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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그렇게 병윤의 말처럼 탕율후를 비롯한 노동자측 대표자들은 펜으로 쪽지를 적고, 그 것을 접은 뒤 투표함 안으로 집어넣었다. 그렇게 대표자들의 모든 쪽지가 들어가자 병윤은 투표함을 다시 거둬들이더니 투표함을 열어서 쪽지 하나하나를 확인했다.
병윤의 사퇴와 임금 2배로 상승에 대한 투표결과는 임금 2배의 승리였다. 노동자측 대표자들은 탕율후를 포함해서 총 5명, 그 중 3명이 임금 2배로 찬성했고, 2명이 병윤의 사퇴를 요구했다.
병윤은 이런 결과들을 보고 담담하게 말한다.
“뭐. 투표 결과는 임금 2배로 결정되었네요.”
그 말에 사측의 이사들의 눈과 진세연의 눈은 커지다가 다행이라는 표정으로 한 숨을 내비친다. 탕율후는 자신도 모르게 안심한 표정을 지었다. 그 때, 노동자측 대표자 하나가 벌떡 일어나서 소리쳤다.
“이... 이건! 조작이요!”
그 말에 탕율후, 그리고 사측의 이사들, 마지막으로 진세연이 미쳤냐는 시선으로 쳐다본다. 하지만 벌떡 일어난 이는 할 말이 아주 많은 모양이었다.
“투표 결과를 보여주시오. 저 쪽이 조작한 것일지도 모르잖소.”
그 말에 병윤은 순순히 투표된 쪽지들과 투표함들을 그 이에게 넘겼다. 바로 자신의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라는 의미였다. 그는 병윤의 행동에 어버버 하다가 얼른 투표용지들과 투표함을 살펴본다. 그러나 역시 병윤은 조작하지 않았다.
“이건 말도 안 돼. 사기야! 저 조선인 놈이 아직도 회장이라고?! 야 이 사기꾼아! 어디서 수를 부리는 거냐?! 한족을 얼마나 농락해야 만족할 테냐?!”
그러자 탕율후는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톡 쏘아놓고는 말했다.
“분명 투표로 결정한다고 했고, 결정을 내렸소. 투표 결과에 졌으면 승복하시오. 이거야 원 쪽팔리게.”
그 말에 벌떡 일어선 이는 탕율후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소리친다.
“뭐?! 뭐! 이 자식! 이 자식도 한 패였구만. 이 자식아! 네가 파업을 선동하였잖아! 네 말만 들으면 저 새끼 사퇴시킬 수 있다며?! 쫓아낼 수 있다며! 우리들을 농락하는 조선인의 말을 듣는 건가?!”
그 말에 탕율후가 버럭 소리친다.
“웃기는 소리. 여기까지 왔으면 결과에 승복해야지. 안 그렇소? 여러분.”
그 말에 임금 2배로 투표했던 2명은 수군거리더니 탕율후의 말에 끄덕거린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이건 아니다 싶은 표정이었다. 결국 벌떡 일어선 이는 노동자측 대표자들에게 의해 제압되었다. 그는 제압되는 와중에도 병윤에게 삿대질을 하면서 말한다.
“이건 사기야! 이건 사기라고! 저 놈은 우리를 농락하는 거야! 깨어나라! 중화민족이여! 더 이상 저 놈들의 말에 속지 말라고!”
병윤은 그 사람의 눈빛에 증오를 볼 수 있었지만 병윤은 담담할 뿐이다. 오히려 안타깝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다. 그 때, 사측 이사들은 병윤을 보고 말한다.
“휴우. 아까 왜 그런 행동을 하셨습니까?”
“아까 투표 건을 말씀입니까?”
“예. 잘못하다 회장님이 사퇴할 수 있는 그런 사항이었습니다.”
병윤은 그 말에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조금 도박수를 던졌는데 잘 먹힌 모양이네요.”
“도박수라 설마.”
“일단 저들에게 선택권을 주고 투표도 하였으니 저들도 와해될 것입니다. 분열하게 되는 것이죠. 저의 사퇴를 요구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고, 임금 2배로 만족하는 이들도 있을 것입니다.”
“으음. 예. 알겠습니다.”
