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등급인생-187화 (187/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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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혼란과 광기와 학살과 기회의 시대

재생치료센터 사무소장의 방 안, 사무소장 에드워드 시렌은 찡그린 얼굴로 굳은 얼굴의 병재를 쳐다본다. 사실 시렌은 개인적으로 병재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었다. 그가 고향으로 가고 싶다고 하면 전격적으로 돕고 싶었다. 하지만...

‘그 빌어먹을 직위 때문에.’

시렌은 이런 지시를 내린 미 정부에게 욕을 해대고 싶었다. 물론 그들의 입장은 이해가 간다. 병재의 가치는 어마어마하다. 재생치료만 있는가? 온갖 불치병들의 해석과 치료방법에 대해서 확립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욱이 그를 가짐으로써 다른 나라와의 의료기술과 십 수 년 차이가 나고, 그 차이는 더더욱 벌려질지도 모른다. 병재의 가치를 모를 때는 그냥 이 새끼 기술 먹고, 쫓아내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리고 그 좆같은 일이 나에게 떨어지고 말이야.’

시렌은 에휴 하고 한 숨을 내비친다. 사실 병재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그는 정말 계약서대로 행동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자신은 미국의 시민이다. 비록 국가의 명령을 듣지 않을 자유는 있지만, 지금의 그 자리는 국가에서 만들어준 자리였다.

“시카고에 있는 시민들이 자네를 요구하고, 미국 전역에 있는 국민들이 자네를 요구해. 의사에게는 미국은 기적의 도시나 마찬가지야. 그 좆같은 인종차별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지만 그래도 자네 모습을 봐. 미국을 포함해 모든 유럽에 있는 모든 의사들이 우러러 본다고. 잘 사는 국가에서 행복하게 살라고. 제발.”

“...... 워싱턴으로 가야겠습니다.”

-콰앙!-

시렌은 그 말에 병재에게 자신이 화가 났다는 것을 증명했는지 책상을 콰앙하고 내리쳤고, 그 소리가 병재의 귀에 울려 퍼지지만 병재의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그 개 같은 싱먼 리가 뭐라고 현혹했나? 그 싱먼 리가 뭐라고? 그 새끼는 사기꾼이야. 사기꾼이라고. 자네가 그저 필요하기에 찾아온 새끼라고. 그 새끼의 말을 듣지마. 제발.”

“......”

시렌의 애원에도 병재의 얼굴은 바뀌지 않았다. 시렌은 그런 병재의 모습을 보고 두통이 느껴진다. 지금 너무 골치가 아팠다. 시렌은 굳은 얼굴로 작은 목소리로 병재에게 말한다.

“자네는 정계에 아는 인사들도 많잖아. 그 빌어먹을 부자 새끼들도 엮어있고, 자네를 탐내는 인간들도 많아. 여기서 잘 먹고 잘 살 수 있어. 거기다 자네는 인류사에 명성을 끼친 인간이야. 그런 인간이 쓰레기통 속으로 들어가는데 왜 안 말리겠나? 하아... 나가게. 워싱턴 가겠다는 그 딴 소리 하지마. 싱먼 리 그 개자식을 찾아갈 것이라는 소리를 하지마. 여기서 계속 근무해. 일도 줄여주고 마음 편안해지는 휴가도 펑펑 주고, 임금도 높여주겠고 자네가 받는 치료비라도 높이겠으니.”

“......”

병재는 시렌의 애원에도 얼굴 표정의 변화가 보이지 않았다. 시렌은 그런 얼굴을 보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는 말한다.

“나가보게. 일 봐.”

“계속 찾아갈 것입니다. 계약서 내용 준수해야할 것입니다.”

“계약서 내용 따위는 내 알바 아니야. 그 빌어먹을 좆같은 정계에서 해결할 일이니까. 따지고 싶으면 그 쪽에 따져.”

병재는 그 말에 하아 하고 한 숨을 내지르며 털레털레 일어선다. 그리고 힘이 빠진 모습으로 시렌이 있는 사무소장의 방 밖으로 나간다. 시렌은 병재의 힘 빠진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아프다. 그리고 병재가 시렌에게 목례를 하고, 방 밖으로 나가자 두 눈을 꼭 감았고, 괴롭다는 듯 말한다.

