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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주재소련 일본대사인 사토의 안내를 받아 고노에는 크렘린 궁 앞에 도착했다. 고노에가 본 크렘린 궁은 그야말로 소련의 원대한 기상이 느껴지는 웅대함이 보였다. 고노에는 사토를 보면서 말한다.
“꽤 대단한 건물이군. 과연 소련답군.”
고노에의 크렘린에 대한 평가에 사토는 그의 말에 동감하는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고노에와 사토는 크렘린 안으로 들어가서 서기장 스탈린을 만나기 위해 소련의 외무장관 뱌체슬라프 몰로포트를 찾아갔다. 다행히 몰로토프는 두 사람의 방문을 허락해준다.
특사라는 소식이라서 그런지 몰로토프는 고노에와 사토의 얼굴을 반긴다. 그러나 고노에는 그 것이 몰로토프의 단순한 얼굴가죽이라는 것을 알아차린다. 고노에는 그의 분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무언가가 몰로토프의 웃는 낯을 자신을 반기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망가뜨리기 위한 그런 분위기를 느낀다.
그런 분위기를 느껴서 그런지 고노에는 한껏 긴장한다. 이제 시작이라고, 일본 제국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행보는 지금부터라고 고노에는 마음속에 계속 새겼다.
“두 분 식사는 하셨습니까?”
그 말에 사토 대사가 하하 웃으며 몰로토프에게 말한다.
“이미 특사와 소련의 음식을 경험해보았습니다. 정말 향미로웠습니다.”
사토 대사의 러시아 음식에 대한 칭찬에 몰로토프는 싱긋 웃고는 고노에와 사토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한다.
“식사를 마쳤으면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사토 대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좋다고 한다.
“외무장관의 배려에 감사드립니다.”
“하하. 강대국인 일본에게 이 정도의 배려는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 말에 사토와 고노에는 조금 불길한 단어를 들은 것 같았다. 보통 중립관계를 말할 때는 친애하는 국가라고 말하던 것이 강대국으로 바뀐다는 것은 뭔가 있다는 징조라고 알 수 있었다.
“아하하. 그렇습니까? 우리 일본제국을 배려해주시는 소련이야말로 진정 초강대국이 아니십니까?”
소련의 위상을 띄워주는 사토의 말에도 몰로토프의 얼굴은 웃는 낯에서 변하지 않는다. 칭찬을 안 들은 것일까? 아니면 못 들은 척 하는 것일까? 사토 대사는 알 수가 없었지만 몰로토프의 긍정적인 기대를 믿어야했다.
그 때, 소련의 여성들이 찻잔과 디저트들을 들고 탁자 위로 올려놓는다. 소련의 백인 여성들은 뭇 남성들을 매혹시키는 매력들이 느껴졌다. 사토 대사야 그런 미인들을 봤기에 익숙한 얼굴이었지만 고노에는 조금 얼굴을 붉힌다. 몰로토프는 그런 고노에의 얼굴을 보고 말한다.
“어떻습니까? 우리 여성들은 충분히 아름답지 않습니까?”
그 말에 고노에는 대답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마치 생각을 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인 것으로 볼 때, 소련의 여성들이 아름답다고 동의하는 것과 같았다.
“자. 듭시다. 비록 이역만리에서 가져온 것들이지만 꽤나 진기한 것들입니다. 특히 터키에서 수입한 기호품들이 당신들의 마음에 들 것입니다.”
터키라고 한다면 상당히 친 추축국 성향을 가진 국가인데 그런 나라에서 수입했다니. 이것으로 볼 때, 소련이 터키에게 행사하는 압력이 얼마정도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사토 대사와 고노에는 조심히 차와 디저트를 들면서 맛과 분위기를 즐긴다.
적절하게 배합된 생크림과 설탕, 그리고 부드러운 빵은 고노에의 입을 즐겁게 만들어주었고, 터키 커피의 달콤함은 마치 생명수와도 같은 맛이었다. 조금 중독될 것 같은 느낌이었다.
몰로토프는 고노에의 맛을 즐기는 태도에 싱긋 미소를 지었다. 마치 손님 대접을 잘 한 주인의 미소와 같았다. 하지만 고노에는 그런 미소 속에서 주인이 아니라 마치 상전처럼 여겨지는 것은 왜일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조심스럽게 셋은 디저트를 즐기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서로 개인적인 이야기, 즉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고, 모자는 어디 것이 좋으며, 자신이 제일 자동차는 무엇인가에 대해 그야말로 상당히 취향적인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가 몰로토프는 터키커피를 마시다가 이내 찻잔을 내려놓고, 고노에를 보더니 이내 서서히 입을 연다.
“이렇게 된 것도 기념비적인 일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기서 개인적인 이야기를 접어두어야겠습니다.”
