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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8월 6일 새벽, 서태평양 티니언섬에 세워진 비행장에는 크게 부산한 움직임을 보였다. 이번에 쓸 리틀 보이라고 이름이 붙여진 핵무기가 실전에 쓰이기 때문에 움직임은 더더욱 침착했다.
이번 임무를 맡은 것은 미 육군 항공대 509 혼성그룹 393 폭격비행대대에 소속된 B-29 에놀라 게이라는 이름을 가진 폭격기였다. 따로 B-29 둘도 들어가지만 그 둘은 에놀라 게이처럼 주역이 아니었다.
“......”
연신 담배를 피우는 폴 티베츠 대령은 불안하고 긴장한 눈빛으로 자신의 에놀라 게이를 바라본다. 사실 이 작전을 위한 폭격기가 에놀라 게이가 된 사연은 뒤가 구린 것이 있었다. 폴 티베츠 대령이 기장을 해임하고, 자기 멋대로 이 이름을 붙인 것이다. 그 이유는 자신의 어머니와 자신의 이름을 이 작전이 성공함과 동시에 이름이 알려지기 때문에 그걸 역사에 남기고 싶어 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때문에 원래 기장인 로버트 루이스는 맹렬히 항의했지만 폴 티베츠 대령은 그것을 묵살했다. 이번만큼만 욕심을 부리겠다는 생각이었다.
승무원들이 한창 짐들을 에놀라 게이에 실고 있는 와중에 드디어 그 유명한 리틀 보이가 눈에 보였다. 지금은 분해된 상태였는데, 그 이유는 주둔지의 지질도 불안정해서 이륙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고, 또 혹시나 잘못하면 어떨까? 라는 걱정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폭탄 담당 승무원 윌리엄 파슨스는 상당히 위험한 명령불복종을 하고 말았다. 바로 리틀 보이를 여러 번 해체하고 재조립하는 짓을 반복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를 말리는 이는 아무도 없었고, 오히려 이 걸 지켜본 장성이 장갑을 주면서 격려하기까지 했다. 파슨스는 주위의 비호 아래 분해 결합을 반복한 이유는 에놀라 게이가 이륙하고 난 뒤 공중 상에 떠오르게 된다면 바로 리틀 보이를 조립하여 기폭 가능한 상태로 만들기 위해서였다.
며칠 전부터 그런 파슨스의 행동 덕분인지 이번 작전의 지휘관인 폴 티베츠 대령의 눈빛에서 보는 폭탄 담당 승무원 윌리엄 파슨스의 얼굴은 긴장도 되지만 몸을 떨지는 않았다.
폴 티베츠 대령이 물고 있는 담배의 줄도 짧아진다. 그리고 그 줄이 짧을수록 긴장감도 덜해진다. 자신이 바라보니 웬만한 짐들을 다 실은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도 자신이 명명한 에놀라 게이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긴다.
각 승무원들이 자신을 향해 인사하자 폴 티베츠 대령은 피곤하다는 표정으로 그들의 인사를 받아주었고, 이제 조종석으로 향했다. 그리고 시동을 걸어 이륙할 준비를 마친다. 그는 옆에 있는 마이크에 대고 소리친다.
“아직 준비는 되지 않았나?”
-준비는 다 되었습니다. 이제 이륙하면 됩니다.-
“좋아.”
폴 티베츠 대령은 페달을 눌러 에놀라 게이 밑에 달린 바퀴가 굴러가도록 했다. 에놀라 게이는 맹렬히 바퀴를 구르며 곧 이어 양력을 받아 이륙하는데 성공했다.
‘휴우. 이륙 때문에 말들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행이군.’
어느 정도 고도가 오르게 된다면 윌리엄 파슨스 승무원이 리틀 보이를 재조립할 것이다. 이제 자신을 포함한 조종사들은 히로시마로 방향을 잡고 비행시키면 될 일이다.
에놀라 게이가 이륙하면서 다른 두 기의 B-29도 이륙했고, 그 셋은 흩어져서 상공을 가른다.
시간이 지나 이오 섬 상공 2440미터 위로 셋은 재집결을 하면서 일본 본토를 향해 상공을 가른다. 폴 티베츠 대령은 밑에서 보이는 구름 속에서 씁쓸하기 그지없는 미소를 지을 뿐이다.
자신의 발밑의 섬에서 수많은 장병들이 싸웠다고 생각하니 그 장병들을 위해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 섬의 장병들에게 묵념을 한다. 가볍게 묵념을 한 티베츠 대령은 정면을 바라볼 뿐이다.
아침 7시 일본 방공 레이더 기지의 관측병의 눈에 세 기가 잡혔다. 관측병은 이곳을 책임지는 장교에게 급히 소리친다.
“히로시마를 향하는 적 비행기체가 발견하였습니다.”