사측의 이사는 그 말에 만족하는지 고개를 끄덕거린다. 하지만 병윤의 속은 그렇지 않았다.
‘쯧. 하늘이 나보고 여기서 더 일하라는 계시인가? 휴우. 답답하군. 고향은 언제 갈 수 있을라나.’
진세연은 병윤의 모습을 집중하면서 살펴보고 있었다. 결국 이것으로 파업은 잠잠해졌다. 사측의 의견에 수용한 노동자측 대표자들을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지만 그 수는 적었다. 아마 파업하는 이들도 임금 2배를 원하지. 병윤을 사퇴한다는 것을 원하는 분위기는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았다.
파업종결 이후 중경공단의 파업소식을 접한 장개석은 병윤에게 전화를 걸어 단단히 야단치고 있었다.
“자네 도대체 왜 이러는 것인가?! 왜 그런 위험한 짓을 하는 것인가?! 그러다 잘못하면 자네가 사퇴당할 수 있는 짓이야.”
그 야단에 전화너머 병윤의 목소리가 들린다.
-그 쪽에서 강하게 요구해 와서 한 번 찔러보았습니다. 뭐 다행히 저는 사퇴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래도 그렇지! 자네는 중국에서 가장 필요 하는 사나이들 중 하나야. 어떤 버러지 같은 자식들이 선동하는 모양이지만 그 것이 거짓이라고 밝혀지면 잠잠해질 거야. 하여튼 위험한 짓은 하지 말라고.”
-총통의 당부는 있지 않겠습니다.-
“쯧. 수고하게나.”
그 말을 끝으로 장개석은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장개석은 휴우 한숨을 크게 내며 자신의 옆에 있는 비서실장에게 말한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 했군. 안 그런가?”
그 말에 비서실장은 고개를 빠르게 끄덕이면서 말한다.
“정말 그렇습니다. 총통 각하. 왜 이런 위험한 짓을 하는지 모르는 모양입니다. 그렇지만 위험한 수라고 하여도 저렇게 민심을 확보하였으니 분위기는 반전될 지도 모릅니다.”
“흐음. 그런가? 뭐 그게 맞는 말이겠지.”
장개석은 쇼파에 등을 기대어 몸을 좀 풀면서 비서실장에게 말한다.
“그건 그렇고, 진과부의 일은 도대체 어떻게 되는 것인가?”
“제가 매일 매번 확인하지만 아직도 추적 중이라고 합니다. 선동 세력이 예상외로 만만치 않은 모양입니다.”
그 말에 장개석은 이를 뿌드득 갈고 자신의 옆에 있는 작은 탁자를 주먹으로 탕하고 쳤다.
“죽일 놈들. 나의 세력을 갉아먹으려고 작정을 하는군. 일단 의심 가는 인원이 있으면 무조건 파헤치라고 해.”
“예. 진과부 단장에게 그렇게 일러두겠습니다.”
그 말에 장개석은 조금 미소를 짓고는 방에서 나가보라는 손짓을 하자 비서실장은 그 손짓의 의미를 알아차리고 방 밖으로 발걸음을 돌렸다. 방 안에 홀로 남은 장개석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중얼거린다.
“상당히 난제군. 난제야. 이게 중국 역대 창업군주들이 가는 마지막 시련인가? 이 시련도 참 개 같군.”
방 안에서 장개석의 알 수 없는 한 숨 소리만이 방 안을 메운다.
1945년 6월 27일, 병윤은 개인적인 차원에서 임시정부 청사 안으로 들어갔다. 임시정부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경비원들과 청사 안에서 마주치는 각료들도 병윤을 보고 반갑게 인사를 했다. 그리고 병윤은 발걸음을 돌려서 김구 주석의 방문의 앞에서 문을 두들긴다.
-똑! 똑! 똑!-
문을 두들기는 소리에 안에서 김구의 목소리가 아닌 김구의 비서 선우진의 목소리가 들린다.
“예. 누구십니까?”
병윤은 선우진의 목소리에 말한다.
“저 길병윤이라고 합니다. 백범 선생님 안에 계십니까?”
그 말에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아. 중경공단의 회장님이시군요. 지금 안에 선생님이 계십니다. 안부를 전해드릴까요?”
