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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광복군에 소속되어 있는 전차대대의 대대장 김도진 소령은 지휘차량 안의 의자에 앉고 통신장비의 송수신기를 한 손으로 쥔 채 입에 가까이 대며 자신의 휘하에 있는 전차들에게 명령을 하달한다.
“먼저 돌파해. 44식 중전차는 적이 보유한 어떤 병기로도 깨뜨릴 수 없다. 그러니 안심하고 돌파해.”
일단 김도진의 명령은 별거 없었다. 그저 막강한 돌파력과 방호력을 가진 전차로 적 방어선의 구멍을 내는 것뿐이다. 그리고 그 구멍은 전차 뒤로 따라오는 보병들이 더 넓혀주는 것이다. 비유를 하자면 살을 찔러 상처를 내는 창이 전차라고 한다면 전차 뒤의 보병은 상처를 벌리는 역할을 한다.
곧 이어서 자신의 부대를 발견하고 급히 방어태세를 취하는 일본군 병사들이 눈에 보였다. 그들은 허둥지둥 기관총과 박격포를 설치하기는 했지만 이곳에 쳐들어올 것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참호와 장애물을 없었다.
곧 이어 기관총을 붙잡은 병사는 방아쇠를 당긴다.
-두두두! 두두두두! 두두두!-
기관총에서 쏟아져 나오는 빗발치는 총알들이 전진하고 있던 44식 중전차에 명중하기는 했지만 효력이 없었다. 기본적으로 전차는 기관총의 방호력을 가지고 제작하는 병기였다. 그러니 적 소총과 기관총의 위력을 무리없이 받아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곧 이어서 44식 중전차 위에 달려있는 기관총들의 총구에 불이 뿜었다.
-두두두두! 두두두! 두두두두!-
겨우 몸을 숨길만한 장소에서 기관총을 가지고 44식 중전차를 막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하나 둘씩 전차에 달린 기관총에 희생되었다. 하지만 기관총으로 발악할 마음은 없었는지 89식 척탄통을 운용하는 일본군 병사들이 보인다.
척탄통을 바닥에 꽂아놓고, 포신 안에 척탄을 넣은 뒤 퐁! 하고 44식 중전차에 떨어진다.
-쿠쾅!-
척탄통에서 발사된 척탄은 44식 중전차에 명중했다. 그러나 44식 중전차는 척탄의 위력에도 마치 모기가 무냐는 식인 듯 방호력이 장난이 아니었다. 서쪽의 철도에서 파낸 참호선에서 일본군이 비장의 카드로 준비한 92식 견인포의 화력도 견디는 전차인데 그 것보다 위력이 훨씬 덜한 척탄으로 44식 중전차를 격파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리였다.
곧 이어서 44식 중전차의 포신이 곧 움직이며 척탄통을 운용하고 있던 병사들에게 돌린다. 병사들은 그 포신이 자신들을 노리는 것을 알아채자 얼른 몸을 날리고 도망치려는 순간이었다.
-퍼엉! 콰아아앙!-
이미 몸을 움직이는 것은 늦었다. 포신에서 발사된 포탄은 곧 병사들에게 떨어져 폭발했다.
한편, 이 모든 것을 지켜보던 김도진 소령은 휘파람을 불면서 한껏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옆에서 앉아있는 병사들도 그런 김도진 소령의 행동에 조금 눈살을 찌푸릴 뿐이다. 그 때, 김도진 소령의 앞에 있는 통신장비가 울리면서 한 가지 보고가 올라온다.
-여기는 광복 17호 전차장 윤영식 병장입니다.-
17호 전차의 보고에 김도진은 아까의 여유는 접어들고 송수신기를 손에 쥔채로 입에 가져다 대며 말한다.
“그래 무슨 일이야?”
-현재 적 전차 2대가 발견되었습니다.-
“뭐? 전차 2대? 기종은 뭔데?”
김도진 소령은 아직도 일본군에게 전차가 남아있다는 것이 신기한지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이었다. 어떤 기종일까? 중전차의 쓰레기라고 불리는 치하일까? 아니면 태평양에서 노획한 스튜디스 경전차일까? 뭐 운이 아주 좋다면 셔먼 중전차일 수도 있겠다. 또 독일과 동맹이니까 티거나 콰이니스티거도 나올 수 있을 것이다. 김도진 소령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제발 자신의 상대가 되는 전차가 나왔으면 바랬다.
