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42화 (142/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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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이야기를 끝낸 병윤과 감연은 병주를 뒤로 한 채 아까의 차로 되돌아가기로 했다. 도중 둘의 얼굴을 알아보는 군인들이 경례를 하며 지나갔다. 병윤과 감연은 그런 그들의 모습을 바라보며 차 앞에 도착했다. 운전기사는 아직 안 온 모양이다. 둘은 먼저 차 안에 들어가 기다리기로 했다.

-덜컥!-

자동차 뒷좌석에 몸을 기댄 병윤이 이윽고 몸을 기댄 감연에게 시선을 돌리고 말한다.

“이제 어디 갈까?”

감연은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생각이 안 나는지 어깨를 으쓱거린다.

“그냥 집에 틀어박힐까?”

“...... 하아 생각 하는 것 참.”

병윤은 감연을 쯧쯧 거리며 한심하다는 눈빛으로 쳐다보자 감연은 그런 그에게 성질을 내며 외친다.

“넌 뭐. 갈 거 있냐? 빨리 말해봐.”

“......”

감연은 그 것 보라는 듯 말한다.

“거 봐. 없잖아. 이게 어디서 감히 나를 한심하게 봐.”

그 때, 운전기사가 차 안으로 들어온다. 운전기사는 뒷좌석에 기댄 두 사람의 얼굴을 보고 놀란 얼굴을 하며 말한다.

“일찍 오셨네요. 어디로 모실까요?”

병윤과 감연은 그 말에 말을 말았다. 도대체 어디로 가지? 라는 생각이 두 사람의 머릿속을 지배했다. 운전기사는 그런 둘의 얼굴을 바라보며 말한다.

“저. 갈 데가 없으면 백화점이나 갈까요?”

그 물음에 병윤은 이채를 띈 채 운전기사에게 시선을 두며 궁리한다.

“백화점이라. 야. 네 생각은 어떠냐?”

자신에게 묻는 병윤의 말에 감연은 좋다고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백화점이라. 거기라면 풍경 보다가 살 것 있으면 사면 되겠네.”

감연의 동의를 얻게 되자 병윤은 운전기사에게 말한다.

“그럼 그 쪽으로 가주세요.”

운전기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예!”

운전기사는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자동차의 시동을 건다. 시동이 털털 거리며 걸리자 곧 변속기를 움직이며 차를 후진 전진하기 시작하면서 차를 움직인다. 그리고 차량은 곧 도로를 타고 들어간다.

병윤과 감연은 서로 각자 옆에 있는 창문 너머 풍경을 바라본다. 그 둘이 바라보는 풍경은 전쟁이라는 참혹함과는 다른 조금 평화로운 기분이 들었다. 중경이라는 도시는 사실 급속도로 인구가 유입되는 중이다. 원래는 도시라기보다는 곳곳에 농장들이 잔존해 있는 도시지역이라는 말이 옳았다.

그런데 중경은 빠르게 인구를 유입하고 그러니 풍경 속에는 겨울 속에 놓은 논과 밭은 그렇다 치고, 곳곳에 공사현장이 눈에 보였다. 바로 신 농업 증산 계획이라는 미명하에 벌이는 중국의 계획이었다.

신 농업 증산 계획은 일단 최대 목적 자체가 지주의 권력을 빼앗고, 소작농을 자작농으로 변환시킨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농촌을 지배하는 향촌 집단들과 지주들이 순순히 그 계획에 따르리라고 볼 수 없기 때문에 일단은 국민당 정부의 권력이 강한 지역부터 행하고 있었다.

즉 중경의 성공적인 개발로 장개석에 대한 민심이 확고한 중경을 둘러싼 사천부터 적용해 들어간다는 소리였다. 장개석은 물론 지주와 향촌 층의 반발을 예상하고 유상매수 유상분배의 기조를 들어 그들을 공장에 운영하게끔 유인하려는 계획도 준비해두고 있었다.