“씨발...”

시렌은 욕을 한 번 퍼부은 채 의자에 등을 기댄다. 쉬고 싶었다. 정말로. 그리고 시렌 자신만 나쁜 놈이 되는 것 같았다. 약속을 안 지키는 것은 따로 있는데, 시렌이 그들의 앞잡이가 되면서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하는 것을 마음 속으로 후회하는 중이었다.

한편, 사무소장의 방에서 나온 병재는 그저 몸과 고개를 축 처진다. 그리고 허탈하다는 듯 고개를 돌려 사무소장의 방을 살펴본다. 해방이 되었고, 고향에 돌아갈 때가 되었지만 자신은 아직도 여기에 남아 있었다.

‘고향의 산, 계곡이 보고 싶다. 고향의 친구들이 보고 싶다.’

병재는 고향에 대해 그리운 생각을 한다. 그리고 생각이 이어지면서 자신의 형제들과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른다.

‘병주야. 병윤아. 효혜야(43년 7월 달에 출생한 차녀), 그리고 어머니 아버지. 보고 싶어요. 그리워요.’

그런 생각이 이어지면서 병재는 눈물자국이 하나 쏟아진다. 그 때, 복도에서 한 익숙한 형체가 보인다. 병재가 눈물을 닦고, 그 형체의 정체를 확인하니 역시 자신이 알고 있는 사람이었다.

“선생님은... 아직도 포기 안 하셨나 보네요.”

바로 병재의 전속 간호사인 메리 헤임질이었다. 메리는 안타깝다는 눈빛으로 병재를 쳐다보고 있었다. 병재는 그녀를 보다가 감정을 다 잡고, 흠흠 거리며 그녀에게 말한다.

“퇴근 시간인데. 퇴근을 안 하셨습니까?”

메리는 그 말에 잠시 침묵하다가 이내 그에게 말한다.

“집에서 쉬고 싶지만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네요.”

“......”

“그런데 오늘도 사무소장실로 가는 모양이네요. 어제도 그랬고 말이에요. 전쟁이 끝나자마자 고향으로 가고 싶나요?”

병재는 그 말에 하하 허탈하게 웃는 표정을 짓는다.

“고향이요? 가고 싶네요. 무지 가고 싶네요. 메리 간호사. 전 가족들이 보고 싶습니다. 아주 그리고 아주 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현실이 저를 가로 막네요. 그저 이방인을 쫓아내면 될 것을. 왜 꼭 사람 귀찮게 붙들까요?”

“......”

“저는 따로 일이 있어서 그만 가보겠습니다. 그럼...”

병재는 그 말을 하고, 다시 발걸음을 시작하여 메리를 지나칠 때였다. 메리는 그에게 소리쳤다.

“정말로! 정말로! 이곳을 떠나고 싶나요?! 선생님은 여기서 이룩한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고 싶어요?! 이방인이라고요?! 선생님은 정말 스스로를 이방인이라고 생각하세요?! 여기서, 아니 미국 전역에서 선생님은 우상이에요. 질병의 고통에 받는 사람들이 선생님을 최후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고요?! 오늘 폐암 환자도 보세요! 그 환자는 선생님이 없었다면 절망에 빠져 죽었어요. 그런 환자들이 얼마나 많나요? 선생님은 그 환자들을 내팽개치고 떠날 건가요?!”

병재는 그 외침에 뿌드득 이를 갈고 메리에게 고개를 돌려 말한다.

“버린다고? 웃기는 소리. 난 여기서 칭크나 잽이라고 불리는 동양인 의사에 불과해. 여기서의 업적은 그저 그들의 요구에 부흥했을 뿐이야. 그리고 난 그들에게 있어서 쓰다 버릴 소모품에 불과하지. 알고 있어? 그리고 우상이라고? 사람들 마음은 잔혹해. 현실은 냉혹하다고! 겉으로는 대단하다 추켜세우지만 난 알 수 있어. 그저 의례적인 말이라는 것을 속으로는 나에 대해 원색적인 욕을 한다고. 여기서의 난 너무 힘들어. 그리고 이제 난 죽어서도 고향에 가서 죽을 거야. 그러니 더 이상 날 막지 말아줘. 나에게 여기는 황금의 액체로 된 늪이라고. 가라앉는 늪이라고.”

