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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114화 (11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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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2월 16일 새벽, 나치독일군은 동부전선에 주둔 중인 병력과 장비들을 빼낸 후, 프랑스 쪽의 전선으로 돌렸다. 이번 작전의 선봉장인 기갑 5군의 사령관 핫소 폰 만토이펠은 조금 불안한 표정이었다.

“이 작전 괜찮을까?”

만토이펠은 이번 작전을 시행하기 전 매번 히틀러에게 졸랐다. 작은 해결책이 없으면 이 작전은 대패할 것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망상에 찌들은 히틀러는 이번 작전이 승리를 갖다 주기를 믿었다. 그 때문에 이 작전을 전력으로 밀어 붙었다. 그러나 만토이펠은 이번 작전에서 불안감과 파멸적인 미래가 느껴진다. 그 때, 만토이펠의 부관이 그에게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분명 연합군은 이 작전에 대해 모를 것입니다.”

“그래. 모르겠지.”

“허를 찔린 기습이라면 연합군도 오합지졸로 당할 것이 분명합니다.”

“정말 그렇게 믿나?”

“사령관님, 저도 불안감이 있습니다. 분명 적은 무장이 매우 충실하고 사기도 상당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이번 전투에서 승리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우리 독일은 그 1차 대전때처럼 참혹하게 패전당할 것입니다.”

“...... 무슨 말을 하는지 알겠군.”

“망설임은 패배의 지름길이라고 사령관님께 배웠습니다.”

만토이펠은 부관의 말에 마음에 드는지 씩 미소를 짓는다. 그 때, 어떤 한 명이 만토이펠이 있는 막사 안으로 들어온다. 만토이펠이 바라보니 그는 유럽의 가장 위험한 사나이로 알려져 있는 오토 슈코르체니 중령이었다. 만토이펠은 그를 반기는 기색으로 맞이한다.

“아 왔는가? 준비는 어떠한가?”

“완벽합니다. 제가 이끄는 부대는 미군들에게 엄청난 혼란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런데? 왜 말을 조금 흘리지.”

“미군에 잡입 중인 부하 녀석이 꽤 새로운 정보를 가져다 주었습니다.”

오토의 말에 만토이펠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새로운 정보?”

“예. 믿을 수는 없지만 신의가 영국군에 있다는 정보입니다.”

“......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독일군에서 이야기 나오는 신의, 그건 연합군이나 독일군에서나 부르는 하나의 별명이었다. 잘린 팔과 다리를 재생시키고, 어떠한 병들을 치료할 수 있는 신의, 그의 전략적인 가치는 모든 전쟁의 추가 될 정도였다. 바로 미국의 재생치료센터에 있는 미스터 길. 그가 바로 신의였다.

만토이펠은 아직 믿기지 않는 얼굴로 오토에게 말한다.

“그게 정말인가? 신의가 그 영국군에게 있는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병사들에게 떠도는 이야기를 들어보면 신의가 이곳에 군의관들을 교육시키겠다는 정보를 입수한 것은 사실입니다.”

만토이펠은 오토의 말을 듣자 주먹이 부르르 떨렸다. 그의 얼굴은 알 수 없는 희열감이 가득한 뭔가 표현하기 그런 표정이었다.

“작전 목표를 바꾼다.”

부관이 만토이펠의 말에 깜짝 놀라면서 말한다.

“작전 목표를 바꾼다니 그게 무슨...”

“총통의 문책은 내가 받겠다. 이 전쟁의 추가 우리 쪽으로 올 수 있는 기회를 잡는다는 말이야. 만약에 말이야. 그를 잡을 수 있다면. 아니 회유할 수 있다면. 얼마만큼의 가치가 되는지 알겠지?”

오토 슈코르체니와 부관은 만토이펠의 말에 침을 꿀꺽 삼켰다. 그들도 만토이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잘 알고 있었다. 어떠한 무장 장비, 무수히 많은 병력들 모두 다 신이 가져다준다고 하더라도 그의 가치 하나만으로 못하다.

“하지만 지금 작전 목표를 바꾸면 혼란이...”

