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32화 (13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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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1월 17일, 중국군은 산서성과 산동성을 탈환하는데 성공하고, 이제 화북을 평정하기 위해 하북과 북경만을 남겨두고 있었다. 다만 전쟁에 피폐해진 곳들을 재건해야하고, 또 탈환한 두 성에 대해서 안정화를 시켜야했기에 지금은 하북과의 전선을 유지하는데 초점을 두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특히 큰 것은 중국 공산당군 때문이었다. 해방구 마을을 두고 국부군과 공산당군은 서로 철거하라 너희들이나 철수하라 하며 견제를 해댄다. 어떤 곳에서는 국지전이 일어난 곳도 있었다.

중국국방위원회는 하북성을 탈환하는 시점은 4월 1일에 시행하기로 결정했다. 그 때 동안 중국전역을 재건하고, 공산당과 군벌들에 견제를 하는 것으로 장개석은 마음을 먹었다.

중국의 총통 관저 안에 있는 총통실, 호위병사를 뒤로 하고는 장개석 총통은 의자에 앉아 조용히 사색을 취하고 있을 때였다.

-똑똑똑!-

문 밖에서 노크소리가 들리자 사색에 빠져있던 장개석이 조용히 눈을 뜨고는 문 밖에 있는 인원들에게 외친다.

“들어오시오.”

-끼익!-

문이 활짝 열리고, 자신의 비서실장의 안내를 받아서 총통실 안으로 들어오는 인원들이 보였다. 그러나 그들 중 눈에 잘 띠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임시정부의 주석인 백범 김구였다.

장개석이 그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

“빈 쇼파의 자리에 앉으시오.”

장개석의 친절한 말투에 김구는 고맙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장개석이 권한 자리에 살포시 앉았고, 장개석은 김구를 마주보는 위치에 있는 쇼파에 앉았다. 장개석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먼저 입을 열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소.”

그 말 한 마디에 김구는 고맙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감사합니다. 총통 각하. 각하의 지원 덕분에 우리 조국을 되찾을 희망이 생깁니다.”

“하하. 내 윤봉길 그 작자의 활약을 보고 내 개인적으로 임시정부를 지원하게 된 지도 만 13년이 흐른 것 같소.”

“예. 10년이면 강산도 바뀐다더니 벌써 그렇게 되었습니다.”

“으음.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 내가 당신들을 불러낸 이유에 대해서 알고 있소?”

김구는 장개석의 말에 골똘히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얄타에서 회담 열리는 것 때문에 그러십니까?”

장개석은 김구의 말에 제법이라는 표정으로 그를 바라본다.

“알고 있었소?”

“미국에 활동하는 우남이 알려주었습니다.”

“흐흠. 그렇군. 저번의 카이로 회담과 달리 이번 얄타 회담은 본격적인 종전 후의 이야기가 될 것 같소.”

김구는 장개석의 말에 침을 꿀꺽 삼키면서 긴장한 얼굴로 장개석의 입에 집중했고, 장개석은 그런 그의 모습을 보면서 후후 웃는다.

“이번 얄타 회담에서 독일, 일본은 물론이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식민지의 문제까지 토론되겠지. 유럽 쪽은 우리 중국에서 간섭할 바가 아니지만 아시아 쪽에서는 미국과 소련, 그리고 우리가 적극적으로 주장할 여지가 있소.”

“그 말씀은?”

김구가 뭔가 불길한 얼굴을 지으며 반문하자 장개석은 눈빛을 반짝이며 이유를 설명한다.

“일본도 그렇지만 조선은 분할될 수 있소.”

“!!!!”

김구는 놀란 표정으로 장개석을 쳐다본다. 분할이라. 미국 헐리 대사에게도 이야기를 듣기는 했지만 장개석의 입에서 나올 줄은 몰랐다.

“얼굴을 보니 미리 짐작이 가는 것으로 보이는군.”

“......”

