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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2월 5일, 소련의 얄타에서 벌어지는 회담은 어느새 2일차를 맞이하였다. 어제는 전후 독일 문제처리를 두고 난항에 난항을 겪었다. 특히 주요 난항을 겪었던 것은 소련의 점령 하에 있을 베를린을 두고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에 대해서였다. 소련은 자신의 구역 안에 있는 만큼 자신들이 수중에 넣기를 원했지만 미국과 영국은 이에 반대한다.
사실 폴란드 문제와 더불어 동유럽 문제에 대해서 미국은 소련에게 양보를 많이 해주었지만 베를린 문제만큼은 양보하지 않았다. 그 것 때문에 회담 하루를 보냈다.
중국은 어제 회담에서 적극적인 의사표명은 하지 않았다. 중국이 유럽에 있는 것도 아니고 거기에 끼어들었다가 무슨 이득이 있겠는가? 그 때문에 중국의 장개석은 어제 회담을 마치 영화 보듯 관망했다.
아침에 이곳의 메이드들이 들어와 요리들을 들였는데, 맛은 괜찮았다. 아무래도 이 곳 얄타의 주인인 소련 측이 신경을 쓴 것 같았다.
장개석은 자신을 따라온 수행원들의 수발을 받으면서 천천히 오늘 할 일에 대해서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회담 전에 즐기지 못했던 창문 너머 경치를 마음껏 즐기고 있을 때였다.
-똑! 똑! 똑!-
밖에서 노크 소리가 들리자 경치를 즐기던 장개석의 얼굴이 조금 구겨진다. 옆에 서 있던 수행원에게 눈짓으로 눈치를 주자 수행원은 급히 문으로 달려 나가며 말한다.
“누구십니까? 이곳은 장개석 총통 각하가 머무르고 있는 방입니다.”
수행원의 말에 문밖에서 소리가 들린다.
“실례합니다. 저는 처칠 수상을 모시고 있는 수행원 이승만이라고 합니다.”
수행원은 잠시 생각하다가 용건을 묻는다.
“무슨 일로 이 방을 찾았습니까?”
“지금 처칠 수상께서 이야기를 나눴으면 하는 의향이 있습니다.”
그 말에 수행원은 잠시 손목에 찬 시계의 시간을 확인하고는 아! 하면서 깨달으며 얼른 장개석에게 달려 나왔고, 장개석은 그를 언짢은 눈빛으로 쳐다보며 말한다.
“무슨 일이야?”
“아까 영국의 처칠 수상께서 이 방으로 찾아간다고 연락하지 않았습니까? 시간을 보니 그 때인 것 같습니다.”
장개석은 수행원의 말에 자신의 손목시계의 시간을 확인했다. 장개석은 조금 곤란한 표정을 지으며 수행원에게 말한다.
“쯧.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 맞이할 준비를 하게.”
“예. 총통 각하!”
수행원은 그 대답을 한 뒤 얼른 부리나케 문으로 달려 나가 급히 방문을 열었고, 장개석은 손님을 맞이하기 좋은 탁자의 자리에 앉았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사람들이 들어선다. 그리고 가장 눈에 띠는 노년 백인의 남성과 그의 수행원인 노년 황인의 남성이 들어선다. 장개석은 그 둘을 보고 일어서서 반갑게 맞이한다.
“회담 이외의 시간에 맞는 건 처음이오.”
그 말에 노년 백인 남성인 영국의 처칠 수상이 고개를 끄덕이며 장개석에게 말한다.
“회담 외에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지 못한 것이 아쉽소. 그 때문에 지금 찾아왔으니 서운해 하지는 마시오.”
장개석은 옆에 서 있는 수행원이 통역한 처칠의 그 말을 하하 웃으며 이해한다는 표정을 짓는다.
“서운하다니. 그 무슨 말이오.”
“그렇게 말해주니 고맙소. 이제 슬슬 이야기해도 될지 모르겠소.”
“마음껏 이야기해보도록 하시오.”
