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80화 (18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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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흩어진 가족들

8월 14일, 일본 내 회의에서 엎치락뒤치락 회의를 하면서 결국 천황 히로히토는 결정하게 되었다.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

그 말에 육군 강경파 세력의 수장인 육군성 아나미 고레치카는 천황의 결정에 번복하지 않았다. 그는 조용히 천황의 결정에 따른다. 그가 심경을 변화시킨 것은 만주가 이미 중국과 소련의 손아귀에 떨어졌다는 사실과 유일하게 가지고 있던 식민지인 조선 역시 임시정부라는 반란군 무리들과 연합군 세력들이 탈환하려고 작정했기 때문이다. 결국 이래나 저래나 일본에게 희망은 없었다.

아나미 고레치카는 그러시면 안 된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이미 자신은 지쳤다. 결국 이 회의가 끝나면 사죄의 의미로 할복해야 할 것이다.

“뜻대로 하시옵서소. 폐하.”

아나미 고레치카는 그 말을 한 뒤 눈을 감고 눈물을 흘린다. 망국의 도의적인 책임을 느껴서일까? 아니면 그냥 자존심에 현실이 따라주지 않는 것에 너무 분해서 그런지는 그만 알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모든 이들은 천황의 뜻을 따르라. 내일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인다고 하라. 그리고 짐은 내일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이기 위한 옥음방송을 실시하겠다.”

그 말에 회의에 참석한 모든 이들은 말이 없었다. 천황이 이런 결정을 한 것에는 수많은 이유가 있었고, 그에 따라 이번에 결정하게 되었다. 강경파 세력과 화평파 세력들은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것을 인정했다.

결국 남은 길은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 밖에 없었고, 그 늦은 결정 덕분에 일본 본토는 초토화가 되었다. 그리고 각 본토는 연합군에 의해 갈가리 찢겨져 나갈 것이다.

1945년 8월 15일 아침 9시, 조선의 경성 여운형은 의복을 차려입고, 갈 준비를 마친다. 그리고 흠흠 거리며 거울 안 자신의 모습을 살펴본다. 어느 정도 격식 있게 의복을 차려입자 여운형은 싱긋 웃는다.

여운형은 그렇게 옷차림을 차려입고, 집을 나가 조선 총독부 안을 방문한다. 총독부 건물을 경비하는 일본군 병사들이 여운형의 모습을 알아보고, 통과시켜 준다. 마침 조선총독부 대문에는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가 자신을 맞이하고 있었다. 여운형은 그에게 인사를 하며 말한다.

“요즘 얼굴을 보니 잘 지내는 것 같소이다. 정무국장.”

그 말에 손님 맞는 얼굴인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는 대번에 얼굴이 찡그려진다. 그는 기분이 나쁘다는 얼굴로 여운형을 톡 쏘아보며 말한다.

“우리를 놀리시는 것이 많이 늘었습니다. 몽양 선생.”

엔도 류사쿠의 힐난에 오히려 여운형은 미소를 짓자 엔도 류사쿠는 미간을 찌푸리며 말한다.

“일단 총독 각하에게 안내를 해주겠소.”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엔도 류사쿠의 뒤를 따라가 총독 아베 노부유키가 있는 총독의 방 안에 들어간다. 아베 총독은 이미 쇼파 상석에 앉아 있는 채로 이미 여운형을 기다리는 것 같았다. 아베 총독이 여운형의 얼굴을 보고 반갑다는 기색을 하며 말한다.

“어서 오시오. 몽양 선생. 요즘 신수가 훤해 보이는 것 같소.”

아베 총독의 말에 여운형 역시 아베 총독에게 인사를 한다.

“조선에서 가장 높은 직위에 오른 사람만큼은 되겠습니까?”

아베 총독은 여운형의 말에 살짝 기분이 나빠지려고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으며 여운형에게 자리를 권하고 말한다.

“일단 앉으시오. 사실 몽양 선생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싶소. 최근 불온단체가 뿌린 전단지 덕분에 우리 조선 총독부의 치안이 흔들릴까 싶었소.”

