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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한편, 병재가 습격 받았던 장소에는 행렬의 차들이 끼익하고 멈춰 섰다. 앞에 다리가 그을린 채로 끊어져 있었다.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어떤 영문인지 몰라서 얼른 차에서 내렸다. 차에서 내린 사람들 중 반수는 로버트를 포함한 의사들이었다.
“으윽!”
의사들의 호송 책임자였던 데이비드 알턴 대위는 다리 앞에 비어있는 차량 한 대를 보고 침음성을 흘렸다. 의사 로버트는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금세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런! 적들이 알아차렸어.”
원래라면 병재의 차량을 호위하면서 바로 갈 수 있었다. 하지만 알턴 대위가 먼저 보내자는 의견을 내보낸다. 그 이유가 뭐냐 하니까 만약 처음 차량이 재빠르게 이동한다면 그 것이 보고차량으로 볼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라고 했다. 그 가능성을 이용하여 적의 눈을 속이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적들은 그 가능성을 눈치 채고 병재의 차량을 먼저 습격한 것 같았다. 알턴 대위는 분한지 주먹을 꽉 쥔다.
“지금 보니까 습격은 한 시간 전에 일어난 것 같습니다.”
“으음. 그는 계약을 맺은 인간이야. 만약 그가 적에게 포로로 잡힌다면 아주 큰 일이 벌어질 거야.”
“제길. 일단 보고부터 해야겠습니다.”
알턴 대위는 이를 뿌드득 갈고는 차량 안으로 들어가 통신장비를 킨다. 그리고 주파수를 상부를 향해 맞췄다. 그러자 통신장비 수신부분에 목소리가 들려온다.
-여기는 사령부. 여기는 사령부. 무슨 일입니까?-
“여기는 호송책임관 데이비드 알턴 대위. 지금 목표물, 목표물 적에게 습격당한 징후 포착.”
-?!!!! 사령관님!-
통신장비 너머의 병사가 경악한 말투가 여기까지 들렸다. 알턴 대위는 착잡한 심정이었다. 아마 몽고메리 장군이 나와서 한 소리 할 것이다.
-여기는 몽고메리. 지금 적에게 습격당했다고?-
“예. 그렇습니다.”
-언제 몇 시 몇 분에.-
“대략 한 시간 전에 받은 것 같습니다.”
-이런 씨발!!! 그가 잡히면 아주 곤란하다. 알고 있는가?!-
벌써부터 욕이 나오는 몽고메리 장군의 말투에 알턴 대위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므로 정찰기 한 대를 여기서 안트베르펜으로 가는 경로 상에 있는 모든 구역에 대해 정찰을 요청합니다.”
-하아. 이따 보지. 알겠어.-
몽고메리 장군은 그 말을 하고 통신을 끊었다. 그 후 씁쓸한 표정의 알턴 대위가 차량 밖으로 나갔다. 의사 로버트가 호기심을 가지고 알턴 대위에게 묻는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지금 정찰기 한 대를 요청했습니다. 한 시간 거리라면 사람이 이동할 수 있는 속도를 계산한 후, 원을 그리며 찾으면 될 것입니다.”
“으음. 그런데 여기서 병재 군이 붙잡혔다면...”
“그런 불길한 소리는 하지 맙시다. 지금으로썬 우리가 적들보다 빨리 그 사람을 찾아야 합니다.”
다리 너머를 보는 알턴 대위의 눈빛에는 죄책감과 그리고 수습해야하는 다급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의사 로버트 말대로 붙잡히지 않기를 하늘에 빌었다.
독일군 두 개 사단의 공격을 방어하고 있던 영국군 사령부 안에는 한기가 돌았다. 몽고메리 장군이 알턴 대위의 연락을 받은 직후부터 분위기는 그렇게 돌아갔다.
“젠장! 이 무능한 녀석들!”
몽고메리 장군은 화를 참기 힘들었는지 욕설을 내퍼부으며 허공에 대고 화를 풀고 있었다. 지금 몽고메리 장군의 머릿속은 복잡했다. 언제 그런 정보가 적들에게 노출되었는지 모르는 일이다.
“노출?”
몽고메리 장군은 노출이라는 한 단어를 말하며 잠시 생각에 빠진다.
‘노출이라? 그 거라면 이렇게 빠르게 정보를 포착하고 정확하게 공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다. 그러면 누구에게 노출되었는가? 그 것이 문제인데.’
몽고메리 장군은 설마 하는 심정으로 머릿속이 번개처럼 떠오른 가정이 생겨난다. 적들에게 정보가 노출되었다면 어떤 방식으로 적들이 정보를 빼돌릴까? 감청? 그 건 말이 안 된다. 스파이? 어느 정도 가능성은 있지만 한 명이 그 모든 것을 아는 건 불가능하다.
‘한 명이 스파이가 아니라면, 만약 적들이 위장한거라면.’
몽고메리 장군은 그 설마가 크게 다가온다. 병재를 막 탈출시킬 당시 사라졌던 한 미군 대대, 그들의 존재가 몽고메리 장군에게 다가온 것이다. 몽고메리 장군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통신병을 닦달한다.
