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33화 (133/633)

0133 / 0633 ----------------------------------------------

[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1월 18일, 이번 국민당군 물자 강탈사건에 의해 국부군과 공산당군 사이에 긴장감이 돌고 있는 분위기였고, 총통실 안에 장개석이 험악한 표정으로 쏘아붙이는 한 사람이 서 있었다.

“이번 일.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줄 수 있겠소?”

장개석의 분노가 담긴 말투에도 장개석의 앞에 있는 사람은 얼굴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대답한다.

“단순한 오해입니다.”

-뿌드득-

오해라고 이야기하는 한 사람, 중경에 공산당 대표로 나와 있는 주은래는 장개석에게 마치 자신의 잘못이 없다는 듯 당당하게 쳐다보았다. 장개석은 그런 주은래의 뻔뻔한 태도에 자신의 허리춤에 있는 권총을 뽑아 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엄청난 의지력으로 가까스로 참는다.

“오해라는 단어 한 마디로 이 상황을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군. 이제 일본군의 기세도 물러났으니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 보겠소?”

“......”

단단히 화가 난 장개석의 태도에 주은래는 말을 하지 않고 뻔히 그의 얼굴을 관찰한다.

“솔직히 말해서 공산당과 손을 잡은 것은 왜놈들 때문이었지. 공산당이 강해서 그런 건 아니오. 그런데도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은 믿고 있는 것이 있기 때문이겠지. 안 그렇소?”

주은래는 장개석의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이 점에 대해서 저는 확실히 사죄하겠습니다. 다만 사정이 있었음은 이해해주기를 부탁합니다.”

“......”

이해해달라는 주은래의 말에 장개석은 오른손을 꽉 진다. 얼굴은 평상시인데 손은 분노를 참기 힘들었는지 꽉 쥐었다. 장개석이 주은래에게 간단히 묻는다.

“그 말 국공합작을 그 쪽에서 저버리겠다는 의미로 이해해도 좋소?”

주은래는 오히려 탁자 위에 있는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신 뒤 오히려 가뿐한 표정으로 장개석에게 말한다.

“마음대로 하십시오. 대신 그 쪽이 먼저 행동한다면 세계가 국부군에게 유리하게 돌아갈지 기대됩니다. 2월 초에 얄타회담을 하는데. 거기서 소련의 스탈린 서기관의 얼굴을 보면 꽤 재밌을 것 같습니다.”

“......”

얄타회담으로 찌르는 주은래의 말에 장개석은 이빨을 갈았다.

“우리는 당장 그 쪽과 승부를 봐도 상관없습니다. 대신 이 것 하나만 생각하십시오. 과연 우리가 당신들을 대비할 방법들이 없는지 말이죠.”

마치 나를 건드리면 너도 과연 무사할까? 라는 자신감과 패기의 주은래의 발언에 장개석은 주먹이 울었지만 함부로 행동할 수 없었다.

“내 이 일 기필코 잊지 않겠소. 나가시오. 얼른 당장!”

장개석의 호통소리에 주은래는 쇼파에서 털레털레 일어나며 당당한 발걸음으로 방을 나갔다. 장개석은 그런 주은래의 뒷모습을 살기 가득한 눈빛으로 끝까지 쳐다보았다.

주은래가 총통관저를 바로 빠져나오자, 곧바로 몸이 후들거리고, 다리에 힘이 빠진다. 주은래는 밖에 있는 주위 동료들의 부축을 받았다. 옆에 있는 동료가 주은래에게 묻는다.

“괜찮으십니까? 동무.”

“나... 난 괜찮소.”

“휴우. 장개석에게 총살을 당할까봐 걱정했습니다.”

“다행히 공성지계로 그를 속일 수 있었습니다.”

주은래의 공성지계라는 말에 어깨를 부축하는 동료가 궁금증을 가졌지만 이내 부축을 계속한다. 주은래는 그렇게 동료들에게 부축을 받아 발걸음을 옮길 때, 자신의 머릿속은 맹렬한 생각들과 걱정으로 가득했다.

