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65화 (16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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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조선인과 중국인의 사이를 가르자는 송자문의 말에 모택동은 물론 군벌 셋은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왜냐하면 자신들의 밑에 조선인들이 협조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둘을 축출하기에는 모략으로 승부를 봐야합니다. 하지만 정통적인 모략은 아마 통하지도 않겠지요.”

송자문의 말에 모택동은 조금 이해가 힘든 부분이 있었다. 그 둘을 축출하기 위해 조선인과 중국인들 사이를 이간질하는 대목에서 걸렸다. 모택동은 송자문에게 물어본다.

“왜 그 둘을 축출하는데 조선인들과 중국인들의 사이를 가를 필요가 있는 것이오? 솔직히 있는 사실 없는 사실 모두 던져 현혹시키고 가짜 증거들을 만들어 그 둘을 축출하면 간단한 일이 아니겠소?”

모택동의 제안에 송자문은 우습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한다.

“제가 그런 것을 생각하지도 않고 그랬습니까?”

“......”

“솔직하게 말해서 그 둘이 부상하기 전에 그런 방법들을 쓴 적이 한 두 번은 아닙니다. 함정을 파고, 사냥감을 기다려도 걸리지가 않습니다. 그 둘을 지지하는 지식인들의 세력이 단단하기 때문입니다.”

“으음.”

모택동은 송자문의 회한어린 설명에 침음성을 흘린다.

“쯧. 지식인들이 왜 그 둘을 추종하는지에 대해서 설명은 하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국민들을 선동한다고 하여도 단순하게 그 둘이 잘못되었다고 선동하여도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 두 집단을 갈라놔야 하는 것이오?”

송자문은 그 말에 싱긋 웃었다.

“당연히 우리 중국인들이 조선인을 향해 믿을 수 없는 상대라고 인식해야하기 때문입니다. 그냥 그 둘이 모든 재산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하여도 보통 사람들은 쉬이 믿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방법을 바꾸는 수밖에 없습니다.”

“흐음. 즉 조선인에 대한 의심을 행한 뒤에 선동하여 그 둘의 축출을 시도하겠다는 말이오?”

“예. 그렇습니다. 물론 제가 제안하는 방법대로 굳이 두 민족 사이를 가르지 않고 해결하는 방법은 있습니다. 다만 여기 계시는 사람들의 목숨을 걸어야 할 것입니다.”

목숨을 걸라는 송자문의 설명이 섬뜩한지 염석산이 물어본다.

“목숨을 걸어야 한다니? 그 것은 무슨 뜻이오?”

“여기 있는 여러분들이 힘을 합쳐서 총통 각하를 압박시켜야 합니다.”

“압박!?”

“그렇습니다. 그 둘을 축출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더 이상 당신 밑에서 일하지 않겠다고, 또 반란을 일으키겠다고 협박을 하는 것입니다.”

“그... 제정신이요?!”

“그런 극단적인 방법을 동원해야 그 둘을 축출할 수 있습니다.”

모택동은 그 말에 쓰게 웃는다. 장개석에게 목숨을 건 압박을 행사하여야 겨우 그 둘을 축출할 수 있다니.

‘장개석에게 그 둘은 단단하게 붙어있군. 쯧. 내가 장개석의 입장이라도 그 둘을 목숨을 버리는 한이 있더라도 기필코 지킬 테니까 말이야.’

모택동은 이 방법도 없고, 저 방법도 없는 상황에서 결국 남은 것은 송자문이 말한 방법밖에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 모택동은 송자문을 보고 말한다.

“과연. 당신의 말대로 해서 그 두 민족의 사이를 가른다고 치겠소. 그러면 뭐가 달라지는 것이 있겠소?”

그 물음에 송자문은 고개를 끄덕이고 말한다.

“개인을 공격하기 힘들면 집단을 흔들라는 말이 있습니다. 조선인이라는 집단을 흔들게 되면 필히 그 속에 속한 개인도 흔들리게 되는 것입니다.”

“흐음. 즉 그런 상황을 유도하고, 아까 송자문 당신이 말한 모략을 실행해야 먹힌다는 뜻 아니오?”

“예. 그렇습니다. 이 방법이 그나마 제가 생각하는 모든 방법들 중에서 가장 높은 방안입니다. 이 방안 말고도 다른 방안을 내놓으실 분이 있다면 말씀해주십시오.”

