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24화 (124/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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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당준치의 경악한 얼굴을 바라본 당태용은 역시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까 있었던 자신의 실수를 생각하고 한 숨을 푸욱 쉰다.

“그분들...”

당준치가 경악한 얼굴로 중얼거리자 당태용은 귀를 가까이 대고 말한다.

“예?”

“그 분들! 그 분들! 지금 어디 계시냐?!”

당준치는 당태용의 어깨를 확 잡고 흔들어댔다. 아버지 당준치의 호들갑에 당태용은 당황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그 분들을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모릅니다.”

“뭐라고?!”

당준치는 당태용을 내동댕이친 후 열불이 뻗친다는 표정으로 당태용을 나무랐다.

“아니 이 자식이 그냥 확인하고 돌아가? 네가 제 정신이냐?!”

갑작스러운 당준치의 화에 당태용의 당황스러움은 더욱 커진다.

“아니? 그러면... 제가 헤헤 거리며 인사라도 하고 돌아다녀야 합니까?”

“네 말이 맞다. 인사라도 하고 헤헤 하며 자신을 소개해야지!”

“......”

당준치의 말에 당태용은 당황을 넘어서 황당하기까지 했다. 자신의 아버지가 누구인가? 광주의 왕들 중 하나라고 꼽히는 자이다. 그런데 그 아버지가 자신에게 그런 굴욕적인 지시라도 하라니? 당준치는 당태용의 아직도 이해 못하는 표정에 하아 하고 한 숨을 쉰다.

“태용아. 내 아비가 누누이 말했잖니? 건드리지 마라는 세력들이 있다고.”

당준치의 말에 당태용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예. 그렇죠. 그 때문에 확인하고 돌아간 겁니다.”

“또 살랑살랑 거리며 알랑방귀를 뀌라고 말이지.”

“......”

당태용이 말이 없자 당준치의 얼굴은 흉신악귀처럼 변하며 아까처럼 어깨를 붙잡고 말한다.

“지금 이 광주의 분위기는 어떠냐? 전쟁의 피폐함을 넘어서 재건의 분위기로 활짝 피고 있어. 최신식 항구들이 건설되고, 또 공장들, 그 외 사람들이 살 최신식 주택들이 건립되고 있어! 그 과정에서 돈이 얼마만큼 쏟아지는지 예상이라도 할까? 그 천재일우의 기회를 네가 걷어찼다는 것이다!”

당태용은 아버지의 욕심에 불타는 눈빛과 그와 더불어 그 기회를 내팽개친 자신에 대한 원망의 눈빛에 어쩔 줄은 모른다.

“내 누누이 말하잖아! 공부 좀 하라고! 계집질은 이제 그만 하라고! 걱정된다. 걱정돼! 지금 서자들이 공부하면서 기회를 살피는데 적자라는 녀석이 계집질을 하면서 나의 이름이나 들먹이고 있고!”

당태용은 그 말에 억울함이 들었지만 아버지의 기세에 목이 자라처럼 움츠려 들었다. 그 때, 당준치 뒤에서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아니 여봇! 지금 뭐하는 거에요?!”

당준치의 아내 황령명이 당태용을 붙잡고 때릴 기세의 당준치를 보고 깜짝 놀라며 빠르게 다가온다. 황령명은 얼른 당준치를 붙잡고는 말한다.

“아니 우리 태용이가 무슨 잘못을 저질렀기에 그러는 것이에욧?!”

당준치는 황령명이 다가오며 당준치를 변호하자 골치가 아프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면서 따진다.

“지금 태용이가 어떤 기회를 놓쳤는지 아는가! 젠장 그 당신의 태도 때문에 이 애가 이 꼴이라고 지금!”

“아니. 우리 태용이가 무슨 기회를 놓쳤기에 하는 말이죠?!”

“젠장! 지금 중경공단의 회장을 확인하고도 무시하고 자기 만족하는 대로 계집질이나 돌아다니고 말이야. 내 이 아들 녀석 때문에 속이 터져 죽겠어.”

황령명은 당준치를 어처구니없다는 눈으로 쳐다보고는 쏘아붙인다.

“중경공단의 회장님? 하? 그 사람이 당신을 만나주기나 하겠어요?”

“뭐... 뭐라고?! 이 여편네가?!”

황령명은 당준치의 화에도 표독하게 얼굴을 바꾸며 말한다.