병재는 그렇게 소리치고는 다시 고개를 돌린다. 하지만 병재는 속이 시원하다는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허탈하고, 갑갑함이 느껴졌다. 메리는 그런 병재를 보고 눈물을 흘리며 한 마디 말한다.

“꼭 가시나요? 사람들을 버리고? 꼭 가야겠어요? 미스터 길. 미스터 길 선생님. 제발. 떠나지는 말아주세요. 제발...”

하지만 병재는 굳은 얼굴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발걸음을 옮긴다.

‘여기서의 인연은 다 끊어야 돼. 다 끊어야 된다고. 고향으로 가자. 고향으로 간다면 모든 게 다 해결돼. 어머니와 아버지의 웃음, 그리고 보고 싶은 고향의 풍경 다 해결될 거야. 그래. 구원을 받을 것이라고. 씨발. 그 이승만 박사님이 왜 나에게 종교를 권유해주었는지 알겠군. 지금 정말로 신을 믿고 싶다. 제길...’

병재는 계속 힘이 빠진 모습으로 털레털레 발걸음을 옮기며 로비 벽에 붙어있는 공중전화 부스 안으로 들어간다. 그리고 주머니 속으로 동전을 공중전화 동전 투입구 안으로 넣은 뒤 다이얼을 돌린다.

-뚜르르 뚜르르 철컥!-

공중전화음 연결이 되고, 병재가 잡은 송수화기의 수신부분에서 하나의 목소리가 들린다. 연륜이 느껴지는 노인의 목소리이다.

-이 시간에 누구인가?-

바로 병재가 상담하는 상대방인 이승만 박사였다. 병재는 이승만 박사의 말을 듣자 손이 떨리고, 입이 떨리지만 이내 마음을 굳게 잡고는 입을 열었다.

“재생치료센터의 길병재입니다. 몸 평안히 지내셨습니까?”

병재의 그 말 한 마디에 곧 이승만 박사의 반가운 기색의 목소리가 들린다.

-아! 병재 군인가?! 요즘 자주 연락을 주는군. 또 워싱턴으로 가는 문제가 불발되었나?-

“예. 철옹성입니다. 아주.”

병재의 대답에 송수화기 너머 이승만 박사는 곤란하다는 말투로 말한다.

-끄응. 이거 대책이 없군. 지금 나도 방법을 찾고 있어. 한반도가 해방되었으니 빨리 귀환절차를 해주어야 하는데. 이 곳 국무부가 참으로 말썽이야.-

“휴우. 저도 미치겠습니다. 계약서를 작성하였다면 지키는 것이 상식 아니겠습니까?”

병재의 힘빠진 말투에 송수화기 너머 이승만 박사는 잠시 침묵하더니 이내 진중한 목소리로 말한다.

-길병재군. 이것이 현실이야. 지금 미국은 자네를 붙잡기 위해 온갖 술수를 다 쓰고 있어. 오죽하면 정계에서 그 계약을 파기해서 잃는 미국의 위신보다 자네를 붙잡음으로써 얻는 이득이 훨씬 크다는 이야기가 나오겠는가? 쯧. 나는 모르겠지만 자네는 어려울 것 같아.-

그 말에 병재는 너무하다는 말투로 소리친다.

“아니! 박사님! 같이 가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같이 가니까 지금 이러고 있는 것 아니겠나? 자네랑 같이 귀환하기 위해서 앉아서 방법을 구상하고 있어. 만약 자네를 버리고 갔다고 하면 진작 이 자리에 난 없겠지.-

병재는 그 말에 잠시 말을 잃다가 이내 죄송한 말투로 사과한다.

“죄송합니다. 요즘 신경이 곤두세워서. 실언을 하였습니다.”

