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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급인생-118화 (118/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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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2월 18일 오전 6시, 병재와 운전병 래리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풍찬노숙을 하느라 겉모습이 꼭 거지꼴 같았다. 하지만 둘의 눈빛은 포기하지 않는 의지로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그러나 병재의 상태는 그렇다 치더라도 래리의 상태는 조금 보기 안쓰러울 정도로 힘들어 보였다.

적들이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 아주 험난한 경로를 선택했는데, 지도상의 지형지물을 보는 것과 그 지형지물을 걷는 것과의 차이는 아주 컸다. 솔직히 래리는 그 경로를 선택한 자신의 결정에 무지하게 후회했다. 분명 다른 길이 있을텐데 분명 다른 생각이 있을텐데 라고 머릿속을 뒤흔들었다.

병재는 자신을 따라오는 래리의 얼굴을 살핀다. 지금은 12월 달, 추운 기온 때문인지 래리의 얼굴은 그야말로 정신력으로 육체를 움직이고 있는 표정이었다. 래리는 자신을 바라보는 병재의 얼굴을 보더니 무언가 묻는다.

“제 얼굴에 무언가 묻었습니까?”

병재는 그 말에 작게 고개를 좌우로 흔들고는 짧게 말한다.

“당신의 체력은 지금 한계를 넘어 섰습니다.”

“한계요? 체력이야 전투에 돌입했을 때부터 계속 한계를 맞이합니다.”

“아무래도 안 되겠군요. 거두절미 말하지 않겠습니다. 업히십시오.”

“예?”

래리는 황당한 얼굴로 병재를 쳐다보았다. 하지만 병재의 얼굴은 진지 그 자체였다. 래리는 가슴을 당당하게 피며 말한다.

“전 아직 갈 수 있습니다.”

“갈 수는 있겠죠. 다만 움직이는데 시간이 무척 느리게 가고 적들의 포위망이 시시각각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또 한계를 넘은 체력 상황을 계속 유지하다가 생명을 잃을 수 있습니다. 잔말 말고 업히세요. 남 보기 부끄러우면 제가 인기척을 감지할 때 내려놓겠습니다.”

래리는 병재의 단호한 말투에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병재의 말은 한 치도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자신의 몸은 이미 쓰러지고도 남았다. 그리고 그런 몸 상태로 계속 가다가 적들과 자신들의 거리를 좁힐 수 있었다.

“선생님은 안 괜찮으십니까?”

“전 보기보다 생생합니다. 당신처럼 정신력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생생한 상태로 가는 것이니 걱정 마십시오. 당신을 업고 달릴 체력과 힘은 충분합니다.”

“선생님 원래 의사가 아니라 군 특수부대 출신 아닙니까?”

병재에게 묻는 래리의 표정은 정말 그렇게 의심하고 있었다.

“그걸 믿던가 말던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그리고...”

결국 병재는 래리를 강제로 업혔다. 래리는 어어 하다가 이윽고 병재의 등 뒤에 아기처럼 업힌다. 래리는 따뜻한 병재의 등의 체온을 느끼면서 동시에 남자의 자존심이 상했는지 복잡한 얼굴을 짓는다. 그런 복잡미묘한 기분을 없애고자 래리는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지금 이 곳과 위이까지의 거리는 어떻게 됩니까?”

“아무래도 하루 정도는 더 걷고 가야겠습니다.”

“으음. 제가 경로를 잘못 잡은 것이 아닐까요?”

“당신의 선택은 매우 올발랐으니 그에 대해 마음을 쓰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니 더 할 말이 없습니다. 그보다...”

래리는 말끝을 흘리더니 이내 정신을 풀썩 놓았다. 서로 몸을 맞붙어 체온을 느끼자 래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정을 느끼고 잠에 든 것인지 몰랐다.

“조금 갈 길이 바빠지겠군.”

병재는 등 뒤로 업은 래리의 존재감을 느끼고 정면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병재의 정면에는 경사가 심한 산길이 눈에 보였다. 병재는 한 걸음 한 걸음 힘차게 눈밭을 해치며 조심스럽게 올라간다.

