각하. 조금 수상해 보이지 않습니까? 그 자를 콕 집어서 고문하겠다는 저 사람의 의도를 말이죠.”
아베 노부유키는 비서실장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흥. 그냥 조선인 하나 고문해서 공 좀 세워보려는 인간일 뿐이야. 단지 그 조선인이 우리가 감시하는 중요 인물인지 모르는 것 뿐.”
비서실장은 아베 노부유키의 말에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말을 그만둔다. 아베 노부유키는 단호한 눈초리로 유송관의 청을 거절한다.
“그 자에 대해 물어볼 정황은 없다. 불령선인에 꼽힌 것도 조금 복잡한 이유야. 그러니 그대는 신경쓰지 말도록.”
유송관은 속으로 여기까지 인가? 생각하면서 이내 오늘은 이것으로 되었다고 결정한다. 유송관은 비굴한 표정으로 아베 노부유키에게 말한다.
“예. 각하의 고견에 따르겠습니다. 심려를 끼쳐서 죄송합니다.”
“알았으면 물러나 보게.”
결국 유송관은 성과 없이 총독실 밖으로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송관의 눈빛은 낙담보다는 오히려 기회를 잡고자 하는 의지로 불탄다.
‘흥. 씨알도 안 먹히는군. 내 이럴 줄 알았지. 아직은 때가 아니야.’
밥은 뜸을 들어야 맛있는 법. 유송관은 그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아직 밥은 설익었을 뿐. 언제든 뜸은 들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유송관의 실패 소식에 여운형은 조금 낙담한 표정이었다. 아무래도 일제의 감시 의지가 생각보다 완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여운형의 동지이자 사적으로 친한 관계인 조동호가 여운형을 보고 말한다.
“몽양. 아무래도 일이 조금 불안하게 돌아가는 것 같소.”
“유송관 그 작자가 소식을 알려주었으니 밀고는 하지 않은 것 같네. 아무래도 기회를 엿보고 있는 것 같아.”
“그 작자를 믿어도 되겠소?”
조동호는 유송관에 대해 불안과 불만이 조금 느껴진다. 여운형은 조동호의 그런 얼굴을 보고 안심시킨다.
“일제가 패망한다는 사실을 그 작자가 잘 알고 있어. 그리고 우리를 밀고하고 공을 세워봤자 몇 년도 못 가 일제가 패망할 지언데. 그리되면 유송관은 도망자 신세이겠지. 그 작자로선 지금까지 이룬 부와 명예를 유지하기 위해 줄을 갈아타기를 갈망하고 있지.”
조동호는 그 말에 결국 설득되었는지 침음성을 내뱉는다.
“끄으응. 이해는 가는군. 설득력이 있소.”
“그나저나 임정과의 연락은 잘 이루어지고 있나?”
조동호는 그 말에 걱정 말라는 표정을 짓고 대답한다.
“일단 임정 측은 사정이 매우 좋은 것 같소. 자금 사정이 나아졌는지 임정측이 미국 측으로부터 잠수함을 하나 구입한 것 같더군.”
“잠수함을?”
“그래. 미국의 OSS를 통해 구입했다고 하던데. 그 잠수함을 통해 연락을 유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나 보오.”
“으음.”
여운형은 임정의 넉넉한 사정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잠수함을 아예 연락선으로 이용하다니 말이다.
“잠수함을 통해서 인원들을 한반도 내부로 침투시킬 수 있을 텐데. 왜 그러지는 않는 것이지?”
“그 쪽 말로는 병력을 침투하는 것은 문제가 없다고 말하더군. 다만 그 병력을 운용 유지하려는 보급이 문제라고 말했소.”
“보급이라? 그건 게릴라전을 통해서 충분하지 않은가?”
“그 것도 생각을 해봤다고 말하더군. 중일전쟁에 여력을 다 하느라고 국내 침투에 대해서는 여력이 없다고 했소. 지금은 일제해군이 전부 박살난 처지이기 때문에 잠수함을 무제한적으로 이용가능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보급을 유지할 힘은 없다고 전했소.”