-하. 아니야. 내가 자네를 왜 두고 가겠나? 그러니 자네는 날 좀 믿게나. 어떻게든 방법을 찾고 있으니까. 그리고 자네가 워싱턴으로 굳이 갈 필요는 없네. 내가 일행들을 대동하고 직접 방문할 테니까 말이야. 그 쪽에서 그렇게 나온다면 이판사판이야.-

이승만 박사가 이곳에 온다는 말에 병재는 순간 화색이 돌았다. 그리고 이승만 박사에게 애원하는 목소리로 말한다.

“언제. 언제 오십니까?”

-이거야 원. 자네가 나보다 더 급하구만. 내일 바로 시카고로 가는 비행기표를 끊을 테니까 시카고에 도착한 후 바로 자네를 찾아가겠네.-

“예. 그럼 방문하신다면 얼른 자리를 비겠습니다.”

-그래. 그래. 그럼 그 때 보지.-

“박사님의 얼굴을 뵙고 싶습니다.”

-원 아부도.-

그 말을 끝으로 이승만 박사와의 전화 연결은 끊어진다. 병재는 천천히 송수화기를 내려놓으면서 손이 떨린다. 분명 그라면 이승만 박사라면 어떤 방법을 강구할 지도 모른다. 정치 쪽에 밝은 이승만 박사라면 자신이 원하는 방법을 강구할 지도 모른다고 병재는 믿고 싶었다. 아니 믿고 있었다는 표현이 정확했다. 병재는 순간 활기와 화색이 돌면서 중얼거린다.

“그래. 박사님이 여기에 오신다고 하였으니. 박사님은 방법을 찾을 거야. 내가 고향에 돌아갈 수 있는 방법을 말이야.”

병재는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이내 밝은 미소로 발걸음을 다시 돌린다. 그리고 엘리베이터 안으로 이동한 후, 숫자 5가 표시된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엘리베이터는 순식간에 5층으로 올라간 뒤 문이 양옆으로 열린다. 병윤이 의례 하는 일이 있었다. 바로 자신의 여동생 효순이 있는 505호실로 가는 것이었다.

-뚜벅 뚜벅-

어두운 복도에서 자신의 발걸음 소리가 들린다. 아마 보통 사람이라면 으스스하다고 공포심이 불러올 분위기였다. 하지만 병재는 그런 복도에서 잘만 걸어갔다. 그리고 505호라는 문패가 걸린 방문 앞에 도착했고, 병재는 그 문을 활짝 열었다.

방문이 열리고, 방 안에 침대 하나와 침대 위에 앉아 있는 젊은 여성이 창문을 통해 달과 야경으로 빛나는 시카고의 빌딩들을 보고 있었다. 병재는 방 안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고는 그 젊은 여성에게 말한다.

“이제 건강해질 때도 되지 않았냐?”

병재의 목소리가 들리자 젊은 여성은 순간 고개를 돌리고 병재를 바라본다. 젊은 여성의 표정이 병재를 본 후 편안해진다.

“......”

“하아. 그래. 말하고 싶은 것이 많을 거다. 어제 부로 일제가 패망했다는 소식은 들었나? 너를 그렇게 만든 녀석들이 모인 나라는 망했어. 그래. 망했지. 하지만 그 마음 속 상처를 지고 살게 만들고 싶지는 않다. 효순아. 고향으로 가자. 그 옛날. 고향에서 산에서 놀고 즐기던 그 때 시절로 돌아가자. 늦었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돌아가자. 그리고 병윤이가 보고 싶지? 네가 그토록 챙기던 병윤이의 얼굴은 기억나? 병윤이의 얼굴을 보자. 그리고 부모님께 가자.”

병재는 그렇게 말하고는 얼굴에 눈물이 흘린다.

“그래... 가자. 너를 반드시 고향에 데려다 줄게. 너의 아픈 기억, 아픈 상처, 그 곳에서 치료하자. 그 곳에서 요양하자. 네가 보고 싶은 병윤이, 병주, 그리고 부모님 얼굴을 보면서 건강하게 행복하게 살자.”