장개석은 처칠을 바라보며 편히 이야기하라는 표정을 지었고, 처칠은 그 표정을 흠흠 거리며 입을 열기 시작한다.
“어제 회담은 독일문제를 다뤄서 그런지 중국 측에서 관망하는 자세로 나왔소. 그 이유에 대해서 조금 듣고 싶소.”
“그 이유에 대해서 짐작 가는 것이 있을 것이오.”
“중국 측이 유럽에 대해 관심이 없다는 소리이오?”
“말하자면 그렇소. 우리 중국으로썬 유럽 문제에 대해 전혀 간섭하고 싶지 않소. 우리가 유럽 문제에 적극적으로 발언할 권리와 명분은 없소. 그래서 어제 관망하는 자세로 나왔소.”
처칠 수상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다면 다시 말해서 유럽 문제에 관련해서 이득이 있다면 어떻게 하시겠소?”
“글쎄. 우리 중국정부에서 그다지 구미는 당기지 않소. 한 마디로 이야기하고 싶다는 이야기는 당신의 영국정부의 발언에 힘을 쏟아 달라 그런 이야기가 아니겠소?”
처칠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부터 장개석과 거래를 할 차례였다.
“독일 전후에 대한 현안에 대해서 중국정부가 적극적으로 의사표명을 해주었으면 좋겠소. 특히 우리 영국 정부에 대한 주장에 힘을 쏟는 형태로 말이오.”
“그러면 우리 중국 정부에게 떨어지는 이득은 무엇이오?”
“회담 기일 내에 전후 일본 식민지들의 처리에 대한 중국 정부의 발언에 우리 영국 정부가 힘을 쏟아 주겠소.”
“......”
장개석은 처칠의 말을 듣고 고민했다. 과연 이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중국 정부가 득이 되는 것인가? 아니면 실이 되는 것인가? 장개석은 마치 처칠의 말이 같이 사업하자는 동문 친구의 말처럼 느껴진다.
“소련에 대해 함부로 자극하게 된다면 소련이 만주에 대해 극심한 관심을 가질지 모르는 일이오. 그런데도 영국 정부에게 힘을 쏟아야 하는 것이오?”
처칠은 그 물음에 허허 웃으며 장개석에게 한 가지 사실을 알려준다.
“중국 정부에서 자극을 하지 않아도 이미 소련은 동아시아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소. 특히 일본과 만주에 대해 말이오.”
“......”
장개석은 잠시 동안 처칠의 말에 대해 생각한다. 과연 처칠의 말이 사실일까? 하지만 처칠이 거짓말을 해서 우리 중국과의 관계를 틀어질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하는 인물은 아니었다.
“그 이야기를 자세히 들어주시오.”
처칠은 어느 정도 장개석의 관심을 끄는데 성공했다는 생각에 희미하게 미소를 짓는다. 처칠은 장개석에게 소련의 만주에 대한 관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중국 정부에서는 만주의 가치를 얼마만큼 보시오?”
“이미 명분상 우리 중국의 땅이오. 이미 와해는 되었다고 하지만 국제연맹에서 만주는 이미 중국의 땅이라고 인정하지 않았소? 그러니 그 가치는 우리 중국에게 있어서 매우 중한 일이오.”
“내가 말하고 싶은 가치는 역사적 명분의 가치가 아니오. 단순히 지리적 경제적 가치를 말하는 것이오.”
“국경선을 크게 형성하는 지리적 가치는 그렇다 치더라도 경제적 가치는 일제가 자원을 수탈하기 위해 굉장한 수의 공장들과 설비들이 있지요.”
“소련이 지리적 가치는 둘째 치고 경제적 가치는 노릴만한 여지는 있소.”
“독소전의 피폐함에 그러는 것이오?”
처칠은 장개석의 물음에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소. 소련은 이미 독일에게 상당한 국가적 위신과 경제적 피해를 경험했소. 그런 소련이 보상을 받고 싶지 않겠소? 바로 옆에 만주라는 먹잇감이 있는데 말이오.”
