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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7월 22일, 경성 종로구 관수동 유만수의 집, 이 집의 주인 유만수, 그리고 조문기, 강윤국은 조금 긴장한 얼굴로 가득했다. 유만수는 자신의 앞에 집은 폭탄 세 개와 그리고 스위치 조작단말기 세 개중 하나를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조작단말기의 뚜껑을 열자 버튼 하나가 누르기 좋게 뚝 하고 나와 있었다.
“임시정부 쪽에서 만든 폭탄이라는 것인가? 이게?”
그 말에 이 폭탄들을 직접 구한 조문기가 말한다.
“그래. 건국동맹에서 비밀리에 연결된 사람에게 구했네. 이 것으로 계획도 어느정도 수정이 가능하겠지.”
“모레에 부민관에서 식이 열릴 때, 이걸 설치한 후, 폭탄을 누르면 딱이겠군.”
조문기는 그 말에 씩 웃었다. 그 때, 강윤국이 조문기에게 시선을 두고 미심쩍은 얼굴로 말한다.
“그런데 성능은 확실한가?”
“내 눈으로 봤으니 실력은 확실하네. 폭발력은 대단한 것 떠나서 우리들이 저지른 일이라고 의심이 안 들게끔 할 수 있다네.”
“그럼 폭탄 셋을 설치하고 이 조작 단말기의 버튼을 딱 누르면 터지는 건가?”
그 말에 조문기는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이게 그런 물건이야. 원래 원격 지뢰를 터뜨리려고 만든 물건인데, 이번에 개조한 거야. 부민관에 헛소리를 지껄이는 매국노와 왜놈들, 그리고 그들의 항문을 핥는 버러지 놈들을 청소할 수 있는 물건이지.”
강윤국, 유만수는 그 말에 만족스러운 얼굴을 한다. 유만수는 득의양양한 눈빛으로 자신의 앞에 있는 둘의 얼굴을 보고 말한다.
“모레. 결행할 시간이야. 비록 윤봉길 의사처럼 하지는 못해도 그에 비견하는 일을 했으면 좋겠군.”
그 말에 조문기, 강윤국은 크게 고개를 끄덕인다.
원래 이 셋은 대한애국청년단이라는 하나의 비밀결사를 조직한 사이였다. 의장은 유만수이며, 조문기는 여운형과 연결된 사이였다. 그 셋은 유만수의 집에서 5월 5일에 조직을 결성, 항일을 위해 시간을 보내다가 이번에 부민관에서 대의당 당수 박춘금이 아세아민족분격대회를 개최한다는 소식을 듣고 벼르고 있었다. 조문기는 그 소식을 듣고 건국동맹의 여운형과 만나다가 광복군 구철간 대위에게 이번 거사를 위한 특제폭탄을 구해왔다.
이제 이 폭탄으로 왜놈들과 매국노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해줄 생각에 셋은 몸을 부르르 떨었다. 하지만 김칫국은 마시지 말라고 하였다. 그들은 24일에 열리는 대회에 거사를 위한 작전과 계획에 대해 막바지 준비에 한창이었다.
같은 시각, 조선총독 아베 노부유키는 이번 아세아민족분격대회를 개최하는 당사자이자 대의당 당수 박춘금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그래. 일은 잘 되고 있소?”
그 말에 박춘금은 걱정 말라는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여러 사람들의 지원에 대회 준비는 잘 갖춰지고 있습니다.”
“잘들 준비되었으면 좋겠소. 이 대회는 우리 일본제국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이오. 우리 일본제국에 충성하는 이들의 조직력을 결집시키는 것과 더불어 전선에 싸울 병사들의 사기 증진을 위해서이오.”
박춘금은 그 말에 염려 붙들어 매라는 얼굴로 연신 끄덕거린다.
“이미 그 의도를 알고 제대로 준비를 하고 있으니 걱정은 마십시오.”
“후후. 박 선생만 믿고 가겠소. 그럼 가보시오.”
“예. 저를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춘금은 고개를 끄덕이고 방을 나갔고, 아베 노부유키 총독은 그가 나가자 얼른 얼굴을 빠르게 바꾼다.