“물론 우리 군이 작전 목표를 바꾸는 것이 아니야.”

“그러면 누가?”

만토이펠은 오토 슈코르체니를 살펴보며 말한다.

“자네가 갖다와 주어야겠어. 자네의 그 능력, 지난 번 이탈리아의 무솔리니 총리를 구출했을 때처럼의 그 능력대로 할 수 있겠나?”

“......”

오토 슈코르체니는 조금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자신이 할 수 있는 작전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렇게 되면 미군 후방에서 교란한다는 자신의 작전은 어떻게 한다는 말인가? 만토이펠은 오토가 고민하는 표정을 하자 재촉한다.

“자네의 작전도 중요해. 하지만. 그 신의를 확보하는 것은 아까의 작전보다 수 백 배, 수 천 배나 중요하다네. 생각해보게. 부상과 불구로 있는 우리들의 수많은 정예병들을. 그리고 그가 소속된다는 소식으로 사기가 백배 천배 승천하는 우리 병사들을 말이야.”

“끄응. 알겠습니다. 그런데 작전은 어떻게?”

만토이펠은 그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더니 이내 답한다.

“어차피 서방 유럽군의 보급기지 안트베르펀을 점령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야. 그렇다면 우리는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을 해야겠지.”

“하지만 그렇게 되면 총통 각하가 날뛸 것이 분명합니다. 내 작전을 무시했다고 말이죠.”

“흥. 그딴 작전은 내 알 바 아니다. 지금은 안트베르펀의 점령보다 그의 확보가 시급해. 무기와 무장은 다시 만들면 되지만 불구가 된 병력 수는 회복이 불가능하다. 만약 그가 온다면 새로운 정예군 하나를 만들 수 있을 정도야. 그렇게 된다면 수세로 몰려있던 우리도 공세로 전환할 수 있는 기점이 될 거야.”

“...... 그렇게 말씀하시면 알겠습니다. 그럼.”

오토 슈코르체니는 난감한 표정으로 막사 밖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부관이 의아한 표정으로 만토이펠에게 재차 물어본다.

“그런데 우리는 어떻게 작전을 합니까? 우리 작전의 최대 목표인 안트베르펀을 차지하지 않겠다고 한다면 우리의 역할은 별로 할 것도 없을 것 같은데 말이죠.”

부관의 일리 있는 말에 만토이펠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씩 미소를 지으며 부관에게 한 가지 답한다.

“원래 작전대로라면 우리는 정공이야. 하지만 이제 작전의 목표가 바뀌었으니 우리가 정공이 아니라 우리는 보조가 되는 셈이야. 작전은 그대로 진행한다. 오토 슈코르체니가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찌르는 것이 우리의 핵심이지. 그만 붙잡고 회유할 수 있다면 우리는 승리할 수 있는 희망이 있다네.”

“그렇다면 미군에 대한 공격은 어떻게 합니까?”

“예정대로 한다. 하지만 병력을 영국군에게 2개 사단을 추가한다.”

“그를 붙잡기 위해서 2개 사단을 동원하다니...”

“아직 그의 가치는 못 알아보는군.”

“......”

부관은 만토이펠의 말에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알겠습니다. 그럼 변경된 작전에 대해 상부에 보고하겠습니다.”

“그러게.”

그 것으로 만토이펠과 부관과의 대화는 끝이 났다. 부관은 변경된 작전에 대해 상부에 보고한다.

새벽 5시 30분, 나치 독일군은 행동을 개시했다. 날씨는 안개가 끼었고, 지형은 새하얀 눈밭이라서 그 색에 맞게 하얗게 위장한 독일군의 위장효과는 뛰어났다.

망원경을 쓴 독일군 한 병사의 시야에는 적인 미군의 기지가 보였다. 그것을 발견하자 무전기로 말한다.

“적 발견. 적 발견하였습니다.”

-현재 적의 상황은?-

“아직 우리의 존재를 모릅니다.”

-잘됐군. 시작 시간이 되면 공격한다. 이런. 그 때가 지금이군.-

“예. 즉시 공격하겠습니다.”