일단 사천 지역에서는 말들이 많았지만 대체적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결과들이 병윤과 감연의 눈에서 나왔다. 주택을 새롭게 신설하고 있는 것은 둘째 치고, 저수지 사업이라든지 전력망 사업으로 일단 농가를 최대한 현대화시키는 모습들이 눈에 보이는 것이다. 병윤은 그 모습을 보며 한 마디 말한다.

“농가들도 열심히 사는 구나.”

감연은 피식 웃으며 한 마디 한다.

“중국 연구 기술원은 기술의 개발도 하는 것이 아니라 효율적인 경영 기법과 체계도 개발하는 곳이야. 풍경에 나오는 결과물들이 다 우리 쪽에서 나오는 결과물이지.”

“그런데 그렇게 되면 농업부장의 역할은 없겠네?”

그 말에 감연은 아니라는 듯 고개를 흔들고 말한다.

“그 쪽은 그 쪽대로 바빠. 신 농업 증산 계획은 들어봤지? 그걸 진행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하고 있어.”

“그런가? 다들 노력하구나.”

“물론 중국인들답게 돈과 뇌물 좋아하는 것은 둘째 치고 말이지.”

“으음.”

병윤은 침음성을 흘리며 감연을 바라봤고, 감연은 다시 바깥의 풍경을 바라볼 뿐이다. 그렇게 둘을 태운 차량은 빠르게 목적지를 향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되자, 차량은 운전기사가 말한 백화점의 주차장으로 들어서자 주차장 경비요원이 차량을 보고 검문한다.

“여기는 물과 백화점입니다. 혹시 누구신지?”

그 검문에 운전기사는 품 안에서 무언가 꺼내더니 툭하고 경비요원에게 건넨다. 경비요원은 그걸 받고 내용을 살펴보다가 깜짝 놀란 눈빛으로 운전기사를 쳐다본다.

“뒤를 봐도 되겠습니까?”

운전기사는 경비요원을 향해 짜증나는 시선으로 쏘아 붙인다. 그 때, 뒷좌석의 차창이 열리고, 병윤이 빼꼼 고개를 들어 경비요원에게 말한다.

“뭐가 문제입니까?”

경비요원은 그 말에 안절부절 하다가 병윤의 얼굴을 알아보고 이내 말한다.

“아... 아닙니다. 이곳에 오신 것을 직원 일동 환영합니다.”

경비요원은 얼른 병윤을 태운 차량의 검문을 끝냈고, 운전기사는 그 모습에 피식 웃으며 얼른 차량을 다시 움직인다. 주차공간은 차들로 꽤 있었지만 곳곳에 빈공간이 많았기에 적당한 빈 주차공간에 차를 정지시켰다. 운전기사는 차의 시동을 완벽히 끄고 병윤과 감연에게 말한다.

“물과 백화점은 회장님도 잘 알다시피 중경공단에 속한 기업입니다.”

그 말에 병윤은 기억이 나는 듯 아! 하고는 말한다.

“사장이 배단호인 것으로 기억납니다.”

“잘 아시는 군요. 그 쪽이 회장님을 반겨줄 것입니다.”

“그렇습니까? 자 이것으로 백화점 물품을 사든 말든 하세요.”

병윤은 또 운전기사에게 팁을 건네주었고, 운전기사는 병윤의 행동에 감격한 표정을 짓는다. 감연은 병윤의 그런 모습을 바라보며 에휴 한 숨을 내지른다.

그 둘은 천천히 차량에서 내리고 곧 엘리베이터 앞에 선다. 그리고 병윤이 옆에 있는 버튼을 누른다.

-띵동!-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리고, 둘은 빈 엘리베이터 공간 안으로 들어가 층수의 버튼들을 살펴보았다. 층수는 총 10층으로 되어 있었다. 병윤은 그 중 1층 버튼을 눌렀고, 곧 엘리베이터는 움직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이 열리자마자 둘에게 깜짝 놀랄 광경이 펼쳐졌다.

-어서 오십시오.-

유니폼을 입은 직원들이 양 옆으로 고개를 숙이고 인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 물과 백화점의 사장인 배단호가 병윤과 감연을 맞이한다.