“덜떨어진 놈들.”
그 때, 끼익하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온다. 바로 정무총감 엔도 류사쿠였다. 아베 총독은 엔도 정무총감의 얼굴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자네가 여기에는 무슨 일인가?”
그 말에 엔도 정무총감이 나서서 말한다.
“요즘 조선에서 뒤숭숭한 분위기가 많은 것 같아서 그렇습니다.”
“원래 뒤숭숭하지 않았던가?”
그 말에 엔도 정무총감은 조금 불안한 얼굴로 아베 총독의 얼굴을 바라보면서 말한다.
“요즘 본토가 끝장난 사실을 잘 알고 있지 않습니까?”
그 말에 아베 총독의 얼굴은 조금 씁쓸하기 그지없었다.
“그래. 짱개놈들이 맹폭격을 가하여 큐슈는 절단 난 것으로 보이고 지금 혼슈 서부를 휩쓸고 다닌다고 한다지.”
“휴우. 아무래도 본토의 소식으로 조선의 분위기가 뒤숭숭합니다. 아무리 라디오나 신문으로 통제를 한다고 하여도 아름아름 소식들이 들어오고 있습니다.”
“하아. 지금 중국에서 만주를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고 하지?”
“예. 아무래도 수백의 사단들을 동원하여 만주를 정벌할 생각이라고 합니다.”
수백의 사단이라는 말에 아베 노부유키는 끔찍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그렇게 수많은 병력들이 만주에 들이닥친다면 아마 만주의 관동군도 파멸의 피해를 얻게 될 것이 분명하다. 아베 총독은 한숨을 쉬면서 말한다.
“이거 우리들의 운명도 경각에 달한 것처럼 보이는군.”
“예. 저번에 후지와라 당주가 여운형에게 제안을 내건 것이 조금 달콤하다고 생각합니다.”
“쯧. 그만두게. 최대한 여기서 버텨봐야지. 일단 대회준비나 잘 하자고.”
그 말에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총독 각하.”
그 날로 아베 총독과 엔도 정무국장의 대화는 불안감 속으로 지낸다.
1945년 7월 24일, 박춘금을 당수로 하는 대의당을 비롯한 친일파 세력과 조선 총독부 세력, 그리고 만주국의 각료들까지 참석하는 이번 아세아민족분격대회가 있었다. 조문기는 그 대회진행을 지켜보다가 옆의 강윤국에게 묻는다.
“어떤가? 설치는 끝냈나?”
“연단 밑에 하나 계단 옆에 하나, 그리고 화장실에 최종 설치를 완료하였네.”
그 말에 조문기는 고개를 끄덕이며 강윤국에게 말한다.
“이제 기회를 보아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는 일이야. 그런데 의장은 탈출 경로는 찾은 건가?”
“이미 계획은 준비되었네.”
“휴우. 이거 몸이 떨리는군.”
그 말을 하면서 조문기는 긴장감으로 몸을 떨지만 눈빛만큼은 집중력을 잃지 않고, 대회를 지켜보았다. 이제 대의당 당수 박춘금이 연단 위에 서서 연설을 시작하며 말을 한다.
“친애하는 대일본제국 신민 여러분. 이제 우리 제국은 만방의 세력을 넓히면서 저 귀축같은 영국, 미국과 맞서 아시아를 해방하기 위해 노력을 다하고 있습니다.”
박춘금이 계속 연설하는 것을 지켜보는 조문기와 강윤국은 조금씩 얼굴이 굳었다. 이윽고 유만수가 조문기, 강윤국에게 다가가 소곤거리며 말한다.
“이제 모든 준비는 다 끝났네.”
조문기와 강윤국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셋은 주머니 속에 조작 단말기를 꺼낸 뒤, 뚜껑을 연 후, 버튼을 누른다.
-쿠콰아아앙! 쿠콰아아앙! 쿠콰아아앙!-
조문기, 강윤국, 그리고 유만수는 버튼을 누른 즉시 조작단말기를 버리며, 탈출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발걸음을 옮기면서 폭파현장은 난리가 났다. 설치한 폭탄들은 버튼을 누른 즉시 크게 폭발하였고, 연단에서 연설 중이던 박춘금은 폭사, 그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크게 피해를 입었다.
