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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4년 12월 28일, 중경의 총독 관저 안의 총통실에서 두 사람이 의자에 앉았고, 나머지 호위병사들이 그 주위에서 두 사람을 호위하는 모습이었다.
한 사람이야 이 곳 총통실의 주인이라고 할 수 있는 장개석 총통이었고, 한 사람은 이 곳 중국에 부임한 앨버트 웨드마이어 고문관이었다. 두 사람의 사이에 있는 탁자 위에 차와 커피가 김이 모락모락 난다.
총통실 안은 마치 조용한 다과회라도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였지만 장개석과 웨드마이어 고문관이 서로 말하는 대화의 내용을 들어보면 그렇지 않았다.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잠시 잔을 들고 커피를 음미한 후 다시 탁자 위로 잔을 내려놓은 뒤 장개석에게 진지한 눈빛으로 쳐다보고는 말한다.
“올 해 1월부터 화북 지역을 총공세 하는 것입니까?”
장개석은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물음에 고개를 끄덕이며 답해준다.
“그렇소. 이미 화북지역 전선 주변에 병력들을 재배치하고 있소.”
“거기다 중국 정부의 모든 공군들을 동원해서 폭격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적들의 기세를 꺾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소?”
“당연한 말씀입니다. 그러면 화북지역 총공세의 기간은 대략 얼마정도 잡고 있으십니까?”
“최대 4월까지 전쟁이 일어나기 전의 영역을 회복해야겠소.”
“작전 소모 기간을 4개월로 잡으시는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제가 예상한 바로는 빠르면 2개월 내로 임무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장개석은 그 말을 들으면서 자신의 앞에 놓인 있는 차를 한 모금 음미하고는 이내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물음에 대답한다.
“나도 군사지식을 조금 받았소. 분명 고문관의 말씀도 맞소. 하지만 우리에게는 전쟁에 피폐한 중국 내륙을 재건하고 있소. 거기다 점령지의 안정과 재건에 시간을 투자한 것을 고려해서 4개월을 잡았소. 이제 일제는 망해가고 있으니 재건에 준비해야 옳지 않겠소?”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장개석의 대답에 만족하는지 미소를 짓는다.
“그나저나 총통 각하. 제가 남경 재건의 소식을 들었는데 솔직히 우리 미국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속도로 재건하고 있다고 하더군요.”
장개석은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말에 기분이 좋은지 하하 웃으며 미소를 짓는다.
“도시 재건 계획과 그에 발맞추어 일하는 국민들이 있으니 당연한 일이오. 거기다 이 모든 지원을 다 해주는 중경공단이 있으니 천만 다행이오. 하아. 지금 일하고 있는 관료들의 수준이 중경공단의 수준처럼 되었으면 좋겠소.”
장개석은 한숨을 뱉으며 정부 관료들에 대해 욕했다. 지금 이렇게 재건계획에 대해 속도를 더 내지 못한 것은 대부분 관료들의 낮은 수준 때문이었다.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그의 얼굴을 바라보며 속으로 ‘지금도 엄청 빠르게 재건하는데 욕심은 엄청 많군.’ 이렇게 생각한다.
“하하. 그렇군요. 그래도 우리 미국의 입장에서 중국의 빠른 재건에 대해 좋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또 우리 미국에게 빚진 채권들을 전부 갚아나가고 있는 와중이 아닙니까?”
“하하하. 미국 정부가 그렇게 생각하다니 다행이오. 내 한 가지 궁금한 것이 있는데 유럽 전선은 지금 어떻게 되어가고 있소?”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거릴 것 없이 장개석에게 사실을 전달한다.
“지금은 나치독일의 공세도 둔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투에서 중국에서 수출한 군수장비들의 성능 덕분에 공세도 빠르게 저지할 수 있었습니다.”
장개석은 분명 아부하는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말에도 기쁜지 연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사실 자기나라 제품을 칭찬하는데 어찌 안 웃을 수 있을까? 그 때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표정을 바꾸면서 장개석에게 한 가지 청한다.
“저 총통 각하.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 물어보시오. 내 곤란한 것만 빼고 다 대답해주겠소.”
