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86화 (186/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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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조선총독부 회의장 안에서의 국내세력의 인사들과 임시정부 각료들의 의견대립은 커져 갔다. 그러나 해방 된지 언제 되었다고, 서로 멱살 잡고 싸우는 추태나 인신공격 같은 그런 사태까지는 벌어지지 않았다.

여운형이 김구에게 굳은 목소리로 말한다.

“광복군에 친일파는 하나도 없다는 것입니까?”

그 말에 김구는 받아친다.

“물론 친일파는 있을 수 있소. 하지만 그들은 일제의 명령에 받든 자들이요. 일본군에 자원입대는 할 수 있을지언정 당신들이 비난할 수 있는 수준의 사람들은 아니오. 그리고 내가 언제 친일파 모두를 처벌하자고 했소? 민중들이 처벌되기를 원하는 그런 악랄한 친일파들을 처벌하고자 할 뿐이요. 친일파들 중에서 능력이 있는 이들이 있다는 그대들의 말은 동의하오.”

“친일파들을 함부로 처리하다가는 민중들이 광기에 물들 수 있습니다. 정치세력을 숙청할 때마다 생기는 것이 무엇인줄 압니까? 바로 무고하고 힘없는 민중이었습니다. 그런데 과연 임시정부가 그런 사태를 돌이키지 않을 자신은 있습니까?”

“자신은 할 수 없소. 하지만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는 행태는 있을 수 없소. 분명 해야 할 일은 해야 하오.”

그 말에 송진우가 받아친다.

“물론 악질 친일파의 처리에는 저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신중해야 합니다. 솔직하게 국내에서 일본의 지배를 달게 받고 싶은 사람이 어디에 있습니까? 다들 일제의 서슬 퍼런 칼날에 입을 다물거나 전향했습니다.”

“일제의 압박에 못 이겨 전향한 사람은 분명 있소. 하지만 지식인이라는 것은 사실상 책임을 지는 위치이오. 지식인들이 전향해서 적의 술수대로 행동하는 것은 민중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는 일이오.”

분위기가 어느 정도 과열이 되는 것 같았다. 역시 정치 싸움을 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니 병윤은 감이 잡힌다. 사실 자신 역시 중경공단을 이끌고 다닐 때 여러 사람의 의견대립에 휘말린 적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대표적으로 사업을 하다 생긴 자금을 어디에 투자할지부터 인사문제, 그리고 조직문제까지 다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때, 여운형이 병윤과 감연 두 사람을 보더니 조금 눈빛을 빛낸다. 그리고 두 사람에게 시선을 두고 입을 연다.

“그 쪽에 앉아있는 젊은 두 분은 아까부터 말이 없는 것 같습니다. 억생재라는 호칭을 얻은 두 사람의 의견을 이야기를 듣고 싶소.”

여운형의 그 말 한 마디에 순간 회의장에 앉아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한다. 보통 사람이라면 그런 시선의 집중에 긴장할 법도 한데 병윤은 오히려 아무렇지 않은 듯 여유로운 태도였다.

“어떤 의견을 말씀입니까?”

“우리가 아까 이야기하는 친일파 처리 문제를 말이오.”

“으음. 제가 이 자리에서 의견을 낼 때는 아니지만 요청을 하니 답변해드리겠습니다. 친일파 처리문제. 사실 말들을 들어보니 가장 복잡하기 그지없는 문제인 것 같습니다. 이 사람들을 포용하자니 민중의 반발이 커지겠고, 그러자니 내치면 나라 운영에 필요한 인재들이 사라집니다. 이럴 때는 한 가지 좋은 방법이 있습니다.”

병윤이 좋은 방법이라고 이야기하자 순간 임시정부와 국내세력들 간의 웅성거림이 커진다. 병윤은 자신이 던진 파문 속에서도 감정을 잃지 않는다. 여운형이 궁금하다는 듯 물어본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무엇이오?”

그 말에 병윤은 목을 가다듬고 천천히 이야기했다.

“우선적으로 처리할 상대가 누구인지를 선정하면 됩니다.”