아베 총독이 그렇게 말을 하자 여운형의 얼굴이 바뀐다. 자신은 조선 총독부가 좋아서 한 일이 아니라 혹시나 모를 조선 민중들이 다칠 수 있을까봐 그런 행동을 했는데 아베 총독이 이걸 왜곡시키는 모습에 일순간 짜증이 올라온다.

“조선 민중이 중요하지. 조선 총독부의 위신과 치안은 나에게 별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불온단체라. 당신들 시선으로 보기에는 그렇지만 우리 조선 민중들에게는 신념을 가진 단체들입니다. 그러니 한낱 불온단체로 취급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말에 아베 총독과 엔도 정무국장의 얼굴이 확 바뀐다. 하지만 아베 총독은 하하 웃으며 여운형에게 말한다.

“하하. 우리 시선만을 생각한 것이 몽양 선생을 서운하게 했소. 내 사과드리지. 그리고 그 것보다 선생을 이곳에 모신 이유가 있어서 초대했소.”

여운형은 그 말에 얼굴이 진지하게 바뀌면서 아베 총독의 입을 집중한다. 아베 총독은 참담한 표정으로 입을 연다.

“안타깝게 되었지만 우리 조선 총독부는 해체될 것이오. 그리고 우리 일본인들은 내지로 돌아가겠지.”

여운형은 그 말에 눈동자가 커지며 한 마디 말한다.

“그렇다는 말은 철수한다는 소리입니까?”

그 말에 아베 총독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소. 하지만 우리 조선 총독부가 조선 민중들에게 많은 폐를 끼친 것이 사실이오. 그래서 우리 일본인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킬 방법을 검토하고 있었소. 일본제국이 조선 민중들에게 피해를 끼친 점은 내 개인적으로 사과를 드리고 싶소. 그리고 조선에 거주하는 우리 일본인들을 안전하게 철수시킬 수 있도록 몽양 선생이 협조해주시오.”

“......”

여운형은 그 말에 말을 잇지 못한다. 갑작스러운 아베 총독의 발언으로 여운형은 생각에 잠긴다. 원래 5일 뒤에 태안으로 광복군이 상륙하기로 약속이 되었는데 지금 조선 총독부가 철수하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니 임시정부와의 이야기는 미궁 속에 빠질 것 같았다.

“으음. 그런 말씀을 해주니 내 총독에게 한 가지만 말씀드립니다. 사실 나는 당신들이 불온단체라고 부르는 임시정부와 상당히 연관이 있습니다. 물론 나와 동지들이 건국동맹이라는 단체를 이끌기는 하지만 임시정부와 상당한 협조관계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

아베 총독의 얼굴은 금세 굳어졌다. 그 때, 엔도 정무국장이 여운형에게 한 마디 말한다.

“그 말씀은 몽양 선생은 이번 일을 거절하실 생각입니까?”

“거절이라 그 것보다는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미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상당한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리고 만약 당신들이 항복한다 하여도 내일 바로 그 임시정부의 군대가 조선으로 입성할 것입니다.”

그 때, 아베 총독은 무언가 생각이 났다는 듯 자료를 한 가지 꺼내더니 자료의 내용을 읽어 여운형에게 묻는다.

“조선군에서 파악한 광복군의 수효는 1개 군단. 군단 내에 2개의 기갑 사단, 그리고 3개의 보병 사단이 있다고 하던데. 그런 부대의 규모는 사실이오?”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인다.

“그렇습니다. 그런 부대의 규모가 조선을 탈환시키기 위해 준비 중입니다. 이건 저와 연결되어 있는 광복군 장교에게 얻은 소식입니다. 뭐 믿기 힘들다면 사진이라도 보내드릴까요?”

그 말에 아베 총독은 하얗게 질린 채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이미 조선군에서 파악한 자료에 의하면 비록 반란군이라고 무시하는 군대이지만 그들의 무장과 장비 수준은 장개석 직할군의 수준과 같았다. 즉 조선에 있는 일본의 조선군들을 동원해봐야 광복군에게 깨질 것이라고 아베 총독은 판단했다.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는 땀을 뻘뻘 흘리며 여운형에게 애원하며 말한다.