폭발로 인해 파편과 분진이 일어나면서 연설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큰 비명소리를 지른다.
-꺄아아아아악!-
사람들은 폭발에 패닉 상태에 있었다가 일순간 도망쳤고, 폭발에 휘말린 아베 총독과 엔도 정무국장을 비롯한 조선총독부 관료들과 만주국 관료, 그리고 친일파 세력들은 죽거나 부상을 당했다.
이번 폭발의 주범이자 성공적인 거사의 당사자인 강윤국, 유만수, 그리고 조문기는 부민관에 성공적으로 빠져나갔다. 아무래도 부민관에 서 있던 병사들이 폭발에 정신이 나가서 경계를 제대로 쓰지 못하던 것이 있었다.
셋은 건물 밖을 빠져나가 빠르게 걸어 나가 부민관에 멀리 떨어진 직후 구석진 골목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싱긋 웃었다.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은 유만수가 그 둘을 바라보며 말한다.
“잘 했어. 이번 거사는 성공적이야. 하하. 일단 그 버러지 같은 박춘금이 폭사를 당하다니 시원하기 그지없네.”
그 말에 조문기와 강윤국은 고개를 끄덕였고, 조문기가 먼저 말한다.
“그래. 그 모습을 보니 십년 묵은 체증이 내린 것 같네.”
유만수는 조문기의 말을 듣고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희생을 각오하였지만 몸을 잘 내빼다니 다행이군. 그나저나 광복군에서 구한 물건들은 질이 상당히 좋구만.”
강윤국 역시 그 말에 동의하면서 말한다.
“그래. 그 물건들의 성능은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상상이상이었어. 어떻게 그런 물건을 구했나?”
조문기는 둘의 칭찬에 조금 몸 둘 바를 몰랐다. 그러다가 이내 기쁜 얼굴에서 진지한 얼굴로 바뀌면서 둘에게 한 가지 말한다.
“이제 우리들에 대한 추적이 시작될 거야.”
그 말에 강윤국과 유만수는 고개를 끄덕였고, 강윤국이 조문기에게 한 가지 물었다.
“그럼 우리 셋이 몸을 은신할 장소는 있는 건가?”
“일단 계룡산에서 은거할 장소는 마련해두었네. 그 곳이라면 몸을 피할 수도 있겠지. 일단 의장네 집에서 짐을 찾고 빠르게 몸을 빼자고.”
그 말에 유만수, 강윤국은 고개를 끄덕인다. 이제 거사를 성공적으로 치렀으니 추격에서 피할 때였다. 그 셋은 골목에서 빠르게 사라졌다.
한편, 아베 노부유키 총독을 비롯한 조선총독부 각료들은 부민관을 경호하던 일본군 병사들의 부축을 받으며 부민관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베 총독은 그 폭발 속에서 정신을 잃지 않은 듯 했다. 폭발하면서 사방으로 퍼진 파편들이 다리를 공격하여 부상을 입혔다. 다리에서 올라오는 통증과 사라지는 감각에 아베 총독은 정신을 잃지 않으면서 이를 뿌드득 갈고 중얼거린다.
“이 일을 한 주동자들을 찾아.”
그 말에 아베 총독을 부축하는 병사들의 소대장이 못 들었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아베 총독의 입을 집중했다. 아베 총독은 그 소대장의 얼굴에 열이 받으면서 크게 외친다.
“어서 이 일을 실행한 불순분자들을 찾으라고!”
소대장은 아베 총독의 호통소리에 깜짝 놀라면서 경례를 붙이며 대답한다.
“하... 하잇!”
그리고 소대장은 부상자들을 구출하는 병사 셋을 데리고 급히 자리를 떠났다. 아베 총독은 고개를 뒤로 돌리고 폭발한 부민관을 바라보며 씁쓸한 얼굴을 짓는다.
“이거를 노렸군. 이거를 노렸어. 조심을 했어야 하는데”
아베 총독은 알 수 없는 말을 하고서는 그대로 정신을 잃었다.
