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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스즈키 칸타로는 고노에 후미마로의 소련에 직접 간다는 말에 놀란 얼굴을 한다. 스즈키는 어버버 하다가 이내 그 저의를 물어본다.
“자네 개인적으로 말인가?”
“예. 다만 지금은 그대로 있다가, 하북을 잃고 난 뒤 행동을 개시해야겠습니다. 그 때쯤이면 미친놈들도 현실을 단단히 알 것입니다.”
“으음...”
스즈키는 고노에의 말에 침음성을 흘리며 깊게 생각한다. 어떻게 해야 좋을까? 하북을 잃는다고 해보았자 그 미친 녀석들이 저지할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스즈키는 고노에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이럴 바에 차라리 나를 총리로 올리도록 하게.”
스즈키의 뒤에 앉아있는 히로타 고키와 도고 시게노리는 순간 놀란 얼굴을 한다. 자신들이 스즈키를 총리에 추천하는 것은 알지만 이렇게 직접 스즈키가 총리에 오르겠다고 의사를 밝힌 것은 의외였기 때문이다.
고노에는 그 말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술을 한 잔 마시고 대답한다.
“좋습니다. 하지만 우리 일본제국에게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스즈키 상이 총리가 된다면 저를 소련으로 보내게 해주십시오.”
스즈키는 고개를 끄덕여 고노에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알겠네. 그건 걱정 말게. 그 것보다 소련을 중재자로 삼는다고 하여도 미국과 중국에게는 어떻게 중재를 시키는 것이 좋겠나?”
고노에는 그 물음에 잠시 생각하다 스즈키에게 반문한다.
“꼭 식민지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습니까?”
“그 말은?”
“식민지를 저들 입으로 넣어서 시간을 버는 것이 좋겠습니다. 사실 식민지를 유지해봤자 이득은 없고, 손해만 막심하지 않습니까?”
그 말에 세 사람은 고노에의 물음에 잠시 생각을 하다가 떫은 감 씹은 듯한 표정을 한다.
“그럼 우리 본토는 어디로 상정하면 되겠나?”
“그야 시코쿠, 혼슈, 큐슈, 훗카이도 이 네 개의 섬만 보유하고, 나머지는 다 줘버립시다. 그 외의 것들은 미국과 소련과 중국이 우리의 식민지들을 전리품으로 다툼을 하고 있을 때, 우리는 국력을 다시 기르면 됩니다.”
스즈키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게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군.”
히로타 고키와 도고 시게노리는 그 말에 깜짝 놀란다.
“아니. 스즈키상! 그건...”
“그건 항복이나 다름없는 제안 아닙니까?”
그 말에 스즈키는 뒤를 돌아 두 사람에게 외친다.
“그럼 자네들은 항복하지 않고, 그냥 연합군이 우리 일본 본토를 유린하도록 놔둘 텐가? 이미 전쟁은 끝이 났어. 적어도 천황 폐하를 지켜야 하지 않겠나?!”
“으윽...”
“......”
둘은 말이 없었다. 스즈키의 말이 가장 현실적이었기 때문이다. 스즈키는 그렇게 둘을 제압하고 다시 고노에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하아. 이미 끝난 전쟁이었거늘. 이제 와서 발악해봤자 어떻게 한단 말인가?”
“우리는 우리 나름대로 방법을 찾아야지요.”
고노에의 말에 세 사람은 열심히 머리를 굴린다. 우선 세 사람은 스즈키를 총리에 두고 해야 될 일이었다.
1945년 3월 27일, 중국 중경의 총통 관저 안 총통실 안에는 탁자를 사이에 두고, 장개석과 신유철이 서로 마주보면서 자리에 앉았다.
“그래. 이번에 하북을 총 공략하는 장군이 자네인가?”
그 물음에 신유철은 마치 신병이 고참을 보는듯한 자세로 기합이 찬 말투로 대답한다.
“예. 그렇습니다! 총통 각하!”
“쯧. 목소리를 작게 이야기하게나. 젊다고 패기 있는 것은 상관없지만 그래도 그걸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네.”