장교는 그 말에 얼굴이 굳어졌고, 곧 큰 소리로 말한다.
“어서 경보 사이렌을 울려!”
그 말에 관측병들이 부산한 행동을 하며 장교의 말대로 한다. 곧 히로시마 전역에 사이렌이 울려 퍼진다. 히로시마 시민들은 사이렌과 라디오에 들리는 정보에 부산한 행동을 한다.
그러나 경보는 레이더 기지에서 적 기체가 세 기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판단되자 해체해버렸고, 히로시마 시민들은 다시 제 행동을 시작했다.
아침 7시 31분, 폴 티베츠 대령은 옆의 통신병에게 무언가 듣고 있었다.
“그러니까 히로시마 고도 9800미터 지점에 상태가 양호하다고?”
“예. 관측 비행기 스트레이트 플러시가 모스부호로 보냈습니다.”
그 말에 폴 티베츠 대령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는 곧 히로시마 상공 9800미터 고도로 비행기를 조정 한다. 그리고 원하던 고도에 비행기가 올라갔다.
아침 8시 9분, 원하던 지점에 도착한 지점 위에 있다는 것을 본 폴 티베츠 대령이 마이크에 대고 소리쳤다.
“리틀 보이라는 것을 투하시켜. 얼른 말이야!”
그 말에 폭탄 담당 승무원들은 곧 재조립된 리틀 보이를 투하했고, 리틀 보이는 하늘을 가르며 땅으로 내려 앉는다.
그리고, 이 광경을 지켜보는 히로시마 시민들은 피식 웃으며 말한다.
“정말 정찰기 세 기밖에 없구나.”
“그러게 말이에요.”
8시 15분, 히로시마 외과 병원에 떨어진 리틀 보이는 곧 임계 상태에 도달하여 그대로 대폭발을 일으킨다.
-쿠콰아아아앙!-
거대한 화구가 사방으로 퍼졌고, 그 열기와 후폭풍들이 사방으로 퍼진다. 그리고 상공 위로 버섯구름이 솟구쳐 오른다. 평화롭게 그 세 기를 지켜보던 히로시마 시민들은 이 세 기 중 하나가 자신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사신일지는 꿈에도 모를 것이다.
히로시마는 지옥으로 변했다. 폭심지 근처에 있던 사람들은 비명 지를 새 없이 끔찍하게 몸이 사라졌다. 그리고 시체를 남기지 못하고 건물 벽과 바닥에 검게 그슬린 것으로 그들의 흔적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열폭풍을 비롯한 후폭풍은 폭심지 근처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했다.
음속에 달하는 후폭풍은 반경 1.5km 내에 있는 모든 건물들 중 아주 튼튼하게 지어진 건물을 제외하고 전부 다 붕괴되었다.
히로시마 시 전체는 열과 방사능으로 가득한 환경이 되었고, 잿빛 구름이 하늘을 뒤덮여 아주 흐린 날과 비슷해졌다.
“끄아아아아! 뜨거워! 뜨거워! 무... 물을... 물을 줘!”
피부가 녹은 사람은 큰 소리로 비명을 저지르며 물을 달라고 소리치고, 온 몸이 불탄 사람은 열기에 괴로워 하다가 다리 밑 물속으로 뛰어내렸다. 그런 참상들이 곳곳에서 목격되었다. 높은 열로 인해 기온이 치솟은 대기는 지극히 건조해져, 도시 전체가 초고온의 건식 사우나 같은 상태가 되었다. 사방에 널려진 죽지 않은 부상자들로부터 신음소리, 비명소리와 함께 물을 달라는 절규가 끊이지 않았다.
이 끔찍한 지옥을 불러온 에놀라 게이 안 폴 티베츠 대령은 히로시마 원폭 투하를 보고 씁쓸하게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이것으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군.”
에놀라 게이를 포함한 세 기체는 히로시마의 원폭 투하 광경에 대해 어느 정도 촬영하고, 관찰하고, 웬만한 정보들을 뽑아내자 방향을 틀어 어딘가로 갔다.
일본 군 참모 본부에서 히로시마가 잿더미로 된 소식을 전해 받은 것은 무려 한 시간 뒤의 일이었다. 군 참모 본부에서 참모 장교 하나를 비행기에 태워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에 대해서 관측하러 보냈다.
하지만 그들은 이 사태를 그냥 미군이 큰 재래식 폭탄을 투하한 것으로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렇게 결론을 지었다.
히로시마에 원폭이 투하되고 몇 시간 뒤 증발한 수분이 모였던 상공으로부터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는데 그것은 검은 비였다. 원자폭탄으로 모든 것이 타버리고 남은 재가 방사성 분진으로 올라갔다가 비에 섞여 내려온 것이었다. 이 시커먼 빗물은 고농도의 방사능으로 오염되어 있었지만 타는 듯한 갈증에 사람들은 입을 벌리고 빗물을 받아 마셨다.