장개석은 그 말에 그럴 수 있다는 듯 ‘끄응’하고 침음성을 낸다. 소련이 만주에 대해 욕심을 낸다니. 처칠의 말에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지금이야 만주에 대한 관심은 없겠지만 독일이 끝장난다면 다음 목표는 일제일 것이고, 소련에게 일제는 살이 통통하게 오른 돼지나 다름없었다.
“우리와 전쟁하고 싶지 않다면 만주에 대한 관심은 접어들 것이 분명하오.”
“과연 그렇게 현실이 돌아가겠소? 나는 적어도 만주를 중국군에게 넘기고도 만주의 물자들과 공장설비들을 다 뜯어내고 철수할 거라고 생각되오.”
“그렇다면 우리가 영국 정부의 발언을 지지해주면 소련의 만주에 대한 관심을 접어들게 만들겠다는 그런 소리이오?”
그 말에 처칠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그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오. 하지만 적어도 만주에 대한 관심을 반분하게 만드는 것은 가능한 일이오.”
“관심을 반분? 한 마디로 말해서 화재는 일어날 것이 분명한데 피해를 줄이게 만들도록 해주겠다는 이야기이오?”
처칠은 장개석의 물음에 바로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장개석은 잠시 동안 고민하다가 이내 ‘끄응’하고 침음성을 흘린다. 처칠의 말을 들어보니 소련의 만주에 대한 관심은 사실일까? 라는 생각이 들지만 처칠의 말이 과장은 있겠지만 거짓일 리는 없었다. 장개석은 처칠에게 시선을 두고 확실하게 말한다.
“일단 영국 정부가 우리 중국 정부에게 내건 제안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을 주시오. 곧바로 결정하기에는 그렇소.”
장개석이 결정을 유보하자 처칠은 아쉬우면서도 장개석의 그 말과 태도에 대해 납득하고 순순히 고개를 끄덕인다.
“혹시 결정하게 된다면 내 방 안으로 연락을 하셨으면 좋겠소.”
장개석은 처칠의 부탁에 마땅히 그러겠노라고 고개를 강하게 끄덕였다. 처칠은 장개석의 반응을 보고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나 자신의 수행원들을 데리고 방 밖으로 물러났다.
처칠의 모습이 안 보이게 될 때, 장개석이 옆에 있는 수행원을 보며 외친다.
“이봐 너. 지금 소련의 외무장관 몰트로프에게 따로 이야기할 시간을 가지자고 해.”
“예! 총통 각하!”
장개석 옆에 서 있던 수행원은 장개석의 말에 대답을 한 뒤 발걸음을 빠르게 움직여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든 뒤 다이얼을 돌린다. 그리고 몰트로프에게 연락이 되자 장개석의 말을 전달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자, 소련의 외교장관인 몰로토프가 장개석 방 안을 방문했다. 장개석은 처칠을 맞이했던 것처럼 그를 맞이한다. 몰로토프가 장개석을 바라보며 용건을 묻는다.
“저를 급히 찾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소련의 생각을 조금 알고 싶어서 말이야.”
몰로토프는 그 말에 천생 외교관답게 싱긋 웃으며 말한다.
“무엇이든 말씀해주십시오. 성심성의껏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좋아. 소련은 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어떤가?”
몰로토프가 생각하더니 장개석에게 말한다.
“일단 지금은 그렇습니다. 다만 독일과의 전쟁이 끝난 후 일본에게 관심을 가지는 것은 사실입니다.”
“......”
장개석은 조금 생각하더니 이내 몰로토프에게 묻는다.
“일본 본토에 대한 관심인가? 아니면 일본 제국이 점유한 영역도 포함한 관심인가?”
“으음. 조금 곤란한 질문을 던지는 것 같습니다. 우선 대답할 범위만큼은 대답해드리겠습니다. 일본본토에 대한 관심은 있습니다. 그리고 만주에 대해도 관심은 있습니다.”
“......”