그 말에 순간 신유철의 목소리는 작아지지만 장개석이 들릴 만큼의 목소리로 대답한다.
“예.”
“그나저나 장군이 보낸 작전 계획서는 잘 읽어보았네.”
신유철은 그 말에 일순간 몸이 긴장이 된다.
“정말 훌륭하군. 내 밑에 있는 사령관들이 다 자네 같으면 좋겠어. 모든 경우의 수와 모든 사태를 대비한 작전 계획도 그렇지만 화력망 구성이라든지 공군의 적절한 운영에 대해서는 나도 할 말을 잃었군.”
자신에게 향한 장개석의 칭찬에 신유철은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래. 이번 하북 평정만 끝나면 우리 중국은 중일 전쟁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지. 하북 평정이 끝나면 자네는 어떻게 하고 싶나?”
그 물음에 신유철은 생각하다가 이내 장개석의 대답을 요구하는 시선에 결국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저를 포함한 12군을 조선으로 보내주셨으면 합니다.”
“으음...”
장개석은 신유철의 제안에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신유철을 바라보며 한 가지 물어본다.
“쯧. 자네 의형제들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이라면 실망이야.”
장개석의 그런 말에 신유철은 한껏 긴장했지만 이내 조리 있게 대답한다.
“그런 이유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다들 조선에 주둔하는 것을 기피하는 분위기라는 것은 총통 각하도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으음. 그건 그렇지. 전부 다 자기 기반에서 틀어박히고 싶을 생각이니까. 그래서 자네가 그 곳으로 간다고?”
“예. 우선 우리 중국의 기반을 조선으로 확대하겠습니다.”
“흐음. 그런데 자네의 능력과 자네가 이끄는 군의 능력을 생각하면 조선에 파견하기에 매우 아까워.”
“엉뚱한 군을 보내다가 조선의 원망을 사고, 기껏 유화적인 분위기를 해칠 수 있습니다. 또 임시정부의 광복군이 우리에게 협조적이라고 하지만 조선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옛 말에 화장실 갈 때의 심정과 화장실 올 때의 심정은 다르다고 합니다. 그들이 조선에 돌아가고 난 뒤 우리와의 관계를 팽해버리면 어떻게 할 것입니까? 그러니 우리 군이 조선으로 들어가는 것은 그들을 감시하기 위한 것도 있습니다.”
장개석은 그 말에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좋아. 4월 1일에 하북을 공격하게 되지. 만약 하북을 성공적으로 평정한다면 내 자네의 말을 들어주겠네.”
그 말에 얼른 고맙다고 고개를 숙이는 신유철이었다.
“하례와 같은 은혜에 이 신유철 총통 각하께 감읍할 따름입니다.”
장개석은 신유철의 충성심에 조금 부담스럽기 마찬가지였지만 솔직히 자신이 아끼는 군사령관들 중 하나였다. 저 녀석만큼 자신의 명령을 따르는 이가 없었고, 능력도 출중하고, 충성심도 진심이었다. 정치 후계자는 자신의 아들을 내세운다고 한다면 군 후계자는 저 녀석을 내세워도 좋았다. 장개석은 다른 놈 다 제쳐두고 그만큼 그를 믿고 있었다.
“그나저나 신혼 생활은 어찌하고 있나?”
그 말에 신유철은 조금 씁쓸한 미소를 보이며 말한다.
“일이 바빠서 그런지 아내를 만날 시간이 조금 부족합니다. 하지만 하북 평정이 끝난 다음에는 보통의 부부처럼 시간이 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장개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렇게 말하니 다행이군.”
그렇게 둘의 만남은 끝이 났다. 그리고 신유철은 곧바로 병윤과 감연을 찾아가서 장개석과 했던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 우리 12군이 하북의 평정이 끝나고 조선에 파견하게 되었다.”
그 말에 둘의 눈빛은 반짝인다.
“그 말이 참 말입니까?”
“그래. 총통 각하께서 허락해주셨어.”
신유철의 말에 병윤과 감연은 기분이 좋은 표정이었다.
“다른 외국의 군대라면 몰라도 형님이라면 다르겠네요.”