“그럼 거두절미하지 않고 말하겠습니다. 만약 화북지역까지 완벽히 탈환한다고 하면 이번 일본 본토의 공습에 적극적으로 협력해 주실 수 있는 의향이 있습니까?”
“......”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물음에 아까까지 기분 좋았던 장개석은 얼굴이 굳고는 고민한다. 그리고 생각에 생각을 거듭하고는 이내 대답한다.
“화북 지역의 탈환의 성과에 따라서 협력 규모도 달라지겠지만 협력에 대한 의사는 있소.”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그 것으로 되었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적어도 협력을 해주시니 감사합니다.”
그 때, 장개석이 진지한 얼굴로 웨드마이어 고문관에게 한 가지 묻는다.
“이제 고문관의 물음에 답해드렸으니 나도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소?”
“음. 말씀해보십시오.”
“요즘 내가 알기로는 미국 대사관과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자주 만남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데. 그 것에 대해서 알려줄 수 있겠소?”
“......”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그 물음에 진땀을 뺐고, 그는 아까의 장개석처럼 고민하고는 이내 할 수 있는 범위에서 답한다.
“지금 미국 정계에서는 조선의 독립 문제를 두고 설왕설래를 하고 있습니다.”
“으음. 그렇군. 그 임시정부의 인사들이 몸을 달 수 있을법한 문제이겠군.”
장개석은 웨드마이어 고문관의 대답에 이해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지금 대한민국 임시정부 측에서는 조선의 독립 문제를 두고 매번 미국 대사관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총통 각하는 이 소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흐음. 그 쪽은 독립해주어야 맞는 말이기는 하지만. 안 그래도 요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군대가 이번 공세에 전격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하더군.”
“으음. 그들의 전력이 도움이 되겠습니까?”
“전력은 도움이 되니 하는 소리요. 지금 1개 사단을 완편한 것 같은데. 아무래도 중경공단의 회장의 출신 때문인지 그 쪽에서 개인적인 사비로 모든 지원을 다해주고 있소. 내가 알기로는 폭격기, 야포, 전투기, 전차, 그 외 나의 직할군에서 장비할 수 있는 모든 화력과 장비들을 입수한 것으로 알고 있소. 다만 작전권은 우리 중국군이 가지고 있으니 가만히 놔두는 실정이오.”
“그러면 전쟁이 끝나고 조선이 독립하게 된다면 그 군대들은 어찌하실 생각입니까?”
“그 건에 대해서는 임시정부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소. 임시정부 측에서 모든 장비들을 유지한 채 조선에 입성하기를 원하는 것 같소. 그런데 고문관의 말씀을 들어보니 조금 곤란한 말투로 들리는 것 같소?”
장개석의 물음에 웨드마이어 고문관은 뜨끔한 표정을 짓는다.
“하하.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내 착각이라고 생각하면 좋겠소.”
장개석은 그렇게 말하고는 다시 찻잔을 들고 차를 음미한다. 그 후에도 서로의 대화는 계속 되었다.
-씌이이잉~ 씌이이잉~-
굉음 소리와 함께 비행기가 하늘 위로 뜬다. 그리고 비행기에서 낙하산이 달린 짐들을 낙하시키고 있었다. 짐들의 위에 묶인 반구형 천들은 기류를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다 이내 땅으로 떨어진다.
그 모든 일련 과정들을 망원경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광복군 제 1사단의 사단장에 있던 김홍일 장군은 놀란 눈빛으로 이 모든 광경을 쭉 지켜봤다. 그건 옆에 있던 장교단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허. 분지를 통해 진격할 작전을 수립하고 분지를 통해 보급하는 계획을 세웠건만 이정도면. 지금 작전을 시행해도 큰 문제는 없겠군.”
김홍일은 감탄한 표정으로 수송기에서 내린 짐들을 낙하하는 훈련을 바라본다. 그리고 옆의 사람에게 시선을 돌리고 어깨를 툭툭 치며 흡족한 미소를 짓는다.
“자네가 언제 이런 훈련계획을 세웠는지 모르겠지만 잘했어.”