“임시정부의 태도는 어떻소?”

“잘은 모르겠지만 솔직히 말씀드려서 저보다 성향이 강경하다고 보시면 됩니다. 아마 조선민중들에게 몹쓸 짓을 한 일본인들의 목숨은 이미 보복당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어떻게든 여운형 당신이 설득시킬 수 없습니까?”

“그건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총독부 측에서 5가지의 요구를 해준다면 임시정부에게 한 번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엔도 정무국장은 이야기를 해보겠다는 여운형의 말에 조금 불안했다. 그러나 아무리 대한민국 임시정부라고 하더라도 여운형의 말을 무시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판단했다.

“말씀해보십시오. 웬만한 요구는 다 들어주겠습니다.”

여운형은 그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신의 요구들을 말한다.

“첫째, 모든 정치범을 즉시 석방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당장에 경성 시민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식량 3개월 치를 확보하여 우리 건국동맹에게 넘겼으면 합니다.

셋째, 우리 조선이 주체적으로 치안을 맡겠습니다. 치안권 관련해서는 임시정부와 조율해야겠지만 조선 총독부 당국이 치안을 할 수 없습니다.

넷째, 치안 유지와 건설 공사에 총독부는 방해 하지 않을 것을 요구합니다.

그리고 다섯째, 우리 조선의 학생들과 청년들 활동을 총독부가 방해하지 않았으면 합니다. 그 다섯 가지의 요구를 들어준다면 한 번 건국동맹 내부의 동지들에게 당신의 요구를 임시정부 쪽으로 청원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아베 총독은 여운형의 말을 듣고는 고심했다. 하지만 이것이 가장 합당한 방법이라고 생각했기에 결국 아베 총독은 고개를 끄덕여 여운형에게 대답한다.

“최대한 선생의 요구에 노력해보도록 하겠소.”

그렇게 임시정부에게 조선 총독부의 요구를 한 번 말해보겠다는 여운형의 약속과 여운형의 약조에 노력해보겠다는 아베 총독의 말로 서로 간의 대화는 끝이 났다.

같은 시각, 제 5 보병사단 신병교육대대에는 한창 병사들이 훈련을 받고 있는 와중 장교들은 높은 계급의 군인 강사의 가르침을 듣고 있었다. 사실 이것을 왜 하는지 최주평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광복군에 적응하려면 어쩔 수없이 따라야 했다. 그리고 쉬는 시간이 되자, 최주평은 한 가지 복습을 한다. 주변의 동료들 역시 적응하기 위해 몸부림을 치고 있었다. 그 때, 최주평에게 한 사람이 다가와 어깨를 두드린다. 최주평이 고개를 돌려 바라보니 신병교육대대장인 고호윤 중령이 보였다. 최주평은 얼른 경례구호를 붙인다.

“충성!”

고호윤 중령은 싱긋 웃고, 최주평의 경례를 받은 뒤 한 가지 말한다.

“최소위는 잠시 나를 따라온다.”

최주평은 그 말에 아리송한 얼굴을 짓는다. 사실 광복군에서 있으면서 최주평이 큰 충격을 받은 것은 상관의 명령에 이유를 묻는 부하 장교들과 병사들이었다. 명령에 복종하는 군대 특성상 그런 광복군 특유의 군 문화에 대해서 최주평 자신에게 어이가 없었음을 느꼈다. 하지만 여기는 광복군 내이다. 로마에 가면 로마법에 따르라고 하지 않았는가? 그래서 최주평은 조심스러운 말투로 고호윤 중령에게 이유를 물어본다.

“혹시 저를 찾는 분이 계십니까?”

그 말에 고호윤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그래. 누군지는 도착하면 알게 될 거야.”

최주평은 의미심장한 고호윤의 말에 더더욱 아리송해진다. 과연 자신을 찾는 사람이 누구일까? 생각한다. 자신을 보자는 높은 계급의 장교가 상담을 위해 찾는 것인가? 아니면 파벌로 들어오라고 유혹하는 것인가? 최주평은 아무리 생각해도 알 수 없었지만 고호윤의 뒤를 따라간다.