자신감이 미치는 몰로토프의 발언에 사토 대사와 고노에는 침을 꿀꺽 삼켰다. 이제 시작이라는 말과 똑같았다. 몰로토프는 긴장한 얼굴의 둘을 보다가 이내 고노에에게 시선을 둔다.
“일본제국에서 보낸 특사라고 하셨습니까?”
“예. 그렇습니다. 일본제국의 화족인 고노에 후미마로라고 합니다.”
“화족이라. 귀족 같은 것입니까?”
“그렇게 봐도 무방하고 저렇게 봐도 무방합니다.”
고노에가 두루뭉술하게 답변하자 몰로토프는 순간 입 꼬리를 올린다.
“귀족 세력을 타파한 우리 소련에게 귀족을 맞이하다니 뭔가 앞뒤가 안 맞는 것 같지만 타국의 법과 질서가 그렇다니 저로선 인정할 수밖에 없겠습니다.”
귀족 신분을 가지고 시비를 거는 몰로토프의 말에 순간 고노에는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참았다. 지금 서로 대등한 관계가 아니라 일제가 애원하는 쪽이었다. 고노에는 심신을 안정시키고 몰로토프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말한다.
“한 가지 부탁할 것이 있습니다.”
몰로토프는 고노에의 부탁이라는 이야기에 조금 흥미가 도는 표정을 짓는다.
“부탁이라니? 개인적인 부탁이라면 들어줄 수 있습니다.”
개인적인 부탁을 들어줄 수 있다는 말은 다시 말해서 공적인 부탁에 대해서 들어줄 수도 있고, 안 들어줄 수도 있다는 말이다. 고노에는 조금 생각하다가 몰로토프에게 말한다.
“개인적인 부탁입니다. 스탈린 서기장 각하를 만나 뵈었으면 합니다.”
“......”
몰로토프는 자신의 말에 자신이 당한 것을 느낀다. 공적인 부탁을 개인적인 부탁으로 치환해서 말을 하다니. 몰로토프는 고노에를 마치 제법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고노에를 바라본다.
“특사라고 했으면서 개인적으로 서기장 각하를 만나보고 싶으십니까?”
고노에는 그 물음에 고개를 천천히 끄덕거리며 말을 반복하지 않았다.
“예. 그렇습니다. 개인적인 부탁은 들어준다고 했으니. 그 부탁 들어주었으면 합니다.”
“흐음. 좋습니다. 대신 개인적인 부탁이니 들어는 주겠습니다. 다만 개인적인 부탁인 만큼 서기장 각하와의 만남에서 당신의 특사의 신분은 적용되지 않습니다. 인정합니까?”
몰로토프의 말은 한 마디로 고노에의 외교적 권리를 박탈하겠다는 의미이다. 즉 서기장 각하를 만나면 공적인 영역이 아니라 사적인 영역에서 서로 대화하다가 갈 수도 있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고노에는 그의 말에 더 이상 물러서지 않았다.
‘그래. 개인적인 만남이지만 스탈린의 흥미를 끌면 공적인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으니. 그런데 소련이 상당히 우리 쪽을 배척하는 분위기이군. 나와 사토 대사를 맞이하는 몰로토프의 태도가...’
고노에는 스탈린과의 만남에서 기회를 잡겠다는 생각으로 끝을 내면서 몰로토프에게 시선을 집중하며 말한다.
“좋습니다. 특사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어차피 스탈린 서기장 각하를 만나면 되는 일 아니겠습니까?”
“......”
고노에의 말에서 속셈을 읽어낸 몰로토프는 슬며시 미소를 짓는다. ‘그래. 한 번 용을 써봐라’ 같은 그런 말소리가 말하지도 않았는데 사토와 고노에가 보기에는 그 말소리가 몰로토프에게 흘러나오는 것 같았다. 몰로토프는 두 사람에 대해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조금 이런 말씀 드리기 그렇지만 서기장 각하는 바쁜 몸입니다. 즉 고노에 특사 당신이 서기장 각하를 만나는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몰로토프의 대놓고 쫓아내겠다는 그런 분위기를 감지해서인지 고노에의 얼굴은 한층 더 불타오른다.
“얼마정도 시간이 소요됩니까?”
“최대 2주일 정도 걸릴 것 같은데 괜찮으시겠습니까?”
“2주일이라...”
서기장 한 번 만나려는데 그런 시간을 준 몰로토프의 말에 고노에는 조금 모욕감을 느꼈다. 말은 만나기 위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하면서 느끼기로는 너랑 할 이야기가 없으니까 꺼져 라는 그런 문전박대가 느껴졌다.
‘참자. 참아야 돼. 기회는 끝까지 기다리고 노력하는 자에게 온다.’
