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85화 (185/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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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1945년 8월 17일, 임시정부의 주석 김구를 포함하여 각 각료들과 광복군 주요 인사들은 시민들의 환영을 받았다. 그 속에서 병윤과 감연의 얼굴도 포함되는 것은 마찬가지의 일이었다.

-와아아아! 대한 독립 만세! 대한 독립 만세!-

산이 떠나가라 외치듯 소리치는 경성 시민들의 목소리 때문에 병윤은 슬쩍 고개를 옆으로 돌려 시민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남녀노소 누구나 할 것 없이 모두들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차량에 탑승한 주석 김구는 두루마기를 입은 채로 시민들이 뿌려지는 꽃가루를 맞으며 위풍당당한 모습으로 특유의 미소를 짓는다. 한편, 병윤과 감연은 그냥 저냥 양복바지에 와이셔츠, 그리고 그 위에 양복조끼를 갖춰 있었다. 하지만 양복이라는 의류는 덥다고 해야 될지 병윤은 몰라도 감연의 얼굴은 너무 더워서 미칠 표정이었다. 감연은 시민들에게 보이기 위한 행사로 억지로 참고 있었다.

그렇게 임시정부의 행렬은 곧 끝나가고, 조선총독부 앞에 도착하게 된다. 조선총독부 앞에 사람들까지 모여들어 깃발을 흔들어댔지만 조선총독부 건물을 경비하고 있던 광복군 병사들에게 제지를 받는다.

“끄으. 겁나 덥군. 지옥이야.”

이 빌어먹을 양복조끼를 집어 던지고 싶은 욕구가 속에서 솟구쳐 나오는 감연이 와이셔츠 옷깃을 잡고 흔들어댄다. 그 것으로 들어오는 바람으로 흘러나오는 땀을 식히려고 하는 것이다.

감연은 아무렇지 않게 서 있는 병윤을 보고 한 마디 한다.

“야. 넌 아무렇지도 않은 것 같다.”

“나야 인내심이 뛰어나니까.”

병윤의 말에 감연은 짜증났는지 한 마디 했다.

“지랄하고 있네. 너 조끼 안에 얼음 팩 넣은 것 다 봤다.”

그 말에 병윤은 얼굴을 찌푸린다. 병윤의 반응에 역시 자신의 예상이 맞았다는 표정을 한 감연은 한 마디 한다.

“약은 새끼. 하나 줘라.”

병윤은 그 말에 짜증나는 표정을 짓고, 결국 조끼 안의 얼음 팩 하나를 꺼내 감연에게 준다. 감연은 그걸 얼른 조끼 안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얼음 팩이 감연의 체온을 흡수하자 감연은 너무나 즐거운 듯 외친다.

“오! 이거야. 이거 최고야. 역시 내가 발명한 제품은 최고라니까.”

얼음 팩이라는 물건은 사실 감연이 몇 년 전에 중경 여름에 너무 더웠던 나머지 짜증나서 결국 만들게 된 물건이었다. 몇 년 전 냉장고가 시판되면서 얼음 팩은 더위에 약한 감연에게 정말 딱 맞는 물건이었다. 그런 물건을 병윤이 약삭빠르게 챙긴 것이다. 그 것도 자기 것을 말이다.

“그런데 넌 네 것만 챙겨두나? 나도 챙겨 둬야지.”

“흥. 그걸 안 챙긴 네가 바보다. 행렬이 있다고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지.”

그 말에 감연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을 하고 한 마디 한다.

“이 야박한 놈 보소.”

그렇게 둘이 투닥거리고 있을 때, 한 명이 다가가 말한다.

“자네들 여기에서 계속 서 있을 건가?”

병윤과 감연이 고개를 돌려 자신들에게 말한 사람의 얼굴을 쳐다본다. 어느새 얼굴을 찡그린 김구가 자신들을 보고 있었다. 결국 둘은 부리나케 얼른 김구 뒤를 따라간다.