서부 연합군에 대한 독일군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미군에 대한 공격 소식은 곧바로 서부 유럽전선의 미군 사령관인 드와이트 D. 아이젠하워 사령관의 귀에 들렸다. 그는 지금 당황하기 그지없는 표정이었다.

“뭐 지금? 독일군이 공격을 해?”

-예. 지금 5군단 8군단이 맞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이. 거기에 지금 공수사단과 공습까지 강행하고 있습니다.-

“젠장! 어떻게든 버텨!”

-예. 사령관님.-

아이젠하워 사령관은 이를 뿌드득 갈았다. 적의 예상치 못한 기습은 그에게 길 가다 뒷통수를 얻어맞은 경우처럼 얼얼했다.

“젠장! 어서 각 사단에 연락해. 병력 재배치에 들어간다. 빨리!”

아이젠하워는 지금 세상에서 제일 바쁜 얼굴을 한다. 그의 명령에 따라 주위 사람들은 바쁘게 몸을 움직였다.

한편, 병재가 있는 영국군 지휘부에서도 독일군 공세 소식이 들려왔다. 몽고메리 장군은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우리 쪽으로 공세가 안 들어와서 다행이지만 미군 쪽은 지금 난리가 났겠군.”

몽고메리 부관이 그 말을 듣고 자신이 아는 정보를 꺼낸다.

“예. 지금 5군단 8군단이 공세를 막기 위해 버티는 중이라고 하지만 어렵다고 합니다.”

“그런가? 우리 쪽 태세는 어떻지?”

“지금과 별 반 차이는 없습니다. 미군에게 독일군 공격 소식이 떨어지자 부랴부랴 방어태세를 갖추는 현황입니다.”

“흥. 이쪽에 공세가 안 들어온다고 했을 때부터 내 알아봤어.”

“그런데 그는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그? 아아 소풍 왔다고 하는 그 의사 나부랭이들?”

“빨리 피신시켜야하지 않겠습니까? 적인 독일군 녀석들이 우리 쪽에 그가 있다는 정보를 들으면 얼른 병력을 우리 쪽으로 돌릴 것 같은데 말이죠.”

부관의 말에 몽고메리 장군은 어이없다는 얼굴로 부관을 쳐다보며 반문한다.

“허? 뭐야? 그의 가치가 그 정도야?”

“불구에 대한 치료법은 그가 유일하게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있지 말아주셨으면 합니다. 만약 그가 적에게 빼앗긴다고 한다면...”

“한다면? 뭐 어떻게 되는데?”

“아마 독일에서 불구가 된 정예병들이 몸 생생하게 돌아오고 한 개 군을 창설하게 될 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

몽고메리 장군은 그 말에 입이 떡하고 벌어진다. 이거 만만한 일이 아니었다. 부관이 몽고메리 장군에게 다급히 말한다.

“지금 이럴 때가 아닙니다. 그를 피신시켜야 합니다. 그 덕분에 우리 병사들이 몸 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는 겁니다.”

“허. 겁쟁이 녀석들이 줄어든 이유가 있었던 것이 여기에 있었나?”

“사령관님!”

“알았네. 혹시 안트베르펀으로 가는 차량이 있는가?”

부관은 그 물음에 고개를 끄덕인다.

“예. 다행히 차량은 있습니다만. 그 차량으로 그들을 옮깁니까?”

“그렇게 하도록 하지.”

“예. 휴우...”

부관은 이제야 일이 되었다는 심정으로 휴우 하고 한 숨을 내쉰다. 그 때, 통신장비를 운용하고 있던 병사 한 명이 나타나서 몽고메리 장군에게 다가간다.

“저 사령관님! 지금 미군 사령부 측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뭐? 얼른 내놔봐.”

그 말에 병사는 송수화기를 몽고메리 장군에게 건넨다.

“여기는 몽고메리요. 무슨 일이오?”

“그 쪽으로 지금 2개 사단이 공격하고 있소.”

“2개 사단이라고요? 허. 이 나치 녀석들이 미쳤군요. 이미 방어태세를 갖추고 있으니 염려마시오.”