‘비록 장개석에게 허장성세를 보여주며 빠져나갔지만 왜 지금 이런 사태를 맞이하는가? 정말 머리들이 없는 건가? 지금 그의 군대를 도발하면 어쩌자고... 이러는가?’

주은래의 얼굴에는 걱정 때문인지 조금씩 어둠이 묻어나온다. 주은래의 얼굴을 보고 부축하는 동료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며 묻는다.

“동무. 정말 무슨 일 있습니까?”

“아니오. 잘 끝냈소. 걱정할 것은 없소.”

“하지만 동무의 안색이...”

“...... 일단 갈 길이나 갑시다.”

주은래의 단호한 말에 동료들은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고 주은래를 부축하며 어디론가 사라진다.

-쨍그랑. 퍼억! 쾅! 쨍그랑!-

한편, 총통실 안에 있던 장개석은 화를 이기지 못했는지 방 안에 있는 귀한 도자기를 비롯하여 꽃병, 전화기, 장식물, 가치 있는 모든 것들을 화를 풀기위해 던지고 발을 찼다. 장개석의 뒤에 있는 병사들은 그를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보지만 굳이 말릴 생각은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장개석은 마치 방 안에 자기 혼자만 있다는 듯 도자기를 집더니 바닥으로 깨뜨리며 외친다.

“빌어먹을 자식들! 빌어먹을 공산당 녀석들! 내 이 치욕을! 내 이 치욕을 반드시 되갚아주겠어! 일본과의 전쟁만 끝나봐! 네 녀석들은 전부 다 박멸이다! 이 바퀴벌레 같은 녀석들!”

장개석은 그렇게 허공에 공산당에 대한 욕들과 물건을 부숨으로 쌓이고 쌓인 화를 풀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울분, 치욕은 그의 마음 깊숙한 곳에서 쌓이고 또 쌓인다.

1월 22일, 연안에 있는 석굴 안 모택동의 집무실 안에서 모택동 역시 곤란한 것은 마찬가지였다. 모택동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앞에 있는 당 간부들을 쳐다본다.

“끄응. 장개석이 단단히 마음을 먹었군.”

“확실히 점유한 구역을 제외하고 열차수송은 제하고, 전부 하늘로 보급하는 실정입니다.”

그 말에 모택동은 조금 실망한 얼굴이었다. 요즘 산서성, 산동성에 있는 해방구 마을들과 국부군과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그 때문에 간간히 물자들을 거래하는 것이 끊어졌고, 덕분에 건드렸다가 피를 보게 된 것은 공산당 세력이었다. 모택동은 그 사정을 생각하자 한 숨이 자동적으로 나온다.

“하아. 밀거래를 하는 브로커들을 알아봤어?”

모택동의 물음에 모택동 앞에 서 있던 당 간부들 중 임표가 대답한다.

“국부군 측의 물자가 풍부해서 그런지 브로커들의 움직임이 활발합니다. 다만 우리 쪽 자금사정이 물자를 구입하기에는 부족합니다.”

“소련과 연락해서 자금을 지원하면 어떤가?”

그 물음에 임표는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답한다.

“소련과 긴밀히 연락해봤지만 그 쪽은 우리 쪽에 대해 신경도 쓰지 않습니다. 그저 폐기하려고 놔둔 물자들을 우리 쪽으로 넘기는 것뿐입니다.”

“...... 휴우. 같은 공산주의의 동포인데 이렇게 안 도와주는 것은 처음이군.”

모택동은 소련에 대한 실망으로 가득한 표정이었고, 임표를 비롯한 당 간부들 역시 마찬가지의 표정을 짓는다. 그렇게 생각하다 임표가 결국 한 마디 한다.

“여기를 포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모택동은 임표의 물음에 호기심을 가진 후 쳐다보며 반응한다.

“포기? 여기를 포기하면 어디 갈 때라도 있나?”