어느정도 시간이 지나, 조선 총독부 회의실 안에는 임시정부 주석 김구를 포함한 각료들과 국내 내부에 명성 높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맞은편에는 조선총독부의 총독 아베 노부유키를 포함하여 경무국장 나카무라,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 그 외 각 관료들이 앉고 있었다.

모두 다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한 김구는 맞은편 인원들을 보고, 미소를 짓는다. 계획상에서는 태안으로 직접 상륙하여 광복군의 위명을 떨친 채로 조선에 보무가 당당하게 들어가는 것이었는데. 예상보다 일제가 빨리 항복하는 바람에 급히 인천에서 경성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계획에 틀어지든 말든 상관없다고 생각한 김구는 자신의 둥그런 안경을 바로잡고, 상대편 아베 노부유키 총독을 바라본다. 아베 총독은 김구의 시선에 불편하기 그지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아마 속으로 자신의 역대 치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먼저 입을 연 것은 외무부장 조소앙이었다.

“우리 두 나라의 사람들이 이런 자리로 맞게 된다는 것이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은 분명한 일입니다.”

그 말에 정무국장 엔도는 이빨을 뿌드득 갈고 말한다.

“그렇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축복의 역사가 우리들에게는 치욕의 역사가 되겠지요.”

조소앙은 그 말에 오히려 고소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우리도 망국이라는 치욕의 역사를 맛보았으니 당신들도 맛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말에 아베 총독은 이빨을 뿌드득 갈았다. 하지만 이내 휴우 하고 참았다. 여기서 저들의 도발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지금 저기 있는 저 임시정부라는 불온조직이 유리한 위치였다.

“조롱은 그만두시오. 여기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시오.”

아베 총독의 말에 조소앙은 놀리는 것을 그만두고 흠흠 거렸다.

“우리는 정식적으로 선언하고 싶습니다. 조선총독부의 해체를 말입니다. 그리고 조선총독부가 가진 권한을 우리 대한민국 임시정부에게 전달받아야겠습니다.”

조소앙의 전언에 아베 총독은 흠흠 거리면서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우리 일본 제국이 항복했고, 포츠담 선언을 받아들였으니 우리 조선 총독부가 해체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오. 다만 권리 이양에는 시간이 걸리오.”

그 말에 김구는 씩 웃으며 눈빛을 반짝이고는 아베 총독에게 말한다.

“내일 영국, 미국, 중국 세 개 국가의 군대들이 한반도에 들어오는 것을 알았구려. 그리고 조선총독부는 그들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고, 안 그렇소?”

“......”

“뭐 상관은 없소. 마음대로 하시오. 내일부터 전격적으로 협상하든 말든 마음대로 말이오. 대신 시간을 끌면 끌수록 조선에 있는 일본인들의 고통은 더더욱 커진다는 것을 명심하시오. 그리고 지배적인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추락하면 어떤 꼴이 되는지 잘 알 것이오.”

아베 총독은 김구의 말에 씁쓸한 미소를 짓는다. 김구는 아베 총독에게 한 가지 더 말해준다.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우리 한반도에 진주하는 군대는 중국군이 주이요. 영국과 미국은 솔직하게 곁다리에 불과할 뿐이오. 그렇다면 한반도에 큰 세력과 발언권을 갖게 될 중국군과 협상하려고 할 것이고, 우리보다는 온건할 것이오. 하지만 한 가지 새겨들을 점이 있다오. 이번에 새로 배치될 중국군 사령관이 신유철이라는 것을 알고 있소?”

“......”

아베 총독은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다지 놀라운 얼굴은 하지 않는다. 대신 껄끄럽다는 감정이 지배했다. 김구는 아베 총독의 얼굴을 보고 호오? 하면서 한 가지 더 말한다.

“얼굴을 보니 미리 들은 것 같소? 뭐. 미리 들었으면 상관은 없을지도 모르는 일이지. 한 가지 사실을 더 말해준다면 그 신유철이라는 젊은 사령관이 우리 임시정부의 각료들 중 앉아 있는 두 사람에게 가장 친근하다는 점이지.”