그 말에 순간 임시정부 각료들과 국내세력 인사들이 조용해진다. 그리고 조금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 병윤을 바라본다. 누가 그걸 몰라서 하는 소리인가? 라는 말이 나왔다. 그러나 그런 소리에도 병윤은 여유로운 표정이었다. 여운형은 그런 병윤에게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한다.

“하하. 농담도 참 잘하시는 군요. 우리가 이야기한 것은 듣기나 했소? 친일파 처리 문제를 두고 토론하는 이유가 우선 처리할 상대를 선정하기 위함이오.”

여운형의 일갈이 터지지만 병윤은 오히려 능숙하다는 표정을 지을 뿐이다. 병윤은 오히려 여운형에게 반문한다.

“과연 정말로 처리할 상대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까? 사람이라는 것은 너무 당연한 사항에 대해서 넘기고 처리하는 경향이 큽니다.”

“......”

김구가 병윤에게 시선을 두고 말한다.

“그럼 그 처리할 상대가 누구인지 궁금하군.”

“잊으셨습니까? 일제강점기를 불러온 장본인들을? 물론 그 당사자들이 없다고 할뿐 지금 그들의 후손은 숨을 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들의 아버지, 할아버지가 나라 팔아 호위호식하고 있는 것은 기억이 안 나십니까?”

순간 회의장에 있는 사람들은 수군거리다가 조용해진다. 정말 병윤의 말대로였다. 너무 당연해서 짚고 넘어갈 상대였던 무리들, 병윤은 그들을 처리하자고 소리를 친 것이다.

사실 두 세력 간의 논의에서 논쟁이 된 것은 일제강점기 후반 전향한 지식인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서 담론이었다. 대표적으로 이야기하자면 동아일보 사장이었던 인촌 김성수의 경우가 그랬다. 김성수의 경우는 엄청 애매한 경우였다. 그는 사실상 민족능력향상에 적극적인 인물이었고, 결코 일제에게 호락호락 넘어갈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만 2년 전에 전향하고 만 인물이었다. 김성수의 경우가 그 혼자만 있는가? 아니다. 무수히 많았다. 현실에 꺾여 지식인들이 일제에게 전향한 사례는 수두룩했다. 아마 문제가 되는 것은 그 것 때문이다. 그래서 임시정부 세력은 그들 중 악질적인 인사를 솎아내 처벌하자는 입장이었고, 건국동맹을 포함한 국내세력은 그 친일파 인사들까지 엄밀히 검증하자는 입장이었다. 그리고 될 수 있으면 포섭하자는 것이었고 말이다.

하지만 두 세력 간에 공통점이 있다면 이 것이었다. 새로운 국가의 발판을 나아가야할 때라는 것을 말이다. 그 발판을 나아갈 때, 솎아내야 할 인물들은 필시 있을 것이고, 그들을 처벌해야 국가의 정통성과 민중의 정의에 부합되는 일이었다.

순간 송진우와 여운형, 안재홍, 김준연을 비롯한 국내세력 인사들은 순간 고개를 끄덕인다. 그들 역시 매국노 세력까지 비호할 생각은 없었다. 그들을 비호하는 순간 아마 자신들은 민중의 돌을 얻어맞을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여운형은 한 마디 했다.

“그럼 그들을 처벌하고자 하였을 때 연좌제로 추진하려고 하는 것인가?”

그 말에 병윤은 고개를 좌우로 돌리고는 한 마디 말한다.

“물론 그 것은 아닙니다. 사실 매국노 후손이라고 하여도 그 매국노 당사자가 지은 죄를 책임지라는 것은 좀 그렇습니다. 하지만 민중들의 생각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그렇다면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만약 그 후손이 아버지를 따라 일제의 개처럼 행동했다면 그 죄과에 따른 처벌을 받는 것이고, 죄과가 약하다고 하여도 호의호식을 하는데, 그 재산들이 아버지, 할아버지가 매국해서 얻은 재산이라고 한다면 몰수하면 그만입니다.”