“소련에서는 만주 쪽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답니다. 그 곳이라면 아마 새로운 보금자리가 될 수도 있습니다.”

“......”

모택동은 그 말에 턱에 손가락을 괴면서 고민한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대장정을 통해 여기로 정착하여 세력을 키웠건만 다시 그런 행동을 해야 하니 말이다. 모택동은 어느 정도 생각하다 다시 자신의 앞에 있는 당간부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아직 기다려봐. 하북과 만주 쪽에 일본군 군대가 있으니 말이야.”

“으음. 그래도 지금부터 준비하지 않으면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쯧. 내가 괜히 건드렸군.”

모택동은 자신이 지시한 일에 대해서 괜한 후회가 일어난다. 생각보다 중국군의 행정장악과 민심확보 능력이 우수했다. 그리고 그 둘을 뒷받침해주는 근원적인 존재를 생각하면서 얼굴이 구겨진다.

“아무래도 이번 일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가 무엇인지 알겠군.”

임표는 모택동의 말에 조용히 듣다가 이내 자신도 무언가 생각했고, 그 걸 모택동에게 이야기한다.

“중경공단 말씀이십니까?”

“그래. 그 놈들. 그 놈들의 능력 덕분에 우리의 세력이 궁지에 몰리고 있는 것 같아. 그 쪽에서 생산하는 물자들이 우리 인민들을 홀리고 있어.”

임표는 모택동의 말에 어느 정도 동의했다. 요즘 중국 공산당에 속한 민간인과 군인들도 중경공단의 물품을 구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소총탄을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대부분 방호할 수 있는 성능을 지닌 방탄 구성품들은 물론이고, 우수한 품질의 생필품들은 마음을 홀리고 있었다. 그런 현상을 모택동과 임표는 잘 알고 있었다.

“중경공단은 어떻게 처리해야겠습니까? 그 공단 덕분에 자신의 세력 확장이 순조롭게 이뤄진 것을 알고 있는 장개석이 그 곳을 목숨 걸고 지킬 것 같은데 말입니다.”

“물론 그렇기는 하지. 하지만 약점이 없는 것은 아니야.”

모택동의 약점이라는 단어에 임표는 순간 호기심이 들었다.

“약점이라면?”

“중경공단이 이렇게 잘 돌려지는 건 누구 덕분이겠나? 장개석도 이런 거대한 공단을 돌릴 사람이 한 명뿐이라는 것을 알 거야.”

“......”

임표는 그 말을 듣고 과연 그렇구나 라고 고개를 끄덕인다.

“솔직히 말해서 그 쪽의 모든 산업은 장개석이 만들었나? 그 길병윤이라는 조선인이 모든 능력을 발휘해서 다 도와주고 해서 만들어진 것이지.”

“그럼. 그를 제거하는 방향으로?”

그 말에 모택동은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암살이 쉽게 이뤄지는 것은 생각하기 힘들어. 조금 쉽고 다른 수를 써야 돼.”

“그러면 이런 방법은 어떻습니까?”

임표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다는 지 얼굴을 반짝인다. 모택동은 은근히 기대되는 눈빛으로 그를 쳐다보며 말한다.

“좋은 생각이라도 난 모양이군.”

“언제인가 중경에 머무르고 있는 주은래 동무께서 한 가지 방법을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중경공단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을 말이죠.”

“호오? 그 거대한 중경공단을 무너뜨리기 위한 방법이라. 장개석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을 것 같은데 방법이 있나?”

임표는 고개를 끄덕이며 모택동에게 계속 설명한다.

“예. 아까 주석 동지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중경공단이 이렇게 잘 운영된 것이 그 길병윤이라는 자의 능력 덕분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안 그렇습니까?”

“흐음. 계속해봐.”

“한 마디로 그 쪽에서 중경공단을 운영하는 주체를 다른 사람으로 교체하게끔 수를 쓰는 것입니다.”

임표의 말에 모택동은 놀란 눈빛으로 그를 쳐다본다.