그 말에 고개를 작게 숙인 사람 신병교육대대장 길병주가 대답한다.
“만족하셨으니 다행입니다.”
“그런데 이 훈련계획에 대해서 학교에서 배운 것을 토대로 했나?”
그 물음에 병주는 작게나마 고개를 젓고 대답한다.
“그건 아닙니다. 이번 것은 최용덕 참모장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아. 최용덕 참모장이라면 공군군관학교에 배웠던 전문가이니 공군훈련계획에 도움을 많이 받았겠군.”
“예. 공군 훈련계획은 처음이라서 그런지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판단한 뒤 결정했습니다.”
“그렇군. 잘했네. 이렇게 성과를 내주니 아주 잘했네.”
김홍일은 병주에게 박수를 쳐주면서 감사의 감정을 전달하자 병주는 쑥스럽다는 표정을 짓는다. 그 때, 김홍일에게 다가서는 한 사람이 있었다. 바로 훈련에 참가했던 조종사 권정익 대위와 병사 3명이었다. 김홍일이 권정익 대위에게 다가가 악수를 청하면서 말한다.
“아주 수고했네. 훈련은 잘 봤어.”
그 말에 권정익 대위는 감격한 표정을 지으며 김홍일에게 악수를 받는다.
“감사합니다. 사단장님. 수송기의 성능도 있지만 이번 신병교육대대장이 계획한 훈련과정들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런가? 그렇다면 내 질문 하나를 던지지. 우선 이번 작전에 대해서 자네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겠네.”
권정익 대위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무엇이든 물어보십시오. 소신껏 답해드리겠습니다.”
“자네가 생각하기에 이번 작전 중 보급의 핵심인 분지의 수송 계획에 성공적이라고 생각하는가?”
“예. 분지의 면적을 고려할 수 있지만 지난번 계획을 수립하였을 때, 확인해둔 지도상의 분지라면 가능합니다. 보급에 대해선 걱정이 없어도 됩니다.”
“으음. 악천후가 발생하였을 때는 어떤가?”
“악천후의 시기라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적어도 보급은 충분히 가능합니다. 그 이유는 제가 모는 수송기의 성능이 악천후를 충분히 견딜 수 있게끔 설계 제작되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왜 이 수송기에 창피하게 장개석 자신의 이름을 넣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지금 와서 사용해보니 충분히 자신의 이름을 넣을 만큼 성능이 우수합니다.”
“그렇군. 내 한 가지 더 물어보지. 혹여 폭격이나 공수작전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폭격은 가능합니다. 아무래도 비행기를 몰 때 가장 중요하게 훈련받는 것이 폭격에 대한 훈련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공수작전의 경우에는 조종사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공수작전에 투입되는 병력들의 수준도 어느 정도 보장이 되어야합니다.”
“으음. 알겠네.”
“적어도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번 작전에 대해 걱정될 것은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김홍일은 권정익 대위의 말에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 것으로 이번 훈련의 참관을 종료했다.
훈련이 다 끝난 직후, 사단장 김홍일과 병주가 차 안에서 서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네는 우리 광복군을 지휘하는 군단인 신유철 군단장의 신임이 대단한 것 같군.”
“아무래도 제 친동생과 의형제 사이이니 많이 봐주시는 것 같습니다.”
“으음. 그렇지. 그의 능력도 대단하지만 특히 중경공단의 회장과 의형제를 맺은 적이 있었지 참.”
“예. 거기다 저번 남경탈환작전에 제가 도움을 드린 적이 있습니다.”
“오. 그런가? 그래서 작전을 수립하였을 때, 그렇게 철저하게 한 것이군.”
“그 말이 맞습니다. 신유철 군단장은 모든 경우의 수를 두고 작전을 짜는 성격입니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르는 것 역시 작전 때문일 것 같습니다.”
김홍일은 병주의 말에 납득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군. 신유철 군단장이 지휘하는 군단이 이번에 산서성의 여양을 공략하려고 계획을 수립했는데. 아무래도 협공을 하려고 하는군.”
“제가 추측하는 것이지만 신유철 군단장은 철도에 대해 직접적인 공격을 시작하려고 하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말하면 작전은 성동격서가 되겠군.”