김구는 그렇게 말하고는 시선을 병윤과 감연에게 돌린다. 각자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던 두 사람은 김구의 시선에 깜짝 놀란다. 여운형을 비롯한 조선 국내파 세력들과 아베 총독을 비롯한 조선총독부 각료들의 시선들이 일제히 두 사라에게 집중했다.

아베 총독은 두 사람의 어린 얼굴을 보고 피식 웃으며 김구에게 말한다.

“허. 임시정부는 사람이 없어서 저런 어린 아이를 들일지 모르겠소? 그렇게 사람이 없소?”

“능력은 나이와 상관없소. 소개가 늦기는 하지만 요즘 중국에서 억명을 먹여 살리는 인재라는 억생재라는 칭호를 받은 두 사람이오. 그리고 최근에는 만 번을 고해야 얻을 수 있는 인재라는 만고초려라는 호칭도 받고 있소.”

“......”

아베 총독은 얼핏 그 호칭들을 들은 적이 있었다. 아마 중국에서 진주한 일본군 사단장 및 참모들에게 들었던 것이다. 중국에는 큰 별 두 개가 있어서 결코 함락되지 않는다고 하였다고 들었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알 것이오. 저 두 사람이 길병윤, 그리고 송감연이라는 이름의 젊은이라는 것을 말이오.”

김구의 말은 곧 회의장 사람들에게 폭탄 발언과도 같은 위력을 지녔다. 임시정부 쪽 각료들이야 두 사람을 잘 알고 있었기에 놀라운 감정은 없었지만 조선총독부 사람들과 조선의 국내 세력의 사람들의 시선은 그야말로 달라졌다. 그리고 입이 떡하고 벌어졌다.

아베 총독은 그 말에 중얼거린다.

“끄응. 천황 폐하가 꼭 맞이하고 싶다는 천재들 중 두 사람인가?”

그렇게 말한 아베 총독은 한 시라도 그들의 얼굴을 잊지 않기 위해서 둘의 얼굴을 뚫어져라 쳐다본다. 병윤과 감연은 쏟아지는 시선에 조금 민망스러웠지만 이내 당당하기 그지없는 분위기를 풍겼다. 그 분위기에 김구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아베 총독에게 한 가지 사실을 더 말한다.

“그리고 그 중국군 사령관 신유철과 저 두 사람과의 관계는 의형제라 다름 아니오. 그야말로 피로 이루어진 사이지. 과연 그 신유철 사령관께서는 당신들의 이야기를 들을지. 아니면 저 두 사람의 말을 들을지. 어떻게 생각하시오?”

“......”

아베 총독은 그 말에 허탈하다는 표정을 짓는다. 결국 남는 희망이라는 것은 없는 것인가? 하지만 달리 생각하자면 중국에게 통하지 않는 것이지. 영국과 미국에게 이야기를 넣을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아베 총독의 알 수 없는 표정에 김구는 조금 짜증이 났다. 뭔가 돌파구를 찾는 그의 모습에 지독하다는 감정이 들은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여유로운 척을 해야 한다. 급급하다는 인상을 보였다가는 저들의 기세가 득의양양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내일 본격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하시오. 그럼 더 이상 할 말은 없소?”

그 말에 아베 총독은 생각을 하다가 김구를 응시하며 한 가지 묻는다.

“내 이우 사단장에게 듣기로는 임시정부는 일인들 중 몇 명을 처벌할 생각이 있다고 하던데 그 것이 사실이오?”

“솔직하게 말해서 인간을 포기한 일본인들에게는 합당한 대가를 치를 것이오. 예를 들어 출세와 부를 위해 무고한 조선인들을 함부로 죽였다는 가 그런 일본인들에게는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요.”

아베 총독은 그 말에 할 말을 잃는다. 하지만 그 정도 수준으로 된 일본인들을 구제할 생각은 이미 접어둔 총독이었다. 그들을 끌어들이다가는 오히려 그들을 제외한 일본인들의 목숨이 위험할 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그 건수는 내일 다시 이야기하도록 합시다. 그럼 그들을 제외한 일본인들의 처리는 어떻게 되는 것이오?”