오토 슈코르체니는 2일간의 수색활동을 벌였지만 이렇게 난감한 경우는 처음이었다. 옆에 있던 부관이 오토에게 조금 걱정어린 말투로 말한다.

“전혀 소식이 없고, 흔적도 보이지 않습니다.”

“으음. 이렇게 난감하게 만든 인간은 처음이야. 내가 처음 작전에 실패했던 티토의 경우도 이러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그 것보다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뭘 어떻게 하기는 지금 어느 쪽 수색을 완료했나?”

부관은 그 말에 지도를 꺼내더니 오토에게 펜으로 지도에 빗금 칠한 부분을 보여줬다. 오토는 그걸 확인하고는 부관에게 묻는다.

“빗금 칠한 부분이 수색한 부분이겠고, 색깔이 다른 것은 일자수로 다른 것인가?”

“예. 정할 때 그렇게 정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지. 그런데도 아직까지 흔적과 소식을 발견하지 못했는가?”

“아무래도 정찰기가 필요한 시점이 아니겠습니까?”

“정찰기라. 이미 요청은 해놨지. 기억 안나나?”

부관은 오토의 말을 듣자마자 아! 하고는 자신이 까먹었다는 것을 인지했다.

“그렇습니까? 요즘 건망증이 와서 잊는 모양입니다.”

“쯧쯧. 자네도 나이가 드는 모양이군.”

“......”

부관은 흉터진 얼굴을 한 오토에게 반박하고 싶었지만 반박할 말이 없어서 침묵했다. 오토는 부관의 표정을 보더니 한숨을 내뱉는다.

“하아. 이거 상부에 뭐라 보고해야할지 모르겠어.”

“작전의 핵심이 우리라고 생각하니 압박감이 상당합니다.”

“끄응. 그러게 말이야. 지난 번 작전은 지금에 비하면 학교에서 가볍게 쪽지 시험을 보는 것과 똑같아.”

“그런데 아직까지 위이 주변에 매복해 있는 병사들에게 연락이 없는 것 같습니다. 만약 위이로 발걸음을 향한다면 오늘이나 내일 쯤 연락이 와야 하는데 말입니다.”

“그래. 위이로 목적지를 정했으면 말이지.”

“위이로 갈 확률은 반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군. 그 것보다 대로에 대한 감시는 어떻게 되고 있어?”

“아무래도 대로의 보급차량을 이용하여 위이에 잠입할 계획은 아닌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는 목표물이 위이로 목적지를 정했으면 위이에는 직접 발걸음을 옮기며 갈 것 같습니다.”

“흠. 대로에 대한 감시의 성과가 없었던 모양이군.”

“예. 그렇습니다. 엄격하게 감시 관찰하고 있는 와중에도 수상한 낌새는 눈에 보이지 않습니다.”

“보급차량의 짐 속에 숨을 가능성은 있지 않겠나?”

“우리 병사들의 실력은 목표물이 짐 속에 숨는다고 못 찾을 정도로 능력이 없습니까?”

오토는 부관의 말에 순간 실수했다는 표정을 짓고는 부관에게 사과한다.

“미안하군. 워낙 압박감이 심한 와중이라 내 실수한 모양이야.”

“......”

“그나저나 우리는 이대로 안트베르펜 주변 대로에 매복해 있을건가?”

“지금이라도 위이로 갈 수 있습니다. 그 쪽으로 가시겠습니까?”

오토는 부관의 물음에 고개를 젓고는 이내 흔들거리는 마음을 바로 잡았다.

“아니야. 이대로 계속 있지. 위이에 성공적으로 잠입한다고 해서 그 쪽으로 탈출할 수 있는 경로는 없어. 유럽에서 빠져나가려면 안트베르펜으로 반드시 향해야 해.”

“그런데 프랑스 쪽으로 빼돌릴 수도 있지 않습니까? 여차하면 위이에 수송기를 세우고 바로 탈출시킬 가능성도 있습니다.”

“지금 우리 공군이 공습 중이지 않나? 우리 전투기들의 화공 망에 수송기가 벗어날 수 있을 것 같나? 거기에 위이에서 프랑스 가는 방면에는 만토이펠 제 5 기갑군이 진출하기로 했으니 그 쪽을 믿어보지.”