장개석은 그 말에 얼굴이 순간 굳자 몰로토프가 순간 하하 웃으며 장개석에게 말한다.
“아 물론 영토적 관심은 당연히 아닙니다. 우리 소련이 국력이 강하다고 해서 남의 영토를 무자비하게 침탈하는 파렴치한 국가는 아닙니다. 당연히 만주는 중국 땅입니다. 그건 확고한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사실은 소련도 인정합니다.”
몰로토프의 재치 있는 답변에 장개석의 기분도 어느 정도 풀어졌다. 다만 확실한 것은 넘어가야 했다.
“아까 만주에 대한 관심은 있다고 했지? 그 관심이 무엇인지 답할 수 있겠나? 그 부분에 대해서 납득할 수 있는 답변을 기대하네.”
몰로토프는 조금 웃는 낯을 풀고는 이내 장개석의 물음에 답한다.
“우리 소련은 만주에 대한 영토적 관심은 없습니다. 다만 일제가 만주에 세웠다는 공장들과 기계설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입니다.”
“으음.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소련 정부는 전 세계에서 공업생산력 2위에 빛나지 않는 대국이지 않나? 그런데도 일제가 세운 기계설비들이 필요하다니.”
몰로토프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며 답변한다.
“이왕이면 멀쩡한 기계설비들을 가져왔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그렇군. 알겠네. 소련의 생각에 대해 말해주어서 고맙네.”
“도움이 되셨다니 다행입니다.”
그 것으로 장개석과 몰로토프와의 대화는 끝이었다. 몰로토프가 방 안에서 물러나자 장개석 옆에 있던 수행원이 물어본다.
“저. 처칠 수상과의 연락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흠. 아무래도 받아들이는 편이 나을 것 같군. 처칠 수상의 말이 어느 정도 맞았군. 소련의 동아시아에 대한 관심은 사실이었어. 이렇게 된 이상 처칠의 의견에 대해 동조를 해주는 것이 좋겠지.”
장개석의 말에 수행원은 고개를 조아리며 말한다.
“그럼 제안을 받아들이겠다고 처칠 수상에게 연락하겠습니다.”
장개석은 그런 수행원의 말과 행동을 막고는 말한다.
“내가 직접 연락하지. 아무래도 이번 건은 직접 연락하는 것이 옳을 것 같아서 그래.”
수행원은 그 말에 고개를 조아린다.
“총통 각하의 뜻대로 하십시오.”
장개석은 전화기의 송수화기를 귀에다 대고 한 손으로 다이얼을 돌린다.
-뚜르르르 뚜르르르 철컥!-
-예. 여기는 영국 처칠 수상이 머무르고 계시는 방입니다. 무슨 일로 전화를 드렸습니까?-
“나 중국의 장개석이라고 하네. 지금 처칠 수상은 안에 계시는가?”
-아! 처칠 수상은 안에 계십니다.-
“조금 미안하지만 바꿔주게나.”
-예.-
조금 시간이 지나 수신부분에 들리는 목소리가 달라진다. 장개석은 그 목소리를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처칠 수상의 목소리였다.
-어떻게 결정은 했소?-
“결정은 했소.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어느 정도 처칠 수상의 의견에 동조는 해주겠소.”
-으음. 어느 정도로 말이오?-
“자세하게는 못해도 베를린 문제에 대해서는 동조는 해주겠소.”
-흐음. 그럼 오늘 회담에서 당신의 태도를 기대해도 좋겠소?-
“기대는 하되 큰 기대는 하지 마시오. 그럼.”
-알겠소. 그럼.-
처칠과의 전화연결은 여기서 끝이 났다. 장개석은 조용히 송수화기를 전화기 위로 내려놓는다. 그리고 창문 너머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한다. 장개석은 감상을 하는 도중에 한 마디 한다.
“오늘부터 시작이겠군. 꽤 말린 기분인데.”
장개석은 오늘 있을 회담에 대해 조금 걱정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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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알같은 이승만의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