“그야 물론 재산은 전원 몰수. 그것이 불법이든 합법이든 간에 말이오. 일본인 민간인들에게 500엔, 군인들에게 250엔만 챙겨두고 일본을 떠나게 해주겠소. 그 이상의 짐들과 재산은 전원 몰수이오.”

“......”

“그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소? 솔직히 말해서 우리 조선인들의 피와 땀, 그리고 눈물을 훔쳐 이룩한 재산들이니 말이오.”

“크으윽. 그건...”

아베 총독은 뭔가 말을 하고 싶었지만 말문이 턱하고 막힌다. 그 때, 옆의 정무국장 엔도 류사쿠가 소리친다.

“그건 강도질이나 다름없소. 우리 일본인들은 적법한 절차로 이 조선의 땅에서 기반을 일구고 재산을 모았소. 그런 것을 몰수하는 행위는 강탈과 다를 바 없소.”

김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대답한다.

“물론 당신들의 입장에서는 적법한 절차겠지요. 암 그렇고말고요. 하지만 우리들 입장에서는 아주 불법적인 강도의 짓이나 다름없소. 뭣하면 이 것도 내일 회의로 결론짓는 것이 어떻겠소? 과연 여러분의 의견이 들어주는가에 대해서는 예상이 되지만 말이오.”

김구의 말에 엔도 정무국장은 분하다는 듯 얼굴을 찡그린다. 그 때, 병윤이 고개를 돌려 김구에게 말한다.

“그나저나 경상북도 문경군과 충청북도 단양군에 대한 공업적 시설에 대한 자료가 필요합니다.”

그 말에 김구를 비롯한 임시정부 각료들이 순간 수군거린다. 그들 외에도 여운형, 송진우, 안재홍, 김준연을 비롯한 국내 기반의 세력가들도 수군거렸고, 조선총독부 아베 총독과 엔도 정무국장은 병윤의 발언에 생각을 한다. 김구는 병윤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한다.

“쯧. 고향에서 그렇게 일을 진행하고 싶은가?”

“놀기는 그렇지 않습니까? 빨리 공업적 토대를 세워야 합니다.”

“그런데 굳이 문경 가서 할 필요가 있는가?”

“대충 알고는 있지만 문경에는 석탄산지가 있고, 단양에는 시멘트들이 있다고 합니다. 어서 두 군에 있는 산업시설들을 재가동시켜야 합니다.”

“하아. 알겠네. 이렇게 된 이상 자네 친형 길병주의 연대를 붙여 단양과 문경을 미리 선점하는 것도 좋겠지.”

그 말에 건국동맹의 수장인 여운형은 깜짝 놀란다. 김구는 여운형을 쓱 보더니 이내 고개를 아베 총독에게 돌리고 말한다.

“당신들의 이야기는 내일 시작했으면 하는 것 같소. 그럼...”

김구는 회의장 안을 경비하고 있던 광복군 병사들에게 조선총독부 아베 총독을 비롯하여 조선총독부 각료들을 끌고 가도록 지시한다. 아베 총독을 비롯한 조선총독부 각료들은 이 지시에 불만이었지만 순순히 병사들의 말을 듣는다.

김구는 이제 고개를 국내 기반 세력가들에게 돌리고는 말한다.

“이제 여러분과 우리들 간에 서로 할 말이 많지 않겠소?”

그 말에 여운형을 비롯한 국내파 세력들이 수군거린다. 결국 김구를 맞상대하는 것은 국내에서 가장 큰 세력을 지닌 건국동맹 수장인 여운형이 맡게 되었다. 여운형은 김구 맞은편으로 자리를 옮기면서 목을 가다듬는다. 국내에서의 기반은 지식인들의 지지, 그리고 소수의 민중들의 지지가 전부인 임시정부이지만 그들에게는 어느 강국 수준의 군대 5개 사단이 있었고, 정부 구성을 갖추었다. 여운형은 김구를 바라보며 입을 연다.