“예. 알겠습니다.”

부관은 그렇게 대답하고는 시선을 오토에서 정면으로 돌린다. 지금 부관이 느끼기에는 목표물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한동안 이대로 있어야 될 것 같은 예상이 들었다.

같은 시각, 유럽 전선에 참전한 미군의 총 사령관인 아이젠하워 장군은 긴급히 병력을 재배치한다. 중국에서 수입한 물품들 덕분에 공격을 저지하는데 간신히 성공하지만 그래도 적의 기세는 멈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공수부대 82사단을 생비트로, 그리고 101사단은 바스토뉴로 재배치한다.”

그 말에 그의 부관이 제지한다.

“그들을 수송할 수송기가 부족합니다. 그리고 이륙시킨다고 하여도 적의 전투기에 녹아날 것입니다.”

“수송기에 병력들을 태울 수 없다면 트럭에 태워!”

“예. 알겠습니다.”

부관은 바로 대답을 하고 얼른 통신장비로 발걸음을 옮기며 아이젠하워 장군이 말한 것처럼 언급한 사단 2개의 사단장들에게 연락하여 아이젠하워 장군의 말을 전한다. 그 후 할 말을 다 끝낸 부관은 얼른 아이젠하워 장군에게 다가가 말한다.

“그런데 영국군의 지원은 어떻게 할 생각입니까?”

“우리가 더 급해. 패튼은 어떻게 하고 있나?”

“지금 적의 기갑군단에 맞서 전투 중이라고 합니다.”

“으음. 패튼이 잘 해줘야 할 텐데.”

“패튼 장군의 능력이라면 적의 기갑 군단을 막기에는 충분합니다.”

“그 것보다 그의 존재는 어떻게 되었나?”

“아직까지 소식은 전해지지 않습니다. 다만 영국군에서 자체적으로 정찰기들을 배치하여 수색 중이라고 합니다.”

“그가 적에게 붙잡히지 않아야 할 텐데.”

“그러길 빌어야 겠습니다.”

아이젠하워 장군과 부관은 병재가 적에게 붙잡히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빠르게 적의 공세에 대비하고 있었다.

한편, 적의 기갑군단을 맞이하고 있던 패튼의 기갑군단 역시 상황은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

“젠장 적의 티거가 왜 이렇게 많아?! 오늘 단체로 마약이라도 했나? 빌어먹을 자식들 마치 성욕을 주제 못한 개새끼가 발정하면서 여자에게 달려드는 것 같군.”

“셔먼으로는 티거의 상대가 역부족이라서 지금 중국에서 수입한 41식 중전차를 배치했습니다.”

“41식 중전차? 그 쿨리녀석들이 만든 전차 말인가?”

“예. 대장님이 말씀하신 그 쿨리들이 만든 전차이기는 하지만 성능이 매우 좋습니다. 저번에 이 전차들을 수입한 녀석들을 매번 욕을 했었는데 이번에 아주 칭찬하고 싶습니다.”

“흥. 그래도 우리 셔먼이 나아. 그 것보다 중국에서 갓 수입한 44식 중전차는 어떻게 하고 있어?”

“그건 괴물입니다. 보시면 알게 될 것입니다.”

패튼은 그 말에 정면을 바라본다. 마침 중국에서 수입한 44식 중전차가 전장의 앞으로 나온 모양이다. 41식 중전차의 크기보다 더 크고 포도 아름다웠다.

패튼은 그 걸 보고 한 마디 감상을 내렸다.

“흥 아무리 쿨리 녀석들이 만든 거라고 하지만 더럽게 크군.”

그 한 마디 직후 44식 중전차의 전투가 시작되었다.

-퍼엉! 콰아앙!-

44식 중전차가 쏜 포에 돌진하던 티거 한 대가 포탑이 날라 갔다. 셔먼의 전차포로 무력화하기 힘든 녀석이 44식 중전차의 위력에 한 번에 터졌다. 패튼은 그 광경에 한 마디 한다.

“왓 더 퍽.”

그 때, 패튼의 부관이 손가락을 가리키면서 패튼에게 말한다.

“저기 킹 타이거가 오고 있습니다.”