고노에는 그렇게 속으로 되새긴다. 자신의 임무를 자존심 하나로 내팽개칠 수 없다. 자존심을 부릴 때에는 자신이 상대방보다 위에 있을 때 부릴 수 있는 것이다. 그 것이 고노에가 살면서 얻은 인생의 지혜였다.
고노에는 조금 자존심이 상하지만 그 지혜에 따라 고개를 숙이고 몰로토프에게 말한다.
“부탁드리겠습니다. 2주일 뒤에 꼭 만났으면 합니다.”
몰로토프는 고노에의 말에 표정을 만개한 꽃처럼 활짝 피고 하하 웃으면서 고노에에게 시선을 집중시키며 말한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럼 2주 뒤에 뵙겠습니다. 그 동안 소련에 대해 관광이라도 하는 것이 좋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것을 마지막으로 고노에, 사토 두 사람과 몰로토프와의 대화는 끝이 났다.
크렘린 궁전을 나오면서 사토 대사는 조금 자존심이 상한 모양인지 씩씩 거린다. 그리고 화난 표정으로 고노에를 쳐다보며 울분을 푼다.
“지금껏 이 모욕은 처음입니다. 감히 우리에게 이럴 수 있습니까?”
“자네에게 한 마디 충고를 해주지. 우리 일본이 전근대 사회에서 어떻게 메이지 유신을 겪고 여기까지 성장해왔는지를 말이지.”
“그 것이 제 화를 풀 수 있겠습니까? 아니면 대일본제국의 깎인 위상을 되찾을 수 있겠습니까?”
사토 대사의 그런 성난 말투 속에서도 고노에는 마치 어른이 아이에게 동화라도 들려주는 표정으로 이야기를 계속했다.
“처음 일본은 지방 분권의 나라였어. 각 영주가 패권을 위해 막 싸워왔지. 그러다가 일본인들은 한 가지 얻었어. 바로 나에게 필요한 것들을 얼른얼른 취하자고 말이지. 개 소리를 흉내를 내든 돼지 소리를 흉내를 내든 멍멍 꿀꿀 거리며 자존심과 위신을 깎아내리며 필요한 것들을 취했지. 그건 도쿠가와 막부 말기에도 다를 바 없었지. 서양의 찬란한 문화들이 우리를 기다렸고, 우리는 그야말로 미개인이나 다름없었지. 그 속에서 우리는 그 문화들을 취하기 위해 멍멍 꿀꿀 거리며 기술들과 사상, 체계들을 얻어왔어. 그런 정신으로 우린 일본 제국을 개창하고 여기까지 부상시켰지.”
“......”
“위신, 자존심 다 좋아. 나라의 위신이 깎이면 나라는 강대국들에게 호구취급 당하고, 자존심이 깎이면 사람들에게서 바보취급 당하지.”
사토 대사의 화는 고노에의 말을 들으면서 어느새 풀리고 있었다. 하지만 고노에의 말은 계속 되었다.
“그리고 우리 대일본제국은 여기까지 왔어. 하지만 지금의 위기는 우리들의 실수로 일어난 위기야. 그 위기 속에서 제 한 몸 건사하여 우린 다시 시작해야 하네. 그 과정 속에서 쓸개고 내장이고 전부 다 던지며 주워 먹으라고 그래. 처음 막부 말기에서 지금까지 왔던 것처럼 다시 시작하면 되니까. 하지만 자존심, 위신 타령하면서 현실을 뒤돌아보지 않고, 인정하지 않고 그대로 있는 다면 일본이라는 나라는 없어질 거야. 산산이 부숴 지겠지.”
사토 대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고노에의 말은 틀림없이 맞는 말이라고 사토 대사는 생각했다. 하지만 한 가지 의문점은 남아있었다.
‘그런데 댁이 그 위기를 불러온 당사자가 아니오?’
사토 대사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참았다. 중일전쟁을 시작한 인간이 누구인데 그런 소리를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맞는 말이기 때문에 참았다.
“2주간 시간이 비겠군. 여기서 대사들을 만나면서 국제 정세들을 파악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군.”
고노에의 그 말에 사토 대사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가만히 있으면 뭐하겠나? 고노에의 말대로 대사들을 만나면서 정보라도 얻는 것이 남는 것이겠지. 사토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노에를 졸졸 따라 다닌다.
그렇게 고노에와 사토 대사는 소련주재 대사관들을 찾아다니며 공적이나 개인적으로 만남의 시간을 가지려고 했지만 연합국들이 하나같이 전부 다 짰는지 몰로토프처럼 돌려서 말하거나 심하면 문전박대를 당하기까지 했다.
다만 그런 행동을 하는 것은 직접 일제를 상대하는 중국과 미국의 경우가 그렇고, 다른 대사관들은 그럭저럭 신분을 인정하면서 대우를 해주었다.