“어서 오십시오. 두 분 들. 제 사업장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병윤은 그 광경에 조금 곤란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배단호에게 말한다.

“우선 직원들의 과한 예의부터 물려야겠습니다.”

그 말에 아차! 한 배단호는 병윤이 이런 것을 싫어한다는 성격을 깨닫고 얼른 백화점 지배인을 불어 직원들을 빨리 제자리로 돌리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 병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그런데 여기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아. 이 녀석이랑 휴가를 보내게 되어서 어디를 갈까 생각하다가 이 곳으로 오게 되었네요. 미리 연락 안 해서 미안합니다.”

배단호는 병윤의 정중한 말에 하하 식은땀을 흘리며 웃을 뿐이다.

“회장님이 휴가를 여기로 보내겠다고 하는데 제가 막아서야 되겠습니까?”

병윤이 배단호의 말을 받고 있는 동안 감연은 백화점 풍경 안을 살핀다. 백화점 중앙에는 하얀 대리석으로 이루어진 분수대가 연신 물을 뿜어내며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느끼게 만들었다. 그리고 백화점 안에는 젊은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는데, 반은 군인들과 그 군인들의 연인으로 보이는 사람으로 이루어졌다. 나머지 반은 젊은 민간인 부부와 아이들로 보인다. 그 외에는 어느 정도 돈을 만지고 있는 사람들로 보인다.

“허. 백화점이 이런 데였나?”

감연은 백화점을 처음 와본 촌놈 같은 반응을 보이며 주위를 두리번거린다. 병윤은 그 모습을 바라보며 피식 웃을 뿐이다. 그러다 배단호 사장이 꽤 깨달은 표정을 지으며 병윤에게 말한다.

“회장님의 고견을 잘 들었습니다. 혹시 필요하신 것 있으시면 언제든지 저를 불러 주십시오.”

병윤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정 필요하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지금은 저 녀석과 둘이서 물건들을 관찰하고 사고 싶을 뿐입니다. 그럼 수고해주십시오.”

배단호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제 갈 길을 갔다. 감연이 병윤을 보고 호들갑을 떨며 말한다.

“이야. 여기도 중경공단 차지야?”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차지라기보다는 중경공단과 주로 거래하는 백화점들 중 하나야. 하지만 여기에 어느 정도 내 지분이 있으니 차지라는 말이 들어갈 수도 있겠군.”

“그런데 전쟁 통에 이런 시설을 건설해도 되겠냐?”

“전쟁도 어차피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뭘. 요즘 이 곳에 적들의 공습 이런 게 몇 년 동안 이어진 적이 있어?”

병윤의 그 물음에 감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한다.

“그 것도 그렇네. 전쟁이 끝난 후를 대비하고 만든 것이겠군.”

“고향에 돌아가면 나도 백화점 하나 세울까?”

감연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백화점이라 야 그거 나에게 지분 줘라. 심심하면 매번 찾아가게.”

“미친 놈.”

병윤의 욕설에도 감연은 희희낙락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둘은 풍경을 즐기면서 천천히 걸어 나갔다. 1층에는 금목걸이나 금시계, 그리고 다이아몬드 반지, 그 외에도 고급 양복을 비롯한 고급스러운 물품들이 줄을 이었다. 병윤과 감연은 그 것들의 가격표를 보고 말한다.

“꽤 비싸네. 고급이라서 그런지.”

“너의 입장에서 비싸다는 말이 나오냐?”

“그러게.”

둘의 대화를 들으며 둘의 앞에서 서 있는 직원은 땀을 삐질 삐질 흘릴 뿐이다. 저 둘이 바로 요주의 인물이라고 소문이 난 사람들이라고 들었다. 그 때, 둘 뒤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어라?! 오빠들은?”

그 목소리에 병윤과 감연은 뒤를 돌아봤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알고 보니 요즘 화제의 주인공이자 자신의 의형의 배우자인 전명명이었다. 전명명 뒤에는 예의 아이들이 따라 붙었다. 병윤과 감연은 전명명을 보고 말한다.

