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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1945년 8월 12일, 여운형의 집에는 한창 사람들이 모여 수군수군 거린다.
“정말로 그 일본 총독부가 그런 제안을 했다는 말인가?”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그래. 무슨 속셈인지는 모르겠지만 다만 이 것과는 관련이 있겠지.”
여운형은 전단지를 자신의 앞 방바닥에 떡하니 내놓는다. 전단지의 모습에 여운형 주위에 있던 사람들은 고개를 끄덕끄덕 거린다.
“이제 어떻게 할 건가? 건국동맹은 이대로 계속 유지할 것인가?”
이 방에 있던 고하 송진우가 여운형에게 물어보았고, 여운형은 잠시 뜸을 들이더니 이내 대답한다.
“글쎄. 일단 이대로 계속 건국동맹을 유지하는 편이 낫지 않겠나? 지금 우리 건국동맹이 국내에 제대로 기반을 잡은 단체이니 말이야.”
“일단 임시정부 쪽은 상당히 전력이 좋아. 아무래도 2일전부터 이런 전단지를 돌릴 지경이니 말이야. 그러니 건국동맹 역시 임시정부와 협력관계를 유지하면서 하자고.”
“......”
사실 고하 송진우는 원래 이 건국동맹의 참여자는 아니었지만, 지금은 해방이 다가오는 것을 느꼈기 때문일까? 아무래도 이 방에 참석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그가 우파 지식인들의 대변자이기도 하였기 때문이다. 특히 그는 임시정부의 봉대를 중시하였는데,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고하 송진우의 말에 어느정도 동의하는 입장이었다.
그건 이 자리에 참석하고 있는 구철간 소령의 말 때문이었다.
“지금 우리 광복군의 총 병력은 5개 사단이 완편된 1개 군단입니다. 더욱이 상륙 작전에 매진하고 있으니 임시정부의 세력은 상당합니다. 물론 몽양 선생님이 국내에 많은 기반을 구축하고 있고, 국내지지 역시 대단하다고 하지만 그 기반 세력으로 국가를 건설할 수 있을지는 궁금합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쓰게 웃는다. 사실 그렇기는 하다. 구철간 소령의 말이 거짓말이 아니라고 한다면 지금 임시정부는 국가 건설을 위한 인재들이 포함되고 있었다. 특히 국력을 발전시킬 인재들이 그 안에서 일하고 있어서 그렇다. 고하 송진우는 여운형을 바라보며 말한다.
“일단 시간을 끌어보게. 임시정부는 머지않아 한반도로 돌아올 거야. 그 때까지 건국동맹을 잘 정비해둬. 나중에 그 세력들이 국가 치안 및 행정권 회복에 커다란 역할을 할 것이니 말이야.”
여운형은 그 말에 생각을 하다가 이내 구철간 소령에게 시선을 두고 묻는다.
“그나저나 포츠담 선언에서 거슬리는 부분이 있는데. 그건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요? 4개국의 군대가 진주하여 점령할 것이라니 말이오.”
그 말에 구철간 소령은 하하 웃으며 여기에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들으라는 듯 말한다.
“우선 소련의 경우는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 그리고 미국, 영국의 경우는 우리 임시정부와의 협상이 잘 되어 있습니다. 명목상 점령군이라고 하지만 주권은 우리 임시정부에게 넘어갈 것입니다.”
“그 무슨...?”
“아 이거 한 가지만 말씀해드리면 우선 세계적으로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공인을 받았습니다. 즉 한반도에 정통성 있는 정부로 말입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씁쓸하게 표정을 짓는다. 자신이 세우고 양성했던 건국동맹은 여기서 무너지게 되는 것인가? 하지만 여운형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구철간 소령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렇다면 우리 건국동맹은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 건에 대해서 임시정부 측에서 의견이 많았습니다만 적어도 건국동맹의 활동을 인정해주고, 그 세력을 포섭하기로 의견이 모아졌습니다.”
고하 송진우는 그 말에 한 마디 툭 던진다.