“이렇게 백범을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국내에서 커다란 세력을 구성한 몽양 선생을 만나 뵈니 저도 반갑구려.”

여운형은 김구의 말에 싱긋 웃는다. 하지만 속은 긴장으로 가득 찼다.

“서서히 두 세력이 얼마만큼 성장하였는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지만 아무래도 서로 합의점을 찾아야겠습니다.”

그 말에 김구는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김구로써는 여운형의 건국동맹을 무시하기는 힘들다. 비록 자신들이 군대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국내에서의 기반은 전무나 다름없었다. 김구는 여운형에게 한 가지 말한다.

“서로 필요한 것은 가지고 있지 않소? 우리에게는 전문적인 인재들과 체계적인 정부를, 그리고 당신들은 전국 각지에서 세워둔 행정체계와 지지들을 말이오. 물론 둘을 서로 합치는 것은 상당히 어렵소. 그러니 서로 천천히 양보해봅시다.”

그 말에 여운형은 그 것이 합당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그 이후로 여운형을 비롯한 건국동맹 세력들은 자신들이 구축한 세력들에 대해서 임시정부에게 전달을 하고, 임시정부는 그 정보들을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거나 종이에 적고 있었다.

하지만 두 세력 간에 맞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친일파 문제였다. 여운형은 굳은 얼굴을 한 채로 김구에게 말한다.

“되도록이면 친일파들의 처리를 급우선적으로 하면 안 됩니다.”

그 말에 김구 역시 굳은 얼굴로 여운형에게 말한다.

“하지만 민족정기를 해친 친일파들을 그냥 놔둘 수는 없소. 친일파 모두를 처리할 수는 없어도 악질적인 인사는 처리해야겠소.”

고하 송진우는 그 말에 이의를 제기하며 말한다.

“친일파가 비록 잘못한 것은 맞고, 민족정기를 해친 것은 분명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들을 끌어들여야 되지. 판을 가르면 안됩니다.”

김구는 그 말에 피식 웃으며 말한다.

“그렇게 시간을 끌다가 처벌할 친일파들을 처벌하지 못하고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소. 당신들이 친일파와 관계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고, 친일파 대다수가 그나마 행정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사실이오. 하지만 그들 중 패악적인 행패를 부린 이는 용서할 수 없소. 만약 그들까지 용인하였다가는 민중들의 압박을 받을 수 있소.”

그 말에 송진우, 그리고 여운형은 할 말을 잃는다. 사실 여운형이 친일파 처리에 반대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힘없는 민중이 친일파로 몰려 억울한 죽음을 당해서 그럴까봐 생각했다. 그건 여운형이 인생을 살면서 들은 확고한 가치관이었는데 무언가 사건이 벌어지면 결국 피해를 입는 것은 무고한 약자들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구의 말도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무작정 친일파를 끌어안았다가는 민중의 지지를 저버릴 수 있었다.

결국 두 세력은 친일파 문제로 이리저리 말싸움을 한다. 그리고 그 토론을 지켜보는 병윤과 감연은 끼어들지 않고, 그저 지켜볼 뿐이다. 그들의 처리 문제는 정치가들에게 맡기면 된다. 자신들은 자신들의 일을 하면 될 일이었다.

============================ 작품 후기 ============================

역시 예상대로 정치는 혼돈을 향해서 가고 있네요. 친일파 문제는 사실상 신익회, 김규식, 마지막으로 박헌영이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김구의 경우는 일부 악질적인 인사를 처벌하자는 의견이었고, 여운형은 민중이 억울한 죽음을 당할까봐 마녀사냥같은 친일파 처리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었습니다. 송진우는 원역사의 한민당 출신이라서 그런지 친일파 처리에 소극적이었지요.

저의 생각에 대한 댓글들을 올려주세요. 많이들 올려주세요. 의문제기도 나쁘지 않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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