고호윤과 같이 발걸음을 옮기고, 차량을 탑승해서 도착한 곳은 하나의 식당이었다. 꽤나 고급스러운 수준의 레스토랑 앞에 온 최주평은 놀란 눈빛으로 고효윤을 쳐다본다. 과연 자신이 이 레스토랑에 올 수 있는가? 아니면 나 자신이 그렇게 대단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군 상층부가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들어가지.”

고호윤 중령은 최주평 소위를 레스토랑 안으로 들이고, 그를 안내한다. 그리고 최주평과 고호윤은 하나의 비밀스러운 방 앞에 도착한다. 고호윤은 그에게 한 가지 말한다.

“내가 모시고 있는 사람이 이 안에 기다리고 있네. 난 여기까지야. 들어가는 것은 자네 몫이야.”

고호윤은 그렇게 말하고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고호윤이 갑작스럽게 자리를 떠나자 최주평은 방문 앞에 꿀꺽하며 침을 삼키고 문을 연다.

문 안에는 한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최주평은 그 사람의 모습에 왠지 익숙함을 느낀다. 그 사람은 자리에 벌떡 일어서서 최주평에게 반갑게 말한다.

“형님. 여깁니다. 여기.”

최주평은 순간 방 안에 있는 사람의 얼굴을 보자 눈동자가 커진다. 자신이 익히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바로 자신과 의형제 간을 맺었던 길병주였다. 최주평은 지금 이것이 꿈인지 생신인지 알 수가 없었다. 길병주는 순간 최주평에게 달려들어 안는다. 최주평은 그 모습에 어벙벙 하다가 길병주를 떼어 놓고 벌벌 떠는 목소리로 말한다.

“너... 너 이 자식... 이곳에 있었던 사람이 너였냐?”

그렇게 최주평, 길병주 두 사람은 해후했다.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 둘은 지금까지 있었던 이야기들을 다 풀어 놓았다. 최주평이 씁쓸한 말로 말한다.

“그래. 그 가출한 동생이 누나 찾으러 중국까지 가다니. 너희 가족들도 참으로 험난한 삶을 사는군. 거기에 이렇게 네가 출세하다니. 감개가 무량하구나.”

병주는 그 말에 싱긋 웃는다.

“하하. 너무 띄워주지 마십시오. 솔직히 이 자리에 오르게 된 것 역시 중국에 자리를 잡은 동생 녀석이 도와주었기 때문입니다. 동생 팔아서 이 자리에 오른 것이 저로서는 그다지 부럽게 느끼지는 않습니다.”

“그렇군.”

그 때, 최주평이 옆의 TV를 보고는 한 마디 말한다.

“여기에도 TV 하나 있었군. 사실 주둔지에 가장 놀랐던 것이 이 TV인데 말이야. 한 번 뭘 틀어주는지 볼까?”

최주평이 TV의 전원을 키자 TV의 화면이 뚝하고 나타났다. 지금 뉴스 프로그램이 뜨고 있는데, 병주가 상단 오른쪽에 보니 속보라고 떴다.

-속보입니다. 지금 이 시간에 일본제국의 일왕 히로히토가 공식적으로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이 소식을 직접 들어보십시오.-

-짐은 세계의 대세와 제국의 현 상황을 감안하여 비상조치로서 시국을 수습코자 충량한 너희 신민에게 고한다. ⋯ 중략 ⋯ 더욱이 교전을 계속한다면 결국 우리 민족의 멸망을 초래할 뿐더러, 나아가서는 인류의 문명도 파각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짐은 무엇으로 억조의 어린 백성을 보전하고 황조황종의 신령에게 사죄할 수 있겠는가. 짐이 제국정부로 하여금 공동선언에 응하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다. ⋯ 중략 ⋯ 아무쪼록 거국일가 자손이 서로 전하여 굳건히 신주(일본)의 불멸을 믿고, 책임은 무겁고 길은 멀다는 것을 생각하여 장래의 건설에 총력을 기울여 도의를 두텁게 하고 지조를 굳게 하여 맹세코 국체의 정화를 발양하고 세계의 진운에 뒤지지 않도록 하라. 너희 신민은 이러한 짐의 뜻을 명심하여 지키도록 하라.-

라디오 목소리가 울려퍼지면서 병주의 얼굴이 순식간에 뒤바뀐다. 그리고 너무 놀란 나머지 벌린 일을 손으로 가린다. 그건 최주평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 후 TV의 아나운서가 한 마디 전한다.