-기종은 89식 중전차입니다.-
“89식? 허. 그거 완전 고물이잖아. 치하보다 더 오래전에 나왔던 고물 차량이잖아. 아직도 그런 걸 가지고 다닌다는 말이야.”
김도진 소령은 김이 샜다는 표정을 짓는다. 하필이면 이런 녀석이 나오다니 라는 감정이 들었다. 최소한 치하정도는 나와 주어야 하는데 라고 중얼거렸다.
-어떻게 하겠습니까?-
“뭘 어떻게 해? 가지고 놀면서 알아서 폐기하던가 해.”
-예.-
17호 전차장인 윤치영의 보고가 끝나자 김도진 소령은 긴장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표정을 하고서는 한 마디 중얼거린다.
“일본군도 갈 때가 되었군. 치하 정도는 나올 줄은 알았는데. 89식 중전차라니 누굴 놀리는 것도 아니고.”
김도진 소령의 혼잣말에 옆의 병사들은 아까까지만 해도 그를 눈살 찌푸린 시선으로 바라봤지만 이번에는 동감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한편, 보고를 올렸던 광복 17호의 전차장 윤영식 병장은 통신장비를 끄고 휘하의 병사들에게 말한다.
“갖고 놀라고 하는군.”
그 말에 조종수와 포수는 쯧 거리며 적 전차 두 대에게 불쌍하다는 눈빛을 낸다. 그리고 17호 전차에게 다가오는 89식 중전차에 탑승한 인원들에게 명복을 빈다.
한편, 89식 전차 두 대 역시 광복 17호 전차를 발견한 건 마찬가지였는데, 그들 역시 자신과 대치하는 적의 전차가 44식 중전차인 것을 알아차리자 사기가 확 내려갔다.
중국의 41식 중전차도 상대가 되지 않았는데 그보다 더욱 괴물인 44식 중전차는 어떠한 수단과 방법을 강구해도 격파할 수 없는 상대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44식 중전차에게 다가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광복 17호 전차의 포신이 한 대의 89식 중전차에 조준되면서 불을 뿜는다.
-퍼엉! 쿠콰아앙!-
거대한 폭음 소리가 들리며 89식 중전차는 포탑 자체가 날아갔다. 그러나 이런 일을 예상했던지 나머지 한 대는 진격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나 돌진하는 것보다 포신을 돌리는 것이 더 빨랐고, 곧 이어서 포구에 불을 뿜는다.
-퍼엉! 쿠콰아아아앙!-
결국 89식 중전차 두 대는 광복 17호 전차의 위력을 이기지 못하고 포탑이 날아가며 터지고 말았다. 이 광경을 잠망경으로 지켜본 전차장 윤영식 병장은 짧게 한 마디 말한다.
“같은 모양의 전차인데 성능은 왜 이렇게 다른지 모르겠어.”
윤영식 병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폭발한 적 전차 2대의 흔적을 살펴본다.
한편, 광복군의 출현과 공격은 곧 일본군 110사단 본부에게 보고되었다. 사단장 기무라 헤히로 중장은 이 보고에 머리가 아프다는 얼굴이었다.
“쯧. 이렇게 될 줄 알았어. 현재 그 쪽의 적을 막고 있는 110연대는 뭐하고 있나?”
그 물음에 답한 것은 사나다 작전참모였다.
“일단 가용되는 병력으로 최대한 막고 있다고 합니다.”
“그 쪽의 적에게 전차와 야포 등 모든 무장을 갖추고 있어. 막을 수 있는 상대가 아니야.”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으음. 그러니까.”
그 때, 병사 한 명이 급한 발걸음을 하고서는 사나다 작전참모에게 한 가지 소식을 보고한다.
“현 시각부로 여양시 북동쪽에 적 정규사단이 출현했습니다.”
“또?!”
또 라는 말을 하며 사나다 작전참모는 경악한다. 이번에 사방으로 포위가 된 것이다. 즉 다시 말하자면 퇴로는 끊겼다. 하지만 병사의 보고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 시점에서 철도에서 적의 공세가 본격적으로 진행 중입니다.”
그 보고에 사나다 작전참모는 말을 잃은 듯 경악했고, 기무라 사단장은 두통이 더욱 심해진다. 기무라 사단장은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벌떡 일어나고는 외쳤다.
“젠장! 퇴로가 끊겼다면 할 수 없다. 옥쇄해!”