그렇게 말하는 병재는 어느새 고개를 침대 속에 파묻힌다. 효순의 오빠로써 이런 모습을 보이기 싫은 것일까? 병재는 순간 울부짖고 있었다. 그리고 효순은 그런 그의 머리를 그저 쓰다듬을 뿐이다.

그렇게 병재는 엉엉 울었고, 효순은 오히려 그런 그를 위로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을 듣고 있는 한 사람이 있었다. 505호실 문 옆에서 조용히 듣고 있는 병재의 전속간호사 메리 헤임질은 슬픈 얼굴로 눈물을 흘린다.

“......”

메리 헤임질은 조선어를 익숙하게 듣지 못하는 편이지만 병재가 말하는 말투와 그 말에서 울리는 감정으로 그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짐작할 수 있었다. 아마 현실이 그들의 가족을 찢어놓으리라 생각했다.

‘그저. 고향에 밟고 싶은 것일까? 하. 황금의 늪이라.’

모두에게 슬픈 밤의 날은 지났다.

1945년 8월 18일, 경성에서 보무도 당당한 병사들이 진군하고 있었다. 바로 신유철이 이끄는 중국군 12군이었다. 어제까지만 하여도 광복군을 환호하던 시민들은 그 12군을 환호하는 것은 똑같았지만 조금 불안한 시선으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신유철은 그런 조선 민중들의 눈빛을 잘 알고 있었다. 아마 그들은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신유철이 급히 만나야할 사람이 있었다. 신유철은 자신의 부관을 대동하고, 조선총독부 건물 앞에서 자신의 손목에 찬 시계의 시간을 살펴보면서 누군가 만날 사람을 기다린다.

“조금 늦는군.”

그 때, 그와 그의 부관에게 다가오는 여러 사람의 모습이 보인다. 신유철은 자신에게 다가오는 인기척을 느끼고 손목시계에서 시선을 거두고 그 인기척들의 주인공을 확인한다. 바로 병윤, 감연, 그리고 병주와 중년 남성 길남효였다. 병윤은 반가운 듯 손을 흔들며 신유철에게 다가가 말한다.

“잘 오셨습니다. 형님.”

그 후, 신유철에게 병주, 감연, 그리고 길남효가 다가왔고, 신유철은 그 네 사람의 얼굴을 보면서 말한다.

“저번에 약속했지? 조선에서 본다고 말이야.”

병윤은 그 말에 씨익 웃는다. 그 때, 길남효가 얼떨떨한 시선으로 신유철을 바라본다. 길남효는 옆의 병주에게 툭툭 치면서 말한다.

“저 군복 입은 사람은 누구기에 병윤이 친근하게 구는 거냐?”

그런데 그 말에 대답하는 이가 병주가 아니라 신유철이었다. 신유철이 길남효에게 꾸벅 인사하고는 조선어로 대답한다.

“반갑습니다. 아버님. 전 중국 12군 사령관인 신유철 대장이라고 하는데. 이 병윤과 감연이랑은 의형제 지간입니다.”

신유철의 대답에 길남효는 헉하고 입을 벌린다. 저 어마무시한 분위기가 풍기는 사람과 자신의 아들 병윤이랑 의형제라고? 그 때, 병윤이 하하 웃으며 길남효에게 말한다.

“뭐. 그렇게 되었습니다. 아버지.”

“여기서 가족사진을 같이 찍을 사람이 있다더니 저 사람과?”

그 말에 병윤과 신유철은 고개를 끄덕인다. 둘의 반응에 길남효의 놀라움은 더욱 커진다. 그리고 신유철이 한 말이 걸작이었다.

“지금부터 저는 당신을 저의 아버지로 모시겠습니다.”

============================ 작품 후기 ============================

암울한 병재의 사정, 그리고 중국 군규모의 부대의 사령관을 아들로 만들어버리는 길남효의 얼떨떨한 인맥 패기.

아오. 정말이지. 감기는 쉣입니다. 쉣. 코 막히고, 목 따깝네요. 몸 건강하세요. 그리고 댓글 좀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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