1945년 7월 25일, 어제의 부민관 사건은 신문에 대서특필되었다. 부민관 폭발 사고로 대의당 당수 박춘금을 포함한 친일파 셋이 폭사 당하고, 조선총독부 경무국장이 사망하였으며, 만주국에 파견된 사람들 대다수가 죽어나갔다. 그리고 나머지는 크게 부상을 당하여 한동안 사건 처리에 여염이 없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여운형이 살고 있는 저택에서 알려지게 되었다. 여운형의 친우이자 동지인 조동호는 여운형을 보고 말한다.
“어제 자네가 알고 있는 셋이 큰일을 치렀군.”
여운형은 그 말에 조금 통쾌하다는 표정과 동시에 조금 불안한 표정이 섞인 복잡한 표정으로 조동호를 바라보며 말한다.
“그 셋은 지금 어떻게 되었는가?”
“지금 몸을 피하고 있다는 전갈을 받았네. 아무래도 계룡산에서 생활하다 지리산에서 은거할 듯싶네.”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하여튼 이 거사로 한동안 조선총독부는 바빠질 거야. 지금 아베 총독이 크게 부상을 당해서 제대로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고 하더군.”
그 말에 조동호는 십년 묵은 체증이 내린 시원한 표정을 지으며 말한다.
“휴우. 임시정부 측에서 입수한 폭탄 셋이 큰 역할을 해주었군.”
“일을 성공적으로 마쳤으니 다행이군.”
“그래. 처음 그 폭탄에 대해 설명을 들었을 때, 참으로 신기하였네. 멀리서 단말기의 버튼을 누르면 즉시 폭발하는 폭탄이라니. 기술의 발전 속도는 나로선 정말 상상할 수 없네.”
그 말에 여운형은 눈빛을 바꾸면서 조동호에게 말한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일본 본토는 지금 지옥이나 다름없고, 만주는 지금 중국의 칼날에 해체될 날도 머지않았지. 그리고 구철간 대위가 말해주기를 이제 내달 말에 본격적으로 정규군을 이끌고 상륙하겠다는 전갈을 보냈어.”
그 말에 조동호는 처음 듣는다는 표정이지만 여운형의 말에 맞장구친다.
“그래. 자네 말대로 광복이 눈앞에 다가오는 것 같군.”
“이 날을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기다렸는지 모르겠네.”
그 때, 조동호는 무언가 생각이 난 듯 조금 불안한 눈빛으로 여운형에게 말한다. 아마 생각나는 것이 있어서 그런 것이다.
“그나저나 이번 사건으로 총독부에서 독이 바짝 오를 것 같은데.”
“아무래도 그렇겠지. 하지만 이제 한 달을 참으면 되네. 한 달을. 하지만 마지막을 위해 준비는 해두어야겠지.”
“쯧. 이 건을 계기로 우리 쪽을 일제가 일망타진할 것 같은데.”
“흥. 우리 조직은 그렇게 쉽게 무너지지 않아. 올 테면 와보라고 해.”
“으음. 그렇군. 알겠네. 그래도 조심하게나.”
여운형은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집에서 나가는 조동호를 배웅한다. 여운형은 방 안에서 자신이 홀로 남게 되자 조금 씁쓸한 얼굴을 짓는다.
“그래. 이번이 마지막이야. 마지막. 광명을 찾을 마지막 기회야.”
============================ 작품 후기 ============================
원역사와 달리 박춘금은 폭사당하도록 바꿨습니다. 설문 진행도를 보니 원역사 말고 남중국 북중국으로 나눠달라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만약 설문이 끝나고 결과가 집계되었을 때, 중국의 분단으로 마무리된다면 그렇게 이야기를 구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원래는 중국도 원역사 그대로 하려고 했는데, 소설 내용이 조금 걸리더군요. 하지만 그렇다고 6.25 전쟁은 일어날 생각입니다. 김일성 그 십새끼는 어떤 상황에서도 전쟁을 일으킬 전범이거든요.
댓글 여러 번 써주시면 매우매우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저번 화처럼 댓글을 작성하시면 더더욱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