“으음. 안타깝군.”
“그래도 다행인 점은 우리의 도움을 받아서 비밀리에 연락 기지를 건설했다는 것이오. 그 곳에 통신장비를 비밀리에 설치한 모양이더군.”
“그런가? 그렇다면 자주 연계할 수 있겠군. 혹시 그 통신장비를 설치한 곳이 어디인지 알 수 있겠나?”
조동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충청남도 태안에 위치했고, 정확한 지리적위치는 이 것일세.”
조동호는 품속에서 무언가 꺼내 여운형에게 건네준다. 여운형이 바라보니 지도는 태안군을 확대한 모양이었다. 그 속에서 X자로 표시된 곳이 하나 있었는데 아마 조동호가 말하는 통신장비를 설치한 곳이 이 곳인 것 같았다.
“이 점을 주목하는 사람들은 없었나?”
“걱정은 말게. 이곳에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 중 대다수를 우리가 포섭했으니 말이야. 거기다 오지에 외진 곳이니 잘 찾을 수 없을 것일세.”
“그렇다면 다행이군. 밖에 있는 사람은 누구지?”
여운형이 인기척을 느꼈을 때, 조동호가 손사래를 치며 말한다.
“아 말하는 것을 깜빡했소. 몽양에게 소개해줄 사람이 있어서 잠시 밖으로 기다리라고 내가 말했소.”
여운형은 조동호의 대답에 휴 하고 한숨을 내뱉는다.
“밖에 있는 이는 들어오게나.”
그 말에 문 밖에 대기하고 있던 젊은 청년 한 명이 방 안으로 들어가고는 여운형을 보더니 고개를 숙이면서 인사한다.
“명성이 자자한 몽양 선생을 뵈어서 영광입니다. 저는 광복군 통신반장 구철간 대위라고 합니다.”
여운형은 아직 젊고 패기 있어 보이는 구철간을 보고 만족한 표정을 짓는다.
“그래. 자네의 목적은?”
“일단 저의 목표는 국내의 독립단체들과의 연락을 상시 유지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 때문에 국내에서 가장 큰 독립단체라 할 수 있는 선생님의 단체를 찾았습니다.”
“그렇군. 일단 충남 태안군에 비밀리에 통신장비를 설치했나보군. 내 유정에게 이야기를 듣기로는 아직까지 국내로 진입할 여력은 부족하다고 하던데? 그 말이 사실인가?”
“저도 국내에서 독립활동을 하고 싶지만 아직까지 상층부에선 여력이 없다고 합니다. 현재 중국에서 장개석 총통의 도움으로 항병들을 포섭해 한 개 사단을 완편했습니다.”
“한 개 사단을? 한 개 연대로 국내를 투입시킬 수 있을 텐데?”
“여기 계시는 유정 선생님의 의견을 들어보았으니 알겠지만 현재 우리 광복군은 한반도 국내에서 활동하기에는 보급이 조금 부족합니다. 미국에서 구입한 잠수함 한 척으로 통신장비를 옮기며 태안군에 설치한 것이 다입니다. 그 외에 잠수함 한 척으로는 소대 한 개의 병력과 보급품을 실어 나를 수가 없습니다.”
구철간 대위의 정확한 설명에 여운형은 침음성을 흘린다.
“끄응. 어쩔 수가 없겠군.”
“아마도 국내에서의 활동은 내년에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 같습니다.”
“내년에? 내년 언제쯤?”
“제가 듣기로는 내년 8월에 본격적으로 시행한다고 하더군요. 그 때를 위해서 보급을 유지할만한 수송선과 장비들을 많이 수집하기로 계획을 잡아두었습니다.”
“늦는군.”
여운형은 임정의 계획에 조금 실망한 표정이었다. 임정의 사정이 넉넉하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국내에 활동을 개시할 단계는 아닌 것 같았다. 구철간은 여운형의 얼굴을 보고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지만 구철간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 때까지 선생님이 이끄시는 단체는 지금처럼 유력자들과 관계를 유지하면서 민심을 다독이는 것이 제일 좋겠습니다. 내년 8월 때쯤에 전격적으로 몰아붙일 작전입니다.”