그 말에 아무도 송자문의 방안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 결국 모택동, 이종인, 백숭희, 그리고 염석산은 암묵적으로 송자문의 방안에 동의하는 셈이었다. 송자문은 싱긋 웃으며 말한다.

“사실 이 방안을 실행하기 위해서 당신들이 조금 필요했습니다.”

그 말에 이종인이 마음에 안 든다는 표정을 짓고 송자문에게 묻는다.

“우리들의 협조를 구할 정도로 당신들의 세력이 미약한 것이오?”

“이 방안을 시행하기 위해 상당한 인력이 필요합니다. 비록 저와 여기 계시는 공씨 세가에서 사람을 모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군벌보다는 못하는 처지입니다. 그리고 공산당 측에서 아예 총통에게 밝힐 수 있을 정도로 적극적으로 행사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쯧. 나를 왜 초청했는지 이해가 가는군.”

모택동은 송자문의 방안에 따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안 들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거린다. 그렇게 비밀리에 열린 회의는 이것으로 끝이 났다.

오늘 협의를 마치고 돌아가는 모택동은 자신의 일행들과 걸으면서 서로 대화하고 있었다. 자신의 맞상대는 지금 공산당군에 있는 등소평이었다.

“그렇다면 주석 각하께서는 그 일에 동의하시는 일입니까?”

“그래. 그 둘을 축출하기 위한 일이니까 그만큼의 계획을 준비해야지.”

“하지만 그 둘을 축출시키기 위해 그렇게 거창한 행동을 할 필요가 있나 싶습니다. 그냥 단순히 모략을 꾸미면 되지 않겠습니까?”

모택동은 그 물음에 피식 웃으며 송자문이 했던 대답을 똑같이 해준다.

“그 쪽에서도 이런 저런 방법을 다 써봤더군. 하지만 자기네들의 영향력만 줄어들고 별 소용은 없었다고 하네.”

그 말에 등소평은 곤란하다는 얼굴로 모택동을 바라보며 말한다.

“그런데 그런 일을 벌인다면 우리 측에 협조하고 있는 조선인들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비록 우리들의 숫자에 비해 약하다고 하지만 꽤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이들인데...”

“그 두 사람을 쫓아내기 위해서 희생을 감수할 필요가 있겠지. 그 둘을 장개석에게 떼어놓지 못하면 우리는 죽어나갈 것이야. 안타깝지만 그들을 버려야겠지.”

“......”

등소평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할 수가 없었다. 분명 이 방안이 그 둘을 장개석에게서 떼어낼 수 있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등소평은 그 방안에 대해서 일말의 불길함이 조금 느껴진다.

‘으음. 조금 불길하군. 하지만 주석 각하의 말씀이 맞겠지. 계속 벌어지는 격차를 줄여나가야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 법이니까 말이야.’

등소평은 그렇게 생각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그는 모택동을 보며 말한다.

“주석 각하의 생각대로 하는 것이 나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조금 염려되는 것이 있다면 조선인을 배척하게 된다면 필시 그 쪽에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문제점이 있지. 하지만 지금은 그 둘을 떼어내는 것이 우선이야. 조선인 관련해서 문제가 생긴다면 적극적으로 해결하자고.”

그 말에 등소평은 불만이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모택동은 고개를 뒤를 돌아 비웃는다.

“쯧쯧. 장개석은 둘을 가졌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측근이 말썽이군.”

이런 제안을 벌인 송씨 세가와 공씨 세가를 생각하니 모택동은 비웃지 않을 수 없었다. 물론 그들의 제안은 자신의 중국 공산당에게 불감청고소원이었지만 그렇다고 그들을 마음에 들어 하는 것은 아니었다. 등소평은 모택동이 누구를 비웃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

“송자문과 공상희는 사실 영향력이 발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고 합니다. 아마 그들의 입장에 있어서 그 둘은 상상 이상의 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말에 모택동은 다시 고개를 앞으로 돌리고 입을 연다.

“그렇기는 하겠지. 하지만 저런 이들이 있으니 우리 중국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린 것이지. 장개석도 불쌍하군. 억생재 둘을 거뒀지만 동시에 그런 측근들이 포진되어 있으니 말이야.”

“억생재라. 별명은 잘 지은 것 같습니다.”