“한 마디로 건국동맹을 정치세력으로 인정하겠다는 의미이겠군?”
구철간 소령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한다.
“아무래도 국내에서의 건국동맹의 활약을 인정해줄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임시정부 측에서도 건국동맹을 무시한다거나 하면 상당히 곤란한 상황에 처해질 것이 분명합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때, 한 사람이 조용한 말투로 구철간 소령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렇다면 한 마디로 해방 이후 정치세력들은 개판이 되겠군.”
그 말에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은 조금 숙연한 표정이 되었다. 구철간 소령 역시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한다. 이 방 안에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다 예상가능한 일이었다. 아마 일제의 억압이 풀리고 나면 민중들의 소리가 화산이 터지듯 표출될 것이 분명했다. 여운형은 해방 이후의 날들을 상상하니 입맛이 텁텁했다.
“그것보다 임시정부의 일제 관련 인물들에 대해서 입장은 어떠한가?”
그 말에 구철간 소령은 조금 미간을 찡그리면서 대답한다.
“글쎄요. 아무래도 악질적인 인사들을 깡그리 처리한다고 칼을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 지역에 있는 악질 친일파 무리들 역시 처벌을 피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얼굴을 찡그린다.
“쯧. 친일파를 처단하다가 힘없는 일반 민중들이 다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그리고 총독부 세력들을 순순히 놔주어야 그들도 순순히 물러날 거야.”
구철간 소령은 그 말에 아무런 말도 못한다. 그건 방 안에 있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고하 송진우는 임시정부의 친일파 처단 문제에 조금 놀란 눈치였다.
“그런데 정말 임시정부가 그렇게 친일파들을 다루려고 그러는가?”
“물론 생계상의 목적으로 친일했던 사람들이 있을 것입니다. 적어도 임시정부 측에서는 그냥 즉결처분 식보다는 증거들을 수입하여 재판에 세울 것 같습니다. 다만 죄질이 약한 분들은 아무래도 포섭할 생각이 있습니다. 조선에 있는 지식인들 중 친일 안 한 사람들이 있기도 하고, 한 사람이 많기도 합니다. 하지만 자기 영달과 신념을 위해 적극적으로 친일한 사람들을 봐주지 않겠다는 입장입니다. 이건 제가 어찌할 수 없는 입장입니다.”
민중의 피해 때문에 친일파 처리에 반대한 여운형과 국내 지식인들과 많은 연대가 있었던 고하 송진우는 구철간 소령의 말에 침음성을 흘린다.
결국 해방 후의 일과 친일파 처리 문제로 여운형의 방 안은 떠들썩했다. 하지만 우선 아베 총독과의 3일 뒤 만남은 어떻게든 처리한 듯싶었다.
같은 시각, 남경 철도역에서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최근 폐허가 된 남경은 지금 새로운 모습으로 힘차게 활동하고 있었다. 남경의 많은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고 있으며 많은 건설장비들이 동원되고 있었다. 그런 활기찬 남경의 역에서 상박에 태극기가 붙여진 군복을 입은 여러 군인들이 내리고 있었다.
이미 일본군 군복, 만주국 군복 따위는 불에 태워버린 최주평, 김필조, 송교원 이 세 사람은 자신의 앞에 걷고 있는 한 사람을 따라갔다. 바로 이 세 사람을 포섭한 인물이자 인솔하게 된 박찬휘 대위였다. 박찬휘 대위는 그들 말고도 많은 숫자의 전 만주군 일본군 병사 및 장교들을 포섭하여 이 곳 남경까지 인솔했다. 그러나 병사들의 경우 자신의 뒤에 있는 세 사람이 통솔하기로 했다.
“휴. 여기가 남경이라네.”
세 사람의 상관이 된 박찬휘 대위는 세 사람이 공식적으로 광복군에 편입되기로 하자 하대하기로 했다. 아무리 상호 존중한다지만 군대는 군대였다. 그 말에 김필조 중위가 말한다.