“그런가?”
“예. 중국에서 장개석의 도움도 있지만 중경공단의 길병윤과 송감연이라는 사람 둘이 우리 임시정부에게 크나큰 후원을 해줍니다. 태안군에 설치된 통신장비들도 다 그 사람이 개발하고 마련했습니다.”
“......”
길병윤과 송감연이라는 이름에 여운형은 침묵한다. 길씨 삼형제 중 하나의 능력이 여운형의 앞에 도달했다.
“자네가 조금 도와주어야 할 일이 생겼어.”
“제가 도와줄 수 있다면 도와드리겠습니다.”
“전에 연락을 처음 맺으면서 한 사람을 구출하라고 하지 않았나? 그 길효남이라는 사람을 말이야.”
그 말에 구철간의 얼굴은 굳더니 이내 진지하게 변한다.
“무슨 문제라도 생겼습니까?”
“내가 알아본 바로는 일제가 그 사람의 감시를 대폭 강화한 눈치야. 경찰 쪽 사람 중 나에게 줄을 대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의 일이 조금 안된 모양이군요.”
“그 작자의 말로는 기회를 엿본다고 하더군. 만약 그를 감시에서 빼낸다면 잠수함을 통해 중국 쪽으로 탈출시키려고 생각 중이야.”
“으음. 알겠습니다. 자세한 계획을 저에게 말씀드리면 상층부에게 알려서 그 계획을 전적으로 협조하겠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다행이겠지만.”
여운형은 이 말을 끝으로 여운을 남기면서 이야기를 끝냈다. 우선적으로 길효남의 구출작전에 대해 대폭적으로 협조체계를 갖추기로 입을 모으기로 했다. 그 외에 형무소에 갇힌 주요 독립운동가들 중에서 빼올 사람이 있다면 빼오기로 합의했다.
1944년 11월 8일, 미국 국빈관의 어느 비밀의 방, 병재의 치료를 받아서인지 안색이 좋은 루스벨트 대통령은 마주 편에 앉아있는 사람을 바라보며 빙긋 웃는다.
“오랜만에 뵙는 것 같습니다. 수상 각하.”
마주 편에 앉아있는 사람, 영국의 수상인 처칠은 루스벨트의 화답에 그 또한 웃으며 맞이한다.
“저도 대통령 각하의 훤한 신수에 놀라움을 견치 못하겠습니다.”
“아 그런가요? 그 것 참 다행인 것 같습니다.”
“하하하. 대통령 각하의 밝은 표정에 저도 힘이 납니다.”
그렇게 둘은 서로 사적인 대화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하하호호 웃는다. 그러기를 몇 분 있다가 이내 얼굴을 가다듬고 본론에 들어가기 시작한다.
“이번 시카고의 재생치료센터를 잘 아십니까? 요즘 영국에서도 소문이 자자하더군요. 팔과 다리의 재생이라니? 정말 놀랍지 않습니까?”
“하하. 그 미스터 길은 우리 미국에게 있어서 축복과도 같은 존재입니다. 그 덕분에 국내에서 아들을 보내는 어머니들이 저를 지지하는데 큰 보탬이 되더군요.”
“그렇습니까? 하하 부럽습니다. 언제 이런 인재를 꿰었는지. 그리고 이번 영국군 중상자와 불구자의 치료에 큰 감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하하하. 아니오. 우린 한 몸과도 같은 동맹국이지 않소? 당연히 유럽의 파시스트를 물리치는 동맹국 병사들에게 불구를 물려줄 수는 없지요.”
“그렇다니 안심되는 군요. 그런데 혹시 그 불구자 치료를 하는 미스터 길에 대해서 말인데 조금 말씀을 나누고 싶습니다만 어떻습니까?”
병주에 대한 처칠의 관심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눈빛이 조금 변했다.
“좋소. 한 번 그에 대해 이야기 삼는 것도 나쁘지 않겠죠.”