“그래도 당신네들은 희망이 있소. 우리는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겠지만 식민지로 삼는다는 그런 의향은 없소.”

“으음.”

장개석의 말에 김구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장개석의 말이 사실인 것을 알아차렸다. 영향력을 행사하되 식민 지배를 하지 않는다면, 말은 하나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우리 임시정부가 한반도의 유일정부로 세계적으로 인정해주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이야기군요. 그 대가로 중국은 이득을 얻겠고.”

장개석은 김구의 해석에 꽤 놀란 얼굴이 되었다. 거친 민족주의자인 김구가 분할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날 뛸 줄은 알았던 장개석으로선 김이 빠진다.

“정확하게 말하면 우리가 분할되는 영역에서는 그렇소. 당신들이 우리 이야기를 알아들은 것 같으니, 회담에서 미국과 영국의 동조를 이끌어내겠소.”

“그렇게 해준다면 총통 각하의 은혜는 잊지 않겠습니다.”

“아참. 그리고 또 있소.”

장개석의 또 라는 말에 김구는 잠시 궁금증을 가지고 장개석의 말을 기다린다.

“한반도에 당신네들이 진입하게 된다면 군대가 필요하지 않겠소?”

“으음. 중국군은 한반도로 들일 생각이 없다고 들립니다.”

“바로 그렇소. 그대신이라 뭐하겠지만 이번에 광복군도 확충하시오.”

“병력을 지원해주신다면 5개 사단으로 편성할 생각은 있습니다.”

장개석은 김구의 말에 좋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좋소. 그럼 그렇게 하시오. 일본군 포로들 중 조선인들을 돌려보내 주겠소.”

장개석의 통 큰 결정에 김구는 감읍한 표정을 짓는다. 광복군 5개 사단의 편성이라. 꽤나 큰 이득이었다고 김구는 생각했다. 이 시간 부로 중국군 수중에 있는 조선인 포로들은 대한민국 임시정부로 넘어가게 되었고, 광복군 지휘부에서 포로들과 모집한 인원들을 모아서 5개 사단을 편성하기로 결정했다.

한편, 중경공단 회장실 안에 있는 병윤은 꽤나 바쁜 몸이었다. 이번 중국재건도 그렇고, 민심을 잡기위한 물자 생산계획, 절차들에 대한 보고들이 그에게 쏟아졌다.

“하. 많군요.”

병윤은 꽤나 벙진 얼굴로 진세연이 책상 위에 보고들을 올려놓는 모습을 보고 귀찮다는 얼굴로 쳐다본다. 진세연은 그런 병윤의 표정에 아랑곳 않고 피식 웃으면서 반응한다.

“회장님에게 이런 일거리는 별거 아니잖아요. 일처리가 빠르게 되니 그만큼 재건속도가 빨라지는 것이지요. 사람의 순환체계로 비유하자면 회장님이 일을 맡았을 때, 몸의 피가 정상적으로 돌지만 다른 사람이 회장님의 일을 대신하면 아마 뇌출혈을 일으켜 즉사할 걸요.”

진세연의 고평가에도 병윤은 그다지 위로가 되지 않았고, 시선을 다시 서류에 돌린 뒤 살펴보고 처리한다. 진세연은 그런 병윤의 모습을 좋은 풍경 감상하듯 바라본다.

그 때, 회장실 문이 벌컥 열리면서 어떤 한 사람이 헉헉 하면서 들어온다. 서류에 도장을 찍던 병윤과 쇼파에 잠시 쉬던 진세연이 안에 들어온 인물에게 시선을 집중한다.

“허억! 허억!”

진세연이 살펴보니 중경공단의 이사직을 맡은 공방효라는 중년 남성이었다. 자신과 같은 4대 일가의 출신 중 하나였다. 진세연이 공방효의 얼굴을 쳐다보며 물어본다.

“무슨 일이십니까? 공이사님.”

진세연의 말에 호흡을 거칠게 하던 공방효는 호흡을 진정시키면서 진세연을 쳐다보다가 이내 병윤을 발견하고 급히 발걸음을 옮기며 말한다.