그렇게 히로시마는 지옥에서나 볼법한 세상이 되었다.
한편, 포로수용소에 갇힌 최주평을 포함한 네 사람 중 하나인 안준화는 거친 군인들의 손아귀에 붙잡힌다. 최주평은 그 광경에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안준화는 지금 처형을 명받았다. 왜냐하면 중국인들에게 있어서 가장 악질적이라고 볼 수 있는 간도특설대의 일원이었기 때문이다.
안준화는 그 것을 자신은 명령 받은 바대로 행동했다고 항변하지만 그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은 다를 바가 없었다. 두율명의 군부대 내 군법관은 그대로 안준화에게 사형을 선고하고 말았다.
“이건 억울하다고! 난 그저 먹고 살기 위해서 했을 뿐이야!”
안준화는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군인들에게 끌려간다. 최주평을 포함한 셋은 그 광경에 말을 하지 못한다.
“......”
연신 억울하다고, 자신을 구해달라는 안준화의 외침에 최주평을 포함한 셋은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자기 자리로 되돌아간다. 하지만 마음속은 아주 복잡했고, 자신들도 저 안준화처럼 처형당할까봐 두려웠다.
“간도특설대에 몸을 담았다고 사형이라니.”
김필조는 그 말 한 마디 하면서 기운이 빠졌고, 손을 벌벌 떨었다. 자신도 저렇게 될까봐 아주 두려웠다. 그 말에 송교원이 말한다.
“간도특설대는 빨갱이 잡는 곳 이었는데. 그 빨갱이들을 잡았다고 사형이라니.그래도 그 곳에 몸담은 상관은 어쩔 수가 없어. 우리 걱정이나 하자고.”
“......”
결국 안준화는 그대로 기둥에 묶여 사형을 담당하는 병사의 총을 맞아 사형 당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간도특설대의 범죄는 도를 넘었다는 중국군 지휘부의 판단에서 그랬다.
작년 대반격 이전에 간도특설대의 범죄 사실을 안 중국군 지휘부들은 간도특설대를 필히 처리해야할 범죄자들을 규명하고, 그대로 잡히면 형벌을 받도록 했다. 하지만 그 사실을 간도특설대에 속한 안준화는 모르고 있었으니 상당히 억울할 법도 했다.
‘어머니, 아버지가 보고 싶어.’
최주평은 순간 지금 만주군에 입대한 것을 후회했다. 이렇게 될 줄 알았다면 그대로 문경의 교사직에 있을 것을 말이다. 그저 남부럽지 않게 출세가 하고 싶어서 만주군에 입대했건만 운명이 이렇게 되니 이것이 자신의 마지막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 어제의 장교 한 사람이 누군가를 데리고, 세 사람에게 다가왔다. 최주평, 김필조, 그리고 송교원은 고개를 들어 두 사람을 바라보고 있었다. 태극기가 옆에 붙여진 한 사람이 장교에게 뭐라고 말한다.
“정말 그렇게 했어야 합니까?”
장교는 그 말에 오히려 적반하장같은 태도를 보인다.
“흥! 그 자식이 우리 중국인에게 얼마나 잔혹한 짓을 저질러 왔다면 닥치고 있소. 비록 광복군 당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들이지만 우리 중국군에게는 몹쓸 한간이나 다름없는 작자이요. 어여 저 세 사람을 데려가기나 하시오. 간도특설대 한 명 처형했다고 주절하지 말고.”
그 말에 결국 꿀먹은 벙어리가 된 태극기가 붙여진 한 사람은 결국 시선을 세 사람에게 향한다.
“당신들은 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눠야겠습니다.”
세 사람은 의아한 시선으로 조선말을 하는 사람에게 시선이 갔다. 과연 누구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최주평은 태극기의 모양을 보고 하나의 희망이 생겼다.
‘서... 설마. 아주 오래전에 조국의 깃발이라고 들었는데.’
최주평의 얼굴에 옆에 있던 두 사람은 팔꿈치로 건드리며 소곤거리는 말투로 묻는다.
“최 소위 왜 그래? 아는 사이라도 되나?”
그렇게 묻는 김필조의 말투에는 간절함이 느껴졌다. 어서 알고 있다고 말하라는 압박과도 같은 기세가 최주평에게 쏟아진다. 하지만 최주평은 금세 얼굴을 고친다. 자신은 저 사람과 연이 없다고 말이다.
“......”
김필조와 송교원은 최주평의 태도에 크게 낙심한다. 살 길이라고 생각했던 일이었건만 틀어지게 되었나? 하지만 혹시나 모를 일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보자고 한 사람 뒤를 졸래졸래 따라갈 뿐이다.