“하하. 그렇다면 좋습니다. 이번 시카고 재생치료센터는 우리 인류의 축복이라는 것에 상당히 동감합니다. 그런데 제가 듣기로는 그 재생치료센터의 의사 중 여러 명이 제네바 협약을 준수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고 하던데.”
처칠의 말에 루스벨트 대통령의 속내가 꿈틀거린다.
‘미스터 길이 알려지는 것은 시간문제였는데 이렇게 치고 들어올 줄은 몰랐군. 제네바 협약으로 압박할 생각인가?’
루스벨트 대통령은 하하 웃으며 처칠을 바라보며 말한다.
“하하. 수상께서는 제네바 협약에 대해 오해하고 있는 부분이 있습니다.”
“오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알기로는 당신 말에 대해서 옳은 것도 있습니다. 포로에 관해서는 말이죠.”
“그들은 이미 포로 신분이 아니다? 그렇게 주장할 셈입니까?”
루스벨트는 잘 말해주었다고 처칠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인다. 처칠은 조금 당황하다가 하하 웃으며 인정하고는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하하.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대통령 각하.”
“아니오. 아니오. 사람이 살다보면 오해할 여지가 충분하지요.”
“제가 정보부 측으로는 듣기로는 그와 그의 동료들과 미국 정부측으로부터 한 가지 계약을 맺었다고 하던데. 사실입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밝혀질 내용인데 부인해봤자 별 이득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계약에 대해서 조금 들었으면 합니다.”
“뭐 별 것은 없습니다만. 우리 미국은 그 사람들을 보호 및 생계를 지원해주는 대신 어떤 계약을 맺었습니다. 수상도 아시다시피 재생치료가 목적이지요.”
“으음. 재생치료를 정확하게 전수해주겠다는 내용입니까?”
“하하하. 아마 그 쪽 정보부에서 들은 대로 일겁니다.”
“재생치료 전수라... 우리 영국에서 들어갈 틈은 없는 겁니까?”
루스벨트 대통령은 처칠의 말에 얼굴이 조금 굳어진다.
‘허어. 그 중요한 기술을 내달라고 말하는군. 거래를 조금 해볼까?’
“아 물론 영국에게도 기회는 있습니다. 당연히 말이죠.”
처칠은 ‘당연히’라는 단어에 강조하는 루스벨트 대통령의 어조에 생각한다.
‘비싸게 넘기려고 하는군. 하기야 그 정도 가치이니 어쩔 수 없겠군.’
“그 기회를 잡는데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처칠의 눈은 반짝이면서 루스벨트 대통령을 바라본다. 루스벨트 대통령은 싱긋 미소를 지으면서 처칠을 반긴다.
“하하하. 좋습니다. 우리 미국에서는 그 요청에 대해 받아들이겠습니다. 조금 난관이 있는 것을 빼고는 말이죠.”
“난관?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이렇게 된 이상 사실을 말하겠습니다. 재생치료라는 것이 보통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의사들의 중견입니다. 보통 재생치료를 배우고 능숙하게 다루려면 80년 이상이 걸린다고 하죠.”
“80년?! 그게 정말입니까?”
“물론 그 것뿐이라면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지 않았겠지요. 그 미스터 길이라는 사람의 의견에 따르면 그 80년을 5년으로 줄이는 비법을 전수한다고 하더군요.”
“...... 80년에서 5년이라. 재생치료를 만든 당사자인 그 사람이 그렇게 말했다면 정말인 셈이군요. 그 말씀은 결국 재생치료의 전수는 그 사람의 마음에 따라서 다르다는 의견이군요.”
루스벨트 대통령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대답을 대신한다.
“미국 측의 계약과 또 그 사람과의 계약이라 하하. 우리 영국이 거덜 나겠군요. 이거야 원 전 영국을 파산시킨 수상으로 기록되겠죠.”
“하하. 파산까지는 아닐 겁니다. 영국이 지불하는 대가는 돈이 아니라 다른 것이니까 말이죠.”
“끄응. 차라리 돈을 내는 것이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처칠은 루스벨트의 대답에 얼굴을 찡그리며 어떤 대가를 지불해야할지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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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이제야 올려서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