“꽤나 번화한 도시이군요. 작년에 중국군의 폭격에 폐허가 되었다고 들었습니다.”
그 말에 박찬휘 대위는 조금 복잡한 심사의 얼굴을 짓고 말한다.
“중국 정부의 원래 수도였으니 말이야. 그러니 모든 자원과 돈들을 동원하여 남경을 재건설하는 분위기야.”
그 때, 최주평 소위가 누군가 발견하고 박찬휘 대위에게 말한다.
“저 지금 앞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를 기다리는 사람입니까?”
그 말에 박찬휘 대위는 시선을 돌리다가 최주평 소위가 말한 사람들을 발견한다. 바로 자신들처럼 군복 팔 상박 부근에 태극기가 달려있는 사람들이었다. 박찬휘 대위는 자신이 인솔하는 자들을 통솔하여 그 사람들에게 다가간다. 그 사람들 중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사람이 피식 웃으며 말한다.
“왔냐? 조금 늦은 것 같다.”
박찬휘 대위는 그 말에 경례를 붙이며 보고한다.
“현 시각부로 저를 포함한 104명 이 곳 남경에 도착하였습니다.”
그 보고를 받은 사람은 대충 박찬휘의 경례를 받는다. 최주평 소위는 눈에 이채가 띠며 그 사람을 지켜본다. 중령, 그 것도 자신보다 젊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에게서 보이는 분위기는 나이와 맞지 않게 만만치 않았다.
“저치들이 이번에 새로 편입된 자들 인가보군.”
“예. 그렇습니다. 고호윤 중령님.”
박찬휘의 말에 최주평, 그리고 김필조, 송교원의 눈빛이 이채가 띈다. 기차에서 내내 자신의 직속상관이라고 말하던 그 고호윤 중령이라는 사람이 저 사람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박찬휘 대위는 고호윤 중령에게 하나의 명부를 건네준다. 바로 이번에 자신이 포섭한 사람들의 명단이었다. 그 명부 안에는 이름뿐만 아니라 생년월일, 고향, 그리고 전 부대와 계급들까지 적혀 있었다.
그 때, 고호윤 중령에게 한 가지 눈에 띄는 이름이 있었다.
‘최주평이라고? 그 사람은 길 준장님과 알고 지내던 사이라고 들었는데.’
하지만 고호윤은 에이 설마 아니겠지 라는 심정으로 최주평의 이름을 잊어버린다. 이번에 차기 사단장으로 발탁되고, 어제부로 진급한 길병주 준장에게 한 마디 말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일단 저 이들을 신병교육대대로 편입시키는 것이 우선이겠군.’
그 생각을 한 고호윤은 박찬휘 대위에게 얼굴을 가까이 하면서 한 가지 물어본다.
“전 병사들을 통솔하는 장교들의 수준은 어떤가?”
박찬휘 대위는 그 물음에 자신이 알고 있는 바를 전한다.
“능력은 그럭저럭 입니다. 다만 일본군 물이 상당히 쌓여있습니다. 물을 빼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사실 광복군이 1개 군단으로 발전 개편되었다고 하지만 순수 광복군 전력 외에 일본군에서 훈련받고 편입된 조선인 군인들이 대다수라서 일본군에서 배운 악습들의 사례가 많아졌다. 이른바 필요 없는 군기, 바로 똥 군기 문제였다. 원래 병주가 합류하기 전 광복군의 모습은 일본군, 중국군의 영향을 받은 것이 많았다. 그래서 쓸데없는 군기를 강요하는 편이 많았다. 그러나 병주가 합류하고 나서 그런 군문화는 많이 달라졌다.
사실 병주가 능력도 능력 면이지만 광복군을 후원해주는 최대 세력이 자신의 친동생이라서 그러니 광복군의 변화를 시킬 발언권들을 가지고 있었다. 병주는 자신이 수집한 증거들을 토대로 쓸데없는 군기는 전투 상에 아군의 사기를 급락시키고, 상관살해의 위험성을 급증시킨다는 이유로 바꿔나갔다.