옥쇄라는 말 한 마디에 기무라 사단장의 주위에 있던 사람들의 얼굴이 굳게 변한다. 옥쇄란 한 마디로 항복 없이 처절하게 저항한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저항하는 것이 아니라 독전대를 꾸려서 억지로 저항하게 만들기 때문에 옥쇄라는 것은 그야말로 최후의 수단이나 다름없었다.
사나다 작전참모는 기무라 사단장에게 경악한 시선을 돌리며 급하게 말한다.
“1군 사령관께서 최대한 병력을 보존한 채로 퇴각하라는 명령을 내렸습니다. 그런데...”
기무라 사단장은 굳게 결심한 표정을 지으며 사나다 작전참모에게 말한다.
“나도 상부의 명령을 따르고 싶어. 그러나 지금 상황이 옥쇄를 강요하잖아. 안 그래? 퇴각로가 있다면 말해. 그 쪽을 통해 철수시킬 테니까.”
“그래도 병력들을 모아서 약한 곳을 돌파한다면...”
“칙쇼! 적들이 그렇게 하도록 내버려둘 것 같아? 적들은 우리를 포위섬멸할 계획이라고! 그들이 그렇게 하도록 해준다면 최대한 피해를 입히고 죽일 것이다!”
결국 기무라 사단장의 확고부동한 결정에 사나다 작전참모는 더 이상 그를 설득시킬 수 없었다. 110사단은 전멸할 때까지 옥쇄하는 것으로 결정되었다.
한편, 광복군을 막고 있던 110연대의 나카무라 연대장은 연대에 설치된 통신장비로부터 사단의 명령을 받았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겠습니다.”
나카무라 연대장은 연신 하이! 하이! 거리며 대답함에 따라 얼굴이 점차 굳어진다. 그리고 상부와의 통신이 끊어지자 나카무라 연대장은 주위의 참모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상부의 명령을 전달한다.
“전부 옥쇄한다.”
“......”
옥쇄라는 말 한 마디에 참모들의 표정은 굳어졌다.
“주위 적 사단의 공세를 받고 있는 대대에게 전해. 전부 옥쇄하라고.”
참모들은 그 말에 굳은 표정을 가지고 하나 둘 씩 일어나며 제 할 일을 다 한다. 특히 통신참모는 나카무라 연대장의 의견을 각 대대에게 통신으로 전달한다.
적의 방어기세가 바뀐 것을 눈치 챈 광복군의 사단장 김홍일은 주위의 보고를 받고 한 가지 판단한다.
“결국 이렇게 되었군. 적이 독전대를 꾸리는 것 같다라.”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부관 남준호 대위가 김홍일에게 시선을 돌려 한 마디 전한다.
“적이 독전대를 꾸리든 옥쇄를 취한다 한들 우리의 진격속도를 줄이지는 못합니다. 굳이 작전을 변경할 필요조차 없습니다.”
남준호 대위의 말에 김홍일 사단장은 동의하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맞는 말이야. 왜놈들이 그렇게 발악하든 말든 상관없는 일이지.”
김홍일 사단장은 옥쇄를 별 거 아니라는 듯 치부해버렸다.
한편, 병주 역시 적들을 맞이하여 지휘하고 있었다. 병주는 직접 무장하고, 권총을 장착하기는 했지만 다른 대대장과 마찬가지로 통신병을 대동했다. 그리고 통신병이 멘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들고 일일이 중대에게 지시를 내린다.
“그래 1 중대는 그 구역에 적들을 소탕해. 그리고 적이 발악한다고 해도 전세는 지장이 없으니 작전은 계속하도록.”
병주는 자신의 휘하 중대를 운용하면서 적의 방어를 때려 부수고 있었다. 어떤 때는 김도진 소령이 지휘하는 전차대대에게 연락하여 방어선을 뭉개버리거나 자신의 휘하에 있는 포병부대에게 연락하여 적의 방어지역을 날려 보내고 있었다. 그 때, 또다시 무전기가 울려퍼졌고, 병주는 즉시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잡아 귀에 갖다 되었다.
“사단 휘하 신병교육대대장 길병주입니다.”
-여기는 3 연대장 김학규 대령일세. 현재 그 쪽 상황은 어떠한가?-
“지금 제가 담당하고 있는 구역의 80%는 밀어붙였습니다. 우리 대대의 지원이 필요하십니까?”