“하지만 경우의 수는 무수히 많아. 매국노 자손이라고 해서 자신의 아버지 따라 행동하는 법은 많기는 하지만 그 외의 경우도 있어. 그 경우는 어떻게 할 것인가?”

그 말에 김구가 대신 대답했다.

“물론 그 경우도 시시비비를 가려야 하오. 견부견자의 경우도 있지만, 견부호자의 경우는 반드시 있으니 말이오. 그럼 가장 우선적으로 처리할 것은 견부견자의 경우만 처리하면 되오. 견부호자의 경우는 면밀히 살펴봐야 할 것이오.”

김구의 그 말에 임시정부의 각료들과 국내세력의 인사들 모두 고개를 끄덕인다. 병윤의 말이 맞았다. 우선적으로 처리할 상대를 먼저 처리해야했다. 그러고 나서 논의하면 되는 일이었다. 이런 문제는 시간을 주지 않아야 되어서 병윤의 말처럼 우선순위를 두고 처리해야 했다.

감연은 병윤을 보고 한 마디 말한다.

“꽤 하네?”

병윤은 그 말에 어깨를 으쓱거리며 말할 뿐이다.

“정치판에 끼어들고 싶지는 않지만 물어보니 답변했을 뿐이야.”

“그런데 넌 사실 친일파 박출환 때문에 사실상 가족의 피해를 많이 봤잖아.”

“......”

“박출환이 매국노 후손일 경우는 없을 것이고, 이거 잘하면 유야무야 넘어갈 수 있는 문제일 것 같은데?”

감연의 말에 병윤은 순간 얼굴이 굳어진다.

“그 문제라면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지.”

“허? 있다고 그게 뭔데?”

“재판에 세우지 않고, 죽여 버리는 방법이 있어.”

“과감한데?”

“잘 지적해주었다. 하지만 박출환 그 자식을 친일파 문제로부터 벗어나는 행태를 두 눈 뜨고 못 봐주겠다. 일단 말을 하기는 했는데, 박출환을 반드시 정의의 손으로 처벌하도록 만들어야겠다. 그 것이 뇌물이든, 암살이든 무엇이든 간에 말이지.”

감연은 그런 병윤의 모습에 쯧하고 쳐다본다.

“에휴. 너의 가족들은 박출환이라는 인간의 이름만 나오면 전부 다 돌변하더라. 박출환을 족칠 수 있다면 악마에게 영혼이라도 팔 거냐?”

그 말에 병윤은 당연하다는 얼굴을 하고 말한다.

“영혼? 팔아야지. 그 개자식을 족칠 수 있다면 말이야.”

그 말에 감연은 쯧쯧 거린다. 자신의 친우는 다 좋은데 저 박출환의 경우를 꺼내든다면 순간 얼굴이 바뀌는 것이 특징이었다.

임시정부 각료들과 국내세력의 인사들이 담론을 나누고 있을 때, 김구는 조용한 얼굴로 병윤을 쳐다본다.

같은 시각, 미국 시카고 재생치료센터, 일제가 항복되었다는 소식은 미국 전역을 강타했다. 그리고 그 것인 재생치료센터에서 일하고 있는 병재의 귀에도 들린다. 병재는 지금 속으로 이럴 때가 아닌데 라고 생각하지만 지금의 그는 환자를 치료하고 있었다.

병재의 치료를 받고 있는 중년 남성 제이미 커틀러는 허탈한 표정으로 병재를 보고 한 숨을 쏟아낸다.

“허. 선생님이 이기셨군요. 그 내기 말이요.”

그 말에 병재는 겉으로는 미소를 지으며 말한다.

“나을 수 있다는 것, 전 거짓말은 하지 않습니다.”

커틀러는 그 말에 씁쓸하다는 얼굴을 짓는다. 원래 제이미 커틀러는 4일 전만 하더라도 가장 불행한 사람은 자신이라고 생각했다. 커틀러가 병재가 찾기 전 얻은 병은 폐암, 그 것도 말기의 경우였다. 이 시대에서 암은 난치병이었고, 그 중 말기에 해당되는 암은 불치병이었다. 특히 가장 치료하기 어려운 암들 중에서 폐암과 췌장암을 들 수 있는데, 커틀러는 그 폐암에 말기까지 찾아온 경우였다.