물론 병주의 의견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능력이 있었고, 친동생이라는 빽도 있었기 때문에 광복군 문화를 바꿔 나갔다. 그리고 조선인 병력 및 부사관, 장교들을 편입시킬 때마다 하는 행동이 있었으니 그 것이 바로 박찬휘 대위가 말한 물 빼기 작업이라는 것이다. 그 일은 각 사단에 배치된 신병교육대대가 그 일을 맡았다. 일본군에서 능력을 검증받았던 장교라도 그 작업에 대해선 어쩔 수 없었다.
“일단 데리고 왔으니 가보도록 하지.”
그 때, 박찬휘 대위가 한 가지 질문한다.
“그런데 길 준장님은 아직도 그 상륙 작전에 매진하고 있습니까?”
“쯧 이번 작전이 한반도를 탈환하기 위한 것이니 몸이 부숴 져라 훈련하고 계신다. 15일에 훈련을 끝마치고, 20일에 작전을 시작하니까.”
박찬휘 대위는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후에는 박찬휘 대위가 편입시킨 사람들을 데리고, 자신이 주둔하는 군부대로 돌아갔다.
같은 시각, 중경의 국방위원회 건물 안 이번에 각 국의 한반도 점령군 사령관으로 내정된 사람들이 한 원탁에 자리를 잡고 회의를 하고 있었다. 바로 중국의 점령군 사령관 신유철, 그리고 한반도 점령 최고 사령관 앨버트 웨드마이어, 그리고 영국의 아드리안 드 워트 소장이 자리에 앉았다. 원래 한반도 점령군에 끼어든 소련 역시 참관할 자격이 주어지지만 만주 작전 때문인지 참여하지 않았다. 신유철이 이번 한반도 미군 주둔 사령관 웨드마이어 장군에게 한 가지 묻는다.
“그러니까 광복군의 태안 상륙 작전이 성공리에 끝나고 한반도에 상륙지점을 만들면 점령군이 한반도에 입성하자는 말씀입니까?”
그 말에 웨드마이어 장군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예. 그렇습니다. 우리가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서도 일본군 무장해제를 위해서도 한반도에 입성하기는 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피를 볼 수는 없지 않습니까? 거기에 조국을 탈환한다는 광복군의 의지도 이해를 해주는 방향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
그 때, 아드리안 드 워트 소장이 웨드마이어 장군에게 한 가지 물어본다.
“그런데 한반도의 경성은 독일이나 일본처럼 수도를 가르지 않는 모양입니다? 수도는 그대로 중국군의 차지가 되는 셈입니까?”
그 말에 신유철은 조금 기가 막혔지만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본다.
“수도 분할론에 대해서 우리 미국은 의견을 나누지 않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한반도는 별 신경 쓸 가치가 없지 않습니까? 우리 미국은 일본에 상당히 주력하기로 하였습니다. 한반도는 안정화하는 것이 목적이고, 또 이 세 국가의 친화적인 세력을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소련을 견제하자는 웨드마이어 장군의 말에 신유철은 조금 혹했다. 그러나 한 가지 물어볼 것이 있었다.
“하지만 임시정부 측에서 악질 친일파에 대해서 처벌할 생각은 그대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들의 의견도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 말에 웨드마이어 장군이 조금 곤란한 표정을 하며 말한다.
“글쎄요. 꼭 그렇게 처리해야 한답니까? 솔직히 그들만큼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친화적인 태도를 보일 사람은 없습니다. 그리고 또 임시정부가 중국과 상당히 가까운 처지에 있으니 그렇게 주장할 생각입니까?”
한 마디로 임시정부가 중국의 괴뢰정부가 아니냐는 웨드마이어 장군의 말에 신유철의 얼굴은 굳어진다. 중일전쟁에서 많은 피해를 입었던 중국으로써는 이번 전쟁을 승리로 이끌고 전리품들을 얻기 위해 혈안이었다. 그 것이 바로 조선이었다. 다만 일본제국의 악정으로 인해 민족주의적인 분위기가 가열될 것 같으니 임시정부와 중국 정부가 협상해서 친조선적인 경향을 가진 군사령관을 파견하고, 민심 파악과 지지를 위해 많은 약속을 했다.