“빨리! 빨리!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연락해봐. 어서!”
“예? 예! 예!”
통신병은 다급한 몽고메리 장군의 말을 뒤로 하고, 얼른 장비를 조작하여 통신상대를 아이젠하워 장군이 있는 사령부로 연결한다.
-무슨 일이야?-
통신 상대는 반말, 거기다 조금 나이든 목소리였다. 몽고메리 장군은 그 목소리의 정체를 바로 알아차린다. 몽고메리 장군은 손으로 통신병을 밀치고 다급히 말한다.
“여기는 몽고메리요.”
-무슨 일이기에 연락을 하는 것이오?-
“혹시 우리 부대로 미군 대대가 파견 나온 적이 있소?”
-그런 경우야 많소.-
“아니 내 말은 그게 아니라 오늘 아침에 대대가 파견 나온 적이 있냐는 말이오.”
-원래 파견 나올 당시 내가 말해주지 않소? 이런 부대가 파견한다고 말이오.-
“제길.”
-왜 그러시오? 무슨 큰 일이 생겼소?-
“지금 당한 것 같소.”
-당하다니 그게 무슨...-
통신장비 너머의 아이젠하워 장군은 영문을 모르는 듯 했다. 하기야 그가 알 길은 없을 터였다. 몽고메리 장군은 욕 들을 각오를 하고 한 가지 보고했다.
“오늘 아침에 한 미군 대대가 도착하였는데 부대 이름은 스미스 대대라고 했소. 그런데 미스터 길이 호송된 직후, 그 대대가 복귀해야한다고 몸을 비웠소.”
-스미스 대대라. 설마...-
“아무래도 그 대대가 적의 특작부대인 것 같소.”
-특작이라니. 제기랄. 적이 정보를 알아차린 것 같소.-
“으음. 미안하게 됐소.”
-그 말은 설마... 지금 미스터 길의 소식이 행방불명이라는 말이오?!-
“......”
-하아! 이런! 제기랄! 지금 어떻게 하고 있소?!-
“현재 재빨리 정찰기를 보내 위치를 파악하고 있소.”
-으으으. 그가 적들에게 붙잡히면 아주 난감한 일이 벌어질 것이오.-
“최선을 다해보겠소.”
-최선이라. 최선으로 말하지 말고 목숨을 거시오.-
그 말을 끝으로 아이젠하워 장군의 목소리는 툭하고 끊어졌다. 몽고메리 장군은 똥 씹은 표정을 지었다.
“젠장...”
오늘은 몽고메리 장군에게 있어서 최악의 날이었다.
이 시각에 작전을 예정대로 진행 중인 나치독일군의 선봉장이자 독일 5 기갑군의 사령관인 핫소 폰 만토이펠의 얼굴 역시 그다지 밝지는 않았다.
“끄응. 적들이 예상대로 잘 버티고 있군.”
부관도 그 말을 듣자마자 납득 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적들의 병기와 장비가 잘 준비된 것 같습니다. 병사 한 명 한 명에게 그 짜증나는 방탄장비를 입히다니 말입니다.”
중국에서 수출한 방탄장비는 지금 공격을 개시하는 나치독일군에게 엿을 먹이고 있는 실정이었다. 적의 총탄을 완벽히 방호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에 따라서는 기관총탄도 막혔다. 전차의 방호 능력만큼 성능이 우수했다.
“하아! 젠장. 우리가 시간을 끄는 역할이라고 해도 장비의 성능 때문에 작전이 막히다니. 그런데 우리가 입수한 그 방탄장비의 분석은 어떻게 되었어?”
“현재 독일 내부의 과학자들이 모든 기와 노력을 가지고 분석하고 있지만 이것에 들어간 기술들이 너무 고차원 적이라서 분석하는데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린다고 합니다. 거기다 분석이 끝나도 그 걸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원재료들의 확보도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합니다.”
“하아. 여태까지 유능하다고 생각했던 우리 기술자와 과학자들이 지금은 무능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라니. 젠장 어떻게 저런 기술의 방탄 장비가 지금 연합군들에게 입수가 된 거야.”
사실 저 방탄장비 때문에 곤혹스러운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저 방탄장비가 출연한 것은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였다. 그 때, 그 방탄장비의 성능에 독일군 모든 장군과 지휘부, 상층부는 충격을 먹었다.
원래 방탄장비라는 것은 아주 비쌌다. 1차 세계 대전 당시만 하여도 방탄장비라는 것은 실크를 20겹으로 감싸 만든 것이었다. 실크 방탄장비의 성능은 우수했지만 그 값은 아주 비쌌다. 병사들에게 장비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다.
하지만 지금 연합군이 입수하고 장비하는 방탄장비는 성능이 우수한 것은 둘째 치고 이것을 병사들 반 수 이상 장비시킬 수 있을 만큼 물량이 많았다. 겨우 방탄장비 하나뿐 인데도 보병 전에서 아주 큰 차이가 났다. 방탄장비를 입은 연합군들은 더 이상 총격전을 두려워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 방탄장비의 성능은 지금의 공격에도 만토이펠을 난감하게 만들었다. 만토이펠은 부관에게 물었다.