사실 커틀러가 폐암 말기에 걸린 사연도 사실상 어이가 없었다고 볼 수 있었다. 그는 전혀 담배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커틀러는 석면을 다루는 일을 했던지라 그 석면 때문에 폐암이 걸린 것이다. 담배 피다가 걸린 것이라면 이해가 가겠지만 일하다 걸렸으니 얼마나 억울하겠는가?

처음 대형병원에서 진단을 받았을 때, 커틀러는 절망했다. 그리고 자신은 결코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의사의 말에 낙담했다. 난치병인 암, 그 중 치료하기 어려운 폐암, 이제는 그 것도 불치병 영역에 들어서는 말기의 경우였다.

아마 커틀러는 그 진단을 받은 날부터 술로 나날을 지새웠는지 모르겠다. 당연히 커틀러를 고용한 사업체에서는 질병에 걸린 그를 해고시켰다. 물론 고소하겠다고 방방 뛰었지만 미국이라는 나라가 기업가의 손을 들어주지. 결코 노동자의 손을 들어주는 나라는 아니었다.

그렇게 시한부 인생을 겪으면서 자신의 인생을 저주하고 있을 때, 같이 살고 있던 딸아이가 시카고에 있는 재생치료센터로 가보자고 말했다. 그 곳에는 어떤 불치병을 치료하는 의사가 있다고 말이다. 하지만 당시 커틀러는 풋 하고 웃으며 딸아이의 말을 무시했다. 그러나 한 순간의 희망이 싹튼 것은 사실이었다. 커틀러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서 ‘난 끝났다’라는 절망과 ‘혹시나’라는 희망이 그의 마음속을 어지럽혔다.

결국 딸아이가 그에게 만약 그 쪽에 안 찾아간다면 가출하겠다고 통보해고 나서야 시카고 재생치료센터에 방문했다. 처음 그 곳에 도착할 때, 사람들이 바글바글 거렸다. 온갖 유형의 환자들이 다 모였으니 당연한 것 아니겠는가? 커틀러는 사람들의 모이는 수부터 알아차렸지만 자신의 마음 속 깊이 뿌리박힌 절망을 벗어날 수 없었다. 그저 마지막으로 딸아이랑 같이 여행하자는 심정으로 이곳을 찾아갈 뿐이다.

재생치료센터 측은 커틀러의 병을 파악하고 난 뒤, 커틀러 그를 미스터 길이라는 웃기지 않는 예명을 지닌 의사에게 배정하게 했다. 그리고 그를 처음 봤을 때, 솔직히 욕이 나왔다. 자신을 치료하는 의사가 잽이 아니던가?

아마 그 때 당시 그에게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씨발 시한부 인생에서 잽에게 치료받다니.”

그런데 그는 이렇게 답했다.

“잽이랑 국이랑 구분해라. 병신아.”

라고 말이다. 그 미스터 길이라는 의사에게 욕을 들은 커틀러는 순간 화가 치솟아 올랐지만 그 놈의 폐암에서 나오는 기침이 화를 잠잠하게 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진단을 받고, 폐암 말기라는 판정을 그 미스터 길이라는 의사에게 받았다. 그리고 커틀러는 그 미스터 길에게 비아냥 거리며 말한다.

“어때? 치료할 수 있나? 한낱 칭크(동양인에 대한 모욕적인 단어) 새끼는 이거 치료하기 힘들걸. 이거 불치병이야.”

하지만 미스터 길이라는 동양인 의사는 특별한 것 없이 그냥 말한다.

“간단하네요. 그냥 치료하면 될 일 가지고.”

“이 자식! 치료 못하기만 해봐! 내 딸아이 가지고 너를 고소할 거다!”

“고소하세요.”

“......”

아마 커틀러가 그에게 치료받기 전 상황이 이랬을 것이다. 그리고 날이 갈수록 그에게 매일 치료를 받았고, 그 때 기적이 일어났다. 폐암이 쪼그라드는 것을 볼 수 있었고, 그의 치료를 받을 때마다 몸에 활기가 넘쳐난다.