“예. 그렇게 해주세요.”
그 말에 잠시 방 안에서 발걸음 옮기는 목소리 외에 소리는 안 들린다. 아마도 선우진이 김구에게 병윤이 찾아왔다고 알리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문은 끼익 하고 열렸다. 병윤은 문을 연 선우진을 향해 인사를 하며 말한다.
“그럼 들어가겠습니다.”
“얼른 들어가십시오. 백범 선생님께서 눈에 빠지도록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말에 병윤은 싱긋 웃고는 안으로 들어갔다. 김구는 안의 책상 위에서 서류들을 처리하고 있었다. 김구는 서류를 처리하는 것을 말다가 병윤을 보고 싱긋 웃으며 말한다.
“자네 왔는가? 자네도 꽤나 바쁜 시기일 것 같은데 말이야.”
그 말에 병윤은 목례를 하면서 말한다.
“웬만한 일은 다 끝내놓았으니 염려 마십시오.”
그 말에 김구는 병윤에게 자리를 권하며 말한다.
“쇼파에 앉아서 이야기를 하도록 하지.”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김구의 맞은편 쇼파에 앉았다. 김구는 선우진에게 손짓으로 지시를 내린다. 즉 병윤이 좋아하는 코코아 하나와 커피 하나를 타오라는 지시였다. 선우진은 그 손짓에 얼른 알아듣고 행동한다. 김구는 다시 병윤에게 시선을 집중하면서 말한다.
“자네가 담당하는 중경공단에서 파업이 일어날 줄은 몰랐군.”
“사람이라는 것이 욕심을 모르는 이들이니까 뭐 할 수 없지 않습니까?”
그 말에 김구는 싱긋 웃는다.
“그거야 당연한 말이겠지. 그런데 병윤 자네가 내건 투표는 꽤나 놀라웠어. 뭐 개인적으로 아쉽기는 해. 그걸 계기로 사퇴했으면 하는 마음도 있었어.”
병윤은 그 말에 후후후 하며 싱긋 웃을 뿐이다.
“예. 저도 이 기회에 사퇴하려고 했었는데 꽤나 저에 대한 증오가 적었습니다. 역시 때를 잘못 판단하지 않은 듯 싶습니다.”
“흐음. 자네가 그런 마음을 가졌군. 역시.”
“예. 이 모든 일을 꾸민 당사자들의 윤곽을 파악해두고 있습니다.”
“?! 그게 정말인가?”
“저와 감연이 때문에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본 것 사죄드립니다.”
김구는 그 말에 잠시 할 말이 없어졌다가 병윤에게 좀 더 자세하게 물어본다.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인가?”
“아마 이 일의 모든 것은 송자문과 미국 대사관의 합작이었습니다.”
“미국 대사관이? 그들이 왜?”
병윤은 그 말에 잠시 뜸을 들이다가 김구에게 말한다.
“아마 저와 감연이를 포섭하려는 여지에서 벌인 일이겠지요.”
“허. 자네 둘을 포섭하기 위해서 이런 짓을 저지르다니. 송자문이야 자네의 자리를 노리니까 당연한 생각이 들겠고.”
“예. 그들은 아무래도 우리 둘을 직접적으로 공격하기에는 역부족이었나 봅니다. 그래서 주변 민심을 선동해서 조선인 집단 자체를 매도하려고 했던 것이고요. 그런 분위기를 이용하여 저와 감연이를 축출하라고 총통을 압박하려는 모양입니다.”
“으음. 자네 둘을 축출하기 위해 이런 짓을 벌일지는 몰랐군. 하기야 그럴 만도 하겠어. 자네와 감연이가 억생재라는 엄청난 칭호를 붙일 정도로 능력을 보이니 말이야.”
그 말에 병윤은 씁쓸하다는 미소를 짓는다. 김구는 그런 병윤의 표정을 보고 말한다.
“쯧. 자네 투표를 권한 것도 사실 자네가 사퇴할 수 있는 명분을 만들기 위해서 였나?”
“그런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조금 늦춰졌을 뿐. 아마 다음 달에 사퇴할 것 같습니다.”