“임시정부의 반응은 예상하지 못하겠지만. 어쨌든 형님이 그 쪽으로 파견된다니.”
병윤과 감연은 신유철을 보면서 진심어린 말을 건네준다. 병윤은 신유철에게 묻는다.
“그래서 형님은 4월 1일에 바로 하북 평정에 들어가시는 것이에요?”
“그래. 12군을 이끌고 가는 것이지. 3개 군단이니까 대략 15만 정도의 병력이야.”
“으음. 그 정도의 병력으로 되겠습니까?”
“충분해. 자네의 작은 형도 내 작전계획을 보더니 흠 잡을 데가 없다라고 말했어. 물론 예외적인 상황을 예상해야하지만 말이야.”
병주가 그렇게 말했으면 이미 결과는 끝이 난 거나 다름이 없었다. 신유철의 능력이라면 그 정도의 병력을 하북에 투입해도 남을 지경일 것이다. 그러다가 병윤은 한 가지 걱정되는 것이 떠올랐는지 신유철에게 그 걱정거리를 말한다.
“그나저나 중국 공산당과의 마찰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네요.”
“쯧. 그 놈들은 정말. 같이 항일한다고 해놓고선 우리의 영역이나 침탈하려고 하는 이중적인 박쥐같은 녀석이야. 총통 각하께서 일본이 항복하고 난 뒤 그 초적들을 왜 뿌리 뽑아야 하는지 이해가 가.”
신유철의 중국 공산당에 대한 험담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실 중국 공산당은 항일한다고 하여도 그들은 전력을 10%는 항일에, 20%는 국부군 대적에 나머지 70%는 세력 확대에 골몰하고 있었다. 즉 국부군이 일본군에 정면으로 대결하여 힘겹게 싸운다면 공산당은 뒤에 뒤통수를 때리는 역할인데 그 걸 안하고 그저 세력 확장에 골몰하니까 공산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가 당연할 지경이었다.
신유철의 공산당에 대한 타령을 한동안 들었던 병윤은 결국 제동을 건다.
“이제 뭐 필요한 병기라든지 보급이라던지 없어요?”
그 말에 신유철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으며 말한다.
“너희들이 알아서 챙겨주는데 가져갈 것도 없으니 상관마라. 그냥 보급이나 잘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신유철의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인다.
“예. 알겠습니다. 그럼.”
그 말을 끝으로 신유철과의 대화는 끝이 났고, 신유철은 자신의 군부대로 돌아갔다.
1945년 4월 1일, 드디어 중국군의 하북에 대한 총공세가 시작되었다. 주도적인 공격을 개시한 것은 중국군 12군이었고, 나머지 군들은 전선을 유지하면서 발목을 잡는 역할이었다. 북경에 주둔한 북지나방면군의 사령관 시마무라 사다는 얼른 자신의 참모들을 대동하고 회의를 열었다.
“쯧. 시작되었군.”
참모장 야마오카 도타케시 이하 참모들은 결연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야마오카 참모장은 시마무라 사령관에게 말한다.
“최대한 관동군이 증원할 때까지 버텨야 합니다.”
“으음. 적들은 지금 공습으로 우리가 뭉치는 것을 끊어놓고 있어. 이대로 각개격파를 당할 수도 있네.”
“일단 각 부대의 연락망을 최대한 빠르게 복구해야 합니다. 직접적인 공격을 시도하는 적의 사령관은 신유철이라고 합니다.”
시마무라 사령관은 그 말에 쯧하고 난감하다는 얼굴을 한다.
“그 괴물이 나의 상대란 말인가? 모든 경우의 수를 봉쇄하게 만드는 사람이 아니지 않나?”
“......”
야마오카 참모장은 자신이 직접 신유철을 언급하기는 했지만 대책이 없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지금으로썬 병력들을 수비하기 좋은 곳으로 모으고 최대한 관동군의 증원을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신유철이라... 신유철...”
시마무라 사령관은 신유철의 이름을 중얼거리면서 어떻게 방향을 잡아야하는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었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일단 최대한 화력들을 동원하여 진격을 막아봐. 얼른.”