“물론 우리의 사단은 그에게 있어서 장기판의 말에 불과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가 준비하는 수단은 그 것으로 끝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허어... 그러면 더 있다는 이야기인가?”
“예. 제 친동생에게 들어보니 아무래도 그 쪽에서 공수작전을 준비하는 것 같습니다.”
“공수작전이라. 삼면으로 타격한다는 이야기이겠군.”
“예. 제가 그의 입장이라고 가정하고 작전을 수립해도 철도의 공격을 주공으로 잡고, 그에 적이 대비하고자 한다면 산맥을 넘은 우리 사단이 빈 곳을 공격하고, 또 공수작전으로 낙하한 하나의 사단을 비어있는 곳을 공격하겠습니다.”
“한 마디로 병력과 장비를 이용하여 압살하는 방식이군.”
“예. 여양을 방어하는 왜놈들에게 미안한 말이지만 학살이 될 것이 분명합니다. 끊긴 퇴로, 시시각각 좁히는 포위망, 물론 변수는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지. 여양은 철도가 있는 요충지야. 적의 원군도 생각을 해야겠지.”
“그 쪽에 대해서는 중국의 다른 군단이 막을 요망인 것 같습니다.”
“흐음. 두율명이 아무래도 그렇게 계획을 하겠지. 내가 그의 밑에서 참모직을 한 적이 있으니 그의 방식을 잘 알고 있지.”
“예. 산서성에 있는 일본군은 모두 죽을 목숨이나 다름 없습니다. 또 다른 변수라고 한다면 태원시에 틀어박힌 군벌 염석산의 경우일 것입니다.”
“염석산이라 그가 확실히 변수이기는 하지만 일본군과 협력할 가능성은 없을 것 같군. 승세에 있는 측에 붙는 그의 성격상 썩은 줄인 일본군을 태원시에서 공격할 것 같아.”
“......”
염석산에 대해 평가하는 김홍일의 말을 병주는 조용히 들었다. 두 사람을 태운 차량은 곧 신유철 군단의 사령부에 도착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을 배웅하러 온 장교의 안내를 받아 회의실로 들어갔다.
회의실 안에는 여러 사람들이 자리에 앉아 있었고, 그 중 상석에 앉아있던 한 사람이 골치가 썩는다는 표정으로 서류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다 회의실 안에 들어온 김홍일, 그리고 길병주를 보고 얼굴을 바꾸더니 이내 말한다.
“어서 오시오.”
신유철 군단장의 말에 김홍일과 병주는 경계를 하며 인사한다.
“군단장 신유철 중장님을 뵙습니다.”
신유철은 두 사람의 경계를 받고 빈자리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말한다.
“빈자리에 앉도록 하시오.”
“예.”
두 사람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며 빈자리에 소음내지 않고 앉는다. 지금 신유철과 그 주위 참모들은 열띤 분위기 속에서 작전의 세부사항들을 정하고 있었다. 어디 어디에 진출하게 된다면 포격, 공습은 어떻게 하는가? 또 자신이 가지고 있는 전력을 어떻게 배분할까? 그 이야기 속에서 차량 안에서 김홍일에게 말한 병재의 추측들이 쏟아져 나온다. 바로 여양시 북동쪽에 공수사단을 투입하겠다고 말한 것이다. 김홍일은 역시라는 표정으로 병주를 쳐다본다.
그 때, 신유철이 이야기를 하다말고 김홍일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지금 광복군의 상황은 어떻소?”
그 말에 김홍일은 자신 있게 대답한다.
“현재 우리 광복군 제 1 사단은 산맥을 통해 진격하도록 작전을 잡아놓았습니다. 그리고 보급 계획은 산맥의 분지를 통해 보급할 계획입니다.”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2일 정도 걸린다고 예상합니다.”
“2일이라...”
신유철은 2일이라는 김홍일의 말에 턱에 검지를 탁탁 치면서 고민에 빠진다.
============================ 작품 후기 ============================
원래 여양시라고 해야되는데 낙양시로 잘못 썼습니다.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