“그래. 누구인지 몰라도 말이지. 억 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들. 그런 이들이 우리 쪽으로 투신하면 좋을 것을.”

“아마 축출에 성공한다면 우리에게 기회가 생기지 않겠습니까?”

“쯧. 과연 장개석이 그 둘을 순순히 축출할까 걱정인데?”

“그건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방안대로 축출된다면 누구라도 빠르게 그 둘을 포섭해야 합니다. 다른 나라들이 알아차리기 전에 말입니다.”

“그래. 미국, 그리고 영국, 마지막으로 소련의 스탈린이 특히 그 둘에게 관심을 많이 가지겠지. 그의 성격상 딱 맞는 인물 둘이니 말이야.”

“하. 그렇군요. 소련의 공업화 정책에 딱 걸맞은 인물이니 말입니다.”

등소평의 말에 모택동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1945년 6월 18일, 이 날을 기점으로 기묘한 나날들이 계속 되었다. 묘하게 조선인을 배척하자는 종이들이 나돌고 있었고, 또 조선인이 중국인들을 착취한다는 내용문들이 나돌고 있었다.

중국인은 한 벽에 붙어있는 벽보를 보고 의아한 눈빛으로 내용을 읽어간다. 그 내용에는 하나의 충격적인 사실이라고 적혀 있었는데, 내용은 이랬다.

-중국 인민들이여. 지금 우리가 대적 일본제국과 싸우면서 뒤에서 획책하는 무리들이 있다. 그들은 바로 일본의 지배하에 있는 조선인들이다. 그들 중 일부가 일본제국에 대항한다고 하지만 그들은 소수일 뿐, 대다수는 돈벌이에 치중하여 중국인들을 착취하기에 바쁘다. 그들은 지금 당신들이 일하고 있는 공장 곳곳에 침투하여 우리 인민들을 부린다. 그 대표적인 정점이 바로 중경공단의 회장 길병윤과 중국 기술 연구원의 부총괄장 송감연이 그 증거이다. 그 둘과 그 둘을 따르는 조선인 무리에게 우리 인민들은 사육당하고 있다. 그러니 인민들이여. 우리를 착취하는 조선인들을 몰아내자. 그리고 우리의 권리를 되찾자. 그들은 일본 밑에서 산 민족이며 지금 그들은 우리 인민들을 지배하기 위해 수를 다 쓰고 있다. 그러니 해방하자.-

“......”

벽보를 읽은 한 사람은 조금 비웃는다. 내용이 조금 조잡했다. 하지만 벽보를 읽은 그에게 있어서 조금 혹한 것이 있었다. 저 벽보의 말이 일정부분 사실을 담아낸다고 생각했다. 바로 길병윤과 송감연의 대목에서 사실을 느꼈기 때문이다.

“그럴지도 모르겠지.”

곧 그의 등 뒤에서 큰 소리들이 울려퍼진다.

-인민들이여 해방하자! 조선인들을 몰아내자!-

-인민들이여 해방하자! 착취하는 놈들을 몰아내자!-

벽보를 읽은 그는 얼른 고개를 뒤로 돈다. 그리고 대로에 사람들이 ‘몰아내자 조선인’이라는 조금 적나라한 내용의 푯말을 들고 전진하고 있었다. 벽보를 읽은 사람은 곧 그 사람들의 행진을 보기 위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곧 사람들의 환영을 받으며 행진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벽보를 읽은 그는 그 광경을 보기위해서 환영 인파 속으로 들어간다.

한편, 조선인들이 모여 사는 중경의 조선인 마을은 난리가 났다. 웬 장정들이 들이닥쳐서 조선인들을 때리고 가게를 부수는 짓을 했다. 그들은 길가는 이들을 폭행하며 조선인들을 기생충으로 모욕했다. 이런 사태가 곳곳에서 일어났다.

이런 사태를 보고 받은 것은 중경의 임시정부에게 소식이 들이닥쳤다.

“허! 지금 난리가 났다고? 그런 소문이 나돌다니!”

주석 김구는 격앙한 얼굴로 지금의 사태에 분노를 표출하고 있었다. 지금 조국을 되찾기 위한 작전 중에 이런 사태가 발생하다니. 그 때, 선전부장 엄항섭이 손을 들고 김구에게 말한다.