“어떤 방식으로 수를 쓰는 것이지?”

“그 쪽에 심어둔 간자의 말을 들어보면 장개석이 그 길병윤을 신임해도 장개석의 측근들이 그 길병윤을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 그런데 그 것이 왜?”

“그들을 부추기는 것입니다.”

“부추긴다? 아. 그 쪽에서 주도적으로 중경공단의 회장직을 빼앗아오게끔 행동하게 만드는 것인가?”

임표는 그 물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예. 특히 4대가문 중 하나인 송자문이 그 자리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자리를 빼앗기 위해서 그 가문들이 나름대로 인맥을 구축하고 있습니다.”

“욕심만 많은 돼지군. 쯧쯧 장개석도 안타깝군. 그런 녀석이 측근이라고 나두다니 말이야.”

“그 덕분에 우리에게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 거기에 장개석의 세력들 중 군벌들도 부추기는 것입니다.”

“군벌들도? 허. 규모가 엄청나겠군.”

“군벌들이 움직이기 시작한다면 아무리 세력이 강한 장개석이라도 버티기는 힘들 것입니다. 거기에 민심 중 민족의식을 자극하는 것도 더불어서 말이죠.”

“자극한다니? 그게 무슨 말이지?”

“그러니까 그런 중요한 자리를 한족이 아닌 외국인에 불과한 조선인이 독차지하고 있다고 말이죠. 우리 중국인들의 중화사상을 건드리는 겁니다.”

“그 것도 방법이 될 수 있겠군. 그런데 그 길병윤이라는 조선인을 쫓아내도 송자문이 정상적으로 운영하면 삽질이 되지 않나?”

임표는 그럴 리 없다고 확신하는 얼굴로 말한다.

“송자문이 어떤 인간인지는 주석께서도 잘 알고 있을 것입니다. 그는 결코 중경공단을 운영할 능력이 되지 않습니다.”

“그렇군.”

모택동은 납득하며 고개를 끄덕인다. 그러나 임표의 얼굴이 바뀌면서 모택동에게 다시 한 가지 말한다.

“문제라면 그런 방법을 취한다면 중경공단은 완벽히 파괴될 것입니다. 우리가 그 것을 접수해도 다시는 재기하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그건 왜지?”

“그 공단을 운영할 기계와 기술이 길병윤과 송감연 두 사람에게 나왔습니다.”

“......”

모택동은 임표의 말을 듣고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알겠다. 즉 임표는 선택하라고 말하는 것이다. 중경공단을 완벽히 파괴할 것인가? 말 것인가? 라고 말이다.

“그런데 우리가 그 두 사람을 포섭한다면 어떻게 되겠나?”

그 말에 임표는 고개를 젓고는 말한다.

“어림도 없는 일입니다. 중경에 있는 주은래 동지가 그 둘을 포섭할 일을 계속 행해왔지만 끄덕도 없습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두 사람을 포섭할 수 없다면 중경공단을 재가동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중경공단이 이렇게 운영되는 동안 우리 공산당의 생존이 불가피해진다. 시행해. 당장.”

“예. 우선 준비부터 하겠습니다. 단번에 치고 들어오다가 역으로 우리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 그런데 본격적인 시행은 언제 할 건가?”

임표는 그 물음에 잠시 고민하다가 답한다.

“빠르면 6월, 늦으면 7월에 시행할 생각입니다. 계획이 원활히 돌아가도록 준비를 해두는데 그만큼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휴우. 그 때 동안 버텨야겠군.”

“예. 그 때까지가 우리 공산당의 가장 큰 고비입니다.”

그렇게 중국 공산당은 길병윤이 중경공단의 회장직에 해임되기 위한 모든 술수를 강구하면서 준비했다. 6,7월 달에 성공하기를 빌면서 말이다.

============================ 작품 후기 ============================

결국 병윤이는 중경공단 회장직에서 쫓겨나게 되는 것일까요?

댓글은 저와 여러분의 마음을 충족시킵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