“흥. 그러잖아요. 당신의 위세는 광주에서 통하지. 중국 대륙의 경제를 거머쥐는 중경공단의 회장이 당신을 만나줄 수 있냐는 것이에요? 개미가 코끼리 앞에서 식량을 바쳐봤자 만족이나 하겠어요?”

당준치는 아내 황령명의 말에 화와 울분이 났지만 설득력이 있었기에 ‘끄응’하고 침음성을 냈다.

“내 보니까 우리 아들 태용이가 그 둘을 확인만 했을 뿐, 거슬리지 않은 모양인데. 그거면 되지 않겠어요? 그리고 당신의 위치나 잘 파악하세요.”

당준치는 황령명의 말에 무척이나 화가 치솟아 오른다.

“그래. 내 위치가 그런 자리야. 하지만 당신 아들 꼴을 봐. 계집질이나 하고 다니고. 이런 꼴을 하고 다니는 저 자식에게 내 자리를 물러줄 수 있겠냐고?! 당신 때문에 그런 거 아니야?!”

“흥. 내 아들이 얼마나 능력을 잘 보유했는데요. 그리고 그 정도면 되지 않겠어요. 영웅은 색마라고 했어요.”

“으이구. 으이구.”

당준치는 황령명의 말에 어이없다는 듯 자신의 얼굴을 연신 손바닥으로 때린다. 결국 당태용의 일은 부부싸움으로 이어진다.

한편, 병윤과 진세연을 태운 차량은 어떤 장소에 도착했다. 병윤이 차에서 내리면서 주위 풍경을 바라본다. 병윤이 바라보는 풍경은 어떤 기차역이었는데 조금 특이한 기차역이었다. 기차역에는 커다란 도르래가 설치되어 있었으며 그 도르래로 연신 컨테이너 박스를 운반하고 있었다.

진세연은 이 광경을 본 뒤 병윤을 바라보며 역시 회장님이라는 표정이었다.

“언제 봐도 대단한 것 같습니다. 회장님이 만든 컨테이너 박스도 그렇지만 기차역에 컨테이너 박스를 하역시킬 수 있는 시설을 만들다니. 이게 바로 근대화의 장면 아니겠습니까?”

진세연은 기차역 주위 풍경을 보며 찬사를 내비친다. 그러나 병윤은 별 감흥없다는 표정으로 기차역 주위 풍경을 지켜볼 뿐이었다.

“그저 운송을 용이하게 만들기 위해 만든 시설입니다.”

“그래도 컨테이너 박스와 이 시설 덕분에 운송비가 획기적으로 줄었습니다. 톤당 10위안에서 0.1위안으로 말이죠.”

“중경공단에 소속된 운송 회사들은 신나라 하겠군요.”

“예. 회장님의 업적을 찬양하면서 떼돈을 벌고 있는 와중입니다. 거기에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컨테이너 박스에 대해서 관심을 표하고 있습니다.”

“......”

병윤은 그저 작은 발명이라고 생각했는데 비서실장 진세연의 말을 들어보니 세계의 파급 효과는 큰 것 같았다. 병윤은 진세연에게 시선을 돌리며 한 가지 물어봤다.

“항구와 기차역에서도 컨테이너 박스 하역 시설들을 사용하고 있습니까?”

“예. 컨테이너 박스의 유용함에 다들 손을 대고 있는 실정입니다. 또 군에서도 보급의 용이함 덕분에 컨테이너 박스를 이용하여 보급하는 상황입니다.”

“음. 알겠습니다. 이 기차역의 하루 하역량은 얼마정도 되죠?”

“통계를 하자면 하루에 1000번 이상 하역하니까 상당하다고 볼 수 있죠. 더욱이 중국 전역의 재건 분위기 덕분에 시멘트, 철근, 거기에 각종 생필품, 시설의 부품들까지 전부 운송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하역량도 상당히 커지고 있습니다.”

진세연의 설명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내년 후반기에 고속도로를 건설한 계획은 어떻게 잡혔습니까?”

“그 건에 대해서 교통부 장관이 무조건 승인해주었습니다.”

“잘됐군요.”

병윤은 그 말을 하고, 기차역의 분위기를 살펴본다. 기차역에는 하역시설을 운용하는 인부들의 모습이 보였다.