그 말에 야마오카 참모장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다.
“우리가 가진 화력들로 적들을 막기에는 역부족이기는 하지만 사령관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
“......”
한편 하북을 평정하려는 12군의 사령관인 신유철은 통신장비들을 이용하여 자신이 지휘하는 군단들에게 일일이 작전목표와 방법을 전달하고, 보고를 받았다.
현재 신유철의 군단은 하북 서쪽에 있는 보정 시를 공략하는 중이었다. 보정 시를 공략하면 북경과는 직통으로 연결된다. 보정 시 바로 옆이 북경이었기 때문이다. 다만 보정 시 북쪽인 장가구 시와 남서쪽인 석가장 시, 남쪽인 정주 시와 형수 시, 그리고 남동쪽인 창주 시로부터 협공을 당할 수 있는 지점이었다.
일단 북쪽의 장가구시에 대한 견제와 평정은 중국 109 군단이 맡기로 하였고, 남쪽으로 올라오는 견제는 광복군 제 1 군단이 맡기로 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110 군단의 경우는 보정시의 나머지 현들을 점령하면서 예비군으로 두기로 결정하였다.
그 외에도 하북과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서와 산동에 주둔한 나머지 군들은 전선을 유지하면서 12군에 병력을 보내지 못하도록 붙잡는 역할을 하였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평정속도는 탄력을 받았다. 곳곳에서 저항하던 일본군이 항복한다는 소식이 알려졌고, 항복하지 않고 발악한다면 그들 밑에 있던 중국인들이 일어나 내부를 어지럽혔다.
1944년 4월 2일, 공격이 시작된 지 하루가 지난 다음에는 보정 시 반을 탈환하는데 성공했다. 보정 시 행정구역 안 각 군현들의 안정은 자신의 군을 이어 뒤따라 온 국부군 다른 군들에게 맡겼다.
중국군 109 군단의 임무인 장가구 시의 견제와 평정은 지금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전선이 남쪽보다 좁으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다만 광복군 제 1 군단의 경우는 중국 109군단의 경우보다 넓은 전선을 감당하게 되어서 조금 힘겹다고 말해야 될지 모르겠다. 군단장 김홍일은 각 사단장을 불러 회의를 열어 작전목표를 정했다.
“제 1 보병사단과 제 2 기갑사단은 석가장 시와 정주 시로 돌입한다.”
그 말에 제 1 보병사단의 사단장인 김학규 소장이 손을 들고 김홍일에게 말한다.
“으음. 석가장 시와 정주 시의 크기를 비교하였을 때, 일단 먼저 정주 시를 탈환하겠습니다. 석가장 시의 경계에 다른 중국군들이 전선을 형성한다고 합니다. 정주 시를 점령한 뒤 석가장 시의 뒤를 치겠습니다.”
김홍일은 김학규의 제안에 타당하다고 여겼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그러도록 하게. 그 다음 형수 시의 경우는 제 3 보병 사단이 맡기로 한다. 다만 그에 대한 공격은 제 1 보병사단과 제 2 기갑사단이 정주 시를 탈환한 뒤에 행동하도록.”
제 3 보병사단의 사단장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뒤에 제 4 기갑사단의 사단장 송호성과 제 5 보병사단의 사단장 이우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제 4 기갑사단과 제 5 보병사단은 창주 시를 탈환했으면 좋겠어.”
그 말에 송호성과 이우는 알겠다고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게 자신의 휘하 5개 사단의 목표가 정해지면서 김홍일은 싱긋 웃는다.
“이제 중국에서의 전투는 북경을 공략한 뒤 마지막이야. 그 다음에는 우리가 직접 조선을 탈환하도록 이야기가 되어있으니 힘을 내게!”
그 말에 김홍일 일동 사람들은 환호성을 지른다. 이제 광복의 내일이 보였다.
============================ 작품 후기 ============================
다행히도 병윤과 감연의 의형제인 중국군 12군이 조선에 배치되었습니다. 원역사와 달리 악질 친일파들은 처리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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