“킹 타이거? 허 그 괴물이 오다니.”

패튼은 놀랍다는 듯 44식 중전차에게 다가오는 킹 타이거를 바라보고는 재미있다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그리고 킹 타이거가 44식 중전차에게 포탄을 한 방 쏜다.

-팅!-

그러나 킹 타이거의 완벽하게 쏜 포탄의 위력 앞에서도 44식 중전차는 왠 파리가 앉냐는 식으로 끄덕도 없었다. 그리고 44식 중전차의 포가 킹 타이거에게 돌려진다. 그런데 44식 중전차의 옆에서 41식 중전차가 킹 타이거에게 선수를 친다.

-퍼엉! 콰아앙!-

41식 중전차의 포탄 한 발에 킹 타이거는 한 방에 녹다운이 되었다. 이윽고 44식 중전차의 확인사살이 시작된다.

-퍼엉! 콰아아앙!-

이번에도 티거의 경우처럼 킹 타이거의 포탑이 날라 갔다. 그야말로 절륜하기 그지없는 위력이었다. 패튼은 무척이나 마음에 든다는 표정으로 44식 중전차의 모습을 바라본다.

“너무나 좋군. 너무 좋아. 씨발 내 전 재산을 걸고 저 놈을 사고 싶군.”

패튼의 부관 역시 패튼의 말에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야말로 남자들의 바짓가랑이를 젖게 만드는 터프함이 느껴진다. 그 때, 티거 한 대 한 대씩으로 44식 중전차를 상대하기 어려웠는지 티거 여러 대가 나오며 44식 중전차를 상대했다.

하지만 그 티거들을 홀로 싸우는 44식 중전차의 감상을 비유하자면 숫사자가 하이에나 여러 마리를 혼자서 해치우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44식 중전차의 포탄 한 발에 적 전차 한 방, 그리고 적 전차의 포탄 여러 방에 멀쩡한 44식 중전차의 장갑. 그야말로 완벽.

“좋아! 이대로 계속 진행해! 뭐해! 대장님이 싸우는데 졸병 새끼들이 가만히 있는건.”

패튼의 부관이 그 말에 다급히 연락망을 키고 말한다.

“전 전차부대 전 전차부대 출진한다!”

44식 중전차의 선전에 가만히 감상을 하고 있던 전차부대들은 사기가 올라가 얼른 진격을 시작했다. 패튼은 이 진격을 지켜보면서 부관에게 한 가지 물었다.

“그런데 이 존나 쩌는 전차들이 중국 전선에 사용된다고?”

“예. 지금 잽들 전차들을 상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뭐? 잽의 전차들? 그 전차들은 씨발 그냥 쓰레기들 아니야? 아깝게 왜 그 딴 곳에서 사용 하냐? 잽의 전차들은 셔먼만 보면 덜덜 떤다며?”

“그 말이 맞습니다. 마치 닭 잡는데 기관총을 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셔먼을 상대로 울부 짓는 그들이 이 쩌는 전차들을 상대한다면 씨발 그냥 죽으라고 선언하는 거 아니야?”

“으음.”

“아오! 그냥 중국 정부에게 전해서 셔먼 5대와 44식 중전차 1대랑 바꿨으면 좋겠어. 이 무슨 전력 낭비야.”

패튼의 부관은 패튼의 말에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임과 동시에 생각한다.

‘1 대 5라? 글쎄. 난 불공평하다고 느끼는데 1 대 10이라면 몰라도.’

패튼의 부관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정면의 광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지금 44식 중전차는 임팔라 무리에 뛰어든 숫사자처럼 적의 전차들의 포탑을 펑펑 터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44식 중전차의 활약에 힘을 못 입어 적 전차부대들은 후퇴하기 시작했다. 44식 중전차를 상대하기 힘든 모양인 것 같았다. 패튼은 그 광경을 보고 한 마디 한다.

“내 바지를 젖게 만드는 녀석은 처음이야.”

============================ 작품 후기 ============================

2개월전 이제 개발완료된 전차가 유럽 전선에 간 이유는 역시 중국의 송 뭐시기 덕분이겠죠.

풍족한 마음, 풍족한 댓글, 그리고 풍족의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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