1945년 1월 1일, 새해가 밝았다. 그리고 드디어 벼르고 벼르던 중국군의 총반격이 개시되었다. 전선에 있는 모든 중국군의 공세가 시작되었다. 화북에 주둔중인 일본군 북지나방면군의 사령관 시마무라 사다는 중국군의 총공세 소식을 듣고 급히 회의를 열었다.

“이제야 시작되었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회의실 안은 절망적인 분위기였다. 평상시대로라면 중국군을 전공 세우기로 여기던 장군들도 중일전쟁을 거치면서 희망 대신 절망으로 가득 찼다.

“최대한... 시간을 끌어야 합니다. 지금 중국군이 동원하고 있는 병력은 총 400만 대군. 그 병력들이 숫자만 많은 것이 아니라 모든 무장과 장비를 확충시킨 병력들입니다. 우리에게 승산은 없습니다.”

절망적인 말을 하는 일본군 장군에게 겁쟁이라고 비웃는 야유의 목소리는 없었다. 오히려 전부 다 그 장군의 말을 동조하고 있었다. 이 분위기에 어느 정도 동조하고 있는 시마무라 사령관은 자리에 앉은 한 사람을 바라보며 말한다.

“혹시 중국과의 외교는 어떻게 되고 있나?”

“별 다른 소식이 없습니다. 본토에 있는 미치광이들은 이 쪽 상황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습니다. 오로지 미군의 병력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할 뿐입니다.”

시마무라 사령관은 그 말에 이를 뿌드득 갈았다.

“이 전쟁이 이렇게 돌아가는군. 본토에 있는 미치광이들 중 하나를 여기에 앉혀서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봐야 되는데. 제길. 적들 쪽에서는 언제 할복하는지 내기를 하겠지.”

“......”

“관동군 쪽에서 지원은 어떤가?”

“관동군 쪽은 사령관님도 잘 알다시피 지원 여력이 불가능하다는 것 인지하고 있지 않습니까? 관동군 사령관인 야마다 대장님도 더 이상 병력을 빼다가는 치안 유지도 불가능한 시점이라고 합니다.”

시마무라 사다는 그 말에 역정을 낸다.

“젠장. 화북이 평정되면 다음이 만주국 차례인 것을 모르는가?!”

“또. 더 이상 병력을 빼다가는 소련의 침공을 막기도 어렵다는...”

시마무라 사령관은 그 말에 결국 화를 참기 힘들었는지 책상을 주먹으로 콰앙 쳤다.

“이 칙쇼. 소련과는 불가침 조약을 맺었지 않나?! 그런데 소련 걱정을 하다니. 지금 중국군의 기세가 얼마나 막기 어려운데 그 딴 소리나 하고 앉아있다니 말이야.”

“......”

시마무라 사령관의 화가 담긴 폭언을 퍼부어대면서 회의는 일단 가지고 있는 가용전력들을 최대한 활용하여 우선적으로 막아보자고 결론이 내려진다.

같은 시각, 광복군은 출정식을 가진다. 출정식에는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 및 각료들이 참석했다. 바깥은 조금 추운지 출정식에 참가하는 모든 사람들은 방한복을 차려입었다. 김구는 마이크에 대고 연설을 시작한다.

“지금껏. 우리는 자기 나라의 말, 자기 나라의 문화, 자기 나라의 군대를 가진 적이 없습니다. 지금 우리는 중국군의 휘하에 있는 군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비록 그 휘하에 들어갔다지만 우리의 모든 것을 빼앗은 적 왜놈들에게 칼을 갈아 왔습니다.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는 그 적의 심장을 찌르려 합니다. 하지만 그 것뿐만이 아닙니다. 우리의 왜적이 우리의 고향에서 패퇴하고 우리 조국을 되찾으면 여러분들이 우리 군대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지난번 우리 선배들이 조국을 되찾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 했습니다. 희망도 보였습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되찾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이제 그 희망이 보입니다. 왜적들은 전 세계를 적으로 돌렸습니다. 이제 왜적의 패망도 눈에 보입니다. 이제 우리는 나라를 되찾는데 초읽기에 들어갔습니다. 여러분 외칩시다. 회망을 되찾자. 그리고 조국을 되찾자. 마지막으로 고향으로 돌아가자!”

김구의 마지막 말에 단상 밑에 있는 모든 병사들이 외쳤다.

-희망을 되찾자! 조국을 되찾자! 고향으로 돌아가자!-

김구는 소원담은 병사들의 함성에 어느새 눈물이 난다. 그리고 김구는 사단장 김홍일을 바라보며 한 마디 한다.