그러다가 6일 뒤, 즉 5월 3일에 둘에게 놀라운 소식이 당도했다.
“히틀러가 죽었고, 소련에게 베를린이 함락 당하다니...”
고노에와 사토는 그 정보들을 듣고, 마치 하늘이 무너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히틀러의 뒤를 이은 칼 되니츠가 남은 독일의 영토에서 정부를 유지하고 있다는 정보를 들었지만 히틀러가 죽고, 베를린이 함락 당했으니 독일은 이미 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사태가 상당히 급박하게 돌고 있습니다. 이제 남은 추축국은...”
사토는 말끝을 흘리면서 고노에에게 말하자 고노에는 허탈하게 대답한다.
“그래. 우리야.”
“이... 이 일을 어떻게 되면 좋겠습니까? 소련은 이제 독일을 멸망시켰고, 이제 상대할 적은... 아니 마음껏 뜯어먹을 수 있는 나라는...”
“그래. 우리지.”
고노에는 암울한 표정으로 사토 대사를 바라본다. 영국을 제외한 유럽 전역을 석권한 나치 독일의 몰락은 두 사람에게 크나큰 절망감을 불러일으킨다. 고노에는 몰로토프가 왜 2주를 기다리게 만들었는지 그 이유를 깨달았다.
“그래서... 그래서 였나...”
“후지와라 당주님! 방법은 방법이 있겠습니까?”
“있기는 해.”
고노에의 방법이 있다는 말에 사토 대사는 기분이 좋아지다가 이내 고노에의 표정을 보고 그 방법이라는 것의 가능성이 그다지 높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고노에는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으로 쯧 하고 고개를 돌린다.
“최선책에서 차선책으로 넘어가겠군.”
“그 최선책은 무엇이고? 차선책은 무엇입니까?”
그 물음에 고노에는 잠시 생각하다가 이내 허망한 표정을 짓고 순순히 사토에게 말을 해준다.
“그래. 자네도 알아야겠지. 최선책은 만주와 남 사할린, 그리고 지시마 열도(쿠릴 열도)를 넘겨주는 것이지.”
고노에의 말에 사토 대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게 최선책이었다는 것인가? 그렇다면 차선책은 최선책보다 얼마나 더 끔찍할까?
“그리고 차선책은 최선책의 영토를 더해 류쿠, 조선을 더해서 넘기는 거야. 거기에 해외 식민지에 남아있는 일본인들은 소련이 노동력으로 알아서 쓰라고 전하는 것이지.”
“!!!!”
사토 대사는 고노에가 말한 두 가지 방안에 대해서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 인간 정말 제정신인가? 라는 생각이 확 들었다. 모든 식민지들을 포기하고 그 곳에 남아있는 국민들을 포기하겠다는 발상이라니. 사토 대사는 고노에를 보고 속으로 화딱지가 날 지경이었다. 자신이 군부 강경파는 아니었지만 이건 해도 해도 너무했다. 고노에는 자신을 보는 사토의 눈빛을 느꼈는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자네도 그렇게 보는가?”
“이... 이건... 이건 말도 안 됩니다. 우리 제국이 국력을 모아 겨우겨우 이룩한 것을 전부 다 망가뜨릴 생각을 하다니.”
“자네는 일본에 갖다 온지 얼마나 되었지?”
“...... 한 1년 정도 된 것 같습니다.”
“그 1년 사이에 일본 제국이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는 모양이군.”
“......”
“자네가 모르는 모양이니 내 알려주지. 지금 일본이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말이지. 중국군이 하북을 탈환했어. 그 것이 불과 며칠 전의 일이야. 지금 미국은 오키나와를 공격하고 점령 중이야. 지금 우리에게 남은 것은 동남아시아에 잔존해 있는 병력들과 대만, 그리고 조선, 만주밖에 없어.”
“그래도 그 정도면.”
“하지만 그 것들을 한 곳으로 결집할 수 없어. 동남아시아에 있는 병력들을 수송할 수 있나? 남중국해와 동중국해, 그리고 태평양은 미 해군들로 득실해. 그들을 뚫고 일본으로 귀국시킬 수 있겠나? 거기에 중국에 잘 정련되고 무장을 충실히 갖춘 중국군 수백만 대군을 만주에 있는 관동군이 막을 수 있나? 예전 중일전쟁을 일으킬 당시의 중국군과는 천양지차야. 지난번에 우리가 중국군을 압살했지만 이번에 저들이 우리를 압살하고 있어.”
사토는 잔혹한 현실을 들려주는 고노에의 말에 더 이상 대답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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쩝 일본 상황을 전달하는 것 뿐인데 생각보다 길어지네요. 한 두 편으로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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