“어라? 형수님 오셨습니까?”

형수님이라는 단어에 전명명은 피 하며 뾰루퉁한 얼굴을 짓는다.

“형수님이 뭐에요?”

그 말에 감연은 당황해서 말한다.

“아니 형수님을 형수님이라고 부르지. 그럼 뭐라고 불러요?”

“그냥 명명이라고 부르세요. 뭘 또 격식을 차리고 그래요?”

“저 그런 칭호 의형 앞에서 썼다가 맞아 죽습니다.”

전명명은 감연의 그 말에 키득키득 웃었다. 그 때, 병윤이 전명명에게 물었다.

“그런데 요즘 신혼은 어떤가요? 의형께선 잘해주세요?”

전명명은 그 물음에 하아하고 한숨을 쉰다.

“그 사람 엄청 바쁜 사람이에요. 지금 일 때문에 집에도 간혹 들어오고 계세요. 그래서 지금 난 나를 따르는 아이들과 같이 놀러가고 있어요.”

병윤과 감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전명명의 심정을 동감한다.

“군사령관이니까 당연한 일이 아니겠어요? 그 것보다 저희들이랑 같이 다니실래요? 우리 둘이 휴가라서 여기에 찾아왔는데.”

그 말에 전명명은 피식 웃으며 좋다는 시선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한다.

“그거 괜찮은 생각이네요. 아이들 옷이나 새로 나온 신상품들을 구입하려고 하는데 뭐가 좋을까요?”

병윤은 그 말에 우물쭈물 하더니 이내 긴장하고 있던 직원에게 묻는다.

“혹시 저 아이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물건은 뭐가 있습니까?”

그 말에 직원은 깜짝 놀라며 어버버거리며 대답한다.

“아. 그게 말이죠. 그 것보다 여기는 고급 양복을 다루는 곳인데.”

“아이들 용은 없습니까?”

직원은 그 물음에 당황하다가 고개를 숙이며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유아용 양복은 여기에 없습니다. 저 쪽에 취급하니 저 쪽으로 가시면 좋을 듯 싶습니다.”

직원이 손가락으로 매장을 가리키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고 직원에게 말한다.

“알겠습니다. 그럼 수고하세요.”

“예. 예...”

병윤은 얼른 전명명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아이들 양복은 여기서 취급 안하고 저 쪽에 취급하네요.”

전명명은 그 말에 반색하면서 말한다.

“아 그래요? 그럼 그 쪽으로 갈까요?”

그 때, 감연은 아이들에게 붙잡히며 곤욕을 치루고 있었다.

“우와 감연 형이다!”

“이거 얼마에요?! 형 머리 좀 봐.”

“히잉. 오빠 안아줘.”

병윤은 감연에게 시선을 쓰윽 돌리더니 한 마디 한다.

“아이들이 너를 무척 좋아하는 모양이다. 계속 수고해.”

감연은 병윤의 말에 열이 받는다.

“이 자식이!”

감연은 병윤을 붙잡으려고 했지만 그보다 아이들이 감연에게 장난치며 엉겨 붙는다. 아이들에게 감연이 친근한 기분이 들어서 그런 것 같았다. 전명명은 그 모습에 키득거리며 기분 좋아 하다가 박수를 치며 말한다.

“감연 오빠 곤란하게 만들지 말고 내 뒤로 따라와.”

그 말에 아이들은 마치 부모님의 말을 들은 아이들의 모습을 보이며 전명명 뒤를 따른다. 감연은 이 상황을 해결한 전명명을 위인으로 보는 눈빛으로 쳐다본다. 이윽고, 전명명과 아이들, 그리고 병윤과 감연은 백화점 곳곳을 쇼핑하면서 다녔다.

============================ 작품 후기 ============================

병윤과 감연의 휴가에 대한 이야기를 쓰네요.

독자들이여 댓글 하나씩 하나씩을 모두 나에게 전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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