“이 사건은 어제부터 갑작스럽게 진행되었습니다. 배경도 없이 떠돌다가 갑작스럽게 진행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각지에서 난리를 치는 중국인들과 우리 조선인들에게 흉흉한 소문이 떠돌고 있습니다.”

그 말에 김구는 짜증이 난다. 그리고 그는 외무부장 조소앙을 쳐다보며 말한다.

“지금 중경정부는 이 일을 어떻게 처리하고 있나?”

“하아. 지금 장개석 총통에게 전화를 해보았는데 자신도 모르는 일이랍니다. 갑작스럽게 사태가 터져서 난리를 피우는 작자들을 경찰들을 동원하여 제압하고 있다고 합니다.”

“쯧. 누가 우리들을 이렇게 핍박하는 것이지?”

김구의 그 물음에 각료들은 아무도 대답하지 못했다.

한편, 임시정부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장개석은 자신의 비서실장을 불러 이 일이 어떻게 되었는지 살펴 보았다.

“어제부터 이런 벽보들이 나돌고 있었다고?”

장개석은 벽보의 내용을 살펴보면서 조잡한 내용구성에 쓰게 웃는다.

“예. 일단의 무리들이 그런 벽보를 붙이면서 조선인과 우리 중국인들과의 사이를 갈라놓는다는 사실을 알아차렸습니다.”

장개석은 비서실장을 보고 말한다.

“왜놈들이 이 일을 꾸민 것인가?”

그 말에 비서실장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그건 아닐 것입니다. 현재 일본은 자신의 본토를 지키기에 급우선이니 이런 짓을 할 여유도 자원도 없을 것입니다.”

“으음... 왜 하필이면 조선인들을 몰아내자고 선동하는 것이지?”

그 말에 비서실장은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왜 하필이면 조선인을 특정해서 선동하는 것인가? 조선인을 향해 선동하면서 얻는 이익은 무엇일까? 장개석은 아무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쯧. 일단 사태를 조기에 제압하고 어떻게 되었는지 알아봐야겠군.”

“CC단을 불러 들이겠습니까?”

“진과부를 들이라고 하게.”

“예. 총통 각하.”

비서실장은 얼른 CC단의 수장인 진과부를 불러오기 위해 발걸음을 떠났다. 장개석은 다시 시선을 벽보에 두면서 피식 웃는다.

“상당히 조잡한 내용이군. 쯧.”

장개석은 보기 싫다는 듯 벽보를 저리 치웠다. 곧 시간이 지나 장개석은 CC단의 수장 중 하나인 진과부를 만날 수 있었다.

“그간 평안하셨습니까? 각하?”

장개석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진과부에게 말한다.

“오늘의 사태. 알고는 있겠지?”

“예. 이곳으로 오면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어떤 것 같아?”

“아무래도 특정한 누군가를 노리는 것이 분명합니다.”

“흐음. 특정한 누군가라... 그 누군가가 나는 아니겠지?”

그 말에 진과부는 싱긋 웃으며 장개석에게 말한다.

“물론 아닙니다. 총통을 공격하고 싶다면 우리 국민당 정부에 대한 비리사실을 폭로할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 사태를 보니 범인은 단순히 조선인과 우리 중국인들의 사이를 갈라놓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즉 우리 중국인들이 조선인을 향해 증오를 내뿜도록 선동을 하는 것입니다.”

“하아. 이해가 안 가는군. 왜 그런 짓거리를 하는 것이지?”

장개석은 고개를 저으면서 쯧쯧 거린다.

“일단 제압한 선동자들에게 정보는 캐냈지?”

“그들은 점조직입니다. 그들도 자세한 것은 모릅니다. 단순히 벽보와 선동을 하라는 지시만 떨어졌다고 합니다. 다만 우리 CC단이 점조직에게 명령을 내리는 조직을 추격하고 있으니 마음 놓아도 될 것입니다.”

“왜 이런 난리가 나는지 모르겠군. 그리고 벽보에 둘을 딱 집어서 선동하는 것이 마음에 안 들어.”

진과는 그런 장개석의 짜증에 싱긋 웃을 뿐이다.

‘송자문과 공상희가 곧 행동을 개시했군. 타초경사. 풀을 쳐서 뱀을 놀래 키려고 하는 것 같은데. 흥미진진하군. 하지만 승리는 나의 것이야.’

============================ 작품 후기 ============================

둘을 몰아내기 위해 본격적으로 일을 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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