-적이 우리 쪽으로 밀집하고 있어. 아무래도 임시로 방어진지를 구축하였는데 진입 경로 자체가 전차를 동원하기 힘든 지역이라서 말이야. 가용할 병력이 있으면 이쪽으로 지원해주겠나?-
“지금 1개 중대를 즉세 급파하도록 하겠습니다.”
-좋아. 알겠네.-
그렇게 김학규 연대장의 연락이 끊겼고, 병주는 무전기의 송수화기를 들어서 자신의 휘하에 있는 중대장에게 연락하여 3연대 쪽 구역으로 보냈다. 그런 식으로 병주는 자기 할 일들과 다른 쪽의 지원을 다 하고 있었다.
같은 시각, 110 연대에 잠시 순시했던 이우 중좌는 갑작스런 적의 공격에 휘하의 대대장이 사살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임시 대대장을 맡게 되었다. 그리고 곧 올라오는 보고에 절망이 얼굴 속에 묻어나간다.
-여기는 10중대. 지금 소대 2개가 전멸했습니다. 지원이 지원이 필요합니다.-
“버텨! 지금 가용할 병력이 없다.”
-여기는 9중대 적의 전차를 막을 수 없습니다. 후퇴해도 되겠습니까?!-
“후퇴는 없어. 지금 옥쇄가 내려졌다. 싸워!”
이우 중좌는 계속 되는 보고에 지쳐간다. 그는 원래 대대장의 당번병에게 외친다.
“현재 우리 대대에 가용 중인 포병 중대는 없나?!”
“지금 직화중대는 전멸했습니다.”
“제길! 그 외 다른 것은?!”
“......”
당번병의 침묵에 이우 중좌는 짜증이 났다.
“하! 여기도 준비해야겠군. 모두들 무장해라.”
당번병과 주위의 병사들은 그 말에 하나 둘 무장하기 시작한다. 이우 중좌의 명령을 하지 않아도 이미 자신들은 알고 있었다. 지금 휘하에 있는 중대들 대다수가 전멸하고 있는 상황이란 걸 말이다.
곧 이어서 이우 중좌의 귀에 총격 소리와 비명 소리가 울려퍼진다. 간간히 수류탄의 폭발음과 포성이 흘려 나온다. 이우 중좌는 이런 전쟁 통에 자신이 끼어들자 긴장감이 얼굴에 묻는다.
“모두들 엄폐해라!”
그 말에 무장한 병사들 즉시 주위 몸 숨길 곳이 없나 하고 엄폐한다. 곧 이어서 일본군의 적이자 광복군들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광복군들은 이미 일본군 병사들을 죽였는지 피가 묻었다. 그 때, 광복군 소대장으로 보이는 한 명이 이곳을 발견하고는 소리친다.
“여기가 적의 대대 본부인 것 같군.”
흘러나오는 광복군 소대장의 목소리, 이우 중좌는 익숙한 목소리에 조금씩 경악한다. 그 소대장이 말하고 있는 언어는 자신도 잘 알고 있었다. 그 언어는 분명 조선의 언어였다. 그리고 광복군 소대장의 모자에 있는 방탄복에 부착된 하나의 그림, 그건 분명히 태극기였다.
“......”
이우 중좌는 자신이 상대하고 있던 광복군이 잊혀진 조국의 군대라는 사실에 경악했다. 그 때, 광복군 소대장이 낌새를 알아차린 것 같았다. 그는 소리친다.
“여기에 적이 엄폐한 것 같다. 적의 기습에 대비해서 조심히 수색해라!”
소대장의 언어에 이우 중좌 자신을 비롯한 병사들은 긴장했다. 곧 이어 광복군 소대장이 이끄는 병사 중 하나가 무언가 발견하고 크게 외친다.
“적이다! 저쪽에 적이 있다!”
-타앙!-
엄폐하고 있던 일본군 병사가 소리치는 광복군 병사에게 소총을 들고 쏘았다. 하지만 총격의 소리에 수색하고 있던 광복군 병사들이 곧 쏜 인원에게 총격을 가한다. 결국 총을 먼저 쏜 일본군 병사는 사살된다. 그러나 이우 중좌에게 놀라운 사실이 일어났다. 먼저 총격을 받았던 광복군 병사가 멀쩡히 일어난 것이 아닌가? 이우 중좌는 이것이 그 유명한 중국군 병사들이 착용하는 방탄복의 성능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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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그 유명한 옥쇄가 나오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