태극기가 붙여진 한 사람과 최주평, 김필조, 송교원 세 사람은 한 방 안에 들어갔다. 태극기가 군복 팔부분에 붙여진 사람은 세 사람과 마주보면서 입을 열기 시작한다.
“먼저 소개가 늦었습니다. 저는 광복군 소속에 있는 박찬휘 대위입니다.”
광복군 대위라는 말에 순간 세 사람은 술렁술렁 거린다. 아무래도 절박했던 김필조가 박찬휘 대위에게 물어본다.
“광복군이라 한다면? 그 무슨 조직입니까?”
“중국에 항일 무력 투쟁을 하고 있는 군 조직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지금은 임시정부 휘하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그 말에 순간 최주평은 알아차렸다. 그러고 보니 군 선배들 중 한 사람이 자신은 비밀리에 소속된 독립군이라고 하면서 겉으로는 친일하되 속으로는 방해하라고 전했다. 사실 최주평은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신경 쓰지 않았다. 다만 그 사람이 말한 것들 중에는 한 가지가 있었다.
바로 자신이 대한민국 광복군에 소속되어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그 광복군이 실제 했는지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던 최주평은 지금 이 순간 자신에게 이 이야기를 했던 사람이 보고 싶었다. 그 사람이 구명줄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그 때, 박찬휘 대위가 안타까운 얼굴을 지으며 말한다.
“그나저나 그 안준화라는 사람은 안타깝게 되었습니다.”
“......”
“간도특설대라는 그런 부대에 소속되어 있는지라 중국군에게 간섭을 받는 광복군은 그 사람의 처형을 막을 수 없었습니다.”
그 말에 최주평, 김필조, 그리고 송교원 세 사람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러나 박찬휘 대위는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이렇게 말한다.
“하지만 살 사람은 살아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세 사람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자신들이 그 간도특설대에 들어가지 않았다는 점에 한숨을 쉰다. 만약 그 쪽에 소속되어 있었다면 그대로 처형을 당했을 수도 있었다.
그 때, 최주평이 손을 들어 박찬휘 대위에게 물었다.
“그럼 우리 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입니까?”
최주평의 물음에 박찬휘 대위는 싱긋 웃으면서 말한다.
“사실 우리 광복군은 일본군, 만주군에 소속된 조선인 군인들을 포섭하기로 방향을 잡았습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는 선택사항을 드릴 것입니다.”
선택사항이라는 말에 세 사람은 침을 꿀꺽 삼켰다. 여기서 잘못 선택한다면 바로 나가리가 되는 것이다. 박찬휘 대위는 저 세 사람처럼 저런 태도를 보인 적이 있었다. 바로 저 세 사람처럼 자신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이다. 박찬휘는 광복군에 포섭되는 경험을 생각하면서 목을 가다듬고 진지한 말투로 묻는다.
“여러분에게 묻겠습니다. 당신들 중 세 사람은 광복군에 편입할 생각이 있습니까? 아니면 그대로 포로수용소에 있겠습니까?”
순간 불안했던 세 사람의 얼굴은 화색이 돌았다. 곧바로 김필조가 손을 들면서 소리쳤다.
“조국을 탈환하고, 수호하는 부대이니 이 오명을 씻기 위해 열심히 견마지로를 다 하겠습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박찬휘 대위는 그 말에 싱긋 웃었다. 하지만 박찬휘 대위만 알고 저 세 사람은 모르는 사실이 있었다. 그건 바로 안준화의 처형은 의도적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람이라는 것은 때로 겁을 줘야 설득이 쉬워지는 일이었다. 그래서 안준화라는 적절한 본보기를 이용하여 저 세 사람을 설득한 것이다. 안준화까지 포섭하려고 했다면 지금처럼 포섭할 지가 염려되었다.
‘뭐. 나야 그렇겠지만 길병주 대령님은 생각을 달리 했을까?’
사실 박찬휘 대위는 길병주에게 심사를 받아 장교의 길에 들어선 병사들 중 하나였다. 원래 일본군 학병 소속이었던 박찬휘 대위는 자신의 동료들처럼 마찬가지로 중국군 포로 신세가 되었고, 결국 광복군에 넘겨지게 되었다. 그리고 광복군 병사로 지내다가 장교로 들어선 경우였다. 사실 다른 사람을 다 제쳐두고, 박찬휘 대위는 고호윤 중령과 가깝게 지내는 편이라서 그가 모시는 길병주 대령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자부하는 편이었다.
괴물, 괴물이라고 하던데 말 그대로 그는 괴물이었다. 아마 광복군 내에서 그가 이룬 업적은 광복군 내부에서 있는 파벌을 초월하고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원래는 그도 태안상륙작전에 참가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만주군, 일본군에 편입된 조선인 군인들을 설득하는 역할을 도맡았다.
하여튼 결론적으로 최주평, 김필조, 송교원 세 사람은 광복군에 편입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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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광복까지 네 편이 남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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