“그렇군. 만약 자네와 감연이가 사퇴한다면 자네 둘의 자리를 여기서 마련해주지. 어떻겠나?”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저으면서 말한다.
“저와 감연이는 철기 아저씨의 집에서 지내겠습니다. 어차피 일본의 항복도 다가오는 모양이니 말입니다.”
그 말에 김구는 조금 안타깝다는 표정을 짓는다.
“쯧. 자네와 감연이가 임시정부에 공식적으로 합류한다면 천군만마와 다름없는 일인데.”
“그 쪽에 제 작은 형님도 계시지 않습니까?”
김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건 그렇지만. 자네 작은 형도 대단하기는 하지. 현대군의 교리를 전부 완성시킨 사람이니 말이야. 뭐 어쨌든 인재는 다다익선이 아닌가? 하여튼 자네 형제들과 주변인들도 난 사람들이야. 광복 뒤에 꼭 자네 아버지를 만나봐야겠군. 그리고 무릎을 꿇면서 말해야겠어. 이런 인재들을 키워서 고맙다고 말이야.”
그 말에 병윤은 싱긋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버지는 오히려 그런 것에 부담스러워서 자리를 피할 것입니다.”
“그런가? 알겠네. 뭐 내 자신에게 개인적으로 자네 가족들을 만나고 싶을 생각뿐이야. 그나저나 자네를 비롯한 자네 형제들이 고향에 돌아간다면 그 것이야말로 금의환향이겠군.”
그 말에 병윤은 조금 살기를 띤 미소로 김구에게 말한다.
“물론 그 곳에서 갚아야할 상대는 있습니다.”
그 말에 김구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한다.
“그 이도 상당히 불쌍하군. 아니 자업자득인가? 우리 쪽이 정부를 구성한다면 그 이의 살 길은 하나밖에 없겠군. 외국으로 도피하는 수밖에 말이야.”
병윤은 그 말을 듣고 싱긋 웃으면서 답한다.
“쥐의 도망갈 길을 열라고 했는데 저는 그럴 생각이 없습니다. 철저하게 말려죽일 생각입니다.”
“이거 무서워서 그 이를 보호하려는 사람도 같이 죽어나가겠군.”
“그런 인간과 친한 이가 있을까 모르겠습니다.”
김구는 그 말에 하하 웃으며 말한다.
“뭐 그거야 그렇겠지.”
그러면서 병윤과 김구는 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같은 시각, 송자문은 이 일을 꾸민 당사자인 미국 대사관에 비밀리에 초청을 받았다. 그리고 비밀의 방에서 커피를 마시면서 송자문과 헐리 대사 두 명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일은 어떻게 되었습니까? 외무부장님.”
그 말에 송자문은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고,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 쪽은 어떻습니까?”
“당신들이 행동을 개시하면 웨드마이어 참모장이 총통을 압박해줄 것입니다.”
“웨드마이어 참모장의 압박은 일의 성공률을 더욱 높여줄 것입니다.”
“그런데 공산당의 모택동까지 포섭하다니. 일을 조금 크게 벌이는 편인 것 같습니다.”
“후후. 억생재라는 거대한 칭호의 두 사람의 명성을 함락시키기에는 일을 조금 크게 만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 언제 시행할 생각입니까?”
“아마 다음 달 10일에 시행할 생각입니다. 그 때에 크게 봉기를 일으키도록 한 뒤 군벌들을 동원하여 총통을 압박할 생각입니다. 그러니 우리 쪽이 행동을 개시하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웨드마이어 참모장을 통해 압박해주십시오.”
헐리 대사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그는 속으로 웃는다.
‘후후. 저 쪽이 중경공단을 집어삼키면 송씨 세가가 우리 측 원조물자를 빼돌린 것을 명목으로 그의 목줄을 쥐어야겠군. 거기다 버림받는 두 사람을 포섭하는 계획까지 완벽하군.’
헐리 대사는 그 생각을 한 뒤 자신의 꼭두각시 송자문을 향해 빙긋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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끄응 꽤나 질척질척 거려서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아마 내달 10일 쯤에 장개석이 어쩔 수 없이 그 둘을 축출하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하겠습니다.
당신들의 댓글 한 마디 한 마디가 이야기의 원동력이 됩니다. 그러니 부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