“이제 사단장이 일을 할 차례이오. 부디 저 청년들을 고향에 돌아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김홍일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에게 말한다.

“걱정 마십시오. 저 청년들의 소망과 간절함은 꼭 고향으로 전달될 것입니다.”

“부디 부탁하오.”

김구는 단상에서 내려가 병사들을 위로한다. 그리고 광복군에 지급된 전차, 수송기, 장비들을 바라보며 감탄을 흘러낸다.

“이것들도 그 아이가 준비해둔 것이군.”

김구는 이제야말로 희망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분이 들었다. 그 기분은 김구 자신을 황홀감을 느끼게 만들었다. 김구는 어느 정도 병사들을 위로한 뒤 각료들과 함께 임시정부 청사로 되돌아갔다. 김홍일 사단장이 병사들에게 외친다.

“출정한다!”

그 말을 시작으로 깃발을 든 기수가 선두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그 뒤로 군장을 단단히 준비한 병사들이 차례차례 행군하기 시작한다. 이 시각부로 전투는 시작되었다.

한편, 신병교육대대장인 병주 역시 모든 준비를 끝마친 후 행군을 하고 있었다. 신병교육대대 역시 전투가 시작되면 보통의 보병대대로 되돌아갔다. 병주의 차림새는 병사들이 기본적으로 지급받는 방탄복, 방탄헬멧은 물론 모든 장구류와 수류탄, 실탄까지 가지고 있었다. 병주는 옆에 있는 고호윤에게 말한다.

“이제 슬슬 시작이군.”

“2일 안에 충분히 돌파할 수 있을까요?”

“충분 하겠지. 아무리 험난해도 이 날을 위해 모든 훈련을 다 받았거든.”

“대대장님의 능력은 한계가 없으십니다. 이만한 사단의 병력들을 오합지졸에서 정예로 만들다니 말이죠.”

“뭘 또 그래.”

“요즘 떠도는 소식을 들으면 전투가 끝나면 대대장님은 이제 연대장으로 승진한다고 합니다.”

그 말에 병주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한 마디 한다.

“내 덕분인가? 잘난 친동생 덕분이지.”

“형제끼리 잘 났습니다. 정말. 그런데 대대장님 고향이 문경이라고 했습니까?”

“그래. 문경의 사현리. 만약 조국을 되찾고 고향으로 간다면 어떤 방법을 써서라도 병력을 그 쪽으로 주둔시킬 거야. 그리고 주둔한 병력의 장은 내가 되도록 해야지.”

“대대장님의 인맥과 동생 분의 능력, 그리고 대대장님의 형님의 인맥이라면 가능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니 갚아야할 상대가 있거든.”

“하. 그 인간도 상당히 불쌍합니다. 대대장님뿐만 아니라 형제들과 가족들의 원한을 샀으니 말입니다.”

“인과응보야.”

시간이 지나 광복군 제 1 사단의 부대들은 곧 산맥을 관통하기 시작했다.

한편, 여양시 서쪽의 철도에는 교전이 벌어졌다. 바로 신유철 군단의 병력들이 공세를 개시한 것이다. 여양시에 주둔한 일본군의 반응은 신유철 군단장이 예상한대로 돌아갔다. 철도를 수비하지 않으면 바로 여양시를 진군할 수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두두두! 콰쾅! 콰앙!-

기관총 소리와 포격 소리가 울려퍼진다. 일본군은 철도를 가로지르게 만든 참호 속에서 어떻게든 방어하고 있었다.

“젠장! 버텨! 버텨!”

참호의 병력들을 격려하는 일본군 지휘관의 처절한 목소리가 들린다. 그러나 이미 정예 병력들과 장비들을 모조리 잃어버렸던지라 일본군은 신유철 군단의 병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적의 전차다! 44식 44식 이다!”

참호 속의 병사들 중 자신들에게 다가오는 44식 중전차를 발견했다. 41식 중전차도 버거운데 44식 중전차의 발견은 참호 속에 기관총을 들고 방어하고 있는 일본군 병사들의 얼굴 낯을 굳게 만들었다.

44식 중전차를 발견했다는 병사들의 보고는 격려하고 있던 일본군 지휘관의 얼굴을 흙빛으로 만들었다.

============================ 작품 후기 ============================

베이징 레이스의 시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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