“회장님! 급한 일입니다.”

급한 일이라는 공방효 이사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갸우뚱한다.

“급한 일이라면 무슨 일을 말하시는 겁니까?”

“이번 국민당군에게 보급할 물자들을 실은 열차가 공산당군에게 압류를 당했습니다.”

“?!”

병윤은 깜짝 놀란 얼굴로 공방효 이사의 얼굴을 쳐다본다. 그리고 병윤은 그의 말이 사실인 것을 확인했다.

“공산당이라. 왜 우리 물건을 압류했다고 합니까?”

“저 그게. 해방구에 있는 사람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다는 명목입니다.”

공방효 이사의 말을 듣는 순간 병윤의 얼굴은 굳었지만 이내 평정을 되찾고 그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본다.

“현재 원래 보급할 인원들에게 연락은 했습니까?”

“공산당군의 압류로 당분간 일자를 못 맞추고 기다려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긴급생산해서 보내주세요. 대신 중국 공산당군이 압류할 수 없도록 열차로 수송하지 말고 비행기로 보내세요.”

“예!”

공방효 이사는 그 말에 알겠다는 듯 대답을 함과 동시에 빠르게 발걸음을 급하게 움직여 방 밖으로 뛰쳐나갔다. 병윤은 그의 뒷모습을 보면서 골머리를 앓는다. 진세연이 그 모습을 보고 병윤에게 묻는다.

“큰 일이 나는 것 같습니다.”

“하아. 이 일로 총통 각하께서 화가 매우 많이 나실 것 같군. 안 그래도 눈에 가시로 여기는 총통 각하인데, 이게 터졌으니...”

“그래도 이번 일로 우리 쪽으로 문책은 없을 것입니다. 잘못은 저 쪽이 저지르지 않았습니까?”

병윤은 진세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지. 맞는 말이야. 그래도 사실을 숨기기 보다는 얼른 총통 각하께 보고를 해야 돼. 공산당군과의 관계는 총통 각하가 알아서 하시겠지.”

병윤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면서 한편으로는 꽤 귀찮은 일이 터졌다는 복잡한 감정을 느끼며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손에 들고, 다이얼을 돌린다.

-

상대방과의 전화가 연결되자 수신부분에서 장개석의 목소리가 들린다.

-무슨 일인가? 길회장.-

“총통 각하께 급히 말씀드릴 것이 있어서 연락했습니다.”

-자네도 사실을 알았군.-

그 말 한마디에 병윤은 장개석도 이번 사건을 알아차린 모양이다.

“알고 계셨습니까?”

-흥. 화북으로의 진격을 할 때, 충분히 예상한 문제야. 그 일이라면 걱정 말고 있어. 내 알아서 처리할 테니. 그것보다 재보급은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아 그 부분에 대해서 공이사에게 열차 수송 말고 비행기로 물자들을 수송하기로 하였습니다.”

-호. 공중이라. 공중이라면 공산당 녀석들이 잡지 못할 것이 뻔하지. 잘 생각했네. 하여튼 자네는 일을 잘하니 그 일만 집중하게. 이번 일은 나의 역할이니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각하!”

그 대답을 끝으로 장개석과의 연락이 끊어졌고, 병윤은 천천히 송수화기를 다시 전화기 위로 내려놓는다. 진세연은 병윤의 모습을 쳐다보며 궁금증을 느끼고 물어본다.

“어떻게 되었습니까?”

“알고 계시더군요. 그 일에 관해서 총통 각하가 처리할 문제이니 이 일에 집중하라고 전하시더군요.”

진세연은 그 말에 납득이 가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또 한 번 인원들이 들어온다. 병윤과 진세연이 그들의 얼굴을 관찰하니 둘 다 잘 알고 있는 얼굴이었다. 바로 임시정부 김구와 광복군 총사령관인 지청천, 그리고 참모장인 이범석, 마지막으로 병윤의 작은 형인 병주였다.