“지금 적을 기습해서 그 장비를 얼마만큼 입수했어?”
“으음. 잘은 모르겠지만 한 개 대대를 장비시킬 수 있는 수만큼 확보했습니다.”
“그 것이 최대 전리품이겠군. 하아. 우리의 최 정예군에게 우선적으로 배분해. 그리고 남는 것은 상층부로 보내.”
“예!”
부관은 그 즉시 만토이펠의 지시에 따라 어디론가 향한다. 부관의 나가는 뒷모습을 지켜본 만토이펠은 지금 순간 담배가 피고 싶어졌다.
“하아. 오토 슈코르체니가 성공해줘야 하는데.”
만토이펠이 지금 이순간 믿을 것은 오토 슈코르체니 밖에 없었다.
한편, 병재를 추격하는 오토 슈코르체니의 부대는 난감한 지경에 이렀다. 특히 그들을 이끄는 오토 슈코르체니는 떫은 감씹은 표정이었다.
“아직도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나?”
“방향을 잘못 잡은 것 같습니다.”
한 병사의 보고에 오토 슈코르체니는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젠장 어느 특수부대라도 나왔나? 왜 이렇게 우리 추격을 잘 알다시피 교란작전을 펼치는 것이지?”
오토는 겨우 몇 분 차이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을 비웃듯 따돌리는 병재의 도망에 열불이 났다. 자신의 부대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오토는 이를 모욕이라 느낄 정도였다.
“하아. 그러면 자네 말대로 할 수밖에 없겠군.”
오토의 부관인 구스타프 륀스타겐은 그 말을 듣고 한 가지 말한다.
“그가 머리가 좋은들 안토베르펜 주위 대로에 매복한다면 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으음. 그런데 그가 대로나 산의 능선을 타겠어? 지금까지 도망에 재능이 아주 뛰어나잖아. 의사 출신이 아니라 어느 특수부대 출신인 것처럼 말이야.”
“그와 그가 업은 병사 둘이 다른 곳으로 가봤자 죽을 목숨입니다. 그들에게 식량도 물도 없습니다. 하지만 대령님의 말씀대로 그가 추격을 뿌리치는데 아주 탁월한 것 같으니 대비를 하는 편이 옳습니다.”
“절대 뚫리지 못할 포위망도 뚫은 그다. 그러니 방심은 하지 말도록.”
“예.”
오토의 부대는 곧바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들이 목적지로 잡은 곳은 안트베르펜 주위의 대로였다.
기절한 운전병을 업은 병재의 발걸음을 재빨랐다. 지금까지 쉬지 않고 달려왔다. 아마 올림픽에 출전하는 마라톤 선수들이 병재를 본다면 경악하고도 남을 정도일 것이다.
“휴우.”
병재는 주위 안전한 곳에서 몸을 숨기며 조금 숨을 돌린다. 그리고 아까의 지도를 꺼낸다. 자신의 위치를 확인하니 제법 멀리까지 나왔다.
“......”
병재는 지도에서 한 가지 점을 잡았다. 가는 길 도중에는 한 작은 도시가 있는 것으로 보였다. 그 곳의 현지어로는 위이(huy)라고 되어 있었다.
“으음. 분명 나를 찾을 것이 뻔할 거고. 여기서 연락을 한다면.”
분명 적들이라면 위이 주변에 매복해 있을 것이 분명했다. 비록 전쟁터인 와중에 이곳이 파괴되었음이 분명하지만 아마 이 곳에서 연락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혹시 잘하면 이곳에 주둔중인 미군 혹은 영국군을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어떻게 해야 하지?”
그 때, 병재가 조심스레 내려놓은 병사의 기척이 느껴졌다. 아무래도 정신을 일깨우는 것 같았다. 병사는 어느 정도 눈을 껌뻑껌뻑 거리다가 얼른 고개를 화들짝 들어 주위를 둘러본다.
“여기는...”
온통 낯선 장소, 자신이 혹시 붙잡혔나? 그렇게 병사는 순간 그렇게 생각이 났다. 그러다가 병사는 병재를 발견한다.
“어... 여기는...”
병재는 병사를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으며 말한다.
“깨어나셨군요.”
“여기는 대체 어디죠? 아까만 하여도 적들에게 습격을. 설마...”
그 설마에 병재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다행히도 포위망 속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지금은 도망 중인 신세이지만 말이죠.”
“으음. 그 포위망 속에서 도망이라니. 꼼짝없이 붙잡힐 줄 알았는데.”
“지금은 안트베르펜을 향해 가고 있습니다.”
“안트베르펜이요? 꼭 거기로 가셔야합니까?”
병사는 의아한 표정으로 병재에게 묻는다.
“원래 목적지가 안트베르펜이 아니었습니까?”
“물론. 우리의 목적지가 그 곳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를 구출할 수 있는 장소는 따로 있습니다.”
“그 곳이 위이 겠군요.”
“어? 아셨습니까?”
병재는 병사의 말에 드디어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모두의 착각. 모두의 삽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