사실 중화민국 측에서 조선에 영향력을 끼치면 되었지. 이미 가난해질 대로 가난해진 조선을 상대로 식민지배라는 착취를 할 생각은 없었다. 식민지배는 돈이 많이 들고, 버는 것은 없었다. 그래서 조선이라는 시장을 개척하는 대신 조선의 주권은 임시정부가 가지기로 결정을 내렸다. 더욱이 중국 정부로써는 중경의 임시정부가 자신의 영향력을 많이 받았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잠시 생각하던 신유철은 오히려 웨드마이어 장군에게 되묻는다.
“그런데 그렇게 따지면 그 쪽에서도 미국 내에 있는 이승만 박사 일행을 많이 후원해주는 입장이 아닙니까?”
웨드마이어 장군은 그 말에 조금 뜨문뜨문 하더니 이내 한 가지 말한다.
“물론 우리 미국이 그 싱먼 리 일행들에 대해 많은 후원을 해주지만 솔직하게 말해서 한반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닙니다.”
그 말에 신유철이 피식 웃으면서 말한다.
“민중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니 말이 됩니까? 솔직히 그 싱먼 리 일행에게 미스터 길과 그를 따르는 의사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이라면 조선에서 크나큰 영향력을 행사할 것 같습니다만?”
웨드마이어 장군은 그 물음에 대답하지 못했다. 사실 이승만 박사 일행에 대해 미국 정부가 상당한 후원을 해주는 것은 사실이었다. 비록 그 일행들이 임시정부에 속한다고 하지만 그 쪽 일행이 미국 정부의 말을 잘 듣고 하니 조선에 귀국시켜서 후원해주면 친미적인 세력이 생기기를 기대했다. 그러나 그 이승만 박사 일행 중에서 한 가지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병재의 문제였다.
사실 병재 덕분에 미국의 의학체계와 기술들이 많은 발전을 했다. 수많은 예방약들과 치료 기술들이 도입되고, 많은 의학도들이 병재를 존경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 병재가 이승만 박사가 조직한 단체 휘하에 있었다는 것이다. 만약 이승만 박사가 조선으로 귀국하게 된다면 병재와 그 의사들까지 같이 귀국할 것이다. 물론 그와의 계약으로 인해 귀국을 막을 명분이 없었지만 요즘 정계에서는 그가 미국 내에서 활약한 업적 덕분에 많은 의학적 발전을 이루자 그와의 계약을 파기해야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또 이승만 박사와 그의 사이를 갈라놓아야 한다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신유철의 말은 그 곳에 직격타를 날린 것이다. 웨드마이어 장군이 신유철의 말에 복잡한 표정을 짓는 것도 당연했다. 그 때, 영국 한반도 점령군 사령관인 워트 소장이 한 마디 말한다.
“그나저나 네 국가가 한반도에서 이야기를 조율할 때는 어떻게 합니까?”
그 말에 신유철이 생각을 하다가 한 가지 말한다.
“사실 조선이 일본에게 합병당하기 전에 조선의 왕가에서는 많은 외국인 인사들을 고문으로 등용하여 정치를 하였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우리도 그런 방식으로 한반도 내부의 영향력을 행사해야겠습니다.”
워트 소장은 이해가 되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하기야 신유철이 말한 방법은 꽤 오래전 효력이 입증된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 방법이 조선민중들을 자극하지 않고, 대한민국 임시정부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가장 좋았다. 그렇게 세 사람의 회의는 몇 시간을 걸쳐 지속되었다.
============================ 작품 후기 ============================
솔직하게 말씀드려서 병윤 형제들이 정치판에 적극적으로 등장할 시기는 대략 80년대로 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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