-그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일본 제국은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였습니다. 이제 우리 중국 인민들의 수많은 희생을 치렀던 전쟁은 끝이 났습니다. 무고하고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에게 묵념의 뜻을 밝힙니다.-

최주평은 TV를 꺼버린다. 최주평과 병주는 너무 놀란 나머지 패닉상태에 있다가 이내 정신을 차리고, 목청껏 내지른다.

“우와아아아아! 우와아아아아! 대한독립만세! 대한독립만세!”

길병주와 최주평은 너무나 기쁜 나머지 서로를 부둥켜안고, 만세를 외친다. 그리고 눈물을 흘린다. 이런 기쁜 날이 찾아올 줄이야. 둘은 한동안 기쁨의 함성을 내지른다.

같은 시각, 남경에 이전한 임시정부 청사 내부 주석의 방에서 주석 김구는 종이를 손으로 구기면서 얼굴 표정이 굳는다.

“해방이라니. 어찌하여. 어찌하여 이렇게 해방을 맞이한단 말인가? 우리 손으로 해방을 맞이하지 못하고, 어찌하여 이렇게 해방을 맞이한단 말인가?”

김구가 바라보는 TV의 화면에서 길병주와 최주평이 보는 그 화면이 나오고 있었다. 일왕의 항복소식에 김구는 기쁘기 보다는 안타까웠고, 오히려 분했다. 그래서 그런지 늙은 얼굴의 김구는 눈물방울이 주룩주룩 얼굴을 타고 흘러내린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다는 말인가? 하늘이 진정 우리 한민족에게 시련을 내린다는 말인가?! 수개월 동안 두 사람의 도움을 얻어 겨우겨우 군대를 재정비하고, 작전을 수행하고, 이제 5일만 있으면 조선을 우리 손으로 탈환하는 것인데. 어찌 5일의 시간을 버티지 못한다는 말인가?”

김구는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눈물이 주룩주룩 내린다. 사실 김구의 심정은 이해가 갔다. 모든 준비를 마치고, 이제 탈환할 마지막 준비들을 모두 마치고, 때를 기다려 5일만 있으면 조선을 자신들의 손으로 탈환하는 것이었는데. 그 5일을 버티지 못한 일본제국이 항복하고 만 것이다.

결국 광복군은 상륙 작전의 훈련만 계속하고,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김구는 그렇게 무기력증에 빠지려던 찰나 갑작스럽게 머릿속으로 번개가 스쳐 지나간다.

“이... 일단! 빨리 귀국해야 돼! 한반도는 이제 아수라장이 된다! 어떻게든 빠르게 병력들을 귀국해야 해!”

그런 말을 하는 김구의 표정은 가장 다급했다. 일본 제국의 항복으로 인해 준비한 작전과 계획들이 틀어진 이상 빨리 임시정부의 세력을 조선으로 귀국시켜야한다. 결국 김구는 탁자 위에 놓인 전화기의 다이얼을 돌려 장개석에게 전화를 한다.

길병윤과 송감연 역시 TV에서 일본제국의 항복 소식을 보았다. 둘은 서로 눈물을 짓고 부둥켜안았다. 병윤이 감연에게 외쳤다.

“친구야. 이제 고향 가자!”

“그래. 이 자식아! 진짜 기나긴 7년이다. 안 그러냐?!”

============================ 작품 후기 ============================

광복이 되었습니다. 여러분. 2개월을 걸쳐 1부를 끝마쳤네요. 다음에는 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로 여러분을 찾아 뵙겠습니다.

1부 끝낸 기념으로 댓글들을 퍼부었으면 좋겠습니다. 하악하악. 그러니 주세요. 댓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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