그리고 지금 커틀러는 건강해지는 자신의 몸을 보면서, 맑은 공기가 안으로 들어오는 것을 느끼며 천천히 눈물이 떨어진다. 모든 절망에서 해방되는 느낌이다. 시한부 인생, 그 것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자신은 죽을병에서 살아났다는 이 느낌이었다.

“처음 선생님을 보고나서 모욕했던 것 죄송합니다. 흑흑. 정말로 죄송합니다. 흑흑. 이 모자란 놈이 정말로 죄송합니다. 선생님을 몰라보고, 선생님을 몰라보고 그딴 언사를 내비친 자신이 한심스럽습니다.”

그 말에 병재는 피식 웃으며 한 마디 말해준다.

“이제 새 삶을 찾아야죠. 뭐 저로써는 고소 안 당하니 좋네요. 그럼 건강 챙기시고.”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선생님.”

커틀러는 그 말을 하면서 계속 눈물을 흘린다. 그의 뒤에서 그의 딸아이가 눈물을 흘린다. 이미 희망이 없을 것이라고 예상하는 자신의 아버지를 치료했다. 그 것도 아주 건강하게 말이다. 자신의 생각은 맞았다. 이 사람은 진정 신의였다. 못 고치는 병이 없다는 그런 신의였다.

병재의 전속 간호사 메리 헤임질이 눈물을 짓고 있는 부녀의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린다. 그런 감동과 슬픔으로 가득 찬 소용돌이 속에서 길재는 겉으로 미소를 짓지만 마음 속은 조급했다.

‘빨리. 빨리 고향으로 돌아가야 돼.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형제들을 봐야해. 하아. 이승만 박사님을 찾아갈까?’

그렇게 병재는 자신이 할당하는 모든 환자들의 치료를 끝낸다. 그 뒤 병재는 급한 발걸음으로 재생치료센터의 사무소장의 방에 방문한다.

-똑! 똑! 똑!-

병재는 문을 두들기고, 말한다.

“시렌 접니다.”

병재의 그 말에 안에서 목소리가 들린다.

“하아... 들어오게.”

그 말에 병재는 끼익하고 문을 열었다. 그리고 자신을 골치 아프다는 얼굴로 쳐다보는 시렌의 모습이 보였다. 병재는 시렌의 맞은편 의자에 앉고 불문곡직 말 한 마디 했다.

“전 워싱턴에 가야겠습니다.”

순간 시렌의 골치 아픈 얼굴은 한층 더 골치가 아파졌다. 시렌은 억하심정의 말투로 병재에게 소리친다.

“꼭 그렇게 해야겠나? 정말 다시 생각해볼 수 없나?”

그 말에 병재는 단호하게 이야기했다.

“전 그 계약서 소중히 간직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잘 먹고 잘 살 수는 있잖아. 그 더럽고 냄새나는 그런 고향에 돌아가고 싶나? 정말로? 잘 생각해봐. 아니 정말 잘 생각해봐. 자네 인생을 보라고.”

“제 인생을 돌이켜봐도 잘 생각해서 내린 결론입니다.”

그 말에 시렌은 한층 더 한숨을 내비친다. 그리고 더더욱 골치가 아픈 것은 저 의연하게 결심한 병재의 얼굴이었다. 저런 얼굴의 병재는 더 이상 설득할 여지가 없는 그런 얼굴이었다. 시렌의 근심은 한층 더 깊어진다.

============================ 작품 후기 ============================

우선 매국노들의 처리가 급우선입니다. 사실 가장 큰 의문점은 원역사에서 매국노들의 처리가 이루어지지 않은 점입니다. 그 때 당시 지식인들이 합의를 하였는데 말입니다.

에효. 전 감기로 아파서 잠을 설쳤네요. 오늘은 병원, 그리고 일이 있는 관계로 일찍 올리겠습니다. 여러분들도 몸 건강하세요. 저처럼 병으로 잠을 설치지 마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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