“그리고 그는 어떻게 되었소?”

“그? 아 소풍 나왔던 그 친구들 이야기하는 것이오?”

몽고메리의 표현에 송수화기 너머의 아이젠하워 장군은 어이가 없었는지 잠시 침묵하다가 휴우 하는 한숨소리와 함께 말한다.

“지금은 뭐라 말 할 때가 아니지. 피신은 시키고 있는 와중이오?”

“지금 부관의 말에 따라 안트베르펀으로 가는 차량으로 호송하려고 그렇소. 왜 그러시오?”

“안트베르펀이라. 그 쪽에 수송기가 있었지. 알겠소. 그럼 2개 사단의 공세에 대해 방어할 준비를 부탁하오.”

몽고메리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걱정 마시오. 나치 놈들의 공격 따위는 솜방망이처럼 느낄 테니.”

그 것으로 아이젠하워 사령관의 연락은 끊어졌다. 몽고메리 장군이 부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허. 자네 말이 맞았군. 아까 연락에서 그를 찾더라.”

부관은 그 말에 조금 황당한 눈초리로 몽고메리 장군을 쳐다본다. 정말 저 사람은 그의 가치에 대해 모르는 것일까? 하여튼 지금 이럴 때가 아니었다. 몽고메리 장군은 아까의 소식을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독일군 2개 사단의 공세를 막기 위해 각 통신병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린다.

한편, 한 막사 안에서 병재는 잠시 눈 좀 붙이다가 사람들의 바쁜 발걸음에 눈을 떴다. 그리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한 병사의 다급한 얼굴을 본다. 병재는 뭔가 일이 터졌구나 라고 낌새를 채고는 얼른 긴장한 표정을 짓는다.

“지금 적이 공세를 개시하고 있습니다. 선생님을 포함한 의사 분들은 안트베르펀으로 가는 차량에 탑승하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병재는 고개를 끄덕이며 얼른 간단하게 짐을 싸놓고 병사의 뒤를 따른다. 막사 밖으로 나가니 짐을 가지고 권총을 드는 의사들의 모습이 보였다. 그들도 병재처럼 각 병사에게 소식을 들을 것 같았다. 의사 로버트가 병재에게 다가오며 한 가지 물었다.

“무슨 일이 있기에...”

“아무래도 적과의 공세가 시작된 것 같습니다. 우리는 안트베르펀으로 피신할 것 같습니다.”

의사 로버트는 조금 당황한 표정이었지만 확신하는 병재의 얼굴을 보고 사실의 신뢰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선생님들. 여기로 오십시오.”

대위로 보이는 장교 한 명이 병재를 포함한 의사들에게 말한다. 병재와 의사들은 그 대위 뒤를 따라갔다. 처칠 수상의 부탁을 들어주지 못한 채 전쟁이 터졌다고 피신하는 자신들의 모습에 다들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병재와 의사들이 대위의 뒤를 따라 발걸음을 어느 정도 옮기자 여러 대의 차량이 눈에 보였다. 차량은 적의 공격에 방호할 수 있는 방호차량이었는데, 이 말은 곧 자신들에 대해 얼마만큼 중요성을 띄는지 알 수 있었다.

병재는 그런 것을 느낄 새 없이 얼른 차량에 탔다. 병재의 손에는 권총 하나가 쥐어져 있었다. 지금부터 무슨 상황이 벌어질지 몰랐기 때문에 자신의 몸을 유일하게 지킬 수 있는 호신용 무기를 꼭 붙잡고 있어야 했다.

병재는 차량 뒷좌석에 앉으면서 한 마디 중얼거렸다.

“제발 아무런 일이 없기를.”

병재는 이 순간마저도 약간의 불안감을 느낀다. 병재를 태운 차량은 얼른 시동을 키고 바로 출발했다. 적들이 공세를 시작할 무렵 병재 자신은 안전하게 전쟁터에서 벗어나는 것에 대해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 작품 후기 ============================

어쩌다가 병재는 독일군의 표적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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