그들은 병윤이 말을 하지 않았는데도 먼저 쇼파에 앉는다. 병윤은 그들의 얼굴을 보면서 처리할 서류들을 내려놓고 그들을 바라보며 말한다.

“연락도 안 하고 찾아오는 군요.”

병윤의 그 말을 받은 것은 그의 작은 형인 병주였다.

“연락할 시간이 없었겠지. 너도 바쁠 텐데 말이야. 무례는 용서해줘.”

“알겠습니다. 무슨 일로 찾아왔는지 들어보겠습니다.”

병윤도 휴우 한 숨을 내뱉으며 네 명과 마주보는 위치의 쇼파에 앉으며 그들에게 시선을 둔다. 진세연은 병윤에게 고개를 잠시 숙이며 말한다.

“그럼 저는 커피와 코코아, 그리고 차를 준비하겠습니다.”

어느새 진세연은 쇼파에 앉아있는 이들의 취향을 잘 알고 있는 모양이다. 매번 이렇게 찾아와주니 당연한 일이지만 말이다. 김구가 병윤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자네에게 연락을 안 하고 찾아온 것은 미안하네.”

“으음.”

김구가 자신들도 무례한 것을 아는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병윤은 김구의 그 모습에 자신의 할아버지 나이의 김구에게 뭐라 할 말을 못했다. 그 때, 병주가 병윤을 쳐다보며 말한다.

“우리 네 명이 찾아온 것은 요구가 있어서 찾아왔다.”

“요구요?”

“그래. 요구. 이번 기회에 광복군이 대폭 확대 편성하게 되었다.”

“편성 규모는 어느 정도입니까?”

그 물음에 참모장 이범석이 대답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총 5개 사단이야.”

5개 사단을 편성의 소식에 병윤은 잠시 고민하다 이내 물어본다.

“그런데 이 편성은 총통 각하께 허락을 받고 하시는 겁니까?”

그 물음에 김구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한다.

“그렇다네. 이번 총통 각하가 나를 불러 이야기를 나누다 이쪽에서 먼저 광복군 5개 사단을 편성하는 것을 허락했다네. 그리고 5개 사단의 편성에 필요한 물자들은 역시 자네의 도움을 받으라고 하더군.”

김구의 말에 사실인 것을 알아차린 병윤은 이내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알겠습니다. 필요한 병기와 물자에 대해 적어서 서류를 보내주시면 그 서류대로 보내주겠습니다.”

지청천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병윤에게 말한다.

“고맙네. 이번에도 자네 덕을 많이 보게 되는 것 같군.”

“제 개인적인 약속이니 물릴 수도 없지요. 또 다른 건 필요한 것은 없습니까?”

그 말에 김구와 지청천, 그리고 이범석은 머뭇거리다가 이내 병주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네가 말해보라는 듯 눈짓한다. 병주는 그 눈짓에 결국 병윤에게 말한다.

“물자 지원은 물론, 그들을 생활할 수 있는 건물들의 건설과 생필품들을 보내다오. 그리고 개인적인 자금도.”

“얼마정도 보내줍니까?”

“10억 위안.”

“.......”

병주의 뻔뻔하기 그지없는 요구에 병윤은 에휴 하고 한숨을 내뱉고 졌다는 표정을 지으며 병주에게 말한다.

“개인적으로 치부할 돈도 아니고. 알겠습니다. 보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병윤의 대답에 김구와 지청천, 그리고 이범석은 병주에게 마치 잘했다는 시선을 보낸다. 하지만 병주는 병윤에게 어느 정도 미안한 감을 가진다.

그렇게 병윤은 임시정부의 5개 사단에 편성에 필요한 물자들의 지원과 생활할 건물들을 짓기로 약속하고, 시행하게 되었다.

============================ 작품 후기 ============================

휴. 늦게 올려서 죄송합니다. 잠시 일이 있어서 지금 올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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